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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하듯, ‘공유교회’가 성전 개념의 템플(temple) 교회에서 예배당 중심의 채플(chapel) 교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29일 경기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Co-Worship station)’에서 만난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는 이름도 생소한 ‘공유교회’ 사역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9년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그는 교회를 매각한 뒤 그 돈으로 2019년 교회 공유 사역 등을 담당하는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을 설립했다. 2020년 3월 문을 연 ‘르호봇’은 어시스트 미션의 첫 작품으로 현재 김포명성교회, 샘솟는 교회, 시와 사랑이 있는 교회 등 일곱 교회가 같은 예배당을 이용하고 있다. “저도 처음에는 크고, 유명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가 내 교회에서 벗어나 우리 교회를 짓기 위해 준비를 했죠. 문득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400여 명 되는 교인들을 흩어서 작은 교회로 나눠 보내고, 교회를 판 돈으로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했지요.” 공유교회란 한마디로 하나의 예배당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형태다. 일요일의 경우 각 교회가 1시간 반씩 시간을 달리해 예배드리는 식이다. 3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가 70% 이상 차지하는 한국 교회 현실에서, 공유교회는 임차료 부담을 덜고 작은 교회끼리 연대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어시스트 미션의 공유교회도 김포시 풍무동 ‘엔학고레’, 수원시 인계동 ‘엘림’ 등 모두 3곳으로 늘어났다. 임차료는 월 30만 원.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현재 엔학고레는 5개, 엘림은 6개 교회가 이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설립은 어시스트 미션이 했지만, 성과가 좋아 자체 교회가 모든 운영권을 넘겨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여 간 세 곳의 공유교회를 거친 교회는 모두 49곳으로 신자 20∼30명 정도의 작은 교회다. “미자립 교회 목사의 경우 대부분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생활비와 교회 운영비를 충당합니다. 공유교회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신도들이 예배당 공유를 낯설어하거나 잘 적응하지 못해 나가는 곳도 있기는 하지요.” 김 목사는 “공유교회 운동이 점차 알려지다 보니 취지에 공감해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인 경기 부천 세상의빛동광교회(담임목사 류재상)가 설립한 공유교회 ‘52 처치 앤 카페(Church & Cafe)’도 그중 하나. 김 목사와 어시스트 미션은 행정과 초기 세팅에 대한 조언으로 이 교회 출범을 도왔다. 아이러니하지만, 공유교회 사역을 하며 그의 교회 신자는 40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줄었다. 재정도 약 4분의 1로 감소된 작은 교회가 됐다. 기존 신자들을 인근 작은 교회로 보낸 데다 이사 등으로 인해 자연 감소했고, 교회 매각 대금은 공유교회 사역에 사용한 탓이다. “저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서 교회는 채플(예배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교회가 템플(성전)이 돼가는 아쉬움이 있지요. 공유교회는 우리가 초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리셋’ 기회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는 “경제적인 장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닌 공유의 정신이 관성에 젖어 있는 우리 신앙 생활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유교회가 본질적인 영성을 찾을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김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하듯, ‘공유교회’가 성전 개념의 템플(temple) 교회에서 예배당 중심의 채플(chapel) 교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지난달 29일 경기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Co-Worship station)’에서 만난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는 이름도 생소한 ‘공유교회’ 사역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9년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그는 교회를 매각한 뒤 그 돈으로 2019년 교회 공유 사역 등을 담당하는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을 설립했다. 2020년 3월 문을 연 ‘르호봇’은 어시스트 미션의 첫 작품으로 현재 김포명성교회, 샘솟는 교회, 시와 사랑이 있는 교회 등 일곱 교회가 같은 예배당을 이용하고 있다. “저도 처음에는 크고, 유명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가 내 교회에서 벗어나 우리 교회를 짓기 위해 준비를 했죠. 문득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400여 명 되는 교인들을 흩어서 작은 교회로 나눠 보내고, 교회를 판 돈으로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했지요.”공유교회란 한마디로 하나의 예배당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형태다. 일요일의 경우 각 교회가 1시간 반씩 시간을 달리해 예배드리는 식이다. 30여 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가 70% 이상 차지하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공유교회는 임대료 부담을 덜고 작은 교회끼리 연대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어시스트 미션의 공유교회도 김포 풍무동 ‘엔학고레’, 수원 인계동 ‘엘림’ 등 모두 3곳으로 늘어났다. 임대료는 월 30만 원.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현재 엔학고레는 5개, 엘림은 6개 교회가 이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설립은 어시스트 미션이 했지만, 성과가 좋아 자체 교회가 모든 운영권을 넘겨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여 간 세 곳의 공유교회를 거친 교회는 모두 49곳으로 신자 20~30명 정도의 작은 교회다.“미자립 교회 목사의 경우 대부분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생활비와 교회 운영비를 충당합니다. 공유교회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신도들이 예배당 공유를 낯설어하거나 잘 적응하지 못해 나가는 곳도 있기는 하지요.”김 목사는 “공유교회 운동이 점차 알려지다 보니 취지에 공감해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인 경기 부천 세상의빛동광교회(담임목사 류재상)가 설립한 공유교회 ‘52 처치 앤 카페(Church & Cafe)’도 그중 하나. 김 목사와 어시스트 미션은 행정과 초기 세팅에 대한 조언으로 이 교회 출범을 도왔다.