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일일이 지시할 필요가 없다. 주장에게 넌지시 한 마디 건네면 다 해결된다. 팀워크가 좋으면서 군기 또한 확실한 한화 얘기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7일 덕아웃을 지나치던 주장 신경현에게 딱 두 가지를 얘기했다. 하나는 2군에서 갓 올라온 투수 김재현의 헤어스타일. 이발을 못해 치렁치렁 길어진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까 김재현 머리가 좀 긴 것 같더라”고 언급한 것이다. 또 한 번은 훈련이 끝나고 배팅볼을 모을 때. 신경현, 이대수 등 마지막까지 훈련한 고참들이 볼을 줍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한 듯 했다. “이대수 후배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있어?”라고 다시 한 마디 했다.
하루가 지난 8일 한화 덕아웃. 깔끔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을 한 김재현은 한 감독이 보이자 슬쩍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저 머리 깎았습니다”라고 알리는 듯 했다. 압권은 훈련이 끝난 뒤였다. 과장을 좀 보태면, 공 숫자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달려나와 볼을 주웠다. 1분도 채 안 돼 볼 정리가 끝났을 정도. 김민재 코치는 “왜 저렇게 애들이 많이 나왔어?”라고 묻는 한 감독에게 슬쩍 귀띔했다. “어제 경현이가 애들한테 한 마디 하더라고요.” 한 감독의 얼굴에도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