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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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4-04-09~2024-05-09
종교37%
문학/출판23%
문화 일반20%
역사10%
인사일반7%
미술3%
  • [책의 향기]전쟁도 파괴하지 못한 ‘사랑하는 습관’

    나이가 들면서 인간 혐오증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네가 어떻게 내게…’,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로 시작된다. 점점 심해지다 보면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지’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른다. 바람직한 생각은 분명 아니지만 딱 잘라 잘못됐다고 하기도 어려운 게, 살면서 도움을 받을 때와 그 후가 달라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와 내 가족, 친구들의 목숨을 걸고 남을 도우라고? 자기 이득을 위해서라면 욕먹는 것 정도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남을 짓밟고 법을 어기는 것조차 무감각한 사람들이 판을 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자기 이득이나 악의 유혹, 이기주의를 이겨내고 선함의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있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의 만행을 피해 프랑스 중남부에 있는 작은 고원 비바레리뇽으로 숨어들어 온 낯선 이들을 도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을 돕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죽여도 정당화되는 당시 현실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목숨을 걸고 타인을 지키려 했을까.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비바레리뇽 주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 점령이라는 불운을 맞닥뜨린 낯선 사람들을, 수백에서 수천 명까지 수용했다. … 이들은 늘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었다. 실제로 일부 마을 주민들은 독일 점령군과 이들에게 부역한 프랑스 경찰에게 처벌받았다.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1장 ‘대답 없는’에서) 저자는 그 선함의 뿌리를 찾고자 고원을 찾았지만,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인류학자, 사회과학자로서의 태도를 내려놓는다. 탐구하고 파고들기보다 서로 느끼며 함께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한 것이다. 그리고 비바레리뇽 주민들이 전쟁 중임에도 밤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 문 뒤에 누가,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준 것처럼 우리 모두 사랑이 습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다 보면 세파에 치여 자꾸만 오그라들고 비뚤어지던 마음이 조금은 더 넉넉해지고, 지금보다는 약간 더 예뻐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원제 ‘The Plateau(그 고원)’.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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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도 감소는 사람들의 바람을 종교가 못채우기 때문”

    “신도 감소 현상은 지금 사회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종교가 채워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자성할 부분이 많지요.”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19일 만난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사진)은 내년 익산 중앙총부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교단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1916년 창시한 원불교는 1924년 익산에 중앙총부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2021년 취임 때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100년이 넘다 보니 세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우리 안에서 안주하는 경향이 솔직히 있었습니다. 종교가 사회를 앞장서서 견인해야 하는데 사회 변화를 뒤쫓는 입장이고, 그마저도 느렸지요. 대표적인 예가 원불교 여성 교무 법복(法服)입니다. 흰색 한복 저고리에 검정 한복 치마, 쪽 찐 머리로, 원불교 초기인 일제강점기 이 복장은 신여성을 상징했습니다. 당시에는 가장 엘리트 여성이 입는, 진보적인 것이었죠. 그런데 100여 년 동안 그대로 있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웬 유관순 열사 복장?’ 하며 신기하게 봅니다. 지금은 양장도 함께 입을 수 있게 바꾸긴 했지만 몇 년 안 됐어요.” ―변화의 하나로 최고 의결기구의 일반 신도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요. “교단 최고 의결기구는 수위단회로, 교단 내 모든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가장 핵심 기구지요. 어느 종교든 이런 최고 의결기구에 일반 신도가 참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성직자와 재가자의 비율이 3 대 1 정도 됐어요. 그걸 내년 3월경 교헌 개정을 통해 2 대 1 정도로 바꾸려고 합니다. 재가자들은 사회에서 각종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재가자 비율이 높아지면 우리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사회 변화에 발맞출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중앙총부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내년이 익산 중앙총부가 설립된 지 꼭 100년 되는 해입니다. 여러 행사를 준비 중인데 중앙총부 이전도 고민 중이지요. 다른 종교들은 모두 서울에 있지 않습니까. 큰 틀의 변화를 하려면 이전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제안이 꽤 있지요.” ―올해도 며칠 안 남았습니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현재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전체 성직자를 대상으로 자살 예방 및 상담 교육을 시행 중입니다. 교육의 특성상 소수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서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궁극적으로 전체 성직자 1500여 명 중 절반 정도를 이 분야 전문가로 양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자녀나 형제자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물론이고 사회 지도층이 힘든 국민을 보살피고 치유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심정입니다.”익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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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정엔 인물의 정신 담겨야”