아이러니하지만, 공유교회 사역을 하며 그의 교회는 신자는 40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줄었다. 재정도 약 4분의 1로 감소된 작은 교회가 됐다. 기존 신자들을 인근 작은 교회로 보낸 데다 이사 등으로 인한 자연 감소했고, 교회 매각 대금은 공유교회 사역에 사용한 탓이다.“저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서 교회는 채플(예배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교회가 템플(성전)이 돼가는 아쉬움이 있지요. 공유교회는 우리가 초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리셋’ 기회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김 목사는 “경제적인 장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닌 공유의 정신이 관성에 젖어있는 우리 신앙 생활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공유교회가 본질적인 영성을 찾을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소수당에 불과했던 나치는 어떻게 독일을 장악했을까. 교양 있는 상식적인 사람들이 왜 나치에 선동돼 권력을 헌납했을까. 30여 년간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의 역사를 추적해 온 저자가 던지는 이 물음이, 왜 2025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진보·보수 모두 어쩌면 이리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지. 영국 BBC 역사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히틀러와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의 사악한 카리스마’ 등을 저술한 나치 전문가인 저자는 나치가 어떻게 사회 전반을 잠식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쳤다. △음모론 퍼뜨리기 △‘그들’과 ‘우리’를 구분하기 △청년 타락시키기 △영웅으로 인도하기 △두려움 키우기 등등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세세하게 나눠 지적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 안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도 상당수다. “히틀러는 믿음이 지닌 엄청난 힘을 이해했다. 추종자들이 독재자를 온전히 신뢰한다면, 합리적 논거를 아무리 많이 제시해도 그들은 자신이 틀렸음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은 의심해 봐야 한다.”(‘12가지 경고’에서) 저자는 많은 독재자가 지식인을 증오하고 탄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식인들의 올바른 이의 제기가 독재자를 향한 추종자들의 믿음을 흔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지금의 대한민국.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나치와 비록 개탄스럽긴 하지만 한국의 정치집단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영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 성향의 추종자를 양산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행태가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끝이 어디일까. 저자는 ‘나치는 패배했다’라는 말로 책을 맺었다. 저자가 덧붙이지 않았지만, 독일 국민이 나치를 선택한 대가를 얼마나 혹독하게 치렀는지 행간에서 읽힌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남시 복지 예산이 1조5000억 원이나 돼요. 그런데 교회가 또 다른 복지관을 만들어서 중복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경기 성남 만나교회(담임목사 김병삼) 섬김국장 이용주 목사는 18일 인터뷰에서 “교회의 나눔, 돌봄 사역도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만나교회는 지난해 4월부터 ‘만나복지코디’ 사역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물론이고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복지·법률·의료·취업 등의 제도를 알려주고, 공공기관과 연계해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것. “과거 정부·지자체 복지 제도가 미흡할 때는 교회의 직접 지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공공기관의 복지 예산, 제도, 수혜 대상자가 교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어요. 교회가 직접 지원해주는 것보다 지자체와 연계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이제는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크고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이 목사는 “웬만한 사람도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은 정보 접근이 어렵거나, 자신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제도가 있어도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나복지코디를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80여 명.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20여 년간 노숙인으로 지내던 한 여성은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족관계해체사유서’를 작성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가족관계해체사유서는 가족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체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복지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거나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 그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고, 혹시나 가족에게 연락이 갈까 무서워 그동안 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혹시 ‘자녀 장려금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이 제도는 저소득 가구의 양육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 신청 자격은 부부 합산 총소득 7000만 원 이하, 가구 전체 재산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중증장애인 자녀는 나이 제한이 없다. “성남시에서 태평2동에 지원하는 무료 급식 대상자가 32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중 350명 정도는 몸이 안 좋아서든, 몰라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나눔, 봉사 사역을 하는 것도 좋지만 350명을 찾아가 그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연결시켜 주면 정말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겠습니까.” 그는 “교회가 사회봉사, 나눔, 돌봄 사역을 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앞으로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방향과 영역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성남시 복지 예산이 1조 5000억 원이나 돼요. 