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꼬드겨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후 이를 국내외에서 대포폰으로 유통한 ‘휴대폰 깡’ 조직 180여 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휴대전화 깡 조직 2곳의 총책 A 씨 등 3명을 범죄집단 조직 및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등 181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휴대폰 깡은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고가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하게 한 뒤, 이를 헐값에 되사는 방식으로 현금을 융통해 주는 불법 사채 수법이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북 구미시와 대전 일대에 대부업체 53개, 텔레마케팅 사무실 12곳을 마련해 대출 광고를 인터넷에 올렸다. 대출 희망자에게 대당 160만∼210만 원 상당의 고가 휴대전화를 2, 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뒤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60만∼80만 원을 지급했다. 휴대전화 개통에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 1057명 중 813명(76.9%)이 20, 30대 청년층이었다. 적잖은 피해자가 할부 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금융 거래에 제약을 받는 등 추가 피해를 봤다. A 씨 조직 등은 이렇게 확보한 휴대전화 1486대를 장물업자에게 넘겨 국내외로 유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말기와 유심은 범죄조직의 피싱 범죄, 도박 등에 이용돼 약 77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로 약 94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그중 휴대폰 깡으로 벌어들인 약 16억2000만 원을 기소 전 몰수·추정 보전 조치했다. 나머지 약 78억 원은 어떻게 번 돈인지 수사하는 한편으로 소득세 등을 물리도록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대포폰을 사들여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이용한 다른 조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꼬드겨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후 이를 국내외에서 대포폰으로 유통한 ‘휴대폰깡’ 조직 180여 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휴대폰깡 조직 2곳의 총책 A 씨 등 3명을 범죄집단 조직 및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등 181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휴대폰깡은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고가 휴대전화를 할부로 개통하게 한 뒤, 이를 헐값에 되사는 방식으로 현금을 융통해 주는 불법 사채 수법이다.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북 구미시와 대전 일대에 대부업체 53개, 텔레마케팅 사무실 12곳을 마련해 대출 광고를 인터넷에 올렸다. 대출 희망자에게 대당 160만~210만 원 상당의 고가 휴대전화를 2, 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뒤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인 60만~80만 원을 지급했다. 휴대전화 개통에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 1057명 중 813명(76.9%)이 20, 30대 청년층이었다. 적잖은 피해자가 할부 대금을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금융 거래에 제약을 받는 등 추가 피해를 봤다.A 씨 조직 등은 이렇게 확보한 휴대전화 1486대를 장물업자에게 넘겨 국내외로 유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말기와 유심은 범죄조직의 피싱 범죄, 도박 등에 이용돼 약 77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로 약 94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그중 휴대폰깡으로 벌어들인 약 16억2000만 원을 기소 전 몰수·추정 보전 조치했다. 나머지 약 78억 원은 어떻게 번 돈인지 수사하는 한편, 소득세 등을 물리도록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다.경찰은 이들로부터 대포폰을 사들여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이용한 다른 조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여덟 살 때 서울에서 실종돼 가족과 헤어진 여성이 54년 만에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과 재회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54년 전 가족과 헤어진 조모 씨(62)를 찾아내 25일 가족과의 만남을 도왔다고 29일 밝혔다. 조 씨는 1971년 8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자택 인근에서 양평동에 있는 이모 집에 혼자 버스를 타고 가다 실종됐다. 당시 조 씨의 어머니는 “아이가 두세 차례 혼자 이모 집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가게 했는데 한 달 뒤 이모가 방문하면서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같은 해 9월 경찰에 신고했으나 조 씨를 찾지 못했다. 조 씨의 어머니는 2023년 7월 20일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며 경찰에 다시 신고했고, 올 1월 실종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기동대가 전면 재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통해 입소자 중 조 씨와 나이가 유사한 여성 133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버스 종점에서 울고 있는 아이가 아동보호소를 통해 성남보육원으로 옮겨졌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경찰은 보육원 측에 입소 아동 기록을 요청하고 면담을 통해 대상자를 선별한 결과 조 씨를 발견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원이 조 씨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분석해 21일 조 씨가 친자임을 확인했다. 조 씨는 보육원 퇴소 후 직장을 구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린 상태였다. 25일 조 씨는 가족과 재회했다. 조 씨 어머니는 “딸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어 항상 마음을 졸였다”며 “경찰이 딸을 찾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스무 살 무렵까지는 가족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름과 나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딸들이 ‘끝까지 찾아보자’고 도와줘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자살 고위험군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한 여성을 구했다.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정선아 씨(30·사진)는 친구와 12일 새벽 마포대교 인근을 지나다 2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이 난간 가까이에 서서 강 쪽을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이 난간 위로 올라서려 하자, 정 씨와 친구는 곧장 달려가 이들을 껴안고 난간에서 끌어내렸다. 