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에 수사중단 압력'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동생이 피의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예금통장 사본을 형인 검찰총장에게 들이밀며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참으로 충격적이다. 일국의 검찰총장을 상대로 조폭 세계에서나 가능할 법한 공갈 협박이 진행됐다면 이것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가 이용호(李容湖)씨로부터 통장 사본을 넘겨받아 국가정보원 전 경제단장 김형윤(金亨允)씨에게 줬고 김씨가 이것을 들고 검찰총장을 방문한 것으로 돼 있다.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이용호씨의 변호인을 조사했으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은 “김형윤 경제단장을 만나거나 통장에 관해 들은 적이 없고 협박받지도 않았다. 동생이 돈 받은 부분은 그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이 중대한 사안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고 철저한 진상 규명이 따라야 한다. 신 전 총장은 특검에 나가 동생이 돈 받은 일과 관련해 수사 중단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신 전 총장은 동생이 이용호씨로부터 6666만원을 받은 것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 처음에 “일부 언론에서 말해 줘 알게 됐고 동생한테 경위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이제 이 문제가 검찰총장 협박이라는 중대한 의혹으로 번진 만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경위를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검찰총장을 상대로 협박 내지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신 전 총장이 어떤 경위로 동생의 금품 수수를 알게 됐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김형윤 신승남씨 등 관련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나서면 수사 기술상 입증하기 어렵다는 특검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형택 이용호씨 등 관련 당사자들이 구속돼 있고 통장이 존재하는 만큼 특검팀이 노력을 기울이면 사안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특별검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