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

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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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심 기자입니다. 병원,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건강 분야를 취재합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균형 잡힌 건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겠습니다.

취재분야

2026-02-04~2026-03-06
건강100%
  • AI로 노화 예측-mRNA 백신… ‘R&D First’ 속도낸다

    대학병원의 역할은 더 이상 진료와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임상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를 연구로 풀고 이를 기술과 산업으로 연결해 헬스케어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새로운 책무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생명공학 협력단지)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다. 약 1200개의 대학·의료기관·기업이 밀집한 이 클러스터는 2023년 기준 연간 77억 달러(약 1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약 10만 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비 약 450억 달러(65조 원) 중 66%를 병원들이 수주했을 정도로 병원은 연구 생태계의 중심축이다.국내에서도 대학병원이 연구개발을 성장 엔진으로 삼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을식)은 일찌감치 ‘R&D First’를 선언하며 연구 중심 의료기관 모델을 강화해 왔다.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기초 의과학 역량을 기반으로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고 연구 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연구에서 비즈니스로… 산학협력 모델의 고도화고려대 의대 의공학교실 박용두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7월 151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제2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극초고령사회 노쇠에 대한 인공지능(AI) 기반 예방적 돌봄 서비스 개발’이 주제다. 기존 심폐기능, 근력, 인지기능 중심의 진단을 넘어 대사 능력을 포함한 통합 분석을 통해 노쇠를 정량화하고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차의과대, 뉴마핏, NHN, 론픽 등 6개 대학·기관이 참여하는 대형 융합 프로젝트로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추진이 어려운 구조다. 신종 감염병 대응과 백신 개발 역시 산학협력의 핵심축이다. 국내 최초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인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 H’는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한다. mRNA 기술을 보유한 미국 모더나와 한타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이호왕 박사의 연구 유산을 잇는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가 협력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비임상 효능 시험을 진행 중이며 2027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는 이러한 산·학·연·병 협력의 거점이다. 혁신 신약 제조기업 셀랩메드의 GMP 시설이 입주해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센터’를 운영한다. 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결합한 융복합 연구가 가능해졌다. 의료기술지주 공유 사무실을 통해 의료기술 창업 기업을 지원하고 KIST와 함께 서울바이오허브를 운영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는 에이전틱, 버티컬, 피지컬 AI를 활용한 의료 의사결정 지원과 정밀의학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는 대규모 유전체 분석 및 신약 개발 연구에 고성능 클라우드 기반을 적용한다. 세스코와는 감염병 전파 차단 기술 개발을 위한 ‘공간전파 특수실험실’을 메디사이언스파크에 설립했다.의료계 최초 ‘트리플 연구중심병원’… 차별화된 임상 플랫폼보건복지부 1기 인증 연구중심병원 평가에서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은 모두 인증을 획득했다. 세 병원이 동시에 인증을 받은 것은 의료계 최초 사례다.안암병원은 클라우드 기반 정밀 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암 환자 1만546명, 암 유전체 1만158건의 데이터를 축적해 신약 개발과 맞춤 치료 기반을 다졌다. 첨단 의생명공학, 혁신정밀의학, 스마트 헬스케어, 의료데이터사이언스 등 4대 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거버넌스를 정비했다. 미국암연구협회(AACR)의 글로벌 프로젝트 ‘GENIE’에 아시아 최초로 참여하며 국제 네트워크도 확대했다.구로병원은 지속 가능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 연구 성과 확산에 힘써왔다. 한미혁신성과창출 R&D와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수행하며 대외 협력과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개방형 실험실과 G밸리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의료기기 개발 분야의 산학 협력도 강화했다.안산병원은 연구 공간을 확충하고 동물·세포 실험 시설을 확대해 기초·중개 연구 기반을 다졌다. 30개 이상의 첨단 공동연구장비(Core Lab)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브라피쉬를 활용한 중개연구, 헬스케어·인공지능, 환경·재생 등 3대 중점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R&D First’ 전략… 선순환 생태계 구축 고려대의료원은 2004년 의무산학협력실 출범 이후 조직을 확대해 현재는 산학협력·연구전략·기술사업화·임상 연구지원 등 전담 체계를 갖췄다. 지난 3년간 수주한 외부 연구 과제 규모는 5000억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지식재산권 출원은 1000건에 육박하고 계약한 정액 기술료는 1067억 원에 달한다. 김학준 의학연구처장은 “대학병원이 기존처럼 환자 진료에만 머물러서는 비약적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며 “산학연이 아이디어를 공유해 기술 산업화로 연결하면 치료법과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지고 환자와 산업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이 연구를 통해 산업과 연결되고 다시 그 성과가 환자에게 돌아가는 구조. 고려대의료원이 제시하는 R&D First 전략은 국내 대학병원이 나아갈 또 하나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R&D가 성장엔진… 임상에서 산업까지 선순환 체계 만들 것”김학준 고려대 의학연구처장 인터뷰대학병원의 연구는 어디까지 이어져야 할까. 논문 발표와 학술 성과를 넘어 실제 기술 개발과 산업화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연구는 병원 울타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고려대의료원은 ‘R&D First’를 내걸고 연구개발을 기관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안암·구로·안산병원이 모두 보건복지부 1기 인증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며 ‘트리플 연구중심병원’ 체제를 갖춘 것도 그 연장선이다. 김학준 고려대 의학연구처장을 만나 대학병원 연구의 방향성과 과제에 관해 물었다. ―기존 대학병원 연구와 비교할 때 가장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과거 대학병원 연구는 ‘연구에서 끝나는 연구’였다. 논문과 학술 발표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임상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임상 의사가 환자를 보며 느낀 문제의식을 기술 개발로 연결하고 국내 임상이 끝나면 해외 진출까지 고려한다. 핵심은 선순환이다. 기술이 시장에서 매출을 내면 다시 연구개발로 투자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와 임상의가 지속해서 토론하고 창업과 경영까지 지원하는 체계 전환을 준비 중이다. 대만이 이런 모델을 비교적 잘 운영하고 있다. 국제적 네트워킹도 강화하고 있다.” ―안암·구로·안산병원이 모두 연구중심병원 인증을 받았다. 동일 모델인가, 분업 체계인가. “공통된 방향은 ‘연구 기반 임상 플랫폼 강화’지만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안산병원은 환경·독성 분야 연구에 특화돼 있고 구로병원은 가산디지털단지와 인접해 의료기기 연구가 강하다. 안암병원은 연구용 영상 장비, 뇌 질환 연구, 정밀의학 분야가 강점이다. 중요한 연구는 각 병원이 모두 수행하지만 특화 영역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분업형 구조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의료기술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바이오 분야는 허가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해 매출을 내기까지 평균 6년 정도가 걸린다. 특히 바이오는 인내가 필요한 산업이다. 문제는 국내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기술을 개발해 창업하고 투자를 받더라도 확장 단계에서 주저앉는 기업이 많다. 미국이나 중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장기 투자를 한다. 우리나라의 관련 펀드 규모는 미국이나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기술을 산업계에 안착시키는 지원이 부족하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허가 절차는 간소화되고 있지만 시장에 나오면 급여·비급여 문제와 수익성 한계에 부딪힌다. 결국 정부의 전략적 펀드와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 바이오는 호흡이 긴 분야다. 기다려줄 수 있는 문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연구 성과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기까지 의료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오픈이노베이션이 핵심이다. 대형 제약사와 투자자를 초청해 기술 설명회를 매년 열고 있다.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투자 연결이 중요하다.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네트워크와 협력하고 있고 투자사와의 미팅을 정례화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최근 중국 대신 한국에서 임상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다. 의료는 ‘될 만한 기술’을 기획해 창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초기 투자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벤처 투자자와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을 하기에 한국의 환경은 어떤가. “한국은 임상시험 환경이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 환자 보호 체계도 갖춰져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이유다. 난치질환, 암, 류머티즘 등 임상적 유용성이 높은 분야에서 활발하다. 미국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해외 투자 유치를 병행하며 기술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의도 진행 중이다.” ―R&D 생태계 강화가 환자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체감할 변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병원 안에서 자율주행 물류 로봇이 움직이고 있고 스마트 병동 설계가 진행 중이다. 화성에 신설하는 동탄병원을 시험대로 삼아 임상 적용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연구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치료 접근성이 좋아지고 신기술이 더 빠르게 임상에 적용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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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후보물질 KLS-3021, 2031 유방암 등 적응증 확대 [헬스케어 소식]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약 후보물질 KLS-3021과 KLS-2031의 적응증을 추가하고 글로벌 상업화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회사는 새롭게 확대한 적응증에서 확보한 전임상 연구 결과를 논문과 학회 발표 등을 통해 공유하고 이를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 및 기술이전 협의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KLS-3021은 암세포 선택성을 높인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에 치료 유전자(PH-20, IL-12, sPD1-Fc)를 탑재한 차세대 항암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종양 살상 기전에 더해 종양 내 기질을 분해해 면역세포의 암 조직 침투를 돕고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KLS-3021의 적응증을 두경부 편평세포암(HNSCC)과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두 암종은 진행성 또는 재발성 단계에서 예후가 불량하고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고위험 암으로 기존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률도 낮아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요구되는 분야다. 회사는 관련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HNSCC 관련 논문은 상반기 게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TNBC 연구 결과도 연내 투고할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KLS-3021의 전립선암과 피부 편평세포암(cSCC) 전임상 연구 결과를 논문 및 학회 포스터 발표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연구에서 KLS-3021은 단 1회 투여만으로 종양 크기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으며 전이 종양 모델에서도 원발 종양뿐 아니라 인접 림프절 전이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KLS-2031은 재조합 아데노부속바이러스(r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로 신경 염증 억제와 과흥분된 통증 신호 경로 조절에 관여하는 GAD65, GDNF, IL-10 유전자를 발현하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PDPN) 관련 전임상 연구 결과를 지속해서 논문화하는 한편 추가 적응증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적응증 확장 연구와 논문 게재를 통한 객관적 검증을 기반으로 개발 전략을 구체화하고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의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는 “후보물질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이를 논문화해 데이터 신뢰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동 개발 및 기술 수출 협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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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방 절제 후 피부 건조-통증 호소… EGF 보습제 만족도 높아”