    “영정(影幀)에는 인물이 표방하는 정신이 담겨야 해요. 그래서 어렵지만 보람된 작업이지요.” 대전 자택에서 14일 만난 윤여환 충남대 회화과 명예교수(70)는 평생 역사적 인물들의 영정을 그려온 이유를 말했다. 유관순 논개 박팽년 등의 국가표준영정을 그린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표준영정 작가로, 최근 대전 중구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화업 49년을 마무리하는 회고전을 열었다. ―역사적 인물은 대부분 실제 모습을 모르지 않습니까. “작가마다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일차적으로 후손들 얼굴에서 공통점을 찾습니다. 논개(주논개·국가표준영정 제79호)를 그릴 때는 그가 자란 전북 장수지역 신안 주씨 후손 40여 명을 촬영해 특징을 분석했지요. 화장과 복식도 문헌과 출토된 동시대 유물을 참고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죠. 그래서 완성될 때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내 영정동상심의위원회 심의를 수십 번 받습니다. 유관순 열사 새 영정을 그리는 데는 2년이나 걸렸지요.” ―유관순 열사는 사진이 남아 있는데요. “이화학당 재학 중 찍은 단체 사진과 감옥에 있을 때 사진이 있어요. 그런데 기존 영정은 수형 중 고문 등으로 부은 얼굴 사진을 토대로 그려 수심이 가득한 중년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요. 그래서 18세 소녀의 청순함과 나라를 지키려는 기개, 결연함을 담은 모습으로 다시 그렸습니다. 어떤 모습, 표정이 기개 있는 건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어렵지요.” ―유관순 열사가 든 태극기도 몇 번을 수정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중간 심의 과정 중인 그림이 언론에 공개됐어요. 그런데 ‘잘못된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거죠. 지금 쓰는 태극기와 다르다는 건데…. 현재 태극기 모양은 광복 후 정립된 거예요. 3·1운동 때는 정해진 규격도 없고 만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지요. 저는 당시 썼던 것 중 하나를 고증해 그렸거든요. 심의위원회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반반이었는데 ‘유관순 열사가 잘못된 태극기를 들고 있다’는 말을 매번 듣는 게 힘들 것 같아서 결국 지금 모양으로 바꿨지요.”대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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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는 세계 10위권, 기부는 88위… 부끄러운 현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데, 지난해 세계기부지수는 88위였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경기 광주의 한 카페에서 11일 만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85)가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 부족을 지적했다.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 장애인 인권운동,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등 활발한 사회운동을 펼쳐 온 그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12년간 맡았던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에서 올해 8월 물러난 그는 “우리 사회가 커진 경제 규모만큼 나눔 문화가 확산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연말이라 아름다운 기부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는데 88위라니 의외입니다. “‘세계기부지수’란 것이 있어요. 영국 자선구호단체인 CAF(Charity Aid Foundation)가 100여 개 나라에서 1000여 명씩 설문 조사해 발표하는 것인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88위를 했지요. 물론 자선단체에 기부한 적이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을 도와준 적이 있는지,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등 질문이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의외라고 생각하는 나라가 앞쪽에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대체로 순위가 높지요.” ―그런 지수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우리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입니다. 월드컵, 올림픽에서 예선 탈락하거나 순위 안에 못 들면 난리가 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부·나눔 문화가 꼴찌 수준이라는 것에는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앞에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나눔 문화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도 그런 일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적이 있으니까요.” ―명예훼손이라니요? “자폐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를 설립할 때였어요. 지역 주민들이 기피 시설로 간주해 공사를 심하게 방해했죠. 그래서 주민들에게 편지를 썼어요. 절대로 학교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니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그랬더니 자기들을 집값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매도한다고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더군요.”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나셨다고 들었습니다. “8월 말에 물러났는데, 너무 오래 한 것도 있고 또 사회적으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제 능력이 부족한 건지 큰 열매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았어요. 더 잘할 수 있는 분이 맡는 게 낫겠다 싶었지요.” ―지난해 13억 원 상당의 재산을 장애인을 위해 기부하셨습니다. “제가 평소 강의에서 유산을 남기지 말자고 많이 말했어요. 그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유산남기지않기운동본부를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건 행복한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줄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가장 고통을 많이 받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장애인들이고요.” ―한 해가 또 저뭅니다. 나눔의 정신이 더 절실할 때인데 어떤 말씀을 하고 싶습니까. “모든 부모는 자녀가 훌륭하게 자라길 바랄 겁니다. 그런데 부모가 집값 떨어진다고 동네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학교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고,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아파트 단지에 벽을 치는 걸 아이가 보고 자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선진국입니다. 하지만 삶에 대한 가치관도 선진국 수준이냐고 물으면 많이 아쉽지요. 새해에는 좀 더 달라진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광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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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로 필요한 분들에 희망을” … 정순택 대주교, 성탄 메시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사진)는 13일 발표한 성탄메시지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큰 희망과 힘이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아기들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이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선함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며 “예수께서 가장 연약한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심은 우리 안에 원래부터 내재해 있던 선함을 이끌어 내시고자 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부르심을 들어보자”고 강조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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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도시 격차 해소, 국제 협력-지식경제 구축해 풀어야”

