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지킴이]극단 놀이터 도기륜대표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9시 51분


“여러분, 이 곳은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들이 모여 사는 나라예요. 친구들이 어떻게 이 곳에 오게 됐는지 다 함께 볼까요?”

지난달 27일 오전 경남 통영 시민회관에서 열린 아동연극 ‘빨간불 파란불’의 공연무대. 무대 위 ‘교통사고 나라’를 바라보던 7∼10세 어린이 500여명의 눈망울엔 놀라움과 두려움 슬픔 등의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 했다.

어린이들은 무대 위 운전자의 고함 소리에 어머니의 손을 꼭 잡다가 이내 “운전 중에 전화하는 아빠에게 ‘안돼요’라고 소리치세요”라는 교통경찰관역 배우의 말에 따라 목청껏 “안돼요”를 외치기도 했다.

▼2년새 10만여명 관람▼

매번 적자가 나는 ‘교통교육’ 연극이지만 이 공연을 바라보는 극단 놀이터의 대표 도기륜(都基輪·40)씨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95년 서울 어린이연극제 최우수상, 98년 같은 연극제 우수상을 수상한 이후 보다 사회 참여적인 아동연극을 구상했던 도씨에게 연극 ‘빨간불 파란불’ 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공연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고 난폭 운전자의 증가를 막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명작 동화를 연극화한 ‘피터와 늑대’나 성교육 연극 ‘엄마 나 어떻게 태어났어’ 등과 달리 이 연극은 아무리 홍보해도 관객이 늘어나지 않아요. 이미 교통 안전불감증이 어린이들에게도 퍼져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난폭운전 줄이기 한몫했죠”▼

그래도 99년 시작돼 전국 순회공연까지 벌였던 ‘빨간불 파란불’의 관객수는 이미 10여만명을 넘어섰다. 함께 연극을 관람한 어머니들과 선생님들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입소문’을 내면서 조금씩 공연 요청도 늘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 몇몇 부모들이 “이젠 아이들의 눈이 무서워 운전중 휴대전화 통화나 교통법규 위반 등은 꿈도 못꾸겠다”는 얘기를 할 때면 도씨와 배우들의 마음은 흡족해진다.

도씨는 “선진 교통문화는 어렸을 때 터득해야 오래간다”며 “다른 연극에서 번 돈으로 이 연극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빨간불 파란불’ 공연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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