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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오래 지속되는데도 감기나 기관지염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흡연자라면 ‘담배를 오래 피워서 그런가 보다’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거나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고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숨이 차다면 폐암의 신호일 수 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다. 그중에서도 ‘소세포폐암’은 가장 공격적인 폐암으로 꼽힌다. 전체 폐암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고 조기에 림프절이나 간, 뇌, 뼈 등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의 98% 이상이 흡연 경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인 흡연 관련 암으로 분류된다.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흡연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암으로 비흡연자에게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담배를 오래 피울수록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폐암 검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세포폐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적어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은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피가 섞인 가래(혈담), 호흡곤란, 가슴 통증, 쉰 목소리 등이다. 또한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암이 진행해 뼈나 뇌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두통, 어지럼증, 뼈 통증,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안 교수는 “흡연자는 기침이나 가래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 폐암 증상을 단순 기관지염이나 흡연 탓으로 오인하기 쉽다”며 “특히 혈담이 나오거나 증상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세포폐암은 발견 시기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암이 한쪽 흉곽 안에 국한된 제한 병기에서 발견되면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제를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이후 발견되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문제는 소세포폐암 환자 상당수가 진단 당시 이미 진행성 병기라는 점이다. 실제 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약 6%에 불과하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 후 시간이 지날수록 폐암 발생 위험은 감소한다. 또한 현재 국가암검진에서는 54∼74세 가운데 30갑년 이상 흡연 경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갑년은 ‘하루에 피운 담배 갑 수(갑)X흡연 기간(년)’으로 계산하는 평생 흡연량 지표다. 안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흡연 경력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당뇨병 환자 대부분은 경구 혈당강하제로 혈당을 조절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서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적지 않다. 특히 하루 여러 차례 인슐린을 투여하는 집중 인슐린 치료 환자는 혈당 변동성이 크고 저혈당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교한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이들 환자는 식사와 운동, 수면, 인슐린 투여 시점 등에 따라 혈당이 크게 변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고 야간 저혈당과 같은 위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신경병증 등 당뇨병 합병증 위험도 크다.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혈당 관리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정 시점의 혈당만 확인하는 자가 혈당 측정과 달리 하루 24시간 혈당 변화 추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집중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CGM이 임상적 효과뿐 아니라 비용효과성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나 집중 인슐린 치료 환자의 혈당 관리와 CGM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집중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왜 혈당 관리가 더 어려운가.“이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다. 혈당 변동성이 크고 저혈당 위험도 크다. 인슐린 용량과 식사, 운동, 수면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같은 식사와 활동을 하더라도 그날의 신체 상태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혈당 변동성과 저혈당이 왜 중요한 문제인가.“당뇨병 관리에서는 당화혈색소도 중요하지만 혈당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집중 인슐린 치료 환자는 고혈당뿐 아니라 저혈당 위험에도 지속해서 노출돼 있다. 야간 저혈당이나 저혈당 인지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본인이 위험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저혈당 경험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치료 순응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기존 자가 혈당 측정의 한계는 무엇인가.“자가 혈당 측정은 특정 시점의 혈당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다. 하지만 하루 동안 혈당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지, 언제 상승하고 하강하는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특히 야간 저혈당이나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처럼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 집중 인슐린 치료 환자는 혈당 수치뿐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연속혈당측정기는 어떤 점이 다른가.“CGM은 하루 24시간 혈당 변화 추이를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환자는 저혈당과 고혈당 위험을 빨리 인지할 수 있고 식사나 운동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료진 역시 실제 생활 속 혈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슐린 용량과 치료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실제 치료 현장에서 어떤 도움이 되나.“집중 인슐린 치료 환자는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저혈당이 발생하는지, 식후 혈당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CGM은 이러한 패턴을 보여준다. 문제 발생 후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 신호를 미리 발견하고 예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발표한 국내 비용효과성 연구의 의미는 무엇인가.“그동안 CGM의 임상적 효과는 충분히 입증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근거도 필요했다. 연구 결과 CGM 사용군은 자가 혈당 측정군보다 삶의 질 보정 생존 연수가 0.683 증가했고 비용 대비 효과도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임상적 가치뿐 아니라 보건 경제적 가치도 확인한 셈이다.” ―합병증 예방 효과도 확인됐다고 들었다.“연구 모형화 결과 1000명의 환자를 기준으로 안과 합병증은 153건, 신장 합병증은 117건, 신경병증과 당뇨발 관련 합병증은 66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심혈관계 합병증도 28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정적인 혈당 관리가 장기적인 건강 결과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응급실 방문과 입원 감소 효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중증 저혈당이나 고혈당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과 입원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연구에서는 CGM 사용 시 응급실 방문과 입원이 1000명당 1147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단순히 혈당 수치 개선을 넘어 환자의 안전성과 의료 자원 활용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다.”―향후 과제는 무엇인가.“집중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2형 당뇨병 환자는 고위험군임에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CGM 보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기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자가 데이터를 이해하고 이를 실제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앞으로 당뇨병 관리는 더욱 개인화되고 데이터 기반의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당뇨병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있다. 앞으로는 혈당을 측정하는 시대를 넘어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뇌동맥류는 흔히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으로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파열되면 치명적인 지주막하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뇌동맥류 파열 환자 3명 중 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진료받은 환자는 연간 19만 명에 이른다.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모든 뇌동맥류가 치료 대상은 아니다. 동맥류의 크기와 위치, 형태,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개두술뿐 아니라 코일 색전술, 혈류 변환 스텐트 삽입술 등 혈관 내 치료가 발전하면서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특히 과거 치료가 쉽지 않았던 대형 동맥류나 광경부 동맥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확대되고 있다. 부산대병원 신경외과 고준경 교수를 만나 뇌동맥류의 위험성과 최신 치료 흐름에 대해 들었다.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인가.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국소적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는 상태로 존재하다가 파열되면 지주막하출혈로 이어져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점은 증상이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진다는 데 있다.” ―파열 전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주변 신경이나 뇌 조직을 압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의 자각 증상도 거의 없다. 따라서 자가 진단은 사실상 어렵다. 실제 임상에서는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이나 흡연, 가족력 같은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권장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 “급성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다. 환자는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구토와 의식 저하,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상태가 매우 빠르게 악화하는 때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사망률이다. 생존하더라도 인지 기능 저하나 운동장애 등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또한 재출혈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모든 뇌동맥류를 치료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치료 여부는 동맥류 크기와 위치, 형태, 성장 여부뿐 아니라 환자의 나이와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파열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크기가 크거나 형태가 불규칙한 경우, 위치상 파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한다. 