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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주도권을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과의 대북정책 협의 채널을 분리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으면서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한 통일부의 선제적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는 미국과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 담긴 북핵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조율하되 남북 교류에 대해선 통일부가 미국과의 협상 채널을 구축한다는 것. 통일부가 별도 채널로 대북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미국에 제안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북핵 협의-남북 교류로 대미 외교채널 분리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16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 및 국무부 관료들과 첫 한미 대북정책 고위 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향후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날 출범한 협의체 명칭은 남북 공조를 중시하는 ‘자주파’와 통일부 반발을 의식한 듯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로 정해졌다. 한미 대북정책 정례협의를 ‘제2의 한미워킹그룹’이라고 비판하며 불참을 선언한 통일부는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별도 행사를 열었다. 통일부는 남북 대화 및 교류협력 분야를 미국과 직접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대화나 교류 협력이 있을 때는 통일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다른 노선이라기보다는 사안별로 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와) 공통 목표를 향한 접근법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하나의 입장으로 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부처 간 불협화음이 계속 불거지자 안보실과 외교부는 진화에 나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미국 출국길에 ‘원 보이스’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박일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와 통일부는 정부의 원팀으로, 양 부처 간의 엇박자 우려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페이스메이커 두 명이 이리저리 뛰는 격”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된 미국과의 협의 채널을 외교부와 통일부로 분리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 교류를 재개하기 위해선 더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대리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꺼낸 한미 연합훈련 조정과 대북제재 완화 카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교부 중심의 한미 협의체가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하면 남북 교류 재개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 정 장관은 지난달 25일 한 세미나에서 김대중 정부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금강산 관광 첫 출항 일정을 강행한 사례를 강조하며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는 관료적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이 대미 채널 분산에 호응할지 여부다. 김 대사대리는 16일 외교부와의 팩트시트 후속 협의 직후 “통일부와 별도의 회의를 가질 예정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없이 떠났다. 미국은 ‘긴밀하게 연계된 북한과의 교류와 핵 협상, 제재 논의를 어떻게 분리해서 협의하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힘을 모아 정교한 대북 정책을 만들어 미국을 끌어가는 게 페이스메이커(pacemaker)인데, (협의채널이 분리되면) 페이스메이커 두 명이 이리저리 뛰는 셈”이라며 “주요 부처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교류 재개를 위한 정부의 카드에 북한이 응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외교원이 이날 발간한 ‘2026 국제정세전망’에서 전봉근 명예교수와 이상숙 교수는 “북한은 국내 정치에 집중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지속하고 북-러 관계를 강화하면서 남북 대화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 완화가 제시된다면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변제 능력이 충분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도 수백억 원의 채무를 감면해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국가자산인 국유지의 약 11%가 무단점유 중인데도 변상금 부과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한 실태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정기감사’에서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자 3만2703명의 변제 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944명은 변제 가능률이 10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총 840억 원을 감면받았다. 월소득이 8084만 원인 차주가 채무 3억3000만 원 가운데 약 2억 원을 감면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캠코는 채무조정 시 차주의 월소득 등을 통해 산정한 변제 가능률과 연령, 상환기간을 고려해 감면율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변제 가능률이 70%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차등없이 모두 60%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실제 변제 능력이 충분한 차주까지도 최소 60%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캠코가 관리하는 국유지 73만 개 필지 중 7만9000개 필지(10.7%)가 무단점유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캠코는 매년 국유재산 실태를 조사해 국유지가 무단점유된 사실이 확인되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캠코는 무단점유 상태인 필지 가운데 5만8000개 필지에 변상금을 부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무단점유자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기 위한 탐문조사 등 추가 후속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단점유자를 파악했으나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금액도 2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무단점유자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무단점유자를 찾더라도 조사에 비협조할 경우 변상금 부과에 필요한 정부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캠코에 새출발기금 운영 시 차주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감면율 산정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통보했다. 또 변상금 부과 등 적정 조치 방안과 무단점유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유재산 실태조사 방식을 개선하도록 주의요구 조치를 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변제 능력이 충분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도 수백억 원의 채무를 감면해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국가자산인 국유지의 약 11%가 무단점유 중인데도 변상금 부과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한 실태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정기감사’에서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자 3만2703명의 변제 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944명은 변제 가능률이 10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총 840억 원을 감면받았다. 