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00)

  • 입력 1997년 6월 2일 07시 4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53〉 그러나 남녀가 사랑을 할 때 행하는 어떤 몸짓도 무례한 것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고 있을 때 그녀는 격정적으로 내 목을 감아왔고, 내가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질 때 그녀는 애틋한 몸짓으로 내 품 속에 파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나는 곧 스스럼이 없어져 그 아무도 올라탄 적이 없는 암말과도 같은 처녀 위에 올라타게 되었던 것입니다. 길고도 고독한 방랑 끝에 귀엽고 사랑스런 처녀를 아내로 맞이한 터라 그날밤은 나에게 더없이 감미로웠습니다. 창문을 통해 밀려드는 달빛마저도 전에 없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답니다. 이튿날 왕은 우리 두 사람을 위하여 굉장한 저택 한 채와 노예들과 군사들을 내려주셨으며 봉록과 급료까지 정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 근심없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환락을 다하며 나날을 보냈습니다. 여태까지의 고생도 그 험난했던 모험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말입니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사실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하였고, 아내 또한 나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애틋한 정을 기울여주었습니다. 이런 사랑스런 반려자를 얻게 된 것을 나는 몹시 흐뭇해하며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나는 이 여자 외에 어떤 여자도 얻지 않으리라. 죽는 날까지 오직 이 여자와 살으리라』 그러나 숙명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장차 나에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는 전혀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꿈결과도 같은 나날이 흘렀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지 때때로 나 자신에게, 이것이 현실일까, 이건 혹시 꿈이 아닐까 하고 자문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나는 때때로 근거없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옛날 미르쟌 왕국에서 그러했듯이 예기치 않았던 어떤 일로 이 행복을 빼앗기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말입니다. 그럴 때면 나는 혼자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어. 이 나라는 비록 언니가 죽는다 하더라도 처제가 언니 대신 형부와 살아야 하는 그런 고약한 풍속은 없어. 비록 그런 나쁜 풍속이 있다고 해도 염려할 건 없지. 아내는 무남독녀이니까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이웃 사람 하나가 아내를 여의게 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마침 이 사나이는 나와 꽤나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나는 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를 여읜 사내는 형편없이 여위고, 근심과 걱정으로 몸과 마음이 아울러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나는 여러가지로 위로의 말을 했습니다. 『누구나가 한번은 가야하는 길인데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부인께서는 지금쯤 알라의 자비를 입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알라께서는 이제 곧 당신에게 더 훌륭한 부인을 내려주실 것이며, 당신의 명성은 더욱 떨치며, 오래 오래 장수할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사내는 절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다른 아내를 얻을 수 있단 말이오? 내 목숨은 앞으로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내심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