정 씨와 친구는 곧바로 지나가던 시민들에게 신고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약 10분간 저항하며 차도로 향하려는 두 여성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정 씨는 “자살 시도자와 매일 마주하는 직업적 경험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 씨가 근무하는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자살 고위험군인 자살 시도자를 위해 심리 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으로 2017년 문을 연 이래 연 500명 이상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정 씨는 “새벽 시간 난간 밖을 바라보던 두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자살 시도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 사람이 난간 위에 발을 올리는 모습을 본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해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고,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이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자살 고위험군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한 여성을 구했다.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소속 사회복지사 정선아 씨(30·사진)는 친구와 12일 새벽 마포대교 인근을 지나다 2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이 난간 가까이에 서서 강 쪽을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이 난간 위로 올라서려 하자, 정 씨와 친구는 곧장 달려가 이들을 껴안고 난간에서 끌어내렸다. 정 씨와 친구는 곧바로 지나가던 시민들에게 신고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약 10분간 저항하며 차도로 향하려는 두 여성을 온몸으로 막아섰다.정 씨는 “자살시도자와 매일 마주하는 직업적 경험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정 씨가 근무하는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자살 고위험군인 자살 시도자를 위해 심리치료와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곳으로 2017년 문을 연 이래 연 500명 이상의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정 씨는 “새벽 시간 난간 밖을 바라보던 두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자살 시도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 사람이 난간 위에 발을 올리는 모습을 본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해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고,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이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번 주말 손님 중에 절반 가까이는 소비쿠폰을 사용했어요.” 서울 성동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훈 씨(45)는 “평소 찌개용 고기를 사가던 단골 손님들도 이번 주말에는 소고기를 사갔다”며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65)는 “이번 주말에는 단골 손님 외에도 다른 손님들이 많이 온 것 같다. 평소보다 빵을 1.5배 정도 많이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 후 첫 주말인 27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한층 밝은 표정이었다. 덩달아 소비자들도 그동안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워 사지 못했던 물품을 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통시장에는 소비쿠폰을 쓸 수 없는 마트 대신 이곳을 찾은 손님들로 북적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가족들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김정현 씨(41)는 “모처럼 새 옷을 장만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오랜만에 외식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동구 대전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도 “상인들이 ‘평소보다 매출이 최소 20∼30% 오른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세종시 보람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태 씨(51)는 “평소에는 점심과 저녁 식사 때만 장사가 됐는데, 이번 주말엔 다른 시간대에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부산에 사는 주부 최모 씨(44)는 “중학생 딸의 방학 수학특강 때문에 부담이 컸는데 소비쿠폰 덕분에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모 씨(66)도 “간만에 생긴 용돈으로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 수 있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팍팍한 지갑 사정으로 미뤘던 소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안모 씨(35)는 “관절 영양제를 사서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모 씨(61)는 “단골 할머니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파마나 염색을 하기 위해 주말에 몰려 왔다”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윤예준 씨(27)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비용을 보태 큰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개인 트레이닝을 등록했다”고 했다. 대형마트들은 점포 내 입점한 안경점, 음식점, 미용실 등 임대 매장 활성화를 위해 해당 매장에서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등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유통업계는 고객을 잡기 위해 매장 입구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이란 안내 문구를 붙여 놓고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자체 브랜드(PB) 생필품 6종과 용기·봉지면 21종을 제휴카드 결제 시 25% 할인했다. 그동안 편의점 판매가 드물었던 소고기 등 축산 상품 기획전도 펼쳤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직장 동료 여러 명과 함께 ‘꼴통 나가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회사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원들을 골라 단체방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남성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신고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건) 당시 회사에서 섭외한 노무법인 측이 회사에 유리한 측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행법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괴롭힘을 입증하도록 한 ‘셀프 조사’ 방식 탓에 제대로 된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나 회사 측이 피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의 피해 입증, 사용자가 해야”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용자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및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야 한다. 