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부론]「철인부부」이영균-구정미씨,금실도 강철

  • 입력 1997년 3월 31일 09시 09분


[김화성 기자] 이영균씨(43·서울 성북1동)와 구정미씨(39)는 운동에서 뿐만 아니라 사는 것에 있어서도 철인부부다.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하와이국제대회 등 국내외 철인 3종경기에서 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 등 총 2백26.3㎞를 함께 다섯번 완주했다. 부부가 이렇게 다섯번이나 완주한 경우는 국내에서는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드문 예. 마라톤만 따지면 이씨가 여덟번,구씨가 아홉번 완주했다. 지난 16일 경주에서 있었던 동아국제마라톤 마스터스부분 풀 코스에도 출전해 구씨가 3시간47분으로 여자부문 3위를 차지했다. 남편 이씨는 구씨에 약간 못미치는 기록. 구씨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난다. 아들(중2)과 딸(중1), 남편 이씨(싸이클점 운영)의 도시락 3개를 싸놓고 5시40분쯤 동네 수영장에 간다. 구씨가 수영장에 갔다 와 세 사람을 학교나 직장에 보내고(?) 나면 8시. 곧 바로 구씨는 영어학원(화목)이나 사이클주행(월수금)에 나선다. 그 뒤 11시부터 밤 9시까지 구씨는 자신의 피아노 학원에 매달린다. 일이 끝나면 가게를 닫고 온 남편과 함께 또 달리기 연습. 정작 구씨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전 1시다. 그런데도 밤 11시부터 자 새벽 6시 가까이 돼서야 일어나는 남편 이씨는 늘 잠이 부족하다고 투정을 한다. 그럼 이들은 부부싸움을 언제 할까. 「틈틈이 한다」가 정답. 그러나 이씨의 일방적 패배로 끝난다. 싱겁다. 이씨가 신경질을 내면 구씨가 대수롭지 않게 허허 웃어버리는 식이다. 78년에 만나 우여곡절 끝에 82년 결혼한 두 사람에게 운동은 언제나 애정이 샘솟는 샘이다. 가정에도 활력을 준다고 믿고 있다. 남편 이씨는 『아내는 책 잡힐게 없는 사람인데내가늘 구시렁 거린다. 쫓겨나지않기위해서 설거지 등 닥치는대로한다』며 껄껄 웃었다. 아내구씨는 『난 덜렁이인데 반해 남편은 섬세한 성격이다. 짐 같은 것을 챙길 때 남편이 싸야 빼먹는 게 없다』며 호호 웃었다. 그러나 구씨에게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천하의 내 아내도 냄새는 잘 못 맡는다. 술냄새 발냄새 담배냄새 못맡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런데도 밥을 안태우는 걸 보면 신통방통하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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