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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호 친구(First buddy)’로 불리며 미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해 온 일론 머스크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규정에 따르면 DOGE 수장은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정부에서 365일 중 최대 130일만 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OGE 수장으로서 머스크의 임기는 이달 30일 종료된다. 하지만 무리한 구조조정과 월권 행위 등으로 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한 것이 임기를 한 달 남겨 놓은 상황에서 미리 ‘사임 의사’를 밝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머스크 리스크’가 커지면서 테슬라 이사회가 그를 대신할 CEO 후보군까지 물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가 모자’ 두 겹 쓰고 사임 인사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정식으로 사임 인사를 전했다. 당시 그는 ‘DOGE’가 새겨진 검은 모자 위에 ‘미국만(GULF OF AMERICA)’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겹쳐 썼다. 또 “미국 국민들은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그리고 합리적 지출을 위해 투표했고 첫 100일 동안 엄청난 성과가 이뤄졌다”며 “이 정권이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도움에 우리 모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정말 많은 것을 희생했고,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눈을 뜨게 해 줬다”고 치켜세웠다. 머스크가 연방정부에 대해 기업식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조직 축소, 인력 감축, 프로젝트 종료 등 각종 비용 절감을 추진한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이 머스크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기간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2기 행정부의 ‘스타’로 떠올랐다. 민간 기업인 신분임에도 특별 공무원으로 채용됐고, 백악관에서 일하며 월권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경제 사령탑’ 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심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테슬라 순이익 71% 추락, 조직적 불매운동 발생 최근 테슬라의 경영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머스크는 백악관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71%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의 공무원 대량 해고 등 급격한 구조조정 추진, 나치식 인사 등 극우 논란이 맞물려 테슬라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반(反)머스크 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지며 불매 운동과 차량 테러, 판매점 공격이 잇따랐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산 테슬라가 부끄럽지만 팔 방법이 없다”며 테슬라의 T자 엠블럼을 차에서 떼 내거나, ‘난 일론이 미치기 전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와 머스크에 대해 반감이 확산되면서 유럽, 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 매출도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1조5000억 달러(약 2144조 원)까지 올랐던 테슬라 시가총액은 최근 약 9000억 달러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테슬라의 어려움이 커지자 지난달 22일 콘퍼런스콜에서 머스크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다음 달부터 테슬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후임자를 찾는 데 진지하게 나섰다”고 전했다. WSJ는 “약 한 달 전 이사회는 테슬라의 차기 CEO를 물색하기 위해 주요 헤드헌팅 회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최고위직에 변화가 생긴다면 테슬라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WSJ의 보도 뒤 테슬라는 로빈 덴홈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X에 올려 “이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머스크 역시 “WSJ가 의도적으로 허위 기사를 게재했다”고 주장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first buddy)’으로 떠올라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이끌어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할 뜻을 밝혔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정치적 행보와 나치식 인사 등 극우 논란에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테슬라 판매가 급감하고 이익과 주가가 폭락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다.폭스뉴스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30일(현지 시간) 머스크 CEO는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머스크 CEO는 ‘DOGE’가 새겨진 검은 모자 위에 ‘미국만(GULF OF AMERICA)’이 적힌 빨간 모자를 두 겹으로 겹쳐 쓰고 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뉴욕포스트는 “홍보용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미국만’ 모자는 모든 각료들 앞에 있었지만 이걸 실제로 쓴 건 머스크 뿐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모습을 좋아했다고 전했다.머스크 CEO는 “미국 국민들은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그리고 합리적 지출을 위해 투표했고 첫 100일 동안 엄청난 성과가 이뤄졌다”며 “이 정권이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도움에 우리 모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정말 많은 것을 희생했고,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을 정말 존경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치하했다. 또 연방정부 비용 절감을 목표로 머스크 CEO가 주도한 정부 개혁 작업을 고려한 듯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눈을 뜨게 해 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은 머스크 CEO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앞서 머스크CEO는 민간 기업인임에도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고용돼 백악관에서 일했다. 규정에 따르면 특별 공무원은 연방 정부에서 365일 중 최대 130일만 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머스크 CEO의 임기는 5월 30일까지지만 최근 테슬라의 경영악화 등이 심각해지자 이미 예전처럼 백악관에 자주 머무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나는 최대한 그를 데리고 있고 싶지만 그에겐 운영해야 할 대기업이 있다”며 머스크 CEO의 사임을 기정사실화 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제품 가격 옆에 관세를 별도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으로 지난달 29일 전해졌다. 이에 아마존은 방침을 바꿔 관세 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이번 사태는 미국 온라인 매체 펀치볼 뉴스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 매체는 “아마존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각 제품의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곧 보여줄 것”이라며 “아마존 사이트에서 제품 가격 바로 옆에 관세 비용을 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제품별로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 폭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가뜩이나 고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조치였다.백악관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물가가 올랐을 땐 왜 이런 (별도 가격 표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이날 CNN 방송은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에 베이조스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통화 사실을 인정하며 “베이조스는 정말 친절했고 훌륭했다. 그는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했다”고 말했다.실제로 아마존은 관세 표시 방침 철회도 발표했다. 아마존은 “관세 표시는 20달러 이하의 제품을 파는 (중국산 저가상품 전용) 하위 사이트에 대해서만 고려했던 아이디어”라며 “아마존 메인 사이트에는 전혀 고려되거나 승인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왜 액수가 공개되는 건 두려워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관세는 세금이며 대중은 정책이 최종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아마존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아마존은 제품 가격 옆에 관세를 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이 미국의 공급망 붕괴 및 물가 상승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29일(현지 시간)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과 트럼프 대통령 간에 ‘불꽃 갈등’이 벌어졌다. 145%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 아마존이 원래 제품 가격 옆에 관세로 인한 비용을 따로 보여주는 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분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조스 창업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따지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관세를 관세라 말 못하는 美 기업들이날 갈등은 펀치볼 뉴스라는 매체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이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각 제품의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곧 보여줄 것”이라며 “아마존 사이트에서 제품의 총 가격 바로 옆에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인들이 아마존에 접속해 쇼핑을 할 때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제품별 물가 상승을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심각한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조치였다.