    얼마 전 여당 대표가 갑자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온 나라가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름여 만에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원포인트 특별법안을 발의하자 구리, 과천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많은 도시의 편입 요구가 이어진 것. 서울 인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편입 대신 아예 수도권 재편을 요구하고 나섰고,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인근 도시와 통합해야 살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 갑자기 ‘메가시티’를 들고나온 배경과는 별개로 각 지자체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이대로 가면 소멸한다’는 위기감이 절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로 전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부총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경제학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이언 골딘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필진인 톰 리-데블린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도시에 대해 이런 의문을 던졌다. 도시는 왜 번영하고, 몰락할까.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데, 그럼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전염병이 도시에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에 대해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뉴욕의 퀸스는 인구밀도가 맨해튼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1인당 전염병 사망자(사망률)가 50% 더 많다. 런던과 파리 같은 도시도 마찬가지다. 이 도시들의 가난한 지역 주민들은 대면이 필요한 서비스 직종에서 많이 일한다. … 도시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더 가혹한 것이 오랫동안 전염병의 특징이었다.”(8장 ‘어떤 도시가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할까’에서) 저자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때 도시는 물론이고 인류를 위협하는 적에서 탈락한 것처럼 보였던 전염병이 다시 당면한 문제가 됐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20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망자 상당수가 가난한 나라 또는 도시에서도 잘살지 못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도시’를 ‘인류’와 바꿔도 별 차이는 없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니까. 기후 재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도시의 비대화, 저출산, 원격 근무 같은 사이버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한 문제는 도시(특히 거대도시)에서 더 심각할 뿐 전 인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지역과 국가, 세계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식 경제 중심으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원한 답변 같지는 않지만 이런 거대 문제에 ‘뾰족한 답’이 있었다면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자들은 “쉬운 해결책이 있다고 우리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된다. 재치 있는 구호와 희망 사항은 진전에 방해될 뿐이다”라며 국가(도시) 지도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우리의 경우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수도권(특히 서울) 편중 현상이라며 공기업을 지방에 내려보내는 분산 정책을 쓰더니, 최근엔 주변 도시의 서울 편입이나 ‘메가시티’ 같은 광역 집중 정책이 떠오르고 있다. 뭐가 더 시급한 걸까. 역사학, 경제학과 지리학, 사회학, 도시공학 등 폭넓은 분야의 통찰을 알차게 담고 있는 책이다. 원제 ‘Age of the City’.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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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교총 새 대표회장에 장종현 목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신임 대표회장에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 대표총회장 장종현 목사(74·사진)가 선출됐다. 공동대표회장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오정호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김의식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이철 감독,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임석웅 목사가 추대됐다. 임기는 1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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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소강석 목사, 14일 북콘서트

    대한예수교장로회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내 세빛섬에서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북콘서트를 연다. 소 목사는 윤동주 문학상과 천상병문학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중견 시인이다. 시집은 우리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비유한 90여 편의 시를 담았다. 소 목사는 “시 한 편 한 편이 봄날의 꽃이나 가을날의 낙엽처럼 독자들에게 따뜻함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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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는 사회발전 기여할 책무… 내년 여성 장로 20명 배출”

    “교회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엔 여의도순복음교회부터 여성 장로 20여 명을 배출하려고 합니다. 교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 될 겁니다.” 7일 퇴임하는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 교회가 처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해법과 희망을 제시하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그간의 소회를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8일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교총 대표회장에 선임됐다. ―올해 개신교 140년 역사상 처음으로 광화문에서 부활절 퍼레이드를 여는 등 굵직한 일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무슨 일만 생기면 비판과 책임 추궁에 빠지는 경향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만들고 키우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가 힘을 모아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 지원,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포럼 개최 및 사회운동,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한 주택 지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등에 나선 것도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였지요. 물론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우신지요.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이념적 대립이 심각합니다. 교회가 화합과 하나 됨을 위해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모임에서 정치인들에게 제발 정신을 차려달라고 애원합니다만 앞에서만 ‘네’라고 할 뿐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더라고요. 