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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갱신 기한이 지났는데도 갱신을 하지 않으면 최대 2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개정안은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면허증 갱신을 제때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갱신 기간 만료일로부터 1년 이내는 2만 원, 1년 이후부턴 1개월이 지날 때마다 2만 원씩 늘어 최대 2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현재도 면허증 갱신 기한을 초과한 기간이 1년 이내일 경우 개정안과 같이 과태료 2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갱신 미필 기간이 1년을 경과할 경우 110일간 면허를 정지하고 그마저 지나면 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면허증 갱신 기한을 놓쳤다는 이유로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되 면허 갱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과태료 상한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8일 서울의 한 운전면허전문학원. ‘운전면허 간소화로 수강료 대폭 인하’, ‘3일 속성 면허취득 OK’라고 적힌 현수막이 정문 앞에 걸려 있었다. 학원 접수창구는 여름방학을 맞아 운전면허를 따러 온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상담을 마치고 나온 대학생 박모 씨(22)는 “면허시험을 간소화한 것은 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 아니었냐. 교육시간이 줄어서 학원비가 내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지난달 10일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 대책이 시행되면서 운전학원에서 받아야 할 의무교육 시간이 3분의 1로 단축됐지만 시간당 수강료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간소화 시행 한 달을 맞아 서울 운전면허 학원 15곳을 조사한 결과 수강료는 평균 43만7000원으로 시간당 수강료는 오히려 1.8배나 올랐다. 경찰청이 지난해 8월 공개한 서울지역 운전면허학원 평균 수강료(76만9000원)에 비해 총액은 33만2000원 줄었지만 교육시간이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준 것을 감안하면 시간당 수강료는 3만 원에서 5만4000원으로 오른 것이다.A운전학원의 이모 원장(50)은 “수업시간이 줄어도 기름값, 차량 정비 비용, 강사 월급 등 고정비용은 줄지 않았다”며 “교육내용이 바뀐 건 아니지만 시간당 수강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문제는 8시간 교육만 받고서는 시험에 합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달 운전면허시험 합격 현황을 보면 기능시험은 평가항목이 11개에서 2개로 줄면서 합격률이 68%에서 93%로 올랐지만 기능시험 합격자들의 도로주행 합격률은 91%에서 71%로 줄었다. 연습이 충분치 않은 수험생들이 주행시험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이 때문에 학원들은 8시간 기본교육 프로그램 외에 ‘향상반’, ‘숙달반’이란 이름으로 16시간이나 22시간짜리 장기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이 과정을 수강하면 수강료가 최소 60만 원에서 많게는 90만 원까지 올라간다.수강생 하모 씨(20·여)는 “친구들이 (도로주행에서) 많이 떨어져 20시간짜리(78만 원)를 끊었다”며 “지난해 시험 본 사람들보다 오히려 돈이 더 들어 속상하다”고 말했다.특히 예전엔 한 번 수강료를 내면 합격할 때까지 추가 비용이 없었지만 지금은 불합격한 수강생들이 추가 교육을 원할 경우에는 시간당 4만1000∼4만5000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일부 학원은 8시간 기본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합격이 쉬운 장내기능교육은 6시간이나 배정하고 도로주행은 2시간만 가르치고 있다. 까다로운 도로주행 교육을 추가로 수강하도록 유도하는 상술이다. 경기도 B운전면허학원의 안내책자는 ‘8시간짜리 일반반은 면허를 빨리 딸 수 있지만 합격률이 낮다. 16시간짜리 향상반은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합격률이 높다’고 소개하며 장기 과정에 등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운전학원 강사 유모 씨는 “교육을 부실하게 받은 불합격자가 재수강을 하게 되면 돈이 되는 새 교육생의 정원을 갉아먹게 돼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처음부터 수강료가 비싼 장기 과정을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경찰은 내년 3월부터 도로주행시험 노선을 현행 2, 3개에서 10개 이상으로 늘리고 합격 요건도 강화할 방침이어서 수강생들의 교육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 간의 수강료 담합 등 불법행위가 있는지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재홍 기자 nov@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영창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영만입니다.”지난해 4월 입대해 의경 복무 1년 3개월 동안 소위 ‘영창(유치장)’을 세 번이나 다녀온 경남지방경찰청 기동3중대 이영만 일경(21). 이 일경은 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보고대회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 일경은 의경이 된 뒤 ‘문제 대원’으로 변해갔다. “고참이 후임을 때리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고 신입대원 때문에 제가 대신 맞는 일이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 저도 손이 나가더라고요.”결국 이 일경은 첫 부대에 배치된 지 100일도 안 된 지난해 8월 후임 이경들을 폭행해 유치장에 갔다. 이 일로 그는 새 부대로 전출됐지만 그곳에서도 동기들과 함께 후임대원에게 ‘머리 박기’를 시켰다가 적발됐다. 경고를 받는 데 그친 다른 동기들과 달리 ‘전과’가 있는 이 일경은 올 1월 보름간 유치장 생활을 했다. 이후에도 부대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후임대원들을 시켜 선임병에게 반말을 하도록 하는 장난을 치고 훈련 중 동료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후임대원들의 소원수리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두 번째 유치장 생활을 마친 지 한 달도 안 돼 이 일경은 또다시 갇혔다.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는 이른바 ‘폭탄’인 그를 받아줄 부대는 없었다. 여기저기서 퇴짜를 맞다 올 3월 지금 근무하는 기동3중대에 배치됐다. 3중대도 최근 3년간 부대 사고율 1위를 기록한 만만치 않은 ‘문제 부대’.하지만 이 일경의 인생은 이곳에 처음 배치 받은 날부터 바뀌기 시작했다.100여 명의 대원이 부대 연병장에 두 줄로 늘어서서 이 일경을 맞이한 것.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 명씩 악수를 하던 이 일경에게 이 부대 심형태 중대장은 “나도 의경 출신이라 네 마음 잘 안다. 여긴 외인구단 같은 곳이니까 과거는 다 잊자”고 말했다. 부대원들의 따뜻한 대우에 이 일경은 입대 전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그는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며 “세 번째 영창 갈 때 어머니가 통화 중 많이 우셨는데 더는 불효하지 말자는 생각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요즘 이 일경은 대학시절 밴드 경험을 살려 부대 내 밴드 ‘수신호’와 사물놀이 동아리 ‘어처구니’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지금 부대에 온 지 4개월쯤 됐는데 중대원들이 매달 투표로 뽑는 ‘우수대원’에 벌써 2차례 선정됐다.6일 경찰청에서 열린 보고대회에서 이 일경은 “유치장 생활을 자주 하다 보니 ‘동료들이 모두 나를 미워한다. 나는 혼자다’라는 생각만 들었다”며 “나를 고자질한 동료들, 색안경을 끼고 보는 대원들에게 항상 분노를 느꼈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가끔 욱할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처음 부대(기동3중대)에 오던 날 대원들과 악수할 때 느낀 온기를 떠올린다”며 “그럼 금방 화가 사라진다”고 말했다.경남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인 그는 “경찰이 되려고 의경에 지원했는데 벌써 빨간 줄이 세 개”라며 “‘내가 경찰이 될 자격이 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지만 경찰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발표 말미에 뒷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경남청 6기동대 서○○, 5기동대 민○○, 1기동대 엄○○. 