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김정은 탈출구 열어준 시진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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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서 가져온 北이수용과 면담
시진핑 “관련국들 냉정-절제해야”… ‘핵-경제 병진’ 묵인, 北中 해빙모드
김정은 訪中 시기도 논의한듯… 美는 ‘北 자금세탁우려국’ 지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갖고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로써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는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됐다.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이후 3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이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나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 시 주석이 ‘유관 당사국들’이라는 복수형 주어를 사용한 것은 미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협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지난달 열린 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중국과 공동 노력으로 중조(中朝) 간 우호 전통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과 공동 노력으로 북-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올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중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례와 같이 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꺼리게 돼 북한의 자금줄이 한층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이 부위원장 면담은 지난달 초 북한이 7차 당 대회에서 ‘핵과 경제 병진’ 정책을 천명한 것을 중국이 승인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했다고 보고 이제는 실리적으로 동맹국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와 미국 유럽 등의 개별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을 ‘포위 탈출 외교’의 창구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특사의 시 주석 면담 성사로 이제 관심은 김정은의 방중이 언제쯤 이뤄질지에 쏠리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이 추진될 경우 양국 간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북한의 지난달 31일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비난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대북 압박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김정은#시진핑#병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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