백악관은 즉각 발끈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올렸을 땐 왜 이런 (상승가격 표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이날 CNN은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에 베이조스 창업자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통화 사실을 인정하며 “베이조스는 정말 친절했고 훌륭했다. 그는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했다”고 말했다.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아마존은 “이는 20달러 이하의 제품을 파는 (중국산 저가상품 전용) 하위 사이트에 대해서만 고려했던 아이디어”라며 “아마존 메인 사이트에는 전혀 고려되거나 승인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이 같은 대통령의 압박과 기업 순응을 비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왜 액수가 공개되는 건 두려워 하냐”며 “관세는 세금이며 대중은 정책이 최종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제품별 관세 공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중국계 ‘테무’는 관세 별도 표기미국 기업인 아마존은 제품 가격과 관세를 구분해 보여줄 수 없게 됐지만 중국계 쇼핑몰로 미국 앱스토어의 최고 인기 앱 중 하나인 ‘테무(Temu)’는 이미 제품 가격과 별도로 관세를 표기하기 시작했다.뉴욕타임스(NYT)는 “테무에서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을 땐 총 가격만 뜨지만 결제 과정에서 수입 관세가 추가돼 최종 가격이 변한다”며 “275.03달러어치 제품을 담고 결제를 했더니 343.26달러의 관세가 추가돼 최종 가격이 628.49달러가 됐다”고 전했다.‘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극심한 관세 부담에 일부 판매자들은 차라리 시장에서 빠지는 편을 선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마존의 정기 할인행사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참여하지 않는 판매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이익 마진을 지키기 위해 덜 팔더라도 정가에 파는 편을 선택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세 표기를 둘러싼 이번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베이조스 창업자의 관계가 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베이조스 창업자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가 하면 4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멜라니아 여사의 다큐멘터리를 독점 제작하는 등 구애를 펼쳐왔다. 또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비판 사설과 만평 등을 싣지 않도록 하면서 이 과정에서 저명한 언론인들이 잇달아 사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로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 100일을 맞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경제 성과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협상 윤곽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일본 등의 선거 일정으로 인해 무역 협상이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히려 반대다. 이 나라들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완성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그래야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을 마쳤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서 일을 마무리하고 (그 성과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이 6·3 대선 전 관세 등 무역 협상과 관련된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미 양국이 상호관세 유예 기한인 7월 8일까지 관세 철폐를 위한 ‘줄라이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부의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미는 최근 협상 속도에 대해 온도 차를 보여왔다. 베선트 장관은 24일 한미 통상협의 뒤에도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면서 조속한 협의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 사실인지 명백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면 바로잡으라고 요구한다”며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겨냥해 “국익을 자신을 위한 정치적 꽃길을 까는 데 이용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는 베선트 장관 발언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줄라이 패키지’를 통해 90일 유예가 끝나는 7월경 일괄 타결하는 협의의 틀을 마련했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번 협의에서 (대선 전)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과 무역협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고 일본과도 상당한 논의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00일을 맞은 29일(현지 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한국, 일본, 인도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협상 합의 발표가 언제쯤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나라들이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한국과 일본같이 선거를 앞둔 나라와의 협상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 나라들은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한 뒤 선거 운동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6월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7월 패키지 협상’을 주장해 왔던 기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집권 100일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에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베선트 “韓, 6월 대선 전 협상 타결 원해” 베선트 장관은 한국, 일본 등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대선 후 무역 협상 타결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반대로 보고 있다. 이들 정부는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인 협상을 이뤘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무역 협상의 틀을 선거 전에 마련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8일 폭스비즈니스 또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 국가와 관세 인하가 포함된 대규모 무역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일본, 베트남, 유럽연합(EU) 등이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국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24일 회담 후 취재진에게 “한국 측과 성공적인 양자 회동을 했다”며 ‘A Game’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 측이 최선의 협상 실력을 발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관세 협상 같은 중대한 협상은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반발했었다. 정부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2 한미 협의 때 우리는 대통령 선거 일정도 있고, 국회에 설명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고 했고, 미국 측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관세 협상에 관한 질문을 받자 “시간이 지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중국 측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車 관세 완화 전망 AP통신 등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간 29일 오후 6시(한국 시간 30일 오전 7시) ‘자동차산업의 메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머콤카운티에서의 연설을 통해 자동차 관련 관세 완화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업계에 크게 △25%의 완성차 관세 외 추가 관세 철폐 △이미 납부한 이중 관세 환급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되는 25%의 외국산 자동차 부품 관세 일부 환급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부품 관세 환급은 첫 1년 차에는 자동차 가격의 3.75%를, 2년 차에는 2.5%만큼을 환급해 준 뒤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번 관세 후퇴가 업계의 집중적인 문제 제기에 따른 조치라고 평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부품 60%가 수입품이며, 수입 부품 비중이 적다는 테슬라마저도 전체 부품의 25∼40%가 수입품일 정도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다. 관세로 미 자동차 소비자가격이 평균 6000달러(약 858만 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자 불만 역시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 정책 완화 보도가 나오자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 등은 즉각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다소 걱정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약 82억2200만 달러(약 118조 원)였다. 더욱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1만7000곳의 약 44.7%는 연 매출이 3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이어서 관세 부담이 컸다.