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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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6-04-07~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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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좀, 발에만 나타나?… 겨드랑이-얼굴도 조심[브레인 아카데미 플러스]

    《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 이번주는 건강편입니다.》정보 풍년 시대다. 거의 모든 궁금증이 ‘클릭’으로 해결된다. 전문가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직접 자문을 구하지 않고도 관련 지식을 셀프 습득할 수 있다. 그에 비례해 잘못된 정보도 쉽게 퍼진다. 대중 관심도가 높은 건강 상식은 특히 오용 위험이 크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나 개인 경험담이 정설처럼 번지는 일이 잦다.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볼 법한 질병과 건강 관련 상식을 소개한다.● 탈모약 먹었더니 다른 털이….최근 5년간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국민은? 무려 110만 명이다. 탈모는 남성들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머리가 길어서 알아채기 힘들 뿐, 여성 중에도 탈모 환자가 많다. 남자는 먼저 앞머리가 M자 모양으로 빠지다 정수리 부위가 빠진다. 여자는 정수리 부위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탈모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할까. 우선 뒤통수 쪽 머리카락 10∼20가닥 정도를 한 손으로 잡는다. 다른 손으론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을 같은 양만큼 움켜쥔다. 그런 다음 두 부위의 머리카락을 비비면서 굵기를 비교한다. 굵기가 다르다면 탈모가 시작된 것이다. 왜 굵기일까. 탈모는 머리카락이 얇아지면서 시작된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그다음이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머리카락이 얇아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제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두 종류가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보통 바르는 약을 쓴다. 탈모가 더 진행되면 먹는 약을 추가로 사용한다. 남성용 두피 탈모약은 여성들이 먹으면 안 된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 종류는 한 가지, 미녹시딜 성분이다. 혈관을 확장해주는 미녹시딜은 두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모근에 산소와 영양 공급을 늘린다. 다만 이 약을 복용하면 팔다리 등 다른 부위의 털까지 많아질 수 있다. 그럴 땐 용량을 낮추거나 바르는 국소용 제품을 쓰면 된다.● ‘무좀 잡는 식초’는 낭설 무좀 환자는 여름만 되면 긴장한다. 7∼8월이 되면 무좀이 기승을 부린다. 무좀은 백선균이라는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 질환이다. 사실 성인의 절반 가까이 앓고 있다. 초기에 잡지 않으면 전신으로 옮는다. 각질이 두꺼운 발바닥이나 손은 물론 손톱 발톱, 사타구니, 얼굴, 두피 등으로도 번진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인 겨드랑이, 목 등에는 말라세지아 푸르푸르균이 일으키는 어루러기가 주로 나타난다.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처럼 습한 부위는 특히 취약하다. 통풍이 잘되도록 꽉 끼는 하의는 피하는 게 좋다. 샤워 후에는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사이를 잘 말려야 한다. 비에 젖은 신발은 꼭 건조하게 관리해야 한다. 요즘에는 여성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츠, 하이힐, 스타킹 때문이다. 통풍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곰팡이균을 키운다. 항간엔 식초에 발을 담그라는 민간요법이 떠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손상된 무좀 피부가 식초로 더 자극받아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식초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면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될 가능성도 생긴다. 치료 기간은 제각각이다. 발바닥은 6개월, 발톱은 9개월에서 1년, 각질이 얇은 사타구니는 3개월 정도 걸린다. 증상이 완화돼도 2∼3주는 계속 약을 바르거나 먹어야 한다. 중도에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무좀과 발 냄새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무좀 치료만으로는 냄새를 없앨 수 없다. 무좀은 곰팡이가 번식해서 생기는 병이다. 무좀균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쉽게 증식한다. 무좀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땀이 많고 자연히 냄새도 따라온다. 즉, 발 냄새는 땀 때문이다. 발 냄새를 없애려면 땀을 줄이는 다한증 치료를 하는 게 우선이다.● 올바른 수분 섭취법수분 섭취는 건강 관리의 기본이다. 수시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여름엔 특히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체내 물이 부족하면 체온 조절 장애, 저혈압, 요로결석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물만 계속 들이켜면 때론 질린다. 커피, 차, 탄산음료로 자연히 손이 간다. 이런 음료가 물을 대체할 수 있을까. 물을 대신하려면 카페인과 이뇨 작용이 없어야 한다. 녹차 우롱차 콤부차 등에는 소량의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 이런 음료는 아무리 마셔도 몸에서 수분이 빠져 나간다. 마셔도 마셔도 목이 계속 마른 이유다. 루이보스, 캐모마일, 그리고 대부분 곡물차는 물 대신 마셔도 된다. 다만 곡물차는 연한 황금빛 정도로 우려내는 게 좋다. 옥수수차 역시 물 대신 마셔도 된다. 옥수수수염차는 다르다. 이뇨 작용을 유도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온 음료는 어떨까. 이온 음료에는 당분과 나트륨이 다수 포함돼 있다. 평소엔 이렇게 많은 당과 나트륨이 필요하지 않다. 땀을 많이 흘린 직후 수분과 전해질의 빠른 보충이 필요할 때만 마시는 게 좋다.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 너무 과하게 섭취하면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은 1.5∼2ℓ다. 200㎖ 컵 기준 8∼9잔 정도 양이다. 하지만 공식은 공식일 뿐이다. 식사로 섭취하는 수분이 적지 않아, 세 끼만 잘 챙겨 먹어도 음식 속 수분으로 많게는 1ℓ까지 보충할 수 있다. 과일이나 채소 위주 식단이라면 수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혈당 스파이크’ 정복하려면 식후 급격한 혈당 변동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요즘 이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별다른 증상 없이 몸을 망치는 당뇨의 전조 증상 격이기 때문이다. 보통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식후 50mg/dL 이상 혈당이 오를 때를 지칭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오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혈당이 뚝 떨어진다. 이때 몸이 나른해지고 졸린다. 이런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당뇨병이 시작된다.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 중 혈당을 가장 빠르게 높이는 음식은 찹쌀밥이다. 흰쌀밥, 보리밥, 라면 등도 소화가 빠르고 단시간에 혈당을 올린다.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단순당도 혈당을 바로 올린다. 과일을 착즙하거나 믹서에 간 주스나 스무디도 좋지 않다. 달달한 음식을 못 먹는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다면 식후에 조금만 먹도록 한다. 인공 감미료로 단맛을 내는 ‘제로 푸드’는 더 강한 단맛을 찾게 하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혈당 조절이 어렵다면 식후 간단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10분 산책과 계단 오르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은 전체 열량의 55∼65% 수준으로 유지하면 좋다.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탄수화물보다 채소나 단백질을 먼저 먹어야 한다. 채소와 단백질이 탄수화물 흡수율을 낮추면서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네일아트 손발톱 손상 ‘빨간불’여름이 되면 손발톱이 평소보다 더 혹사당한다. 네일아트나 페디큐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조갑이라고 불리는 손발톱은 손가락·발가락 끝에 붙은 반투명의 케라틴 판이다. 몸체 부분인 조갑판, 손톱 끝 가장자리인 손발톱 끝 아래 허물, 손톱을 둘러싼 피부인 근위부 조갑주름 등으로 구성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피부 부속물로, 외부 환경에 따라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쉴틈 없이 네일아트를 자주 받으면 손톱이 쉽게 구부러지고 깨지는 조갑연화증이 나타날 수 있다. 손발톱이 자라는 부위인 바탕 질이 망가지면서 생긴다. 물에 많이 닿거나 화학약품을 자주 접하면 쉽게 걸린다.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도 원인 중 하나다. 네일아트나 페디큐어는 손발톱 판을 갈아낸 뒤 매니큐어를 바른다. 손발톱 주변의 굳은살인 큐티클도 말끔히 떼어낸다. 젤 네일은 특히 자외선 램프를 사용해 매니큐어를 굳힌다. 이 과정에서 손톱 건강이 쉽게 무너진다. 손톱은 보통 전체를 기르는데 6개월, 발톱은 1년 반가량 걸린다. 네일아트 후에는 최소 1∼2주 기간 회복 기간을 가지며 손실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물에 오래 닿거나 손톱을 뜯는 등 자극을 최소화하고 보습제를 수시로 바른다. 손상히 심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해 영양제로 손발톱 구성 성분을 보충해야 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21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역사편’을 볼 수 있습니다. ‘건강편’은 28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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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폴, 신규 앰배서더로 배우 주지훈 선정… ‘서울 클래식’ 표현할 적임자

    삼성물산 패션부문 클래식 캐주얼 브랜드 빈폴이 배우 주지훈을 새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빈폴은 주지훈과 함께 촬영한 젠틀테크 시리즈와 주요 신상품 화보도 공개했다.빈폴은 주지훈이 브랜드 테마인 ‘서울 클래식(Seoul Classic)’과 빈폴의 새로운 매력을 알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주지훈은 최근 영화,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나들며 K컬처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지난해 말 방영된 로맨스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와 올해 초 방영된 메디컬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등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데뷔 20년차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주지훈은 올 하반기 빈폴 화보, 홍보 영상,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브랜드 매력을 알려나갈 예정이다.빈폴은 주지훈과 협업한 젠틀테크 시리즈 화보도 공개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젠틀테크 시리즈는 더운 날씨에도 쾌적한 느낌을 주는 소재를 적용했다. 일상복과 비지니스 복장으로 동시에 활용 가능한 셋업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 젠틀테크 시리즈는 올해 새로운 소재를 선보였다. 지난해보다 밀도가 높으면서도 중량은 가벼운 소재를 적용해 청량감, 실용성, 고급스러움을 모두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빈폴은 신상품을 스타일링한 화보도 공개했다. 주지훈은 화보에서 데님, 옥스포드 셔츠 등으로 일상의 여유와 자연스러운 멋을 담아냈다. 빈폴의 젠틀테크 시리즈를 비롯한 신상품은 전국 빈폴 매장과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몰인 SSF샵에서 만나볼 수 있다.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사업부장 원은경 상무는 “빈폴이 지향하는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앰배서더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라며 “고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브랜드의 생명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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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리, 예술제, 고양이, 도깨비…일본 섬마을 한바퀴 하실래요?