그동안 고통을 줘서 정말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술 한잔하면서 제대로 용서를 빌고 싶구나.”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4일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소위 ‘물 좋은 근무지’에 오래 있어서 생기는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것. 경찰은 2003년과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이번과 유사한 ‘대량 전출’ 카드를 꺼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받은 만큼 투명한 수사로 보답하겠다”며 “강남 수서 서초 등 (강남권) 3개 경찰서 형사들이 5∼7년 이상 누적해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최근 강남서의 한 형사가 보내온 e메일을 보고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e메일은 “고참 형사들의 영향력 때문에 신입 직원들이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감찰 결과 강남서 형사과 A 경사와 서초서 경제팀 직원 2명이 사건 청탁을 받고 200만∼300만 원어치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청장은 또 이날 오후 강남서 형사들을 만나 “한 형사에게 e메일을 받고 열흘 만에 심각한 비리 3건을 적발했다. 건드리면 썩어 문드러진 데가 나오는데 어떻게 방치하겠느냐”며 인사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청은 인적쇄신 전담팀을 꾸리고 이달 말 인사부터 강남권 3개 경찰서에서 5∼7년 이상 근무한 형사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 경우 각 경찰서 형사 중 20∼40%가 전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남지역 경찰서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치가 과거처럼 반짝 전시행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높다. 경찰은 1998년 강남권 경찰서 장기근무자 1000여 명을 다른 경찰서로 전출시켰지만 비리는 근절되지 않았다. 2003년에는 경찰관 230여 명을 전보시킨 뒤에도 법조 브로커 김모 씨가 강남지역 경찰관들과 뒷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2009년에도 안마방 업주들과의 유착 고리를 끊겠다며 460여 명을 비강남권으로 보냈지만 인사 당일 전출 대상에서 제외된 강남서의 한 직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경찰이 쉬워진 기능시험으로 인한 운전능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도로주행시험을 현재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주행시험은 출제 노선이 2∼4개여서 응시자들이 노선 특성을 미리 숙지해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행 노선을 10개 이상으로 늘리고 무작위로 출제해 미리 공부해오는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적용된다. 경찰청은 “면허시험 간소화는 암기위주 기능시험은 줄이고 실질적인 주행 능력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라며 “기능시험은 쉬워졌지만 주행시험이 강화돼 실력 없는 운전자가 양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1·2종 면허의 경우 지난달 11일부터 기능 시험 간소화가 시행되면서 68%가량이던 기능시험 합격률은 93%로 오른 반면 도로주행시험 합격률은 종전 78% 수준에서 65%로 떨어졌다. 경찰은 또 기능시험 간소화로 연습운전면허 취득이 쉬워진 만큼 연습면허 취소 요건도 강화해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3번만 적발돼도 면허를 취소하기로 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학준)는 주가조작으로 12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의 한 사립대 이모 교수(44)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씨가 주가조작으로 챙긴 금액을 모두 추징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2009년 9월∼지난해 10월 자신과 아내, 친구 등 8명 명의로 된 증권계좌 45개를 이용해 상장 주식 11개의 주가를 조작한 뒤 매매해 12억2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돈뿐 아니라 지인들로부터 건네받은 돈까지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고, 증권사로부터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주가조작을 감행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 3대에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강의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주가 조작을 했다. 이 교수는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전날 직전가로 수십만 주의 주식을 사들인 뒤 곧바로 5∼70원 비싼 가격에 매수 주문을 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또 주식시장이 끝날 무렵에는 직전보다 5원 비싼 가격에 사들여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고가를 유지한 상태로 장이 마감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개장과 동시에 전날 사들였던 주식 전부를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겠다고 주문한 뒤 그 가격으로 주식을 약간 사들여 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해 해당 주식의 가격을 이틀 만에 21.2% 끌어올리고 20여 일 만에 2억여 원을 벌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은 물론이고 대학원 제자의 딸 명의까지 빌려 차명 증권계좌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이렇게 번 부당이득 중 상당액을 모교와 재직 중인 대학에 장학금과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액 대학 등록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유명 연예인들에게 입학은 물론이고 4년 장학금까지 주면서 유치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예인의 대학 입학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들이 수업 등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도 일반 학생에 비해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기여 예상 장학금?아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 6명 중 4명은 지난해 전남 나주에 있는 동신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멤버인 용준형과 장현승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 윤두준과 이기광은 정시모집을 통해 각각 실용음악학과와 방송연예학과에 합격했다. 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384만 원인 등록금을 4년간 전액 면제받는 혜택을 받았다. 학교 측은 “비스트가 학교 명예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특별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탤런트 서우와 댄스그룹 ‘포미닛’의 멤버 김현아도 올해 건국대 예술학부(영화전공) ‘연예특기자 전형’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이들이 받은 ‘연예우수자 장학금’은 첫 학기 등록금(450만 원)을 전액 지원한 뒤 이후 한 학기에 15학점 이상 수강하고 학점도 3.0 이상 받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올해 신설된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에는 ‘카라’의 구하라가 실기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실기우수 장학금은 1년간 등록금의 70%를 깎아준다. 이 학과에서 실기우수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구하라가 유일하다.학교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공로 장학금을 받는 연예인들도 있다. 