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열기 속에서’에서 인종차별주의자 경찰 서장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배우 로드 스타이거(사진)가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숨졌다. 향년 77세. 50년대 초반부터 배우활동을 시작한 스타이거는 말론 브랜도의 형으로 나왔던 ‘워터프론트’(1954)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다.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스타이거는 이후 권투 프로모터로 나온 ‘하더 데이 폴(1956년)’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보나파르트 나폴레옹부터 무솔리니, 알카포네, 율리시스 그랜트 등 수많은 실존 인물의 역할을 연기했고 시드니 포이티어, 험프리 보가트, 잭 니컬슨 등 쟁쟁한 배우들의 상대역을 맡았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를 중퇴하고 16세 때 군에 자원 입대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전쟁의 비극을 직접 겪었던 경험 탓인지 그는 훗날 영화 ‘패튼 장군’의 주인공인 패튼역을 제의 받았지만 “이 영화는 전쟁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 대신 패튼 역을 맡은 조지 스콧이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타자 뒤늦게 “내 영화 인생에서 가장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허리케인’(1999년), ‘엔드 오브 데이즈’(1999년) 등에서 작은 배역도 사양하지 않으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