    여행에 진심이어도 버킷 여행지 발굴은 쉽지 않다. 8할이 훌륭해도 2할이 부족하면 자격이 있으려나 싶다. 지난 6월 일본에선 예기치 않게 보물 같은 여행지를 ‘건졌다’. 일본 여행이라곤 도쿄 오사카 삿포로 같은 도시 경험이 전부. 유행하는 일본 소도시 여행을 건너뛰고 떠난 ‘예술 섬 여행’이 단숨에 인생 여행 목록에 올랐다. 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시코쿠 섬 가가와현 세토 내해의 오기지마(男木島)와 메기지마(女木島) 얘기다.>> 자연에 예술 더하니 섬 매력 UP세토 내해는 일본의 지중해라 불린다. 크고 작은 섬 약 3000개를 품은 데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2010년부터 이곳에선 3년마다 ‘세토우치 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섬과 인근 연안 17곳에서 100여 일간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섬 여행과 예술 작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매력에 이 예술제는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예술제 기간엔 페리를 타고 섬과 섬을 오가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온 섬이 들썩인다. 총 누적 관람객은 약 370만 명. 여섯 번째를 맞은 올해 예술제는 5, 8, 11월에 열린다.예술제 무대로 가장 잘 알려진 섬은 나오시마(直島)와 데시마(豊島)다. 예술제의 씨앗을 처음 틔운 나오시마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으로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데시마 역시 2010년 단 하나의 작품(나이토 레이(内藤礼)의 ‘모형(母型)’)만 전시하는 데시마미술관으로 이름을 알렸다.오기지마와 메기지마는 유명세가 덜하다. 나오시마·데시마에 비해 섬 크기가 작고 자체 미술관도 없다. 자연히 정해진 기간 안에 예술제를 둘러보는 경우 후 순위로 밀리곤 한다. 하지만 최근엔 입소문을 타고 두 섬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두 섬으로 향하는 페리는 다카마쓰(高松) 항에서 출발한다. 다카마쓰는 가가와현의 현청이 있는 세토 내해의 중심 도시다. 예술제의 도시여서일까. 거리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항 근처로 가니 상설 전시물도 눈에 띈다. 도시의 랜드마크 ‘Liminal Air-core’, 지붕의 곡선이 인상적인 ‘가가와 현립 아리나’ 등이다. 페리 외관마저 하나의 작품 같다. 붉은 색동옷을 입은 듯하다.예술제 기간이 아니지만 페리는 거의 꽉 찼다. 국내 여행객들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이 더러 섞여 있다. 페리를 타고 달리길 40분, 저 멀리 오기지마가 보인다. 연청색, 연회색, 연갈색, 연녹색…. 빛바랜 옛 가옥 지붕들이 섬의 능선을 따라 정갈하게 엎드려 있다. 우아한 마을을 배경으로 눈에 익은 건물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상설 전시작인 ‘오기지마의 혼’이다.오기지마의 혼을 한 바퀴 돌아본다. 가까이서 보니 조개 모양의 하얀 지붕에 각국의 언어가 새겨져 있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문제없다는 다독임일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분별 가능한 언어, 그리고 낯선 언어들이 뒤섞인 모양이 묘한 위안을 준다.몇 발자국 더 걸음 하니 커다란 항아리가 보인다. 작품명은 ‘다코쓰보루’. 섬 전통인 문어잡이 항아리를 형상화했다. 섬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백하게 표현해 장난스럽지만 가볍지 않다. 밤바다에 돌멩이를 엇비슷하게 던지면 물결이 반짝이던 추억, 방파제 넘어 밀려오던 갯강구 떼에 기겁하던 기억…. 바다에 얽힌 이야기들이 하나둘 달려 나온다.노아의 방주에서 착상을 얻은 ‘걷는 방주’를 지나 언덕 지형의 섬마을로 향한다. 좁다란 골목 양옆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오솔길을 오르다 보니 고양이가 자꾸 눈에 띈다. 고양이 벽화, 고양이 모형, 고양이 인형…. 어느 순간 섬마을 고양이들이 와서 다리에 얼굴을 비빈다. 고양이가 많은 ‘고양이 섬’ 출신답게 낯가림이 전혀 없다.이 섬에선 ‘작품’만 작품인 건 아니다. 아기자기한 민박집, 들꽃, 벽화, 고양이 소품을 허겁지겁 눈에 집어 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벽화 옆 낡은 벤치. 굽은 등의 어르신이 한참을 미동 없이 앉아 있다. 그의 눈길 끝을 따라가니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가 있다. 그 풍경이 넋을 빼가니 잡념이 걷힌다.>> 버려진 섬에서 세계적 예술 무대로오기지마와 페리로 20분 거리에 있는 메기지마는 도깨비 관련 설화를 품은 섬이다. 입구부터 도깨비 조각물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약 200마리의 갈매기 떼도 환영을 거든다. 바람의 흐름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작품 ‘갈매기 주차장’이다. 조금 걸어가니 돛을 단 그랜드 피아노가 보인다.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파도 소리와 호응하는 작품 ‘20세기의 회상’이다.메기지마엔 관광 명소가 있다. 100여 년 전 발견된 오니가시마 대동굴, 일명 도깨비 동굴이다. 동굴까지 도보로 가도 되고 버스를 탈 수도 있다. 날씨가 30도를 웃돌아 버스를 타기로 한다. 서늘한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도깨비 전설의 주인공인 모모타로와 도깨비 조형물들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곳곳에는 가가와현 중학생 3000명이 만든 도깨비 기와가 널려 있다. ‘도깨비 기와 프로젝트2’다.예술제는 두 섬을 비롯한 일대 섬들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일대 섬들은 폐허에 가까웠다. 불법 투기한 산업 폐기물과 정련소에서 배출한 유해물질로 몸살을 앓았다. 변화는 한 출판기업의 메세나사업으로 시작됐다. 후쿠타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郎) 베네세 홀딩스 명예고문이 1990년 버려진 섬에 예술을 심기 시작, 2010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선보였다.방치된 섬을 되살린 전략은 ‘있는 것에 가치를 더하다’였다. 자연에 작품을 더해 매력을 높이고, 빈집을 개조해 전시장이나 레스토랑으로 활용했다. 화룡점정은 사람이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지역 주민이 예술제 주축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전시 해설을 하고 봉사를 도맡는다. 그 결과 섬도, 섬 주민도 활력을 되찾았다. 히치하라 토키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담당은 “아티스트와 지역 주민,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예술제를 준비하는 1000일이란 기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미소라는 작품도 꼭 느껴봤으면 한다”고 했다.글·사진 가가와=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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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투자증권, 상반기 순이익 1조원 돌파…증권업계 최초

    한국투자증권(사장 김성환)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서며 업계 최초로 ‘반기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증권사들이 연간 1조 원 이상의 순이익 거둔 사례는 있지만, 반기 만에 이익 규모가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국투자증권은 14일 공시에서 2025년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1% 증가한 1조1479억 원으로 집계됐다.1분기 51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에는 62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견고한 이익 체력을 재차 보여줬다. 각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과 자본 운용 중심의 수익 기반이 맞물리며 실적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비대면 주식거래 수요 증가에 맞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고도화로 위탁매매 관련 수익이 확대됐다. 자산관리 부문은 글로벌 특화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연초 67조7000억 원에서 6월 말 기준 76조1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기업금융 부문 역시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채권 인수 등 전통 기업은행(IB) 영역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수익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 부문이 조화를 이루며 실질적인 수익 성장을 달성했다”라며 “앞으로도 창의적 업무 혁신을 이어가 글로벌 투자은행 수준의 안정적이고 성장성 있는 수익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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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산골 마을에서 쓰레기를 생각하다

    “비누도 커피도 차도 마실 만큼만, 쓸 만큼만 덜어 가세요.”“∼할 만큼만”.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 호텔 와이(WHY)’에 도착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얘기다. 지난 6월 첩첩산중을 달려 이곳에 닿았다. 면적 88%가 산지인 인구 1300명의 작은 마을에 재생·환경·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이 찾아오는 성지가 있다. 제로웨이스트 센터(마을 분리수거 센터)와 호텔 와이다.센터와 호텔은 한 건물에 있다. “건물을 자세히 뜯어 보라”는 호텔측 안내에 눈을 크게 뜨고 살폈다. 버려진 창문으로 외벽을 만들고 못 쓰는 쇳조각으로 건물을 꾸몄다. 객실 러그는 청바지를 이어붙여 만들었다. 주민들의 기증품을 전시해둔 ‘크루크루 숍’도 있다. 2020년 5월 오픈한 호텔은 주민들에게 얻은 물품을 재활용해 건축했다고 한다.체크인을 하니 쓰레기 바구니를 줬다. 모두 6종류다. 커피와 차는 마실 만큼만 담았다. 친환경 비누도 쓸 만큼만 잘랐다. 숙박객들은 다음 날 오전 10시 쓰레기를 직접 분별해야 한다고 했다. 쓰레기를 되도록 적게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먹는 것도 최소화하고 먹거리도 조금만 샀다. 물병, 과자봉지, 비타민 포장지, 일회용 치약, 휴지…. 그래도 꽤 많은 쓰레기가 나왔다. 커피와 차는 다 못 마시고 남았다.가미카쓰 마을의 재활용 움직임은 1994년 시작됐다. 당시 쓰레기 소각로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졌다. 태우지 못한 쓰레기더미가 쌓여갔다. 돌파구를 찾던 마을은 2003년 제로웨이스트를 선언했다. 마을 단위로는 최초였다. 2020년까지 쓰레기 소각 ‘제로’를 목표로 내걸었다.마을 주민은 모두 센터로 와서 쓰레기를 45가지로 나눠 버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번거로움에 반발도 컸다. 지금은 재활용율이 80%가 넘는다. 대부분 주민들은 차를 몰고 쓰레기를 버리러 온다. 30분 거리에 사는 주민도 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데 힘들지 않을까.“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요. 거동이 힘들거나 쓰레기 크기가 큰 경우엔 직접 가지러 갑니다.” 각 분리수거함 옆에는 ‘쓰레기 정보’가 적혀 있다. 처분 비용, 발생 수익, 최종 목적지 등이다. 특정 쓰레기는 다른 지역에 판매돼 마을에 수익을 안기기도 한다.센터와 호텔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음표’ 모양이다. 호텔을 떠나며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간 왜 이토록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을까.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하면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늘었다. 센터 관계자는 “재생과 환경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이곳을 방문한 이후 ‘쓰레기 덕후’가 되곤 한다”라고 귀띔했다.글·사진 도쿠시마=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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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기술-스마트 교구로 발달장애 조기 치료 효과 높인다”