그런데 교회가 또 다른 복지관을 만들어서 중복 지원 하는 게 바람직할까요?”경기 성남 만나교회(담임목사 김병삼) 섬김국장 이용주 목사는 18일 인터뷰에서 “교회의 나눔, 돌봄 사역도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만나교회는 지난해 4월부터 ‘만나복지코디’ 사역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물론,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지자체의 복지·법률·의료·취업 등의 제도를 알려주고, 공공기관과 연계해 혜택을 받게 해주는 것.“과거 정부·지자체 복지 제도가 미흡할 때는 교회의 직접 지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공공기관의 복지 예산, 제도, 수혜 대상자가 교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어요. 교회가 직접 지원해 주는 것보다, 지자체와 연계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이제는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크고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이 목사는 “웬만한 사람도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이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은 정보 접근이 어렵거나, 자신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제도가 있어도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만나복지코디’를 통해 도움을 받는 사람은 지금까지 80여 명.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와 20여년간 노숙인으로 지내던 한 여성은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도움을 받아 ‘가족관계해체사유서’를 작성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가족관계해체사유서는 가족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체됐음을 증명하는 서류로,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등 복지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거나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 필요하다. 그는 과거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고, 혹시나 가족에게 연락이 갈까 무서워 그동안 작성하지 못했다고 한다.이 목사는 “혹시 ‘자녀 장려금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느냐”라고 물었다. 이 제도는 저소득 가구의 양육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 신청 자격은 부부 합산 총소득 7000만 원 이하, 가구 전체 재산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중증장애인 자녀는 나이 제한이 없다.“성남시에서 태평2동에 지원하는 무료 급식 대상자가 3200명이 넘어요. 그런데 그중 350명 정도는 몸이 안 좋아서든, 몰라서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나눔, 봉사 사역을 하는 것도 좋지만, 350명을 찾아가서 그 분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연결시켜주면 정말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겠습니까.”그는 “교회가 사회봉사, 나눔, 돌봄 사역을 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앞으로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방향과 영역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이 11월 8일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 아트홀에서 ‘2025 국제 다문화합창대회’를 개최한다. 참가 자격은 10~60명 이하의 다국적 혼합팀이나 해외 단일 국가팀으로, 한국인 단원은 전체의 20% 이내여야 한다. 참가곡은 장르 제한 없이 5분 이내 자유곡 1곡. 대상 1팀에는 상패와 상금 200만 원, 우수상 1팀에는 100만 원, 장려상 6팀에는 각 50만 원이 수여된다.예선 접수는 10월 1~10일. 자세한 사항은 한교총 홈페이지 참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열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싹은 틔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8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만난 박범훈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장(77·동국대 한국음악과 석좌교수)은 “우리 소리 종자를 키우려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60년이 훌쩍 지났다”고 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막식 작곡·지휘,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해맞이’ 작곡,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 총감독 등을 지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악계 대부. 중앙국악관현악단 창단,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 단장 및 예술감독, 서울국악유치원 설립, 국악 예술중 신설, 국내 최초로 국악 단과대 설립(중앙대) 등 그가 우리 국악계에 뿌린 씨앗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중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었어요. 어느 날 동네에 남사당패가 왔는데, 그 소리에 홀려 매일 어울렸지요. 그때 꼭두쇠가 후에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남운용 선생님(1907∼1979)이었는데, 그분 손에 끌려 1965년 피리 전공으로 국악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에 들어갔어요. 벌써 60년이 흘렀네요. 하하하.” ―아시안게임을 맡았을 때가 30대였더군요.“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무대였잖아요. 그래서 개막식에서 연주하는 곡은 우리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국악 위주로 하면 외국인들이 공감하기 쉽지 않아 국악과 서양음악을 접목할 필요가 있었어요. 근데 당시 두 분야를 모두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저는 대학은 국악과가 아니라 중앙대 예술대 음악과(서양음악 작곡 전공)에 들어갔거든요. 일본 유학 중에는 아시아·서양음악의 접목을 연구했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일 월드컵 개막식의 문을 연 ‘수제천(壽齊天)’을 국악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으로 연주한 것이 그런 까닭입니까.“수제천은 우리의 훌륭한 궁중음악이지만, 그대로만 연주하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어요. 세계 모든 사람이 국악을 들으며 감동하게 만드는 게 진짜 국악의 세계화지요. 그래서 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대규모 합창단이 어우러진 수제천으로 만들었습니다. 대금과 판소리가 바이올린, 첼로, 합창단과 어우러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의 소리가 된 거죠.”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국악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지 않단 의견이 있습니다.