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의 슬픔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가짜같거나 웃음거리가 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SBS 인기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 커밍아웃을 선언해 안방극장을 충격과 눈물의 바다에 빠트렸던 송창의.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잘 전달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고 안심했다.
송창의를 만난 건 SBS 월드컵 중계로 드라마 편성이 결방되면서 비교적 마음의 여유가 생긴 후였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부터 그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이 제주도와 서울을 2주일 간격으로 오가고 있고, 또한 감정 몰입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부담으로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세트가 있는 일산 드라마제작센터를 찾아가 장장 2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난 후에야 어렵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은 집에서 독립한 송창의가 상대배우인 이상우와 장난치며 밥을 지어먹고 오붓한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집안의 인정과 마음의 안정을 한꺼번에 얻은 터라 모니터 속의 송창의의 얼굴은 밝고 여유로워보였다.
촬영을 끝낸 후 부랴부랴 달려온 그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영락없는 극 중 태섭의 모습이었다.
“시련은 지나갔으니 보통 연인들처럼 이상우와 좋은 날만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곧 어두운 얼굴로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해결점은 있겠지만 이제 한 고비를 넘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상우와 사랑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송창의는 아무리 연기라지만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역할이라 제의를 받고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감독을 만나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편하게 연기하자’라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촬영하면서 편하지는 않았어요. 마음고생이 심했죠.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내 안(남성)에 갖고 있는 약간의 거부감. 그런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상우 씨한테도 미안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연기다”라는 체면을 걸고 시작했던 그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극 중 태섭을,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게 됐다.
“찬반 논란이 되고 있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에 대한 예의와 가족애를 그리면 되고, 제 역할에 대한 임무를 완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입장과 슬픔을 이해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책임감을 갖고 그 사랑에 대한 진정성만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