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 등 완성차 업계 또한 부품 관세가 완화되면 차량에 투입되는 수입 부품의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 100일을 맞는 2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경제 성과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협상 윤곽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일본 등의 선거로 일정으로 인해 무역 협상이 빨리 진행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히려 반대다. 이 나라들과의 대화에서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완성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 “그래야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을 마쳤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측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서 일을 마무리하고 (그 성과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려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이 6·3 대선 전 관세 등 무역 협상과 관련된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한미 양국이 상호관세 유예 기한인 7월 8일까지 관세 철폐를 위한 ‘줄라이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정부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미는 최근 협상 속도에 대해 온도 차이를 보여왔다. 베선트 장관은 24일 한미 통상협의 뒤에도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협의를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이 한국 등이 대선을 위해 무역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논란 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 사실인지 명백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면 바로 잡으라고 요구한다”며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겨냥해 “국익을 자신을 위한 정치적 꽃길을 까는데 이용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정부는 베선트 장관 발언에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줄라이 패키지’를 통해 90일 유예가 끝나는 7월 경 일괄 타결하는 협의의 틀을 마련했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번 협의에서 (대선 전)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당신의 장바구니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선 요즘 제품 값이 올랐다는 알림 메시지가 계속 뜬다. 아마존은 이용자들이 관심 품목으로 저장한 상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장바구니 알림을 보내주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시작된 뒤 ‘내렸다’는 알림은 사실상 사라졌다. 27일(현지 시간)에도 아마존 계정에선 다양한 품목의 가격 상승 알림 메시지가 떴다. 한 달 전 담아둔 주방 랩 가격은 14.97달러에서 17.67달러로 18%, 학용품인 물풀은 15.60달러에서 20.31달러로 30.2%, 체온계는 19.99달러에서 29.99달러로 50% 뛰었다. 모두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다.● 대중(對中) 관세로 일부 제품 377% 가격 급등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27일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를 쏟아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는 유예됐지만 미국 소비재 공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145% 관세 부과는 이미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다음 달 2일부터는 그간 면세 적용을 받은 800달러 미만 소액 소포에도 관세가 부과된다. 이에 미국 앱스토어 쇼핑 부문 1, 2위 업체로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중국계 쇼핑몰 테무와 쉬인이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금요일(26일)을 기점으로 쉬인의 제품 값이 일제히 올랐다”며 “뷰티 및 건강 부문 100대 제품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51%, 가정용품·주방용품·장난감은 3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한 주방 타월 제품은 377%나 가격이 폭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FT는 컨테이너 추적 서비스 업체를 인용해 “이달 중순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컨테이너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해운회사인 플렉스포트는 관세 발효 이후 3주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해상 컨테이너 예약이 60%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물건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항의 기항 취소는 전달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는 몇 주 내로 미국 매장의 물건 매대가 텅텅 비게 된다는 의미”라며 “트럭 운송, 물류, 소매업 부문에서 상당한 해고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미국이 중국 관세를 60%로 낮춘다고 해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6%대에 달해 관세 전쟁 이전(2.2%)보다 7배 이상 높은 상황”이라며 “이는 트럼프 1기 때의 10배 이상이며 미국 수입업체들이 5000억 달러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트럼프 “관세로 소득세 면제”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면 많은 사람의 소득세가 크게 줄어들거나, 심지어 완전히 면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 상승에 민감한 서민층을 의식한 듯 연간 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90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에게 감세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상 협상을 주도 중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게임 이론에선 이것을 ‘전략적 불확실성’이라 부른다”며 “이는 협상 상대에게 최종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만큼 이 레버리지(지렛대)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중국이 결국은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이 저가의 보조금 지원 상품을 미국에 판매하는 데 기반한 만큼, 수출이 막히면 중국 경제가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재집권 100일을 맞는다. 100일을 앞두고 그에 대한 실망스러운 국내외 평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간 전 세계는 관세, 외교, 이민, 타국 주권 개입 등 각종 주제로 연일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시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으로 주식, 채권, 달러 가치 등이 요동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의 혼란이 컸다.미국 내에서도 반(反)이민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지 등에 반발하는 반트럼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 머콤 카운티에서 재집권 100일 기념 집회를 갖는다. 그는 최근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대선 캠페인 때 말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자신이 선거 공약을 이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임은 “최근 100일은 미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시기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1분기 성장률 최근 3년간 최저치 전망뉴욕타임스(NYT)가 913명의 미국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해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묘사하는 단어로 “혼돈(chaotic·66%)”, “무섭다(scary·59%)”를 가장 많이 꼽았다. NYT는 그의 지지율 42%가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로는 매우 낮은 수치라며 “특히 경제, 이민 의제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지지율 조사 또한 비슷하다. 취임 직전인 올 1월 15일 52%였던 지지율이 23일 44%로 떨어졌다. 미국인들은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등으로 추락한 경제만큼은 확실하게 살려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관세 전쟁으로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경제가 나빠졌다”는 사람은 50%였다. ‘그의 재집권으로 경제가 개선됐다’는 답변(21%)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응답자의 55%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반대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무부가 30일 발표할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 0.4%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2.4%)보다 크게 낮고 2022년 2분기(0.3%)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한국-대만 등 우방국도 “미국 신뢰 약화” 한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같은 동맹에도 관세와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해외 원조 활동을 대폭 중단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자유세계 지도자’, ‘안정적인 강대국’이란 미국의 위상과 신뢰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올 4월 한국과 대만 유권자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우방국인 두 나라에서도 지난해 7월 대비 미국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약화됐다. 미국을 ‘매우 긍정적’ 또는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 비율은 한국에서 14.4%포인트, 대만에서 20.8%포인트 감소했다. ‘북한 혹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도와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닐 것 같다’는 대답도 한국과 대만에서 각각 10%포인트 내외로 늘었다.