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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기업의 사업부를 떼어내서 매각하는 커브 아웃(Carve-out)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 비핵심 자산을 팔아서 자금을 확보하고, 사모펀드(PEF)는 대기업 소속의 검증된 자산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결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최근 국내외 PEF의 커브 아웃( M&A 거래 증가와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커브 아웃 거래는 총 17건으로 전년 대비(10건) 70%가량 늘어났다. 커브 아웃 거래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건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경기가 둔화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섰고, 이에 매물이 늘어났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PEF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을 부담할 수 있게 된던 점도 커브 아웃 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SK엔펄스는 재무건전성 개선 등을 이유로 비금속 광물을 제조하는 파인세라믹 사업을 한앤컴퍼니에 3303억 원에 매각했다. SKC도 화학제품을 만드는 PU원료 사업을 글랜우드PE에 4024억 원에 팔았다. 태영그룹도 워크아웃 과정에서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폐기물 처리업체인 에코비트를 IMM PE·IMM인베스트먼트 등에 2조600억 원에 넘겼다. 자본연은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흐름”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당분간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실제 올해 들어서도 커브 아웃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과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했으며, LG화학도 수처리사업부를 글랜우드PE에 팔기로 결정했다. 이들 외에도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에 나섰으며, SK그룹은 SK실트론과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수처리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LG화학 역시 에스테틱사업부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자금 확보에 나섰다. M&A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카브 아웃 등 M&A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인해 PEF의 인수금융 활용에 제약이 생길 경우 최근 확대되는 카브 아웃 거래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번 주 국내외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를 미리 알아보는 동아일보 경제부의 D’s 위클리 픽입니다. 미·중 관세 협상 타결로 모처럼 훈풍이 불어오던 글로벌 증시에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가 터졌습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나 피치 등의 신용평가업체들이 미국 신용등급을 하락했을 때 국내외 증시가 흔들렸던 것을 감안하면 단기 하락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지난 2023년 11월에 무디스가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등급 하락이 예고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무디스의 美 신용등급 강등 악재 되나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강등했습니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2011년 8월), 피치(2023년 8월)에 이어 무디스까지 미국을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박탈했습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항상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2011년 8월 S&P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S&P500지수는 하루 동안 6.7%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5.5%, 6.9% 떨어졌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한국 코스피는 3.8%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8%)도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던 2023년 8월에도 미국의 증시는 1~2% 내렸습니다. S&P의 신용등급 강등 때보다는 충격이 작았는데요. 아무래도 두 번째 신용등급 하락인 만큼 시장에 선 반영됐던 영향이 컸고, 당시 미국의 경제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보다 좋았던 것도 반영됐습니다. 이번 등급 하락의 경우 미국발 관세 폭탄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진 데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터진 만큼 , ‘셀(Sell) USA’ 현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단기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무디스가 2023년 11월에 미국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등급 하락을 예고한 만큼 충격은 훨씬 덜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미·중 경제 지표에 주목해야이번 주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 발표도 지켜봐야 합니다. 19일 중국의 4월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실업률 등이 발표됩니다. 최근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등이 상승 흐름을 나타냈는데요,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펼쳐진 가운데서도 상승세를 이어갔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22일에는 미국의 5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옵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나옵니다.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지표인 만큼, 발표 직후 증시가 출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주 한미 관세 협상이 본격화하는 만큼 협상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은 20일 올해 1분기(1~3월) 가계신용(잠정)을 발표합니다. 통화 긴축 정책에도 국내 가계들은 꾸준히 빚을 늘려왔습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지역 주택 거래가 늘어난 만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빚이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3일에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되는데요, 환율 상승·관세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생산자물가지수가 높아졌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전쟁 중인 러시아에도 순위가 뒤지면서 상위 30개국 중 23위에 그쳤다. 18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는 371억84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3.8% 감소했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실행한 ‘직접 투자’와 주식 등 ‘증권 투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상 국가별 수치를 비교했을 때,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 중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는 2022년 14위, 2023년 13위였으나 지난해 17위로 순위가 뒷걸음쳤다. 