대진대에 다니는 ‘2AM’의 임슬옹과 정진운, 청운대에 재학 중인 ‘샤이니’의 온유와 종현 등은 학교 책자나 포스터 모델로 활동하면서 등록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박모 씨는 “일반 학생은 4.5 만점에 4.2는 넘어야 등록금을 일부 깎아주는 성적장학금을 기대할 수 있는데 고소득자인 연예인들이 학교 행사 몇 번 나오고 장학금을 타는 건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고 말했다.○ 캠퍼스에선 ‘유령 학생’문제는 연예인 학생들이 장학금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학교생활에는 소홀하다는 사실이다. 비스트의 경우 학교가 나주에 있다 보니 인근 지역에 일정이 있을 때나 한 번씩 들르는 정도다. 비스트 소속사 관계자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학교를 거의 못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비스트 멤버들이) 전공은 서울에서 교수들을 만나 개인 레슨을 받지만 교양수업엔 거의 들어오지 못해 학점이 3.0(4.5 만점)을 못 넘는다”고 전했다.구하라도 소속 그룹이 한류 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일본 등 해외 공연이 많아져 학사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구하라의 담당 교수는 “구하라가 수업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SG워너비’의 한 멤버는 “하루 종일 스케줄이 있으면 (학교에) 당연히 못 가고, 가끔 스케줄이 없는 날도 그날 새벽까지 녹화하고 온 경우가 많아 그냥 쓰러져 잔다”고 말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학을 했더라도 규정에 걸려 제적을 당하거나 자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경희대의 경우 남자 아이돌 스타 최모 씨, 여배우 한모, 김모 씨 등이 세 학기 연속 학사경고를 받아 제적당했고, 한 아이돌 밴드의 보컬 이모 씨 등 10여 명은 스스로 학교를 그만뒀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각 대학이 연예인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대학은 연예인의 인기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연예인은 큰 부담 없이 대학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지명도가 낮은 대학들은 사활을 걸고 인기 연예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장학금이란 유인책이 없으면 유명 연예인을 끌어올 수 없어 (장학금이란) 일종의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대학 입학을 놓고 학교 측과 연예기획사가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연예 관련 학과에 강의를 나가는 한 문화평론가는 “학교로부터 특정 연예인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며 “그럴 경우 ‘전액 장학금은 물론이고 출석 편의를 최대한 봐주고 성적도 졸업이 가능하도록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고 말했다.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의 입학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은 학벌도 상품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대학에 적을 걸어두면 남자의 경우 군 입대 문제도 해결되기 때문에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사이버대로 옮기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동국대와 중앙대 등 연극영화 관련 학과의 역사가 오래된 대학들은 연예인이란 이유로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지는 않고 있다. ‘쥬얼리’의 조하랑, 배우 전지현(이상 동국대), 이윤지, 류덕환(이상 중앙대) 등은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해 성적장학금을 받았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경찰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완전히 둘러싸 시민 통행을 원천봉쇄한 것은 행동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참여연대 간사인 민모 씨 등 9명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관 의견은 7(위헌) 대 2(합헌)였다. 헌재는 “경찰이 이 사건 후에도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싼 적이 있었던 점을 비춰볼 때 향후 같은 유형의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광장 원천봉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심사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 발생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했다”며 “서울광장의 개별적 집회는 물론이고 통행조차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전면적이고 극단적 조치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민 씨 등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경찰이 서울광장 전체를 전경버스로 에워싸 통행하지 못하게 하고 노제가 치러진 2009년 5월 29일 하루 외에는 광장 출입과 통행 일체를 제지하고 2009년 6월 3일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를 하면서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가려고 했으나 제지당하자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경찰은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2009년처럼 시위대 주변을 차벽으로 완전 봉쇄하는 집회 통제 방침은 ‘합법 촉진 불법 필벌’이란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현재는 폐기처분한 상태라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은 전경버스를 줄지어 차벽을 만드는 기존 방식 대신 최근 개발한 폭 8m의 차벽차와 방패 차량을 시위현장에 배치한다는 방침이어서 서울광장을 비롯한 주요 시위 집회 공간에 대한 경찰의 봉쇄와 차단 정도를 둘러싸고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준규 검찰총장이 3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세계검찰총장회의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이 대통령을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후배들의 사퇴를 막기 위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총장이 물러날 일이 아니다. 임기를 끝까지 지켜달라”며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이 이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힌 만큼 4일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검찰청 검사장들의 사표를 반려하고 검사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길은 김 총장의 사퇴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총장도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통해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사퇴 결심을 내비쳤다.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시하되 모든 수사에 대해 검찰 지휘를 받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여야 의원들의 찬반토론 끝에 표결에 부쳐진 형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00명 중 찬성 174명, 반대 10명, 기권 16명으로 가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 법은 정부 공포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여야는 지난달 20일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청와대가 중재해 만든 검경 합의안을 토대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바꾸는 개정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또 ‘검찰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196조 3항도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과 경찰의 반발을 수용해 ‘검찰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수정 의결했다. 