● ‘역대 최다’ 행정명령 139건 서명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의회 승인이 불필요한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97일 동안 쏟아낸 행정명령이 139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1기 때(33건)와 비교해도 4배가 넘는 것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치다. 분야별로는 경제가 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절반(19건)이 관세와 관련 있었다. DEI 폐지와 반유대주의 척결 등 보수주의 강조 관련 행정명령도 35건에 달했다. 이어 연방정부 구조조정(28건), 외교안보(18건), 이민(8건) 순이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 중인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율을 향후 2, 3주 안에 낮출 뜻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중국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 구체적인 인하 시점까지 거론했다. 그는 중국과의 직접 협상 또한 “매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듭된 관세 위협에도 중국이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미국 금융시장의 하락세와 산업계의 우려가 이어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베이징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관세 및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했다. 또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베선트, 中에 유화 제스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향후 2, 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며 “(관세 조정 대상국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빨리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추겠느냐란 질문을 받자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같은 날 워싱턴의 한 포럼에서 최근 양국의 관세 공방이 “무역 금수 조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빅딜(big deal)’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 협상할 뜻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23일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중국에 강경 발언만 계속했던 기존과 상당히 다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 ‘(미국을) 가장 많이 학대한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도 부과하기로 했다.이런 압박에도 중국이 꿈쩍 않는 가운데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진 것이다. 다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 인하가 중국에 대한 양보로 비치는 것을 염려한 듯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 美, 車-유통업계 “관세 유예” 호소 미국 자동차와 유통업계 경영자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로 중국이 아닌 우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한 것도 대중 관세 인하 검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토스드라이브아메리카 등 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6개 정책 단체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다음 달 3일부터 발효되는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관세로 인한 차질에 대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업체가 생산 중단,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백악관 또한 수입 중국산 자동차 부품에는 일부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CNBC가 23일 전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3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때 “급격한 관세 계획을 자제하지 않으면 2주 내에 미국 내 공급망이 얼어붙어 주요 상점의 진열대가 텅텅 빌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CBS 등이 보도했다. 한편 뉴욕,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주 등 미국 내 12개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기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숲은 다른 어떤 농사와도 다릅니다. 씨앗을 사지도, 비료를 주지도,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언제나 최고의 선물을 주지요.” 지난달 22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에서 남동쪽으로 80km 떨어진 브로몽의 파인 마운틴 숲을 찾았다. 퀘벡 지역은 세계 메이플 시럽의 72%,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90%를 생산하는 전 세계 메이플 시럽의 핵심 생산지다. 이곳에서 만난 메이플 시럽 생산자 데이비드 홀 씨(65)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쓰다듬으며 “숲에서 태어나고 숲에서 자란 우리에게 숲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액 흘러넘치는 봄의 단풍나무 숲홀 씨의 단풍나무 숲은 얼핏 보기엔 잎사귀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수액 채취를 위해 단풍나무마다 1, 2개씩 꽂아놓은 관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수액이 흘러나와 튜브를 통해 산 아래쪽 수액 탱크로 내려가고 있었다. 홀 씨는 “지금처럼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수액 흐름이 왕성한 3월이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며 “많게는 하루에 한 그루당 3갤런(11.4L)을 채취하는데, 이런 나무가 이 숲에 2만3000그루”라고 설명했다.메이플 생산자들은 봄이 오기 전 미리 나무에 드릴로 구멍 1, 2개를 뚫고 수액 채취 관을 연결한다. 20여 일 뒤 채취를 끝내고 관을 제거하면 1년 뒤 나무는 스스로 재생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운다. 나무에서 막 흘러나온 단풍나무 수액은 달콤한 생수 같은 맛이 난다. 이를 수액 탱크에 싣고 단풍나무 숲 근처 일종의 처리 시설인 ‘슈거섁(Sugar Shack·설탕 오두막)’으로 가져간다. 수액을 끓이자 마침내 갈색빛이 나는 메이플 시럽이 됐다. 홀 씨는 “1L의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데 평균 40L의 수액이 필요하다”며 “메이플 시럽의 브릭스와 농도는 생산 설비 내 컴퓨터 센서를 통해 균질하게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대 이어 청년 농가 만드는 ‘액체 황금’ 홀 씨의 집안은 1860년부터 6대째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아버지 이전에도 우리는 늘 이 숲에 있었다”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일하던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채취한 수액을 마차에 실어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왔다는 것뿐”이라며 웃었다. 홀 씨는 “오직 자연과 호흡하며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일터로서의 숲의 매력”이라며 “맥길대 졸업 후 스스로 이 숲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홀 씨의 아들 앤드루 씨(31)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처럼 맥길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뒤 숲으로 돌아와 메이플 시럽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실제 퀘벡 지역에는 귀농한 청년층 등 젊은 메이플 시럽 생산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그 수가 늘고 있다. 캐나다 정부 통계와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협회(QMSP)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생산 농가 수는 20% 가까이 늘어 현재 1만3500가구에 달한다. 이렇게 창출된 정규직 일자리도 1만2600개에 이른다. QMSP는 “메이플 시럽 산업은 퀘벡주 국내총생산(GDP)에 11억 캐나다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을 기여한다”며 “벌목에 비해 GDP는 9배, 고용은 16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홀 씨 역시 “메이플 시럽 생산을 통해 매년 40만 캐나다달러(약 4억117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숲푸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3대 산림국 중 하나인 캐나다는 숲에서 얻는 임산물이 이처럼 국가 경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임산물은 목재와 펄프부터 시작해 블루베리, 크랜베리 등 숲 열매와 단풍나무 수액 등 비(非)목재 임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산림 전문가들은 “버섯, 산나물, 감, 대추, 밤 등 먹는 임산물, 일명 ‘숲푸드’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인 데다 탄소 배출, 토양 오염 등도 줄여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역의 숲푸드를 잘 살리면 지역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숲을 지키고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일부 청년들은 캐나다 숲의 오랜 주인이었던 원주민 부족들과 함께 직접 숲으로 나가 버섯과 허브, 약초 등을 채취하고 이를 판매하는 지역 기반 사업체를 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야생 바구니(The Wild Basket)’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과 땅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인근 식당에 신선한 임산물을 공급해 주목받았다. 