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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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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글로 가득 찼던 국어 교과서에 이공계 출신 인물의 글이 실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교과서에 등장한 인물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이시형 박사,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김종성 박사, 강원대 생물학과 권오길 교수, 서울대 농대 유달영 명예교수, 국민대 삼림과학대학 전영우 교수이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35편의 글 가운데 6편이 과학자와 의사의 글이다. 책을 만든 고려대 한국교원대 1종도서 편찬위원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들 저자가 펴낸 책 등에서 좋을 글을 골라 교과서를 만들었다.
최재천 교수의 ‘개미와 말한다’는 개미 사회의 의사소통 방법을 소개한 글이고, 이시형 박사의 ‘축복받은 성격’은 내향적 성격으로 고민하는 학생에게 용기를 주는 글이다. 김종성 박사의 ‘잠은 왜 잘까’는 잠은 어떻게 자고 왜 필요한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유달영 교수의 ‘누에와 천재’는 외숙모의 얘기를 듣고 천재가 되기 위해 누에를 먹은 엉뚱한 경험담이고, 권오길 교수의 ‘사람과 소나무’는 조상의 생활과 소나무의 관계를, 전영우 교수의 ‘우리 숲은 한민족의 자존심’은 숲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깨우치게 하는 글이다.
한편 최재천 교수는 올해 발행된 고등학교 국어책에도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란 글이 실려 중고 교과서에 모두 등장하는 작가가 됐다.
편찬 책임을 맡은 고려대 사대 노명환 교수는 “국어 교육은 국어학이나 국문학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생활 그리고 다른 교과목에서 활용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국어 교과서를 만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자와 의사의 글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천 교수는 “과학이 어려워 이공계를 기피하는 마당에 과학자의 글이 교과서에 많이 등장해 반갑다”며 “과학을 모르면 글을 쓰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으니 만큼 중고생들에게도 글을 쓰려면 자연과학을 전공하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