월 소득이 8084만 원인 차주가 채무 3억3000만 원 가운데 약 2억 원을 감면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캠코는 채무조정시 차주의 월소득 등을 통해 산정한 변제 가능률과 연령, 상환기간을 고려해 감면율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변제 가능률이 70%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차등없이 모두 60%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실제 변제 능력이 충분한 차주까지도 최소 60%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캠코가 관리하는 국유지 73만 개 필지 중 7만9000개 필지(10.7%)가 무단점유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캠코는 매년 국유재산 실태를 조사해 국유지가 무단점유된 사실이 확인되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그러나 캠코는 무단점유 상태인 필지 가운데 5만8000개 필지에 변상금을 부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무단점유자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기 위한 탐문조사 등 추가 후속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단점유자를 파악했으나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금액도 2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무단점유자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무단점유자를 찾더라도 조사에 비협조할 경우 변상금 부과에 필요한 정부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캠코에 새출발기금 운영시 차주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감면율 산정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통보했다. 또 변상금 부과 등 적정 조치 방안과 무단점유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유재산 실태조사 방식을 개선하도록 주의요구 조치를 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한미가 서울에서 핵·방사능 테러가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한 공동훈련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15일 실시했다. 외교부는 이날 “한미 양국은 15, 16일 양일간 서울에서 제4차 한미 핵·방사능 테러 대응 공동훈련 ‘윈터 타이거(Winter Tiger IV)’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미는 방사능 테러가 서울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한 이번 훈련에서 시나리오에 따라 단계별 대응 역량 및 관계기관별 역할을 점검하고 한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는 양국 핵·방사능 테러 대응 관계기관에서 약 120명이 참석했다.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방부(전쟁부) 및 에너지부가 공동 주최해온 ‘윈터 타이거’ 훈련은 양국 도심에서 핵·방사능 테러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처음 진행됐다. 이후 2019년 2차 훈련이, 2022년 3차 훈련이 실시됐다. 네 차례 훈련 모두 서울에서 진행됐고 훈련 시나리오는 매번 다르다고 한다. 올해 훈련에 한국 측에선 외교부와 대테러센터, 경찰청, 소방청,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 등이, 미국 측에선 전쟁부와 에너지부, 국무부, 연방수사국(FBI), 주한미군, 주한미국대사관 등이 참여했다. 외교부는 ‘윈터 타이거’ 훈련에 대해 “한미 양국의 신뢰에 기초한 원자력협력과 동맹 강화에 기여해왔다”며 “핵안보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견고한 상징”이라고 밝혔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은 12일 이재명 정부의 임기(2030년)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침에 대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조건을 희석하거나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달성하려고 하고, 우리는 조건 충족을 마쳐야 하는 목표 시점을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건과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과거에 설정한 조건들이 현재도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 조건들은 우리의 준비태세와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목표로 협의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내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정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3단계 검증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내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종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진행해 2030년까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제이비어 사령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주한미군은 최저 2만8500명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명문화된 상황”이라며 “2만8500명을 최저치로 두고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2일 이재명 정부의 임기(2030년)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방침에 대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조건을 희석하거나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달성하려고 하고, 우리는 조건 충족을 마쳐야 하는 목표 시점을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브런슨 사령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건과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과거에 설정한 조건들이 현재도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 조건들은 우리의 준비태세와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목표로 협의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이 선행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내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정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3단계 검증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내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종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진행해 2030년까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제이비어 사령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주한미군은 최저 2만8500명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명문화된 상황”이라며 “2만8500명을 최저치로 두고 전투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사진)가 14일 발표된 관세·안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와 관련해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지역 비전까지도 담은 문서”라며 “우리 연합군은 역내에 모든 위협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28일 말했다. 