본회의는 이 수정안을 통과시켰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檢 줄사표에 싸늘한 정치권… 압도적 가결에 숨죽인 검찰 ▼표결에 앞서 검찰 출신인 박민식 의원은 “관계부처 장관들, 검찰, 경찰 수장까지 20여 일간 격론을 거쳐 서명한 합의안을 사개특위가 만장일치로 처리했는데 법사위가 바꿨다”며 “형소법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과 함께 박선영 최병국 김동성 이범관 최경희 조순형 이용희 이영애 심대평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법안에 찬성한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검찰 간부들이 사표를 내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묻어난 셈이다. 압도적인 표차로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지검 검사들은 일제히 “안타깝고 허탈하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당초 검사들의 집단사표 제출 등 강한 반발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검찰은 좌절감과 실망감에 휩싸인 채 숨을 죽였다. 한 수도권 지검 소속 검사는 “국회가 개정된 형소법 조항 자체의 부작용에 대해선 따지지 않고 ‘검찰 견제’라는 명분만 내세워 통과시켰다”며 “실망감이 너무 커 오히려 다들 말문을 닫고 있다”고 전했다.이에 앞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30일 오전 10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김홍일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대검 검사장 4명과 긴급히 만나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한 아들의 사퇴를 만류했다. 김 총장이 사실상 사의를 내비친 데다 대검 검사장들도 모두 사표를 제출해 또 한 번의 검란(檢亂)이 일어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장관으로서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대검 간부들의 사의 표명은 국민과 검찰 구성원을 불안하게 할 수 있으므로 더는 거론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대검도 오전 9시부터 30분간 연구관(평검사) 이상이 모두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사태 진화에 나섰다. 박용석 대검 차장은 “이번 사태에 동요하지 말고 현업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는 공주지청 검사 2명이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평검사들도 사표를 제출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글을 올렸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반면 경찰은 “소중한 결실을 얻었다”며 반색하고 있다. 경찰은 명실상부한 수사주체로 인정받은 만큼 수사권 문제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구조 개혁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이날 그동안 수사권 조정 협상 과정에서 핵심 실무를 해왔던 수사구조개혁팀을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으로 한 단계 격상할 방침이다. 총경급이던 기존 팀장 계급을 경무관급으로 올려 단장을 맡게 하고 연구·기획 분야와 협의·조정 분야로 업무를 나눠 총경급 중간 관리자를 두기로 했다.▼ 몸낮춘 법무부 “국민에 심려끼쳐 대단히 송구” ▼검사 수사지휘권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법무부와 검찰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경찰은 “아직 대통령령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았지만 지루한 싸움은 일단락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개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선 “아쉽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외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집단 사표제출 등 격앙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수사지휘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검찰 고위 간부들과 중간 간부들의 집단사표 사태로 파문이 확산된 것을 감안하면 몸을 낮췄다고 볼 수 있다. 김영진 법무부 대변인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뤄 낸 사안인데 당초의 합의 취지가 구현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당초의 합의 정신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대검찰청도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의 합의가 안 지켜진다면 우리 사회의 어떤 합의가 이행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압도적인 표 차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탓인지 집단 사표 같은 실력행사는 없었다.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경찰청 간부들과 가진 회의에서 “수사 주체가 된 것을 권한이 늘었다고 본다면 큰 착각이며 오히려 짊어져야 할 책임이 늘어난 것”이라며 “예전처럼 ‘검찰 가면 더 많이 (수사)해 줄 것’이라는 식의 태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 자리에서 “수사권 법제화(수사개시권 명문화)는 검찰과 싸워 쟁취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며 “국회 본회의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10명의 뜻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합의 결과에 대해 일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일선 경찰관을 중심으로 이번 합의안에 여전히 반발기류가 있지만 대체로 “성과를 얻었다”는 분위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경찰 수뇌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서 ‘모든 수사’란 표현이 빠지진 않았지만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요구해온 대로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만큼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불만이 있지만 경찰이 수사주체라는 현실을 명실상부하게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9일 단행된 총경 인사를 놓고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 협상을 주도한 윤외출 경찰청 수사연구관실장(총경)이 경찰수사연수원 운영지원과장으로 전출됐기 때문이다. 윤 총경은 지난달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아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 작업 실무를 이끌었다. 경찰 안팎에서는 윤 총경이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은 지 두 달도 안 돼 자리를 옮긴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윤 총경이 이번 합의안에 불만을 갖고 사의를 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총경과 함께 실무를 맡은 황정인 경정 등 부하 직원 3명도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나온 20일 “협상 내용이 실망스러워 더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를 못 느낀다”며 타 부서 전출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윤 총경은 “인사를 앞두고 전출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다”라며 “수사권 조정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상장기업 대상 연찬회를 열면서 행사 비용을 부풀려 수천만 원을 챙기고 이 돈으로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원회의 전신)와 금융감독원 간부들에게 골프와 술 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는 직원 평균연봉이 1억448만 원(2010년 기준)으로 공기업 중 가장 높다. 