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전통의 문예지 「현대문학」. 신세대문학으로 각광받고 있는 「세계의 문학」. 초여름부터 전운이 감돌더니 마침내 포격을 주고 받는다.
발단은 「현대문학」이 비평란 「죽비소리」를 통해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김호경 작 「낯선 천국」의 한계를 통박한 것. 이 상은 「세계의 문학」이 힘을 쏟는 가장 큰 행사다. 「세계의 문학」 가을호는 반박문을 싣고 맞불을 놓았다.
「죽비소리」는 지면혁신을 한 「현대문학」이 공동필진을 이뤄 만든 익명의 비평. 최인호씨의 「사랑의 기쁨」과 유안진 정호승씨의 시집 등 반향 큰 작품들에 대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죽비」를 휘둘러왔다. 죽비는 선방에서 조는 스님이 있으면 「아프잖게 탁, 두드리는」 대나무봉.
그러나 실제 죽비를 맞은 이들은 『졸지도 않았는데 대나무봉을 마구 휘두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낯선 천국」은 마약에 접한 이들의 예측불능인 삶을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을 겨냥한 죽비의 한 대목들은 이렇다. 「마약 환각의 메시지가 텅 비었다/숨가쁜 사건들을 작가가 제어하지 못한다/상업성을 겨냥, 억지 당선작을 내는 풍토를 개선하자」.
비아냥이 깃든 「죽비」에 대해 「세계의 문학」은 편집장인 비평가 장은수씨의 이름으로 정식 대응했다. 「복면을 벗고 정정당당하게 나서라」는 제목. 이 글은 『이름을 숨기면 더 비판적일 것이라는 발상은 어디에 근거했는가』라며 『비평을 유비통신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공박했다.
또 『이 작품의 실험성이 오해받을지 모른다는 심사위원들의 우려를 「죽비」가 드러냈다』며 『몰이해의 책임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문학」 양숙진주간은 『시인 유안진씨의 경우도 반론문을 가져와 싣기로 했다』며 『어떤 형태의 반론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베일에 가린 듯한 죽비소리의 촌철살인은 장점이 있다. 「세계의 문학」측에 대해 「죽비소리」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개전(開戰)을 받아들였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