    3일 오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사회공헌 공모 프로젝트인 ‘아이마음 탐사대’ 1차 심사가 열렸다. 프로젝트는 발달장애·지연 아동에게 조기 개입하는 솔루션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해상이 세브란스병원(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임팩트스퀘어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3년간 총사업 투자액은 150억 원. 선정된 팀은 3년간 성과에 따라 단계별 지원을 받게 된다. 심사에 참여한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언어치료 보조 도구, 스마트 교구,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경두개 자기자극술(TMS)까지 다양한 솔루션이 접수됐다”며 “과학적 근거와 실현 가능성을 토대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진 팀을 선발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발달장애 등록 아동은 연간 2만 명. 발달장애 이전 단계를 아우르는 발달지연 아동은 전체 아동의 15% 내외로 추산된다. 국내 18세 미만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발달 문제를 지닌 아동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조기 개입’이란 발달지연 단계부터 개입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개념이다. 발달장애는 골든타임이 특히 중요하다. 의학계에 따르면 3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크지만 6세 이후엔 개선 속도가 더디다. 9세 이후엔 확률이 더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매 단계가 ‘허들’이다. 우선 초보 부모는 발달 정도를 정확히 판별하기 쉽지 않다. 한데 영유아 건강검진은 언어·정신적 발달에 대한 정밀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진단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전국의 영유아 발달 평가 의료기관은 397곳. 그조차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은 예약이 더 어렵다. 비용 부담으로 꾸준한 치료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 부모들의 걱정을 돈벌이로 악용하는 불법 브로커 조직과 그와 연계한 사무장 병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정상 범위 아동을 발달지연으로 진단해 치료를 가장한 수영·미술 같은 교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정작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최은희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보 수집→진단→치료’의 각 단계가 연결되지 않아 부모들이 조기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진국들처럼 정부가 각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조기 발견→집중 개입→자립’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공적 보장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바우처는 소득, 연령, 등록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금액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가족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돌봄 문제까지 겹치면서 가정이 흔들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을 맡은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현재의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모든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과 필요를 완벽히 반영하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며 “발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이 절실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골자는 △지역협력의료기관 및 행동발달센터 건립 △18·36개월 영유아 검진 법제화 △언어 치료와 응용행동분석(ABA) 건강보험 적용 등이다. 박양동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이사장(서울패밀리병원 원장)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정부가 치료 비용의 60∼80%를 책임지고 있다”며 “한국도 언어 치료 등 항목을 급여화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혁신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발달지연 아동과 부모, 더불어 사회와 정책까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며 “아이마음 탐사대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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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영화… 청소년 ADHD ‘눈높이 치료’로 접근해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초등학교 때까진 공부도 곧잘 하던 아들이었다. 다소 덜렁대도 남자아이의 특성이려니 했다. 학교·학원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적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트러블 메이커’가 됐다. 친구와 수시로 다투고 교사가 말리면 반말로 반발했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 나빠졌다. 훈육하면 욕설을 내뱉고 가출까지 시도했다. 사춘기 반항쯤으로 여기며 지켜보길 1년 반. 생활과 학습은 물론 정서까지 무너졌다. 중학교 2학년인 김 군은 최근에야 병원을 방문했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내렸다. 부모는 가슴이 철렁했다. 너무 늦지 않았나 싶어 불안했다. 치료는 난항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치료 난도 높은 청소년 ADHDADHD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자가진단 도구도 대중화됐다. 의학계에선 특히 청소년기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ADHD를 진단받은 어린이의 70%는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이어진다. 이 중 50~65%는 성인이 돼서도 증상을 겪는다. 청소년기는 성인 ADHD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길목인 셈이다.중요한 시기지만 치료는 더 어렵다. 초등학교 때까지 ADHD 치료는 경과가 좋은 편이다. 아동기까지는 보통 부모의 의견에 순응한다. 저학년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고 고학년도 도움을 거부하진 않는다. 청소년기는 다르다. 사춘기에는 전두엽 발달이 급진전한다. 평소보다 충동성이 배가되고 감정이 널뛴다. 의심과 의문이 커지면서 수시로 부모에 반항한다.ADHD 청소년의 사춘기는 더 가혹하다. 이 시기 또래 관계는 복잡해지고 학습 내용도 어려워진다. 아동기에 수월하게 지나가던 일들이 전부 ‘허들’로 바뀐다. 모든 것의 난도가 높아지니 학교에서는 적응문제가 자주 터진다. 이로 인한 불안, 우울, 폭력, 중독 등 정서 문제도 덩달아 커진다.실제 동반되는 증상은 청소년기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다. 의학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ADHD 진단 청소년은 일반 청소년 대비 자살 의도를 가질 확률이 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ADHD 아동은 욕구를 인정받지 못한 경험이 많아 내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라며 “오랜 분노와 절망 등이 사춘기에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고 했다.● 조기 발견-적기치료 중요ADHD는 적기를 놓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주요 증상은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 결핍 등 3가지다. 이 부분을 면밀하게 살피되 학교·학원의 부정적 피드백이 있다면 바로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게 좋다.문제는 과잉행동이 동반되지 않은 주의력결핍장애(ADD), 일명 ‘조용한 ADHD’다. 이들은 겉으론 증상이 없지만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한다. 행동 전환이 느리고 지시수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의욕 레벨’도 낮은 편이다. 어떤 활동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검사해보는 게 좋다.ADD는 감정·행동 표현이 적은 여학생이 많다. 부정적 피드백이 거의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 ADHD와 달리 보통 초등학교 3, 4학년 이후에 발견한다. 김 교수는 “ADD는 학습 난도가 높아지는 초등학교 중고학년 이후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 저학년까지 지능으로 집중력 부족을 메우다가 고학년 이후 병원을 찾기도 한다”라고 했다.너무 이른 발견은 의미가 없다. 4~6세 진단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이 시기엔 운동 감각을 조절하는 대뇌 피질이 빠르게 자란다. 아이는 활동량이 많아지고 충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엄격한 교육환경을 만나 부적응을 겪으면 아이가 산만해 보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반응을 ADHD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부모의 그런 오해는 자녀의 또 다른 정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정확한 진단은 보통 만 7세 이후에 가능하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행동 패턴, 학습 태도, 관계 형성 방식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의 특성과 기질도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병원 쇼핑’을 다니며 재검사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 검사를 반복할수록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3분의 1은 극적 호전ADHD 진단 청소년의 치료 경과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3분의 1은 극적으로 호전된다. 약물치료를 종료하는 경우도 많다. 전전두엽의 왕성한 발달 시기와 맞물려 치료 효과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경과가 좋은 환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공격성·중독·우울 등 공존 병리가 없고 △충동 조절과 관련된 문제가 적으며 △인지능력이 좋은 편이다. 김 교수는 “전반적인 생각의 조직화 능력이나 학습 이해능력이 좋고 공존 병리가 없는 경우 약물치료의 효과가 뚜렷한 편”이라고 했다.나머지 3분의 2는 치료 속도가 더디다. 사춘기 이후엔 치료에 쉽게 협조하지 않는다. 공존 병리로 인해 자존감이 저하된 상태에선 병원을 거부하기도 한다. 수년간 자녀와 갈등을 반복하다 치료를 접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이 시기의 치료 경과에 따라 성인 ADHD로 고착될 가능성이 결정되므로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라며 “자녀가 좋아하는 웹툰 등으로 설득해 성공적으로 치료를 끝낸 사례가 있다”고 당부했다.설득의 핵심은 ‘이해’와 ‘참여’다. 사춘기에는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존중해주길 강하게 원한다. 존중의 핵심은 소통 방식이다. 가장 조심할 부분은 가치판단이다. 이 시기 자녀들은 예술 운동 게임 등에 쉽게 빠진다. 이때 부모가 무턱대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부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느낀다. 마음의 거리가 생기면 치료를 시작할 기회의 문이 닫힌다.김 교수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아이를 통제해선 안 된다. 청소년기를 이해한다는 것은 부모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며 “아이의 세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정서적 친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학교 현장에서 배려 필요ADHD 치료는 크게 △인지행동 치료 △사회기술 훈련 △약물 치료로 나뉜다. 뇌 자극 치료(TMS, tDCS), 뉴로피드백, 앱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인지행동 치료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상 속에서 동기를 북돋워 주고, 시간 관리를 돕고, 보상을 통해 행동을 조절하는 식이다. 다만 청소년기에는 보상 활용은 지양하는 게 좋다. 자녀의 주도성을 존중하며 친밀도를 높이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사회기술 훈련은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ADHD 아동은 욕구가 앞서고 상황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행동이 반복되면 눈치 없는 아이라는 오해를 사기 쉽다. 전문기관이나 부모는 상황별 대인관계 기술을 교육해 이런 부분을 고치도록 돕는다.해외에서는 보통 학교, 전문기관, 부모 3각 네트워킹으로 치료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협업이 쉽지 않다. 김 교수는 “ADHD는 교육과 치료가 함께 가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교사가 훈육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약물 치료는 전두엽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대 ADHD 클리닉이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7~14세 아동을 조사한 결과, 약물치료를 받은 아동의 전두엽에서 기능적·구조적 향상이 관찰됐다.‘문예체’도 중요하다. 문화·예술·체육은 치료가 아닌 교육의 영역이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치료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 몰입하는 동안 정서가 안정된다. 동기가 생기면 의욕도 살아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주의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김 교수는 “ADHD 아이들 중에는 에너지와 창의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며 “시험 시간을 더 주거나 공간적으로 조금만 배려해도 이들이 잠재력을 훨씬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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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감미디어 인재 양성의 거점 ‘실감미디어 컨소시엄’

    실감미디어는 사용자의 오감과 감정 정보를 활용해 경험자가 느끼는 몰입감과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미디어 기술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의 분야를 포함한다. 건국대를 중심으로 경희대, 계명대, 계원예술대, 배재대, 전주대, 중앙대로 구성된 실감미디어 컨소시엄은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실감미디어 산업의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콘텐츠 산업을 이끌 핵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지역-산업-대학을 연결하는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창업과 비즈니스 역량에 기반한 기술과 콘텐츠 융합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실감미디어 전용 창의공간인 ‘X-Space’를 각 대학에 구축하여 메타버스, XR(확장현실), 인터랙션 기술을 온/오프라인으로 연계하여 학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X-Space는 학생들이 언제든 다양한 고가의 실감장비를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열린 현실/가상 융합 공간으로 다양한 7개 대학이 연결되어 융합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여 지금까지 총 1만4000여명의 학생이 180건 이상의 프로젝트 성과를 창출하고, 42건 이상의 창업 성과를 도출하였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을 모듈화하여 탄력적 이수체계를 마련하고, 리빙랩에 기반한 프로젝트 기반 지산학 협력 및 글로벌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 창업프로그램 등 첨단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 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론 중심 교육에서 탈피하여 ‘문제 해결형·참여형·성과 창출형’ 인재 양성을 지향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지역사회 기반 실감 콘텐츠 개발인 ‘2025 하계 계절학기 PBL 공동 수업’(군산시와 섬진흥원, 한국관광공사 협업, 학생 78명, 담당교수 및 운영진 15명, 전문가 15명 등 총 108명 참여, 15팀 30건 프로젝트 수행 및 전시), 산업체 연계 PBL을 통한 ‘마이크로디그리 EXPO’, ’실감형 문화관광 지산학 얼라이언스‘ 구축 등이 있다. 교과의 측면에서는 ‘실감미디어기획’, ‘실감미디어기술’, ‘실감미디어디자인’, ‘실감미디어비즈니스’, ‘로컬문화실감미디어’ 마이크로디그리 등 전공 심화 교과 외에도, 다양한 학문 분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감미디어 펀더멘털’ 마이크로디그리와 같은 융합교과 등 총 33개의 마이크로디그리와 150개의 표준 교과목을 운영 중이다. 모든 교과는 실제 기업 과제 수행 중심으로 설계되며, X-Space를 활용한 실습이 필수적으로 연계된다. 참여 학생들은 ‘교과와 비교과, 현장 프로젝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실무 능력이 향상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실감미디어 전용 공간인 X-Space에서의 장비 활용 경험과 현장감 있는 교육이 진로 설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인턴 연계, 공동 프로젝트, 채용형 과제 등 실질적인 협력 사례가 다수 창출되고 있어, 산학 간 WIN-WIN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김형석 단장(주관대학사업단장, 건국대)은 “학생들이 기존 전공에 플러스가 되는 새로운 역량을 마이크로디그리와 리빙랩의 혁신적 교육 과정으로 획득하고, 기술과 창의력을 함께 키우는 과정을 통해 신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실감미디어 컨소시엄은 앞으로도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신기술과 융합한 기술기반 혁신 교육을 확대하며, 지역 및 산업 수요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감미디어 산업을 선도할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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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상대, 국내 대학 최초 웹 드라마 ‘벌크업’ 제작-웨이브(Wavve)에서 방영