결국 지금 치료하는 것이 더 안전한지, 관찰하는 것이 더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현재 시행되는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크게 개두술과 혈관 내 치료로 나뉜다. 개두술은 머리뼈를 열고 클립을 이용해 동맥류를 막는 방법으로 오랜 기간 시행돼 온 표준 치료다. 혈관 내 치료는 혈관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으로 코일 색전술과 혈류 변환 스텐트 삽입술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환자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른 혈관 내 치료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혈류 변환 스텐트는 어떤 원리로 치료하는가. “동맥류 입구가 있는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동맥류 내부로 들어가는 혈류를 감소시키고 정상 혈관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치료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맥류 내부에 혈전이 형성되고 결국 폐색이 이뤄진다. 동시에 혈관 벽 재형성도 유도할 수 있다. 단순히 동맥류를 채우는 개념이 아니라 혈관 구조 자체를 재구성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떤 환자에게 고려하나. “입구가 넓은 광경부 동맥류, 크기가 큰 대형 동맥류, 형태가 복잡한 방추형 동맥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병변은 코일만으로 완전 폐색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출혈 여부와 혈관 상태, 전신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치료 후 관리도 중요한가. “매우 중요하다. 코일 색전술은 일부 환자에서 재개통이 발생할 수 있고 혈류 변환 스텐트 역시 혈관 변화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장비와 시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치료 성적도 좋아지고 있지만 꾸준한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방과 함께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과 흡연, 가족력 같은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방치해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본인의 위험도를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중요한 미팅이나 약속이 갑자기 잡혔을 때, 단시간에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시술이나 관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문가들은 자기 얼굴에서 가장 자신 있는 각도를 찾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실제로 아이돌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왼얼사(왼쪽 얼굴 사수)’라는 표현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얼굴 좌우가 완전히 대칭이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는 얼굴 방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전문가들은 얼굴 비대칭이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특징이라고 설명합니다. 광대뼈의 크기나 높이, 턱선, 눈의 위치 등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으며 사진을 찍을 때 특정 방향의 얼굴이 더 자연스럽고 입체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부위로는 눈가와 턱선이 꼽힙니다. 특히 눈가는 피부가 얇고 움직임이 많아 주름이 쉽게 생기는 부위입니다. 반면 턱선은 피부 탄력 저하와 지방 변화의 영향을 받아 얼굴 윤곽이 흐려지면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이번 ‘입담처방’ 피부미용 편에서는 정재윤 미엘르인청담의원 원장, 이상봉 피그마리온의원 원장, 최호성 리을피부과의원 원장이 출연해 얼굴 비대칭의 원인과 각도의 중요성, 그리고 연령대와 부위에 따른 피부 리모델링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눈가와 턱선 등 노화가 두드러지는 부위를 중심으로 피부미용 치료의 원리와 주의 사항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전체 영상은 유튜브 ‘건강IN으로’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보기 :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울아산병원이 최첨단 암 치료 장비인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위한 중입자 치료센터 건립 공사에 본격 착수했다. 병원 측은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서울아산병원은 11일 중입자 치료센터 착공식을 열고 2031년 가동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입자 치료센터는 전체면적 3만9502㎡(약 1만1949평),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로 건립되며 국내 중입자 치료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센터에는 일본 도시바가 제작한 회전형 치료기 2대와 고정형 치료기 1대 등 최고 사양의 장비가 설치된다. 시공은 IPARK현대산업개발이, 감리는 한미글로벌이 맡는다.중입자 치료는 탄소 등 이온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암세포에 정밀 조사하는 방사선 치료법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암세포 파괴력이 높고 정상 조직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어 ‘꿈의 암 치료’로 불린다. 특히 췌장암, 폐암, 육종암, 신장암, 재발암 등 기존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암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서울아산병원이 도입하는 중입자 치료기는 기존 장비보다 중입자 빔 조사 범위가 넓고 선량률이 높아 짧은 시간에 넓은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탄소 이온뿐 아니라 헬륨, 네온, 산소 등 다양한 입자를 활용하는 멀티이온빔 기술을 적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정상 조직 손상은 줄일 계획이다. 병원은 향후 소아 종양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한다.아울러 컴퓨터 단층 촬영(CT) 기반 영상 유도 시스템을 도입해 치료 과정에서 변화하는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정밀 맞춤 치료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새로운 치료 기회를 기다리는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중입자 치료기 도입은 아산재단 설립 정신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현존하는 방사선 치료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라며 “암 환자의 치료 성과를 높이고 서울아산병원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서울성모병원이 소아 응급환자를 위한 전담 진료 체계 구축에 나섰다. 성인 응급실과 분리된 독립 공간에서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진료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서울성모병원은 지난 5일 본관 1층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개소 축복식을 열고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을 기원했다고 밝혔다. 축복식은 영성부원장 신희준 신부의 집전으로 진행됐으며 이지열 병원장, 곽승기 진료부원장, 최예원 행정부원장, 정낙균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장, 배우리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등 주요 보직자와 교직원이 참석했다.소아 응급의료는 국내 의료 체계의 취약 분야로 꼽힌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24년 응급의료 통계 연보’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응급환자는 전체 응급실 이용 환자의 약 17%를 차지했다.소아 환자는 나이에 따라 증상과 질환 양상이 다양하고 상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성인과는 다른 전문적인 진료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력 부족과 응급진료 기반 약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의료계는 소아 응급환자를 위한 전용 기반 확충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번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개소를 통해 권역 내 소아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체계적인 진료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센터는 지난달 15일부터 진료를 시작했으며 본관 1층 응급의료센터 옆에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성인 환자와 동선·진료 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독립 운영 체계다. 이를 통해 감염병 전파 등 2차 감염 위험을 줄이고 어린 환자들이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또한 소아 응급의료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며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기 평가와 치료를 제공한다. 감염병 환자와 중증 환자 진료를 위해 입원실과 음압격리병상, 일반격리병상, 중환자 병상 등 소아 응급 전용 시설도 별도로 구축했다.병원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어린이병원 진료 체계를 긴밀히 연계해 응급실에서 초기 진료를 받은 환아들이 필요한 세부 전문 진료를 신속하게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응급진료부터 입원 치료, 중환자 치료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진료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배우리 서울성모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소아 응급환자는 성인과 달리 증상 표현이 제한적이고 상태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환자의 예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핫라인 운영과 원내 패스트트랙 확대를 통해 중증 소아 응급환자가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낙균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장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신속한 응급진료를 받은 환아들이 어린이병원의 각 전문 진료과와 원활하게 연계돼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서울성모병원은 이번 센터 개소를 계기로 권역 내 중증 소아 응급환자 진료의 핵심 거점 임무를 수행하며 응급의료 공백 해소와 소아 응급의료 안전망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 바이오 기업 테라퓨틱스엔엠씨와 연세대 의대 공동 연구팀이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암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신물질을 개발했다.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항암제 내성을 가진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을 확인해 차세대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기청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 임진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최경화 분당차병원 교수, 테라퓨틱스엔엠씨 공동 연구팀은 항암제 내성을 보이는 전이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신물질 ‘PPS03’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생체재료학’ 최신 호에 게재됐다. 암 치료의 큰 난제 중 하나는 항암제 내성이다. 초기 치료에 반응하던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에 적응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내성을 획득한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낮춘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해 활성산소종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활용해 왔다. 활성산소종은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활성산소종을 무작정 증가시키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이 암세포가 정상 세포와 다른 대사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전이암 세포에서는 주변 액체와 영양분을 대량으로 흡수하는 ‘거대음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연구 결과 PPS03은 이러한 거대음작용을 통해 전이 암세포 내부로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상 세포에서는 PPS03이 거의 흡수되지 않았다. PPS03이 암세포 내부로 들어간 뒤 철 이온과 셀레노메티오닌 이온을 방출해 활성산소종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결국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을 확인했다. 