    유방암 치료에서 수술은 핵심적인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수술 이후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변화 역시 치료의 연장선상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유방 절제나 재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통증, 감각 소실, 피부 건조, 습진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특히 피부 변화는 일상생활의 불편뿐 아니라 심리적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유방 재건을 담당하는 한현호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에게 수술 후 피부 관리와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성분이 포함된 보습제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유방암 수술 환자들이 수술 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무엇인가.“의외로 많은 환자가 유방 모양보다 피부 문제를 먼저 이야기한다. 유방 절제 과정에서 피부와 함께 말초신경이 잘리기 때문에 통증이나 감각 소실이 생긴다. 가슴 부위가 둔하게 느껴지거나 반대로 찌릿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피부 건조 역시 흔하다. 잘린 신경의 말단에서 신경이 다시 자라나면서 2∼3년에 걸쳐 약 80% 정도 회복되지만 그 과정에서 자율신경계 기능이 불안정해져 땀 분비와 피지 분비가 줄어들고 피부 장벽이 약해진다. 그 결과 각질이 일어나고 습진이 생기기도 한다.”―유방암 수술 환자들의 피부가 특히 건조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유방 절제 시 피부를 지배하던 감각신경과 자율신경이 함께 손상된다. 자율신경은 피부 혈류와 땀샘·피지샘 기능을 조절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 피부 보습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회복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각질 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여기에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면 피부 세포분열이 억제되고 염증 반응이 생기면서 건조, 홍반, 색소침착 등이 더 심해진다. 이 시기에는 보습을 통해 피부 장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진료 현장에서 EGF 성분이 포함된 보습제를 사용했을 때 환자 만족도는 어떠한가.“환자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 유방암 호발 연령대는 40대다. 비교적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피부 변화에 민감하다. 한번 사용해 보고 효과를 체감하면 대부분 꾸준히 사용한다. 단순히 촉촉해지는 느낌뿐 아니라 땅김이나 가려움증이 줄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회복 속도 역시 체감상 빨라졌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EGF는 어떤 물질이며 상처 회복이나 피부 재생 과정에서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가.“EGF는 상피세포 성장인자로 피부를 구성하는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이다. 피부 표피의 주요 세포인 케라티노사이트 표면에는 EGF 수용체가 존재한다. EGF가 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가 활성화되고 세포 증식과 이동, 단백질합성이 촉진된다. 그 결과 손상된 각질 세포가 빠르게 안정화되고 표피 장벽 회복이 촉진된다. 수술 후에는 피부 기능이 떨어지고 세포 재생 능력도 일시적으로 저하돼 있다. 이때 EGF가 표피세포에 작용하면 세포분열을 촉진해 상처 부위를 새로운 피부가 덮도록 도와 회복을 빠르게 한다. 또 콜라겐 합성에도 간접적으로 관여해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방사선치료로 인한 미세 손상에도 회복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EGF 보습제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진료실에서 환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감각 소실, 통증, 건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보습제를 환자들에게 사용해 보도록 했다. 그중 환자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것이 EGF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었다. 사용한 지 2∼3년 정도 됐고 임상 경험을 학회에서도 공유하면서 의사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EGF 보습제 사용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대부분의 유방암 수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지만 상처가 완전히 아문 뒤 3주 정도 지나 사용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직 열린 상처이거나 진물이 나는 부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EGF 보습제는 단백질 성분 특성상 유통기간이 짧고 냉장 보관이 필수다. 위생적으로 사용하고 자극이 생기면 중단 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유방암 치료는 생존율뿐 아니라 삶의 질 관리까지 포함해야 한다. 수술 후 피부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적절한 보습과 재생 관리가 환자들의 일상 복귀를 돕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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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손보험 의료자문 분쟁… ‘환자 권리’ 보장되고 있나 [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실손보험 의료자문을 둘러싼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절차다. 그러나 의학적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영역에서 의료자문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다. 해석의 경계에 선 의료 판단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때 자문의 역할과 한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60대 최 모 씨는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연골 손상 진단을 받았다. 연골 손상은 국제 연골복원학회(ICRS) 기준에 따라 0∼4단계로 나뉜다. 3단계는 연골이 깊게 갈라진 상태, 4단계는 연골이 완전히 닳아 뼈가 드러난 상태를 의미한다.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과 보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최 씨의 주치의는 ICRS 4단계로 판단해 카티스템 치료를 시행했다. 카티스템은 중증 연골 결손 환자에게 시행되는 줄기세포 기반 치료로 일정 손상 범위를 충족해야 적용된다. 그러나 보험사가 의뢰한 의료자문에서는 같은 자료를 두고 3단계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손상은 있으나 완전한 연골 소실 단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장기모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영상으로는 3과 4의 경계에 있는 애매한 경우로 보인다”며 “의사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처럼 경계선에 있는 경우에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병변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의사의 의견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영상 판독에는 해석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최 씨는 보험사 의료자문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제삼자의 추가 의견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추가 자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한 차례 의료자문을 실시한 이후 소비자의 추가 의견 요청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환자가 보험사 자문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새로운 의견 제출을 제한하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 씨의 주치의는 “보험사가 지정한 자문의 의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다른 의견을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환자가 정당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자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의료자문에 참여하고 있는 김유진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자문 의뢰 사례를 보면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보험사가 의학적 검토를 거치는 과정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의학적 검토는 필요하다. 보험사 심사팀 출신 정광용 독립 손해사정사는 “주치의 소견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외부 의료자문을 진행한다면 그 사유와 절차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특히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절차가 더욱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영역에서 의료자문이 사실상 최종 판단처럼 작동한다면 환자의 치료 선택과 보험금 수령 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의료자문은 견제 장치이되 환자의 재검토 기회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장 교수는 “비용 부담이 큰 치료라면 사전에 제삼자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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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VI’ 급여 기준 80세… 79세는 치료비 18배 더 내 [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어머니는 전신마취 수술보다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이 더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치료 방향은 이미 정해졌는데 비용 때문에 급여 적용 시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70대 후반 환자인 어머니를 둔 보호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혈압과 폐 기능 저하를 동반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의료진은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보다 TAVI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실의 선택지는 달랐다. 아직 80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는 ‘대기’ 상태에 놓였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노화로 판막이 석회화되면서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출구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70대부터 발병률이 급증한다. 국내 환자 수는 2010년 1만4058명에서 2024년 4만7676명으로 14년 만에 3.4배 늘었다.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럼에도 현행 급여 기준은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치료 접근성을 제약하고 있다. 치료 방법은 두 가지다. 가슴을 열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SAVR)과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TAVI)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두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한 임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며 TAVI가 70대 환자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는 65∼80세 환자의 87.5%가 TAVI로 치료받고 유럽 역시 70세 이상에서 TAVI를 권고한다. 국내 임상 근거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4300여 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70세 이상 환자에서 수술과 TAVI 간 30일 사망률과 5년 중기 사망률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즉 치료 성적의 차이가 핵심 쟁점은 아니다. 국내 환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비용’이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TAVI를 80세 이상 또는 수술 고위험군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80세 이상 환자는 시술 비용의 5%만 부담하지만 70대 환자는 수술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치료 재료와 행위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그 결과 70대 환자의 TAVI 본인 부담금은 약 2700만 원으로 수술 부담금 150만 원보다 18배 높다. 고영국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수술과 TAVI를 비교한 여러 임상 연구에서 치료 성적의 차이는 거의 없다”며 “문제는 의학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은 오랜 기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왔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흉부외과를 중심으로는 ‘굳이 더 비싼 시술을 선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 교수는 “TAVI의 비용 부담은 재정의 문제일 뿐 치료의 적절성을 가르는 의학적 기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70대 중반부터는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 해부학적 구조, 치료 이후의 관리 측면에서 수술보다 TAVI가 더 유리한 환자도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비용 때문에 최선의 치료를 미루는 지금의 구조는 건강보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적어도 나이 기준을 75세까지는 낮추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정부가 ‘학회 간 이견’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동안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왔다. 이제 치료 방식의 우열을 따지는 논쟁을 넘어 환자 중심에서 합리적인 치료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책의 기준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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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 중심 의대로 전환… ‘의사과학자’ 양성 인프라 구축”