어떨 때는 듣지도 않는 말을 매번 하는 저 자신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지요.” ―국가 지도자들이 젊은 세대에게 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과거에는 현실은 어려웠지만 젊은이들 가슴속을 가득 채운 꿈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1960∼70년대 ‘잘살아 보자’는 구호도 그런 것이죠. 지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세상에서 잘살아 보자는 희망요. 그런데 어느 틈엔가 그런 게 없어졌어요. 꿈과 희망은 미래 지향적인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습니까. 젊은이들이 마약에 빠지는 것도 그런 영향이 아닌지…. 어른들 책임이 큽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매일 싸움만 하니….” ―종교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런 면이 있지요. 저는 교회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올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안수식에서 49명 중 47명이 여성이었던 것도 그런 차원이죠. 이 정도 대규모 여성 목사가 한 번에 배출된 것은 국내 교회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한꺼번에 여성 장로 20여 명을 배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장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어서 여성 장로는 극소수였거든요. 순복음교회는 최초고요. 아마 교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앞서 말했듯이 힘들어도 긍정과 열정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밖에 말해줄 수 없는 게 답답하긴 합니다.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내나요’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힘들지만 이겨내자’는 긍정의 에너지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에너지가 사회 전반에 퍼지도록 저는 물론이고 한국 교회가 노력하겠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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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자승 스님 위치추적 좀, 긴급합니다” 제자가 최초신고… 화재는 언급 안해

    자승 스님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입적하기 직전 자승 스님의 제자가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남긴 다른 유언장 가운데 3장을 추가로 공개했다. 1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 49분경 신고자 A 씨가 119에 전화를 걸어 칠장사에 위급한 일이 있는지 물으며 “(자승 스님을) 위치추적을 좀 해주십시오. 긴급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분은 저의 스승이다. (스승은) 스님”이라고 밝혔는데, 화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제자의 전화는 화재가 발생하고 6분 후 걸려온 것으로, 칠장사 보살이 신고하기 1분 전에 이뤄졌다. 현장을 파악한 소방서가 화재 사실을 알려주자 A 씨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했다. 자승 스님이 진우 총무원장, 자신의 상좌 스님들, 수행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유언장 3장도 이날 추가로 공개됐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1일 이를 공개하며 “자승 스님이 올 3월 인도순례를 마친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가 ‘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방 어디 어디를 열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며 “유언장은 모두 10여 장인데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 당일 자승 스님은 칠장사 주지 스님인 지강 스님과 일상적 대화만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지강 스님은 1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평소처럼 쉬러 왔다’며 하루 묵겠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스님의 시신)의 유전자(DNA)를 감정한 결과 자승 스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안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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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자승 스님 위치추적 좀, 긴급합니다” 제자가 최초신고…화재는 언급 안해

    자승 스님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입적하기 직전 자승 스님의 제자가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남긴 다른 유언장 가운데 3장을 추가로 공개했다.1일 경기소방재난본부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6시 49분경 신고자 A 씨가 119에 전화를 걸어 칠장사에 위급한 일이 있는지 물으며 “(자승 스님을) 위치추적을 좀 해주십시오. 긴급합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그분은 저의 스승이다. (스승은) 스님”이라고 밝혔는데, 화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제자의 전화는 화재가 발생하고 6분 후 걸려온 것으로 칠장사 보살이 신고하기 1분 전에 이뤄졌다. 현장을 파악한 소방서가 화재 사실을 알려주자 A 씨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님이) 위급한 것 같다”고 했다.자승 스님이 진우 총무원장, 자신의 상좌 스님들, 수행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남긴 유언장 3장도 이날 추가로 공개됐다. 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1일 이를 공개하며 “자승 스님이 올 3월 인도순례를 마친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다가 ‘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방 어디 어디를 열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며 “유언장은 모두 10여 장인데 소신공양(燒身供養)의 배경이나 이유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한편 화재 당일 자승 스님은 칠장사 주지 스님인 지강 스님과 일상적 대화만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지강 스님은 1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평소처럼 쉬러 왔다’며 하루 묵겠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스님의 시신)의 유전자(DNA)를 감정한 결과 자승 스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안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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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교회, 영적으로 탈진했기 때문이죠”

