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깊은 산속 침범할수 없는 신앙 '한국의 마애불'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36분


◇ 한국의 마애불/이태호 이경화 지음/495쪽 4만5000원 다른세상

우리의 선인들은 산이 높고 골이 그윽한 우리 산하에 걸맞는 조각품을 알고 있었다. 바로 깍아지른 벼랑이나 신령스러운 절벽 또는 아기자기한 바위에 새겨진 부처 마애불(磨崖佛)이 그것이다.

우리의 산야 도처 어디를 가나 이런 마애불들은 수없이 흩어져 있다. 수십m의 장대한 상에서부터 작게는 1m 내외의 작은 상에 이르기까지, 현저하게 깊게 새긴 고부조의 상에서부터 가느다란 선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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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시대의 동굴 조각이나 신석기 내지 청동기시대의 암벽화 등 최초의 예술작품들이 모두 마애기법으로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기법을 계승하여 인도나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불교신자들이 절경의 바위면을 파고 그들의 예배대상인 불상을 새겨 영원히 신앙할 수 있게 한 것이 마애불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마애불은 초기 인류 예술을 계승한 기법으로써 신앙의 대상을 절경의 바위에 조성하여 영원히 남기고자 조각하였으므로 자연과 가장 친한 영원성을 가진 종교적 예술이라는 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이동이 불가능한 조각이므로 지방유파나 국적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최상의 예술작품이어서 일찍부터 크게 중시되어 왔다.

이 책은 이렇게 중요한 마애불을 108구나 모아 그 의미를 찾고 시대를 분류하여 하나 하나 그 특징을 해설하므로써 마애불 이해의 길잡이로 삼을 수 있는 역작이다. 저자는 회화사 전공자이면서도 놀라운 정력으로 전국의 산야를 누비며 108구의 마애불을 직접 실사하여 친절히 해설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마애불인 내금강의 마애불, 묘살상과 삼불암을 촬영해 실은 것도 의미있는 성과라 하겠다.

아울러 사진작가 유남해씨는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의 도판 대부분을 촬영한 분이므로 도판의 우수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데, 여기에 저자의 미술적 심미안까지 더해져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필자도 마애불에서 느끼는 매력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정교한 것은 완벽한대로 멋있고, 거친 것은 미숙하지만 억지스럽지 않아 친근감과 자애로움을 풍긴다. 때로는 산 속 깊이 숨은 은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조상의 삶터에 내려앉아 액을 막는 지킴이로서, 때로는 천지개벽을 예감하며 세상을 굽어보는 하늘미륵의 자태로 우리 산하를 지킨다.

마애불을 보러 땀을 흘리며 산에 오르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부처가 되는 종교적인 깨우침을 갖게 된다. 또 자신의 땀으로 조각한 부처상이 많은 사람에게 복을 내리리라는 예술가의 진심을 느끼게 된다. 이런 체험을 통해 ‘하늘과 땅이 동시에 열리는 공간’(이 책의 부제)을 접하는 깨달음은 자연과 예술이 행복하게 만난 현장을 체험하는 사람들만의 몫이리라.

문명대(동국대 미술학부·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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