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는 움직이지 못하는말기 암 환자다. 4일 갑자기 건강이 악화됐다. 그런데 5일 아침 종전의 처방전을 갖고 병원에 갔더니 약을 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휴일이라 특진을 받아야 하며 당직 의사가 없어 응급실에서 특별 진료비를 내라고 했다. 환자를 보지도 않고 처방전을 컴퓨터에서 한 장 더 뽑는데 5만원이 들었다. 날짜만 바꾼 처방전을 들고 1000원짜리 알약 6정을 구하기 위해 온 동네 약국을 다 뒤졌다.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인지 화가 치밀었다. 4일 갑자기 아프실 때 종전의 처방전으로 약을 복용했다면 밤새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별의별 사정 끝에 처방전을 구하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정 혜 정(your2000@dream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