자체 조사도 병행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무법인 등을 통한 대리인이 조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의해 대리인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회사의 피해가 불가피한데 회사가 선임해 비용을 지불하는 노무법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 노무사는 “(선임된) 대리인이 고용인인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셀프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헀다. 가해자가 대표일 때도 ‘셀프 조사’가 진행된다. 과거 괴롭힘 당사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 친족일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이를 직접 조사해야 했지만 2023년 규정이 변경돼 사용자의 자체 조사 병행 문구가 추가됐다. 심 노무사는 “(서류상) 병행이지만 실제론 노무법인 혼자 입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 규정대로라면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셀프 조사’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는 매년 늘어… “객관적 조사 구조 필요”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5823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2253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직장갑질119의 신고 건수도 이달 25일 기준 올해에만 1439건에 달한다. 이정동 노무사는 “감수성 변화로 인한 신고 증가는 물론이고 직장 갑질 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캐나다 퀘벡주에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공적 외부 기관(CNESST)이 주도해 사실 조사를 진행하며 재판까지 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1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제거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 및 고용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위원회 운영 등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인력 확충 등 현실적인 문제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노무사는 “현재 고용부 근로감독관 규모로는 접수된 신고만 처리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업무 부하를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부 외부에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행정부 차원에서 객관성이 담보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부 근로감독관 외 별도 형태의 조직을 구성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번 주말 손님 중에 절반 가까이는 소비쿠폰을 사용했어요.”서울 성동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훈 씨(45)는 “평소 찌개용 고기를 사가던 단골 손님들도 이번 주말에는 소고기를 사갔다”며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65)는 “이번 주말에는 단골 손님 외에도 다른 손님들이 많이 온 것 같다. 평소보다 빵을 1.5배 정도 많이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 후 첫 주말인 27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한층 밝은 표정이었다. 덩달아 소비자들도 그동안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워 사지 못했던 물품을 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통시장에는 소비쿠폰을 쓸 수 없는 마트 대신 이곳을 찾은 손님들로 북적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가족들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김정현 씨(41)는 “모처럼 새 옷을 장만했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오랜만에 외식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동구 대전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도 “상인들이 ‘평소보다 매출이 최소 20~30% 이상은 오른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세종시 보람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태 씨(51)는 “평소에는 점심과 저녁 식사 때만 장사가 됐는데, 이번 주말엔 다른 시간대에도 손님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소비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부산에 사는 주부 최모 씨(44)는 “중학생 딸의 방학 수학특강 때문에 부담이 컸는데 소비쿠폰 덕분에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모 씨(66)도 “간만에 생긴 용돈으로 오랜만에 친구들과 회포를 풀 수 있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고물가 시대에 팍팍한 지갑사정으로 미뤘던 소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안모 씨(35)는 “관절 영양제를 사서 부모님께 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모 씨(61)는 “단골 할머니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파마나 염색을 하기 위해 주말에 몰려 왔다”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윤예준 씨(27)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비용을 보태 큰마음 먹고 처음으로 개인 트레이닝을 등록했다”고 했다. 대형마트들은 점포 내 입점한 안경점, 음식점, 미용실 등 임대 매장 활성화를 위해 해당 매장에서 소비쿠폰이 사용가능하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등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유통업계는 고객을 잡기 위해 매장 입구에 ‘소비 쿠폰 사용 가능’이란 안내 문구를 붙여놓고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펼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자체 브랜드(PB) 생필품 6종과 용기·봉지면 21종을 제휴카드 결제 시 25% 할인했다. 