2023년만 해도 한국에 뒤졌던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이 지난해에는 한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보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1억7800만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4억5900만 달러)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외국인들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철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순위는 23위로 전 분기(19위)보다 네 계단, 전년 동기(14위)보다 무려 아홉 계단 추락했다. IMF 구제금융을 받는 아르헨티나(―1억8700만 달러)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7억8600만 달러)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해외 투자 규모는 1208억3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5.7% 급증했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현지 공장을 증·신설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 등 외국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여파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세계 경제대국 미국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최고 등급 지위를 잃은 것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6일(현지 시간) 무디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떨어뜨리면서, 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무디스마저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것이다. 무디스는 1917년 이래 미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해 왔다.미국이 ‘트리플 A’ 지위를 잃은 이유는 막대한 재정적자다. 무디스는 “미 정부와 의회의 무책임한 지출이 재정 적자를 키워 왔다. 미국 경제와 금융의 강점을 인정하지만 재정 지표 악화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미 ‘관세 폭탄’에 흔들리던 미 국채 시장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또다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16일 신용등급 강등 직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0.04%포인트 오르면서 4.49%까지 치솟았다. 신용등급 하향은 빚 갚을 능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는 의미라 채권 수요 감소와 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요구로 금리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무디스가 강등을 시사해 왔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美 ‘Aaa→Aa1’ 신용 강등… ‘셀 USA’ 재현땐 세계 채권시장 혼란막대한 부채증가-이자부담 확대에… 무디스, 108년만에 美신용등급 손봐“신용위험 이미 반영, 충격 제한적” 속… 대출 등 여타 금리까지 상승 우려도트럼프, 파월 의장에 금리인하 압박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108년 만에 미국은 최고 신용등급을 모두 잃게 됐다. 미국의 금융 패권이 또다시 흔들리면서, 미중 관세 타결로 잠잠해진 ‘셀(Sell) USA’ 현상이 재현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美, 108년 만에 최고 신용등급 지위 박탈무디스는 16일(현지 시간) 108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부가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할 때 최고 등급을 부여한 이후 줄곧 미국에 최고 등급을 고수해 왔다.하지만 막대한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100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 금융시장의 절대적 위상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8월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피치도 2023년 8월 신용등급 강등에 동참했다. 무디스 역시 같은 해 11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데 이어 16일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미국은 3대 평가사 모두로부터 최고 등급을 박탈당하게 됐다. 세계적인 부채 급증으로 현재 글로벌 신평사 3곳 모두의 최고 등급을 유지하는 국가는 독일, 호주, 덴마크, 스위스 등 9개국으로 줄어든 상태다.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내렸을 때 금융시장은 극심한 충격에 빠져 S&P500이 하루 만에 6.7% 급락한 바 있다. 반면 2023년 8월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는 2011년만큼의 대폭락은 없었다. 이번에도 당장의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레고리 피터스 PGIM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1년 8월 미국의 첫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대비해 왔고, 미국의 신용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바이든 탓 돌리기 나서문제는 미국 경제가 부채 급증, 고물가, 관세 충격에 압박을 받아 왔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 금리가 뛰면 덩달아 대출 등 여타 시장 금리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1분기(1∼3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의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국채 시장 마감 전 약 15분 동안 연 4.44% 선에서 4.49%로 점프한 바 있다(국채 가격 하락). 미국 국채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반이 되는 금리라 미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세계 채권시장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와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며 매도세가 이어지는 ‘셀 USA’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안을 발표한 직후 투자자들이 미 국채 매도에 나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미 가파르게 오른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의) 최근 무역 전쟁은 미국의 ‘특별한 지위’에 이미 손상을 입혔다”면서 “이번 등급 강등은 그 충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디스 발표 다음 날인 17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연준이 ‘조만간(sooner, rather than later)’ 금리를 낮춰야 하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며 “늘 늦는 것으로 유명한 파월은 이번에도 또 망칠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에 더해 신용등급 강등 책임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무디스에 돌리는 모양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바이든이 초래한 난장판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가 올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영혼의 단짝 고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사후 2년 만이다. 버핏은 “90세가 넘어간 뒤 나이 듦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은퇴와 후계자에 대한 질문이 처음 나온 것은 2006년이다. 당시 76세였던 버핏은 “내가 떠나더라도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건강할 것”이라고 답했고 이후 19년을 더 이끌었다. 버핏은 “CEO로서 쓸모가 있는 한 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버핏은 1965년 직물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해 이를 투자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킨 뒤 ‘가치투자’라는 전설을 만든 투자자로 꼽힌다. 버핏이 이룬 성과는 그의 공식 전기 제목인 ‘스노볼’(눈덩이)이 상징하는 것처럼 투자와 인생이라는 긴 언덕에서 작은 눈덩이를 굴려 거대한 눈바위를 만들어낸 ‘복리의 마법’ 덕분이다. 