“국악 전문가 양성이나 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도 중요합니다만, 그전에 먼저 우리 안에서 국악이 대접받고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흐지부지됐지만, 한때 정부가 국악을 음악 교육과정에서 빼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면서 세계화를 말하는 건 자가당착이지요.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남이 왜 하겠습니까.” ―국악유치원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지요.“1999년 국악예술고 이사장 때 만들었는데…, 국악 중고교와 달리 유치원은 국악인 양성이 목표가 아니에요. 어릴 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꼭 피아니스트를 만들기 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소리, 우리 몸짓 등 예술을 통해 인성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지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국악을 친숙하게 여길 테고요. 공감하는 부모님들이 많은지, 지금도 굉장히 인기가 높아요. 이런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더 자라 열매를 맺으면 언젠가 K드라마나 K팝처럼 K국악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오겠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열매까지는 아니라도, 싹은 틔우지 않았나 싶습니다.”8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만난 박범훈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장(77·동국대 한국음악과 석좌교수)은 “우리 소리 종자를 키우려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60년이 훌쩍 지났다”고 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막식 작곡·지휘,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해맞이’ 작곡,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 총감독 등을 역임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악계 대부. 중앙국악관현악단 창단,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 단장 및 예술감독, 서울국악유치원 설립, 국악 예술중 신설, 국내 최초로 국악 단과대 설립(중앙대) 등 그가 우리 국악계에 뿌린 씨앗은 셀 수 없을 정도다.―세월이 참 빠릅니다.“중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했어요. 어느 날 동네에 남사당패가 왔는데, 그 소리에 홀려 매일 어울렸지요. 그때 꼭두쇠가 후에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남운용(1907~1979) 선생님이었는데, 그분 손에 끌려 1965년 피리 전공으로 국악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에 들어갔어요. 벌써 60년이 흘렀네요. 하하하.”―아시안게임을 맡았을 때가 30대였더군요.“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무대였잖아요. 그래서 개막식에서 연주하는 곡은 우리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국악 위주로 하면 외국인들이 공감하기 쉽지 않아 국악과 서양음악을 접목할 필요가 있었어요. 근데 당시 두 분야를 모두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저는 대학은 국악과가 아니라 중앙대 예술대학 음악과(서양음악 작곡 전공)에 들어갔거든요. 일본 유학 중에는 아시아·서양음악의 접목을 연구했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한일 월드컵 개막식의 문을 연 ‘수제천(壽齊天)’을 국악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으로 연주한 것이 그런 까닭입니까.“수제천은 우리의 훌륭한 궁중음악이지만, 그대로만 연주하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어요. 세계 모든 사람이 국악을 들으며 감동하게 만드는 게 진짜 국악의 세계화지요. 그래서 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대규모 합창단이 어우러진 수제천으로 만들었습니다. 대금과 판소리가 바이올린, 첼로, 합창단과 어우러진,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의 소리가 된 거죠.”―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국악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지 않단 의견이 있습니다.“국악 전문가 양성이나 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도 중요합니다만, 그 전에 먼저 우리 안에서 국악이 대접받고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흐지부지됐지만, 한때 정부가 국악을 음악 교육과정에서 빼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면서 세계화를 말하는 건 자가당착이지요. 우리가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남이 왜 하겠습니까.”―국악유치원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지요.“1999년 국악예술고 이사장 때 만들었는데…, 국악 중·고와 달리 유치원은 국악인 양성이 목표가 아니에요. 어릴 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꼭 피아니스트를 만들기 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소리, 우리 몸짓 등 예술을 통해 인성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지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국악을 친숙하게 여길 테고요. 공감하는 부모님들이 많은지, 지금도 굉장히 인기가 높아요. 이런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더 자라 열매를 맺으면 언젠가 K드라마나 K팝처럼 K국악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오겠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각계의 지원과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자치구들이 지원에 나섰다. 성동구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급수차 3대를 투입해 총 180t의 생활용수를 공급했다. 성북구는 3일 급수차 5대를 긴급 파견해 연곡정수장 등 주요 취수원에 물을 공급했다. 송파구는 4일 2L짜리 생수 2만 병을 긴급 지원했고, 은평구와 강동구도 각각 5000병과 1만 병의 생수를 전달했다. 서울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아리수’ 병물을 보낸 바 있다. 지난달 20일 8448병을 전달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1만7000병을 추가 공급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35만 병 이상의 아리수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즉각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경기 김포시는 9일 자체 병입 수돗물 ‘금빛수’ 1만 병을 강릉에 보냈다. 수원시는 8일 살수차와 급수차 총 5대를 동원해 강릉에 26만2000t의 물을 공급했다. 