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복지부장관 효행상 받은 이상국씨

  • 입력 2001년 5월 8일 22시 15분


“아버지의 한(恨)을 풀어주는 것은 당연한 자식의 도리지요. 나라에서 ‘효자’라며 칭찬까지 해주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8일 오전 경남 거제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효행상을 수상한 대우조선공업 이상국(李相國·41)과장은 지난 10년여의 힘들었던 날들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시절 항일운동을 하다 모진 고문과 옥살이를 거치고도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던 아버지 이광우(李光雨·76)씨의 평생 한을 지난해 풀어준데 이어 올해는 자신의 효성도 ‘공인’ 받았기 때문. 상국씨는 89년 아버지의 항일행적을 정리해 정부에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을 했으나 증거자료 불충분으로 심사가 보류됐다. 이후 국회도서관과 정부기록보존소, 각급 연구소 등 수십곳을 이잡듯이 뒤졌다.

그러다 아버지가 1942년 5월 보통학교 동기생 5명과 함께 일본군 군수품 제조공장인 조선방직을 파괴할 목적으로 ‘친우회’를 조직하고 조선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전단을 살포하다 일본경찰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한 책자에서 찾아냈다.

당시 경남경찰국 외사계 H주임(89) 등 경찰로 부터 고문을 당한 후 2년5개월간 옥살이를 하다 광복을 맞아 석방됐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나 이같은 내용이 담긴 책자가 공식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인정은 계속 미뤄졌다.

상국씨는 99년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과정에서 H씨의 존재를 알았고 그해 12월 직접 하씨를 만나 “‘친우회’ 사건으로 아버지를 붙잡아 부하들이 고문했다”는 결정적인 증언을 들었다.

이같은 자료들을 제출, 지난해 건국훈장 애족장을 아버지 가슴에 달아드렸다.

그는 “자료를 수집하고 증언을 듣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신념으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거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