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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대형 전자·통신제품 제조회사인 화웨이(華爲)에 “미 정부가 제재 대상국으로 지정한 북한 등에 기술과 제품을 수출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간판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의 대북 거래 의혹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서면서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앞서 미 재무부는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며 북한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도 제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수단 등에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한 자료 5년 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화웨이가 본사가 아닌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국가로 보낸 화물 기록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미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포함된 제품을 자국 기업은 물론이고 제3국 기업들이 북한,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 제재 대상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무부는 NYT에 “조사가 이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화웨이는 3일 중국 언론에 보낸 대변인 성명에서 “회사는 업무와 관련된 법률과 법규를 지키고 있으며 수출 통제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상세한 정책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중화왕(中華網)은 “미국은 3월에도 또 다른 중국의 주요 무선 설비업체인 중싱(中興·ZTE)에 수출 금지 부품과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이란에 수출했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내렸다가 중국 측의 항의를 받고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번에 다시 국제법도 아닌 국내법으로 중국 기업을 제재하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상무부가 북한 등 미 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국에 기술 제품을 수출 또는 재수출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중국의 스마트폰 등 전자·통신제품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에 요구했다. 미 재무부가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며 북한 금융기관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맞물려 북핵 해법을 놓고 미중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수단 등에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한 5년 치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웨이가 본사가 아닌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국가로 보낸 화물 내역 기록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소환장은 텍사스 주 플레이노에 있는 화웨이 미국 지사로 최근 발송됐다. NYT는 “화웨이 관계자들에게 지난달 상무부가 개최한 관련 회의에 직접 참석해 증언하거나 그 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소환장에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미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화웨이가 수출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관련 의혹이 있으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포함된 제품을 북한,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 제재 대상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무부는 NYT에 “조사가 이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웨이는 조사와 관련해 “회사가 진출한 국가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출 규정 준수와 관련한 강력한 회사 정책도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올해 3월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ZTE가 이란 등 제재국에 미국 기술이 담긴 제품을 수출해 규정을 어겼다며 제재를 가한 바 있다. ZTE는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미 상무부는 3월 말 ZTE가 미 정부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풀어줬다. 워싱턴 정가에선 화웨이의 회사 규모가 ZTE보다 훨씬 큰 만큼 상무부가 벌이는 이번 조사의 파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4년 말 현재 화웨이 매출은 600억 달러(약 71조원)로 ZTE의 4배에 이른다.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슨과 함께 안테나 등 최대 통신장비 공급업체로 꼽힌다. 또 화웨이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기준으로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8.3%로 삼성전자(23.2%), 애플(14.8%)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이란과 시리아 등 제재 국가에서도 사업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특히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북한에도 판매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던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로 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동북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2월 통과된 미 의회의 대북제재강화법(HR757) 후속 조치의 하나로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처음 지정한 것은 북한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감싸 안으려는 중국을 향한 공개 경고장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의 달러 거래를 단절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효력을 낼 수 있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하면서 북-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자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금융기관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조치를 꺼낸 것이다. 미 정부는 두 달여 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키로 하고 발표 시기만을 고르고 있었다. 워싱턴 소식통은 “백악관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줄 시점을 기다리다가 시 주석의 이수용 면담 직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그 어떤 국가가 자신의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미중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긴장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지속해왔다.