그 동안 편의점 판매가 드물었던 소고기 등 축산 상품 기획전도 펼쳤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직장 동료 여러 명과 함께 ‘꼴통 나가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회사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원들을 골라 단체방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남성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신고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건)당시 회사에서 섭외한 노무법인 측이 회사에게 유리한 측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최근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싼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행법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괴롭힘을 입증하도록 한 ‘셀프 조사’ 방식 탓에 제대로 된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나 회사 측이 피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의 피해 입증, 사용자가 해야”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용자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및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야 한다. 자체 조사도 병행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무법인 등을 통한 대리인이 조사를 진행한다.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의해 대리인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회사의 피해가 불가피한데 회사가 선임해 비용을 지불하는 노무법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준형 노무사는 “(선임된) 대리인이 고용인인 회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셀프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헀다.가해자가 대표일 때도 ‘셀프 조사’가 진행된다. 과거 괴롭힘 당사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 친족일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이를 직접 조사해야 했지만 2023년 규정이 변경돼 사용자의 자체 조사 병행 문구가 추가됐다. 심 노무사는 “(서류상) 병행이지만 실제로는 노무법인 혼자 입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 규정 대로라면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셀프 조사’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는 매년 늘어…“객관적 조사 가능한 구조 필요”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5823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2253건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직장갑질119의 신고 건수도 이달 25일 기준 올해에만 1439건에 달한다. 이정동 노무사는 “감수성 변화로 인한 신고 증가는 물론 직장 갑질 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캐나다 퀘벡주에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공적 외부기관(CNESST)이 주도해 사실조사를 진행하며 재판까지 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국내에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제거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 및 고용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위원회 운영 등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인력 확충 등 현실적인 문제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노무사는 “현재 고용부 근로감독관 규모로는 접수된 신고만 처리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업무 부하를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고용부 외부에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행정부 차원에서 객관성이 담보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부 근로감독관 외 별도 형태의 조직을 구성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인천 송도에서 조모 씨(62)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 신고를 접수한 뒤 약 70분이 지나서야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피의자의 위치를 확인하려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가 경찰특공대 도착 전 이미 도주한 상태였던 만큼 경찰이 좀 더 일찍 CCTV를 확인했다면 피의자의 이탈을 조기에 파악하고 구조 시점도 앞당길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20일 오후 9시 31분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오후 9시 41분, 특공대는 오후 10시 16분 현장에 도착했다. 우선적으로 피의자 위치 등을 확인했어야 했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집 안에 있다고 가정해 작전 수립을 거친 뒤 오후 10시 40분경에야 특공대를 피해자인 아들 자택에 진입시켰다. 이후 집 내부에 조 씨가 없는 것을 확인한 오후 10시 43분경 아파트 경비실을 통해 CCTV 확인에 나섰다. 조 씨는 경찰 도착과 동시에 1층 로비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갔고, 이를 확인한 건 오후 11시 18분경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초 신고 접수로부터 약 1시간 45분이 지나서야 CCTV를 확인한 것이다. 그사이 피해자는 자택에 방치돼 신고 접수 90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3차례에 걸친 유족 신고에 ‘(피의자가) 집 안에 있다’ ‘총이 장전돼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조 씨가 내부에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급박한 상황에 CCTV 확보에 경력을 소모했다가 2차 사고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 씨가 범행 후 집을 나서는 장면이 담긴 엘리베이터 CCTV 영상 확보에도 난항을 겪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CCTV 장비를 조작하다가 오류가 발생해 엘리베이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결국 경찰은 1층 로비 CCTV를 통해 조 씨의 외부 동선을 확인했다. 경찰은 조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씨는 “가족 회사에 이름을 올려 월 300만 원 지원을 받았는데 지급이 끊겼다”며 “유일한 가족이 등을 돌려 배신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혼 후에도 (조 씨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인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인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인천 송도에서 조모 씨(62)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가운데, 경찰이 사건 신고를 접수한 뒤 약 70분이 지나서야 아파트 CCTV를 통해 피의자의 위치 확인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가 경찰 도착 전 이미 도주한 상태였던 만큼, 경찰이 CCTV를 먼저 확보했더라면 피의자의 이탈을 더 빨리 확인하고 구조 시점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2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경찰은 특공대가 자택에 진입해 피의자의 도주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야 아파트 CCTV 확인에 나섰다. 