훌륭한 회사를 적정 가격에 사서 평생 들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자리 잡고 있다. ● “서른에 부자가 되지 못하면 뛰어내리겠다”던 소년버핏은 대공황의 위력이 계속되던 1930년 8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주식중개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6세 때 여섯 병짜리 콜라 팩을 25센트에 사와 병당 5센트에 파는 사업수완을 보였던 그는 13세 때는 “서른이 될 때까지 부자가 되지 못하면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할 정도로 돈에 관심이 많았다. 전설적인 주식투자자의 첫 투자는 성공적이진 않았다. 11세에 시티서비스 주식을 주당 38달러에 샀는데 28달러까지 떨어져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고, 40달러로 회복되자마자 팔았다. 이 주식은 몇 년 뒤 200달러가 넘게 올랐다. 유년기에 이미 지역 도서관의 투자 서적을 모두 다 읽었다던 버핏이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선 떨어졌다. 그 대신 진학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만나며 그의 투자 재능이 꽃을 피웠다. 다만 그레이엄과 함께 일하던 초기 버핏의 투자는 저렴한 주식을 매수한 뒤 금방 매도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피우다가 만 담배꽁초를 주워 한두 모금 더 피운 뒤 버리는 방식이었다. 오마하로 돌아온 버핏은 친구와 가족 7명의 돈을 모아 투자조합을 시작했고 1959년부터 1969년까지 운영하며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올렸다. 멍거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버핏은 “멍거를 만난 뒤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버핏은 1962년 주당 7.51달러에 섬유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1964년 버핏이 보유한 지분을 11.5달러에 매수하겠다던 버크셔해서웨이 경영진이 약속을 어기고 11.375달러로 말을 바꾸자 버핏은 공격적인 지분 매입에 나섰다. 주당 0.125달러 차이에 불과했고, 11.375달러에 팔았더라도 5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버핏은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이 계속 들어가는 데다 시장은 계속 줄어드는 섬유사업은 버핏의 투자철학과 맞지 않았다. 버핏은 싸다는 이유로 사양산업인 섬유회사를 인수한 것을 ‘인생 최악의 투자 결정’으로 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성공의 상징으로 남았다. 버크셔해서웨이를 투자로 지분을 소유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투자지주회사’로 전환해 글로벌 식품, 철도, 정보기술(IT), 보험, 금융 등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 ‘가치’에 눈뜬 투자 ‘시즈캔디’와 ‘코카콜라’버크셔해서웨이 인수 후 1972년 버핏이 사들인 시즈캔디는 그의 투자 인생에서 중요한 거래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비상장기업인 시즈캔디를 순이익의 6배 수준인 2500만 달러에 인수했는데 비싸다고 생각했던 버핏을 멍거가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초콜릿 사탕을 파는 시즈캔디는 강력한 고객 충성도에 바탕을 둔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었다. 버핏은 “밸런타인데이에 애인에게 ‘시즈캔디 대신 그냥 싼 거 샀어’라고 선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시즈캔디가 가진 ‘경제적 해자’를 설명했다. 시즈캔디의 성공 경험은 코카콜라 투자로 이어진다. 버핏은 1988년 13억 달러에 코카콜라 지분 9%를 인수했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약 270억 달러 규모다. 코카콜라는 63년 연속 배당을 늘려온 대표적인 ‘배당귀족’ 주식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 원금을 진작 배당으로 회수했다. 하루에 코카콜라를 다섯 캔씩 먹는 것으로 알려진 버핏은 “코카콜라는 소비자 독점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치가 절대적으로 높은 브랜드”라고 극찬했다. 버핏은 “훌륭한 기업을 인수해서 영원히 보유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며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코카콜라와 함께 버크셔의 오랜 투자 목록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는 신용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가 꼽힌다. 오래 투자해야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고, 중개 수수료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애플에 투자한 것은 버핏의 투자 철학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버핏은 ‘능력범위’를 항상 강조했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자가 이끌더라도 5년 뒤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면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그래서 아마존과 구글(알파벳)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 버핏은 빌 게이츠와 절친한 사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다만 MS, 아마존, 구글과 달리 애플은 버핏에게 있어 소비재 기업이었다. 버핏은 2020년에야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정도로 기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애플의 브랜드와 생태계를 찾는 소비자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버핏은 2016년 투자를 시작해 애플에 총 400억 달러를 투자했다. 두 차례의 분할을 반영하면 주당 4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매입했다. 현재 애플의 주가는 200달러가 넘는다. 한때 애플은 버크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중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애플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줄이긴 했으나 현재까지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고평가된 시장에서는 현금 확보를, 시장 하락기에는 기회를 포착하라는 그의 투자 철학도 유명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기업 주식을 사라는 취지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시장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시장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는 자신의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파산 직전의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투자해 향후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반대로 지난해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하고 인공지능(AI) 기업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해 시장에선 “버핏도 나이가 들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기술주 조정기에 현금 보유량을 높였던 버핏의 전략이 빛을 발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95세까지 투자를 계속해 온 버핏은 “탭댄스를 추면서 출근한다”고 할 정도로 일을 사랑했다. 그는 투자 성공의 비결로 끝없는 학습을 강조했는데, 매일 5∼6시간 동안 신문 5종과 보고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그는 집에서도 기업 보고서를 읽다가 가구에 부딪힐 정도로 무언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멍거는 “버핏이 애플에 투자한 것은 끊임없이 배운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은 검소한 삶으로도 유명했다. 1958년 3만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60년 넘게 살고 있다. 버핏은 서른이 되기 전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의 자산 중 90% 이상은 65세 이후 쌓은 자산이다. 그는 특별한 안목보다 일관된 원칙과 반복 가능한 시스템에서 성과를 내고자 했다. 