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 일행을 면담한 것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수용의 방중은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며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를 완화시킬 틈새를 찾으려 했고 중국은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깨졌다고 보고 ‘북한 껴안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3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릴 15회 샹그릴라 대화와 6, 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8차 미중 전략대화에서 다시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우경임 기자}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 시간) 꺼내 든 북한의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카드가 대북 제재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2005년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이 BDA에 있던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25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한순간에 묶어버리자 갑자기 달러 공급원이 막힌 북한 정권은 “피가 마른다”며 고통스러워했다. 6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북한과 미국 금융기관 간 거래를 금지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까지 미 정부가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갖췄다. 미국 내 북한의 금융거래가 거의 없고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 대행은 1일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이며 다른 나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과 중국 양국을 정조준한 것임을 분명히 못 박은 것이다.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면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미국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관, 개인이 미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공식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해외 공관원, 무역회사, 위장회사를 활용해 중국 금융기관들과 차명으로 하는 지하 금융거래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북한 금융기관은 이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270호)에 따라 블랙리스트로 지정돼 있는 만큼 북한의 실질적인 돈줄을 형성하는 각종 차명·은닉 계좌를 얼마나 파악하느냐에 따라 제재 효과가 좌우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정부가 BDA 제재 당시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해 북한의 각종 돈세탁, 위조지폐 의혹 관련 증거를 잡아낸 노하우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북-중 간의 은밀한 거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당국은 현재 북한이 중국 상하이 등지의 여러 은행 가명·차명 계좌 수십 개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 수억 달러를 예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근로자 송출 등을 통해 번 달러를 평양으로 운반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 3월 북한인 2명이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운반하다 스리랑카 세관에 적발된 것처럼 해외 근로자들이 외환사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뾰족한 대응 수단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하다 걸려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못하게 되면 ‘달러 기축통화 질서’ 체제에서는 중국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의 달러 거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이 국내법과 국내 은행 통제로 세계금융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비공식 거래를 하는 중국 금융기관 상당수가 지방 소도시 은행이어서 미국과의 거래 자체가 별로 없어 제재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BDA 제재 이후 미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려고 뭉칫돈이 아니라 소액으로 분산해 중국 지방 은행에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제재는 달러화 거래만 해당되기 때문에 위안화, 루블화 등 중국, 러시아 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피해 갈 수도 있다. 한국 외교부는 2일 “북한의 비핵화와 실질적 변화를 위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검토 마감 시한보다 앞당겨 발표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2월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미 정부는 법 발효 후 180일(8월 16일)까지 검토 조치를 마쳐야 하지만 이보다 훨씬 빠른 104일 만에 지정 작업까지 끝냈다.워싱턴=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숭호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갖고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로써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는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됐다.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이후 3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이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나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 시 주석이 ‘유관 당사국들’이라는 복수형 주어를 사용한 것은 미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협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지난달 열린 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중국과 공동 노력으로 중조(中朝) 간 우호 전통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과 공동 노력으로 북-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올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중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례와 같이 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꺼리게 돼 북한의 자금줄이 한층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이 부위원장 면담은 지난달 초 북한이 7차 당 대회에서 ‘핵과 경제 병진’ 정책을 천명한 것을 중국이 승인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했다고 보고 이제는 실리적으로 동맹국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와 미국 유럽 등의 개별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을 ‘포위 탈출 외교’의 창구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특사의 시 주석 면담 성사로 이제 관심은 김정은의 방중이 언제쯤 이뤄질지에 쏠리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이 추진될 경우 양국 간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북한의 지난달 31일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비난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대북 압박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사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한국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조속히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의 좌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또다시 한미 FTA를 공격하고 나섰다. 