조 씨가 1층 로비를 통해 외부로 나간 장면이 CCTV에 포착된 시점은 오후 11시 18분경으로, 최초 신고 접수로부터 약 1시간 45분이 지난 뒤였다.이로 인해 경찰 특공대의 진입도 지연됐다. 특공대는 오후 10시 16분경 현장에 도착했지만, 피의자가 집 안에 있다고 판단해 작전 수립을 거친 뒤 오후 10시 40분경에야 자택에 진입했다. 그 사이 피해자는 방치됐고, 신고 접수 약 90분 만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내용상 피의자가 집 안에 있을 것으로 판단해, 발코니 등 도주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고 설명했다.또한 경찰은 조 씨가 범행 후 집을 나서는 장면이 담긴 엘리베이터 CCTV 영상 확보에도 차질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CCTV 장비를 조작하던 중 오류가 발생해 엘리베이터 CCTV 영상 확보에 실패하며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결국 경찰은 엘리베이터 대신 1층 로비 CCTV를 통해 피의자의 외부 동선을 추적하고, 관제센터 영상과 차량 번호 조회 등을 통해 수배에 나섰다.경찰은 조 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프로파일러 면담에서 조 씨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유족은 “이혼 후에도 자식들의 아버지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를 부인했다. 초기 조사에서 조 씨는 “가정불화”를 언급했지만, 유족 측은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갈등이 없었다고 밝혔다.특히 경찰은 조 씨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조 씨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에는 사제 총기 제작 관련 유튜브 시청 내역 등 핵심 정보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조 씨 자택에서 확보한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가 제거된 상태인 점을 확인하고, 현재 휴대전화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4일에는 유가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동기 단정은 어렵다”며 “프로파일러 면담 분석 보고서 등을 토대로 조 씨의 범행 동기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인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인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인천 송도에서 자신의 생일날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조모 씨(62)가 며느리와 손주들까지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조 씨는 이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기한 채 범행 동기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거부했다. 인천지법은 이날 오후 2시 살인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조 씨는 경찰에 출석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심사에 응하지 않았다.조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말라”며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 도봉구 자택에 폭발물을 설치했던 것에 대해선 “생을 정리할 목적이었으며,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 씨가) 피해자뿐 아니라 함께 있던 며느리와 손주들도 모두 살해하려고 했다”며 “무차별적 살인을 계획했지만 총기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주들을 피신시키고 숨어 있던 며느리가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추격했다”며 “방문을 잠그자 수차례 위협하며 문을 열려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가까운 지인은 “조 씨가 아들에게 총을 쏜 뒤엔 며느리와 손주들을 향해 ‘너도 죽일 거야. 애들도 다 죽일 거야’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가족 간에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아니다. 명절이나 생일날마다 다 같이 모이고 축하했다”며 “(조 씨의 전처도) 이번에 원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 가려다가, 국내 출장 때문에 못 간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조 씨의 행동이) 이상했다더라. 가족들이 조 씨의 집으로 가서 축하하려고 했는데, 조 씨가 ‘오지 마라. 내가 가겠다’고 해서 송도에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범행에 전처와 아들은 사업적으로 성공한 반면 피의자는 현재 무직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장 아끼는 것’에 대한 응징, 복수, 아픔을 주기 위해서 아들을 택했을 수 있다”며 “집에 방화를 준비해 놓은 것도 ‘보여주기 위한’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씨는 70평대 아파트에 살았고, 아들도 송도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살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총상을 입고도 1시간 넘게 집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대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20일 오후 9시 31분경 처음 피해자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집 내부로 진입한 건 약 1시간 10분이 지난 오후 10시 40분이었다. 경찰은 조 씨가 집 안에 있을 경우 총격전이 우려돼 경찰특공대를 기다린 뒤 진입했다고 해명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인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총 직접 만들어 아들 살해 60대… 서울 자택엔 ‘시한 폭탄’도 설치인천에서 60대 남성이 직접 제작한 총기로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은 남성의 생일이었고, 아들은 아버지를 초대해 생일잔치를 준비한 상황이었다. 이 남성은 서울 도봉구 자택에 ‘21일 낮 12시’에 폭발하도록 설정된 사제 폭발물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가정불화를 이유로 범행을 계획했고,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총기를 직접 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노출되는 총기 제작 정보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자신의 생일날 아들이 마련한 저녁 자리에 초대받은 60대 남성이 직접 제작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는 타이머가 설정된 폭발물 15개가 발견돼 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해당 남성은 총기와 폭발물 모두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생일날 손주들 앞에서 아들 살해한 아버지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모 씨(62)를 긴급 체포했다. 