다만 최근 캐나다 숲 농가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한기후 속 산불 재해 위험성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홀 씨는 “모든 숲을 지금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메이플 시럽 산업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숲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새로운 단풍나무를 심어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퀘벡 지역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숲이 없으면 시럽도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플 시럽 패키지에 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10만 개의 스티커를 붙여 국내외 메이플 시럽 소비자들에게도 숲의 중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캐나다 퀘벡주(州) 일대의 메이플 시럽 생산 농가들은 시럽 생산에서 더 나아가 메이플 시럽을 지역의 요리 및 문화 유산과 결합시킨 체험형 사업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바로 퀘벡 지역의 독특한 전통 문화인 ‘슈거섁(설탕 오두막)’을 통해서다. 1850년대부터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오두막은 메이플 시럽 생산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봄, 온 가족이 눈 덮인 숲에서 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모여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하던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퀘벡주의 단풍나무 숲 일대에는 100여 개의 설탕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풍나무 수액 채취가 이뤄지는 3월에 집중적으로 운영된다. 이 시기에 설탕 오두막을 방문하면 갓 끓여낸 메이플 시럽을 눈 위에 붓고 나무 막대에 돌돌 말아 막대 사탕처럼 굳혀 먹는 ‘메이플 태피’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이용한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등 다양한 퀘벡 전통 요리도 제공된다. 설탕 오두막 옆 단풍나무 숲에서 방문객들은 직접 단풍나무 수액 채취 과정을 관찰하고 생산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부 설탕 오두막은 무쇠 솥에 단풍나무 수액을 붓고 장작을 피워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통 방식을 시연하는가 하면, 단풍나무 숲 산책이나 마차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다 보니 이 시기 슈거섁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퀘벡주는 2020년 메이플 시럽 생산 100주년을 기념한 데 이어 2021년 단풍나무 수액 채취 시즌을 문화유산법에 따라 퀘벡의 공식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또 메이플 시럽의 역사와 생산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다뤄 지역의 숲 자원이 산업을 넘어 교육과 공유 유산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기술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메이플 시럽 생산 자격증도 딸 수 있다. 퀘벡주는 지난해 단풍나무를 퀘벡 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10월 셋째 주 일요일을 ‘국립 단풍나무의 날’로 선포하는 법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날은 단풍나무와 단풍 시럽 생산, 단풍나무 제품과 관련된 모든 것을 기념한다. 퀘벡의 문화, 사회, 요리, 역사에서 단풍나무 숲이 가지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 여파로 미 보잉사가 중국 항공사에 인도할 예정이던 항공기 한 대가 미국으로 돌아왔고, 또 다른 한 대도 되돌아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 시간) 전했다. 또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도 급감하는 등 양국 관세 전쟁의 폐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비행 추적 웹사이트 데이터를 인용해 당초 중국 항공사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 737 맥스 항공기가 상하이 인근 보잉 기지에서 이륙해 괌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샤먼항공이 사용할 예정이던 보잉 737 맥스도 괌을 거쳐 이날 미 워싱턴주 시애틀 보잉 기지에 착륙했다. 이는 미중 간 보복 조치로 치솟은 관세(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 관세율 부과)를 물지 않기 위해 중국 항공사들이 보잉사 항공기 인수를 미루고 있어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들에 미국산 항공기 부품 구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항공사들도 일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미국에 더 큰 타격을 줄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 첨단 제조기업으로 꼽히는 보잉사는 그간 전체 물량의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해 왔다.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인한 타격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도 급감했다. 이날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발표한 최신 무역통계를 기준으로 올 3월 미국산 닭고기와 면화 수입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80%, 9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20%, 밀과 옥수수는 91%, 대두도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왕, 트럼프, 파시스트에 반대한다!(No King, No Trump, No Fascist!)” “독재는 물러가라!(Dictatorship has got to go!)”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곳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해튼 브라이언트공원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에는 최소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연방정부 구조조정 정책 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거듭 외쳤다. 각자 손수 만든 피켓과 포스터를 들고 나타난 시민들은 두 시간에 걸쳐 1.8km 떨어진 센트럴파크까지 행진했다. 노부부,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이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건강보험은 인권이다” “화석 연료 개발을 멈춰라” 등의 구호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했다. 같은 시간 백악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에서도 역시 시민 수천 명이 반트럼프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 또한 국회의사당에서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내셔널몰 공원에서 “트럼프는 집에 가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현수막, 성조기, 피켓 등을 들고 백악관 뒷마당 격인 라피엣 광장으로 행진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J D 밴스 부통령의 워싱턴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50501’ 운동에서 비롯됐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 50건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출발한 이 시위에는 최소 29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미국이 이상해져, 망할것 같다” 2주만에 다시 反트럼프 행렬[美전국서 反트럼프 시위]“50개주서 50건씩 하루에” 50501 시위… 트럼프를 ‘히틀러’ ‘KKK’ 빗대기도내달 노동절에도 美전역 시위 예고… “트럼프 경제 정책 반대” 55% 달해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 개최됐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진단했다.참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위 일정을 공유하고 여러 정치 단체와 연대해 조직적으로 반트럼프 시위를 열고 있다. 연방 공휴일인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에 첫 시위가 벌어졌다. 5일 약 50만 명이 참가한 ‘핸즈 오프’ 시위로 확대됐고 이날에도 비슷한 시위가 열린 것이다.참가자들은 노동절(May Day)인 다음 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50501은 “트럼프와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노조를 공격하며, 이민자 가정을 공포와 폭력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어 “재산보다 가족을, 사적 이익보다 공립 학교를, 헤지펀드보다 의료를, 자유 시장 정치보다 번영을 중시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 참여”이날 기자가 만난 시위대는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망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5일에 이어 이날도 시위에 참여했다는 워싱턴 시민 마이클 씨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침몰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나만 살기 위해 빠져나가는 건 조국을 버리는 것”이라며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법과 균형,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또 다른 워싱턴 시민 캐시 씨 또한 “원래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다 못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친구와 시위에 참가했다는 40대 여성 뉴요커 제인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변도, 심지어 페이스북 게시물조차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게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뉴요커는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고, 목소리 내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나라도 일어서서 말하지 않으면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 개인 비판 여론 고조앞서 5일 시위 때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만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최근 머스크가 무리한 업무 추진과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백악관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으며 영향력이 줄어든 게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일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등에 빗댔다. 또 다른 시민은 뉴욕의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들었다.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실감할 수 있다. 이날 CN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1%였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43%였다.