[가슴이 따뜻한 사람들]황미경/친정엄마의 사랑

  • 입력 1998년 1월 5일 08시 09분


“너희들 힘들지. 돈이라도 좀 부쳐줄까.” 수화기를 들자마자 서울로부터 친정엄마의 안쓰러운 목소리가 또 들린다. 재작년 군에서 제대를 하고 어렵사리 들어간 사위의 회사가 부도위기에 직면하자 엄마의 걱정이 시작됐다. 월급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엄마는 우리 가족의 일로 마음을 졸이고 계신가 보다. 유난히도 엄마의 가슴을 많이 아프게 한 딸이었다. 언젠가 힘들어하며 울고 있는 내게 “미경아, 난 항상 네 편이란다” 하시던 엄마의 말 한마디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엄마, 이젠 정말 우리가 알아서 살아갈게. 아무 걱정 마세요” 했지만 엄마는 그것마저 섭섭하셨던 모양이다. “넌 어떻게 된 애가 엄마에게까지 고집을 부리니” 하고 벌컥 화까지 내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세살 여섯살 두 남자아이의 엄마로서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8개월 전부터 글쓰기 논술교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애지중지 곱게만 키웠던 딸이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못내 가슴아파하신 엄마였다. 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오후6시까지 꽉 찬 수업을 마치고 피로에 절어 집에 돌아와 보니 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이곳 수원까지 두시간은 너끈히 걸렸을 텐데 언니편에 고등어찌개를 끓여서 보내주셨다. 만져보는 순간 꼭 엄마의 가슴만큼이나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 “아, 엄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이렇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남편의 직장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이 상황에서도, 나는 엄마가 보내주신 이 고등어찌개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황미경(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탄4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