    “의과대학이 무엇을 성취로 인정하느냐가 연구와 교육의 품격을 좌우한다.”편성범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연구 중심 의과대학’ 전환을 단순한 시설 확충이 아니라 학문 공동체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로 정의했다. 쉽게 얻는 성과보다 긴 호흡의 탐구와 후속 세대 양성을 우선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고려대 의대는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를 거점으로 MRI(자기공명영상) 정밀영상연구센터를 구축하며 임상의사와 기초 연구자가 같은 플랫폼에서 실험을 설계·검증·표준화하는 ‘원스톱 중개 연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특히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전면에 내걸었다. 편 학장에게 연구 인프라 고도화와 글로벌 협력 전략, 의사과학자 양성의 조건, 의과대학 문화 전환의 방향을 물었다.―요즘 고려대 의대가 가장 크게 바뀌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가.“한마디로 연구의 중심축을 의과대학 전체로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인 연구자가 논문을 내는 방식으로 연구가 돌아갔다면 이제는 의과대학 차원에서 ‘의대-연구생-임상의사’로 이어지는 후속 세대를 체계적으로 키우는 구조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임상적으로 뛰어난 교수는 많이 길러냈다. 그렇다면 의과대의 다음 역할은 임상 역량에 연구 역량을 더해 의사과학자를 키우는 일이라고 본다.”―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와 MRI 정밀영상연구센터가 변화의 상징처럼 보인다. 왜 MRI였나.“MRI 정밀영상연구센터는 다학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의과대학이 연구용 MRI를 도입하고 직접 운영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임상의사가 진료과에서 임상 경험으로 얻은 질문을 연구로 연결하려면 바로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장비 자체의 스펙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정밀하게 측정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가’다. 미세 뇌 구조와 기능 영상을 더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고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과 고채널 코일을 통해 복잡한 촬영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자가 장비를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예약·테스트·표준화 체계를 갖춰 연구가 즉시 실행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연구 중심 의과대학’은 기존 의과대학과 무엇이 다른가.“연구를 한다는 말이 개인의 성과로만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 중심 의과대학은 의과대학이 조직적으로 연구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우수한 그룹이 성장하도록 돕는 구조다. 학부-대학원-연구-임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촘촘히 설계하고 국제 연구 경험과 공동 프로젝트 참여를 장려하며 단계별 트랙을 운영해야 한다. 교육을 똑같이 하면 의사과학자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뽑을 때부터 달라야 한다.”―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트랙’이 필요한가.“의사과학자 트랙은 선발 단계에서부터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전액 장학 등 확실한 지원이 동반돼야 하고 커리큘럼도 달라야 한다. 의예과 체계를 포함해 교육 구조를 재검토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중간에 트랙을 나누고 연구를 실제로 수행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과학자의 길로 들어가기 어렵다.”―예일대, 노팅엄대 등과의 협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해외 명문대가 고려대 의대와 손잡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협력은 결국 사람과 성과를 본다. 고려대라는 브랜드 파워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과 연구자의 퍼포먼스다. 해외로 간 박사 후 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포닥)이나 연수자들의 연구 성과가 나쁘지 않았고 의과대학이 의사과학자를 키우겠다는 미션을 분명히 하면서 협력의 접점이 커졌다. 예일대와는 학생 실습과 박사 진학 기회를 포함해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수한 인력이 들어오면 그 자체가 예일대에도 이득이고 고려대 의대는 글로벌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할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의사과학자를 키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환경이다. 연구는 기술만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합리적 추론, 질문하는 태도, 학구적인 분위기, 실패를 견디는 시간까지 포함해 연구가 일상인 환경이 필요하다. 연구 중심 병원·연구 중심 학교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학생들에게 ‘돈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이 있다는 비전을 보여줄 멘토가 줄어드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학장으로서 ‘문화’를 강조했다. 어떤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인가.“의과대학은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의 방향이 정해진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령이 제대로 존중받고 긴 호흡의 성과 축적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기준이 필요하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가 기본이고 진료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본령을 대신할 수는 없다. 평가와 보상 체계가 단기 성과나 외형적 지표에만 쏠리면 멘토십과 연구의 질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동체가 ‘무엇을 가치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임기 동안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나.“후속 세대 양성과 의사과학자 생태계를 제대로 돌게 하는 것이다. 좋은 연구를 위해서는 많은 연구비가 든다. 연구가 성과로 이어지고, 다시 다음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연구의 질적 평가를 강화하고 교수들이 연구 역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연구의 선순환 사이클에 들어가는 교수가 많아질수록 연구원과 학생이 성장하고 생태계가 커진다. 그 생태계가 있어야 해외의 우수한 인재도 다시 유입될 수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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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차 빨라졌는데 급여 평가 기준 그대로… ICER 벽에 가로막힌 한국의 신약 접근성

    혁신 신약이 전 세계 동시에 출시되는 시대지만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신약을 실제로 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을 출시한 뒤 1년 안에 각국에 공급하는 흐름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이 흐름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내 국내에 도입된 신약 비율은 OECD 평균이 18%인 반면 한국은 5%에 그친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비율 역시 한국은 22%로 OECD 평균(29%)보다 낮아 글로벌 동시 출시 시대에 맞는 급여·평가 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00일 신속 등재’의 한계…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 기준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희귀·중증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 평가·협상 절차를 기존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신속 등재’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현장에서는 절차 단축만으로는 실질적인 접근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허가되는 신약들은 특정 바이오마커를 가진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대체 치료제가 거의 없는 희귀·중증질환 치료제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규모가 작고 완치보다는 질병 진행 억제나 삶의 질 개선이 치료 효과의 핵심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특성이 현재의 평가 체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신속한 검토가 오히려 ‘신속한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는지와 같은 요소 역시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평가 과정에서는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ICER란 무엇인가… 왜 희귀·중증질환에 불리한가 한국의 약가·급여 결정에서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ICER(점증적 비용-효과 비율)다. ICER는 새로운 치료제가 기존 치료에 비해 얼마나 더 효과적인지를,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효과 1을 더 얻기 위해 얼마를 더 지불해야 하는가’를 따지는 계산 방식이다. 이 방식은 환자 수가 많고 임상 데이터가 충분한 질환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수가 적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희귀·중증질환에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치료 효과를 수치로 증명하기 어렵고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누적되기 때문에 ICER 값이 높게 산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절차를 아무리 단축하더라도 ICER 기준선을 과거와 동일하게 적용하면 급여 등재 문턱을 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된다. 실제로 허가·평가·협상을 병행하는 ‘허평협’ 시범사업에서도 평균 등재 소요 기간은 약 14개월에 달했고 일부는 2년 이상 걸렸다. 이는 절차 문제가 아니라 평가 기준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주요 국가는 다른 접근을 택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중증질환의 경우 ICER를 단일 기준으로 적용하지 않고 불확실성이 큰 질환군에는 별도 평가 방식을 운영한다. 프랑스 고등보건청(HAS) 역시 질환의 중증도와 치료제의 추가적 임상 가치를 함께 고려해 평가 강도를 달리한다. 이종혁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글로벌 약가 비교가 강화되는 환경에서는 약가 수준뿐 아니라 각 국가의 평가 기준 유연성이 신약 출시 전략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며 “ICER 기준이 경직된 국가는 글로벌 신약 출시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산업 경쟁력의 문제를 넘어 국내 환자들이 최신 치료 기회를 제때 누리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약 접근성 개선은 ‘시간을 줄이는 문제’와 ‘기준을 바꾸는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 단축은 출발점일 뿐이다. 신약의 임상적·사회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마련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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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T 검사 예약 ∼ 결과까지 48시간… 中 ‘기술 만드는 병원’ 진화