특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5%로 ‘찬성’(43%)보다 훨씬 높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보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지만 경제가 어느 때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이 급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왕, 트럼프, 파시스트에 반대한다!”(No King, No Trump, No Fascist!)“독재는 물러가라!”(Dictatorship has got to go!)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곳곳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맨해튼 브라이언트공원에서 시작된 이날 시위에는 최소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연방정부 구조조정 정책 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거듭 외쳤다.각자 손수 만든 피켓과 포스터를 들고 나타난 시민들은 두 시간에 걸쳐 1.8km 떨어진 센트럴파크까지 행진했다. 노부부, 10대 청소년, 성소수자 등 각계각층 시민들이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건강보험은 인권이다” “화석 연료 개발을 멈춰라” 등의 구호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비판했다.같은 시간 백악관이 있는 수도 워싱턴에서도 역시 시민 수천 명이 반트럼프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 또한 국회의사당에서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내셔널몰 공원에서 “트럼프는 집에 가라”,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현수막, 성조기, 피켓 등을 들고 백악관 뒷마당 격인 라피엣 광장으로 행진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J D 밴스 부통령의 워싱턴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이날 시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시작된 ‘50501’ 운동에서 비롯됐다. ‘미국 50개 주에서, 각 50건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출발한 이 시위에는 최소 29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에서 700건 이상의 시위가 개최됐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에 참여한 데 이어, 2주 만에 또다시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진단했다.참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위 일정을 공유하고 여러 정치 단체와 연대해 조직적으로 반트럼프 시위를 열고 있다. 연방 공휴일인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에 첫 시위가 벌어졌다. 5일 약 50만 명이 참가한 ‘핸즈 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로 확대됐고 이날에도 비슷한 시위가 열린 것이다.참가자들은 노동절(May Day)인 다음 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50501은 “트럼프와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노조를 공격하며, 이민자 가정을 공포와 폭력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어 “재산보다 가족을, 사적 이익보다 공립 학교를, 헤지펀드보다 의료를, 자유 시장 정치보다 번영을 중시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 참여”이날 기자가 만난 시위대는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미국이 망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5일에 이어 이날도 시위에 참여했다는 워싱턴 시민 마이클 씨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미국이 침몰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나만 살기 위해 빠져나가는 건 조국을 버리는 것”이라며 시위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법과 균형, 원칙을 무시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워싱턴 시민 캐시 씨 또한 “원래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다 못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친구와 시위에 참석했다는 40대 여성 뉴요커 제인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미국의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주변도, 심지어 페이스북 게시물조차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게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뉴요커는 “사람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고,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나라도 일어서서 말하지 않으면 미국이 망할 것 같아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트럼프 개인 비판 여론 고조앞서 5일 시위 때는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이날 시위에서는 대부분의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만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최근 머스크가 무리한 업무 추진과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의 갈등으로 백악관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으며 영향력이 줄어든 게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일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치 독일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등에 빗댔다. 또 다른 시민은 뉴욕의 랜드마크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을 떠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등을 들었다.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실감할 수 있다. 이날 CN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1%였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은 43%였다.특히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55%로 ‘찬성’(43%)보다 훨씬 높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줄 것으로 보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지만 경제가 어느 때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미국인이 급증한 상태라고 진단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이 올 10월부터 자국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 등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17일(현지 시간) 밝혔다. 세계 조선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군사력과도 직결되는 조선업을 부흥시키려는 의도다. 미중 갈등이 관세에 이어 해상 수송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180일 뒤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해운사의 선박에는 10월 14일부터 순t(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부피를 t으로 환산한 값)당 50달러가 부과되며, 2028년에는 순t당 140달러까지 수수료가 올라간다. 중국 해운사가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보유한 외국 해운사 역시 순t당 18달러를 내야 하며, 2028년엔 순t당 33달러로 오른다. 단,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나 화물이 없는 선박, 특정 규모 이하 선박은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선 미국산이 아닌 외국산 선박에 대해 1CEU(차 한 대를 실을 수 있는 공간)당 150달러를 매기기로 했다. 기존 선박과 같거나 큰 미국산 선박을 주문한 중국 이외의 해운사에 대해선 기존 선박에 대한 수수료를 최대 3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중국은 18일 린젠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즉시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마음 급한 트럼프 “中과 3~4주내 협상 타결 가능할것”[트럼프 관세전쟁]美, 中선박에 입항료“中서 여러번 연락해와” 협상 촉구中겨냥 불법어업 조사도 지시지난해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은 USTR에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USTR은 중국이 불공정 경쟁을 통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는 결론을 최근 내렸다. 이날 USTR은 “선박과 해운은 미국의 경제 안보와 자유로운 상거래 흐름에 필수”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공급망 위협을 해결하며, 미국산 선박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타격을 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수수료는 사실상 관세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고 무역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선박들이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작은 항구로 기항을 회피할 경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대체 선박을 발주하려고 해도 미국은 물론 (주문량이 쌓여 있는) 한국 등에서도 발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빨라도 2028년이 돼야 주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해산물 경쟁력 회복’ 행정명령도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미국 해산물 시장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상무부와 USTR 등이 협의해 60일 내 불법어업 및 해산물 공급망에서의 강제 노동 사용 등 주요 생산국의 관련 무역관행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제 어업 규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국가의 해산물 선적을 더 효과적으로 추적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원양어선에 파견돼 ‘노예 노동’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고 그들이 여러 번 연락했다”며 관세 협상을 재차 촉구했다. 