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열성팬이 中 본선진출 이끌었다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35분


‘중국축구, 선양에서 세계로 간다.’ ‘선양에서 꿈을 이룬다.’

13일 2002월드컵축구 아시아최종예선 중국-카타르전이 열린 중국 선양 중신경기장 곳곳에 써 붙여진 플래카드 문구들이다. 7일 중국이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에 ‘큰 의미 없는’ 경기였지만 이날 선양시는 또 한번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고 5만8000석의 스탠드는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600위안짜리 티켓이 중국 근로자 평균임금의 두 배 가량 되는 2000위안(약 34만원)에 암거래되고 그나마 표가 없어 못살 정도.

이날 중국의 3-0 완승으로 끝나자 열성 팬들은 오토바이와 트럭, 미니버스로 새벽까지 몰려다니며 승리를 만끽했다.

하드지아브딕 드젬말 카타르 감독은 “축구를 사랑하는 선양시민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중국의 월드컵 진출은 열정적인 팬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고 유고출신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도 “선양 축구팬의 열의에 탄복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팬의 환호에 중국선수들은 경기 전 “열화와 같은 팬의 응원이 있었기에 대업을 이뤘다”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에게 답례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가진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기자회견장. 한 중국 기자가 “내년 1월 계약이 끝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했고 그 기자가 “당연히 계속 남아 지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하자 밀로티노비치 감독은 “그럼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기자회견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월드컵본선 진출 이전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독단적인 지도스타일과 중국 축구협회와의 마찰, 여기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에 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던 중국 언론들은 이날 단 한번도 부정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선양〓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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