    한국영상대(총장 유주현)가 단독으로 직접 기획·제작한 웹드라마 ‘벌크업’이 이번달 25일부터 국내 대표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를 통해 단독 스트리밍됐다. 대학이 단독으로 제작한 작품이 OTT 시장에서 스트리밍까지 이어진 작품은 국내 최초다.‘벌크업’은 20대 청춘 남녀가 헬스장을 배경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시리즈물이다. 스토리의 참신함과 탄탄한 연출력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한국영상대의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 지원 시스템인 ‘제작단지형 캠퍼스’와 실무 중심 교육의 대표 사례로 기획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에 교수진과 재학생이 직접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이번 웹드라마는 영상 연출과 이정우 교수와 김기용 교수가 기획 및 총괄 프로듀싱을 맡고, 5개의 학과가 총동원돼 교수 10명과 재학생 약 50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원스톱 프로덕션 파이프라인(One-Stop Production Pipeline)’으로 통합했다. 기획·연출부터 촬영, 편집, 후반 작업, 음향 디자인까지 유기적인 프로세스로 운영했다. 교육과 산업을 연계하는 실질적인 결과물을 창출하며 콘텐츠 품질 확보는 물론 학생들의 현장 실무 경험도 동시에 챙긴 것이다.이번 성과는 한국영상대가 방송영상 특성화 대학으로 꾸준히 쌓아온 제작 실적의 연장선에 있다. 학생 설계 중심의 콘텐츠형 교육과정, 이른바 ‘COR:E(역량기반 교육과정)’이 핵심이다. COR:E는 ▲전공역량(Capability) ▲직무역량(Occupation) ▲융합역량(Resilience)▲교육설계(Educational design)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의 실질적인 기술과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COR:E는 단순히 실습에 그치지 않고, 학과 커리큘럼 전체가 하나의 제작 프로세스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교육과정은 연출-촬영-편집-음향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학생들이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직무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이처럼 한국영상대는 잘 짜인 교육과정을 통해 대학 자체적으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7년에는 대학 최초로 지상파 방송 EBS를 통해 3.1절 특집 다큐멘터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송출했으며, 이후 학생이 제작한 장편 영화 3∼4편이 극장에 개봉되는 등 이례적인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교수와 학생이 협력해 제작한 작품들은 LINC(링크) 사업을 통해 꾸준히 발표되고 있으며, 세종시 건설기록영상을 비롯해 기업 홍보 영상, 스포츠 중계 등 지역과 연계해 다양한 비즈니스 콘텐츠도 다수 제작해 왔다.유주현 총장은 “ ‘벌크업’은 단순한 작품이 아닌, 대학이 직접 기획한 전문 콘텐츠로서 교육과 제작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결과물”이라며 “고퀄리티의 작품을 만드신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콘텐츠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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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인력공단, 中企 공정채용 교육 강화로 채용문화 개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매년 중소·중견기업 대상 ‘공정채용 기업 교육’ 사업을 실시해 채용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공단은 공정채용이 기업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CEO), 인사 담당자, 평가위원 등을 대상으로 연 200회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공정채용이란 채용 과정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능력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채용을 뜻한다. 교육은 △CEO 및 임원 △인사 담당자 △채용시험 평가위원을 대상으로 한다. CEO 교육은 공정채용의 필요성과 최신 인사 및 채용 트렌드 등을 다뤄 CEO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인사 담당자 교육은 직무 분석과 공정채용 제도 설계 방식, 인사 담당자가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무 기법 등을 제시한다. 인사 담당자들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할 수 있도록 온라인(이론)과 오프라인(실습) 교육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평가위원 교육은 채용시험에서 평가위원이 가져야 할 기술과 소양을 교육한다. 평가 시 유의사항과 평가 방법을 교육한 뒤 모의 면접을 실습한다. 기업과 지원자의 반응은 모두 긍정적이다. 2024년 공정채용 우수기업 어워즈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상을 수상한 ㈜어센트코리아의 김상완 프로는 “면접 전 제출받은 회사와 직무에 관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구조화 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우수 인재의 밀도가 높아졌다”며 “공정채용이 기업과 구직자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한 ㈜태웅로직스의 신입사원 조성규 씨는 “직무기술서 내용과 면접에서의 질문이 현업에서 그대로 진행되어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23년 공정채용을 도입해 채용한 151개 기업은 기존 방식을 유지했던 기업들에 비해 조기 퇴사율이 5.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영 공단 이사장은 “공정채용은 시대정신인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DNA가 돼야 한다. 많은 기업이 교육을 통해 자사의 인사 채용 제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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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 놀이동산으로 초대합니다[이설 기자의 아트로드]