    “지금 한국 교회가 위기인 건 영적으로 탈진한 상황에 부닥쳐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29일 만난 이철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 말부터 꺼냈다. 한국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했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 이 감독회장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일반인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다 보니 안팎으로 여러 가지 비판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영적으로 탈진해 있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요. “기독교인의 영성(靈性)은 한마디로 하면 사랑이고, 그 사랑은 섬김과 희생, 헌신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실제 삶에서 드러나야지요. 그런데 과거에 비해 이 부분이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신앙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다 보니 ‘교회 다닌다면서 뭐 특별한 것도 없네’라며 세상으로부터 이런저런 공격을, 심지어 비난까지 받고 있지요. 이 점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모두 비슷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형 교회가 많고, 사회봉사도 많이 하고 있는데 탈진 상태라니 좀 의외입니다. “큰 교회는 많은데 대신 중소 교회, 작은 교회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요. 나라 경제가 대기업 몇 개만 있고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를 건강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을 위해 희생하는 신자 100∼200명의 작은 교회들이 곳곳에서 뿌리내리고 활성화돼야 하는데 사람들이 대형 교회로 몰리다 보니….”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도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데, 해법이 있는지요. “그게 참 어려운 문제인데…. 과거 어려웠을 때가 신앙심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요. 지금은 여러 면에서 풍요로워지다 보니 사회적으로 영적인 갈증을 채우려는 마음은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못살던 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해법이 없다기보다는 사회가 급성장하는 속도를 종교가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어떤 부족함을 채우고자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기에 우리도 그렇고 다른 종교도 곧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곧 연말입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게 ‘꼰대’ 같은 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위기가 오거나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이제 끝났다’며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모두 위기감, 불안감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황을 무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너무 그 불안감에 매몰되다 보면 어려움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게 됩니다. 부딪쳐 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도 있는데 어려움이 너무 커 보여 엄두를 못 내는 것이죠.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정말 필요한 건 그걸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과 용기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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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계획 밝힌 자승스님이 왜” 불교계 충격… 조계종 “소신공양”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한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자기 몸을 태워 부처님 앞에 바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의 장례는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며 영결식은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우봉 스님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승 대종사는 종단의 안정과 전법도생(傳法度生·부처님 말씀을 전해 중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스스로 화장)을 하심으로써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또 “자승 대종사는 살아생전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우봉 스님은 “종단은 진우 총무원장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종단 규정에 따라 (입적일을 기점으로) 5일간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이날 오후부터 조계사 및 전국 교구본사, 자승 스님이 회주로 있던 서울 강남구 봉은사, 자승 스님의 출가 본사인 경기 화성 용주사 등에 마련됐다.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한 뒤 용주사로 이동해 다비장을 치른다. 자승 스님이 세수 69세, 법랍 51세로 입적한 이튿날인 이날 조계종은 안팎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우봉 스님은 브리핑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님들과 직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탄식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늘 수행하던 사람을 돌려보내고 자승 스님이 직접 운전해 (칠장사에) 갔다고 하니 스스로 선택한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이틀 전까지 향후 활동에 왕성한 의욕을 보인 분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입적하기 이틀 전인 2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불교계 언론사 간담회에서 “앞으로 10년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향후 행보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어 일각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의 통합도 강조했다. 당시 자승 스님은 “앞으로 2, 3년 내에 중앙승가대에 신입생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폐교가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국대와 중앙승가대가 한 몸이 돼 중앙승가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앞서 10월 31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간담회에서도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20만 청년불자가 동참하는 대법회를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올해 3월 말 43일간 1167km를 걷는 상원결사 인도·네팔 순례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해 열린 회향식에서 자승 스님이 환하게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고인은 ‘전법 없는 불교는 죽어가는 불교’라며 인사도 ‘성불하십시오’ 대신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로 바꾸자고 했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자승 스님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입적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자승 스님이 2009년부터 8년간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연임했고 현재까지 조계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고려할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 조계종 중심에 서 온 스님이 여러 비판을 받으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승 스님과 교류했던 한 스님은 “최근 자승 스님이 심적으로 괴로워하고 때로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30일 오후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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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선 반려동물 축복식… 외국선 많이 보편화됐죠