광명시와 안산시도 각각 생수 1만 병, 2700병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종교계의 온정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8일 강릉시청에서 가뭄 극복을 위한 생수 70t(2L짜리 생수 3만5000병)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조계종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법오 스님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 스님, 강릉불교사암연합회장 설암 스님, 월정사 덕엄 스님, 강릉포교당 관음사 회현 스님, 김상영 강릉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법오 스님은 “강릉 가뭄이 해소돼 하루빨리 시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길 바란다”면서 “조계종은 향후 재난 재해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나눔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은 3일 천주교 춘천교구를 통해 생수 10t을 전했으며, 강릉시기독교연합회도 3∼5일 소방대원들에게 빵과 음료 1200개를 전달했다. 금융권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약 5억 원 상당의 생수 100만 병을 기부했고, 우리금융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생수 20만 병을 전달했다. IBK기업은행은 1억 원을 기부해 대한적십자사가 생수를 구입·전달하도록 했다.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도 구호 행렬에 합류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각계의 지원과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자치구들이 지원에 나섰다. 성동구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급수차 3대를 투입해 총 180t의 생활용수를 공급했다. 성북구는 3일 급수차 5대를 긴급 파견해 연곡정수장 등 주요 취수원에 물을 공급했다. 송파구는 4일 2L 생수 2만 병을 긴급 지원했고, 은평구와 강동구도 각각 5000병과 1만 병의 생수를 전달했다. 서울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아리수’ 병물을 보낸 바 있다. 지난달 20일 8448병을 전달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1만7000병을 추가 공급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35만 병 이상의 아리수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즉각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경기 김포시는 9일 자체 병입 수돗물 ‘금빛수’ 1만 병을 강릉에 보냈다. 수원시는 8일 살수차와 급수차 총 5대를 동원해 강릉에 26만2000t의 물을 공급했다. 광명시와 안산시도 각각 생수 1만 병, 2700병을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종교계의 온정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8일 강릉시청에서 가뭄 극복을 위한 생수 70t(2L 생수 3만 5000병)을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조계종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법오 스님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 스님, 강릉불교사암연합회장 설암 스님, 월정사 덕엄 스님, 강릉포교당 관음사 회현 스님, 김상영 강릉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법오 스님은 “강릉 가뭄이 해소돼 하루빨리 시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길 바란다”면서 “조계종은 향후 재난 재해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나눔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앞서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은 3일 천주교 춘천교구를 통해 생수 10t을 전했으며, 강릉시기독교연합회도 3~5일 소방대원들에게 빵과 음료수 1200개를 전달했다.금융권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약 5억 원 상당의 생수 100만 병을 기부했고, 우리금융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생수 20만 병을 전달했다. IBK기업은행은 1억 원을 기부해 대한적십자사가 생수를 구입·전달하도록 했다.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도 구호 행렬에 합류했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리는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의 시성식(諡聖式)과 시성 미사가 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시성식에서 “복자(福者) 카를로 아쿠티스를 성인(聖人)으로 선언하고 확정하여 성인 반열에 올리고 온 교회가 경건한 신심으로 이분들을 성인으로 공경하도록 결정한다”라고 공표했다. 교황은 이어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에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삶을 위로 향하게 하고 걸작으로 만들도록 하는 초대”라고 덧붙였다. 이날 2시간여 동안 열린 시성식은 삼종기도로 마무리됐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만 명의 신자와 관광객이 참석해, 첫 밀레니엄 세대 성인의 시성식을 축하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아쿠티스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 중반 출생 세대) 성인이다. 초등학생 때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힌 그는 15세에 급성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마리아 발현을 정리해 웹사이트에 게시하며 열성적으로 복음을 전파했다. 이에 세간에선 ‘신의 인플루언서’, ‘인터넷의 수호성인’ 등으로 불렸다. 2020년 그의 시신을 이탈리아 아시시 성모대성당 성지에 재안치할 때도 화제를 모았다. 그의 시신이 후드 차림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으로 대중에 공개됐기 때문. 이에 ‘MZ세대 신앙인’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성당 앞 그의 동상 역시 통상적인 성인과 달리 예수 그리스도 옆에서 무릎을 꿇고 노트북 컴퓨터를 손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아쿠티스에 대한 시성은 전례가 드물 정도로 빠른 편이다.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 또는 신자에 대해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한 뒤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가경자는 성덕만 인정된 이에게 부여되고, 이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 긴 시간을 두고 검증 절차를 밟기 때문에 통상의 시복(諡福·복자품에 올리는 일)·시성은 짧아도 수십 년이 걸린다. 아쿠티스는 선종 뒤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브라질 소년이 그의 유품을 접하고 기도한 뒤 완치되는 등의 2건의 기적을 인정받아 2020년 복자품에 올랐고, 지난해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을 승인했다. 원래 시성식은 4월 2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연기됐다. 