    “검사 결과는 이틀 안에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푸단대 부속 중산병원의 핵의학센터 운영은 ‘속도’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환자 예약부터 검사, 결과 확인까지 흐름이 멈추지 않았다. 후펭쳉 푸단대 중산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예약 후 최대 이틀이면 검사가 가능하고 결과는 48시간 이내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는 종이 대신 휴대전화로 전달된다. 중국 전역 어디서든 위챗(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대한병원협회 해외 탐방연수단(단장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부회장·국제병원연맹 차기 회장)과 함께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있는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를 방문했다. 연수단에는 국내 대학병원 교수들과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가 동행했다. 중국 의료 인공지능(AI)의 현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일정이었다.하루 130명 PET 검사… 장비는 멈추지 않았다 중산병원 핵의학센터는 하루 120∼130명의 환자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받는다. 병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장비 한 대당 4명이 교대 근무해 가동 공백을 최소화한다. 운영 시간 동안 장비는 거의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그래야 장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이다. 효율을 전제로 설계된 운영 구조가 이미 일상처럼 정착된 모습이었다. 병원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핵의학 거점이다. 1958년 설립돼 중국 최초로 핵의학과를 개설했다. 지금도 이곳은 교육의 중심이다. 중국 전역의 핵의학 전문의들이 이 병원에서 수련받고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중산병원 핵의학센터는 진단과 연구, 교육 기능이 집약된 대규모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종양 환자다. 대부분 PET 검사를 통해 초기 진단을 받고 이후 치료 방향이 정해진다.견학의 핵심은 전신 PET-CT였다. 기존 PET-CT는 부위별로 나눠 촬영해야 한다. 하루 검사량에도 한계가 있다. 중산병원이 의료용 영상장비 기업인 유나이티드이미징(UI)과 함께 개발한 전신 PET-CT는 달랐다. 한 번에 인체 전체를 스캔한다. 실제 촬영 시간은 30초에 불과하다. 방사성 의약품 사용량도 크게 줄었다.후펭쳉 교수는 “임상의사와 장비 엔지니어가 함께 먹고 자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표현했다. 임상에서 발견된 문제는 즉시 장비 설계에 반영했고 수정된 장비는 다시 임상에서 검증했다. 맞으면 이어가고, 아니면 방향을 바꾸는 과정을 반복했다. 병원이 ‘사용자’를 넘어 ‘공동 개발자’로 기능한 셈이다.수술실 밖에서 시작된 혁신… 로봇은 병원을 중심으로 진화했다중국 의료의 또 다른 현장은 수술실이었다. 연수단은 앞서 광둥성 선전시에서 수술 로봇 제조 기업도 둘러봤다. 지난해 12월 30일 인도 언론에는 ‘상하이 외과 의사가 5000㎞ 떨어진 뭄바이 환자를 수술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상하이의 비뇨의학과 의사가 수술 로봇을 조종해 인도 병원의 환자를 원격 수술한 사례다.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로봇이 사람의 개입 없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세계 최초의 ‘자율 수술’ 사례다. 이 기술 역시 병원과 기업이 함께 축적한 임상 데이터에서 출발했다. 김재화 차움 원장은 “담낭 적출술은 일반외과에서 흔한 수술 중 하나”라며 “무인 자동차의 주행은 교통 상황에 따라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데 비해 복강 구조는 훨씬 단순하다. 수술용 로봇이 훈련받기에는 오히려 더 현실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단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수에 동행한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차기회장(순천향대의료원 특임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 교수는 “중국의 수술용 로봇은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실제 사용해 보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고 평가하면서도 “사람에게 무인 수술을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술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장비를 사는 병원이 아니라 ‘기술을 만드는 병원’ 중산병원 의료진이 여러 차례 강조한 단어는 ‘정부 투자’였다. 2000년 이전까지 중국 의료는 장비와 기반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2015년을 전후로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병원 이전, 연구 기반 구축, 기업과의 협력이 동시에 이뤄졌다. 병원, 대학, 기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남았다. 전신 PET-CT 관련 특허는 약 30건, 이 중 절반 이상이 상용화됐다. 관련 논문은 70편 이상 발표됐다. 2019년 중산병원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신 PET-CT를 임상에 도입했고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신 PET-CT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으로 꼽힌다. 중산병원에서 본 의료 혁신은 기술 경쟁의 결과라기보다 구조의 산물에 가까웠다. 장비를 얼마나 빨리 들여왔느냐보다 임상·연구·산업이 어떻게 한 축으로 묶였는지가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검사실을 나서며 들었던 의료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장비를 사는 병원이 아니라 기술을 함께 만드는 병원입니다.” 이왕준 단장은 현장을 둘러본 뒤 “의료 AI는 결국 병원이 주도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단순한 기술 수용자가 아니라 임상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제시할 때 의료AI가 실제 의료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중국 병원은 그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의료의 방향은 단순히 앞선 기술의 추격이 아니었다. 자원을 집중하고 병원이 움직이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그 차이는 환자가 체감하는 속도와, 병원이 축적하는 연구 성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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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킨슨’으로 묶여 버린 희귀병, 치료 늦어지는 환자들 [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하루하루가 너무 무섭습니다. 며칠 뒤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다계통 위축증’을 앓고 있는 김 모 씨(남·67)는 이제 말을 잇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의식은 또렷하다. 상황을 이해하고 보호자의 말을 알아듣는다. 그러나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움직이지 않는 몸에 갇힌 채 병의 속도를 지켜보는 시간은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공포에 가깝다.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이 어느 날 알지도 못하는 병을 진단받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상 기능을 잃어간다. 김 씨의 아내는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태를 지켜보는 게 가장 괴롭다”고 말했다.다계통 위축증은 파킨슨병과 증상이 유사해 종종 혼동되지만 병의 본질은 다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주된 원인이지만 다계통 위축증은 파킨슨 증상에 더해 소뇌 기능 저하와 자율신경계 장애가 동시에 진행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진행 속도는 빠르고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국내 유병 인구는 7000∼8000명으로 추산된다.문제는 제도다. 현재 다계통 위축증은 행정적으로 ‘비전형 파킨슨’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환자는 파킨슨병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의료비 본인 부담률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이 분류는 치료제 개발과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다.우리나라 희귀질환 제도는 유병 인구가 적고 근본 치료제가 없으며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신약은 임상 2상으로도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이 적용된다. 다계통 위축증은 이 요건을 충족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희귀질환 분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이미 파킨슨병으로 산정특례를 받고 있는데 굳이 희귀질환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의학적 현실과 행정 논리가 어긋난 지점이다. 이종식 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과 다계통 위축증은 병리와 예후가 서로 다른 질환”이라며 “환자를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적 분류는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다계통 위축증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환자와 보호자에게는 ‘효과’ 이전에 ‘기회’가 절실하다. 김 씨의 아내는 “병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치료제가 없는 병인데 약을 먹다 죽더라도 치료제를 써 볼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다계통 위축증 환자는 지금도 행정상 ‘파킨슨병 환자’로 분류돼 있다. 그 결과 의료비 지원은 받지만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조건부 승인이라는 제도적 보호에서는 제외된다. 제도가 환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치료 기회를 늦추고 있는 셈이다.희귀질환 정책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환자의 시간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서 시간은 곧 생존의 문제다. 다계통 위축증을 파킨슨병이라는 틀에 묶어두는 현재의 분류가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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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소식] “ADHD 진단-치료 받은 아이, 커서 비만 확률 높아”

    소아기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받은 경우 성인이 된 이후 체질량지수(BMI)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국내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에서 확인됐다. 특히 ADHD 치료 과정에서 메틸페니데이트를 1년 이상 사용한 집단에서 과체중·비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와 고려대 구로병원 송지훈 연구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ADHD를 새롭게 진단받은 소아·청소년 3만4850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20∼25세 성인기까지 최대 약 12년간 추적 관찰해 성인기 BMI와 키 변화를 분석했다. ADHD는 주의력 저하와 과잉 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소아·청소년기 신경 발달 질환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증상 조절에 효과적인 1차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성장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성인기 신체 지표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장기 추적 근거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소아기(6∼11세) ADHD 진단군 1만2866명과 청소년기(12∼19세) 진단군 2만1984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ADHD가 없는 대조군은 나이, 성별,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1대1 매칭했다. 메틸페니데이트 사용 여부는 진단 이후 4년간의 누적 처방 기록을 기준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소아기에 ADHD를 진단받은 집단은 ADHD가 없는 대조군보다 성인기 평균 BMI가 유의하게 높았다. 과체중·비만에 해당할 가능성도 ADHD 진단군에서 약 1.5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메틸페니데이트 치료를 받은 집단에서 더욱 뚜렷했으며 치료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평균 BMI가 가장 높게 관찰됐다. 키의 경우 ADHD 진단 여부만으로는 성인기 평균 신장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메틸페니데이트 치료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는 평균 신장이 소폭 낮았으나 여성에서 관찰된 차이도 1㎝ 미만으로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수준은 아니었다. 저신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치료군에서 다소 높았지만 누적 처방 기간과 키 사이의 상관관계는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다. 송지훈 연구교수는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증상 조절에 효과적인 치료제이며 이번 결과가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성장기 환자에서 장기간 치료가 이뤄질 경우 체중과 키 변화를 정기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상민 교수는 “전국 단위 자료를 활용해 소아·청소년기 ADHD 치료 경험과 성인기 신체 지표의 연관성을 장기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AMA Network Open’ 최신 호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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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샘 질환, ‘아프게 붓는 돌’과 ‘아프지 않은 혹’ 구분해야”

