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문제 사기…3천명에 12억 가로채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극심한 불황과 명예퇴직 등의 여파로 11월2일 실시되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사상 최다인 12만여명이 원서를 낸 가운데 문제 입수를 미끼로 수험생을 울리는 사기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3천명이 넘고 소비자보호단체 등에는 하루 수십통씩 고발전화가 걸려온다. 사기단이 잠적하고 떠난 사무실에는 하루 1백여통의 항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사기단은 공인중개사 시험문제를 빼내 합격시켜 주겠다며 지난해 8월부터 1년여간 1인당 약 40만원씩 3천여명에게서 모두 12억여원의 회비를 받아 가로챈 뒤 이달초 잠적했다. 공인중개사 시험문제를 빼내는 조직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본보 취재팀이 서울 종로2가 Y빌딩 「중개사 관리정보원」을 찾은 것은 8월22일. 두개의 사무실에는 남녀 직원 7, 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에 대해 전혀 몰라도 되느냐고 묻자 부장이라는 20대 남자는 『시험문제를 빼내 주니까 따로 공부안해도 합격할 수 있다』며 『대신 자격증을 2년간 빌려줘야 하는데 10%의 커미션을 떼고 월 50만4천원을 대여료로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는 『9백60개의 공인중개사 대여자격증이 필요하다』며 『당신은 9백32번째 회원』이라고 그럴 듯하게 알려줬다. 그는 몇년 전 한의사시험 문제도 미리 빼낸 적이 있다면서 주택관리사 회계사 등 국가시험별로 팀이 있으니 언제든 연락하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이 회비를 납부한 카드 전표를 추적한 결과 가맹점은 「H문화사」 「K정보원」 등 국가고시 서적판매회사로 밝혀졌다. H문화사 K사장은 『이곳을 포함해 모두 6곳에 투자하고 회원에게 책을 공급해 왔는데 이들이 이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고 달아난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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