이날 시성식에서는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함께 성인품에 올랐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리는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의 시성식(諡聖式)과 시성 미사가 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시성식에서 “복자(福者) 카를로 아쿠티스를 성인(聖人)으로 선언하고 확정하여 성인 반열에 올리고 온 교회가 경건한 신심으로 이분들을 성인으로 공경하도록 결정한다”라고 공표했다. 교황은 이어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에게 삶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삶을 위로 향하게 하고 걸작으로 만들도록 하는 초대”라고 덧붙였다. 이날 2시간여 동안 열린 시성식은 삼종기도로 마무리됐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만 명의 신자와 관광객이 참석해, 첫 밀레니엄 세대 성인의 시성식을 축하했다.이탈리아 출신인 아쿠티스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밀레니엄 세대(1980~1990년대 중반 출생 세대) 성인이다. 초등학생 때 독학으로 컴퓨터를 익힌 그는 15세에 급성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마리아 발현을 정리해 웹사이트에 게시하며 열성적으로 복음을 전파했다. 이에 세간에선 ‘신의 인플루언서’, ‘인터넷의 수호성인’ 등으로 불렸다.2020년 그의 시신을 이탈리아 아시시 성모대성당 성지에 재안치할 때도 화제를 모았다. 그의 시신이 후드 차림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으로 대중에 공개됐기 때문. 이에 ‘MZ세대 신앙인’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성당 앞 그의 동상 역시 통상적인 성인과 달리 예수 그리스도 옆에서 무릎을 꿇고 노트북 컴퓨터를 손에 올려놓은 모습이다.아쿠티스에 대한 시성은 전례가 드물 정도로 빠른 편이다.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 또는 신자에 대해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한 뒤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가경자는 성덕만 인정된 이에게 부여되고, 이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긴 시간을 두고 검증 절차를 밟기 때문에 통상의 시복(諡福·복자품에 올리는 일)·시성은 짧아도 수십 년이 걸린다. 아쿠티스는 선종 뒤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브라질 소년이 그의 유품을 접하고 기도한 뒤 완치되는 등의 2건의 기적을 인정받아 2020년 복자품에 올랐고, 지난해 5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을 승인했다. 원래 시성식은 4월 2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연기됐다.이날 시성식에서는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함께 성인품에 올랐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오랜 기간 끔찍한 흉악범들의 정신 감정을 맡았던 정신과 전문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사이코패스 같은 극악무도한 정신 이상 흉악범도 나아지려는 본인의 의지와 제대로 된 충분한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될 수 있다”고 했다. 솔직히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사이코패스가 보여주는 ‘나아지려는 의지’를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정신 전문 간호사이자 범죄심리사인 저자가 교도소에서 만난 정신질환 범죄자의 상담 과정과 기록, 그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준 모습 등을 담담하게 담았다.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겪은 내면의 깊고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에 이르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말대로 쓰는 내내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이 책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범죄자를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는 오히려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은 생각에 휩싸였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범죄 예방과 사회 안전으로 나아가는 해법까지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책을 쓴 이유를 밝힌다. ‘환자’이면서 동시에 ‘범죄자’인 이들의 이중 정체성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한다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도 많이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보 당국으로부터 (한국에서) 교회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7월 18일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의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 목사)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자택과 교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개신교계에선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누군가 한마디해 달라고 요청한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계침례교연맹 총회장을 지낸 김 목사는 세계적인 전도사 고 빌리 그레이엄 목사, 그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와 친분이 두텁다. 미 개신교계와 정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트럼프 1기 캠프 핵심 참모였다. 김 목사는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한미 관계가 껄끄러울 때마다 양국 간 물밑 채널 역할을 해 왔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성사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당시 대통령실에서도 김 목사에게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 주선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공식 일정에 모두 초대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4월, 8월 방한 때 모두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을 정도로 이 목사와 친분이 두텁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불리며 20년째 트럼프 가족 예배를 매주 인도하는 폴라 화이트 목사도 이 목사의 백악관 인맥이다. 화이트 목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신설한 ‘신앙실(Faith Office)’의 수석 고문으로 보수적 기독교 가치관을 국정에 반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리는 ‘세계 교회 성장 대회’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양국 정상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런 인맥을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해외로 유출됐던 조선 불화 ‘신중도’(사진)를 독일에서 되찾아 환수했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주지 원경 스님)는 2일 “국외 유출된 충남 금산군 보석사 신중도를 독일 경매에서 낙찰받아 되찾았다”고 밝혔다. 