    반려동물이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하면서 이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반려동물 축복식’을 여는 교회와 성당이 조금씩 늘고 있다. 경기 광명시 대한성공회 광명교회에서 28일 만난 민숙희 사제는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축복식에 참가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부터 반려동물 축복식을 열고 있다. ―10여 년 전이면 반려동물 축복식이란 말도 없지 않았습니까. “당시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무참하게 살처분 됐어요. 동영상으로 봤는데 그 울음소리가 잊히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을 위한 예배를 열었는데 함께하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자기 반려견도 데려와 함께 예배하고 싶다고 한 게 계기가 됐죠. 알고 보니 외국에서는 많이 보편화된 문화더라고요.” ―지난달 축복식에는 기독교, 원불교도 함께했더군요. “종교와 관계없이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행사 전에 함께 산책도 하고, 반려동물 소개도 하고, 예배 드리고, 반려동물 간식도 주지요. 교회마다 다르겠지만 축복식은 보통 동물의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 축일(10월 4일)이 있는 10월에 많이 해요. 저는 부임하는 교회 상황에 맞춰서 하는데 지금은 5, 6월과 10월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물 축복식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합니다만….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데…. 저는 축복권을 가진 성직자는 모든 생명을 다 축복해야 한다고 믿어요.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건 아닐 테니까요.”광명=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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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 칠장사 화재… 자승 前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

    대한불교조계종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 스님(사진)이 화재로 입적했다. 세수 69세. 29일 경기남부경찰청 안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경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오후 7시 47분경 건물 내부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18대와 소방관 60여 명을 동원해 오후 7시 52분경 큰 불길을 잡았다. 경찰은 당시 화재 현장에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조계종은 “4명이 함께 있었다는 내용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 스님은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단 차원의 공식 부고는 조계종 총무원과 재적 교구본사 용주사와 상의해 30일 오전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자승스님 머물던 사찰서 불…“발견된 메모 2장 진위여부 확인중” 메모엔 ‘경찰 검시 필요없다’는 내용화재 이틀전엔 향후 10년 계획 밝혀경찰, CCTV 확인해 화재 원인 조사1994년 종단 개혁 후 첫 연임 성공尹 등 전-현직 대통령과도 친분 ● 화재 현장에서 메모 2장 발견 이날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선 메모가 2장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경찰에 검시가 필요 없다고 당부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경찰은 메모를 확보해 필적 등을 확인하며 자승 스님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감정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완전히 불에 타 정확한 신원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한 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거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및 의장을 지냈다. 2004년에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았다. 2009년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자승 스님은 2013년 재선에 성공하며 8년 동안 총무원장으로 조계종을 이끌었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연임한 총무원장은 처음이다. 스님은 템플스테이와 사찰 음식을 통해 한국 불교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사찰 재정을 공개하는 등 불교계 재정을 투명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인사권을 무리하게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0년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조계종 직영 사찰로 지정하는 것을 둘러싸고 당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 자승 스님은 죽산면에 있는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은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무료 병원으로 올해 5월 개원했다. 자승 스님은 가끔 칠장사에서 머무르곤 했고, 이날도 칠장사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전·현직 대통령과도 교류 자승 스님은 대표적인 사판승(행정을 담당하는 스님)으로서 전·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주지청장 시절 경기 여주에 있는 한 사찰의 스님이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을 강하게 비판해 윤 대통령이 종단 상황을 파악하면서 스님과 교류하게 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올 10월 여야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이 모인 자리에서 “반대파도 기용할 만큼 자승 스님은 포용심이 컸다. 정치권에서 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스님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다. 자승 스님은 최근까지도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불교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달 27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불교계 언론사와 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10년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칠장사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고찰로, 1983년 9월 경기도문화재 24호로 지정됐다. 사찰 내부에는 대웅전, 사천왕문 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소실된 문화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조영달 dalsarang@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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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님의 사랑이 설마 인간에게만 국한됐을 리가 있을까요?”