정상 세포는 PPS03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활성산소종 증가에 따른 손상을 피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효과를 기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에 내성을 보이는 간암 환자의 암세포 조직에서 확보한 전이 암세포를 이용해 검증했다. 실험 결과 PPS03은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세포에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항암 물질을 개발한 데 그치지 않고 전이 암세포만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전이암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약물 내성과 부작용을 동시에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임 교수는 “PPS03은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전이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이암 특이적 항암 효과를 확인한 PPS03은 현재 임상 연구를 준비 중”이라며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암제 내성과 전이는 암 치료 성적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PPS03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검증한 뒤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기존 치료에 실패한 전이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평균 420일에서 240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암과 희귀질환 환자들이 혁신 신약을 더욱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치료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허가 절차를 효율화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허가와 접근성은 다른 문제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허가 날짜가 아니라 실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다. 국내에서 신약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는 식약처 허가 이후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고시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허가는 시작일 뿐이다.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며 치료받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신약 접근성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미국·유럽·일본에서 허가된 신약 460개 가운데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비율은 22%였다. OECD 평균은 29%였으며 일본과 영국은 각각 48% 수준으로 조사됐다. 신약 도입 속도 역시 느린 편이었다. 글로벌 최초 출시 후 1년 이내 국내에 도입된 신약 비율은 한국이 5%로 OECD 평균인 18%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해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혁신 신약이 국내에 들어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들어온 이후에도 환자가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식약처의 신약 허가 심사 체계는 지속해서 개선됐지만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급여 단계에 집중돼 있다. 신약의 임상적 가치가 인정돼 허가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약이 허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좋은 약이 있는데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기존의 치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는 이 기다림의 시간이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는 치료 기회를 기다려야 하고 일부는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비급여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반대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는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김 교수는 “신약 접근성 문제는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모든 신약을 급여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표준 진료 지침에서 권고되는 치료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한정된 재원 안에서 급여 범위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임상적 효과와 비용 효과성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허가 단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식약처의 신약 허가 혁신이 실질적인 환자 접근성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까지 포함한 ‘전주기 신속 접근 체계’가 필요하다. 신약이 얼마나 빨리 허가됐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그 약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가’다. 환자가 기다리는 것은 치료다. 신약 개발의 최종 목적 역시 허가가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요추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시행한 약침 치료가 일반적인 보존 치료보다 통증을 줄이고 일상 기능 회복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이수원 원장 연구팀은 요추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약침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통합의학 연구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요추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 내부 신경과 혈관 구조물이 퇴행성 변화로 인해 압박받으면서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 간헐적 신경성 파행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환자는 2020년 165만9452명에서 2024년 185만6224명으로 약 12% 증가했다.현재 치료는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등 보존 치료가 우선 시행되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다만 수술은 경막 손상, 혈종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고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 고령 환자에게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연구팀은 자생한방병원 강남·대전·부천·해운대병원과 경희대 한방병원,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등에서 영상 검사를 통해 요추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대상자는 약침 치료군과 통상 치료군(물리치료·진통제)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약침 치료군은 12주 동안 주 2회 약침 치료를 받았고, 통상 치료군은 같은 기간 물리치료와 필요시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연구팀은 이후 53주까지 추적 관찰했다.그 결과 약침 치료군은 통증과 기능장애 평가 지표에서 통상 치료군보다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치료 효과가 장기간 유지됐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이수원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원장은 “이번 연구는 요추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약침 치료를 단독 중재로 평가한 무작위대조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약침 치료가 수술 전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폐암은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암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활발하게 치료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암이기도 하다.”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최근 폐암 치료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말기 폐암 진단 자체가 사실상 생존의 한계를 의미했다면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다양한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를 중심으로 한 정밀의학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환자는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며 관리하는 단계까지 진입하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은 존재한다. 치료 초기에는 항암제에 효과를 보이던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고 결국 약제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일 내성이 아니라 여러 내성 기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내성’까지 증가하면서 폐암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진은 기존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이후 나타나는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4세대 EGFR 표적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조 교수는 국내 바이오기업 제이인츠바이오가 개발 중인 4세대 EGFR 표적치료제 ‘JIN-A02’의 임상 시험 총괄 자문을 맡고 있다. 조 교수를 만나 폐암 내성과 최신 치료법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최근 국내 폐암 진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과거와 비교하면 폐암 치료는 정밀의학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조직형 중심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진단 직후부터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일상적인 진료가 됐다. 특히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체 검사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단순히 특정 돌연변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종양 전체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또 하나 특징적인 변화는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양인 여성 폐선암 환자에게서는 EGFR 변이가 매우 흔하게 발견된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도 많아졌다.”―폐암 치료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폐암은 여전히 전 세계 암 사망률 1위 질환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 환자가 이미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단계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 자체가 쉽지 않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암세포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다. 처음에는 표적치료제에 잘 반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고 결국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는 단순히 하나의 내성 기전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내성 기전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내성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폐암은 뇌 전이도 흔하다. 따라서 약물이 중추신경계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지가 치료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폐암 치료의 핵심은 내성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또 내성이 생겼을 때 다음 치료 전략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EGFR 변이 폐암은 왜 중요한 치료 영역으로 꼽히나.“EGFR 변이는 폐암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이상이다. 