미국 측이 경제통상과 관련해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리퍼트 대사는 1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한국은 여전히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2012년 3월에 한미 FTA를 발효시키면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법률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FTA에 따라 2017년부터 미국 변호사 및 회계사는 한국에서 외국법 자문역으로 활동할 수 있고 외국 법무법인(로펌)이 한국에 사무실을 내는 것도 허용된다. 2019년부터는 해외 로펌과 국내 로펌의 제휴가 가능하며, 2024년에는 합작도 허용한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로펌이 종합 컨설팅 회사로 변신해 서비스 품질 향상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지만, 미국 업체들이 한국 로펌들을 흡수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은 FTA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을 촉구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합작 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 및 의결권을 49%로 제한하고, 국내에서 3년 이상 운영해야 합작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개정안 내용이 FTA가 규정한 개방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리퍼트 대사는 앞서 올 1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찾아가 공식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리퍼트 대사의 이날 강연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법률시장 개방 확대 등을 강조했지만 통상적인 경제외교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세션스 의원은 지난달 31일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미국 내에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대한국 수출이 1억 달러(약 1190억 원) 증가한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20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 늘어났으며 무역적자는 240%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조숭호 기자}

“당신은 추잡한 기자다.”(트럼프) “잘못을 저지른 기자는 죽어도 싸다.”(두테르테) 21세기 대표적인 마초형 리더들이 언론을 향해 다시 한번 막말을 퍼부었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와 그에 못지않은 거친 입담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 도중 자신의 참전용사 기부금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내가 한 일에 대한 공(功)을 원하지 않지만 억울하게 비난받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신이 (기부금) 수치를 과장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트럼프는 ABC방송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이, 거기 추잡한(sleazy) 인간, 사실관계를 잘 아는데 이를 모른 체하고 있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그는 “정치 담당 기자들은 그동안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 가장 부정직한 집단에 속한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참전용사 후원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낸 기부금 1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560만 달러(약 66억7000만 원)를 모금해 여러 참전용사 단체에 후원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회견 말미엔 “당신이 집권하면 언론과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럴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예전에도 뉴욕타임스가 자신의 여성 편력 의혹을 보도하자 “망해가는 뉴욕타임스가 나를 흠집 내고 있다”고 언론사를 비난했다. 기자 20명을 동원해 ‘트럼프검증팀’을 가동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에 대해선 “(사주인) 제프 베저스가 신문의 힘을 이용하고 있어 정치인들이 (베저스가 창업한) 아마존에 과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저널리즘스쿨의 캐서린 제이미슨 교수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언론에 ‘추잡한 인간’들만 있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그의 언론관을 접하고 본선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의 적대적인 발언은 지난달 31일 그의 고향인 다바오 시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에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필리핀에서 계속되는 언론인 암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죽을 만한 짓을 했으니 죽인 것 아니겠느냐”며 “마약상 강간범 살인범은 당연히 사형당해야 하고 부패한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부패한 언론인을 “개자식(son of bitch)”이라고도 했다. 필리핀은 최근 30년간 기자 174명이 암살돼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힌다. 지난달 27일엔 범죄 전문기자 알렉스 발코바가 수도 마닐라 거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2003년에는 두테르테 당시 다바오 시장의 초법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맹비난하던 라디오 진행자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이날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그는 아주 썩은 언론인이었고 죽어 마땅했다”고 했다. 또 “내가 언론인을 죽인다면 분명히 그럴 만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범죄율이 높은 필리핀에서 열린 지난달 대선에서 ‘취임 6개월 안에 범죄자의 씨를 말리고 부패를 청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압승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김수연 기자}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미국, 일본의 수석대표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지난달 3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3국 수석대표 회동은 일본 외무성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난달 북한의 제7차 당 대회 이후 처음이고 중국을 방문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직전이어서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김 본부장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한 더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하게 될 뿐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3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도발을 계속하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이 진정하고 의미 있는 대화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6자회담의 의장이며 북한과의 관계가 깊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북한에 명확하게 전해 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 이행 보고서 마감일(2일) 직전에 중국 시 주석과 북한 이 부위원장의 회동이 성사된 데 대해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 마감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에 지원 사격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 정부는 6일부터 사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대화에서 중국의 실질적인 대북 압박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이, 중국 측에선 양제츠(楊潔지) 국무위원 등이 참석한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 미중 전략대화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우리가 희망하는 성과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협상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한국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의 좌장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또다시 한미 FTA를 공격하고 나섰다. 