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허원기/무엇이 스승의 날을 망쳤는가

  • 입력 2001년 5월 13일 18시 57분


스승의 날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스승의 은혜를 되돌아 보자는 날이다. 사회가 선생님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어 감으로서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교육력을 강화해 학습목표 달성의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교단의 40만 교육자들에게 스승의 날 이 기다려지느냐고 묻는다면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정부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고 교원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년을 단축시켰으며 촌지와 체벌을 빌미로 선생님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등 졸속 교육개혁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원만한 인간관계의 조성과 정책의 성패는 신뢰감을 형성하는 일과 관련이 깊다. 원로교사 1명을 퇴출시키면 2.59명의 신규임용이 이뤄진다는 약속은 이행됐어야 한다. 공무원 연금은 기득권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담화도 지켜졌어야 했다. 이런 약속이 지켜져야 교원들은 교재연구를 열심히 하고 스스로 교수의 질 향상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교원 수는 턱없이 부족해 학급당 학생수는 늘어나게 됐다. 연금기금이 고갈돼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연금법을 개정하더니 웬 교원 성과 상여금제도를 도입한다고 해 다시 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가.

시장 논리를 내세워 선생님들에게 성과금을 차등 지급하고 이중 30%가 제외된다면 그 분들이 과연 학생 앞에 다시 설 수 있겠는가. 90%의 교사와 83%의 국민이 반대하는 교원 성과금을 즉시 수당화해 공평하게 지급하면 되지 않겠는가.

스승의 날이 두렵다. 어느 해는 스승의 날에 교장이 교문을 지키면서 학부모의 출입을 통제한 학교도 있고 교문에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가정통신문을 보낸 학교도 있었다. 또 교장단의 결의로 스승의 날에는 휴교하고 있으며 해마다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 달라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고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교단의 정서는 많이 일그러져 있다. 아마도 교육의 본질을 아는 분들의 의견을 집약해 올바른 교육정책과 교원 사기진작 방안을 수립해서 치유 노력을 시작해도 원상 회복에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다. 국민의 정부라는 현 정부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바로잡는 용단을 내려야 국민과 교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치유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인데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것보다 솔직이 인정하고 학교를 바로 세우는 일에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훌륭한 정부다. 아울러 정부가 앞장서서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교육을 중히 여기려는 사고를 갖춰야 한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교단의 정서가 하루속히 새롭게 다듬어져 사제간에 존경과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허원기(전국시도교련회장협의회장·인천교대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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