협상 타결 가능 시점에 대해선 “앞으로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것에 대해서는 곧 이야기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각국과의 상호관세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국가가 우리와 협상을 하고 싶어 하지만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했다. 한편, 중국이 올 2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10주 이상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가 16일(현지 시간) 개막한 ‘2025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북미 시장 전략 차종을 대거 공개했다.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했던 두 회사는 북미에서 주력(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해치백 등 다양한 신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는 이번 오토쇼에서 6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선보였다. 1월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이 2세대 플래그십 대형 SUV는 웅장한 외관과 5m 이상의 전장, 넓은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친환경성과 주행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3.5 가솔린과 2.5 터보 두 종류의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비포장도로(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팰리세이드 XRT 프로’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 모델은 전자식 사륜구동과 212mm로 높아진 최저 지상고, 전후면 노출형 토잉 훅(견인용 고리)을 갖춰 험로 주행 성능을 향상시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춰 새롭게 선보이는 팰리세이드 같은 신차들은 현대차의 탄탄한 포트폴리오 및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차종을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해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좋은 품질과 안전 기능을 갖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며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을 최대 50만 대로 확대하고 현지화를 가속해 북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오토쇼에서 팰리세이드와 아이오닉5, 6, 9 등 전기차 라인업,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 총 28대의 차량을 선보였다. 차량 전시와 함께 현대차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진행해 온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인 소아암 퇴치 ‘호프 온 휠스’ 캠페인의 27주년을 맞아 올해 2700만 달러(약 382억8870만 원)를 추가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누적 기부금은 2억7700만 달러가 됐다. 기아 역시 북미 맞춤형 차종을 대거 선보였다. 플래그십 전기 SUV ‘EV9 나이트폴 에디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량은 블랙 디테일과 신규 색상 ‘로드라이더 브라운’을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개성을 강조했다. 부스트 기능이 탑재된 이 모델은 최대 토크를 71.3kgf·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하는 강력한 가속력을 갖췄다. K4 해치백 역시 처음 공개돼 주목받았다. 이 모델은 날렵한 디자인과 넓은 실내, 628L 적재 공간, 30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등 최신 기술을 대거 탑재했다. 기아는 또 전동화 세단 EV4를 북미 최초로 공개했는데,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로 혁신적 디자인과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기아는 이번 오토쇼에서 전기차 EV6를 비롯해 대형 SUV 텔루라이드, 중형 SUV 쏘렌토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총 21대의 차량을 전시했다.한편 기아 EV3는 이날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열린 2025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다.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꼽히는 이 시상식은 세계 30개국 자동차 전문 기자단 96명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결정한다. 기아는 지난해 EV9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상을 받았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 시도를 거부하는 모범을 보였다. 다른 대학들도 따르길 바란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세금 제도를 이용해 (대학을) 협박하는 행위는 푸틴식 독재 정권이나 할 짓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겸 전 하버드대 총장) 하버드대가 미국 명문대 중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수용을 거부한 가운데 15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991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1982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등 유명 동문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학 측을 지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컬럼비아대 또한 같은 날 “정부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겠다”며 동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면세 자격을 박탈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도 결정했다.● 오바마―서머스 한목소리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 정치, 이념, 테러리즘적 ‘병’을 조장한다면 면세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 규정해 과세할지 모른다”며 “면세 자격은 전적으로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썼다.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에 세금 징수까지 더해 대학 재정을 옥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미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대학에 왜 납세자들이 보조금을 줘야 하냐”라며 “심각한 반유대주의가 만연한 곳에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간 하버드대는 부호들의 기부금을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왔다. 면세 적용이 철회되면 이 같은 기부금 모금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1∼2006년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은 “면세 지위가 박탈되면 의학 및 과학 연구의 발전, 미국과 서구 사회의 가치 유지 등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며 ‘독재’에 가까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태가 더 많은 단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 여부 주목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때 협상을 모색하던 하버드대가 ‘저항’ 모드로 바뀐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11일 받은 5쪽짜리 문건이 발단이다. 이 문건에는 학내 반유대주의 시위 단속, 입학과 교수진 채용 등 학제 운영에 대한 상세한 요구 사항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이 요구가 1636년 개교 후 389년에 이른 하버드대의 역사와 전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슷한 요구를 따르겠다고 밝힌 컬럼비아대가 아직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더 강경하게 맞서지 않았다는 학내 비판을 받아 온 컬럼비아대도 이날 하버드대의 ‘저항 선언’ 뒤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권한대행은 15일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누구를 고용할지를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크리스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도 “프린스턴은 하버드를 지지한다”며 동참했다. 두 대학의 저항이 미국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노스웨스턴대 등에도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리 부부는 평생 배움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졸업 후 석박사를 했고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 마음은 80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이곳엔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가득해요. 그게 우리가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를 선택한 이유입니다.”(‘브로드뷰’ 거주자 주디 즈바이그 씨)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1시간 거리인 뉴욕주립대(SUNY) ‘퍼처스 칼리지’를 찾았다. 인문예술 분야가 유명한 이 대학은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의 아름다운 나무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대학의 특별한 점은 캠퍼스 안에 4층짜리 아파트와 싱글 하우스 50여 채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2023년 개관한 은퇴자 거주 단지 ‘브로드뷰 시니어 리빙’이다.브로드뷰 안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이색적이었다. 운동장에는 풋볼 게임을 하는 대학생이 많았지만 헤드폰을 낀 채 캠퍼스 도로를 따라 조깅을 하는 노인들 또한 많았다. 즈바이그 씨는 “지난 학기에는 학생들과 같이 아프리카 역사 수업을 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아프리카 역사를 배웠는데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는 “세대 간 학습, 은퇴자들의 학생 멘토링, 공동체 교류가 끊임없이 펼쳐진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지난해 12월 65세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우리 사회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UBRC 등 다양한 주거 선택지가 제공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의 선택 폭은 너무나 좁다. 