    반려동물 천만 시대. 반려동물이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하면서 ‘반려동물 축복식’을 여는 교회와 성당이 조금씩 늘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풍경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상당히 일반화된 문화. 28일 경기 광명시 대한성공회 광명교회에서 만난 민숙희 사제는 “종교적·문화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축복식에 참가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부터 반려동물 축복식을 열고 있다.―10여 년 전이면 반려동물 축복식이란 말도 거의 없지 않았습니까.“당시 구제역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무참하게 살처분됐어요. 동영상으로 봤는데 그 울음소리가 잊히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을 위한 예배를 열었는데 함께 하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자기 반려견도 데려와 함께 예배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또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보편화된 문화라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지난달에 연 축복식에는 기독교, 원불교도 함께 했더군요.“성공회만 할 게 아니라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범위를 넓혔어요. 행사 전에 함께 산책도 하고, 자기 반려동물 소개도 하고, 예배드리고, 반려동물 간식도 주지요. 반려동물도 다양해요. 거북이를 데려온 분도 있고, 이미 하늘나라로 간 반려견의 사진이나 그림을 가져오신 분도 있어요. 교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동물의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 축일(10월 4일)이 있는 10월에 많이 해요. 저는 부임하는 교회 상황에 맞춰서 하는데 지금은 5~6월과 10월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반려동물 축복을 요청하는 분이 많습니까.“제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예배문’이란 소책자를 만들었는데…축복식 본기도용뿐만 아니라 태어났을 때, 입양 왔을 때, 아플 때, 임종 전후, 심지어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하는 기도문까지 만들어놨어요. 기도문을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이 많거든요.”―일각에서는 동물에 대한 축복식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합니다만.“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축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데…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축복권을 가진 성직자는 그 어떤 생명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다 축복해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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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이 손님 아닌 활동 주체가 되는 교회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것이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게 아닐까요.” 전체 신자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시각장애인인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 장찬호 담임목사(68)는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장애인이라고 늘 남의 도움만 받는 게 결코 마음 편한 게 아니다. 장애인을 돕는 교회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장 목사는 1999년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해 신도 60여 명의 교회를 300여 명으로 키워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일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까. “20여 년 동안 일반 교회를 다니다 이곳에 온 시각장애인 부부가 있는데 진작 올 걸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20년 동안 그 교회를 손님으로 다녔다면서…. 일반 교회에서도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설치하고 배려도 해줍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이 중심이 돼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고 주도하지는 못해요. 늘 도움받는 입장이지요. 마음은 고맙지만, 그게 마음 편한 일은 아니거든요.” ―시각장애인이 교회 활동을 하려면 비장애인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애능중앙교회는 1981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목표로 개척됐어요. 그런데 제가 부임했을 때까지도 선교회가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으로 분리돼 있었지요. 그때만 해도 비장애인은 봉사자 입장으로 교회에 왔거든요. 모임도 별도로 갖고요. 이곳도 그랬으니 다른 일반 교회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양쪽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선교회를 통합해 재조직했지요.” ―함께 활동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는 시각장애인이라고 누가 안내해주고 데려다주고 그러지 않아요. 식당도, 화장실도 혼자 힘으로 갑니다. 부딪히고 넘어질 때도 있지요. 앞서 말한 부부는 매주 강원 원주에서 대중교통으로 오는데 전국에서 그런 분들이 많이 와요. 인근에 왜 다른 교회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가까운 교회에서 손님처럼 있는 것보다 멀어도 주인으로 다니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죠.” ―장애 때문에 신앙생활을 포기할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생후 100일 때 안질을 앓았어요. 맨 앞에 앉아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였지요. 신학대에 들어간 뒤에 더 나빠져서 몇 년간 공부도 중단하고 사람도 안 만나고 살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만난 시각장애인분에게 시각장애인 교회가 있고 시각장애인 목사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간 게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지요. 저는 우리 교회가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도움을 주고 봉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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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숲 키워내는 ‘어머니 나무’, 우리 동네 뒷산에도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는 분홍색 잎을 가진 거대한 버드나무 같은 식물(영혼의 나무)이 나온다. 나비족의 인도자이자 여신(에이와)과 직접 이어지는 영적 통로 역할을 하는 나무로, 길게 아래로 처진 촉수 같은 잎이나 땅 위를 사방으로 덮은 뿌리와 나비족이 접촉하면 에이와와 연결돼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한 상상이라고만 생각했던 ‘영혼의 나무’가 실제 나무들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산림생태학 교수인 저자가 오래된 숲에는 같은 종류의 나무는 물론이고 다른 종류의 나무, 숲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오랜 연구를 통해 밝혀내는 과정을 서술했다. 우리가 숲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끼나 곰팡이 같은 진균(眞菌)을 통해 나무들이 탄소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 신경물질을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자작나무와 미송은 탄소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소통하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미송의 필요를 감지하고 미송의 필요에 지속적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미송이 자작나무에게 탄소를 좀 돌려주었음도 발견했다. 호혜성이 그들의 관계의 일부이기라도 한 듯이. 나무들은 서로를 도우며 서로 이어져 있었다. … 에너지와 자원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무들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협동한다는 뜻이었다. 지능형 시스템처럼 지각하고 반응하면서.”(8장 ‘방사능’ 중) 저자는 이 네트워크를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에 비유해 ‘우드와이드웹(WoodWideWeb)’이라고 불렀다. 