조 씨는 전날 오후 9시 31분경 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들(34)의 집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총기·폭발물 등을 불법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일 생일을 맞아 아들 초대를 받았다. 조 씨가 방문한 아들 집에는 아들 부부와 아홉 살, 다섯 살인 손주들도 함께 있었다. 조 씨는 오후 9시 반경 “잠깐 외출하겠다”고 한 뒤 자신의 차량에서 사제 총기를 꺼내 와 아들을 향해 두 차례, 출입문을 향해 한 차례 총을 발사했다. 이 중 두 발이 아들의 몸에 맞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사제 총기는 길이 40cm의 쇠파이프 형태로, 격발 장치를 갖춘 산탄총이었다. 복부 등에 총상을 입은 아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오후 9시 33분경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는 며느리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했다. 조 씨는 이미 차량을 타고 도주한 상태였다. 그는 범행 3시간여 뒤인 21일 0시 15분경 서울 서초구의 한 거리에서 붙잡혔다.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 낮 12시에 사제 폭탄이 터지도록 설치해 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 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을 수색해 시너를 담은 페트병 15개를 서로 연결한 형태의 폭발물을 발견했다. 일부에는 발화 장치와 타이머까지 설치돼 있었다. 폭발 예정 시간도 진술대로 21일 낮 12시로 설정돼 있었다. 경찰은 이날 새벽 주민 105명을 대피시키고 폭발물 해제 작업을 벌여 사고를 막았다. 조 씨는 “범행 전에 폭발물 설치를 완료했고, 이후 한강 등으로 이동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조 씨의 차량에서는 사제 총기 외에도 총열로 추정되는 쇠파이프 11점과 산탄 86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일부는 장전된 상태였다. 경찰은 조 씨가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 씨가 아들만을 겨냥한 계획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 “아들이 부모 이혼을 아버지 탓해 갈등”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약 20년 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엽총용 산탄을 구매했던 전력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그 외에는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 씨는 현재 무직으로 총기 제작 관련 직업 경험이나 범죄 전력, 정신질환 치료 이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가정불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년 전 이혼한 뒤 이혼 사유를 둘러싸고 아들과 오랜 갈등을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평소 아들이 ‘어머니와의 이혼은 아버지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려 다툼이 잦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조 씨의 아내는 현재 서울에서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가정불화를 이유로 범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동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 씨와 가족 간 왕래는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며느리의 소셜미디어에는 10년 전 생일을 맞은 조 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찍은 사진과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게시물도 올라와 있었다. 경찰은 조 씨의 범행 동기뿐 아니라, 아들만을 겨냥한 범행이라면 왜 수십 개의 총기 부품과 폭발물을 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적극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심층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범행 장면을 목격한 피해자의 아내와 자녀에 대한 심리 지원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인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자신의 생일날, 아들이 마련한 저녁 자리에 초대받은 60대 남성이 직접 만든 사제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뒤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는 타이머가 설정된 사제 폭발물 15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20년 전 아내와 이혼한 이후 아들과 갈등을 겪어 왔으며, 아들이 이혼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면서 관계가 악화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생일날 손주들 앞에서 아들 살해한 아버지인천 연수경찰서는 21일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모 씨(62)를 긴급 체포했다. 조 씨는 전날 오후 9시 31분경 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들(34)의 집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총기·폭발물 등을 불법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20일 생일을 맞아 아들 초대를 받았다. 조 씨가 방문한 아들 집에는 아들 부부와 아홉 살, 다섯 살인 손주들도 함께 있었다. 조 씨는 오후 9시 반경 “잠깐 외출하겠다”고 한 뒤 자신의 차량에서 사제 총기를 꺼내 와 아들을 향해 두 차례, 출입문을 향해 한 차례 총을 발사했다. 이 중 두 발이 아들의 몸에 맞았다.현장에서 발견된 사제 총기는 길이 40cm의 쇠파이프 형태로, 격발 장치를 갖춘 산탄총이었다. 복부 등에 총상을 입은 아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오후 9시 33분경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는 며느리의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조 씨는 이미 차량을 타고 도주한 상태였다. 그는 범행 3시간여 뒤인 21일 0시 20분경 서울 서초구의 한 거리에서 붙잡혔다.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 낮 12시에 사제 폭탄이 터지도록 설치해 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 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을 수색해 시너를 담은 페트병 15개를 서로 연결한 형태의 폭발물을 발견했다. 일부에는 발화 장치와 타이머까지 설치돼 있었다. 폭발 예정 시간도 진술대로 21일 낮 12시로 설정돼 있었다. 경찰은 이날 새벽 주민 105명을 대피시키고 폭발물 해제 작업을 벌여 사고를 막았다. 조 씨는 “범행 전에 폭발물 설치를 완료했고, 이후 한강 등으로 이동하려 했다”고 진술했다.조 씨의 차량에서는 사제 총기 외에도 총열로 추정되는 쇠파이프 11점과 산탄 86발이 추가로 발견됐다. 일부는 장전된 상태였다. 