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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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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부도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과 오수 누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부실시공으로 오폐수관 접합부분이 분리돼 주방과 화장실에서 오수가 새나오는 바람에 주민들은 구토증세에 시달린 지 오래. 100여 가구가 벽면을 헐어내고 보수공사를 했다.
맨 위층인 15층 주민들은 방안에 대야를 받쳐 놓고 사는 데 익숙해졌다. 한 주민은 “흘러내린 물이 고인 방바닥에서 곰팡이가 생기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보온, 방음재도 엉터리로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용도실 벽면은 스티로폼 등 정품 단열재 대신 스펀지와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으로 채워져 있었고 덜 마른 나무로 창틀을 시공해 창틀과 벽체 사이에도 틈새가 생긴 곳이 많다. 주민 조희진(趙姬眞·60)씨는 “겨울이면 방구석에서 나오는 외풍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주민조사 결과 50여건의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지난해 4월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35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인근의 B아파트도 외벽 곳곳이 갈라져 있고 틈새로 부식된 철근이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됐다. 주민들은 “아파트 내외벽 균열로 인한 결로(結露·벽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와 단열재 부실시공을 들어 시공사측에 수 차례 보수를 요구했으나 협의가 안돼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전등이 달린 천장 반자가 휘어지면서 전등이 떨어지는 등 부실공사로 문제가 됐던 평촌의 B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2월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금 16억원을 받아냈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붕괴 가능성이 높아 안양시가 ‘보수보강’ 명령을 내려 업체가 10억원을 들여 보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공업체가 부도난 경우 손해배상소송이 불가능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또 하자보수보증금은 토지비용을 제외한 공사비의 100분의 3만을 예치하기 때문에 최소 보수비용에 불과하다. 실제로 시공사가 부도난 산본 A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청구소송을 진행중인데 주민들이 전문업체에 의뢰해 산정한 보수비용은 105억5700만원에 이른다. 소송에 이기더라도 받게 되는 보증금 35억원으로는 ‘땜질처방’밖에 할 수 없다.
<특별취재팀>
서울 수도권=정연욱 송진흡 차지완 김현진기자 jyw11@donga.com
일산=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분당=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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