초고급 시니어 타운이 아니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복지주택 등으로 양분돼 눈높이에 맞는 주거시설이 부족한 것이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초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 최고인 반면 시니어하우징을 비롯한 실버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시니어들이 양질의 시설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부촌 떠나 캠퍼스 안 주택단지로” 청강-동아리 즐기는 영올드2부 〈1〉 美서 뜨는 대학내 은퇴자 단지2023년 문 연 퍼처스 칼리지내 단지계약 쇄도… 1채 빼고 219채 ‘완판’“커뮤니티 즐기느라 매일 어메이징…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 큰 장점”2023년 12월 문을 연 브로드뷰는 500에이커(약 61만 평) 규모의 퍼처스 칼리지에서 40에이커 부지를 기반으로 마련된 대학 내 은퇴자 거주 단지다. 174채가 ‘ㄷ’자 모양의 4층 아파트에 마련됐고 46채는 싱글하우스 형태로 지어졌다. 입주 시작 수년 전부터 사전 계약 등 인기를 누려 입주 1주년이 지난 현재 싱글하우스 1채를 제외하고는 219채가 모두 ‘완판’됐다.브로드뷰 운영을 이끄는 애슐리 웨이드 총괄이사는 “대학 캠퍼스와 도서관을 안방처럼 누리면서 젊은이들과 함께 대학 강의를 듣는 등 ‘세대 간 학습’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인생 경험과 전문 지식을 젊은이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다는 점이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의 큰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비슷한 지적 욕구와 사회적 활동성을 가진 또래 은퇴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은퇴자 통한 대학의 ‘재정 윈윈’ 모델브로드뷰는 2003년 퍼처스 칼리지를 이끌던 토머스 슈워츠 총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실현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UBRC 건립을 위한 부지 이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립대와 달리 퍼처스 칼리지는 뉴욕주립대 소속이라 주(州)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큰 숙제였다. 마침내 2011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UBRC 건립을 위한 토지 임대를 허용하면서 2023년 결실을 볼 수 있었다.브로드뷰는 퍼처스 칼리지와 별개인 비영리 재단으로 운영되는데, 입주를 위해서는 62세 이상이어야 하고 간단한 인지 평가를 통해 안전한 독립 생활이 가능한지 확인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정 상태다. 입주 시 납부했다 퇴거 시 90%를 돌려받는 일회성 등록 비용(최소 27만∼최대 241만 달러 선)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달 내는 생활비(최소 3810∼최고 1만4380달러 선)를 남은 기대수명까지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지를 입증해야 한다.일단 입주하고 나면 매끼 식사와 매주 집 청소, 대형 온수 수영장과 헬스장 등 클럽하우스 시설 이용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물리치료나 인지 강화를 위한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한편 영화관, 미용실, 네일아트숍 등까지도 내부에 마련돼 있다.이날 둘러본 브로드뷰에서는 삼삼오오 함께 둘러 앉아 카드 게임을 하는 은퇴자들부터 요가룸에서 전문강사의 수업을 듣는 이들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브로드뷰 관계자는 “모든 수업과 교류 프로그램은 은퇴자들의 니즈와 취향을 알고 존중하는 전문 담당자에 의해 설계된다”며 “전체적인 운영 역시 미국의 가장 큰 은퇴자 주거 전문 기업 중 하나인 라이프 케어 서비스(LCS)가 맡는다”고 전했다.● 영올드 은퇴자가 대학생 멘토링도브로드뷰를 찾은 은퇴자들은 UBRC에서 여생을 보내려 온 이유를 ‘공동체’에서 찾았다. 브로드뷰 입주자 대표를 맡고 있는 하워드 즈바이그 씨는 “우린 평생 좋은 부촌의 싱글하우스에 살았지만 해가 가고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고 고립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곳에 온 뒤 가장 좋은 점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커뮤니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부인 주디 씨는 “평생 살던 집을 정리하고 이동한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자녀나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힘과 판단력이 있을 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이들은 “우리 나이에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가진 65세부터 95세 이상의 이웃과 만나고 교류하는 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이라며 웃었다. 거주민들이 매주 일요일 운영하는 대표 프로그램인 ‘선데이 살롱’에서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살아 온 배경과 전문 분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정보를 나눈다.브로드뷰의 은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역량을 대학 내 젊은 학생들을 위해 쓰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날 브로드뷰에서 만난 입주민 스티븐 셰로브 박사 역시 그랬다.은퇴 전 뉴욕대(NYU) 그로스먼 롱아일랜드 의과대 창립 학장이었던 80세의 셰로브 박사는 최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캠퍼스 내 학생 20여 명을 인근 종합병원과 연결해 이들이 ‘섀도잉’(의료진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진료를 관찰하는 것)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브로드뷰 관계자는 “퍼처스 칼리지는 (학비가 싼 주립대 특성상)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나 한부모 가정 학생 등이 적지 않다”며 “브로드뷰의 은퇴자들은 이런 학생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멘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면접 보는 법과 같은 기본적인 멘토링부터 특정 분야의 강사로 나서거나 사회적 인맥을 연결해 주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브로드뷰는 “재정적으로도 지난해 273개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퍼처스=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이스라엘주의 대응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에 대한 보조금 등 22억9000만 달러(약 3조2747억 원)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명문대들의 이념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거액의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무기로 컬럼비아대의 수용을 관철하는 등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버드대, 독립성 포기 않겠다” 이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surrender)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지적 탐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며 “하버드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도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뿐 아니라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하버드대에 대한 87억 달러(약 12조4410억 원)의 보조금 지급과 2억5560만 달러(약 365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대학 당국에 통보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반유대주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유대인 혐오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신학·교육·보건대학원 및 의과대학에 대한 외부감사와 DEI 프로그램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입학과 채용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연방정부에 넘기라고도 했다. 유대계인 가버 총장은 “정부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반이스라엘주의에 대한 대응이나,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학생과 교직원을 감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버 총장의 글이 공개되고 몇 시간 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및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고등교육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어되지 않는 반유대주의를 종식하고 납세자의 돈으로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하버드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파 유대계 총장의 반격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나머지 대학들의 반격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국 주요 대학 60여 곳을 상대로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8개 상위권 대학을 상대로 동결했거나 취소한 연구 자금만 최소 127억 달러(약 18조1610억 원)에 달한다. 4억 달러(약 572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이 삭감된 컬럼비아대의 경우 지난달 21일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하버드대는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유대계 헤지펀드 큰손으로 하버드대 동문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앞장선 사퇴 운동의 여파로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이 올 초 물러났다. 이후 유대계 경제학자 겸 보건학자인 가버 총장이 취임 직후 강경한 반유대주의 대응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등을 지렛대로 과도한 요구를 해오자, 최고 명문대로서 자존심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코넬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9개 대학이 미 에너지부가 중단한 4억 달러(약 5720억 원) 보조금의 지급 재개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시카고대, 조지워싱턴대, 코넬대, MIT,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13개 대학도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자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