보석사 신중도는 마곡사 화승인 금호 약효 스님(?∼1928)이 1886년 그린 것으로 그의 초기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 상단에는 제석천과 범천을, 중앙에는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쓴 위태천(韋太天·불법을 지키는 신장)을 담았다. 붉은 색조를 바탕으로 푸른색과 녹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약효 스님은 1879년 봉녕사 석가설법도를 비롯해 100점이 넘는 불화를 남긴 근대의 대표적인 불모(佛母·불상을 그리는 사람)다. 조계종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제공받은 국외 한국 문화유산 경매 모니터링 자료를 통해 신중도가 출품된 것을 파악한 뒤, 보석사의 본사인 마곡사와 협의해 경매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국내에 반입된 신중도는 현재 마곡사 성보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해외로 유출됐던 조선불화 ‘신중도’(사진)를 독일에서 되찾아 환수했다.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조계종 제6교구 본사 마곡사(주지 원경 스님)는 2일 “국외 유출된 충남 금산군 보석사 신중도를 독일 경매에서 낙찰받아 되찾았다”고 밝혔다. 보석사 신중도는 마곡사 화승인 금호 약효(?∼1928)스님이 1886년 그린 것으로 그의 초기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림 상단에는 제석천과 범천을, 중앙에는 깃털로 장식된 투구를 쓴 위태천(韋太天·불법을 지키는 신장)을 담았다. 붉은 색조를 바탕으로 푸른색과 녹색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약효 스님은 1879년 봉녕사 석가설법도를 비롯해 100점이 넘는 불화를 남긴 근대의 대표적인 불모(佛母·불상을 그리는 사람)다. 1860년대부터 입적까지 마곡사에 주석(駐錫)하며 많은 불화를 남겼으며, 현재 마곡사에 불화 17점이 전해지고 있다. 조계종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제공받은 국외 한국 문화유산 경매 모니터링 자료를 통해 신중도가 출품된 것을 파악한 뒤, 보석사의 본사인 마곡사와 협의해 경매에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국내에 반입된 신중도는 현재 마곡사 성보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회적 문제 해결에 역할을 다하는 게 세상의 어려움을 보듬고,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니까요.” 최근 책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불광출판사)를 출간한 묘장 스님은 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수행자가 중매에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묘장 스님은 ‘불교는 엄숙하고 재미없다’라는 고정관념을 깬 요즘 가장 ‘핫’한 스님 가운데 하나다. 2023년 8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청춘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와 청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청년밥心(심)’, ‘부처님 생신 카페’ 등 통통 튀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일본 NHK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다. 2년 넘게 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지난달 총무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는 ‘나는 절로’ 등 히트 프로그램의 탄생 과정과 불교의 사랑 이야기, 그가 느낀 일상과 인생의 지혜 등을 담은 책이다. ‘나는 절로’는 이달 중순 열리는 ‘강원도 신흥사’ 편의 경우 남녀 각 12명 모집에 2600여 명이 신청했다. 평균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묘장 스님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는 말이 ‘인연’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사람을 대하기가 힘들어지고 관계 맺음이 행복이 아닌 불행처럼 느껴지는 건, 그 사이에 욕망과 욕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관계의 핵심이지요.” 묘장 스님은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통제하고 내 방식에 맞추려고 하는 순간 관계는 ‘지옥’이 된다”라며 “우리는 상대를 나에게 맞게 바꾸려 할 때 더 쉽게 다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통제고, 사랑은 소유가 아닌 동행의 기술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상대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다”라며 “인연은 붙잡는 힘이 아니라, 놓아 주는 용기로 숨을 쉰다”라고 강조했다.“세상에 인연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은 외롭거나 관계에 지쳤을지라도, 살아가는 한 우리는 누군가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지요. 인연은, 조바심 낸다고 빨리 만나고 밀어낸다고 끊어지지 않아요. 내 삶이 순리대로 흐르면 시절이 무르익어 모든 것이 오고 가는 것이죠.” 묘장 스님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운명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가꿔 가는 좋은 인연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이 책이 서툰 인연으로 시작해 괜찮은 인연, 신뢰로 이어진 인연으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회적 문제 해결에 역할을 다하는 것이 세상의 어려움을 보듬고,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니까요.”최근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불광출판사)’를 출간한 묘장 스님은 1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행자가 중매에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묘장 스님은 ‘불교는 엄숙하고 재미없다’라는 고정관념을 깬 요즘 가장 ‘핫’한 스님 중 하나. 2023년 8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청춘남녀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청년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청년밥心’, ‘부처님 생신 카페’ 등 통통 튀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미국 LA타임즈, 일본 NHK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인기 스타가 됐다. 2년여간 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지난달 인사에서 총무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는 ‘나는 절로’ 등 히트 프로그램의 탄생 과정과 불교의 사랑이야기, 그가 느낀 일상과 인생의 지혜 등을 담은 책이다. ‘나는 절로’는 이달 중순 열리는 ‘강원도 신흥사’편이 남녀 각 12명 모집에 총 2600여 명이 신청해 평균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묘장 스님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는 말이 ‘인연’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갈수록 사람을 대하기가 힘들어지고, 관계 맺음이 행복이 아닌 불행처럼 느껴지는 건, 그사이에 욕망과 욕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관계의 핵심이지요.”