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애경산업 안용찬 사장 "1등브랜드만 키워요"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09분


애경산업 안용찬(安容贊·42)사장의 얼굴에서는 구김살을 찾기가 쉽지않다. 소탈하달까, 약간의 장난기까지 감도는 해맑은 웃음이 안사장의 트레이드 마크.

하지만 “1등 브랜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강조하는 안사장의 목소리는 다부지다. 95년 사장에 취임해 20개의 치아를 80세까지 유지시켜준다는 ‘2080치약’, 여드름 전용 화장품 ‘A솔루션’ 등 수많은 1위 브랜드를 키워낸 ‘전력’에서 안사장의 외유내강(外柔內剛)을 확인할 수 있다.

1등 브랜드를 키워내기 위해 요즘 안사장은 과감한 ‘브랜드 죽이기’를 시도중이다. “아깝더라도 버릴 건 제때 버리고 살릴 브랜드에 집중하자”는 게 원칙. 기업 전체로도 투하자본만큼 ‘리턴’이 없는 분야는 정리한다는 ‘가치경영’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취임 당시 800%가 넘던 부채비율을 200%대까지 낮췄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장영신 회장의 사위’라고 부르지 않는다. 2월말에는 전경련의 최고경영자상을 받는등 전문경영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사장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다국적 기업들. “전세계에서 성공한 노하우를 갖춘 다국적기업들은 상대하기 만만찮습니다.하지만애경산업은 한국의 주부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자신감은 마케팅능력에 있다. 안사장 자신이 펜실바니아주립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미국 폰즈사에서 2년간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다. 애경산업에서도 87년 마케팅 과장으로 첫발을 내디녔다. “잘 나간다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나는 소비자를 안다’는 자기과신이죠. 제품 개발과정부터 이름 정하기까지 철저하게 소비자들에게 묻는 것, 마케팅의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만이 확실한 경쟁력을 갖습니다.”

애경산업에서 일하던 마케팅 전문가들을 여러 회사에서 ‘모셔 가는’ 바람에 아쉬울 때도 있다고.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아요. 직원들의 몸값을 높여주는 기업, 괜찮은 회사 아닙니까?”

안사장의 인재교육 열의는 회사 내외에서 유명하다. “설사 업무에 지장을 주더라도 직원교육은 해야한다”는 것이 안사장의 지론. 중역들은 언제나 한 개 이상의 교육과정에 참가하고 있어야 하며 매년 10여명씩 3개월간의 해외연수를 보낸다. 지난해부터 고려대 산업개발연구소와 제휴해 사내MBA과정을 개설해 놓고 직원들의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간부들이 ‘공부하기 힘들어 회사 못다니겠다’며 투덜거린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 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습니다. 기업이 힘은 바로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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