미국측이 경제통상과 관련해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리퍼트 대사는 1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한국은 여전히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2012년 3월에 한미 FTA를 발효시키면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법률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FTA에 따라 2017년부터 미국 변호사 및 회계사는 한국에서 외국법 자문이 가능하고 외국 법무법인(로펌)이 한국에 사무실을 내는 것도 허용된다. 2019년부터는 해외 로펌과 국내 로펌의 제휴가 가능하며, 2024년에는 합작도 허용한다.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로펌이 종합 컨설팅 회사로 변신해 서비스 품질 향상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지만, 미국 업체들이 한국 로펌들을 흡수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은 FTA에 따른 법률 시장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합작 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율 및 의결권을 49%로 제한하고, 국내에서 3년 이상 운영해야 합작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개정안 내용이 FTA가 규정한 개방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리퍼트 대사는 앞서 올 1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찾아가 공식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리퍼트 대사는 또 “한국은 담당자가 달라지면 규제해석도 달라지고, 담당자가 같아도 해석의 차이가 크고 다양해 시장왜곡과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는 외국 기업들의 한국투자와 자유무역에 장애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업규제가 많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예를 들어 자동차 좌석 크기를 수치로 정해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22인승 이하 승합자동차 운전자 및 승객좌석의 규격은 가로, 세로 각각 40㎝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리퍼트 대사의 이날 강연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법률시장 개방 확대 등을 강조했지만 통상적인 경제외교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세션스 의원은 지난달 31일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미국 내에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이 1억 달러(약 1190억 원) 증가한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20억 달러(14조3000억 원) 늘어났으며 무역적자는 240% 증가했다”고 주장했다.세종=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와 경선 기간 격렬히 싸웠다가 3월 중도하차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루비오까지 트럼프에 ‘투항’하면서 트럼프 대세론에 올라타려는 공화당 안팎의 ‘밴드왜건(편승)’ 효과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는 29일 CNN 인터뷰에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후보로 추대되면 지지 연설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화당에) 해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가 궁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트럼프가 본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되는 행보로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루비오는 경선 기간 트럼프가 자신을 ‘꼬마 마코’라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손이 작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한 데 대해 트럼프에게 사과했다고도 밝혔다. 루비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트럼프와 경쟁했던 경선 주자 16명 가운데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이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정도다. 경선 기간 트럼프와 난타전을 벌인 부시는 친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해 가문 차원에서 7월 전당대회에 불참키로 하는 등 트럼프와 화해하지 않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와 경선 기간 격렬히 싸웠다가 3월 중도하차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루비오까지 트럼프에 ‘투항’하면서 트럼프 대세론에 올라타려는 공화당 안팎의 ‘밴드왜건(편승)’ 효과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는 29일 CNN 인터뷰에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후보로 추대되면 지지 연설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공화당에)해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가 궁극적인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는 “트럼프가 본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되는 행보로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루비오는 경선 기간 트럼프가 자신을 ‘꼬마 마코’라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손이 작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한 데 대해 트럼프에게 사과했다고도 밝혔다. 루비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서 트럼프와 경쟁했던 경선 주자 16명 가운데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이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정도다. 경선 기간 트럼프와 난타전을 벌인 부시는 친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포함해 가문 차원에서 7월 전당대회에 불참키로 하는 등 트럼프와 화해하지 않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뭐라 말하기 참 어렵다.”(주미대사관 외교관 A씨) 5박6일 방한 기간 동안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JP) 전 총리까지 만나는 등 거침없는 대선 행보를 하고 30일 출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외교부 엘리트 그룹으로 ‘제2의 반기문’을 꿈꾸는 미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 후배 외교관들이 반 총장의 대선행보를 보는 표정과 시선은 복잡해 보였다. 반 총장의 정치 행보가 어떤 결실을 거두냐에 따라 외교관들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외교부 북미국장을 비롯해 두 차례 워싱턴에서 근무한 미국통인 반 총장은 워싱턴을 방문할 일이 있으면 종종 주미대사관 직원들을 만날 정도로 ‘대미라인 직계 후배’들을 챙겼다. 반 총장은 지난해엔 자신이 정무공사 시절(1992~1993년) 정부가 사들여 아직도 정무공사 관저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메릴랜드 주 포토맥 소재)을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방문해 워싱턴 근무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미대사관의 중견 외교관 B씨는 반 총장의 대선 행보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 총장이 한국 외교관으로서 최고 자리까지 올라갔고 교과서에도 나오는데 지금처럼 위인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씨는 “나도 외교관이지만 정치의 영역은 외교와 다른 면이 있지 않느냐. 정치권의 검증 공세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하는 후배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시선도 있었다. D씨는 “반 총장은 워싱턴에서 후배들을 만나면 외교 비화 같은 ‘무용담’이나 유엔에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굉장히 신나하면서 들려줬다. 