지루한 습관을 통해 복리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워런 버핏과 한국의 인연 버핏은 2004년 대한제분 등 20여 개 기업에 자신의 자산 1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한국 증시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07년에 버크셔해서웨이 본사에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 증권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추후 버핏이 대한제분 외에도 기아, 신영증권, 현대제철 등에 투자한 것이 알려졌다. 버핏이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국내 증시의 회복기로 다수의 우량한 기업들까지 저평가받고 있었다. 버핏은 국내 증시에 대해 ‘가치투자자의 천국’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해 2006년 3분기(7∼9월) 무렵 포스코 주식 4%를 매입하기도 했다. 버핏은 포스코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철강회사”라며 여러 차례 추켜세웠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첫 투자 이후 약 9년 뒤인 2015년 포스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밝혀지거나, 자금을 회수했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등락을 나타냈다. 2007년에 버핏이 기아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일 기아 주식이 6년 만에 상한가를 달성했다. 포스코의 경우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에 신저가를 기록했는데, 당시 포스코에서는 “버크셔해서웨이 측은 ‘아직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 왔다”며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도 있었다. 버핏은 2007년에 버크셔해서웨이의 손자회사인 대구텍이라는 절삭 공구 전문업체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한국에 대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2011년에 두 번째 한국 방문에서는 “한국에 훌륭한 기업이 많다”며 “한국 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우리는 모두 워런 버핏의 제자들입니다. 투자자라면 가장 되고 싶은 존재고,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이자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버핏을 단순한 가치투자자로 여기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과거의 가치투자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만 봤다면, 버핏은 프랜차이즈 밸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투자의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밸류’는 독점적이거나 독점에 준하는 시장 지배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코카콜라나 애플 등이 버핏이 투자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밸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의장은 “버핏 투자의 핵심은 가장 싸고,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신 있는 기업에만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버핏이 빌 게이츠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이유가 해당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인 허남권 전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버핏은 투자의 정석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2세대 가치투자자로 분류되는 김민국 최준철 VIP자산운용 공동대표도 버핏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VIP자산운용 사무실에 버핏과 그의 단짝인 고 찰리 멍거의 초상화가 걸려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버핏에게서 배운 두 가지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보는 기준’과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지혜’”라며 “금융위기 때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1960년대 ‘니프티피프티 버블’ 때는 시장에서 한발 나와 있었던 것 등 몸소 보여준 행동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VIP자산운용의 대표 투자 사례들도 버핏의 투자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VIP자산운용은 동서식품의 모회사 동서를 PER 4배에 매입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장기 보유해 15배의 이익을 얻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에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투자 중이다. 메리츠금융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최 대표가 버핏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은 투자 방법만이 아니다. 최 대표는 “몇 시간에 걸쳐 주주총회에서 답변하는 버핏의 모습에서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하는 태도도 배웠다”고 전했다. ‘워런 버핏 주주서한’ ‘워런 버핏 라이브’ ‘워런 버핏 바이블’ 등 버핏과 관련된 책을 다수 번역한 이건 투자전문 번역가는 “버핏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치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투자를 잘하는 법과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모두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 번역가는 “버핏은 매년 주주서한과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 경영, 산업뿐 아니라 학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유머를 곁들여 친절한 태도로 전달해 왔다”며 “버핏이 은퇴한 뒤 그가 해온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에 대거 진출하는 것이 국내 경제의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23년 통계상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무급 가족 종사자 포함 기준) 비중은 23.2%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7위일 뿐 아니라 평균(16.6%)을 크게 넘어선다. 이렇듯 여타 선진국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원인으로는 고령 자영업자 증가가 지목된다. 실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2015년 142만 명이었던 고령 자영업자의 수가 지난해 210만 명까지 늘었다.한은은 1차 베이비붐 세대에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들까지 은퇴에 나설 경우 자영업자 수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2032년 60세 이상의 고령 자영업자 수가 총 2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취업자 수의 9%에 달하는 수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고령 은퇴자들의 자영업 진출이 국내 경제 성장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준비 부족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다른 연령대의 자영업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2022년 진행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와 70대 고령 자영업자들의 1인당 연간 매출은 각각 3000만 원과 2000만 원으로 40대 연간 매출액(4600만 원)을 크게 밑돌고, 60대 신규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을 줄이고 안정적인 임금 근로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다들 집값이 올라갔다고 부러워하지만 집 팔아 수익을 실현한 것도 아니고, 금융 비용만 늘어서 외식 한 번 못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초 4억 원 상당의 빚을 내 집을 산 직장인 기모 씨(41)는 최근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5년간은 고정금리가 유지돼 원리금이 월 160만 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변동금리로 전환되면서 이자가 두 배가량 뛴 것. 