김 대사대리는 이날 한미동맹포럼에서 팩트시트에 대해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무역, 경제, 국방, 외교와 한미 공동의 미래 비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맹 현대화, 전시작전권 전환, 핵추진 잠수함 추진 등 한미 안보협력에 대해 “공동의 도전과제를 한반도뿐 아니라 인태 지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반도와 인태 지역에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대리는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은 더욱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을 거론했다. 이어 “우리 양국 연합군은 역내 모든 위협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사대리는 최근 한국의 핵잠 도입이 중국 견제에 활용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반도 문제 해법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라며 “모든 옵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옵션도 예외로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대사대리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묻자 “가능성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해협과 인태 지역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이어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일괄 증원 결정은 윤 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단계적 증원 보고를 세 차례 거부하며 “더 증원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임기 내 2000명 일괄 증원을 고수하면서 복지부는 의대 증원의 근거가 된 ‘의사 부족 추계치’도 뒤늦게 짜맞춘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은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에게 2025∼2030년 연 500명씩 늘리는 안을 1차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반려했다. 복지부는 같은 해 10월 2025∼2027년 매년 1000명씩 늘리고 2028년 2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다시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증원하라”며 재차 돌려보냈다. 이후 복지부는 인구 변화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민간 보고서 3건의 연구를 종합해 2035년까지 부족한 의사 수를 약 1만 명으로 추산해 대통령비서실에 공유했고, 이관섭 당시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를 5년으로 나눠 매년 2000명씩 증원하는 방안을 처음 제시했다. 그럼에도 의정 갈등을 우려한 복지부가 2023년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함께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어차피 반발은 있을 것”이라며 일괄 증원안을 고집했다. 결국 복지부는 2024년 2월 2000명 일괄 증원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을 맡았던 김창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집했던 2000명이라는 숫자가 논리적 근거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숫자였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안상훈 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의대 증원 계획) 초안을 본 후 보건복지부 2차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1000명 정도로 보고하면 혼날 수도 있으니 다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2월 연 2000명 증원(5년간 1만 명)을 발표하고 밀어붙인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가 생생하게 담겼다. 조 전 장관 등이 점진적 증원안을 거듭 보고하는데도 윤 전 대통령이 ‘대규모 일괄 증원’을 고집했다는 증언이 보고서 곳곳에 적시됐다. 특히 유관 부처 관료와 대통령실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혼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증원안을 수차례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한 부족 의사 수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가 결정됐고, 대학별 배정 기준도 비일관적으로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증원안을 결정하는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취지다.● 尹 반대할 때마다 뻥튀기 된 의대 정원감사원은 윤석열 정부가 의대 증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를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지목했다. 2022년 7월 3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복지부가 의대 증원을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감사 결과 복지부가 증원안을 보고하면 윤 전 대통령이 증원 폭을 늘리라며 반려하는 양상이 반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장관이 2023년 6월 2일 윤 전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한 증원안은 6년간 연 500명씩 3000명을 늘리는 안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며 돌려보냈다. 10월 2차로 보고한 ‘3년간 1000명, 이후 2000명’ 증원안도 반려당했다. 결국 복지부는 민간 보고서 3건의 연구를 종합해 2035년까지 부족한 의사 수가 ‘1만6313명’이라는 수치를 산출했다. 12월 12일 조 전 장관에게 이를 공유받은 이관섭 당시 대통령정책실장은 “첫해부터 2000명씩 일괄 증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 2000명 일괄 증원’ 계획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12월 27일 윤 전 대통령에게 세 번째 대면 보고를 했다. 첫 2년간 900명을 늘린 뒤 2027년부터 증원 폭을 200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1안’으로, 연 2000명씩 일괄 증원하는 안을 ‘2안’으로 냈는데, 윤 전 대통령은 1안은 반대, 2안은 추가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럼에도 복지부 내에서 의정 갈등 우려가 나오자 조 전 장관은 연 2000명을 증원하되 지역 의대가 신설될 때까지만 증원 폭을 1700명으로 줄이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 전 실장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해 2월 6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발표했다.● 감사원 “논리적 정합성 없이 부족 의사 추계” 당시 복지부는 “과학적 추계에 의한 결정”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2035년 부족한 의사 수가 약 1만5000명으로 계산됐고, 1만 명 증원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수치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증원 규모 근거를 2023년 11월부터 마련하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1000명 이상’이라는 지침을 내리자 뒤늦게 근거를 마련하고 나선 것.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의 보고서를 참고해 2035년 부족 의사를 1만1527명으로 추계했다. 여기에 ‘현재 부족한 의사 수’는 4786명으로 계산했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이런 자료들을 비논리적으로 취합한 뒤 부족 의사를 ‘1만5000명’으로 적용해 증원안을 마련했다고 봤다. 복지부가 적용한 ‘현재 부족한 의사 수’(4786명)는 취약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전국적인 의사 수급 현황조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 중 1명이 정부 의뢰를 받아 추가로 연구한 결과 초저출산 등 최신 경향을 반영하면 2035년 부족 의사 수가 5800명대로 줄어든다는 추계가 나왔지만, 이 자료는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지적됐다.