특히 동양인 비흡연 여성 폐 선암 환자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Exon 19 deletion’과 ‘L858R’ 변이가 잘 알려져 있다. 이 환자들은 EGFR 표적치료제에 초기 반응이 매우 좋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과거 항암 화학요법만 가능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치료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내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여러 내성 기전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EGFR 변이 폐암 치료는 단순히 첫 번째 약제를 잘 쓰는 문제가 아니라 이후 어떤 내성이 생길지를 예측하고 다음 치료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최근 폐암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치료 전략은 무엇인가.“현재 폐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결국 내성 극복이다. 최근에는 치료 초기부터 내성 발생을 늦추기 위한 전략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MET 억제제 병용, ADC 병용, EGFR-MET 이중항체 전략 등이 중요한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는 단독 요법보다 다양한 병용 전략 중심으로 치료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표적치료제와 ADC,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마커 분석과 액체 생체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혈액 기반으로 내성 변이를 추적하고 환자별 내성 패턴과 치료 반응을 더 정교하게 예측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현재 개발 중인 4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무엇을 목표로 하나.“4세대 EGFR 표적치료제의 핵심 목표는 기존 3세대 EGFR-TKI 이후 발생하는 내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내성 변이인 C797S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면서 정상 세포 독성은 줄이고 뇌 전이까지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 강한 약을 만드는 개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피부 독성이나 위장관 부작용은 줄이면서 돌연변이 EGFR만 더 정밀하게 표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임상 시험 총괄 자문을 맡은 JIN-A02 임상은 어떤 의미를 갖나.“JIN-A02는 3세대 EGFR-TKI 치료 이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내성 변이인 C797S를 표적으로 개발된 4세대 EGFR-TKI다. 현재 EGFR 돌연변이를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기존 EGFR-TKI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치료 이후 선택지가 거의 없는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초기 임상 결과에서는 낮은 용량에서도 의미 있는 종양 감소가 관찰됐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뇌 병변 감소 사례도 확인됐다. 심각한 심장 독성이나 혈액학적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또한 희귀 EGFR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향후 2상 연구에서 재현성과 임상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앞으로 폐암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나.“앞으로 폐암 치료는 점점 더 정밀하고 개인 맞춤형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같은 폐암이라도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와 내성 구조가 모두 다르다. 결국 개별 환자의 분자생물학적 특성과 내성 구조를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폐암 치료 환경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던 환자도 지금은 유전자 검사 기반으로 다양한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고 실제로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도 늘고 있다.”―마지막으로 폐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암 환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삶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일 수 있다. 특히 폐암은 치료 과정이 길고 재발과 내성이라는 문제를 반복해서 마주해야 하므로 환자와 보호자 모두 큰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겪게 된다. 폐암은 여전히 어려운 암이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치료가 발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도 전 세계 연구자와 의료진, 제약사들이 더 좋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치료를 너무 두렵게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임상시험 역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과정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치료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양치를 매일 하는데도 잇몸병이 생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양치를 자주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아 표면만 대충 닦는 습관으로는 치태(플라크)를 제대로 제거하기 어렵고 결국 잇몸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잇몸병은 구강 질환을 넘어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전신 건강과의 연관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치은염과 치주 질환 환자는 약 1960만 명에 달했다. 진료비만 약 2조4000억 원에 이른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적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충규 케이치과 원장은 “잇몸 건강은 단순히 치아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관리의 시작점”이라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비싼 치과 치료보다 매일의 양치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원장과의 일문일답.―잇몸병이 전신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과거에는 구강 질환을 입안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 상태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잇몸은 혈관이 풍부한 조직이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세균과 염증 물질이 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잇몸병은 단순히 피가 나고 붓는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어떤 방식으로 전신에 영향을 미치나.“크게 두 가지 경로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혈관을 통한 경로다. 잇몸 염증 부위의 세균과 독소가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이동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면역반응이다. 잇몸 염증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염증 유발 물질이 혈액 내에 증가하면 다른 장기와 조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특히 어떤 질환들과 연관성이 많이 언급되나.“대표적으로 심혈관 질환, 당뇨병, 호흡기 질환과의 관련성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 밖에도 류머티즘관절염, 골다공증, 비만, 고혈압 등과의 연관성도 꾸준히 보고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와의 관련성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임신부의 경우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다만 연관성이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심혈관 질환과의 관계가 특히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잇몸 염증 부위의 세균이나 염증 물질이 혈관 내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혈관 내벽 손상이나 염증 반응이 촉진되고 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혈관 건강은 심장과 뇌 건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잇몸 관리가 중요하다.”―당뇨병과 잇몸병은 어떤 관계인가.“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보면 된다. 당뇨병이 있으면 면역 기능과 상처 회복 능력이 떨어져 잇몸병이 더 잘 생기고 진행도 빠를 수 있다. 반대로 잇몸병이 심해지면 염증 물질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잇몸병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근본 원인은 치태, 즉 플라크다. 치태는 치아 표면에 형성되는 세균막인데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염증을 일으킨다. 시간이 지나 딱딱하게 굳으면 치석이 된다. 치석은 칫솔질만으로 제거하기 어렵다.”―결국 양치 습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그렇다. 양치할 때 단순히 치아 표면만 닦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아와 잇몸 사이 경계 부위를 꼼꼼히 닦는 것이 중요하다. 치태가 가장 잘 쌓이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치석은 이미 굳은 상태라 양치만으로 제거하기 어렵지만 플라크 단계에서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스케일링은 얼마나 자주 받아야 하나.“보통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권장한다. 다만 잇몸 상태나 질환 정도에 따라 더 자주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치실과 치간칫솔도 꼭 사용해야 하나.“칫솔만으로는 치아 사이 공간을 충분히 닦기 어렵다. 치아 사이에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쉽게 남는다. 이 부위에 치태가 쌓이면 잇몸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실과 치간칫솔은 선택이 아니라 잇몸 건강을 위한 중요한 관리 도구라고 보는 것이 맞다.”―치약은 어떻게 골라야 하나.“본인의 구강 상태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불소 함유 치약이 도움이 된다. 성인이 되면 잇몸 건강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잇몸 출혈이나 부기가 자주 나타난다면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약형 잇몸 치료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임플란트를 한 사람도 관리가 중요한가.“매우 중요하다. 임플란트는 충치가 생기지는 않지만 임플란트 주변 잇몸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임플란트 주위염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 임플란트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임플란트를 했다고 관리가 덜 중요해지는 것은 아니다.”―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잇몸병 관리의 핵심은 특별한 치료보다 기본적인 구강 위생 관리다. 올바른 양치 습관, 치실·치간칫솔 사용,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잇몸이 자주 붓거나 피가 난다면 가벼이 넘기지 말고 조기에 치과를 방문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목이 자주 붓고 열이 나는 편도염은 흔한 감기 증상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편도염이 반복되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수면장애와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게서는 수면무호흡증과 성장 지연, 학습 능력 저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만성 편도염 환자는 2022년 약 29만 명에서 2024년 약 48만 명으로 2년 새 약 1.7배 증가했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30대 이하로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 편도 질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는 입과 코로 들어오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림프 조직으로 외부 감염을 막는 면역기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염증이 반복되면 편도 조직 자체가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양극성 고주파 에너지를 이용한 편도절제술이 도입되면서 출혈과 통증 부담을 줄인 수술 치료도 이뤄지고 있다. 