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회사채시장이 안 풀리는 이유

  • 입력 2000년 8월 3일 11시 25분


비과세상품 허용에 따라 투산사로 돈이 몰리면서 채권금리가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로 돈이 몰리면 회사채마비현상이 풀릴 것이란 기대는 물건너 간 느낌이다.

투신사들이 회사채를 사지는 않고 통안증권 국고채 등 우량채권만 사고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이 2일 1조5,500억원의 프라이머리(발행시장)CBO를 발행해 중견기업들이 이만큼의 회사채발행에 성공한 셈이지만 이것으로는 30조원에 육박하는 연말까지의 회사채만기도래액을 차환발행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투신사들이 비과세상품에 들어온 자금으로 중견기업의 회사채를 사줘야 하는데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게 시장의 중론이다.

▲투신사, 비과세상품 자금으로 초우량채권만 매입

그 이유는 투신사 비과세상품으로의 자금유입액 거의 대부분이 공사채형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공사채형으로 유입된 자금으로는 통안증권 국고채 등 무위험 초우량채권만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리스크가 큰 B급 회사채를 편입할 경우 투신사들이 또다시 고객의 불신을 사게 돼 가입자가 뚝 끊길 거라는 얘기다. 따라서 공사채형 비과세상품으로 유입되는 돈은 국공채등 초우량채권만 살수 밖에 없다는게 투신사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초우량채권으로 자금 몰려 금리 연최저수준 하락

투신사들이 초우량채권만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1,2년만기 통안증권금리는 2일 연중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도 3일 오전 7.81%까지 하락해 연중최저치(7.77%) 경신을 눈앞에 뒀다.

초우량채권금리는 급락하고 있지만 회사채시장은 여전히 마비가 풀리지 않아 중견기업은 회사채 신규발행은 꿈도 못꾸고 차환발행도 못하는 처지다.

▲대우로 시작된 회사채시장마비 현대로 더 심각

회사채시장 마비현상은 작년 7월 대우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문제까지 터지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든, 투신사로 몰리든 회사채마비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바꿔말해 은행이든 투신이든 여유자금이 있으며 리스크가 있는 기업에 돈을 대주는 것보다 리스크가 없는 우량채권에 투자해 머니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것.

▲망할 기업 망하게 해야 회사채마비 풀려

그렇다면 1년 넘게 회사채시장 마비현상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망해야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워크아웃'이란 우산 등으로 연명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돈을 못벌어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더 대는 것은 넌센스라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퇴출시킬 기업과 살릴 기업을 명확히 가리고 회생불능 기업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부실화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과감한 기업구조조정 후 공적자금 추가조성' 정공법 펴야

그렇다고 기업구조조정을 미루면 회사채마비현상은 풀리기 어렵고 멀쩡한 기업까지도 자금난으로 쓰러질 수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주장. 구조조정을 미룰 수록 나중에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비용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통해 부실기업을 연명하는게 급급하게 아니라 부실기업을 도려내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이로인한 금융기관의 부실은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해 해결하는 정공법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게 시장의 지적이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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