그 때마다 승부욕 같은 게 느껴졌다”며 “언젠가는 출마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방한 기간 행보를 보고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의회에서 당국자를 만나면 종종 반 총장의 대선행보에 대한 질문도 받는다고 한다. E씨는 “알고 지내는 미측 인사가 얼마 전 ‘반 총장이 한국에서 대선 출마설에 기름을 부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물으며 관심이 많더라. 외교관 입장에서 뭐라고 답하기 좀 난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북제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등 여전히 한미 간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반 총장의 대선 행보가 양국 사이의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F씨는 “안 그래도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언론에서 반 총장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은데 총장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드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일종의 ‘도덕적 해이’로 비쳐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27일 오후 5시 반.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 자료관을 둘러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걸음을 멈췄다.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다 12세에 숨진 소녀 사사키 사다코(佐¤木貞子)의 사진 앞에서였다. 소녀는 두 살 때 원폭 투하 지점에서 1.6km 떨어진 집에서 피폭됐다. 목숨은 건졌지만 9년 후 온몸이 붓고 붉은 반점이 생겼다. 의사는 백혈병 진단을 내리며 “1년 이상 살 수 없다”고 했다. 문병 온 친구가 “종이학 1000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자 소녀는 종이학을 964마리까지 접은 뒤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사다코와 천 마리 종이학’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일본 내에서는 히로시마 비극의 상징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진과 함께 전시된 종이학을 지켜보다 옆에 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 “사실 오늘 종이학을 가져왔습니다.” 수행원이 종이학을 가져오자 그는 마중 나온 초중학생 2명에게 한 마리씩 건넸다. 놀란 아베 총리가 “직접 접은 것이냐”고 묻자 “약간 도움을 받았지만 직접 접었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명록에 서명한 후 종이학 두 마리를 추가로 방명록 위에 얹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깜짝 선물’은 미국이 히로시마 방문을 얼마나 세심하게 준비했는지를 보여준다. 양국 정부는 이달 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결정한 후 그의 동선과 헌화 방식 등을 놓고 막판까지 조율을 거듭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을 결정한 것은 6일”이라며 당시 아베 총리가 러시아 방문 중이어서 8일 일본 측에 의사를 전달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미국 내의 반발,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 한국과 중국의 반응 등을 마지막 순간까지 고려해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미국 측이 “행사를 엄숙하게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지난달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공원을 찾았을 때 학생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행사도 오바마 방문 때는 뺐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함께 헌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미국 측은 ‘개별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한편 백악관은 히로시마 방문의 답방 형식으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아베 총리가 12월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할 경우 환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진주만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대선 직후인 12월 7일 진주만에서 일본군 공습 75주년 추모행사를 연다. 아베 총리는 25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진주만 방문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선 아베 총리가 미국의 새 정권과 역대 최상의 미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진주만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70·사진)가 26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본선 행보에 돌입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 노스다코타 주 비스마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나의 대선 후보 등극을) 당황해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세계 지도자들이 트럼프 때문에 당황해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트럼프는 이어 “세계의 많은 나라가 미국을 혹사시키고 이용하려고만 하고 있다. 올바른 방법을 통해 이런 나라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되받아쳤다. 무역협정 전면 개정 및 해외주둔 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내건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이 국제사회에서 파장을 일으키는 게 본선에서 정치적 무게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오바마는 비즈니스를 전혀 모르고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어려움을 지금 있는 곳(일본)에서 그렇게 발표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경선 기간에 입증된 자신의 브랜드를 더욱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15일부터 19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개혁성 분야에서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워싱턴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트럼프를 꼽았고, 클린턴은 22%로 무려 33%포인트나 낮았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1237명)을 넘기며 자력으로 대선 후보에 등극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는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들의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이곳에 원폭을 투하한 지 71년 만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북서쪽으로 150m 거리에 있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그 대신 위령비 헌화 후 이어진 17분 동안의 연설 도중 “10만명 이상의 일본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 수천 명의 한국인, 수십 명의 미국인 포로를 포함한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며 한국인의 희생을 기렸다. 그는 “우리는 두려움의 논리를 떠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것들(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예고한 대로 1945년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문 목적에 대해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끔찍한 힘을 행했던 것을 깊이 생각(ponder)해 보기 위해 왔다. 