경찰은 조 씨가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마약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 씨가 아들만을 겨냥한 계획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 “아들이 이혼한 아버지 탓해 잦은 갈등” 주장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약 20년 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고 엽총용 산탄을 구매했던 전력이 있다고 진술했지만, 그 외에는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 씨는 현재 무직으로 총기 제작 관련 직업 경험이나 범죄 전력, 정신질환 치료 이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조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가정불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년 전 이혼한 뒤 이혼 사유를 둘러싸고 아들과 오랜 갈등을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평소 ‘어머니와의 이혼은 아버지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려 다툼이 잦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조 씨의 아내는 현재 서울에서 유명 미용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가정불화를 이유로 범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동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조 씨와 가족 간 왕래는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며느리의 소셜미디어에는 10년 전 생일을 맞은 조 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함께 찍은 사진과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게시물도 올라와 있었다.경찰은 조 씨의 범행 동기뿐 아니라, 아들만을 겨냥한 범행이라면 왜 수십 개의 총기 부품과 폭발물을 제작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적극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심층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범행 장면을 목격한 피해자의 아내와 자녀에 대한 심리 지원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인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인천=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17일 경기 광명시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파트 화재에서 필로티(기둥만 두고 벽체 없이 개방)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 유입이 원활해 불이 번지기 쉬운 반면 출입구인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대피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30만 채가 넘는 필로티 건물의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3명 숨져18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10층짜리 아파트의 화재 현장에서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할 만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경기소방재난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이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발화 지점이 필로티 구조의 1층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 케이블 트레이로 추정된 것이다. 주변에는 단열재 등 불이 잘 붙는 물질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누전에 의한 화재에 무게를 두고, 국과수의 정밀 감정 후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판단할 예정이다. 발화 지점인 지상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관련법에 따라 1990년 6월부터 ‘16층 이상’ 건물에 의무화됐다. 이후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불이 난 아파트는 10층으로 2014년 7월 준공돼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불길은 약 1시간 20분 만에 잡혔지만 사망자 3명을 비롯해 중상 9명, 경상 55명 등 모두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재민 30여 명은 현재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화재 시 아궁이처럼 연기 번지고 대피 어려워필로티 구조는 2000년대 초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1층 주민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 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전국의 필로티 건축물은 총 30만3980동이고, 그중 주거용이 25만7197동이다. 필로티 건물은 구조상 공기 공급이 원활해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아궁이 효과’로 인해 연기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주민들이 연기 흡입 등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작은 불도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번 광명시 사고 역시 주차된 차량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더 커졌다. 게다가 주차장을 거쳐야만 출입구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대피가 어려웠다. 필로티 구조에서 발생한 불이 인명 피해를 키운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 8층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선 2015년 1월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5명이 죽고 125명이 다쳤다. 당시 필로티 구조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관리·감독하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15년 필로티 건물에 가연성 소재 외장재는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법 개정 이전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은 손을 쓰기 어렵다”며 “전에 지어진 건물을 포함해 재료 규제들이 잘 지켜지도록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광명=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17일 경기 광명시에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파트 화재에서 필로티(기둥만 두고 벽체 없이 개방)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 유입이 원활해 불이 번지기 쉬운 반면, 출입구인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대피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30만 채가 넘는 필로티 건물의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층 필로티 주차장서 시작된 불로 3명 숨져18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10층짜리 아파트의 화재 현장에서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추정할 만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기관이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발화 지점이 필로티 구조의 1층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 케이블 트레이로 추정된 것이다. 