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악처에 쫓기는 남편〈5〉
재판소로 가면서 마루프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전능하신 알라시여, 제발 그 못된 계집을 혼내 주소서!』
마루프가 법관 앞에 나가보니 원고인 파티마는 한쪽 팔을 붕대로 감고 베일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계집은 남편에게 학대받은 여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구슬피 울면서 연방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대가 마루프라는 사람인가?』
법관은 마루프를 굽어보며 물었다. 마루프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대는 최고 지상하신 알라가 두렵지도 않은가? 무엇 때문에 이 선량한 아내를 구타하여 팔을 부러뜨리고, 이빨까지 부러뜨려놓았는가?』
이 말을 들은 마루프는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적반하장도 이쯤되면 좀 지나치다 아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루프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사실 마루프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이웃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내가 정말 팔이 부러지고 이가 부러졌는지 붕대를 풀고 베일을 벗어보도록 법관에게 요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아내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무고죄로 되레 처벌 받을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루프는 말했다.
『마누라 하나와 화해하지 못하여 법정에까지 서게 되었으니 마음대로 저를 처벌하여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법관은 마루프가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고 판단하고 곤장 백 대를 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형은 원고가 지켜보는 앞에서 즉시 집행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형리는 마루프를 엎어놓고 곤장을 치기 시작했고 그 못된 아내는 그걸 보자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재판소에서 나올 때 마루프는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가게로 돌아와 앉았다. 가게에 앉아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무 죄도 없는 나를 이 지경이 되도록 하였으니 아내도 틀림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 거야.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나한테 못된 짓을 하지 못할 거야』
마루프는 진심으로 아내와 화해하고 남들처럼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한 사내가 가게 안으로 달려들어오며 소리쳤다.
『여보시오, 마루프, 어서 달아나시오. 지금 법원 관리들이 사방으로 당신을 찾아다니는 중이라오』
마루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요? 나는 방금 법원에서 돌아오는 중인데, 곤장 백 대를 맞고 막 돌아오는 중인데 왜 또 나를 찾겠소?』
『당신의 마누라가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단 말요. 당신 마누라는 당신이 곤장 백 대를 맞은 것만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았는가 보오』
이 말을 들은 마루프는 치를 떨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겁도 났다. 고등법원에 가면 그 영악한 여자가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할지 모를 일인데 그렇게 되면 마루프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다급하게 가게 문을 닫고 개선문쪽으로 달아났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