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렸지만 구체적 증원 규모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아 의료계 반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 의대 정원 공식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위원들에게 심의에 필요한 정보가 제공·설명되고, 충분한 검토·논의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2000명 증원을 결정한 2024년 2월 6일 보정심은 1시간 만에 종료된 바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사 정원 문제는 100% 과학적인 ‘정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지난 정부는 기본적인 과학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조차 지키지 못해 의정 갈등을 초래했다”면서 “앞으로의 논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공론화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대 증원안 결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전 실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전혀 사실관계를 토대로 나온 것이 아니고, (윤 전) 대통령이 사석에서라도 해당 역술인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실시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사진) 등 7명을 고발했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26일 서해 피살 사건과 북한 감시초소(GP) 불능화 부실검증 의혹 감사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TF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2년 10월과 2023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서해 감사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당시 문건에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군사 2급 비밀이 포함돼 있었다.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르면 군사기밀은 국방부 보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 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가 가능하다. TF는 “감사 지휘 라인이 보안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기밀을 두 차례 누설했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원은 “국방부와 협의했다”고 주장했으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고 TF는 설명했다. TF는 올해 대선 직전 GP 불능화 관련 감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도 “군사·공무상 기밀 유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 전 총장이 측근 A 국장에게 비공식 보도자료 작성을 지시했고, 해당 문건 내용이 특정 언론 보도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것이다. TF는 유 전 총장이 사무총장 재직 시 인사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인사·감찰권을 남용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 전 총장이 구체적 비위 사실을 특정하지 않은 채 특정 직원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대기발령을 강행했으며, 직무 성적 평가 등급도 임의로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유 전 총장은 서해 감사 보도자료와 관련해 “대부분이 국방부 등에서 국회 또는 언론에 발표한 내용”이라며 “국가안보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 없어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보안 심사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인사·감찰권 남용 의혹에 대해서도 “비위 혐의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있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직무 성적 평가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전 정부 시기 주요 감사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출범한 TF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에 이어 두 번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감사 등 남은 사안에 대한 점검 결과를 12월 초 종합 공개할 예정이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공직자들의 불법 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의 첫 전체회의에서 “TF의 조사 활동에는 절제가 필요하다”며 “TF 활동은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내란과 직접 연관된 범위에만 국한하겠다”고 밝혔다. TF 조사에 대한 공직사회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절제된 조사를 실시하라는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김 총리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TF 오리엔테이션에서 “원칙과 절제가 중요하다”며 “마무리 시점까지 철저하게 비공개로, 인권을 존중하는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를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조사원은 즉각 바로잡겠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49개 중앙행정기관의 TF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김 총리는 또 이날 친여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TF가 ‘공직자 기강 잡기’라는 주장에 대해 “실제로 압도적 다수가 무슨 상관이 있겠나”라며 “(비상계엄 관련) 적극적 행위를 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수가 극히 적을 것”이라고 했다.국무총리실은 전체 기관별 TF 구성 현황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49개 기관의 TF에 참여한 전체 인력은 661명으로 이 중 외부자문단은 총 125명이다. 특히 비상계엄 가담 의혹이 큰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내 TF에는 타 기관에 비해 많은 인력이 배치됐다. 대다수 기관장이 직접 TF 단장을 맡아 조사를 진행한다.총리실 등 모든 기관에 별도의 내부 제보센터 설치도 완료됐다. 각 기관은 제보센터에 전담 인력을 배치해 내부 게시판, 이메일, 전화 등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비상계엄 불법 행위 관련 제보를 받는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2·3 비상계엄에 연루된 공직자를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21일 본격 가동됐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총괄 TF’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외부자문단 4명과 총리실 소속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총괄 TF는 기관별 TF 활동을 관리하고 총리실 자체 조사, 제보센터 운영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외부 자문단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최종문 전 전북경찰청장, 김정민 변호사,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문단 임기는 내년 2월 13일까지다. 임 소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됐지만 ‘병역 기피’를 사유로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최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했고,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다. 