    ‘에코 여행’은 환경에 책임을 다하는 여행을 뜻한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여행자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도 있다. 일본은 ‘해외’란 단어를 붙이기 무색할 만큼 친숙한 여행지가 됐다. 하지만 ‘일본 에코 여행’은 낯설다. 기존 식도락, 쇼핑 천국, 자연경관 같은 매력에 지속 가능성이란 가치를 더한 일본 여행지 3곳을 다녀왔다.● 버려진 섬에서 세계인 놀이터로 일본 오사카만 인공 섬 ‘유메시마’. 습기가 훅 끼치던 오사카 시내와 달리 바람이 청량하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데 다른 공간에 온 것 같다. 이곳에선 10월 13일까지 ‘오사카 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지였던 섬이 박람회 터로 선정된 이유가 있다. 오사카 엑스포 주제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 버려진 섬을 되살려낸 유메시마야말로 생명과 지속 가능성이란 메시지를 전할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박람회장에 들어서니 발길도 마음도 우왕좌왕이다. 지도로 가늠한 것보다 훨씬 광활하다. 연면적 155ha(약 46만8800평)로 축구장 217개가 들어간다. 주변을 살피니 초여름 열기에 뒤섞여 한껏 달뜬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엑스포 공식 캐릭터 ‘먀쿠먀쿠’ 소품으로 흥을 돋운 젊은 커플, 지도를 펴고 ‘파빌리온 도장 깨기’를 하는 관광객, 그늘진 곳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어르신…. 어른들 놀이동산 같다.박람회장 한가운데 입이 떡 벌어지게 큰 목조 건물이 서 있다. 모양은 둥글고, 목재를 지그재그로 엮어 쌓아 올렸다. 둘레 2km, 지름 615m, 최고 높이 20m의 ‘그랜드 링(Grand Ring)’이다. ‘다양하면서, 하나’라는 이념을 디자인화한 그랜드 링은 엑스포 핵심이자 길잡이다. 링에 새겨진 구역별 번호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158개국 파빌리온 사이에서 길을 잃으면? 링 번호를 등대 삼아 방향을 잡으면 된다. 그랜드 링 아래 공간은 그늘막, 지붕은 산책로 역할을 한다. 에스컬레이터로 지붕에 오르니 그랜드 링이 품은 각국 파빌리온이 한눈에 들어온다. 섭씨 31도를 웃도는 날씨, 수백 명이 뙤약볕을 마주한 채 ‘링 둘레길’을 우직하게 걷고 있다. 지구촌을 발아래 두고 눈과 마음에 무엇을 담고 있을까. 국내·해외·시그니처 파빌리온은 모두 188개. ‘베스트 10’이 궁금해진다. 요시무라 사치코 엑스포 홍보 담당부장은 이 우문(愚問)에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관 등이 인기 있는 편이지만 엑스포에서 경쟁은 무의미하다. 각 관이 전하는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엑스포 꽃은 파빌리온이라지만 여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상시 공연과 분수쇼를 비롯해 파빌리온이 주관하는 이벤트가 수시로 열린다. 최근 다섯 아이와 함께 엑스포를 다녀왔다는 시미즈 유이치 일본정부관광국(JNTO) 서울사무소장은 “‘많이 봐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엑스포의 의미를 느긋하게 되새길 수 있었다”며 “나름의 호기심으로 진지하게 파빌리온을 경험하려는 아이들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 마을 소멸 막은 기적의 잎사귀 도쿠시마현 가미카쓰(上勝) 마을은 다른 의미로 에코 여행과 어울리는 곳이다. 오사카에서 이곳을 향해 차로 2시간을 달렸다. 어느 순간 사방이 온통 초록이다. 하늘을 덮은 산세 사이로 좁다란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아래 빼곡한 삼나무 숲을 내려다보니 바닥이 아득하다. 가미카쓰 마을은 전체 면적의 88%가 숲이다.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300명.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한 번에 건너는 사람(약 2000명)보다 적다. 마을 인구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이다. 쇠락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법한 이 산골 마을은 도전과 성장의 길을 걸으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례 없는 한파가 일본 열도를 덮친 1981년. 가미카쓰 귤 농작은 전멸했고, 수입 목재가 주류를 이루자 목재산업도 쪼그라들었다. 재기의 씨앗은 지역 농업협동조합 막내 직원(농업지도원) 오코이시 토모지 씨 머릿속에서 싹텄다. 1987년 오사카 고급 식당을 찾은 손님이 음식에 놓인 장식용 나뭇잎을 집에 가져가는 것을 보고 ‘잎사귀 프로젝트(葉っぱビジネス·핫파 비지니스)’를 떠올린 것.산과 밭에서 장식용 잎을 따고 크기, 색깔, 모양을 기준으로 포장해 매일 아침 출하한다. 4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농가 140여 곳, 연매출 2억∼3억 엔(약 19억∼20억 원)의 지역 대표사업으로 성장했다. 언론은 ‘인적 드문 산골 마을의 기적’이라고 보도했다. 기적의 핵심은 간단하다. 버려진 나뭇잎과 노인 일자리, 즉 자연과 인간의 필요를 잇는 ‘윈윈’ 전략이다. IT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주문과 판매는 주문 내용과 시세를 보고 경쟁 입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75세 안팎 노인들이 클릭 경쟁을 하며 심신의 활력을 되찾는다고 한다. 지역의 지속 가능한 사업을 기획, 운영, 교육하는 노노야마 사토시 팡게아 CEO는 “타 지역보다 고령자들 건강 지표가 좋다”며 “자연환경, 지역 주민 건강, 경제적 여유를 안긴 효자 산업”이라고 했다.● 예술-관광도시로 변모한 섬마을 고요한데 지루하지 않고 예스러우면서 트렌디하다. 산과 바다, 골목과 지평선, 낡은 주택과 세련된 카페를 동시에 품은 섬이라니….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니 간만에 ‘버킷 여행지’를 만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가가와현 세토 내해 오기지마(男木島)와 메기지마(女木島) 얘기다. 크고 작은 섬들을 품은 세토 내해는 일본의 지중해라 불린다. 2010년부터 세토 내해 인근 섬과 연안 도시 17곳에서는 3년마다 ‘세토우치 예술제’가 열린다. 예술제 기간(100여 일)엔 섬과 섬을 오가는 관광객들로 온 내해가 들썩인다. 누적 관람객은 약 370만 명. 여섯 번째를 맞은 올해 예술제는 5, 8, 11월에 열린다. 섬으로 가는 페리는 다카마쓰(高松) 항에서 출발한다. 다카마쓰는 가가와현 현청이 있는 세토 내해 중심 도시다. 예술제 기간은 아니지만 다카마쓰 항 곳곳에 상설 전시물이 눈에 들어온다. 예술제 도시답게 페리 외관마저 예사롭지 않다. 붉은 색동옷을 입은 듯하다. 배를 탄지 40여 분. 오기지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청색 연회색 연갈색…. 빛바랜 옛 가옥 지붕들이 섬 능선을 따라 정갈하게 엎드려 있다. 우아한 섬마을을 배경으로 ‘올 화이트’ 건물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조개 모양 하얀 지붕에 각국 언어가 새겨진 작품 ‘오기지마의 혼’이다.문어잡이에 쓰는 항아리를 놀잇감으로 형상화한 ‘다코쓰보루’, 노아의 방주에서 착상을 얻은 ‘걷는 방주’를 지나 언덕 지형 섬마을에 오른다. 좁다란 골목 양옆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섬에선 ‘작품’만 작품인 건 아니다. 아기자기한 민박집, 들꽃, 벽화, 고양이 소품을 허겁지겁 눈에 집어 담다 보니 어느새 마을 꼭대기다. 벽화 옆에 놓인 낡은 벤치. 굽은 등을 한 어르신이 한참을 꼼짝 않고 앉아 있다. 그 눈길 끝을 따라가니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바다가 있다. 같은 듯 다른 바다 풍경이 넋을 빼 가니 자연히 잡념이 걷힌다.오기지마에서 페리로 20분 거리 메기지마는 도깨비 설화를 품은 섬이다. 입구부터 도깨비 조각물이 반긴다. 약 200마리 갈매기 떼도 환영을 거든다. 바람 흐름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작품 ‘갈매기 주차장’이다. 메기지마 관광 명소는 100여 년 전 발견된 오니가시마 대동굴, 일명 도깨비 동굴이다. 버스를 타고 동굴에 닿았다. 가가와현 중학생 3000명이 만든 도깨비 기와가 곳곳에 널려 있다. ‘도깨비 기와 프로젝트2’다. 세토우치 예술제는 섬의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폐기물 투기장 데시마(豊島), 제련소였던 이누지마(犬島) 등 환경 파괴로 버려진 섬에 이야기를 심어 세계적 관광지로 바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방치된 섬을 되살린 전략은 ‘있는 것에 가치를 더하다’였다. 자연에 작품을 더해 매력을 높이고, 빈집을 개조해 전시장이나 레스토랑으로 활용했다.화룡점정은 사람이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지역 주민이 예술제 주축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전시 해설을 하고 봉사를 도맡는다. 그 결과 섬도, 섬 주민도 활력을 되찾았다. 히치하라 토키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담당은 “아티스트와 지역 주민,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예술제를 준비하는 1000일이란 기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미소라는 작품도 꼭 느껴봤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 오사카·도쿠시마·가가와=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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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물산 패션부문 갤럭시, 대니 구 콘서트 의상 후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가 ‘메이크 유얼 엘레강스(Make your Elegance)’ 프로그램의 첫 대상자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를 선정하고, 7월 11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콘서트 의상을 후원했다. 갤럭시는 대니 구의 연주복을 스타일링한 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니 구만을 위한 프리미엄 슈트를 제작했다.메이크 유얼 엘레강스 프로그램은 클래식 아티스트, 운동선수, 인플루언서 등의 스타일 변신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갤럭시는 분기마다 새로운 대상자를 선정해 의상을 후원하고 스타일링을 지원할 예정이다.이무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컨템사업부장(상무)는 “특유의 친근함과 밝은 에너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무대에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며 “갤럭시는 지난 40여년 동안 쌓아온 독보적 헤리티지가 젊은 고객들을 통해 계승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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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풀에서 음악축제…캐리비안 베이 ‘워터 뮤직 풀파티’ 즐기러 오세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의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에서 8월 24일까지 ‘워터 뮤직 풀파티’가 매일 열린다. 이 기간엔 캐리비안 베이와 에버랜드를 하루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된다.야외 파도풀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워터 뮤직 풀파티에서는 최대 2.4m 높이의 인공파도를 맞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반달록, 준코코 등 유명 클럽 디제이들이 함께하며, 아이돌그룹, 힙합 아티스트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의 스페셜 무대도 열린다. QWER(7월19일), 트리플에스(7월26일), 라이즈(8월7일) 등 공연 라인업으로 팬들의 기를 모으고 있다.캐리비안 베이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위해 무대 연출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물대포를 쏘는 워터캐논과 워터건 규모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고, 실시간으로 공연을 보여주는 대형 LED 스크린을 새롭게 설치했다. 이번 워터 뮤직 풀파티에는 삼성카드가 메인 파트너사로 참여해 프라이빗 휴식존, 브랜드 부스 등 다양한 고객 체험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워터 뮤직 풀파티 기간에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와 테마파크 에버랜드를 하루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투파크’(2Park) 스페셜 이벤트도 진행한다. 캐리비안 베이 종일권을 구매한 고객들은 오후 1시부터, 오후권 고객들은 오후 5시부터 에버랜드를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에버랜드 무료 이용은 캐리비안 베이 이용 당일만 가능하다.캐리비안 베이와 에버랜드를 모두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주 1명을 추첨해 순금 5돈을 선물하는 스페셜 출석체크 이벤트도 마련됐다. 현장에 마련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모바일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순금 5돈을 받을 행운의 주인공은 매주 월요일 발표된다.한편 올여름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에서는 글로벌 인기 지적재산권(IP) ‘원피스’와 함께 시원한 여름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원피스는 해적왕을 꿈꾸는 루피와 밀짚모자 해적단의 모험 스토리를 담은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마련된 대규모 원피스 테마 공간에서 포토존, 이벤트, 먹거리, 굿즈 등 다채로운 캐릭터 콘텐츠를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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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 숨은 매력은? …‘제2기 로컬100’ 후보 접수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은 오는 31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우리 동네 숨은 문화 매력을 추천받아 ‘제2기 로컬100(2026∼2027)’ 후보군을 모집한다고 1일 밝혔다.‘로컬100’은 지역 고유의 문화 매력을 찾아내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의 문화명소와 콘텐츠 등을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3년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문체부 2030자문단 등의 추천을 받은 후보 461개 중 100개를 ‘로컬100’으로 최초 선정한 바 있다.올해 새로 선정하는 ‘제2기 로컬100’은 국민이 직접 후보를 추천하고 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추천 대상은 지역문화에 기반을 둔 특색 있는 문화자원이다. 박물관, 문화서점, 전통시장, 문화거리 등 문화공간과 지역축제, 공연, 체험형 콘텐츠, 지역 브랜드 등 지역의 특색을 담은 문화콘텐츠가 모두 추천 대상이다. 나이와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추천할 수 있다.국민 추천과 더불어 전국 지자체에서도 후보군을 추천 받는다. 이후 서면 심사와 대국민 온라인 투표 및 전문가 심사를 거쳐 ‘제2기 로컬100’을 최종 선정해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제2기 로컬100’ 후보 추천은 공식 누리집에서 받는다. 참여자에겐 추첨을 통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청주공예비엔날레’ 관람권 등 지역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선물도 증정한다.송윤석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은 “국민 모두가 함께 선정하는 ‘제2기 로컬100’을 통해 지역문화의 다양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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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워터파크 ‘자이언트 웨이브 페스타’ 개막

    경남 김해시의 롯데워터파크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야외 무대 ‘웨이브 스테이지’에서 시즌 공연 ‘자이언트 웨이브 페스타’가 12일 개막했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워터 EDM 파티’와 신나는 K-POP 댄스 공연, 그리고 몸짱 콘테스트까지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린다.매주 강렬한 EDM 음악과 댄스가 어우러진 워터 EDM 파티에서는 50여 개의 워터 이펙트 장치가 쏘아 올린 물대포를 맞으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음악에 맞춰 회오리 모양의 물줄기가 뻗어 나가는 등 화려한 무대 연출로 짜릿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워터 EDM 파티는 매일(매주 화요일 휴연) 오후 5시 30분부터 30분간 진행된다.매일(매주 화요일 휴연)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되는 ‘백투더 케이팝’은 남녀노소 모두를 저격할 댄스 공연을 준비했다. 90년대 복고풍 음악부터 최신 K-POP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15곡을 공연한다.누구나 건강미를 자랑할 수 있는 손님 참여 이벤트 ‘오늘은 몸짱’도 마련됐다. 매일(매주 화요일 휴연) 오후 3시 30분 다양한 피트니스 게임을 통해 오늘의 몸짱을 선발하는 콘텐츠로, 선정된 오늘의 몸짱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증정한다. 특히 8월 15일에는 올여름 최고의 몸짱을 가리는 몸짱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피트니스 인플루언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퍼포먼스까지 선보인다. 남녀 입상자 각 1명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 원을 수여한다.이달 26일, 8월 2일, 8월 9일에는 특별한 야간 공연이 진행된다. 독특한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은 ‘다나카’, 만능 엔터테이너 ‘박명수’, 아이돌 그룹 달샤벳 멤버 ‘수빈’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한다. 여름밤을 환하게 비춰줄 다양한 퍼포먼스도 열린다. 배 모양의 무대를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이는 ‘레이저 쇼’, 긴장감 넘치는 ‘파이어 퍼포먼스’ 등이 준비됐다.특별한 할인 혜택도 준비했다. ‘워터파크 패밀리’ 프로모션은 3인 또는 4인 종일권을 최대 46% 할인된 금액에 제공한다. 또 오후 2시 이후에 입장하면 최대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이언트 웨이브 페스타는 8월 24일까지 열린다. 공연 관련 자세한 정보는 롯데워터파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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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씻고 수술” 외친 왕따 의사, 수명 연장 디딤돌 놓았다[브레인 아카데미 플러스]