    침은 하루 평균 1.5ℓ가 분비된다.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과정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침 속에 들어 있는 라이소자임과 락토페린, 면역글로불린 (IgA)은 구강 내 세균 증식을 억제해 감염을 막는다. 충치의 원인균으로 알려진 뮤탄스균을 중화하는 기능도 침이 맡는다. 하지만 침 분비량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30세 이후 매년 약 1%씩 감소해 60세가 되면 30%가량 줄어든다. 흡연이나 음주가 잦을 경우 감소 폭은 더 커진다. 침이 줄면 구강은 쉽게 건조해지고 혀 표면이 갈라지며 통증이나 작열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후 이물감과 구취가 동반되고 음식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령층에서 침샘(타액선) 질환이 증가하는 배경이다.식사 때 붓고 아픈 ‘타석증’, 반복되면 신호다타석증(침돌증)은 침샘이나 침이 배출되는 관 안에 결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발생 빈도는 약 200명 중 1명꼴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악하선에서 흔하다. 악하선은 침샘 중 하나로 아래턱뼈(하악) 안쪽, 턱밑에 있는 큰 침샘이다. 귀밑에 있는 이하선과 함께 주요 침샘에 속한다. 침이 고이거나 성분이 변하면서 돌처럼 단단한 결석이 만들어지는데 배출관을 막아 침의 흐름을 방해한다.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식사 때 통증과 함께 귀 앞이나 턱밑이 붓는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 침 분비가 늘어나지만 배출관이 막혀 있어 통증과 부기가 심해진다. 식사가 끝나면 증상이 가라앉는 경우도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통증이 반복되거나 침샘 부위에 발적과 압통이 나타나고 입안 침 배출구에서 고름 같은 분비물이 보이면 염증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진단은 혀 아래쪽(입안 바닥)을 손으로 만져보는 구강저 촉진으로 시작된다. 배출관을 따라 단단한 결석이 만져지기도 한다. 초음파나 X선 검사도 참고가 되지만 결석의 위치와 크기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 가장 유용하다.치료는 대부분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구강 안쪽으로 들어가는 경구강 접근으로 시행된다. 내시경이나 수술 현미경을 이용해 침 배출관을 따라 결석을 제거한다. 최근에는 수술 현미경을 이용한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타석증 환자의 약 60%는 다발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침샘을 압박하고 배출관을 확장해 잔류 결석 없이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재발률은 약 20%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수술 후 남아 있는 잔류 결석이다. 구강 위생이 좋지 않거나 흡연과 음주가 잦은 경우에도 재발 위험이 커진다. 양측성 타석증은 전체의 약 3%로 드물지만 침 배출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재발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프지 않아 더 위험한 ‘타액선 종양’, 크기 변하면 의심해야타액선 종양은 전체의 약 80%가 양성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이하선에서 발생한다. 반면 소타액선에서 생기는 종양은 악성 비율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 통증이 없고 매우 서서히 자란다는 점이다. 귀밑이나 턱밑, 입천장에 혹이 만져져도 아프지 않아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양성 종양이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으로 바뀔 수 있고 종양이 커질수록 수술 범위가 넓어져 정상 조직 손상이 커진다. 촉진했을 때 종양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하거나 매우 단단하고 궤양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악성을 의심해야 한다. 많이 진행된 경우 통증이나 급격한 성장, 안면신경마비가 나타날 수도 있다.타액선 종양의 치료 원칙은 수술적 절제다. 수술 시 안면신경은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종양을 충분히 제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신경에 자극이 가해질 수 있다. 수술 후 약 20%에서 일시적인 안면신경마비가 생길 수 있으나 대부분 수주에서 수개월 내 회복된다. 종양이 클수록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은 커진다.재발 역시 중요한 문제다. 타액선 종양의 약 65%를 차지하는 혼합종양은 표면에 미세한 돌기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는 위족이 많아 단순히 종양만 제거하면 5년 이후에 재발률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첫 수술에서 정상 조직을 포함한 광범위 절제가 재발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혼합종양의 약 5%는 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임상적으로는 양성이라 하더라도 악성에 준해 관리한다.최종욱 관악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은 침샘이 반복적으로 붓거나 식사와 연관된 통증이 지속될 경우 통증이 없더라도 크기가 변한다면 조기에 진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금연과 절주, 구강 위생 관리, 수분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습관은 침샘 질환 예방의 기본이다. 침샘 질환은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조기 진단이 예후를 좌우하는 질환이다.“결석 조기 발견해 제거하면 침샘기능 보존 가능”최종욱 관악이비인후과 대표원장―침샘이 부었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때는 언제인가?“통증이 동반되거나 침샘 부위에 발적과 부기가 있으면서 눌렀을 때 아프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입안 침 배출구에서 농성(고름성) 분비물이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식사와 관계없이 부었다가 줄기를 반복하고 종물이 고형이 아니라 낭성인 경우에는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타석증 환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은 무엇인가?“식사 때만 잠깐 아프고 괜찮아진다고 방치하는 경우다. 이는 침 배출관이 막혔다는 신호다. 반복되면 염증이 생기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에 결석을 제거하면 침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타액선 종양은 왜 진단 시기가 늦어지나?“대부분 통증이 없고 아주 서서히 자라기 때문이다. 귀밑이나 턱밑 종물은 미용상의 문제로만 인식돼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성이라도 악성으로 전환될 수 있고 커질수록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수술 후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환자들의 걱정이 크다.“수술 후 일시적인 안면신경마비는 일정 비율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2주에서 3개월 이내 회복된다. 중요한 것은 종양을 충분히 제거하면서도 신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조기 진단할수록 신경 손상 위험도 줄어든다.”최종욱 관악이비인후과 대표원장· 고려대 의과대학·대학원(의학박사) 졸업·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전문의 취득· 대한종양외과 세부전문의 취득· 고려대 의대 이비인후·두경부외과장 및 주임교수 역임· 고려대 안암병원 부원장, 안산병원장 역임· 대한임상보험의학회 이사장(전)· 대한이비인후과 의사회 회장(전)· 관악이비인후과 대표원장(현)· 미국·일본 두경부외과학회 정회원(현)· 국내외 저명 학술지 논문 게재 231편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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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만 빼면 된다”는 건 착각?… ‘마른 당뇨병’, 사망 위험 더 높다

    새해를 맞아 건강검진 결과지를 다시 펼쳐 든 사람들이 많다. 혈당 수치에 빨간 표시가 찍히면 대개 “살을 빼야 한다”는 말부터 떠올린다. 2형 당뇨병은 비만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데 최근 ‘마른 당뇨병’로 불리는 저체중 2형 당뇨병 환자군의 사망 위험이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 당뇨병 관리가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당을 잡는 것과 동시에 영양 상태와 근육량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마른 당뇨병도 위험하다2형 당뇨병은 몸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거나 인슐린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슐린 저항성)로 발생한다. 전체 당뇨병의 약 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다.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병 발병 이전부터 서서히 시작되고 여기에 비만이 주요 병인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치료의 초점도 고혈당 관리와 체중 감량에 맞춰져 왔다.문제는 ‘저체중’이라는 반대 방향의 위험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홍은경·최훈지 교수,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문선준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5∼2016년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2형 당뇨병 환자 178만8996명을 2022년까지 추적한 전국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저체중을 세 단계(경도 17.0∼18.4㎏/㎡, 중등도 16.0∼16.9㎏/㎡, 중증<16.0㎏/㎡)로 나누고 정상부터 고도비만까지 그룹과 사망률을 비교했다.결과는 단순했다. 저체중 그룹의 사망 위험은 저체중이 아닌 그룹(정상∼고도비만)보다 최대 3.8배 높았다. 경도 저체중은 2배, 중등도 저체중은 2.7배, 중증 저체중은 3.9배로 단계가 낮아질수록 위험이 커졌다. 사망 원인별로도 저체중 그룹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모두 1.9∼5.1배 높았다. 특히 65세 미만에서 저체중 관련 사망 위험이 6.2로 65세 이상(3.4)보다 더 컸다. 젊은 당뇨병 환자에게 저체중의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2형 당뇨병의 증상은 초기에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갈증이 심해 물을 자주 마시고 소변량이 늘거나(다뇨) 식욕이 증가하는데도 체중이 빠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상처가 잘 낫지 않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 손발 저림 같은 신경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애매하거나 없더라도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높게 나오면 확인이 필요하다.진단은 혈당검사로 이뤄진다. 공복혈당 검사, 당화혈색소 검사, 필요시 75g 경구 당부하 검사 등을 통해 당뇨병 여부와 정도를 평가한다. 진단 이후에는 합병증 위험을 함께 본다. 혈압과 지질(콜레스테롤) 검사, 신장 기능(혈청 크레아티닌, 소변 알부민 등), 안과 검진, 말초신경 및 발 상태 확인이 포함된다. 당뇨병은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과 장기 전반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치료의 초점은 혈당과 체성분2형 당뇨병 치료의 기본 목표는 혈당을 적정 범위로 관리해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을 바탕으로 약물치료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식사 조절과 운동이 핵심이며 필요에 따라 경구 혈당강하제나 주사제(인슐린 포함)를 사용한다. 환자의 혈당 수준, 유병 기간, 동반 질환(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저혈당 위험, 체중 상태 등을 종합해 약제를 선택한다.이번 연구에서 저체중 환자들은 나이가 많고 현재 흡연자이며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비율은 더 낮았다. 연령, 성별, 소득 수준, 생활 습관, 공복혈당, 당뇨병 유병 기간 등 변수를 모두 조정한 뒤에도 저체중 그룹의 사망 위험은 비만 그룹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도 비만의 사망 위험을 1.0으로 봤을 때 중증 저체중은 5.2배, 중등도 저체중 3.6배, 경도 저체중 2.7배로 나타났으며 모든 저체중 그룹이 고도 비만(1.5배)보다 위험이 컸다. 저체중이 당뇨병 환자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험 인자일 수 있음을 대규모로 확인한 셈이다.홍은경 교수는 “저체중 당뇨병 환자는 상대적인 영양 불량이나 근육 소실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생존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혈당 관리를 위해 무리한 체중 감량보다는 전반적인 영양 상태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균형 잡힌 체성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시아인에서 마른 당뇨병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당뇨병 환자의 BMI 기준을 비만 예방 차원이 아니라 사망 위험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주의 사항은 분명하다. 첫째,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이유로 ‘나는 당뇨와 거리가 멀다’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둘째,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살만 빼면 된다’는 방식의 과도한 감량은 피해야 한다. 특히 저체중이거나 최근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면 영양 상태, 근육량, 동반 질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셋째, 흡연은 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이므로 금연이 필요하다. 넷째, 저혈당 위험이 있는 약제를 쓰는 경우 식사 거르기나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의료진과 조율해야 한다.생활 습관 개선의 방향도 달라진다. 비만한 환자에게는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체중이거나 근육이 줄어든 환자에게는 ‘감량’보다 ‘유지와 회복’이 목표가 된다. 균형 잡힌 식사로 단백질과 에너지를 충분히 섭취하고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유산소운동은 혈당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저체중인 환자라면 근력운동을 함께해서 체성분을 보완하는 접근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사로 혈당뿐 아니라 혈압·지질·신장·눈·신경 상태까지 함께 관리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기본이다.마른 당뇨병은 가볍지 않다. 체중이라는 한 가지 숫자만 좇는 치료에서 벗어나 혈당과 영양·근육을 함께 보는 관리로 전환해야 2형 당뇨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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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넘게 지속 ‘눈꺼풀 염증’ 정체…알고보니 희귀 전두동 거대 골종