윤 교수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총괄 TF가 운영하는 ‘내란행위 제보센터’는 접수한 제보의 신빙성을 검토해 기관별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보를 해당 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제보센터는 무분별한 투서를 막기 위해 다음 달 1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한편 실제 조사를 담당할 기관별 TF도 다음 주부터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방부는 안규백 장관이 단장을 맡고, 국방부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민간 자문위원을 포함해 50여 명 규모의 자체 TF를 구성했다. 행정안전부는 윤호중 장관, 외교부는 조현 장관, 통일부는 정동영 장관을 각각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한미일 협력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에도 부담이 될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을 지원하는 가운데 미국이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수그러들던 동북아시아 신(新)냉전 구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일 갈등에 거리를 두며 한중관계 개선과 한일 협력 강화라는 외교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일 갈등이 확전되면 ‘실용외교’를 내건 한국의 외교적 공간도 급격히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중일 갈등에 대해 “다른 나라 외교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대만 유사시 개입’ 입장이나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등은 한국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만큼 중립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중일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일 갈등 확산이 동북아 안보·통상 질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2년 센카쿠 열도 국유화 문제로 일본과 충돌한 중국은 2016년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했다. 이어 2018년에는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 금지 조치를 취한 호주와 무역전쟁에 나섰으며 이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확대로 이어졌다. 미국이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한 대응을 시사하면서 중일 갈등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중일 갈등에 거리를 두던 미국은 중국을 비판하며 일본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일 갈등이 미중 긴장 고조로 이어지면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압박이 가시화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승인을 계기로 연일 한국의 대중(對中) 견제 동참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한미·한중 관계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7일 “(한국) 핵잠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밝힌 대릴 커들 미 해군 참모총장의 발언에 “한국을 더 위험한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한미일 협력에 대한 중국의 견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일 간의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갈등이 격화됐을 때 당시 중국이 한국에 ‘대일(對日) 공동 전선을 펼치자’고 은근히 압박을 했다”며 “이번에도 한중이 공동으로 맞서자고 중국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일 갈등이 확전되면 이 대통령의 조기 방중과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관계 복원을 본격화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당초 대통령실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APEC을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방중을 제안한 이후 연내 방중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떤 면에서 가장 이익이 될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은 좀 더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사진)가 2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필요성에 대해 “서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곧바로 “시비 걸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발하면서 한국의 핵잠은 미중 간 신경전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김 대사대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의원연맹이 주최한 ‘제1회 한미외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한미)의 상호 번영은 안정적인 안보 환경에 기반을 둔다”며 “우리는 역내 도전 과제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서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며 “그렇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국방비를 증액하고 핵잠과 같은 새 역량을 도입하며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사대리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의 핵잠이 중국 견제에 활용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도 14일 방한 당시 “한국 핵잠이 중국 억제에 활용될 것이라는 건 자연스러운 관측”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김 대사대리의 발언에 대해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대사관은 “미국 측 관료의 발언은 (한미중) 지도자들의 합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미국 측이 중미·중한·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이간질하거나 시비를 걸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윤석열 정부에서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실시한 권익위원회 감사 전반에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는 감사원 자체 TF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는 2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 정부 시절 권익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을 표적 감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통상적인 감사 절차에 비춰 이례적이거나 지침과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유 전 사무총장은 2022년 7월 권익위 감사 착수의 계기가 된 제보를 관련 부서에 전달하고 감사 착수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통상 제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수집 절차(30일 이내)를 거치는데,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TF 조사 결과 감사위원회는 전 의원의 ‘근무시간 미준수’ 논란과 관련해 확인된 사실만 기술하는 것으로 의결했음에도, 사무처는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해당 일자에 대해 전 위원장이 소명하지 않은 것은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비난 성격의 문구를 임의로 추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감사의 주심위원이었던 조은석 당시 감사위원이 이 같은 문구를 삭제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사무처는 이를 무시한 채 주위원의 결재를 생략했다.