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24〉
『위대하시고 영광된 신 알라 이외에 주권 없고 권력 없도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신부를 보자 갑자기 혼란스러워진 마루프는 스스로 자신의 손을 때리며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는 더없이 구슬픈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인 채 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비록 희대의 사기꾼이라 할지언정 저렇게 순진하고 아름다운 처녀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여 불행에 빠뜨리려 하다니! 오, 인자하신 알라시여, 저의 사악함으로부터 저 가엾은 여인을 지켜주소서!』
그러자 신부가 말했다.
『여보세요 낭군님, 부디 당신에게 알라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니 무언가 근심이 있으신 것 같군요. 낭군님의 깊으신 뜻을 헤아리기에는 제 비록 아둔하오나 낭군님을 괴롭히는 근심이 무엇인지 저에게 말씀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공주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상냥하였던지 화원 사이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 소리만 같았다. 그리고 너무나 오랜 세월을 두고 악처 파티마로부터 비열하기 짝이 없는 욕설과 악담만을 들으며 살아왔던 마루프의 귀에는 공주의 그 목소리가 흡사 천사의 목소리만 같았다.
『오, 아무래도 저는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인에겐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군요. 저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랍니다』
마루프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공주는 쪼르르 마루프에게로 달려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손에 입맞추며 말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세요? 당신은 저를 놀리시려고 하는군요. 제발 저를 놀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신에 비하면 저는 평범한 여자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속삭이면서 공주는 마루프의 무릎에 그 귀여운 뺨을 얹었다. 그때 그녀에게서는 처녀의 몸에서나 나는 청순한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정말이지 당신 아버님께서는 나를 궁지에 빠뜨리셨습니다. 아직 익지도 않은 푸른 열매를 불에 태우는 짓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내 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공주는 반짝 고개를 들어 마루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머! 아버님께서 당신께 대체 무슨 짓을 하셨단 말인가요?』
공주가 이렇게 묻자 마루프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이 방에서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루프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신부의 몸에서 풍기는 그 그윽한 향기였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에 두 손을 올린 채 뺨을 대고 있는 그 귀엽고 사랑스런 신부를 밀쳐내고 이 방을 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그건 말이오… 그건, 내 짐이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 두 사람을 결혼시켰다는 것이오. 정말이지 나는 하다못해 백 개의 구슬을 한 알씩이나마 당신의 시녀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었소. 그렇게 하면 모두들 기뻐할 테고, 두고두고 자랑스레 말하겠지요. 나리께서 공주님과 신방을 치르시던 날 밤에 주신 거라고 말입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