기 씨는 “월 200만 원대 중반의 돈을 갚고 나면 정작 생활비로 쓸 여윳돈은 얼마 없다”며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금리 시기에 주택을 구매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이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 상황이 악화되며 점차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서울 지역 주담대 연체율 두 달 연속 최고치 경신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한국수출입은행 포함)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 비율로, 2019년 12월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 0.09%로 최저치를 찍은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0.3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2월에도 추가 상승하면서 영끌족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초저금리 시기였던 2019년 하반기나 2020년 초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을 이용한 영끌족들이 금리 재산정 기한(5년)이 도래하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평균 4.22%로, 2020년 1분기 평균 2.50% 대비 1.72%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빚 부담이 커지자 연체율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 경매 넘어가는 아파트 물건도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 내 아파트 중에서도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 결정등기 신청은 올해 1∼4월 1815건으로 집계됐다. 2년 전(1424건)과 비교하면 27.5% 늘어난 수치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할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인해 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 침체와 경기 하락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가계의 부동산 빚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한은에서 신속하게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를 회복시키고, 가계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한은에서 하루빨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췄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86년 이후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것은 39년 만에 처음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을 앞다퉈 하향 조정하면서 1%대 저성장이 우리의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 퇴보할 것이란 경고” 12일 OECD가 최근 업데이트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로 전망된다. 올해 잠재성장률 전망치(2.02%)보다도 0.04%포인트 낮은 수치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완전히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체력’이 그만큼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퇴보할 것이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잇달아 1%대로 하향 조정한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국회 예정처는 최근 ‘2025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KDI 역시 이달 8일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8%, 내년 1.6%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제시한 2024∼2026년 전망치(2.0%)보다 악화된 수치다. 기초체력 약화로 인한 저성장과 역성장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1분기(1∼3월) 한국 경제성장률은 ―0.2%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주요 19개국 중 가장 낮았다. KDI는 이날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써오던 ‘경기 하방 위험’ 또는 ‘경기 하방압력 확대’ 등의 표현을 ‘경기 둔화’로 더 강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향후 경제 효율성이 최근 10년 평균 수준을 유지할 경우(기준 시나리오) 205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1%로 추락할 것이라고 봤다. 지금과 같은 경제 운용 방식을 유지한다면 15년 후엔 구조적으로 역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앞서 2022년 11월에는 0.5%로 전망됐지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0.6%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잠재성장률 하락세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예상 낙폭은 1.02%포인트(3.00→1.98%)로 같은 기간 OECD 평균 하락 폭(0.19%포인트)보다 5배 컸다. 한국보다 하락 폭이 가팔랐던 국가들은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체코나 에스토니아 등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이었다. 선진국에 속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중소국이나 신흥국 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추세의 원인으로는 저출생·고령화가 첫손에 꼽힌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정점(3763만 명)을 찍은 뒤 감소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노동·자본 투입이 급감하며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술 혁신마저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본 외에 기술·효율성·혁신 등을 통해 얼마나 더 생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치인 총요소생산성은 1990년대 2.3%에서 2010년대 0.7%로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제고와 더불어 젊은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3월 국내 경상수지 흑자가 9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3년 5월 이후 2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91억4000만 달러(약 12조8463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2월(71억8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약 20억 달러 늘었다. 1분기(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192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64억8000만 달러)보다 27억8000만 달러 불어났다. 항목별로는 3월 상품수지 흑자가 84억9000만 달러에 달했다. 수출(593억1000만 달러)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이 1개월 만에 반등한 데다 컴퓨터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 증가율이 커졌다. 자동차, 의약품 등 일부 비IT 품목의 수출도 증가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주변기기(31.7%), 의약품(17.6%), 반도체(11.6%), 승용차(2.0%), 기계류·정밀기기(1.4%) 등이 늘었고 석유제품(―28.2%)과 철강제품(―4.9%)은 줄었다.수입(508억2000만 달러)도 에너지 가격 하락 여파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불었다. 