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해외여행, 가방은 가볍게…추억은 가득히…

  • 입력 2002년 6월 6일 18시 55분


[사진=전영한기자]
[사진=전영한기자]
피아제, 다미아니,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명품 시계 및 보석의 수입, 유통 업체인 명보교역 서윤희 홍보부장(36)은 4월말 남편 김진홍씨(37·켈로그사 마케팅 매니저)와 필리핀의 엘니도 섬으로 열 한 번째 결혼 기념 여행을 다녀왔다.

결혼 후 남편은 MBA 과정을, 서씨는 금속공예를 공부하기 위해 함께 진학한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 유학시절부터 서씨부부는 매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는 여행을 거르지 않아왔다.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플로리다주의 세인트피터스버그비치, 캐나다의 빅토리아 아일랜드 등 북미대륙은 물론이고 괌, 사이판, 발리, 인도네시아 롬복 등 동남아시아까지 이들 부부는 주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변들을 찾아다녔다.

서 부장의 경우 매년 2, 3차례씩 떠나는 해외출장이나 미국 뉴욕의 시댁 방문까지 합치면 일년에 국제선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대여섯차례 이상. 짐꾸러미를 단촐하게 싸면서도 여행지에서 패셔너블하기로 소문난 서 부장의 짐싸기 및 비치 패션 노하우를 들어봤다.

●밤 비행기를 타고〓서 부장 부부는 이른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아이들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비행기 요금도 비싸고 관광객이 붐비는 7, 8월 방학철에는 아예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여름 휴가 스케줄도 결혼기념일인 5월 31일을 전후해 잡는다. 여행지는 주로 여행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색한다. 정보의 업데이트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판단하기 때문.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휴가가 시작되기 전날 오후 9시 또는 10시 비행기를 탄다. 현지 시간으로 아침에 도착하게 돼 비행기 안에서 금쪽같은 휴가 기간 중 하루를 축내지 않을 수 있다.

●꼭 챙겨야 할 아이템 5가지〓긴소매 카디건. 열대 지방에 간다고 해서 민소매 또는 반소매 옷만 잔뜩 챙겼다가는 기내나 냉방이 잘 돼 있는 실내에서 추위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접어서 짐 속에 넣을 수 있어 공간차지가 적은 커다란 빈 가방을 한 두 개 따로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여성들은 쇼핑 때문에라도 갈 때보다 올 때 짐이 더 많아지잖아요. 여행 때마다 새 가방을 구입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죠.”

꼭 챙겨야 하는 아이템이지만 잊기 쉬운 것이 비상 상비약. 한국처럼 거리에 약국이 많은 나라가 많지 않은데다가 진통제 정도도 처방전이 꼭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있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진통제, 지사제, 모기퇴치약 등은 갖고 떠나는 것이 좋다.

모래밭에서 돗자리로 쓸 수도 있고 수영복 위에 둘러 비치 가운으로도 쓸 수 있는 큰 크기의 사롱(sarong·인도네시아 전통 드레스)은 요모조모 쓰임새가 많아 ‘효자노릇’을 한다. 만약 여행지인 동남아 현지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프린트가 화려한 것보다는 오렌지색, 노란색 등 밝은 색상의 단색을 선택하는 것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

선탠 전후에 바르는 보디 케어 제품도 꼼꼼히 챙겨야 뒤탈이 없다. 특히 선케어 제품을 꼼꼼히 바르지 않아 번번이 피부가 벌개지는 남편을 위해 피부를 진정시키는 젤 타입 화장품도 잊지 않는다. 한국시간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듀얼 타임 시계도 요긴하게 쓰인다. 마케팅과 홍보를 맡고 있는 이들 부부는 회사의 급한 호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놓고 가야 할 것 5가지〓열대지방에서 한낮에 내리는 소나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우산을 챙기게 되지만 짐만 되기 십상이다. 리조트에서 우산을 빌려주는데다 스콜을 잠시 피해 인근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들어서면 더 큰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비치 타월도 놓고 가자. 리조트나 호텔에서 빌려서 써도 되고 사롱이나 소형 수건으로 대치해도 된다. 또 이탈리아나 유럽 지역이면 몰라도 아시아 지역 여행을 하면서 김, 고추장을 챙길 필요는 없다. 특히 동남아 휴양지는 어느 나라 사람의 입맛에도 맞는 ‘퓨전식’이 많고 동양 음식도 많아 특별히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면 휴가 기간동안은 거뜬히 견딜 수 있다.

아무리 명품족이더라도 로고가 선명히 드러나는 명품 브랜드의 대형 트레블백은 놓고 가는 게 좋다. 특히 기내에 가지고 타지 않고 따로 부쳤다가는 절도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전압을 확인하지 않은 채 드라이어, 면도기 등 작은 가전 기기를 들고가는 것도 바보짓이다. 여행지에서 묵게될 리조트 시설의 홈페이지를 확인해 전압이나 부대시설은 미리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명사들의 여행가방 속엔

●콜린 헤즐타인 주한 호주대사

“Travel light(가볍게 여행하세요)!” 콜린 헤즐타인 주한 호주대사(52)가 지인들에게 종종 건네는 조언이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해외 여행을 자주 할 수 있어서…”라고 꼽을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헤즐타인 대사는 우선 여행짐을 적게 꾸리는데 신경을 쓴다. 반드시 챙겨 넣는 아이템은 여행 책자, 구급약 그리고 피부 타입에 맞는 질 좋은 선탠 크림 정도 뿐. 나머지는 현지 조달 한다. 그 나라의 전통 의상을 모티브로 한 비치 웨어,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티셔츠 등을 구입해 입은 뒤 기념품으로 가져온다.

●디자이너 지춘희씨

‘미스 지 컬렉션’의 디자이너 지춘희씨는 길게는 일 년에 석달 가까이 한국을 떠나 있을 정도로 이름난 여행 마니아다. 지씨가 추천하는 비치패션 아이템 세 가지는 왕골이나 짚 소재보다 부피를 적게 차지하는 비닐 소재 가방, 같은 색상의 고무소재 슬리퍼 그리고 습한 열대 기후에 걸치면 시원하면서도 자외선 차단에도 효과가 있는 리넨 소재 화이트 셔츠. 비닐 소재 가방은 물에 젖은 비치웨어를 넣는데도 실용적이다. 30대 중반이 넘으면 가까이 하지 않게 되는 펄 파우더나 펄이 들어있는 아이셰도, 립스틱 등도 바캉스 무드를 살릴 수 있는 아이템.

●영화배우 고소영씨

여행짐을 꼼꼼히 챙기는 편인 영화배우 고소영씨가 가장 먼저 가방에 넣는 아이템은 향기 좋은 샤워젤이다. 후각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고급 호텔에 비치된 샤워젤이라 해도 역겹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지에서만큼은 단정함을 추구하는 평소 스타일과 달리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가 돋보이는 스타일을 마음껏 입는다. 지난해 5월 로레알 파리 모델 자격으로 참가한 칸 영화제가 끝난뒤 떠난 모로코 여행에서도 큰 파란색 장미무늬가 새겨진 셔츠를 입었다. 화장품은 땀에 잘 지워지지 않는 UV트윈케이크, 마스카라, 립글로스 정도만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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