윤형준 평택 굿모닝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에게 편도 질환의 원인과 치료, 최신 수술 방법에 대해 들었다. ―편도염은 어떤 질환이며 주로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나. “편도는 외부 감염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첫 관문이다. 편도염은 구인두 편도조직에 발생하는 염증으로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이다. 목 통증과 삼킴곤란, 발열, 경부 림프절 비대 등이 대표 증상이다. 면역 체계가 형성되고 집단생활을 시작하는 아동·청소년, 특히 5∼15세에서 유병률이 높다. 성인은 과로와 스트레스, 면역 저하가 있는 경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사례가 많다.” ―만성 편도염으로 진행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만성 편도염은 단순히 목이 자주 붓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연 3∼4회 이상 인후통이 반복되면서 삼킴곤란과 목 이물감, 구취, 전신 피로감이 지속될 수 있다. 편도에 세균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면 편도결석이 생기기도 한다. 편도 조직이 커지면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두통과 집중력 저하, 주간 피로감이 동반된다. 성장기 소아·청소년에게서는 성장과 학습, 얼굴 골격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편도염이 반복되면 수술까지 고려해야 하나. “치료는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급성기에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중요하고 세균성 감염이 의심되면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약물 치료만으로는 재발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 차례 재발하거나 편도비대증으로 수면장애와 호흡 불편이 동반되면 편도절제술을 고려한다. 환자의 재발 빈도와 증상 정도, 합병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편도절제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최근 1년간 7회 이상, 2년간 매년 5회 이상, 3년간 매년 3회 이상의 편도염이 반복되면 수술을 권장한다. 다만 단순 횟수만 보는 것은 아니다. 고열과 심한 통증으로 항생제를 반복 투약하는지, 학교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는지, 수면과 호흡 문제를 동반하는지 등을 함께 고려한다. 특히 편도비대로 인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나 편도농양 병력, 악성종양 의심 소견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검토한다.” ―청소년 환자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청소년기는 편도 질환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기다. 편도비대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저하될 수 있고 ADHD와 유사한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성장 지연과 식욕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학교생활과 학업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목이 자주 붓는다’는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수면의 질과 피로감, 성장 상태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편도절제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과거에는 칼을 이용해 편도를 박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절개와 지혈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에너지 기기 사용이 늘고 있다. 핵심은 주변 조직의 열 손상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특히 양극성 고주파 에너지를 이용한 절제술은 필요한 부위에만 에너지를 집중 전달해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절제와 지혈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 출혈을 줄이고 수술 시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환자의 통증과 회복 부담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수술법과 최근 고주파 절제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고식적 박리 절제술은 편도를 직접 분리해 제거하는 방식이라 주변 조직 손상이 비교적 적다. 다만 출혈 관리가 중요하다. 전기소작술은 절제와 지혈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출혈 조절에는 유리하지만, 높은 열 때문에 주변 조직 손상과 통증 부담이 클 수 있다. 반면 양극성 고주파 절제술은 에너지를 국소적으로 전달해 열 손상을 줄이면서 절제와 지혈을 동시에 시행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기존 전기소작술보다 초기 통증 점수와 출혈 부담이 낮은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실제 임상 효과는 어떤가. “최근 연구에서는 양극성 고주파 에너지 기반 편도절제술이 출혈 감소와 수술 시간 단축, 통증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호주의 다기관 파일럿 연구에서는 성인 환자의 수술 시간 중앙값이 약 5.6분으로 보고됐다. 수술 중 출혈량도 전체 환자의 80% 이상에서 10mL 이하로 나타났다. 다만 회복 속도와 통증은 환자의 나이와 염증 정도, 통증 민감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편도 질환은 감기처럼 보여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반복되면 수면의 질 저하와 만성 피로, 집중력 감소 등 일상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아에서는 수면무호흡증과 얼굴 골격 발달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구취나 지속적인 인후통이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 통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 방향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파킨슨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몸이 굳고 걸음이 느려지며 자꾸 넘어진다. 손발이 떨리고 말이 어눌해진다. 증상만 보면 파킨슨병과 비슷하지만 병의 진행 속도는 훨씬 빠르다. 여기에 기립저혈압과 배뇨 장애, 수면 장애까지 동반된다면 희귀 신경 퇴행 질환인 ‘다발계통위축증(MSA)’을 의심해야 한다.다발계통위축증은 파킨슨병처럼 도파민 신경계 이상으로 운동장애가 나타나지만 소뇌와 자율신경계까지 함께 손상되는 질환이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비슷해 상당수 환자가 파킨슨병으로 오인된 채 치료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적인 낙상과 혈압 저하, 배뇨 장애 등이 빠르게 악화하며 환자와 가족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파킨슨병은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운동장애가 중심이며 약물 반응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반면 다발계통위축증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 반응이 제한적이고 진행 속도도 훨씬 빠르다. 유수연 서울의료원 신경과 과장은 “다발계통위축증은 초기부터 기립저혈압, 배뇨 장애, 변비, 발음장애, 삼킴곤란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소뇌 기능 이상으로 균형을 잃고 반복적으로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문제는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파킨슨병과 구별이 어려워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계에서는 실제 다발계통위축증 환자 상당수가 파킨슨병 코드로 등록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재 국내 환자 수는 3000명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치료 환경도 녹록지 않다. 현재까지 질환 진행 자체를 늦추는 근본 치료제는 없다. 혈압 저하나 배뇨 장애, 수면 장애 등을 증상별로 조절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병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수년 내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 사용이 필요한 환자도 많지만 국내 의료 체계는 여전히 ‘파킨슨병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 특성상 전문 재활과 장기 돌봄, 호흡·영양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도 부족하다.반면 유럽 일부 국가는 희귀 신경질환을 국가 단위에서 관리하고 있다. 덴마크는 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국가 네트워크 기반의 진료 체계를 운영하며 대학병원 중심 희귀질환센터를 통해 신경과·재활의학과·비뇨의학과·영양팀·사회복지팀이 함께 환자를 관리한다. 환자 등록과 장기 추적 관리, 재활·돌봄 서비스 연계까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또한 희귀질환 단체 연합체인 ‘Rare Diseases Denmark’를 중심으로 환자 교육과 상담, 정책 연계도 지원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다발계통위축증 환자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희귀질환 지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조기 진단 체계와 전문 재활, 돌봄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질환 부담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고령화와 중증 환자 증가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재정립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고려대 안암병원이 대규모 중증 의료 기반 확충에 나선다. 중환자실과 수술실, 응급 병상 등을 전면 확대해 급성기·중증 질환 중심 진료 체계를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인 최종 치료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응급·중환자 치료 기반 대폭 확충 고려대 안암병원은 오는 19일 본관 리모델링과 수술부 확장 기공식을 열고 약 1200억 원 규모의 ‘중증 의료 고도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본관 1·2병동 리모델링과 수술부 확장을 중심으로 약 36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리모델링 면적은 3402평(약 1만1246㎡), 증축 면적은 2077평(약 6866㎡)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설 확장을 넘어 환자 치료 흐름 전반을 재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병원 도착 이후 응급 대응과 검사·진단, 수술, 중환자 치료, 회복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해 중증 환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안암병원이 가장 먼저 강화하는 분야는 중환자 치료 기반이다. 고령 환자 증가와 심뇌혈관질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중환자실과 응급 병상, 감염 대응 병상을 대폭 확대한다. 병동 리모델링을 통해 중환자실 32병상,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14병상, 응급 병상 5병상, 감염 격리병상 19병상이 추가 확보된다. 사업 완료 후에는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22병상, 격리병상 34병상, 응급 병상 35병상이 운영되며 중환자실은 총 135병상 규모로 확대된다. 특히 확대되는 중환자실은 전 병상을 1인실 중심으로 구성해 감염 관리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감염 대응 역량이 상급종합병원의 핵심 기능으로 주목받은 만큼 평상시에도 감염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안암병원은 뇌졸중 집중치료실과 무균병동, 정신건강의학과 병동도 함께 개선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 치료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수술실 30% 확대… 고난도 수술 역량 강화 수술 기능 강화 역시 이번 사업의 핵심축이다. 수술실은 기존보다 약 30% 확대돼 8개 수술실이 추가된다. 특히 첨단 영상 장비를 활용해 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새롭게 구축된다.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중증 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처럼 신속한 판단과 복합 처치가 필요한 환자 치료에서 강점을 가진다.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수술과 혈관 중재 시술 등을 즉각 병행할 수 있어 응급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안암병원은 이를 통해 권역 외상 환자와 고난도 심뇌혈관질환 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앙공급실과 영상의학과도 함께 확장해 수술실 운영 효율을 높인다. 