    1년 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눈꺼풀 염증으로 불편을 겪던 환자에게 희귀한 ‘전두동 거대 골종’이 진단됐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지난해 말 1년 이상 왼쪽 눈꺼풀 염증 증상이 지속된 58세 여성 환자를 정밀 진단과 다학제 치료를 통해 완치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지난해 여름 눈꺼풀 염증이 호전되지 않아 동네 병원에서 대형 병원 진료를 권유받고 보라매병원 안과를 찾았다. 환자를 처음 진료한 정호경 안과 교수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 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안과 질환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안과 검사와 함께 조영제를 이용한 뇌 전산화단층촬영(CT)을 시행했다. 검사 결과 최대 지름 3.1cm에 이르는 좌측 전두동 거대 골종(骨腫)이 확인됐다. 골종은 뼈와 같이 딱딱한 조직으로 이뤄진 종양을 말한다. 전두동 골종은 발생 빈도가 낮은 질환이다. 특히 지름 3cm 이상의 거대 골종은 매우 드물어 명확한 치료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을 정도다. 초기에는 성장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크기가 커지면 뇌와 안와 구조물을 압박해 시력 저하, 신경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종양이 커진 뒤에는 제거가 어려워 복잡한 고난도 수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병변의 위치와 크기를 고려해 안과 단독 치료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학제 협진을 제안했다. 이에 홍승노 이비인후과 교수와 변윤환 신경외과 교수가 치료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세 진료과는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근본적인 치료 전략을 마련했고 최종적으로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한 수술적 치료를 결정했다. 수술은 전두동 골성형 피판 접근법을 이용해 진행됐다. 변 교수는 현미경적 접근으로 정상 뇌조직과 안와상신경, 안구운동신경, 주요 혈관과 골판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거대 골종을 완전히 제거했다. 종양 제거 후에는 전두동 구조의 함몰과 지지력 저하를 막기 위해 복부 지방과 두피 건막 피판을 이용한 전두동 폐쇄술을 시행했다. 이어 3차원 티타늄 메시와 인체 무세포 진피 기질을 활용한 두개 성형술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마취를 포함한 전체 수술 시간은 약 4시간이었다. 환자는 종양이 완전히 제거된 뒤 합병증 없이 빠르게 회복했고 수술 4일 만에 퇴원했다. 최종 병리 검사에서도 골종으로 확진돼 추가 치료 없이 외래 추적 관찰을 이어가고 있다. 변윤환 교수는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가 긴밀히 협력한 다학제 진료를 통해 희귀하고 난도가 높은 종양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뇌종양을 포함한 중증 질환 분야에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장기간 지속되는 눈 주위 염증 증상 뒤에 숨은 중증 질환을 다학제적 시각으로 접근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한 사례로 진료과 간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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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증외상은 출혈 잡는게 중요… 레보아가 ‘시간 벌기’ 핵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출혈로 쇼크에 빠진 중증 외상 환자의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의료용 풍선을 삽입해 복강내 출혈을 일시적으로 막는 장면이 등장한다. 대동맥 내 풍선폐쇄소생술인 ‘레보아(REBOA)’다. 극 중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이 같은 중증 외상 치료가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 권역외상센터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산업재해 등으로 다발성 골절과 대량 출혈을 동반한 중증 외상 환자에게 즉각적인 소생술과 응급수술,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전문 인력을 갖춘 외상 치료기관이다. 병원 내 치료에 그치지 않고 사고 예방, 현장 처치, 이송, 재활까지 외상 치료 전 과정에서 소방과 행정기관과 협력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는 201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충청 지역 최초의 권역외상센터 지원 대상 기관으로 선정된 뒤 2014년 국내 세 번째 권역외상센터로 문을 열었다. 외상소생실과 외상 전용 중환자실, 수술실, 컴퓨터단층촬영(CT)실, 혈관조영실 등을 갖추고 60항목 303점의 장비를 외상 환자 전용으로 24시간 가동하고 있다.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은 “중증 외상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출혈을 통제하고 시간을 벌 수 있느냐”라며 “레보아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장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충남권역외상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충남권역외상센터는 외상 전담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교수진이 24시간 상주하며 중증 외상 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조직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 지원과 외상 전담 간호 인력도 센터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중증 외상 진료 공백을 줄이고 예방 가능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주로 어떤 환자들이 내원하나.“대부분이 중증 외상 환자다. 교통사고, 추락, 산업재해, 가정 내 사고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산업시설이 많은 지역 특성상 추락이나 기계 끼임, 절단 사고도 적지 않다. 센터 개소 이후 매년 2400명 정도가 내원하고 있으며 손상 중증도 지수(ISS) 15점 초과인 중증 외상 환자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15세 남학생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귀가 중 대형 버스에 치여 간과 폐 파열, 골반과 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도착 직후 레보아를 포함한 응급수술을 시행했고 이후 외상 중환자실에서 여러 차례 수술과 체외막산소공급(ECMO) 치료가 이어졌다. 보호자는 ‘의료진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현재 이 환자는 일상생활을 대부분 회복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중증 외상 환자는 대량 출혈이 가장 큰 문제다.“맞다. 외상 후 1∼2시간 이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대량 출혈이다. 가슴이나 복부의 주요 혈관 손상, 고형 장기 손상, 골반 손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출혈을 빠르게 조절하고 응고 장애를 교정하는 손상통제소생술이 중요하다.”―기존 대동맥교차클램프와 비교해서 어떤가.“대동맥교차클램프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매우 침습적이고 숙련된 수련이 필요하다. 반면 레보아는 가슴을 열지 않고 대동맥 내에 풍선을 삽입해 하부 출혈을 줄이고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보존할 수 있다. 출혈 위치에 따라 폐쇄 부위를 조절할 수 있고 풍선 팽창 정도를 조절해 허혈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충남권역외상센터가 레보아 치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레보아는 응급실 도착 후 20분 이내 시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진료과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환자를 처음 만나는 의사 누구나 필요성을 판단하고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국형 레보아 교육 코스를 만들었다.”―레보아 교육 코스를 직접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외국 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일본, 스웨덴, 미국의 교육과정을 직접 경험한 뒤 국내 환경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5월 국내 최초 레보아 교육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국내외를 포함해 22차례 시뮬레이션 교육을 진행했다. 다학제 협력 없이는 성공적인 레보아도 불가능하다.”―하이브리드 응급실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하이브리드 응급실 시스템은 응급실, 혈관조영 영상검사실, CT검사, 수술실 기능을 한 공간에 통합한 구조다. 환자를 이동시키지 않고 초기 소생부터 CT, 혈관 중재, 응급수술까지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도입돼 임상 성과가 보고됐다. 다만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지방정부와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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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관절 수술, ‘경험 의존’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수술’ 전환