이에 대해 유 전 사무총장은 TF 발표에 대해 “지라시(사설정보지) 수준의 허위 발표”라며 “법리와 팩트에 근거한 반박자료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감사원은 정상우 사무총장 취임 직후인 올해 9월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감사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운영 쇄신 TF’를 출범했다. TF는 당초 11일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조사가 길어지며 활동 기한을 다음 달 5일까지로 연장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18일 한자리에 모인 양국 주한 대사가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5’에는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 일본대사와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한국의 실용외교’를 주제로 진행된 1세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은 글로벌 (정세)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일본은 동맹과 같은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 지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만해협을 염두에 두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 지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미즈시마 대사는 “일본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법치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강력한 한미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다이 대사는 “아직도 냉전주의 사고방식을 갖고 국제질서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이에 동조하는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이 대사는 미중관계를 “대립 속에서도 협력이 공존하는 복잡한 관계”라고 했다. 다이 대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중한(한중) 관계 개선은 쉽게 온 것이 아니다. 양국이 좋은 모멘텀을 이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배상해야 했던 2억1650만 달러와 이자 및 소송 비용을 모두 내지 않아도 된다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결정이 나왔다. 13년간 이어졌던 론스타 측과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분쟁이 정부의 완승으로 일단락되면서 론스타가 청구한 6조 원대 손해배상액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고 정부 재정 부담은 ‘0원’이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7시경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18일 오후 3시 22분경 미국 워싱턴 소재 ICSID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CSID 중재판정부가 2022년 8월 31일 인정했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2억1650만 달러와 이자 비용이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 원에 이르는데 정부의 배상 책임이 전부 사라졌다. 론스타는 정부가 취소 절차에서 지금까지 지출한 소송비용 총 73억 원도 30일 내에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정부는 중재판정의 배상 판결에 대한 취소 신청 근거로 중재판정부의 월권, 판정 주요 이유 설명 부족 등도 제시했다. 브리핑에 배석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소송을) 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이건 어느 정부가 아니라 12·3 내란 이후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등이 부재한 상황에서 혼신을 다한 결과”라고 밝혔다. 론스타는 2012년 1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고의로 승인을 지연시켰다며 같은 해 11월 ICSID에 정부를 상대로 46억8000만 달러(약 6조80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8월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한국 정부에 배상금과 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법무부는 2023년 9월 ICSID에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했고, 26개월 만에 최종 승소 판정을 받았다. 법무부는 “론스타가 추가 배상을 요구하려면 새로운 ISDS 절차를 제기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실관계가 없는 한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서울시가 종묘 앞 세운4구역에 최고 141.9m 높이의 빌딩 허용 계획을 심의할 당시 종묘 정전에서 계획된 빌딩의 절반 이상이 보인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기준에 따라 정한 계획이고, 4구역이 종묘의 정면 방향이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건물이 ‘빌딩벽’ 만들어” vs “종묘 정면에선 안 보여”17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올해 7월 서울시 재정비촉진위원회 심의자료에는 세운4구역 개발에 따른 종묘 경관 시뮬레이션 내용이 담겼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시 계획대로 4구역을 개발할 경우 종묘 정전에서 바라보면 종묘와 가까운 종로변 오피스 2개 동(20층·98.7m)은 상부 절반가량이, 청계천변 오피스·오피스텔 3개 동(최고 38층·141.9m)은 절반 이상이 모두 보인다. 4구역 방면 을지트윈타워(20층)나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27층)이 수목선(나무 높이)과 거의 비슷해 잘 보이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4구역이 종묘 정전의 시야각 30도 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종묘 정전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볼 때 4구역이 왼쪽에 치우쳐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이번 개발안은 2014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권고 기준안보다 최고 높이가 2배로 높아졌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에서 종묘 경계에서 100m 내 건물은 최고 높이가 27도 각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앙각’ 규정을 확대 적용했다. 세운4구역이 종묘 경계로부터 최소 173m 떨어진 만큼 최고 높이도 비례해서 높인 것이다. 반면 유산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명시된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란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계획대로 개발될 때 종묘가 세계유산에서 취소될 가능성을 놓고도 양측이 첨예하게 부딪힌다. 