이 표현은 ‘네이처’가 1997년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저자의 연구 논문을 실으며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무 간의 네트워크에서 더 나아가 숲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어머니 나무’의 존재에 대해서도 말한다. “어머니 나무의 친족 묘목들은 더 잘 살아남았고,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던 비(非)친족 묘목보다 눈에 띄게 더 컸다. 미송 어머니 나무들이 친족을 알아본다는 강력한 암시였다.”(14장 ‘생일들’ 중) 우리가 인간의 특징이라 생각한 것들을 나무에서 발견한 저자는 나무들이 어떻게 서로를 인지하고, 행동양식을 배우며, 적응하고 기억하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어머니 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무 간의 관계를 넘어 숲과 그 숲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 더 나아가 지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영화 ‘아바타’의 무대가 된 판도라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랄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태, 환경 관련 서적들이 ‘지구가 이렇게 참혹하게 파괴되고 있다’를 넘어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이라도 좋게 바꿔 보자’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이런 노력을 빼놓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방침을 바꿀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머니 나무’를 찾는 모험에 동참하길 권유한다. 어머니 나무를 찾는 것은 아주 쉽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바로 어머니 나무라는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뒷산의 큰 나무가 사실은 ‘아바타’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처럼 우리 동네 영혼의 나무였다는 걸 안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느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드와이드웹’과 연결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원제 ‘Finding the Mother Tre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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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천명 하모니’ 전국불교합창제 12월 6일 광주서 개최

    대한불교조계종 호남 본사주지협의회와 전국 불교 합창단연합회 등이 주최하는 ‘2023 전국불교합창제’가 다음 달 6일 오후 6시 광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1, 2부로 나뉘어 열리는 이번 합창제에는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해 가요·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상월결사합창단과 상월비보이단 에이트크루가 특별 출연하고,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가 축하 공연을 한다. 합창제는 모든 참가자가 ‘수미산이 사바세계로구나’를 부르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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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화가’ 과분… 아직도 빛을 찾고 있는 화가일 뿐”

    《“‘빛의 화가’라니요. 저는 아직도 빛을 찾고 있는 화가일 뿐입니다.”충남 청양군 빛섬 아트갤러리에서 20일 만난 세계적인 스테인드글라스 거장 김인중 베드로 신부(83·도미니크 수도회)는 자신을 ‘빛의 화가’라고 부르는 데 대해 “너무 과분한 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 성당 및 미술관 40여 곳에 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010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인 ‘오피시에’를 수훈했고, 2016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가톨릭 회원에 추대됐다. 그가 지난해 10월 동생(김억중 한남대 명예교수·건축가)과 함께 연 빛섬 아트갤러리에는 회화, 조각, 유리공예 등 그의 작품 600여 점이 상설 전시돼 있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 신부는 1965년 한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스위스 프리부르대와 파리 가톨릭대에서 공부했다. 1974년 프랑스 도미니크 수도회에 입회했다. 지난해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초빙 석좌교수에 임명된 그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여전히 빛을 찾고 계신다고요. “마더 테레사(1910∼1997)께서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신다. 나는 하느님의 작은 몽당연필일 뿐’이라고 하셨지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빛은 절대의 존재인데 제가 빛이라니요. 하하하. 전 스스로 빛의 화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빛을 찾고 있을 뿐이지요.” ―이곳 빛섬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에는 제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모든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아요. 어떤 선입견, 한계에도 갇히지 말고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느끼게 하고 싶어서죠. 어떤 사람들은 제 작품을 보고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보면서 행복하다고 해요. 제 그림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형태와 색에 눈이 귀 기울이도록 내버려 뒀으면 합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다양할 것 같습니다만…. “프랑스 중남부 브리우드란 도시에 11세기 지어져 1000년이 넘은 ‘생 쥘리앵 바실리카’란 성당이 있어요. 그곳의 37개 창 스테인드글라스를 제가 설치했지요. 완성된 후 성당 측에서 다녀간 사람들이 감상을 적을 수 있는 노트를 비치했는데, 저도 궁금해서 한 번 봤어요. 19세 여성이 ‘그동안 우울증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 슬프게 살았는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서 한 시간 넘게 구석에서 울고 갑니다’라고 썼더라고요. 그러면 됐지요.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 ―신부님의 작품 덕에 브리우드는 관광 명소가 됐다고 하던데요. “제 작품이 설치된 후 미슐랭 가이드(2017년 판)에서 생 쥘리앵 바실리카를 최고 평점인 별 셋으로 올렸다고 해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던 작은 도시가 성당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매력 있는 관광 명소가 된 것이죠. 프랑스에서 지역 경제 살리기의 모델도 됐고요. 브리우드처럼 문화예술은 도시 재생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어요.” ―이곳 청양에 신부님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갤러리를 연 것도 같은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프랑스 브리우드, 생 제르베 등 유럽 40여 곳에 제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브리우드처럼 관광 명소가 된 곳도 있고, 제 작품이 있는 곳을 따라 순례하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고 해요. 제 고향이 부여예요. 그래서 부여, 공주, 청양, 예산, 논산 같은 이 지역 도시에 저마다 다른 주제로 제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갤러리를 만들고, 사람들이 갤러리를 따라 여행하는 곳으로 만들면 지역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빛섬’이란 이름도 이런 뜻이 첫 시작인 이곳에서 사방으로 널리 퍼졌으면 하는 뜻을 담았습니다.”청양=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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