이런 기관이 감독대상인 상장기업들에 실제 소요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를 참가비로 걷은 뒤 남는 돈으로 상급기관에 로비를 하고 일부는 개인 용도로 착복한 것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6년 6월∼2007년 10월 5차례에 걸쳐 제주도에서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연찬회’를 열면서 특정 여행사에 행사를 몰아주고 이 대가로 여행사로부터 21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국거래소 팀장급 직원 김모 씨(42)와 정모 씨(44), 하모 씨(45) 등 3명을 23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 등은 연찬회 1회 개최 비용을 8000만 원으로 부풀려 잡고 2000만 원은 한국거래소가, 나머지 6000만 원은 상장기업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김 씨 등은 평소 친분이 있는 J여행사에 연찬회를 5차례 몰아주는 대가로 건당 200만∼600만 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 등은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연찬회에 강사로 초빙한 금융위와 금감원 간부 11명에게 골프와 술 접대를 하고 항공비와 호텔숙박비까지 대신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접대를 받은 금융당국 간부는 과장급에서 국장급까지 다양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위의 한 과장은 1시간 강의료로 50만 원을 받은 뒤 현금 5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금융당국 간부들이 골프와 술 접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선물거래업 허가권 등 한국거래소에 대해 각종 검사와 조사권한을 갖고 있다. 금감원도 금감위의 결정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실제로 감독하는 기관이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집중 관리 대상이었던 셈이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상장기업에겐 ‘갑’의 위치에 있는 곳.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의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주요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공시업무를 한다. 기업이 공시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업체를 관리종목이나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하고 상장을 폐지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거래소가 여는 연찬회에는 현대건설과 두산건설, C&중공업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연찬회 회식 도중 술값이 부족하자 기업 쪽 참석자들에게 430여만 원을 대신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국거래소 간부들과 상장기업 임원들이 공시나 상장폐지와 관련해 특혜를 주거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위의 후신인 금융위 측은 “타 기관 소속 공무원과 민간인도 (신분을) 금융위원회로 기술해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계 공무원에게 확인해보니 금융위 모 과장이 받았다는 골프접대 20만 원은 본인 개인카드로 결제한 증빙이 있고, 250만 원짜리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는 모 서기관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책임자 교육은 공시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관련 규정에 따라 개최한 것이며 증권회사 투자은행(IB) 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상장 및 회계제도 등의 개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열었다”며 “연찬회가 거래소 간부와 상장회사 임원의 유착의 장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언급된 ‘모든 수사’에 경찰의 내사가 포함되는지에 대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1일 “현재도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하는 내사는 모든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직접 중재한 임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질의에 “현실적으로 수사 관행에 안 들어가는 것은 (수사 범위에) 안 들어간다. 조정안은 현실의 수사 관행을 명문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실장은 당초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의 질의에 “법무부가 향후 세부적으로 시행령을 만들 때 검경 두 기관이 합의해서 명확히 정리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홍 의원이 내사의 성격을 다시 질의하자 “수사는 법률행위이고 내사는 수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경은 전날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에 합의했다. ‘모든 수사’의 범위를 놓고 경찰은 “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반면 검찰은 “법무부령으로 정리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양측이 다시 갈등을 빚었으나 임 실장이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0일 최종 합의 때 임 실장이 수사과정에 내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무회의에서 재확인하기로 약속했다”며 “청와대도 경찰의 독자적 내사 권한을 분명히 한 만큼 더는 소모적인 논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이 내사도 수사에 포함시켜 지휘하려 한다면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내사에 대해 범죄사건등재부에 기록하기 전, 즉 입건 전 단계라고 설명하는 반면 검찰은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를 조사한다면 입건 전이라도 사실상 수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임 실장의 발언이 나온 뒤에도 “합의안에는 내사가 ‘모든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없다”며 “어느 단계부터 수사로 볼 것인지는 검경 협의를 거쳐 법무부령에 마련될 것”이라는 당초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심사숙고하여 수사 현실을 반영해 조정한 것”이라며 “기관별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합의정신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0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중재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이 합의에 이르렀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두고 ‘불만족의 균형’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검경이 이날 합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향후 6개월 동안 이 법안의 구체적인 적용 방안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한 만큼 협의 과정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구두(口頭)와 문건(文件) 사이 우선 개정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선 이 조항의 문구를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에서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고쳤다. 이 ‘모든 수사’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내사(內査)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사란 통상적으로 수사 대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하기 전에 실시하는 초기 단계의 조사로 경찰은 지금까지 내사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사건을 검찰에 보고하지도, 검찰의 지휘를 받지도 않았다. 검찰의 지휘는 형사입건할 때부터 받아온 것. 이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조현오 경찰청장은 “196조 1항의 ‘모든 수사’에서 경찰의 내사는 빠진다.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의 의미에 내사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회의 참석자가 양해했다. 