묘장 스님은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통제하고 내 방식에 맞추려고 하는 순간 관계는 ‘지옥’이 된다”라며 “우리는 상대를 나에게 맞게 바꾸려 할 때 더 쉽게 다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통제고, 사랑은 소유가 아닌 동행의 기술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이 때문에 상대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다”라며 “인연은 붙잡는 힘이 아니라, 놓아 주는 용기로 숨을 쉰다”라고 강조했다.“세상에 인연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은 외롭거나 관계에 지쳤을지라도, 살아가는 한 우리는 누군가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지요. 인연은, 조바심 낸다고 빨리 만나고 밀어낸다고 끊어지지 않아요. 내 삶이 순리대로 흐르면 시절이 무르익어 모든 것이 오고 가는 것이죠.”묘장 스님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운명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가꿔 가는 좋은 인연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이 책이 서툰 인연으로 시작해, 괜찮은 인연, 신뢰로 이어진 인연으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30일 경기 평택 수도사(주지 적문 스님)에서 해군 제2함대(사령관 허성재) 주최로 장병들과 주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고 나누는 ‘사찰음식 체험 행사’가 열렸다. 수도사는 ‘사찰음식 특화 사찰’로 주지 적문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지정한 사찰음식 명장 중 유일한 비구. 템플 라이프 형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적문 스님은 조리법과 함께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찰음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행입니다. 그래서 조리법은 물론이고 음식에 담긴 3덕(德) 6미(味)의 정신, 발우공양, 마무리까지 정해진 절차와 의례가 있지요. 3덕은 조리 원칙을 말하는데,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없는 깨끗함을 말하는 청정(淸淨), 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담백하게 만드는 유연(柔軟),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여법(如法)을 말합니다. 6미는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신맛, 담백한 맛을 말하지요.”이날의 메뉴는 옥수수 장떡과 연근 지짐. 옥수수 장떡은 풍부한 식이섬유로 장 건강에 도움이 되고,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연근 지짐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연근을 갈아 만든 음식이다. 적문 스님은 “사찰음식은 불교의 계율과 수행 정신에 기초해 만들어지는 음식으로, 탐욕과 폭식을 경계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려는 불교의 철학을 담고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K-푸드에 관심이 많은 데, 그 맨 앞에 사찰음식이 있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트 여자 싱글. 한국의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의 대결을 앞두고 언론은 두 선수를 ‘세기의 라이벌’이라 부르며 요모조모 비교했다. 경기력이나 수상 경력 및 필살기는 물론이고, 키가 1cm 차이란 걸 짚은 보도도 있었다. 1990년생 동갑내기로 생일이 20일 차이라는 것조차 주목받았다. 그런데 소셜미디어 등에선 지금 생각하면 낯부끄러운 투덕거림도 적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외모를 따지는 게 옳지 않다는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었겠으나, 두 운동선수를 두고 누가 낫다는 둥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미의 기준’이란 사람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다를 수밖에 없건만, 서로가 옳다고 우기는 촌극은 꽤나 격렬했다. 이 책은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미인’이라는 여성상이 시대적 가치관과 미의식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해 왔는지를 고찰했다. 대중매체의 등장과 함께 미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 1940년대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공유된 미인에 대한 개념을 서술했는데, 저자는 ‘미인은 당대의 전형적 이데올로기를 몸에 새긴 여성상’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는 1923년 조선물산장려회의 물산 장려 운동을 계기로 가속화했다. … 조선 제품의 광고 속 여성 이미지는 일본 도상을 차용하지 않고 조선이 여성을 모델로 한 사실적인 미인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복 차림에 둥글고 납작한 얼굴과 붉게 상기된 두 볼, 외꺼풀의 눈매는 기존의 일본 미인 도안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상으로…”(3장 미인 제조 ‘일본 미인상의 조선적 변용’에서)일제강점기 식민 치하에서 일본 제국을 선망하던 분위기는 일본 여성과 일본의 미의식을 동경하는 식민주의적 미의식을 형성했다. 하지만 독립과 반일 감정이 확산하면서 이런 의식이 여성의 외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의식 형성은 일제강점기 근대 조선에서 세 차례 개최된 미인 대회를 통해 서구적 미의식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여성의 신체를 키와 몸무게 등으로 수치화하는 서구적 미의 기준은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의 상품화를 불러온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또 다른 맥락도 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막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되던 초기, 미인임을 공적으로 알리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자기표현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지금의 미인 대회와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는 분석이다. 2018년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선 수영복 심사에 의족을 착용한 18세 참가자(키아라 보르디)가 등장했다. 어릴 때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그는 의족을 드러내며 멋진 경쟁을 펼쳤고, 3위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뤄냈다. 보르디의 용기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감동과 영향을 끼쳤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인 만들기’가 시대적, 사회적 가치와 이념과 연관돼 형성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