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누구나 「화가」다. 격식과 기교를 거부하는 파격적인 화풍은 「꼬마 화백」들의 공통점. 손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흰 종이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쓰다 남은 공책 뒷면이든, 손바닥만큼 조그만 메모지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예술」을 담아낼 여백만 있으면.
그림 그리기에 빠져든 아이의 콧잔등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삐뚤삐뚤 울퉁불퉁, 기상천외한 비약…. 누가 더 잘 그렸는지, 작품성은 어떤지 따위를 어른 잣대로 가늠하는건 부질없다.
이제 막 예술의 오묘함에 눈뜨는 아이들. 마루벌이 펴낸 「생각하는 미술」시리즈(전5권·각권 7,000원)는 바람직한 그림 감상법과 작법(作法)의 기초 원리를 거장의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중인 명화 90여편을 곁들였다.
각권은 미술의 기본요소인 선(線) 형(形) 색(色) 이야기와 우리미술을 주제로 삼았다. 피카소 칸딘스키 고흐 고갱 마티스 몬드리안, 그리고 김홍도 정선 이상범 김기창 이응로 서세옥 백남준…. 출품작가의 면면이 쟁쟁하다. 고흐의 「생트마리 거리」는 점이 모여서 선이 되는 원리를 산뜻하게 설명한다. 직선, 곡선, 굵은 선, 가는 선, 테두리 선, 지그재그 선이 유명화가들의 붓을 거쳐 그림속에서 살아 숨쉬는 「요술」이 연출된다.
동그라미 네모 세모꼴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으로 둔갑하는 이치가 신기하고 자유분방한 피카소의 그림에서 건물과 지붕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리의 「누드 습작」에서는 명암을 넣어 실제 모습과 똑같은 사람의 발을 완성시키고….
색깔 배합에 따라 피사체는 즐겁다가 문득 슬퍼지고, 때로는 화난듯 보이기도 한다. 여러 색을 골고루 사용한 작품과 한가지 색만을 써서 완성된 그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가르친뒤 실습 요령도 귀띔해준다.
미술에 문외한이라는 이유로 지레 주눅들 필요는 없을 듯. 끄트머리 부록에는 각 작품의 주제와 감상 포인트가 「보호자용」으로 실려 있다.
책으로 떠나는 미술여행, 관람의 스케일은 작을 망정 안방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박원재기자〉
▼ 전문가 의견 ▼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씨는 『먼저 미술품 감상능력을 키워준 뒤 차츰 실기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며 『어린이 독자가 해당 그림에 대한 소감을 말하도록 꾸몄기 때문에 미술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씨는 『창의력 계발 등 동기 유발에 신경쓴 흔적이 뚜렷하지만 군데군데 난해한 작품이 끼여 있어 어른의 도움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유은정씨는 『어린이들이 주변 사물과 자연에서 미적 요소를 발견하고 미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며 『다만 서양화 위주의 구성은 아쉽다』고 말했다.
일산 「동화나라」 대표 정병규씨는 『그림의 구성요소인 선 형 색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작품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라며 『판형을 키우거나 활자를 달리해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오도록 배치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