우리는 죽은 자들을 애도(mourn)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히로시마=서영아 sya@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 후에도 한동안 워싱턴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서 살기로 했다. 고교 1학년인 막내딸 사샤(15)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 것으로 보인다. 25일 미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북서쪽 칼로라마 하이츠에 있는 761m²(약 230평) 규모의 저택을 월세로 임차하기로 했다. 1928년 지어진 이 집은 고택이 많은 워싱턴에서도 오래된 집에 속한다. 몇 차례 개보수를 거쳐 지금은 침실과 화장실이 각각 9개씩 있다. 구체적인 임대차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 부동산거래사이트 ‘질로’에 따르면 이 집은 2014년 5월 마지막 거래 당시 매매가가 529만5000달러(약 62억6000만 원)였다. 이의 절반 가격에 방이 5개인 인근 집들이 월 6000달러 안팎의 월세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월세는 1만 달러(약 118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집주인은 컨설팅업체 ‘글로버파크그룹’의 공동창업주인 조 록하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대변인을 지내고 2004년 대선에선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국무장관 캠프에서 활동했다. 올 2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홍보담당 부회장으로 영입돼 뉴욕 맨해튼으로 이사하면서 이 집을 비우게 됐다.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불과 2.7km가량 떨어진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둘째 딸 사샤의 학교 문제 때문이다. 오바마는 3월 위스콘신 주 밀워키를 방문한 자리에서 “퇴임 후에도 작은딸이 대학에 갈 때까지는 워싱턴에 살 것이다. 딸이 익숙한 환경에서 고교를 마치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샤는 워싱턴 명문 사립고인 시드웰 프렌즈 스쿨에 다니고 있으며 2019년 6월 졸업한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는 퇴임 후 최소한 2년 5개월은 워싱턴에서 지내야 한다. 올해 졸업하는 큰딸 말리아(18)는 1년간의 ‘갭 이어(gap year·고교 졸업 후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해)’를 가진 뒤 내년 가을부터 하버드대에 다니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워싱턴에 머문 적은 거의 없었다.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고향인 텍사스 댈러스로 돌아갔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뉴욕 주 채퍼콰로 이사했다.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고향인 캘리포니아 시미밸리로 옮겼다. 이 때문에 오바마가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은퇴하면 시카고 등에서 시민운동을 계속하겠다”는 게 말뿐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바마는 24일 베트남 젊은이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도 “은퇴하면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가로 지낼 것 같다”고 밝혔다. 1만 달러가량으로 추산되는 월세는 오바마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 1958년 제정된 ‘전직대통령법(FPA)’에 따라 퇴임한 대통령에게 연금은 물론이고 품위 유지를 위한 사무실 경비, 공적인 목적의 여행, 통신비 등을 지원하지만 주택비는 주지 않는다. 오바마 부부의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 최대 690만 달러(약 82억 원)로 추산돼 집세를 내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25일 밤 늦은 시간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오키나와(沖繩)에서 발생한 미 군무원의 일본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한 양국의 공동 대응을 강조한 것은 이 사건 직후 일본 내 반미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신속히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양국 정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주창한 ‘핵 없는 세상’ 만들기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행,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및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에 계속 공조해 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글로벌 이슈와 지역 내 이슈에서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했다. 미일 정상은 당초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26일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동맹에 대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표현을 넣을 계획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27일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까지 연결하면서 미일동맹을 견고하게 다진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19일 오키나와 현에서 미 군무원이 20대 일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일본인들의 반미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당겨 오후 9시 반이라는, 이례적으로 늦은 시간에 시작한 것은 이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미일 간 유대를 내외에 과시하려던 최종 목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백악관과 도쿄가 핫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일정 변경은 일본에서 25일 조간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백악관은 회담 시작 8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경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을 통해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강한 분노를 전달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피해 여성과 가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본 여론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중국이 인공 섬을 건설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모아졌다. 남중국해 섬의 군사기지화를 추진 중인 중국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한 것은 역내 평화를 위한 미일 동맹의 변함없는 공조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올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력히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호소했다. ‘핵 없는 세상’ 만들기와 TPP 이행에 공조하는 방안은 지난해 4월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에서도 나왔던 내용으로 이번에 강력한 미일 공조를 거듭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저녁 무렵 히로시마에 도착해 평화기념공원에서 피폭자 위령탑에 헌화한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일본 정부가 이 자리에 초청할 피폭자를 선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인 피폭자는 여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히로시마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피폭자가 이 자리에 초청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일본이 ‘희생자’로 부각될 가능성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위로 미국 원폭 투하의 도의적 책임을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원폭피해자위령비를 방문할지는 최종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 미 정부에 위령비 방문을 촉구했다”며 “백악관은 ‘한국의 