스마트 병원 시스템 구축도 병행된다. 기존 다인 병실은 스마트 병실로 전환되며 병동에는 환자 안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된다. 해당 시스템은 국내 최초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연동된다. 의료진은 병동 스테이션 전자 현황판을 통해 환자 상태와 낙상 위험 등 주요 안전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각 병실에서도 환자별 안전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스마트 시스템 구축이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환자 안전성과 의료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데이터를 병원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중증 환자 상태 변화에도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암병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증·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 중심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모든 질환을 포괄적으로 진료하기보다 고난도 치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이번 사업은 안암병원이 최종 치료기관으로서 중증 의료와 수술 기능을 동시에 고도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진료 시스템을 함께 업그레이드해 환자 중심의 고난도 치료 체계를 구축하고 미래형 병원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상급병원, 다른 병원서 하기 어려운 고난도 치료 집중해야”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인터뷰고려대 안암병원이 약 1200억 원을 투입해 중환자실과 수술실, 응급 병상 등을 대폭 확충하는 ‘중증 의료 고도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이번 사업을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닌 ‘중증 의료 체계 재설계’라고 표현했다. 고령화로 심뇌혈관질환과 중증 응급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앞으로 다른 병원에서 하기 어려운 고난도 치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최종 치료기관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사업을 ‘중증 의료 체계 재설계’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심뇌혈관질환이나 중증 응급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이제 급성기·중증 질환 중심으로 역할이 더 명확해져야 한다. 단순히 병상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응급 대응과 검사·진단, 수술, 중환자 치료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업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다. 병실 총량제 때문에 병상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지만,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고 입원과 수술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응급 병상을 늘리고자 했다.”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 확대도 포함됐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의 치료는 상급종합병원이 반드시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 대학병원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 현장이 바라보는 중증의 기준이 다른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중증과 정책 기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고령 환자의 고관절 골절 수술은 굉장히 위험도가 높다. 48시간 이내 수술이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생명과 직결된다. 그런데 정책적으로는 비(非)바이털 영역처럼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현장은 환자 상태와 위험도를 보는 데 반해 정책은 질환 중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현재 중증 의료 체계가 암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암을 중심으로 중증을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면 모든 병원이 암 전문병원처럼 갈 수밖에 없다. 병원의 역할을 더 세분화 해 암 잘하는 병원, 심혈관질환 잘하는 병원, 신경외과 중심병원과 같이 기능을 나눌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응급환자 이송체계 문제가 너무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치료받게 하는 시스템이다. 같은 분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지역 단위로 묶어 국가 차원에서 당직 시스템을 관리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 구축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단순히 장비를 하나 더 들여오는 개념이 아니다.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첨단 영상 장비를 기반으로 수술과 시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권역 외상 환자나 심뇌혈관질환 환자처럼 시간과 속도가 중요한 환자 치료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 병원 구축도 중요한 축이다. “병실에서 환자 상태나 혈압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병원 정보 시스템과 연동하면 환자 안전성이 훨씬 높아진다. 결국 미래 병원은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병원장이 생각하는 미래형 병원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나라를 선도하는 최고 수준의 상급종합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단순히 규모가 큰 병원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술 잘하는 병원을 넘어 사회적 역할과 책임까지 함께 고민하는 병원, 그런 미래형 병원을 만들고 싶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최근 개원가에서 수술받은 환자가 마취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장기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건이 의료계 안팎에 큰 파장을 남기고 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40대 여성이 집도의와 마취의가 없는 수술실에 방치돼 있다가 의식불명이 된 사건이다. 마취의는 집도의가 들어오기도 전에 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약하고 12분 만에 수술실을 떠났다. 사고 자체도 충격이지만 그 이후 일부 의사에게서 나온 반응은 더 큰 불편함을 안겼다. “국제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마취과 의사가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식의 주장 때문이다. 환자는 전신마취나 진정 마취 상태에서 자신의 의식과 호흡, 생명을 모두 의료진에게 맡긴다. 그런데 환자가 깨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가장 먼저 꺼내든 말이 “규정상 의무는 없다”는 해명이었다는 점에서 사회는 큰 허탈감을 느낀다. 의료는 언제부터 ‘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으니 문제없다’는 논리로 움직이게 된 것일까. 개원가 마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성형외과, 척추·통증 시술, 의원급 수술실 등에서 마취 후 저산소증과 심정지, 의식 저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특히 ‘수면마취’라는 이름 아래 비교적 가벼운 시술처럼 인식되는 영역에서도 호흡 억제와 기도 폐쇄, 산소포화도 저하 같은 중대한 합병증은 꾸준히 보고됐다. 이번 사건에서 다시 주목받는 구조가 ‘초빙 마취과 의사’다. 의원이나 병원이 외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불러 마취를 시행하면 병원은 기본 마취료 외에 마취 유도·유지 관련 행위료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를 심평원에 청구할 수 있다. 원래는 응급 상황이나 상근 전문의 공백 등 예외 상황에서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부 개원가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외부 마취과 전문의가 여러 병원을 시간 단위로 이동하며 마취를 맡고, 병원은 환자에게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 명목으로 수십만 원을 별도로 부담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홍상현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대한마취통증의학회 보험위원장)는 “현재 일부 개원가에서 이뤄지는 프리랜서 마취 구조는 환자를 충분히 관찰하고 회복을 확인하기보다 시간 단위로 여러 병원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며 “환자 안전보다 회전 구조에 맞춰진 관행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단순히 환자를 재우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의식과 호흡, 혈압, 산소포화도 등 전신 상태를 지속해서 관찰하며 마취 유도부터 회복 과정까지 안전을 관리한다. 특히 전신마취나 진정 마취 과정에서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홍 교수는 “마취과 의사가 마취 유도만 해놓고 환자를 떠났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위 마취라고 하더라도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는 수술 종료 또는 안정적인 회복 단계까지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과 의료진조차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형외과·외과·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환자가 안정될 때까지 상태를 지켜보는 것은 기본적인 의료윤리”라는 반응이다. 의사 면허는 단순히 의료 행위를 허락하는 자격증이 아니다. 환자가 가장 무방비한 순간에도 의사가 자신을 책임져 줄 것이라는 사회적 믿음에 가깝다. 환자가 깨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의사 면허가 지닌 의미를 다시 묻게 될 것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웅그룹의 인재 육성 제도인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는 단순한 인사이동이 아니다. 각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구성원이 스스로 커리어 방향을 선택하고 계열사와 직무를 넘나들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개인의 ‘자율’과 ‘성장’을 중심에 둔 이 제도를 통해 한 조직에서 또 다른 조직으로, 익숙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 제도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대웅제약에서 영업을 시작한 아들과 30년 경력의 아버지가 CDP를 통해 같은 계열사인 대웅바이오에서 함께 영업 사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같은 회사, 같은 조직, 같은 직군에서 부자가 근무하는 사례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대웅바이오는 중추신경계와 노인과, 전문과 영역을 중심으로 한 의약품 영업을 핵심으로 하는 회사다. 다양한 제품군을 기반으로 현장 중심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구성원이 스스로 성장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 아버지는 상급 병원을, 아들은 로컬 의원을 각각 담당하며 하나의 시장을 함께 움직이고 있다. 부자를 만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 관련해 소통을 자주 하나. 김영학 대웅바이오 제주 상급병원 지부장(아버지)=“원래도 가까운 사이였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아들이 광주에서 근무할 때는 아침 7시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늦잠을 잘까 봐 시작한 전화였는데 어느 순간 하루 업무를 함께 점검하는 시간이 됐다. 제 경험을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최신 정보나 새로운 사례를 아들에게 배우기도 한다.” 김지훈 대웅바이오 제주 로컬 지부장(아들)=“안부 전화로 시작해 현장에서 겪는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됐다. 6개월 동안 400회 이상 통화했다. 가족이면서 동시에 하루를 가장 잘 아는 동료가 된 셈이다.” ―같은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훈=“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아버지 권유로 대웅제약에 지원했다. 사실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았다. 막상 해보니 삶의 만족도도 높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김영학=“아들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웅은 직원이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회사다. CDP를 통해 아들이 대웅바이오로 이동한 것도 자율과 성장이라는 가치가 실제로 구현된 사례라고 본다.” ―제주에서 각각 다른 영역을 맡고 있는데 어떤가. 