내사 단계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사개특위에서 “경찰 내사 사건은 지휘 대상에서 빠진다”라고 말했다가 잠시 후 “중복 수사나 내사의 정의가 혼선을 빚는 부분에 대해 법무부령으로 정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 관계자도 “내사를 제외한다는 것은 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았고 내사 또한 수사로 봐야 한다”고 말해 합의안에 대한 검경의 해석이 다르다는 점을 드러냈다.○ 내사와 수사 구분이 관건 결국 어느 단계까지가 내사인지를 가리는 게 법무부령 마련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무부령인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에는 ‘범죄에 관한 기사, 신고, 풍설이 있을 때 진상을 내사한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내사는 범죄 혐의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수사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입건 전에 실시하는 수사를 모두 내사로 규정해 검찰의 지휘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조정안으로 독립적인 내사권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범죄 혐의가 의심될 경우 자유롭게 내사를 하고 피의자를 입건한 뒤부터 검사의 지휘를 받으면 된다고 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내사를 할 수 있게 되면 검사 등 법조인이 얽혀 있어 제대로 손도 대보기 전에 검찰에 넘겨야 했던 사건들을 이젠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1년 “입건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범죄에 대한 조사를 했다면 수사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초기 압수수색이나 계좌영장 청구 때는 물론이고 중요 참고인 소환 단계부터 수사로 규정하는 방안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 검사 지휘권 명시 수준도 문제 검찰청법 조항에서 끌어온 196조 3항을 두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이 조항은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을 때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검찰이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얼마만큼 개입할 수 있는지 △어떤 사건에 대해 지휘를 강화할지 등에 대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권력분립의 원칙 아래 기소권은 검찰이 갖고 수사권은 경찰이 우선적으로 행사하는 형사소송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사법전통을 이어받은 영미법계 국가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적으로 분리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은 본래 경찰에게 수사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1977년 경찰이 살인 피의자로 몰린 청소년들에게서 거짓 자백을 받아낸 사건을 계기로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기소권을 검찰에 넘겼다. 다만 수사에 관한 한 경찰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검찰의 지휘도 받지 않는다. 미국 역시 수사권은 경찰이 전적으로 행사하고, 검찰은 경찰과 대등한 입장에서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해 법률적 조언자 역할을 한다. 기소도 시민배심원들이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하는 대배심(Grand Jury)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고, 검사는 피의자가 대배심을 포기하거나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는 수사와 기소에서 검찰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다. 독일은 19세기 초까지 기소와 수사권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했다. 하지만 1971년 은행 인질강도 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의견을 묵살하고 총기를 사용하도록 지휘해 인질과 범인이 모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초동수사에 한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했다.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을 거쳐 경찰의 수사 범위를 모든 수사로 확대해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만 경찰은 검사의 지휘·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검찰의 감독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와 형사소송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경찰이 1차적 수사권자다. 경찰이 수사 개시와 진행을 맡고 검찰은 2차적 수사권자로서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수사하도록 통제한다. 또 수사를 할 때는 검·경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조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검사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는 해당 경찰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어 검찰의 지휘권도 동시에 보장한다. 벨기에에서는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갖되 검찰은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사가 경찰관 개인을 상대로 수사지휘를 할 수는 없고 반드시 서면으로 지휘하도록 하는 등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두고 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수사당국의 권한을 최대한 분산해 한 기관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선진국 형사소송법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0일 합의를 이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은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심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은 합의안을 존중하지만 앞으로 법 시행 과정에서 새로 빚어질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검토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합의 내용은 수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검찰은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모든 수사 단계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를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혀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된 데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e메일로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없던 ‘모든 수사 단계에서’라는 부분을 공식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급히 추가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은 합의안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검사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준 것은 의사 면허가 없는 간호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았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경찰에서) 현실을 반영하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더 큰 걸(수사권) 요구하고, 그걸 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누가 지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박종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의 수사 환경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순 없으나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견지에서 정부 