뜻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최종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할 것’이라는 태도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의 입장도 “조율 중”이라는 것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체류 시간이 1시간도 안 돼 행사장에서 200여 m를 이동해야 하는 한국인위령비까지 가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따로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인 위령비 헌화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로부터 일본 정부에 연락이 왔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이따금 정치는 국민들의 선의를 표현하지 못하지만 결국 유권자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고 민주주의를 작동하게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떠나기 전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호찌민 시에서 ‘동남아 청년 지도자 이니셔티브(YSEALI)’ 회원 800여 명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막말 논란에도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우리가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낙관한다”며 “미국의 위대한 점 가운데 하나는 실수를 하면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공공 분야에서 계속 활동하겠다며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전처럼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가로 지낼 것 같다. 물론 그때보다는 조금 더 유명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계 입문 전 시카고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흑인 인권 운동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젊은 시절 역경을 극복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나는 (공부보다는) 농구와 여자아이들에게 빠져 있었다. 항상 진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러분이 그때 나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 뒤 “나이가 들면서 곁에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환경 문제에 훨씬 많은 의식을 갖고 있다”며 기후변화 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사람들이 표현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예술을 억압하는 것은 꿈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 여학생이 자신을 래퍼라고 소개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로 짤막한 비트박스(입소리로 장단을 맞추는 것)를 하며 랩을 보여 달라고 요청해 박수를 받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과 베트남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23일 정상회담 후 채택한 ‘미-베트남 관계 현황설명서(Fact Sheet)’에서 “미국과 베트남은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채택된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의 전면 이행과 북한의 핵 활동 차단을 위해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이 북한과 경제,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남아 국가와의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이행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중국의 굴기(굴起)를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禁輸) 조치를 32년 만에 전면 해제키로 한 데 이어 24일에는 남중국해 이슈와 관련해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시 컨벤션센터 연설에서 “대국들이 작은 나라들을 괴롭히면 안 되며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취임 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이행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베트남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을 지원 사격하는 동시에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행보도 병행했다. 또 베트남에서의 첫 만찬을 위해 셔츠 차림으로 하노이의 허름한 식당을 찾아 현지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이틀째인 24일 하노이 컨벤션센터에서 2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첫 대중연설에서 “TPP는 미국과 베트남 모두에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베트남이 TPP에 가입하면 주변국에 덜 의지하고 동시에 더 많은 나라와 경제적 연대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TPP 12개 가입국 중 하나인 베트남은 이르면 7월 의회에서 TPP 비준동의안을 논의한다. 미국과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50억 달러(약 53조6000억 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과 일본 순방 길에 TPP에 반대하는 연방 상하원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함께 태워 왔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는 “TPP 회원국인 두 나라를 돌면서 TPP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미 의회가 연내 TPP 비준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회견에선 “TPP 때문에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 가운데 신뢰할 만한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TPP에 반대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노이 연설에서 인권 문제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시하고, 방해받지 않고 집회할 수 있으며,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을 때 나라는 더 부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대사관에서 베트남 시민사회 지도자 6명을 만난 자리에서도 “베트남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정부의 책무 등에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가장 환호했던 일정은 오바마의 ‘쌀국수 만찬’이었다. 그는 23일 저녁 하노이의 서민 식당 ‘분짜 흐엉 리엔’을 찾았다. 분짜는 쌀국수를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가 들어간 국물과 함께 먹는 베트남의 전통 음식이다. CNN 유명 음식여행 프로그램인 ‘파츠 언논(Parts Unknown)’을 진행하는 요리사 앤서니 보데인과 함께 식당에 들어선 그는 허름한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분짜를 먹고 맥주를 병째 마셨다. 현지인들과 뒤섞여 자연스럽게 젓가락질을 하는 그를 보고 시민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보데인은 식사 후 트위터에 “오바마의 젓가락질은 제대로였다”며 음식값은 둘이 합쳐 6달러(약 7000원)였고 계산은 자신이 했다고 썼다. 식당 주인인 응우옌티리엔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야 경찰에서 연락을 해왔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 가게를 찾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기뻐했다. ‘쌀국수 외교’는 오바마가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 종전(1975년)과 수교(1995년) 후 처음으로 2000년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남부 호찌민 시 중심가의 쌀국수 전문점 ‘포 2000’을 찾았다. 이후 ‘포 2000’은 세계적인 쌀국수 전문 체인사업체로 급성장했다. 오바마는 하노이 연설을 마치고 호찌민 시로 이동했다.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이세시마로 떠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