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가설무대, 그리고 젝스키스의 「학원별곡」.바다내음 물씬나는 밤바람을 가르며 고등학생 3인조의 현란한 춤이 한바탕 펼쳐진다. 계속되는 환호와 박수. 남녀 중고생 70여명의 부러운 눈빛이 무대로 모아진다.
한국청소년마을이 7월28일부터 31일까지 대천해수욕장에서 연 「청소년 재즈와 댄스캠프」.
『무대에 섰을 때의 환호성, 그게 좋아요. 날아갈 것 같죠. 연습 때 안되던 것도 흥이 나면 저절로 돼요』
춤경력 7년째의 정기(신탄진고 3년). 수업시간 빼놓고 깨어있을 땐 늘 이어폰을 낀 채로 몸을 흔든다. 춤을 추면 그냥 신나고 즐겁고 마음이 편하다. 강한 비트의 음악 속에서 모든 걸 잊는다. 춤 교과서는 TV. 서너시간이면 가수들의 춤 한 곡을 마스터한다.
대학진학을 결심하면서 춤으로 먹고 살 꿈은 접었다. 그러나 자기 팀이 은상까지 탄 춤대회에서 H.O.T 장우혁은 예선탈락했다는 걸 떠올리면 미련도 남는다. 재수좋게 캐스팅되면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현실은 언제나 토요일 저녁 친구들과 만나 「날밤 까며(밤새우며)」 춤연습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그나마 어른들의 편견 때문에 연습할 곳도 마땅찮다.
『춤추는 애들은 순 골통(바보) 취급해요. 오토바이 끌고 다니고 후배들 버리는 문제아들로 알죠』
정기와 한 팀인 승재의 불만.
그런 점에서 이번 댄스캠프를 기획한 한국청소년마을 우옥환이사장(53)은 참으로 「희한한」 어른이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못 배우는 것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고 상을 줘가면서 장려해야 돼요.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즐기는 춤을 아름다운 놀이문화로 끌어내야죠』
오랫동안 레크리에이션 전문가로 일해온 그는 5년 전부터는 문화체육부장관배 전국청소년 창작춤경연대회도 열고 있다.
40여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캠프에 참가한 천안 동여중 윤여희교사(33·무용과)의 생각도 비슷하다. 끼가 있는 아이들은 춤으로 풀어줘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더라는 경험담. MBC예술단원들이 가르쳐주는 재즈댄스 동작들을 따라하느라 학생들 못지않게 열심이다.
미진이(제천여중 3년)와 미옥이는 채리나처럼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가셌阪 되는 게 꿈. 점심시간엔 매트 깔아놓고 연습하고 밤엔 운동장에서 플래시 비춰가며 춤추다 선생님 추천으로 캠프에 왔다. 학교 유리창도 깨먹고 바닥에 턱도 많이 찧었지만 춤이 그저 좋다.
자기네들이 좋아하는 음악, 잘 추는 춤에 대해 한참 신나게 얘기하던 아이들은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하시느냐는 물음에 갑자기 뚱한 목소리를 낸다.
『어른들은 춤은 날라리들만 추는 걸로 생각하잖아요. 춤추는 게 꼭 나쁜 건 아닌데도요』
『귀뚫고 염색하는 가수들 따라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추고 싶어 추는 거예요』
〈대천〓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