합의안을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현행법상 경찰은 주체적으로 수사를 못하도록 돼 있어 현실과 괴리가 컸는데 이번 합의안에 경찰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논란이 됐던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아닌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이럴 것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는 게 낫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정급 간부는 “형소법 196조 1항이라는 상징성이 큰 자리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명시된 것은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상당 부분 제약을 받게 된다는 뉘앙스여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경찰대 출신의 한 간부는 “개정안 제196조 1항에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했는데 법률에서 ‘모든’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내부적으로 조 청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퇴진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국무총리실이 19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검경 관계자를 불러 최종 실무자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일 열리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부 중재안 없이 사개특위 위원들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하게 됐다. 총리실은 19일 오후 8시 임채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황희철 법무부 차관, 조영곤 대검 형사부장(대행), 이완규 대검 형사1과장 등 검찰 측 인사 3명과 김남석 행정안전부 1차관, 박종준 경찰청 차장, 민갑용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등 경찰 측 인사 3명이 참석하는 최종 실무자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마지막 조율을 시도했다. 총리실은 이날 회의에서 “사법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어떻게 변경할지에 대해 검경 양측의 의견을 마지막으로 조율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총리실은 이날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되 선거와 공안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인지 시점부터 검찰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2차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형소법 196조 1항에 대한 검경 양측의 의견차가 커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이 되는 형소법 196조 1항의 변경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수사는 검사가 반드시 통제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되 검찰이 현실적으로 지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중재안대로 검사의 지휘 조항을 없애고 예외적으로 공안 및 선거 사건만 지휘하게 하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논리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백번 양보해 검찰의 지휘 조항을 없애더라도 경찰이 반드시 다른 기관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시된 중재안에는 “경찰이 수사를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관련 서류와 증거를 검찰에 송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검찰의 수사 종결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경찰은 이를 수용했다. 이날 합의 실패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며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선 오후 3시 반부터 밤늦게까지 150여 명의 평검사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수사권 조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경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촉구하는 일체의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가 실패한데 대해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일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을 삭제하는 것은 끝까지 반대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선거나 공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입건 기준을 내려주면 거기에 맞춰 수사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며 “그런 절차 없이 검찰이 일방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면 오히려 검찰의 입김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국무총리실의 수사개시권 조정방안 중재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19일 검찰과 경찰은 내부적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협상전략을 짜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두 기관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전 부처 장차관 워크숍에서 검경의 수사권 대립을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 점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각자 입장을 언론과 정치권에 알리는 데 부심했다. 》 ○ 檢 “수사권은 형사법 근간 바꾸는 문제”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15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8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김밥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채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는 △1999년 2월 심재륜 당시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인사서열 파괴’ △2005년 5월 국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대책회의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회의 참석자들은 “수사권 논의는 기관 간 권한 배분·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라며 “소수의 몇 사람이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할 것이 아니라 큰 공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또 “사법통제나 주민통제를 받지 않는 사법경찰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행정·사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제 도입 등도 (수사권 조정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규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주요 간부들도 이날 대부분 출근해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국회와 총리실을 상대로 마지막 설득작업을 벌였다.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총장님이 직을 걸고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 등 검찰 내부의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왔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경찰, 심야대책회의 열어 대응논리 고심경찰은 수사개시권 명문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이나 일체의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중재안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박종준 차장 등 경찰청 간부들은 조현오 청장 주재로 비공식 회의를 갖고 총리실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 등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였다. 