석탄(―34.6%), 석유제품(―15.1%), 원유(―9.0%) 등 원자재 수입이 7.5% 줄었지만 반도체제조장비(85.1%), 반도체(10.6%)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14.1%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승용차(8.8%)나 비내구소비재(3.8%) 등의 소비재 수입도 7.1% 늘었다.1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한은 예측치를 웃돌았지만 한은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연간 전망치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이 생각보다 강하고, 관세 정책이 광범위하게 시행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관세가 유예되고 의약품, 반도체의 개별 부과가 확정되지 않는 등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경상수지 전망을 얼마나 낮춰야 할지 진행 상황을 좀 더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올 들어 테슬라 주가가 30% 넘게 폭락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식을 포함해서 테슬라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총 6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주가 하락으로 저점 매수세가 몰리면서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어났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까지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주식 순매수액은 28억5414만 달러(약 3조9830억 원)로 집계됐다. 테슬라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상장지수펀드(ETF)의 순매수액도 19억1601만 달러(약 2조6738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순매수 1, 2위가 모두 테슬라 관련 주식으로 순매수 규모는 6조6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 테슬라 관련 주식 순매수 규모(15억3734만 달러)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유 금액도 6일 기준 188억4143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억1381만 달러)보다 70억 달러 넘게 늘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내 금융기관은 8452억 원 규모의 테슬라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0.32% 상승한 276.22달러에 마감했지만 지난해 말(403.84달러)과 비교하면 31% 하락한 수준이다. 최고점(479.86달러)보다는 42% 넘게 빠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와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친(親)트럼프 행보가 겹쳐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 대규모 감축에 나선 것도 미국 내 반(反)테슬라 정서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의 실적도 급감했다. 올 1분기(1∼3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가량 빠진 33만7000대에 그쳐 글로벌 1위 전기차 판매량 자리를 중국의 BYD(87만5000대)에 내줬다.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었고, 순이익도 71% 감소했다.머스크 CEO가 주가 하락에 대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테슬라 업무 복귀를 선언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성장과 함께, 떨어진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환 손실 위험까지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주가가 400달러를 넘은 것은 미 대선 때 정치 테마주로 엮였던 영향이 있는 만큼 단기에 고점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전기차 관련 매출이 살아나기 전까지는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환율 5개월만에 1400원 아래로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내 1400원 선을 넘기는 등 롤러코스터급 행보를 보인 끝에 전 거래일보다 7.3원 내린 13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1월 29일(1394.7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연휴 시작 전인 2일 대비 25.3원(1.81%) 내린 1380.0원에 개장한 이후 장중 한때 1379.7원까지 내려갔다. 12·3 비상계엄과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로 추락하던 원화 가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도 원화 강세를 키웠다. 연휴로 서울 외환시장이 휴장한 사이 대만 달러가 기록적으로 오르며 미국 달러 약세를 의미하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이 흘러나온 영향도 컸다. 미국이 관세 협상 의제로 환율을 내걸며 아시아 주요 교역국의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외환시장이 요동쳤다.美 환율 인하 요구 우려에… 하루에 22.8원 등락 ‘롤러코스터’[널뛰는 환율]원달러 1398원, 5개월새 최저‘제2 플라자합의’ 루머 퍼지면서… 대만달러 2거래일새 9% 뛰기도‘사실 무근’ 해명에 환율 다시 급등… “관세 협상 진전땐 1300원대 안착”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외환시장이 이달 들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중 간 관세 협상 개시를 기점으로 그간 관세전쟁 여파로 짓눌려 있던 아시아권 통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미국이 아시아 주요국 통화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미국이 주요국과 관세 협상을 끝내기 전까지 원-달러 환율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환율에 대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역전현상”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휴 직전 거래일인 2일 종가 대비 25.3원 떨어진 1380.0원에 개장했다. 미중 관세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연휴 기간 대만달러 강세 여파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주간 거래 변동 폭만 22.8원이었다.연휴 기간 달러 대비 대만달러의 가치는 무려 9% 넘게 뛰었다. 대만달러 가치 급등은 미국이 대만과의 협상에서 통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루머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미국이 아시아 교역국의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이른바 ‘제2의 플라자합의’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아시아 통화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엔-달러 환율도 143엔대로 내려왔고, 위안화-달러 환율도 역외 시장에서 7.18위안대까지 하락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로이터통신은 1997년 아시아 통화 가치 폭락 사태와 반대로 폭등하고 있다며 “아시아 외환 위기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미 관세 협의에 따라) 미국에서 거둔 무역 흑자를 미 국채에 투자해 오던 방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다만 대만 정부가 여러 차례 미국의 통화 절상 압박이 사실 무근이라고 밝히면서 7일 원화를 비롯해 아시아권 통화 급등은 진정세를 보였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이날 30대만달러대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저가 매수세 유입 등을 통해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중 관세 협상 진전되면 환율 1300원대 안착대만 정부는 통화 절상 압박을 부인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아시아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인위적인 ‘환율 조정’,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마러라고 합의는 미국이 관세와 안보를 무기 삼아 달러화 약세에 대한 다자간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전략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미런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1985년 미국과 일본 등이 맺은 ‘플라자 협의’의 현대판 버전이다.