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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8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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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에도 그랬다. 88년 총선에서 YS가 제3당, JP가 제4당 맹주로 전락하자 양인은 골프장에서 만났다. 귀엣말로 분발을 다짐했다. DJ의 평민당이 궁금증으로 몸이 달아오를 정도였다. 두 사람은 ‘우정과 소신’을 말하면서 손을 ‘꼬옥’ 잡았다. 그렇게 해서 91년의 민정-민주-공화 3당 통합으로 갔다. 그러나 정치는 우정 이상으로 거칠고 각박했다. 통합 후 파워게임은 늘 분란과 파열음을 낳았다. JP가 YS를 향해 ‘틀물렛짓’을 한다고 몰아치곤 했다. ‘양심에 털난 장로’소리도 그때 나왔다.
▷92년 대통령 선거가 임박해서야 JP는 YS지지로 돌아섰다. 대통령선거 때 헌신한 숱한 공신들이 팽(烹)을 당했다. 그래도 JP는 잘리지 않았다. 군자표변(君子豹變·변해야 할 땐 아주 변해야 한다)이라고도 하고 자신을 연작(燕雀·제비나 참새)에, YS를 홍곡(鴻鵠·기러기나 백조)에 비유하며 몸을 낮추었다. 그렇다고 팽을 아주 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에는 그도 쫓겨났다.
▷요즘 양인이 다시 만나 말한다. ‘배신 변절이 만연한 불의한 정치풍토를 개탄한다. 신의와 도의를 저버린 파렴치한 정치인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정치풍토를 쇄신하자.’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어지럽다. 수사(修辭)를 다 걷어버리면, 각자 가진 모든 것을 추슬러 마지막 한판을 걸어보자는 것만 같다. ‘반(反)DJ 비(非)이회창’의 기치로. 외롭고 울적한 두 9단의 막판 안간힘이 어찌 될지 궁금하다. 종국에 그 성패는 ‘지역망령’이 좌우할 것이지만.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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