김영학=“종합병원과 로컬 의원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공유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버지와 아들이면 그 속도가 다르다. 자연스럽게 협업이 된다.” 김지훈=“제주는 특히 네트워크가 촘촘한 지역이다. 각자 영역을 맡고 있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움직이면 훨씬 효율적이다. 이 점이 큰 강점이다.” ―영업 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영학=“결국 꾸준함이다. 제품 지식이나 친화력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성실함이다. 고객은 결국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을 신뢰한다.” 김지훈=“저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께 가장 엄하게 배운 것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보다 정확한 정보와 꾸준한 태도가 더 큰 결과를 만든다.” ―서로에게 배우는 점이 있다면…. 김지훈=“아버지는 고객과의 신뢰가 굉장히 단단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성실함의 힘이다. 거래처에서 ‘아버님과는 신뢰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게 가장 크게 배운 부분이다.” 김영학=“요즘은 오히려 아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 활용 능력은 젊은 세대가 훨씬 뛰어나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아들의 접근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함께 일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김영학=“가족이다 보니 선을 넘기 쉽다. 그래서 더 조심하려고 한다. 조언은 하되 아들의 일을 대신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업은 결국 본인의 성과이고 인맥도 본인의 것이다. 나는 방향을 제시하는 선배 역할에 머무르려고 한다.” 김지훈=“주변에서 불편하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실제로 크게 문제는 없다. 다만 사소한 일로 의견이 부딪치는 경우는 있다. 그럴 때는 더 길어지기 전에 끝내려고 한다. 조언은 업무에 대한 것이지 삶 전반을 간섭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선을 지키고 있다.” ―서로에게 어떤 동료로 남고 싶은가. 김영학=“아들이 나보다 더 나은 영업 사원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그 과정에서 참고서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 김지훈=“아버지를 동경하며 자랐다. 지금은 배우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아버지를 도울 수 있는 후배가 되고 싶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때로는 의견이 엇갈리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건 미리 준비했어야지”라는 아버지의 말에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받아치는 아들의 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는 늘 웃음으로 끝났다.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30년 경력의 아버지와 3년 차 아들. 같은 길 위에 서 있지만 각자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듯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독성이 강한 신약이 아니라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비타민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항암제 내성이라는 벽은 넘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비타민 B3(니아신아마이드)를 활용한 보조 치료 전략이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영철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박일영 충북대 약학대학 교수, 배석철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비타민 B3 하루 1 g의 경구투여로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는 여성 폐암 환자 또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년 이상 추가로 연장할 수 있으며, 사망 위험은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초연구를 이끈 배 교수와 임상을 담당한 김 교수를 만나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들었다.―두 분은 어떤 계기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나. 배석철 교수=“폐암 기초연구를 진행하면서 학회 활동을 통해 김영철 교수를 알게 됐다. 기초연구의 최종 단계는 임상시험 검증이기 때문에 임상의와 협력이 필수다.” 김영철 교수=“대한폐암학회 활동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협력 관계가 형성됐다. 학회에서의 인연이 연구 협업으로 이어졌다.”―비타민 B3 연구는 어떻게 시작됐나. 김 교수=“1990년대 중반만 해도 4기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 이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환자를 잃는 상황이 반복됐다. 임상의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내성을 늦추는 방법’이었다. 기초연구에서 암 억제 유전자 RUNX3를 복구하면 암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고 비타민 B3가 이 유전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이라면 환자에게 큰 부담 없이 치료 효과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배 교수=“암세포는 유전자를 계속 변화시키며 생존한다. 비활성화된 암 억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임상 결과는 어땠나. 김 교수=“EGFR 돌연변이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표적항암제와 비타민 B3 병용 군을 비교했다. 전체 환자에게서는 1차 목표였던 무진행 생존 기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 생존 기간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에서는 사망 위험이 약 52%, 비흡연자에서는 약 42% 감소했고 생존 기간 중앙값이 43개월로 위약군보다 1년 이상 길었다. 이 결과는 비타민 B3가 암을 직접적으로 없앤다기보다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치료 반응을 더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결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배 교수=“부작용이 없는 물질로 생존 연장 신호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다.” ―특정 환자군에서 효과가 두드러진 이유는. 김 교수=“흡연자의 암은 유전자 변이가 매우 복잡하다. 하나의 유전자 경로를 조절해도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반면 비흡연자, 특히 여성 폐암 환자는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RUNX3 같은 암 억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했을 때 그 효과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된 환자군이 바로 이런 특성을 가진 집단이다.”―비타민 B3의 작용 기전은 무엇인가. 배 교수=“폐암 환자의 약 70%에서 RUNX3 기능이 비활성화돼 있다. 이 유전자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때 이를 멈추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B3는 이 ‘잠들어 있는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더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항암제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억제하게 된다. 완전히 치료하는 개념이라기보다 병의 진행을 조절하는 방향에 가깝다.”―표적항암제와 병용한 이유는…. 김 교수=“표적항암제는 이미 발생한 유전자 이상을 교정하는 치료다. 반면 비타민 B3는 새로운 이상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하나는 ‘고장 난 부분을 고치는 치료’, 다른 하나는 ‘추가 고장을 막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보완적인 구조다.”―임상에서 안전성은 어떻게 평가됐나. 김 교수=“임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부작용이다. 이번 연구는 시작 단계부터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다. 비타민 B3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루 1g을 투여했음에도 위약군과 비교해 부작용 차이가 없었고 환자의 삶의 질도 유지됐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추가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의미 있다.”―임상의 관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는. 김 교수=“4기 폐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치료가 잘되던 환자가 내성으로 갑자기 악화하는 순간을 자주 겪는다. 그때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고가의 신약이 아니라 비교적 안전하고 부담이 적은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자에게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나. 배 교수=“피부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B3 복용 시 암 발생이 25∼30% 감소했다. 다만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향후 연구 과제는…. 김 교수=“현재 결과만으로 치료법을 확정할 수는 없다. 전체 생존 기간을 1차 목표로 하는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실적인 제약이다. 비타민 B3는 특허 기반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사 투자를 받기 어렵다.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연구를 확장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연구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정 환자군에서는 치료 전략의 하나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 배 교수=“RUNX3를 직접 복구하는 유전자 치료 연구도 진행 중이다. 향후 다양한 암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이라는 익숙한 물질이 암 치료의 보조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교수는 “비타민 B3는 어디까지나 보조 전략이며 모든 환자에게 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독성이 거의 없는 물질로 치료 효과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수도권에 있는 한 대형 병원은 최근 의료 부자재 공급업체로부터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을 알리는 공고문을 받았다.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을 15∼20% 인상하고 일정 기간 공급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중동 지역 전쟁으로 인한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 공고문이 절대 가볍지 않다. 수급이 흔들릴 경우 진료 지연이나 치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주사기와 같은 의료 부자재는 진료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이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사용을 줄이거나 다른 물품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는 이런 재료비 상승을 즉각 반영하지 못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유통 단계에서 비용이 반영되고 그 부담은 병원이 감당하게 된다. 이우용 성균관대 의무부총장(대장항문외과)은 “복지부는 현황 파악부터 해야 한다”며 “가격 상승이 보상 구조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만 오르면 결국 병원이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 부자재는 필수 사용 물품이라 수요를 줄이기 어렵고 공급은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지만 병원은 협상할 여지가 거의 없다. 특히 중소병원이나 개원가는 재료비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가격 인상 과정 역시 충분히 설명되거나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격은 공개돼 있지만 실제 원자재 비용 상승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유통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외부 변수에 따른 합리적 인상인지, 선제 대응까지 포함된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감염병 유행, 글로벌 물류 대란, 환율 급등 때마다 의료 현장은 비슷한 압박을 겪어왔다. 