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생활]고3엄마 살림도사 조혜선씨『재활용 마술사』

  • 입력 1996년 10월 21일 20시 58분


「高美錫기자」 올해 나이 마흔셋. 중고생남매를 둔 고3엄마. 남편이 경영하는 오띠 모피자집의 기획 홍보담당자. 생활속에서 재활용을 실천하는 환경주부모임인 「푸르 게 사는 모임」의 회장. 허리까지 오는 치렁치렁한 머리에 검은색 두건을 두르고 몸에 딱붙는 회색니트에 검은색레깅스 차림의 튀는 주부 조혜선씨를 설명하는 말이다. 반지 귀찌 브로치 벨 트 팔찌 등 액세서리란 액세서리는 몽땅 걸치고 다니지만 겉멋만 내는 미시족과는 거리가 멀다. 하루에 4,5시간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그는 살림도사. 철바뀌기에 앞서 옷 을 미리 정리해 비슷한 종류를 다시 사는 일이 없다. 사과와 배의 씨방과 남은 과일 토막을 냉동실에 모아놓았다가 계피를 넣어 향기로운 차를 끓여낸다. 당근 한토막, 파뿌리, 무꽁다리 등 자투리야채로 천연양념을 만든다. 마술사처럼 그의 손이 한번 거쳐갈 때마다 낡은 오르간은 콘솔로, 헌 곤로는 테이블로, 버려졌던 대바구니는 벽 장식소품으로 품격이 달라진다. 이같은 살림지혜는 매월 격주 화요일 오전이면 서울 가락동 그의 집에 모이는 푸르게 사는 모임의 회원들과 철저히 공유된다. 열다섯명 정도 되는 회원들은 젊은 주부부터 중년주부까지 다양하다. 『남매가 다니던 초등학교 어머니회장을 맡으면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환경문제에 처음 눈을 돌렸어요. 알뜰 시장도 마련하고 재활용전시관과 환 경교실도 여는 등 원없이 일했죠.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지역주부활동으로 성격을 바 꾸고 92년부터 현재의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어요』 돈생기는 일, 남들이 알아주는 거창한 일도 아닌데 몇년씩 환경모임을 이끌어가는 그를 보고 수군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오기로 버텼다. 이런 노력을 토대로 재활용인테리어, 음식쓰레기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갈무리식품 만들기 등 계절별로 1 년간 진행할 수 있는 환경프로그램자료집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뭐든지 앞장서 일을 벌이는 적극적 성격인 그는 재활용작업을 놀이처럼 신바람나 게 해낸다. 『환경운동은 의무가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헌 물건을 아름답게 재탄생시키는 것도 예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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