경찰 수뇌부도 이날 총리실 주재로 최종 실무자 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총리실이 합리적인 중재안을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검찰의 반발 때문에 ‘수사권력 투명화’라는 사법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결론이 나온다면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이 강력한 통제장치 없이 수사개시권을 행사할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경찰의 입건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이 언제든 지휘권을 활용해 바로잡을 수 있고, 검찰 홀로 수사 전 과정을 쥐고 있는 것보다 경찰과 검찰이 상호 견제하는 게 국민 인권 보장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검증하는 절차에 대해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양보해 나갈 의향이 있는데 검찰은 수사개시권을 허용하면 수사권 전체가 위협받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사에서 수사권 조정 관련 부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날 마지막 검경 간담회에서 나온 검찰의 주장 등을 분석하고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심야 회의를 가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유치장 입감(入監) 때 여성 입감자의 브래지어 탈의 문제를 놓고 경찰의 오락가락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건은 10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여대생 김모 씨(20)가 입감 과정에서 경찰이 브래지어를 벗도록 한 데서 시작됐다. 김 씨와 김 씨가 소속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14일 “경찰이 김 씨에게 브래지어를 벗게 한 뒤 조사를 해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찰은 15일 “경찰 호송규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김 씨를 조사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불과 3시간여 뒤 기자회견을 열고 “(브래지어 탈의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지만 (김 씨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어이없는 말 바꾸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찰은 당초 한대련이 인권 침해를 주장하자 발끈하며 “과연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우리가 직권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인권위 조사 의뢰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몇 시간 뒤에는 다시 아무 설명도 없이 인권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기자가 보기에 경찰은 브래지어 탈의와 김 씨의 성적 수치심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가 적법한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경찰의 적법한 탈의 과정에서 김 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 발생했느냐 아니냐다. 브래지어 탈의 문제는 이미 인권위의 판단이 나와 있다. 인권위는 2008년 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가 낸 같은 진정에 대해 “자살 방지를 위해 속옷 탈의는 요구해야 하지만 성적 수치심이 들지 않도록 보완책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탈의 요구는 정당하되 성적 수치심이 들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게 이 권고의 핵심이다. 경찰은 당시 권고에 따라 속옷 탈의 시 겉옷 위에 입을 수 있는 가운을 유치장에 비치하는 등 보완책을 세웠다. 하지만 모든 절차가 적법했다고 모든 입감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성적 수치심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김 씨가 보편적인 상식보다 과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지만, 경찰이 ‘적법한 절차’만을 강조한 나머지 여성의 심리를 간과했을 수도 있다. 인권위도 밝혔듯이 ‘탈의’ 자체는 적법하다. 하지만 공권력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그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미세한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위야 어떻든 사과까지 한 마당에 이를 다시 뒤집는 것은 국가기관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왠지 당당하지 않은 것 같다.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A교대 총장을 지낸 김모 교수(64)에게서 “정권 실세에게 인사 청탁을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억대의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황모 씨(55)를 구속했다.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총장 퇴임 후 1년쯤 지난 2008년 7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될 수 있도록 청와대 핵심참모에게 로비해 달라”며 황 씨에게 8차례에 걸쳐 1억6000만 원을 건넸다. 하지만 김 교수는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되지 못하자 황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 김 교수가 황 씨를 통해 인사 로비를 시도했던 청와대 참모는 당시 국정기획수석이던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경찰 조사 결과 황 씨는 김 교수에게 “박 수석과 중학교 동문이어서 잘 아는 사이”라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실제로는 박 장관과 직접적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그 대신 박 장관과 중고교 동문인 자신의 고향 선배를 동원했다.황 씨는 박 장관이 2008년 1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일식집에서 중고교 동문 모임을 갖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고향 선배에게 부탁해 김 교수와 박 장관의 만남을 주선했다. 경찰은 “일식집 옆방에서 박 장관을 만난 김 교수가 그 자리에서 인사 청탁을 했지만 박 장관이 ‘그런 말을 하는 자리라면 나는 나가겠다’며 청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박 장관이 불교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황 씨의 고향 선배를 통해 금으로 된 반야심경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청와대 재직 시절 청와대 내 불교신도들의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지냈다. 황 씨의 고향 선배는 이 물건을 청와대 박 장관 집무실에서 전달하려 했지만 박 장관은 “왜 이런 것을 가져왔나”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김 교수는 3년이 지나도록 소득이 없자 결국 돈을 돌려받기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황 씨가 김 교수에게 받은 돈의 대부분을 사업자금과 유흥비 등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으나 황 씨는 받은 돈은 로비를 위해 접대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 교수는 2003년부터 4년간 A교대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 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 관련 학회장을 두루 역임한 김 교수는 대통령표창과 국민훈장 목련장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경찰은 김 교수에 대해 “금품을 동원해 인사 청탁을 시도했지만 뇌물이 박 장관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아 범죄(뇌물공여 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해자 신분으로만 조사했다”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