그때마다 정부는 “점검하겠다” “안정화하겠다”는 대책만 반복했을 뿐 공급망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논의는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의 대응은 주로 수급 상황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 제도상 의료 부자재는 의약품과 달리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이 반복되면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진료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품목은 이미 품절이 발생하는 등 수급 불안도 현실화하고 있다. 꼭 필요한 재료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필수 재료의 수급 불안이 진료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췌장 장애 인정은 1형 당뇨병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회가 공식화한 것.” -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환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는 기기 접근성, 비용 부담, 교육과 연속 관리 체계에서 나온다. 뒤를 잇는 정책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1형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관리는 단순한 생활 관리가 아니라 생존에 가까운 문제다. 자가면역 반응으로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혈당을 확인하고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까지 고려해 인슐린 용량과 투여 시점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작은 판단 실수도 고혈당이나 저혈당 쇼크 같은 급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인슐린 분비가 극도로 저하된 1형 당뇨병 환자가 ‘췌장 장애’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제도를 두고 “1형 당뇨병의 높은 관리 난도와 위험을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장애 인정만으로 치료 부담이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기와 소모품 비용, 교육과 추적 관리 체계, 성인 환자 지원 공백 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본보는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1형 당뇨병 췌장 장애 인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들었다. 김 교수는 2021년에 대한당뇨병연합 등 전문가 단체와 함께 1형 당뇨병의 장애 인정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이끌어 왔다.―1형 당뇨병은 왜 ‘장애’로 논의되기 시작했나.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하 김재현)=“인슐린 분비 능력이 극도로 떨어진 환자는 질환 관리가 매우 어렵다. 인슐린 투여는 하루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되고 용량과 시점, 상황 판단까지 모두 환자에게 달려 있다. 고혈당과 저혈당으로 이어지기 쉽다. 관리 난도가 매우 높고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알리기 위해 췌장 장애 개념이 논의됐다.”―췌장 장애는 어떻게 구분되나.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하 문선준)=“제도상으로는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나뉜다. 핵심은 인슐린 분비가 극도로 저하된 상태인지 아닌지다. 꼭 1형인지 2형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슐린이 거의 나오지 않는 환자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1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제도 밖에 놓이는 경우가 있나. 김재현=“그렇다. 진단 직후에는 인슐린 분비가 일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흔히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도 환자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고 매일 전쟁 같은 혈당 관리가 시작된다. 그런데 기준이 인슐린 분비 수치다 보니 진단 초기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제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최근 치료 환경은 무엇이 달라졌나. 김재현=“연속혈당측정기(CGM)가 등장한 이후 환자와 보호자가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혈당에 따라 인슐린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화 인슐린 주입 장치, 이른바 ‘인공췌장장치’가 등장했다. 이런 장치를 사용하면 혈당 관리 지표가 목표치에 가까워지거나 해외에서는 정상 수준에 근접했다는 보고도 있다.”―국내는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문선준=“해외에서 ‘인슐린 펌프’라고 하면 사실상 인공췌장 수준의 자동화 장치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에는 인공췌장 수준의 펌프가 사실상 1개만 들어와 있고 다른 제품은 구형이거나 수동, 부분 연동 수준에 머물러 있다. 1형 당뇨병 환자 수가 적고 펌프 사용률도 낮다 보니 해외 기업이 한국 시장을 작게 보고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구조도 있다.”―비용 부담 문제도 있나. 문선준=“그렇다. 장애로 인정된다고 해서 당장 진료비나 기기, 소모품 비용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성인은 펌프 급여가 70%라고 해도 상한이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인공췌장 수준의 최첨단 장비는 약 500만 원인데 우리나라는 성인 기준 170만 원의 기준 금액에서 70%까지만 지원되기 때문에 실제 환자 부담은 여전히 수백만 원대다. 여기에 소모품 비용이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성인 환자에게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일이 중요하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비용 외에 제도적인 문제도 있나. 김재현=“자동화 인슐린 주입 장치는 안전한 사용을 위해 의료진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 의료기기다. 실제로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기기를 구매한 뒤 요양비를 환급받기 위해 처방전이 필요할 뿐 실질적으로는 환자가 알아서 사고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구조다. 원내에서 처방하고, 교육하고 추적 관리하는 체계로 편입돼야 병원 안에서 표준화된 교육·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문선준=“여기에 교육 수가도 필요하다. 그래야 병원이 당뇨병 교육 간호사나 영양사 같은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고 환자도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야 국민 의료비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한데 지금은 그런 교육 수가가 거의 없다. 일부 병원은 1형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으로 간신히 숨통을 트고 있지만 제도적 확대가 필요하다.”―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가. 김재현=“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생활환경이다. 소아·청소년은 학교에서 병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성인도 직장 동료의 시선 때문에 식사 전 인슐린 주사를 미루거나 화장실 같은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급히 혈당을 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열심히 관리하려고 해도 사회생활과 치료가 충돌하는 순간이 많다.” 문선준=“1형 당뇨병은 만성질환이라는 이유로 당장 위험이 덜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합병증 부담이 매우 크다. 혈당 조절이 무너지면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장 합병증 등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도 투석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를 본다.”―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문선준=“성인 지원 확대다. 지금은 지원이 소아·청소년에게 집중돼 있어 성인이 되는 순간 비용 부담이 커지고 학교나 직장처럼 사회생활과 치료가 충돌하는 시기에 관리가 흔들리기 쉽다. 현재 19세 미만으로 제한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보장성을 모든 연령대로 넓히고 초기 구매비 상한과 본인 부담 구조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자동화 인슐린 주입 장치 접근성 확대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자동화 펌프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인 만큼 급여와 지원으로 초기 사용자 기반을 만들고 사용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면 기업 진입과 제품 다양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김재현=“현행의 ‘구매 후 환급’ 중심 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고위험 의료기기인 만큼 처방, 교육, 추적 관리가 묶인 치료 과정 안으로 편입돼야 한다. 요양비 환급 중심에서 요양급여 중심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장애 인정이 되면 치료비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환자가 많다. 김재현=“장애 등록 자체는 복지 제도 접근성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기기, 소모품, 교육 같은 실질적 비용 부담이 곧바로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 장애 인정은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려면 급여 구조와 관리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동작침법, 일반 침보다 통증 감소·회복 속도 모두 앞서침을 맞은 상태에서 목을 움직이도록 하는 ‘동작침법’이 급성 목 통증 환자의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하인혁 소장 연구팀(이윤재 부소장)은 급성 목 통 환자를 대상으로 동작침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동작침법은 통증 부위에 침을 놓은 뒤 의료진이 환자의 목이나 몸을 함께 움직이게 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침을 맞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움직임을 함께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연구팀은 목 통증 치료에서 침 치료는 실제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한 연구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급성 목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동작침법 효과를 검증한 다기관 임상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연구는 자생한방병원 강남·대전·부천·해운대 등 4개 기관에서 발병 4주 이내의 환자 1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는 동작침 치료군과 일반 침 치료군으로 나눠 2주 동안 주 2~3회씩 치료를 받았다.그 결과 동작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일반 침 치료군보다 통증이 더 빠르고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시작 3주 뒤 움직일 때 느끼는 목 통증 점수는 동작침군이 평균 22.99점으로, 일반침군(38.23점) 보다 낮았다. 이런 차이는 9주 후에도 유지됐다.가만히 있을 때 느끼는 통증 역시 동작침군에서 더 많이 감소했다. 치료 3주 뒤 동작침군은 18.13점, 일반침군은 30.54점으로 차이를 보였고, 이후에도 비슷한 경향이 이어졌다. 일상생활에서 목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나타내는 기능 회복 지표에서도 동작침 치료군이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치료 3주 뒤 기능장애 점수는 동작침군이 14.45점, 일반침군이 21.94점으로 나타났다. 회복 속도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통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데 걸린 기간은 동작침군이 평균 12일로, 일반침군(58일)보다 짧았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이상 반응은 두 그룹 모두 가벼운 수준으로 확인돼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윤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부소장은 “동작침법이 급성 목 통증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치료법임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장기 연구를 통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