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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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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우표는 그 44년 뒤인 1884년 11월18일 선뵈었다. 개화파 홍영식 선생의 주창으로 탄생한 이 우표는 액면가를 당시 화폐단위 문(文)으로 표시해 문위(文位)우표라 했다. 5, 10, 25, 50, 100문짜리 우표를 일본 대장성에 의뢰해 인쇄했는데 먼저 도착한 5문, 10문짜리를 쓰던 중 갑신정변이 일어나 우표제 도입 19일만에 우정업무가 중단됐다. 뒤늦게 도착한 25∼100문짜리 우표는 그대로 사장됐다. 첫 우표는 태극무늬를 바탕으로 주문했으나 일본이 멋대로 도안을 바꿔 인쇄했다고도 전해진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편지를 부칠 때 우표 뒷면에 쓱쓱 침을 발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신사든 숙녀든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느 작가는 사랑하는 이의 편지를 받은 뒤 글 한번 읽어보고, 님의 체취가 담겼을 우표를 한번 쓰다듬고 하기를 하루에도 몇 차례나 했노라고 고백한 적도 있다. 반면 암울한 독재정권 시절 어느 인사는 우표 가운데 떡 하니 자리잡고 앉아 노려보는 독재자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싫어 편지 쓰는 것조차 꺼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정서를 생각했음인가, 조폐공사는 이 달부터 ‘주문형 우표’를 제작 판매한다고 밝혔다. 액면우표 오른쪽 여백에다 개인이나 기업의 사진, 로고, 광고 등을 인쇄해준다는 것이다. 가령 청첩장에 신랑 신부의 사진이 담긴 우표를 붙이는 것도 가능하고 신제품을 출시한 회사의 광고우표도 볼 수 있게 됐다. 기념우표의 대종이 정부 홍보용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참 큰 변화다. 편지를 받아 즐겁고 우표에 좋은 사람의 모습이 있어 더욱 즐거운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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