    《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100년 전 인간의 평균 기대수명은 32세였다. 지금은 73세를 넘겼고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기네스북 공인 역대 세계 최고령자는 1997년 122세 나이로 숨진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 의학계에서는 인간의 최장 수명을 짧게는 115년에서 길게는 1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명 연장은 의학 발달 덕분이다. 신약과 신의료기술이 속속 등장해 질병을 제압했다. 칼망처럼 110세 이상 생존하는 수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 시대가 열릴까. 의학자들은 의학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터닝포인트들을 보면 무병장수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영생(永生)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중국 진시황은 불로초(不老草)를 백방으로 찾아 헤맸고, 불멸(不滅)을 꿈꾸며 평생 득도와 연금술에 매진한 이들도 적지 않다. 수명이 늘면서 이 열망은 더 간절해졌다. 노화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 두뇌들은 경쟁적으로 항노화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500여 명이 부활을 꿈꾸며 세계 곳곳의 전신 냉동보존 탱크에 몸을 맡겼고, 실리콘밸리 CEO들이 앞다퉈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피알뉴스와이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장수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85억 달러(약 11조5500억 원)에 이른다.● 산 사람 해부한 ‘해부학의 아버지’ 생명 연장의 꿈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많은 의학자들은 해부학을 꼽는다. 기원전 4세기 말 고대 알렉산드리아. 당시 세계는 인간의 몸을 신성하게 여겼다. 몸에 칼을 대는 것도, 몸속을 들여다본다는 발상도 금기였다. 인체 구조를 모르니 맥박, 대·소변, 피부 상태 등으로 미뤄 약물을 처방했다. 인체 해부의 길은 기원전 3세기에 열렸다. 당시 통치자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2세는 의학 발전을 위해서 죄수의 시신 해부까지 허락했다. 헤로필로스(기원전 335∼280년)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해부학의 아버지’로 성장했다. 그는 시체는 물론 산 사람까지 광적으로 해부하며 인체의 비밀을 하나씩 들춰냈다. 정맥과 동맥의 구조를 구분했고, 십이지장과 전립선을 발견했다. ‘지혜는 심장에서 나온다’는 학설을 뒤집고 뇌가 사고의 중심이란 사실도 밝혀냈다.로마 시대와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적 이후로 해부학을 금지했다. 설상가상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화재로 헤로필로스가 쓴 해부학 서적도 대부분 불탔다. 이후 의학은 동물 해부로 인간 구조를 추정한 고대 그리스 의학자 갈레노스의 이론에 의존했다. 해부학은 14세기 말 이탈리아 의학 교육 과정에 시신 해부가 도입된 뒤에야 부흥했다. 1543년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1514∼1564년)는 갈레노스 이론의 오류 200여 개를 폭로하며 ‘인체 해부에 관하여’를 출간했다. 이후 정확한 인체 해부도를 바탕으로 외과 수술이 발달했고, 이를 발판으로 장기 이식까지 성공하게 됐다.● 웃음가스 덕에 고통의 시대 마침표수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마취제가 없다면 생살을 찢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기록에 따르면 고대에도 약초를 이용한 마취제가 있었으나 효과는 미비했다. 1800년대에는 아편을 사용했지만 장기 기능 마비 등 부작용이 컸다. 사실상 환자들은 수술 중 또렷한 정신으로 칼과 톱이 살을 가르고 뼈를 자르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고통의 시대는 19세기 중반 최초의 전신마취제인 웃음가스의 등장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영국 왕립연구소의 과학자 험프리 데이비는 연구 중 이산화질소를 흡입하고선 붕 뜨는 기분을 느꼈다. ‘웃음가스’란 별칭을 얻은 이산화질소는 1844년 미국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가 처음 의료용으로 사용하면서 대중화됐다. 하지만 웃음가스는 마취 효과가 짧고 약했다. 보다 강력한 마취제인 에테르는 1842년 종양 제거 수술 때 처음 등장하면서 효과를 입증했다. 이후 클로로포름, 티오펜탈, 프로포폴 등 다양한 마취제가 개발됐다. 클로로포름은 무통 분만에 효과적이었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이 있어 1930년대 이후 사용이 중단됐다. 티오펜탈은 정보기관이 ‘자백약(truth serum)’으로 사용한 탓에 인권 논란을 불렀다. 오늘날에는 빠른 유도와 회복, 안정성을 지닌 프로포폴이 널리 쓰이고 있다.● “손 안 씻는 의사는 살인자”손 씻기는 현대에도 감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이런 사실을 아는 의학자는 많지 않았다. 당시 수술실에서는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잦았다. 1840∼1846년 오스트리아 빈의 한 병원에서는 산모 1000명 중 98명이 출산 중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반면 의사가 아닌 조산사가 출산을 돕는 다른 병동의 사망률은 2% 수준이었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1818∼1865년)는 세균 감염을 의심했다. 의료진이 부검을 마친 손으로 산모를 진료하곤 했는데, 그때 세균 감염이 일어났다고 본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에게 염소 소독물에 손을 씻도록 했고 그 결과 산모 사망률은 두 달 만에 1.3%로 급감했다. 하지만 병원에선 손 씻는 일이 번거롭다며 반대 운동이 일었다. 동료들은 의사들의 치부를 드러냈다며 그를 못마땅히 여겼다. 결국 병원에서 쫓겨나 방황하던 그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정신병원에서 숨졌다. 그의 업적은 19세기 말 질병은 세균 등 병원체로 감염된다는 이론이 나온 뒤에야 인정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제멜바이스는 산욕열뿐 아니라 조기 사망을 줄이고 기대수명을 연장했다”며 그의 흉상을 본부에 헌정했다. 손 씻기 혁명 이후에도 세균을 없앨 방법을 모르는 게 문제였다. 해답은 수십 년이 흐른 1928년 영국의 한 과학자가 찾았다. 세균을 연구하던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험 도중 세균 배양 접시에 자란 푸른곰팡이 주변에 포도상구균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물질이 바로 세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다. 페니실린 덕분에 폐렴, 매독, 뇌막염, 파상풍 등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바뀌었다.● 암 사망율 낮춘 기적의 신약 신약은 사망 원인이던 질병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질병 사망 원인 1위인 암 신약은 2차 세계대전 무렵 본격 개발됐다. 독가스로 쓰였던 머스타드 가스를 변형해 만든 항암 화학요법제가 그 시작이었다. 1970년대 이후엔 종양의 특정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 치료제가 등장했고, 2010년대부터는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가 개발됐다. 최근엔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치료제처럼 환자 면역세포를 조작해 투입하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항암 신약 덕분에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암 사망률이 30% 이상 줄었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유전체 분석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항암제 개발도 가시화하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도 활발하다. 2003년 완료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계기로 암과 희귀질환 등의 조기 진단이 가능해졌다. 최근 20여 년 사이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세포 재(再)프로그래밍이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2006년 쥐를 대상으로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인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고, 2023년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는 이 ‘야마나카 인자’를 늙은 쥐에 투여해 시력과 뇌의 능력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장수 관련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가시화되고 있다. 1993년 유전자 하나에 돌연변이가 생기자 수명이 2배로 늘어난 것을 입증한 예쁜꼬마선충 연구 이후 다른 과학자들이 서투인 등 다양한 장수 유전자를 발견했다. 특정 유전자를 편집해 희귀질환을 극복하려는 유전자 가위 기술과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인공 간, 심장 등을 만드는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NMN과 메트포르민 등 노화를 저지하는 약물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QR코드를 스캔하시면 3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음악편’ 관련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의학편’은 10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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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대, 세계대학평가 400위권 진입… 글로벌 대학으로 쾌속 도약

