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두 영화 「마르셀의 여름」-「올리브나무 사이로」

  • 입력 1997년 8월 1일 07시 50분


아이적 여름방학처럼 푸근하고 소박한 영화 두 편이 잇따라 선뵌다. 현란한 테크닉과 스펙터클 대신 담백하고 자연스런 영상으로 편안한 웃음을 주는 영화들이다. 2일 개봉되는 「마르셀의 여름」은 「마농의 샘」 「화니와 마리우스」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마르셀 파뇰 원작의 영화. 파뇰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아버지는 교사였다. 어머니는 장에 가실 때마다 교실에 나(마르셀)를 맡기셨다. 하루는 내가 학생들보다 먼저 글을 읽는 것을 보자 아버지는 내가 천재인줄 알고 기뻐했지만 어머니는 그날부터 책도 교실출입도 금지시켰다. 아이답게 키우자고. 노처녀이던 이모가 고급 공무원이던 이모부와 결혼하던 해 이모가족과 우리가족은 시골 별장을 빌려 여름 휴가를 떠난다. 거기서 나는 생애 최고의 여름방학을 보내는데…. 소년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이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며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냥 장면이 생동감있게 재현된다. 올해 제50회 칸영화제에서 「체리맛」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올해 57세인 이 세계적 시네아스트는 직업 배우들이 아닌 마을 주민이나 아이들을 배우로 쓰는 독특한 연출법으로 유명하다. 「체리맛」에 앞서 이번 여름에 선뵈는 「올리브 나무 사이로」 역시 아마추어 배우들을 통해 영화와 이란의 현실, 배우들의 실제 인생이 교묘하게 얽힌다.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이란의 코케마을. 1991년 엄청난 지진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 마을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영화속 감독은 신혼부부역에 여학생 테헤레와 청년 호세인을 캐스팅한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지진이 있기 전날 호세인은 테헤레의 부모에게 청혼을 했으나 가난뱅이라는 이유로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그후 테헤레의 부모는 지진으로 죽고 테헤레는 더욱 마음을 열지 않는데…. 전작인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온 그 언덕길에서 롱테이크로 찍은 마지막 장면이 특히 아름답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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