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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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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내 보험권에서 5번째로 여성 임원이 된 ING생명의 김유미(42·여)부사장에 대한 인터뷰를 계획했을 때만 해도 기자 역시 이에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17일 오후 김부사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선입관은 차츰 허물어져갔다.
“시어머니께서 ‘거기는 조금 덜 힘들겠지’라고 하시더군요.”
8, 5세의 두 딸에게 늘 미안하다는 그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일벌레로 있기에는 우리나라 정서상 일단 조건은 좋지 않은 셈.
김부사장은 “안좋은 엄마에다, 며느리이고, 아내”라며 “그만둘까 고민을 수없이 했다”고 털어놨다. ‘가정에도 최선을 다하죠’라는 식의 상투적인 말 대신 수더분하고 늘 갈등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평범한 맞벌이 아내들의 고충이 배어나왔다. 남편(44)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연구관이다.
김부사장은 “영업 등 모든 전산시스템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 2년 동안은 또 밤낮없이 바빠야 할 것 같다”며 “제대로 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아이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ING생명의 최고 전산책임자(CIO·Chief Information Officer)로 사장을 포함해 9명의 임원 중 하나다. 77년 고등학교 2학년 때 혼자 호주 시드니로 유학을 떠났고 명문인 뉴사우스 웨일스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및 전산통계를 전공한 뒤 쭉 그 길을 밟아왔다.
김부사장은 “금융이나 전산쪽은 둘 다 여자들이 일하기에 다른 쪽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며 “제가 맡은 역할은 이 둘을 합한 금융전산 쪽이어서 승진이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88년 시티은행 국내지점에 프로그램 분석사로 입행해 12년만에 프로젝트 매니저(지배인급)로 초고속 승진했고 최근 ING생명에 임원으로 영입되는 등 잘나가는 비결을 물은 데 대한 대답이다.
김 부사장은 “집이건 직장이건 성실하려고 하는 게 가장 큰 힘”이라며 “항상 배우는 자세로 노력했고 안 튀려고 한 게 다르다면 다른 점 같다”고 말을 맺었다. 그는 직장을 잡은 이래 줄곧 남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해 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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