    주요 국가 거점 국립대학인 부산대(총장 최재원)가 활발한 국제 교류 추진과 글로벌 교육, 연구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면서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400위권으로 진입했다. 글로벌 대학으로의 도약에 큰 힘을 받게 됐다.부산대는 최근 APRU(환태평양대학협회)와의 APEC 대학리더스포럼 행사 공동 주최, 미국 명문대 출신 연구자들과의 학술 교류와 국제화 비전 선포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 교환 학생 파견 및 초청, 외국인 정부 초청 장학생 유치, 글로벌 자유전공학부 신설, 국제학부 운영 등 국제 교류의 기반을 더 확장했다. ● 2026 QS 세계대학평가 400위권, 국립대 1위부산대는 주요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으로부터 교육과 연구 역량을 인정받으며 위상을 계속 높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 QS 세계대학 평가에서 세계 473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상승세다. 국내 국립대 중 1위다. 국내 종합대학으로는 8위다. 학계 평판도, 논문 피인용,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 등 주요 지표에서 고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5 THE 세계 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세계 13위, 국내 전체 대학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 67위였는데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2025 QS 지속 가능성 평가에서도 세계 268위, 국내 8위를 차지했다. 2025 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아시아 81위, 국내 종합대 9위, 국립대 1위에 올랐다. 2025 THE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는 아시아 99위, 국내 종합대 11위였다. 2년 연속 두 평가에서 국내 국립대 중 유일하게 아시아 100위권에 들었다. 2024 세계대학학술순위(ARWU)에서도 세계 401∼500위, 국내 종합대학 7위, 국립대 1위로 평가받았다.● 정부 국제화 역량 인증(IEQAS) 대학 12년 연속 유지부산대의 글로벌 역량은 국내 평가에서도 빛이 난다. 부산대는 교육부·법무부 주관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IEQAS)’ 평가에서 인증대학 지위를 12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불법체류율·중도탈락률·언어능력 소지율 등 주요 항목에서 우수한 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인증이다. 인증대학 모니터링에서도 최고 등급인 ‘우수인증대학’을 5년 연속 획득해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GKS 가점 등 다양한 행정적 혜택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대학 신뢰도가 높아졌고 유학생 유치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2년 연속 전국 1위부산대에는 현재 전 세계 83개국에서 1715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타 대학과 비교해 출신 국가 다양성에서 상당히 돋보인다. 학위 과정 학생은 물론, 수료 후 연구생과 교환·방문학생까지 국제 학생 구성이 다양하다. 올해 4월 기준, 유학생 1715명 가운데 학위 과정에 등록한 정규 외국인 유학생은 1262명에 이른다. 이 중 1084명은 자비 유학생, 178명(수료 후 연구생 제외)은 한국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정부 초청 장학생(GKS, Global Korea Scholarship)이다. 학업 뿐 아니라 연구와 진로 탐색을 위해 부산대 교육을 택한 학생들이다. 나머지는 수료 후 연구생과 부산대와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에서 교환·방문 형태로 수학 중인 학생이다. 부산대는 세계 유명 대학들과의 적극 교류하면서 QS 세계 대학 평가 국제화 항목에서 괄목할 성과를 얻었다. 특히 ‘파견·초청 학생’ 지표는 2024년 301위(파견), 101위(초청)에서 2025년 174위,86위로 상승했다. 파견 및 초청 대상 대학은 난양이공대(15위), 홍콩대(17위), 뉴사우스웨일즈대(19위), 뮌헨공과대(28위), 오사카대(86위) 등 세계 최상위권 대학들을 포함한다. 부산대 이창환 국제처장은 “정부 초청 장학생 비율이 이처럼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건 부산대가 한국 정부 및 국제 사회 모두가 신뢰하는 교육 기관임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올해 GKS 학부 장학생 26명을 유치하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압도적으로 4년제 대학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 주기 지원 체계와 안정적인 교육 시스템, 지역 사회와의 연계 속에서 유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부산대의 철학이 반영된 성과”라고 밝혔다. 부산대는 GKS 기관 공로상을 수상했다.● 국제학부 영어 트랙…유학생 맞춤 교육 글로벌자유전공학부 올해 신설올해 신설된 글로벌자유전공학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안정적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1학기 24명으로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선발 규모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자유전공학부는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집중 교육 이후 전공에 진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향후 문화예술콘텐츠전공(2026년), 한국학·글로벌통상전공(2027년) 등으로 진학할 수 있다. 유학생의 지역 정주, 취업 연계에 강점을 갖는 실용적 프로그램이다. 교육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부산대의 비전과 전략이다.부산대는 경제통상대학 내 국제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전 커리큘럼 과정을 영어로 운영하며, 국제학(DGS), 복수전공(GSP), 한국학·동아시아학(KEASP) 등 융합형 커리큘럼을 통해 국내외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독일·미국·홍콩·몽골·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내국인 학생들과 함께 수학하며 활발히 교류하는 다문화 기반 학문 공동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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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게 배운 건 어린애의 유치한 쾌감” 아야드 악타르 인터뷰[이설의 글로벌 책터뷰]

    탐독하다 보면 슬그머니 싹트는 궁금증. ‘글쓴이는 어떤 사람일까.’ 번역 외서(外書)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해외 저자는 만남의 문턱이 높죠. 한국 독자와 해외 작가 간 소통을 주선합니다.“어린애의 유치한 쾌감, 아버지는 그걸 다시 배우고 있었다. 트럼프는 우리의 스승이었다.”2016년 자신의 첫 미국 대통령선거 도전에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 이후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야드 악타르(55)의 2020년 장편소설 ‘홈랜드 엘레지(Homeland Elegies)’는 트럼프 제2기 시대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소설은 파키스탄계 2세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작가와 동명)가 아버지와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던 아버지는 “무슬림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트럼프 주장에 “우리는 예외일 것”이라며 귀를 닫는다. 악타르는 읊조린다. “불가능하리만큼 강해지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자신, 부채나 진실, 역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신… 아버지가 트럼프에게서 본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최근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악타르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미국을 그려낸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를 그린 희곡 ‘수치(Disgraced)’로 풀리처상을 받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폭넓고 탁월하다”(가디언)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소설”(뉴욕타임스) 등 호평을 받았고 그해 미 주요 언론사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과 파키스탄, 두 정체성은 내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며 “나는 ‘미국’과 ‘미국의 삶’을 서늘하게 들여다보고 치밀하게 직조하는 이야기꾼”이라고 했다.어머니 잃고 쓴 ‘조국 哀歌’―트럼프 시대 미국을 주제로 삼은 계기는 무엇인가.“트럼프는 분별없이 내달려 온 미국적 판타지의 종착점이다. 부(富)를 미덕으로, 잔혹함을 솔직함으로, 쇼를 진실로 착각하는 사회가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낳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환경과 국가가 파는 꿈을 꿨다가 배신당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싶었다.”―트럼프가 2016년 낙선했어도 이 책을 썼을까.“아마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당선으로 미국이 훨씬 더 원시적이고 부족주의적인 나라란 걸 알게 됐다. 2018년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의 시 ‘이탈리아에게(To Italy)’를 읽으며 ‘미국이란 나라의 모순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술에 빠져 살고 계셨다. 우리 가족이 미국인으로서 겪은 일을 ‘조국에 대한 애가(哀歌·엘레지)’로 엮었다.”―무엇이 트럼프 시대를 탄생시켰을까.“트럼프는 정치 엘리트와 다른 종류의 친밀감을 준다. 거짓말에 능숙한 모습도 유권자를 홀린다. 첫 번째 당선은 쇼 차원이었다고 쳐도, (지난해) 재선은 종교 차원에서 봐야 한다.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기에 진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고통에 답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어떻게 보나.“그건 정책이라기보다 ‘태도’다. 교리를 가장한 브랜딩 같다. 트럼프는 미국 내부 혼돈을 외부로 드러내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세계는 미국이 ‘규칙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시장과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슬림 미국인의 정체성 딜레마“‘분노, 분리, 자살, 나쁜, 죽음’… 이슬람이란 주제에 대해선 여러 그룹 이야기를 들어 봐도 똑같다. 암(癌)처럼, 긍정적인 게 없다”그는 파키스탄계 이민자들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첫 소설 ‘아메리칸 더비시(American Dervish·더비시는 이슬람 수피교도를 말한다)’는 순진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뤘고, ‘수치’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변호사의 삶을 무대에 올렸다. 수치는 주인공이 9·11 당시 뉴욕 쌍둥이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에 ‘자부심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으로 큰 논란을 불렀다.―이민 1세대 부모님의 삶은 어땠나.“아버지에게 미국은 실력과 야망, (의사의) 하얀 가운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보상의 땅이었어머니에겐 전통과 신성함이 사라진 곳이었다. 두 분의 다른 결이 맞부딪히며 내 안에 작가의 불씨가 자란 것 같다.”―당신의 작품은 백인과 무슬림 이민자 양쪽의 비판을 다 받았다.“그런 반응에 실망하지는 않지만 혼란스럽긴 하다. 하지만 작품이 되새길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오해도 산다고 생각한다. 작가라면 복잡다단한 정체성의 지도 위 어디에라도 깃발을 꽂아야 한다. 설령 모래 위라고 해도 말이다.”―소설에서 주인공은 부와 명성을 얻은 후에도 ‘미국인 척’한다고 느낀다. 당신은 어떤가.“겉으로 성공했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가짜처럼 느낄 때가 많다. 나는 분명히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 동시에 그 꿈이 사라지는 과정에 대한 글도 썼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있다. 나는 미국이라는 집의 주인은 아니지만, 집 안을 조용히 걸어 다닐 줄 아는 사람 같다.”―세계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공감 그리고 ‘제대로 이해된 자기 이익’이 중요하다. 다양성을 밀어내는 사회는 결국 경직돼 망한다. 이민자, 타자, 이방인은 위협이 아니라 다원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변화를 위해선 적절한 정책과 서로를 견디려는 노력이 쌓여야 한다.”―미국의 본질을 ‘인종차별과 배금주의’라고 썼다.“미국에서 유동성은 신이요, 거래는 의식이며, 수익은 도덕이다. 하지만 돈은 아름다움, 우정, 고통까지 숫자로 바꿔 버린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재는 법을 잊게 된다. 문학과 예술은 돈이 전부라는 감각이 잘못됐다는 걸 일깨운다. 진짜 삶은 보이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지혜 부자’야말로 진짜 자산가라고 생각한다.”자서전에 가까운 소설소설 주인공과 저자는 이름이 같고 프로필과 이력도 거의 일치한다. 작가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 의사고, 소설 속 아야드의 아버지는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다. 작가의 아버지는 실제 트럼프 주치의였을까. 그는 “답하기 어렵다. 사실과 허구를 섞은 형식을 통해 그 경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소설이 아니라 회고록 또는 자서전 같다.“이야기 대부분은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허구를 덧입혔다. 뉴스 속보와 SNS에 흠뻑 빠진 독자들에게는 리얼리티 TV쇼 같은 감각으로 다가가야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소재 삼아 이야기를 진짜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악타르 부자, 악타르 부부의 정치적 갈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미국에서 정치는 언젠가부터 ‘감정의 영역’이 됐다.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지를 말해 주는 정체성 문제가 됐다. 그래서 격렬하지만, 얕다.”―한국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정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분위기다.“미국도 그렇다. 정부나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색이 다른 상대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졌다. 모든 대화가 테스트처럼 느껴지니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만다. 침묵 자체가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다.”―소설에서 아버지는 결국 파키스탄 고향으로 돌아간다.“‘소설 출간 직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끝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글에서 그가 원하던 마지막을 선물했다. 예술은 때로 인생이 남긴 빈자리를 채워준다. 나는 아버지를 깊이 사랑했다. 이 책이 애도의 힘을 가졌다면, 그건 내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동력 삼아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시대와 문화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상실, 그리움, 소외, 갈망, 소외, 귀환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 나와 ‘척하는 나’의 간극을 파고드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독자가 겪은 적은 없는데도 웬지 본인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순간, 문학의 마법이 시작된다.”―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있나.“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정말 강렬했다. 고요하면서도 도덕적 힘이 느껴진다. 이창동, 이상, 황석영의 글도 읽었다. 현대 한국문학엔 고통과 투명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울림이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청신호라고 생각한다.”―요즘 기쁨을 느끼는 것은….“햇살, 아내의 웃음소리, 정원에 핀 장미, 침묵…. 그중 최고는 글을 쓰면서 진실한 무언가에 닿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 짧고 선명한 순간 더없는 기쁨을 느낀다.”―한국 독자가 ‘홈랜드 엘레지’에서 무엇을 건졌으면 하나.“이 책은 요즘 많은 이들이 마음에 품은 질문을 다룬다. ‘믿음을 잃은 나라에 살면서 어떻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책이 대단한 위로는 주지 못하더라도 함께한다는 기분은 선사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아야드 악타르 약력〉1970년 미국 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에서 출생1993년 브라운대 연극 전공 학사2002년 컬럼비아대 예술대학원 석사2012년 희곡 ‘수치(Disgraced)’로 퓰리처상 수상2017년 미국문예아카데미(AAAL) 문학상 수상2020년 ‘홈랜드 엘레지’ 출간2020년 미국 펜(PEN America) 회장 취임2021년 이디스 워튼 공로상 소설 부문 수상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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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를 미덕으로, 쇼를 진실로 착각하는 사회가 트럼프 낳아”[이설의 글로벌 책터뷰]