    《고령화와 활동량 증가로 관절 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치료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인공관절 치환술 분야에서는 로봇 기술이 본격 도입되며 수술의 정밀도와 안정성, 회복 과정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로봇수술이 무릎과 고관절 치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은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다.》고관절은 보행뿐 아니라 앉고 일어서는 동작 등 일상 움직임 대부분에 관여하는 관절이다. 골반의 비구(움푹 파인 부위)와 대퇴골두(공처럼 둥근 부위)가 깊게 맞물리는 구조여서 임플란트 삽입 각도와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다리 길이 차이나 탈구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관절 치환술은 정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수술로 꼽힌다. 임영욱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퇴행성 고관절염과 고관절 치환술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퇴행성 고관절염이란 어떤 질환인가.“퇴행성 고관절염은 고관절 연골이 점차 소실되면서 통증과 기능 저하가 이어지는 만성질환이다. 무릎 관절염보다 빈도는 낮지만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퇴골두와 비구를 덮고 있는 관절 연골이 마모·파괴되면서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연골 하골 경화나 골극 형성이 동반된다. 연골 손상이 진행되면 관절의 충격 흡수 기능이 떨어지고 미세 손상이 반복되면서 염증 반응과 통증이 이어진다.”―주로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가.“대표적인 증상은 사타구니 통증이다. 엉덩이나 허벅지 앞쪽, 무릎으로 통증이 방사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오래 걷거나 계단을 이용한 뒤 통증이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휴식 중에도 통증이 지속되고 절뚝거림이 생긴다. 양반다리를 하거나 양말을 신는 동작처럼 고관절의 굴곡, 회전이 필요한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도 특징이다.”―치료는 어떤 단계로 진행되나.“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접근한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 운동 치료 등 보존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그러나 관절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말기 단계에서는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표준 치료다.”―고관절 치환술에서 로봇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인공관절 로봇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관절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환자,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즉각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이런 환자들이 늘고 있어서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수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관절 치환술은 정밀성이 중요한 수술이라고….“고관절 치환술은 흔히 ‘정밀성의 수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진다. 관절이 깊숙이 위치해 수술 시야가 제한적이고 움직임의 자유도도 크기 때문에 1∼2도의 오차만 있어도 보행 불균형이나 탈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을 집도의의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로봇수술이 이런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나.“로봇이 도입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수술의 예측 가능성이다.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술 전 임플란트의 위치와 각도를 수치화해 계획하고 수술 중에는 로봇팔이 계획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한다. 기존에는 비구에 삽입되는 컵(cup)이나 대퇴골에 삽입되는 스템(stem)의 위치를 육안과 감각에 의존해 맞췄다면 이제는 계획된 수치를 기준으로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경험 의존적 수술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수술로의 전환이다.”―환자별 해부학적 차이를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할 것 같다.“로봇수술의 핵심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 부분의 전략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CT 기반 3차원 분석을 통해 환자 고유의 뼈 구조와 관절 형태, 변형 정도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과거 외상으로 금속 고정물이 남아 있거나 선천적 기형, 골다공증으로 뼈 강도가 낮은 경우처럼 까다로운 환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수술 후 다리 길이 차이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도 크다.“실제 상담에서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다리 길이 차이다. 몇 밀리미터만 차이가 나도 보행이 불편해지고 골반 기울어짐이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수술은 수술 전 다리 길이, 회전 중심, 오프셋을 수치화해 계획하고 수술 중 실시간 내비게이션을 통해 계획과 실제 결과를 비교·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리 길이 불균형을 줄이고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환자가 체감하는 통증이나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있나.“로봇수술은 계획된 범위 내에서만 절삭이 이뤄져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출혈과 염증 반응이 감소하고 수술 후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조기 보행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임상에서도 회복 속도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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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급여 통제 목적인 ‘관리급여’… 이름만 바꾼 비급여 양산 우려[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비급여 진료비는 환자에게는 늘 부담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최근 정부는 이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리급여’를 꺼내 들었다.그동안 건강보험 체계에서 급여와 비급여는 비교적 명확히 구분돼 왔다. 급여는 건강보험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영역이고 비급여는 환자가 전액을 부담한다. 관리급여는 이 두 범주 사이에 놓여 있다. 건강보험 보장은 거의 이뤄지지 않지만 진료 항목과 가격, 진료 기준을 정부가 정한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실제로 지출되는 비용은 극히 제한적이며 정책의 핵심은 ‘보장 확대’가 아니라 ‘관리 강화’에 있다.관리급여 논의는 지난 정권 당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급여 확대를 중심으로 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재정 부담의 벽에 부딪히면서 비급여 영역에서 반복되는 가격 상승과 과잉 진료 논란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었다.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급여 진료를 제도권 밖에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비급여 진료에 의료 인력과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관리급여는 환자 부담을 직접 줄이기 위한 급여 확대라기보다는 비급여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통제하려는 정책 수단으로 등장했다.이번에 관리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항목들은 비급여 가운데서도 이용량이 많고 가격 편차와 과잉 진료 논란이 반복돼 온 영역이다. 근골격계 질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재활·통증 관련 비급여 진료와 반복적 시술이 대표적이다. 환자 이용이 많고 병의원 수익 구조와 밀접하며 실손보험 청구와도 강하게 연결돼 있다.관리급여의 핵심은 가격 통제다. 정부가 진료비 상한과 기준을 정하면 의료기관은 그 틀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이 제도가 비급여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수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 개원가 재활의학과 원장은 “과잉 진료 등에 대한 의료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보장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가격만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가격이 정해지면 서비스는 결국 그 가격에 맞춰 재편된다. 초기에는 낮아진 가격으로 진료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비급여가 사라지고 또 다른 형태의 비급여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이번 관리급여 항목을 바라보는 의료계 내부의 시각은 엇갈린다. 개원가에서는 관리급여로 묶인 서비스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반면 상급병원 의사들 사이에서는 반복적인 시술과 과잉 진료 논란이 이어져 온 항목인 만큼 관리급여 편입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제도 이전에 의사의 판단과 양심의 문제”라며 “관리급여를 통해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 과정에서 관리급여가 결과적으로 실손보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리급여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최소화한 채 진료비 상한을 설정하는 구조여서 환자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 반면 실손보험의 지급 기준은 상대적으로 명확해진다. 그 결과 실손보험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소비자 단체 일부에서는 가격 투명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가격 편차가 줄고 진료 기준이 명확해지면 정보 비대칭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역시 비급여 진료의 과잉과 가격 불투명성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다만 관리급여가 비급여를 ‘관리’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환자 부담 완화나 의료 이용 구조 정상화의 근본적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보장성은 거의 늘리지 않은 채 가격과 행위만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비급여의 형태만 바꿀 뿐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비급여를 줄이겠다면 관리의 대상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의료기관이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비급여는 다른 형태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문제의 종착점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을 드러내는 장치에 가깝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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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유방암 환자 치료 전략 바뀌나… 난소기능 억제로 생존율 향상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안성귀·배숭준 교수팀이 호르몬 수용체(HR)와 인간 표피성장인자수용체 2(HER2)가 모두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난소기능 억제 치료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유방암은 수술 이후에도 암의 성질에 따라 약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은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를 이용한 항호르몬 치료가 기본이다. 폐경 전 환자의 경우 여기에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재발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이 이미 알려져 있다.반면 HR과 HER2가 모두 양성인 유방암 환자군은 항호르몬 치료와 함께 HER2 표적 치료를 병행한다. 그러나 이 환자군에서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실제로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분석을 진행했다.연구에는 트라스트주맙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인 HERA 임상시험 자료가 활용됐다. HERA 연구는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마친 뒤 표적 치료 효과를 평가한 국제 다국가 연구로, 약 40개국에서 5100여 명이 참여했다.연구팀은 이 가운데 HR·HER2 이중 양성 환자 965명을 선별해 분석했다. 이들은 타목시펜 단독으로 항호르몬 치료를 받은 501명과 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에 난소기능 억제제를 함께 사용한 464명으로 나뉘었다.분석 결과, 항호르몬 치료와 난소기능 억제를 동시에 받은 환자군의 예후가 유의하게 더 좋았다. 치료 후 10년 동안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을 뜻하는 10년 무질병 생존율은 동시 치료군이 70.9%,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은 59.6%였다.사망 여부를 포함해 전체 생존을 평가한 전체생존율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동시 치료군은 84.7%, 단독 치료군은 74.0%로 나타났다. 환자의 병기, 종양 특성 등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난소기능 억제제 사용은 독립적인 예후 개선 인자로 확인됐다. 무질병 생존율 기준으로 재발 위험은 32% 감소했으며(HR 0.68), 사망 위험 역시 38%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효과는 병기가 높거나 고등급(G3) 종양일수록 더욱 뚜렷했다.연구를 주도한 안성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그동안 대규모 유방암 임상시험은 HER2 음성 환자 중심으로 진행돼, HR과 HER2가 모두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비록 후향적 분석이지만, HER2 양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자료를 활용해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HR·HER2 이중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난소기능 억제 치료가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젊은 유방암 환자의 비중이 높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향후 진료 지침 마련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가 발간하는 JNCCN 최신호에 ‘호르몬 수용체 및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난소기능 억제 치료의 가능성: HERA 임상시험의 탐색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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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립스, 북미영상의학회서 MR 플랫폼-AI CT 첫선 [헬스케어 소식]