미중 관세 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원화 등 아시아권 통화 강세를 이끌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 갈등 위기론이 퍼지면서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 통화들이 약세를 나타냈는데,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될 경우 그간 아시아 통화를 위축시켰던 변수가 해소되는 만큼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9월 말까지 13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중국이 협상 끝에 위안화 절상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아시아 통화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남겨둔 만큼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5일(현지 시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최근 상황을 보다시피 굉장히 변동성이 크다”며 “미국이 환율에 대해 어떤 걸 요구하고 있고 앞으로 움직일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미중 관세 협상이 진전되면 원-달러 환율이 생각보다 이르게 1300원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저성장을 비롯해 각국의 협상 등 환율 변수는 많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원-달러 환율이 미중 무역 갈등 완화 조짐에 연휴 이후 첫 개장일에 1380원대까지 하락했다. 장중 기준 6개월 만에 최저치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40분 현재 1391.9원에 거래 중이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 주간 종가(1405.3원)보다 13.4원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개장과 함께 1380.0원에 거래를 시작, 장 중 한때 1379.7원까지 내려갔다. 장중 기준으로는 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미중 무역 협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권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신들은 이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가 이번 주 후반 스위스에서 중국 측 협상단을 만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위안-달러 환율은 7.19위안, 엔-달러 환율도 143엔대로 떨어졌다. 미국이 무역 적자 폭이 큰 아시아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환율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 최근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국 통화 절상을 용인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대만달러의 가치가 달러 대비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협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로 인한 경제사령탑 부재 상황에 대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미 관세 협상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5일(현지 시간) 이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은 대외 불확실성만큼이나 대내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전 세계 국가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까지 가중된 영향이다. 1일 최 전 부총리가 사퇴한 것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것으로 풀이했다. 이 총재는 최 전 부총리 사퇴가 대미 협상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과 함께 “협상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며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바깥에서 볼 때는 한국이 선진국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에 대해 해명해야 하니 참 곤혹스러운 한 주”라고도 전했다. 한편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하 속도와 인하 폭, 5월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가 해킹 피해와 불성실 공시 등으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또 퇴출당했다. 2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위믹스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에 해당하는 조치다.닥사는 국내 5개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간 협의체다. 닥사는 “위믹스의 거래 유의 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으며, 발행 주체의 신뢰성과 보안 관련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거래지원 유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다음 달 2일 오후 3시부터 위믹스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번 닥사의 결정은 국내 5대 상장거래소에만 적용되는 만큼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앞서 닥사는 지난달 4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약 90억 원(865만4860개)에 달하는 위믹스 코인이 해킹으로 인해 비정상 출금된 데다, 이 사실을 피해가 발생한 지 4일이 지난 후에야 알렸기 때문이다. 이후 위믹스의 소명자료가 불충분하고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이 명확지 않다고 판단하고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위믹스의 거래 지원 종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2년 12월에도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 간 차이로 인해 한 차례 거래 지원이 종료됐다가 유통량 관련 문제를 해소한 뒤 재거래됐다.닥사의 거래 지원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위믹스 가격과 위메이드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이날 오전 1350원대에 거래되던 위믹스 가격은 401원까지 떨어졌다. 위메이드 주가도 전날 대비 17.45% 하락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이 가중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간밤 뉴욕 3대 증시 상승에도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순매도에 나서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일 서울 외환거래시장에 따르면 오전 10시 4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3원(1.0%) 오른 1435.3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 때 144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전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이끌어 온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란히 물러나면서 국정 공백 우려가 커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다 최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관리해온 대외 신인도 관리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외환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중 관세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바뀌면서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보다 1.0% 오른 100.199을 보였다.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약 2주 만이다.사상 초유의 ‘권한 대행의 대행’체계가 만들어지면서 국내 증시도 불안감에 짓눌려있다.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에 2550선을 횡보하고 있다. 전장보다 0.09% 내린 채 개장 한 이후 보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도 720대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가상자산 행보 덕택에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호황을 누리며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처음으로 대기업 문턱을 넘었고 두나무 역시 1년 새 자산이 70% 가까이 커지며 KT&G 등을 제치고 재계 36위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특수’를 누린 이들과 달리 포스코, GS 등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업황 부진에 재계 순위가 뒷걸음쳤다. 