    ‘홈랜드 엘레지’아야드 악타르“어린애의 유치한 쾌감, 아버지는 그걸 다시 배우고 있었다. 트럼프는 우리의 스승이었다.” 2016년 자신의 첫 미국 대통령선거 도전에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재집권 이후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야드 악타르(55)의 2020년 장편소설 ‘홈랜드 엘레지(Homeland Elegies)’는 트럼프 제2기 시대에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소설은 파키스탄계 2세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작가와 동명)가 아버지와 정치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던 아버지는 “무슬림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는 트럼프 주장에 “우리는 예외일 것”이라며 귀를 닫는다. 악타르는 읊조린다. “불가능하리만큼 강해지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자신, 부채나 진실, 역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자신… 아버지가 트럼프에게서 본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최근 국내 출간된 이 소설은 악타르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미국을 그려낸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만연한 이슬람 혐오를 그린 희곡 ‘수치(Disgraced)’로 풀리처상을 받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폭넓고 탁월하다”(가디언)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소설”(뉴욕타임스) 등 호평을 받았고 그해 미 주요 언론사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과 파키스탄, 두 정체성은 내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며 “나는 ‘미국’과 ‘미국의 삶’을 서늘하게 들여다보고 치밀하게 직조하는 이야기꾼”이라고 했다.● 어머니 잃고 쓴 ‘조국 애가(哀歌)’ ―트럼프 시대 미국을 주제로 삼은 계기는….“트럼프는 분별없이 내달려 온 미국적 판타지의 종착점이다. 부(富)를 미덕으로, 잔혹함을 솔직함으로, 쇼를 진실로 착각하는 사회가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낳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환경과 국가가 파는 꿈을 꿨다가 배신당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싶었다.” ―트럼프가 2016년 낙선했어도 이 책을 썼을까.“아마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당선으로 미국이 훨씬 더 원시적이고 부족주의적인 나라란 걸 알게 됐다. 2018년 (19세기 이탈리아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의 시 ‘이탈리아에게(To Italy)’를 읽으며 ‘미국이란 나라의 모순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술에 빠져 살고 계셨다. 우리 가족이 미국인으로서 겪은 일을 ‘조국에 대한 애가(哀歌·엘레지)’로 엮었다.” ―무엇이 트럼프 시대를 탄생시켰을까.“트럼프는 정치 엘리트와 다른 종류의 친밀감을 준다. 거짓말에 능숙한 모습도 유권자를 홀린다. 첫 번째 당선은 쇼 차원이었다고 쳐도, (지난해) 재선은 종교 차원에서 봐야 한다.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기에 진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고통에 답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어떻게 보나.“그건 정책이라기보다 ‘태도’다. 교리를 가장한 브랜딩 같다. 트럼프는 미국 내부 혼돈을 외부로 드러내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세계는 미국이 ‘규칙을 지키는 자’가 아니라 ‘시장과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슬림 미국인의 정체성 딜레마 그는 파키스탄계 이민자들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첫 소설 ‘아메리칸 더비시(American Dervish·더비시는 이슬람 수피교도를 말한다)’는 순진한 파키스탄계 미국인 소년의 성장기를 다뤘고, ‘수치’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변호사의 삶을 무대에 올렸다. 수치는 주인공이 9·11 당시 뉴욕 쌍둥이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에 ‘자부심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으로 큰 논란을 불렀다. ―이민 1세대 부모님의 삶은 어땠나.“아버지에게 미국은 실력과 야망, (의사의) 하얀 가운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보상의 땅이었고, 어머니에겐 전통과 신성함이 사라진 곳이었다. 두 분의 다른 결이 맞부딪히며 내 안에 작가의 불씨가 자란 것 같다.” ―당신의 작품은 백인과 무슬림 이민자 양쪽의 비판을 다 받았다.“그런 반응에 실망하지는 않지만 혼란스럽긴 하다. 하지만 작품이 되새길 가치가 있기 때문에 오해도 산다고 생각한다. 작가라면 복잡다단한 정체성의 지도 위 어디에라도 깃발을 꽂아야 한다. 설령 모래 위라고 해도 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부와 명성을 얻은 후에도 ‘미국인 척’한다고 느낀다. 당신은 어떤가.“겉으로 성공했어도 여전히 스스로를 가짜처럼 느낄 때가 많다. 나는 분명히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 동시에 그 꿈이 사라지는 과정에 대한 글도 썼다. 그 사이 어딘가에 내가 있다. 나는 미국이라는 집의 주인은 아니지만, 집 안을 조용히 걸어 다닐 줄 아는 사람 같다.” ―세계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공감 그리고 ‘제대로 이해된 자기 이익’이 중요하다. 다양성을 밀어내는 사회는 결국 경직돼 망한다. 이민자, 타자, 이방인은 위협이 아니라 다원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변화를 위해선 적절한 정책과 서로를 견디려는 노력이 쌓여야 한다.” ―미국의 본질을 ‘인종차별과 배금주의’라고 썼다.“미국에서 유동성은 신이요, 거래는 의식이며, 수익은 도덕이다. 하지만 돈은 아름다움, 우정, 고통까지 숫자로 바꿔 버린다. 문학과 예술은 돈이 전부라는 감각이 잘못됐다는 걸 일깨운다. 진짜 삶은 보이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지혜 부자’야말로 진짜 자산가라고 생각한다.”● 자서전에 가까운 소설 소설 주인공과 저자는 이름이 같고 프로필과 이력도 거의 일치한다. 작가 아버지는 파키스탄 출신 의사고, 소설 속 아야드의 아버지는 한때 트럼프 주치의였다. 작가의 아버지는 실제 트럼프 주치의였을까. 그는 “답하기 어렵다. 사실과 허구를 섞은 형식을 통해 그 경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이 아니라 회고록 또는 자서전 같다.“대부분은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허구를 덧입혔다. 뉴스 속보와 SNS에 흠뻑 빠진 독자들에게는 리얼리티 TV쇼 같은 감각으로 다가가야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삶을 소재 삼아 이야기를 진짜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악타르 가족의 정치적 갈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미국에서 정치는 언젠가부터 ‘감정의 영역’이 됐다.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지 않은지를 말해 주는 정체성 문제가 됐다. 그래서 격렬하지만, 얕다.” ―한국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가려서 해야 하는 분위기다.“미국도 그렇다. 정부나 정치인뿐 아니라 정치색이 다른 상대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졌다. 모든 대화가 테스트처럼 느껴지니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만다. 침묵 자체가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다.” ―소설에서 아버지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다.“‘소설 출간 직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끝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글에서 그가 원하던 마지막을 선물했다. 예술은 때로 인생이 남긴 빈자리를 채워준다. 나는 아버지를 깊이 사랑했다. 이 책이 애도의 힘을 가졌다면, 그건 내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동력 삼아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상실, 그리움, 소외, 갈망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 나와 ‘척하는 나’의 간극을 파고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자가 겪은 적은 없는데도 웬지 본인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순간, 문학의 마법이 시작된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있나.“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정말 강렬했다. 고요하면서도 도덕적 힘이 느껴진다. 이창동, 이상, 황석영의 글도 읽었다. 현대 한국문학엔 고통과 투명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울림이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청신호라고 생각한다.” ―요즘 기쁨을 느끼는 것은….“햇살, 아내의 웃음소리, 정원에 핀 장미, 침묵…. 그중 최고는 글을 쓰면서 진실한 무언가에 닿았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 짧고 선명한 순간 더없는 기쁨을 느낀다.” ―한국 독자가 이 책에서 무엇을 건졌으면 하나.“이 책은 요즘 많은 이들이 마음에 품은 질문을 다룬다. ‘믿음을 잃은 나라에 살면서 어떻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책이 대단한 위로는 주지 못하더라도 함께한다는 기분은 선사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대엔,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아야드 악타르 약력1970년 미국 뉴욕주 스태튼아일랜드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에서 출생1993년 브라운대 연극 전공 학사2002년 컬럼비아대 예술대학원 석사2012년 희곡 ‘수치(Disgraced)’로 퓰리처상 수상2020년 ‘홈랜드 엘레지’ 출간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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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카드, 삼성라이온즈카드 출시…입장권·교통 할인 혜택 제공

    삼성카드는 최근 프로야구 흥행 열기를 반영해 삼성라이온즈와 협업한 ‘삼성라이온즈카드’를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올 시즌 역대 최소 경기만에 관중 500만 명을 돌파하고, 연간 12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선보이는 상품이다.카드는 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프로야구 팬들이 원하는 다양한 혜택을 담았다. 우선 삼성라이온즈 홈경기 입장권과 구단 굿즈샵에서 최대 2만 원까지 5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홈구장 내 상설 식음 매장에서도 최대 2만 원까지 10% 할인받을 수 있다.장거리 이동 팬들을 위한 교통, 숙박 할인 혜택도 마련됐다. 철도 요금은 최대 1만 원까지 5% 할인되며, 여행 플랫폼 ‘NOL(놀)’,‘여기어때’ 이용 시에도 동일한 할인율과 한도가 적용된다.이밖에 디지털 콘텐츠는 50%, 커피전문점·편의점은 10%, 대중교통·택시 10%, 배달앱·온라인 쇼핑몰에서는 5%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라이온즈카드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은 전월 이용금액 30만 원 이상부터 받을 수 있다.원년 팬부터 최근 입문한 2030 팬들까지 다양한 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1982년 원년 로고 △2002년 우승 유니폼 △2025년 유니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블레오 패밀리 등 다섯 종류의 디자인을 선보인다. 메탈·LED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소장 가치를 더했다.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직접 소개하는 카드 디자인 스토리는 삼성라이온즈 공식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T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삼성라이온즈카드의 연회비는 국내전용과 해외겸용 모두 2만 원이다.삼성카드 관계자는 “역대 최고 흥행이 예상되는 프로야구 인기에 맞춰 팬들이 필요로 하는 혜택과 디자인을 담은 카드 상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트렌디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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