    헬스 테크놀로지 기업 필립스가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25)에 참가해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위한 최신 영상의학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필립스는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최초의 고사양 헬륨 프리 3.0T(테슬라) MR 플랫폼인 ‘블루실 호라이즌’과 인공지능(AI) 기반 스펙트럴 디텍터 컴퓨터단층촬영(CT)을 처음 공개했다. 블루실 호라이즌은 완전 밀봉형 마그넷을 기반으로 헬륨 사용량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블루실 마그넷 기술은 기존 1.5T MR 시스템에 적용돼 검증된 기술로 3.0T 제품군으로 확장돼 7ℓ 미만의 헬륨만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는 퀜치(초전도자석이 갑자기 자기장을 잃어 헬륨이 누출되고 자석이 손상되는 현상) 발생 위험이 없는 동시에 외부에 배관 설치가 필요 없어 일반 환경에서도 설치할 수 있는 운용 환경을 제공한다. 필립스는 2018년 전 세계에 1.5T 블루실 MR 시스템을 선보인 이래 약 2000대 이상을 설치해 약 600만ℓ의 헬륨 절감 효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AI 플랫폼 기술을 통해 30초 내 검사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플랫폼도 선보였다. 스마트 플랫폼은 스캔 영상을 실시간으로 미리 확인하고 영상 품질과 속도 파라미터를 조정해 신속한 진단을 돕는 실시간 프리뷰 기능을 제공한다. 최대 3배 빠른 스캔과 80% 향상된 선명도를 제공하는 스마트 스피드 프리사이즈 MR 시스템상에서 클라우드 기반 AI 판독과 리포팅 기술인 스마트 리딩은 자체 최신 임상 AI 기술을 적용해 첫 진단을 지원한다. 필립스는 세계 최초로 AI 기반 스펙트럴 디텍터 CT(SDCT) 시스템도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AI 기반 스펙트럴 디텍터 CT는 AI가 촬영부터 영상 재구성에 이르는 과정을 최적화해 이미지 잡음을 줄이고 영상의 품질을 향상하며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인다. 이 기술은 AI가 촬영부터 영상 재구성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에 필요한 영상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필립스는 이번 RSNA 2025에서 공개한 고사양 헬륨 프리 3.0T MR 시스템과 AI 기반 스펙트럴 디텍터 CT 시스템을 통해 영상의학 분야에서 맞춤형 진단과 치료의 최신 솔루션을 제시하고 의료진의 업무 효율 및 환자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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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안산병원 환자 중심 고도화… 암-중증 거점병원 도약 목표”

    고려대 안산병원(병원장 서동훈)이 암·중증질환 진료 중심의 신관 건립과 첨단 장비 확충을 골자로 한 ‘마스터플랜’을 추진하며 치료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동훈 고려대 안산병원장은 마스터플랜을 통해 병원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구체화하고 중증질환 치료 역량 강화, 필수 의료 확대를 기반으로 경기 서남부 핵심 거점 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서 원장을 만나 신관 건립의 주요 내용과 스마트 진료 환경 구축, 첨단 장비 도입 계획, 연구중심병원 인증 이후 변화 등 마스터플랜의 구체적 청사진을 들었다. ―이번 마스터플랜의 핵심 목표가 무엇인가. “마스터플랜의 목표는 결국 ‘더 좋은 병원’을 만드는 일이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만이 아니라 환자가 더 편안하고 중증 외상처럼 위중한 상황에서 ‘안 되는 것이 적은 병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안산병원은 개원한 지 40년이 지나 연구 기반은 많이 확충됐지만 외래 시설은 노후화돼 환자 동선이나 진료 효율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신관을 통해 기존의 진료과 중심 구조를 환자 중심 구조로 재편하려고 한다. 환자의 흐름에 맞춰 진료·검사·협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외래 진료실, 검사실, 대기 공간 등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환자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의료진 업무가 특정 시점에 몰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기존 본관에서는 구현이 어려워 신관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신관은 암·중증질환 중심으로 계획돼 있다. 환자 입장에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신관 건립은 암센터를 단순히 옮기는 작업이 아니다. 암 치료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많은 병원에서 질환별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외과를 먼저 봐야 하는지, 내과가 먼저인지’ 환자도 의료진도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신관에서는 암을 질환별, 치료 단계별로 세분화해 외과·내과·방사선·병리·재활이 한 공간 안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공간을 인접하게 만든다고 저절로 협진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료과별 업무 분담과 역할 조정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신관에서 진단-검사-수술-항암-방사선-재활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해결한다. 암 환자에게 특히 중요한 치료 연속성과 내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신관에 적용될 스마트·인공지능(AI) 진료 환경은 어떤 모습인가. “첫 단계는 환자 안전과 진료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본관은 진료가 진행 중인 건물이어서 큰 변화를 주기 어렵지만 신관은 처음부터 스마트 병원 구조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있다. 환자의 위치와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처방·검사 대기 시간을 자동 조절하며 AI가 환자의 위험 신호를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수술실과 중환자실은 모니터링과 자동화 기술이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예측 기반 운영 모델을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이런 변화는 환자 대기 지연을 줄이고 의료진의 반복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 결국 환자 안전과 진료 효율이 함께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도입되는 최신 로봇 수술기 다빈치 5와 고정밀 방사선 치료기는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 “내년 2월 도입되는 다빈치 5는 경기도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최초로 도입되는 모델이다.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 기능이 있어 집도의가 조직의 강도와 반발감을 실제로 느끼며 절개·봉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로봇수술이 필요한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에서는 로봇의 장점이 확실하다. 주니어 의료진의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또 내년 초 병원이 고정밀 방사선 치료기 1대를 추가 확보하면 총 3대를 운영하게 된다. 암 환자의 치료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더욱 촘촘한 정밀 방사선 치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역 암 환자들이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스터플랜의 투자 규모와 추진 일정을 설명해 달라. “현재는 설계 단계이며 신관 용지 매입을 내년 2월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2023년부터 사전 검토를 진행해 왔고 설계-착공-완공-운영 순으로 단계별 추진 일정을 갖고 있다. 투자 규모는 설계가 확정되면 정확해지겠지만 신관 건립과 스마트 진료 환경 구축, 첨단 장비 확충을 포함하면 상당한 규모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재원은 병원 자체 자산과 의료원 지원을 기반으로 하고 필요하면 외부 재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연구중심병원 인증 이후 가장 빠르게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인가. 지역 의료에는 어떤 변화를가져오게 되나. “고려대 안산병원은 공단 지역이라는 특성과 안산 주민 유전자 코호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의학, AI 헬스케어, 제브라피쉬(열대 민물고기로 인간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에서 핵심 도구로 쓰이는 대표적인 모델 생물) 기반 중개 연구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 분야는 연구 성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몇 년간 연구동 증축과 공동연구 지원센터 확충, 기업부설연구소 승인 등을 통해 기술 사업화 기반을 마련해 왔다. 2021∼2024년 동안 핵심 연구 인력 1인당 평균 2.3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신의료기술 3건 승인, 임상시험 131건 수행, 기술이전 29건 등 실제 성과도 축적돼 있다. 이 연구 역량은 지역 환자 치료와 직접 연결된다. 환경 독성 기반 만성질환 관리, 생활환경 데이터 기반 위험 예측, AI 조기 진단 등은 안산·시흥·화성 지역 환자의 특성과 매우 맞닿아 있다. 생활권 안에서 더 정밀하고 예측 기반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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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보다 살짝 높은 ‘상승 혈압’도 치매 부른다

    정상 혈압 범위보다 살짝 높은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2024년 유럽심장학회(ESC)가 고혈압의 기준을 강화하며 새롭게 도입한 상승 혈압 구간의 임상적 위험성을 대규모 인구 집단을 통해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교신저자), 정영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욱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혈압과 치매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혈압이 치매의 주요 위험 인자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고혈압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혈압 전 단계’ 구간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최근 약간 높은 혈압도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유럽심장학회는 2024년 지침을 개정해 고혈압 전 단계(수축기 120∼139㎜Hg 또는 이완기 70∼89㎜Hg) 구간을 상승 혈압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혈압 관리를 권고한 바 있다.연구팀은 건보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과 2010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약 280만 명을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해 혈압 상태와 치매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연구팀은 대상자를 2024년 유럽심장학회 지침에 따라 정상 혈압(수축기 120㎜Hg 미만이면서 이완기 70㎜Hg 미만), 상승 혈압(수축기 120∼139㎜Hg 또는 이완기 70∼89㎜Hg), 고혈압(수축기 140㎜Hg 이상, 이완기 90㎜Hg 이상 또는 약물치료 중) 세 그룹으로 분류해 치매 발생 위험도를 비교했다.추적 기간 총 12만1223건의 치매가 발생했으며 이 중 76.6%가 알츠하이머병, 12.1%가 혈관성 치매였다. 분석 결과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과 고혈압 그룹 모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혈압 그룹의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은 1.6% 증가했으며 고혈압군에서는 전체 치매 위험이 2.9% 유의하게 증가했다.특히 뇌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정상 혈압 그룹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은 16%, 고혈압 그룹은 37% 더 높게 나타나 혈압이 높아질수록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단계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연령대별 분석에서는 40∼64세 중년층에서 혈압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중년 연령대에서 상승 혈압 그룹은 정상 혈압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8.5% 높았고 고혈압군은 33.8%나 높았다.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혈압 상승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더 뚜렷했다. 여성의 경우 상승 혈압과 고혈압 모두에서 유의한 치매 위험 증가가 관찰됐으나 남성에서는 고혈압 그룹에서만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럽심장학회가 제시한 상승 혈압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실제 치매 위험,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효함을 입증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수축기 혈압이 120㎜Hg를 넘거나 이완기 혈압이 70㎜Hg를 넘는 단계, 즉 고혈압으로 진단받기 전 상태부터라도 뇌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도 치매의 조기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생활 습관 교정 등 선제적인 관리와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번 연구는 ‘혈압 범주에 따른 치매 위험: 대한민국 전 국민 연구’라는 제목으로 심혈관질환 학술지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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