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뒷걸음치고 있다. 이제 각급 학교는 긴 방학을 끝내고, 우리 아이들은 산에서 바다에서 돌아와 다시 차분하게 책상 앞에 앉았다. 새학기를 맞은 것이다.
이때쯤 되면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똑같이 다시한번 마음을 새로이 하면서 공부방의 불은 밝은지, 새 참고서는 필요하지 않은지, 실내화는 깨끗이 빨아놓았는지 살펴보곤 한다.
이럴 때 빼놓지 말고 챙겨보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교실에 마련되어 있는 학급문고가 아닐까. 학생들에게 많은 책을 읽혀야 하겠고 재정은 넉넉지 못하고 그래서 우리는 책 한두 권쯤을 학생들 편에 들려보내 소박한 교육적인 배려를 전하고, 학교에서는 그 책들을 돌려 읽혀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 이제 교실에 들러 우리 아이들의 학급문고에 꽂혀있는 책의 목록을 꼼꼼히 살펴볼 차례다. 비록 헌책일지라도 「다함께 돌려 읽을 만한 좋은 책」이 꽂혀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괜찮은」 책만 꽂혀있는지.
『그래도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내용이 조잡하고 교육적 의도가 의심스러운 책들이 종종 눈에 띄곤 하지요. 겉만 번지르르하거나 이상야릇한 내용의 책이어서 치워버려도 아깝지 않을 듯한 책, 너무 오래되어서 맞춤법도 맞지 않은 책…. 이런 책을 건네 받을 때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학생들도 학급문고의 책에는 관심을 갖고 돌려 읽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아이의 손에 쥐어보낸 그동안의 책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나는 얼마나 좋은 책, 내놓기 아까울만큼의 좋은 책을 보냈던가.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들어앉아 자라고 있을 책들….
새학기가 되어 교실을 찾아볼 때 빈손으로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 그런 책 한권을 골라 학급문고에 꽂아놓고 오리라 마음먹는다.
이윤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