서울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정전 등 건축물과 제례악이 유산 지정의 주요 근거이고, 현재도 수목선 위로 노출된 건물이 12개에 이르는 만큼 현 계획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유산청은 2006년 세운4구역에서 36층(최고 높이 122m) 개발을 추진하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산청 “영향평가 받아야” vs 서울시 “특정 사업 겨냥” 이날도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세운4구역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는 외교 공문을 전달받았다”며 “빠른 시일 내 조정 회의를 꾸릴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유산청이 뒤늦게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한 점을 문제 삼으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다가 특정 사업을 겨냥해 행동에 나섰다”며 “정밀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관 훼손이 없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위원인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360도 경관을 모두 보호하자는 주장은 도심 내 재개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유산청 문화재위원인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서울이 600년 수도라는 더 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현재 추진 중인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서 6·25전쟁 참전국 상징 공간으로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을 두고도 이날 갈등이 이어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모신 광화문에 ‘받들어 총’ 형상의 조형물을 세우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이라며 행정안전부에 법적·절차적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10일 종묘 앞 재개발 반대, 15일 한강버스 안전 점검 지시 등 서울시정을 연이어 비판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총리는 이날 총리실 비공개 회의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없다고 재차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전쟁 산물로 폄훼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외교부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한국 국민의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감금·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재외국민 보호 강화 필요성이 부각된 가운데, 본부 내 영사안전국을 정책 담당과 현장 대응 2개 국으로 분리하고 재외국민보호과를 최소 2개 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 인력 증원을 위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외교부의 재외국민 보호 조직은 재외동포영사실 산하 ‘2기획관 6과’ 체제에서 영사안전국 산하 ‘1국 4과’ 체제로 축소됐는데, 이는 2023년 6월 재외동포과 전체와 영사서비스과 일부가 분리돼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외국민보호과 인력은 기존 2개 과 28명에서 현재 1개 과 16명으로 줄었다.담당 인력이 축소된 반면 재외국민 보호 수요는 크게 늘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재외국민 사건·사고는 2014년 1만664건에서 2024년 2만3596건으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대피 수요뿐 아니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의 취업사기·감금 피해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이에 외교부는 재외동포청 출범 이전 수준으로 재외국민 보호 인력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사안전국을 정책 담당과 현장 대응을 전담하는 2개 국으로 분리하고, 재외국민보호과도 최소 2개 과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영사안전국 산하 영사안전정책과와 여권과는 정책 담당국으로, 재외국민보호과와 해외안전상황실은 현장 대응국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본부 인력 확대와 별도로 해외 공관에 파견되는 경찰주재관 등 치안 담당 인력 확충 방안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캄보디아 사태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본부와 동남아 지역 공관에 영사 인력 40여 명을 추가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국회가 17일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증·감액 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재외국민 보호 인력·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14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캄보디아 감금 피해가 2, 3명 수준에서 올해 330명까지 급증했는데, 현지 대사관에는 경찰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뿐”이라며 “신고 건수가 폭증한 상황에서 3명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외국민 보호 예산과 인력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정부도 그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과 관련해 “국민들이 이해할지 의문”이라며 행정안전부에 사업 검토를 지시했다. 서울시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 조성 계획을 밝힌 가운데, 김 총리가 종묘(宗廟) 인근 재개발, 한강버스에 이어 또다시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의 정원’ 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김 총리는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대표적 국가 상징 공간”이라며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을 모신 광화문에 ‘받들어 총’ 형상의 조형물을 세우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 총리는 현장 점검 과정에서도 “국가 상징 공간이 아니라 상징을 왜곡한 것 같다”며 “진짜 이상하다”고 지적했다.서울시는 올해 2월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참전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상징 공간 ‘감사의 정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17일부터 착공에 들어간 현장에는 22개 참전국을 상징하는 검은 화강암 기둥 22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여권에서는 해당 조형물이 ‘받들어 총’ 자세를 연상시킨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해 왔다.김 총리는 “이런 문제는 국가적 관점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다른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서울시의 합리적 접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은 김 총리가 행정안전부에 사업의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설이 제기되는 김 총리는 최근 2주 연속 오 시장의 시정에 연이어 공개적으로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김 총리는 10일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에 대해 “근시안적 단견(短見)”이라고 비판했고, 15일에는 한강버스 멈춤 사고와 관련해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특별점검을 지시했다.국민의힘은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총리가 총리 권한을 이용해 오 시장을 상대로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해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오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비판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김 총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안전 문제를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점검과 실질적 개선”이라고 반박했다.정치권에서는 김 총리의 연이은 ‘오세훈 때리기’가 내년 지방선거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 본인은 서울시장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1위인 오 시장을 꺾을 여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김 총리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총리 입장에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 또는 내년 8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