이에 따라 롯데가 포스코를 제치고 재계 5위로 복귀하는 등 10대 대기업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있었다.● ‘트럼프 특수’에 두나무 자산 16조 원으로 껑충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그룹은 92개로 1년 전보다 4개 늘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이 5조 원 이상인 그룹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총수 일가 지분과 내부거래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 중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0.5%(올해 기준 11조60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상호출자제한집단(상출집단) 규제를 추가로 적용받는다. 올해 상출집단은 46개로 2개 줄었다. 가상자산 업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빗썸은 자산 총액(5조2000억 원)이 5조 원을 넘겨 대기업 집단 90위에 새롭게 편입됐다. 기존 대기업 집단이었던 두나무 역시 1년 새 자산이 9조5000억 원에서 15조9000억 원으로 67% 넘게 불어나며 상출집단으로 올라섰다. 두나무는 재계 순위 53위에서 36위로 17계단 뛰며 KT&G, 코오롱, KCC, 넥슨, 이랜드 등을 제쳤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발(發) 호재가 겹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데 이어 가상자산 규제 완화 등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초로 10만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두나무, 빗썸 등의 실적이 급증했다. 방산과 해운 기업들도 몸집을 불렸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진 데 따른 반사이익을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군비 증강에 나서며 주요 방위산업 회사를 계열사로 둔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LIG의 자산이 모두 늘었다. 특히 LIG는 자산이 2조 원 이상 늘어 대기업 집단으로 처음으로 지정됐다. 순위는 69위다. 해운업을 하는 HMM, 장금상선도 재계 순위가 올랐다. 두나무, LIG, 유코카캐리어스 외 사조와 대광도 대기업 집단에 신규 편입됐다.●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재계 순위 하락 세계적인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에 직면한 철강, 석유화학 업계는 순위가 하락하는 등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 업황 악화 영향에 포스코의 재계 순위는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그 대신 토지자산 재평가로 자산이 13조 원 가까이 뛴 롯데가 5위 자리를 차지했다. 롯데는 2010년 이후 재계 순위 5위를 지켜오다가 2023년 포스코에 밀려 6위로 내려간 바 있다. GS 역시 국제유가 하락, 석유제품 수요 부진 등의 직격탄을 맞아 농협에 9위 자리를 내줬다. 보험업 주력 집단 역시 자산이 감소하거나 재계 순위가 하락했다. 이에 교보생명보험은 상출집단에서 올해 대기업 집단으로 하향 지정됐다. 계열사 주가 하락으로 자본이 줄어든 에코프로, 워크아웃 영향으로 계열사를 대거 매각한 태영도 상출집단에서 대기업 집단이 됐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를 증산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코로나19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6% 낮은 배럴당 63.12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58.2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66% 하락했다.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 모두 종가 기준으로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달 한 달 동안 브렌트유는 15%, WTI는 18% 각각 하락했다.국제 유가 급락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기존의 감산 방침을 철회하고, 이달 중으로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에 증산을 제안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금 감소를 통해 국제 유가를 떠받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차입금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등 저유가를 감내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미국의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0.3%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삼성증권이 삼성금융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인 모니모에서 미국 소수점 주식을 무작위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6월 말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니모 가입 고객 중 삼성증권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로 총 4개의 미션을 달성하면 미국 소수점 주식 등을 지급한다. 첫 번째 미션은 모니모에서 통합증거금 서비스를 신청하면 달성된다. 미션 성공 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모니머니’로 교환할 수 있는 일반 젤리를 5개 지급한다. 두 번째 미션은 모니모 채널을 통해 미국 주식을 1달러 이상 매수 체결하는 것으로 달성 시 최소 1000원에서 최대 5만 원 상당의 미국 주식 소수점 주식(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테슬라)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지급한다. 세 번째 미션의 내용은 두 번째 미션을 1회 추가하는 것이다. 다만 두 번째 미션과 세 번째 미션을 하루에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션에 성공하면 미국 소수점 주식을 역시 제공한다. 마지막 미션은 미국 주식을 1000달러 이상 누적 매수하는 것으로 미션 성공 시 최소 5000원에서 최대 5만 원 상당의 미국 소수점 주식을 무작위로 추가 지급한다. 네 개의 미션을 모두 달성할 경우 일반 젤리 5개를 포함해서 미국 소수점 주식을 3차례 무작위로 받게 된다. 이벤트 참여를 위해서는 모니모에서 이벤트 기간 내 참여 신청을 하면 된다. 이벤트 화면은 모니모의 하단 메뉴 탭에서 ‘상품’ & ‘PICK’ 배너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다양한 투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미국 소수점 주식 지급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 성인의 금융 이해력이 2년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성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 중 65.7점이었다. 2년 전 조사 때(66.5점)보다 0.8점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2.7점(2023년 기준)보다는 높았다. 한국인들은 특히 재무 상태 점검과 장기 재무 계획에 취약했다. ‘평소 재무 상황 점검’과 ‘장기 재무 목표 설정’ 항목에서 각각 43.4점, 42.5점에 그쳤다. 이들 항목은 2022년 조사 때보다도 점수가 하락했다. 20대 청년층은 평소 재무 상황 점검과 장기 재무 목표 설정이 30점대에 그쳐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이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도 점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2년 78.3점이었던 해당 항목의 점수는 지난해 56.6점으로 떨어지며 전체 금융 이해력 점수를 끌어내렸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둔화에 따른 일반인들의 인플레이션 관심도 하락이 이번 조사 결과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2일부터 11월 1일까지 만 18∼79세 성인 2400명을 대상으로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 등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면접 설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