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정수 「훈민정음」이 영어로 번역된다. 원본 및 해례본뿐만 아니라 영문 해설까지.
먼 이역 땅, 고희를 앞둔 나이에도 한글에 「미쳐」사는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의 김석연교수(69·현대문학과 한국학과장). 지난 1월 문화체육부의 의뢰로 번역에 착수해 올안으로 정확한 훈민정음 영문입문서를 선보이겠다는 야심이다.
김교수에 따르면 훈민정음은 영어로 「Orthophonic Alphabet for the Instruction of the People」.
그동안 미국인에 의해 훈민정음이 번역된 적은 있지만 외국인이 갖는 한계로 인해 결정적인 오역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김교수의 작업은 제대로 된 첫 번역인 셈.
총7장으로 구성될 이 훈민정음 영역본엔 훈민정음 영역본과 훈민정음의 의미, 기원, 제자(製字)원리, 글자의 시각화, 문자로서의 기능 등이 함께 들어간다.
『훈민정음이야말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입니다』
바로 우리문화 홍보의 첨병이라는 것이다.
올해가 세종탄신 6백돌이고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신청된 상태라서 더욱 뜻깊다.
김교수의 한글 사랑은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교수시절인 71년 미국으로 건너가 2년뒤 「훈민정음의 음성과학적 보편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속X레이 촬영을 통해 한글 발음시의 입모양과 한글의 형태가 동일함을 증명하는 내용이었다. 「ㄱ 」을 발음할 때 혀와 입천장 등 입안의 모습이 「ㄱ 」과 같고 「ㄴ」 「ㄷ」 등도 마찬가지라는 사실. 이 「조음(調音)구조의 시각화」에 서구인들은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김교수는 이러한 내용을 인터넷에도 띄울 계획이다.
또한 그는 5년간의 고군분투 끝에 올초 버펄로대에 세종학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세종의 업적을 분야별로 정리 소개하는 「세종학 대전」을 편찬하고 관련 논문도 영역하게 된다.
외국에서 우리 문화 선양에 힘쓰는 사람들에겐 비슷한 희망이 있다. 김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연구비와 인력 조달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남편은 현상학과 실존철학의 권위자로 정평이 난 같은 대학의 조가경교수.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