주변에는 단열재 등 불이 잘 붙는 물질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누전에 의한 화재에 무게를 두고, 국과수의 정밀감정 후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판단할 예정이다.발화 지점인 지상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프링클러 설치는 관련법에 따라 1990년 6월부터 ‘16층 이상’ 건물에 의무화됐다. 이후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불이 난 아파트는 10층으로 2014년 7월 준공돼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불길을 약 1시간 20분 만에 잡혔지만 사망자 3명을 비롯해, 중상 9명, 경상 55명 등 모두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재민 30여 명은 현재 광명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화재시 아궁이처럼 연기 번지고 대피 어려워필로티 구조는 2000년대 초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1층 주민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국에 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전국의 필로티 건축물은 총 30만3980동이고, 그 중 주거용 25만7197동이다.필로티 건물은 구조상 공기 공급이 원활해 화재에 취약하다. 건물 1층에서 불이 날 경우 ‘아궁이 효과’로 인해 연기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주민들이 연기 흡입 등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작은 불도 크게 번질 수 있다. 이번 광명시 사고 역시 주차된 차량이 연쇄 폭발하면서 불길이 더 커졌다. 게다가 주차장을 거쳐야만 출입구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대피가 어려웠다. 필로티 구조에서 발생한 불이 인명피해를 키운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 8층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선 2015년 1월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5명이 죽고 125명이 다쳤다. 당시 필로티 구조가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관리·감독하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15년 필로티 건물에 가연성 소재 외장재는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법 개정 이전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은 손을 쓰기 어렵다”며 “전에 지어진 건물을 포함해 재료 규제들이 잘 지켜지도록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광명=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아이 하굣길이 불안해서 사설 경호업체를 알아볼까 고민 중입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7세 자녀를 키우는 양수찬 씨(43)는 최근 자녀가 귀가하는 시간마다 불안하다며 14일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초구에서 한 70대 여성이 초등학생에게 현금을 제안하며 집으로 유인하려 한 사건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 불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양 씨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의 등하굣길을 직접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돈이 들더라도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20만 원’ 경호 서비스에도 문의 최근 서울에서 약취(납치) 및 유인(유괴) 관련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사설 경호업체를 통한 ‘등하교 동행 서비스’까지 알아보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서초구에 있는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70대 여성이 “내 부탁을 들어주면 현금 1만 원을 주겠다”며 한 초등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아이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학부모는 해당 여성을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납치나 유괴 등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강압이나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14일 동아일보가 접촉한 6곳의 사설 경호업체들은 최근 학부모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경호업체 대표 윤문기 씨(57)는 “최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 자녀 등하굣길에 동행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에도 여러 건씩 들어온다”며 “하루 최소 20만 원이라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경호를 의뢰하겠다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호업체 대표 김형진 씨(45)에 따르면 전체 의뢰 중 70∼80%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왔다고 한다. 특히 학부모 사이에선 아이의 동선을 따라가며 눈에 띄지 않게 보호하는 방식의 ‘밀착 동행 경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호업체 대표 이현석 씨(45)는 “아무래도 학부모나 아이들 모두 부담스럽지 않도록 잘 드러나지 않게 보호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납치·유괴 사건 4년 새 1.5배로미성년자 납치 및 유괴 사건은 증가 추세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납치·유괴 사건은 2019년 171건에서 2023년 258건으로 4년 새 1.5배로 증가했다. 이달 1일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초등학생 여아를 간식 등으로 유인해 자신의 차에 태워 유괴하려 한 혐의로 70대 남성이 붙잡혔다. 올 4월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남성 2명이 “음료수 사줄까”라며 초등학교 남학생을 유인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사건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마무리됐지만, 일대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컸다. 같은 달 인천 연수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선 초등학생 2명을 차량으로 유인한 뒤 성추행한 혐의로 2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남성이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미성년자 납치·유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있다. 가정통신문에는 ‘낯선 사람의 말에 응하지 않기’ ‘음식이나 선물 등 받지 않기’ 등의 예방책이 안내됐다. 전문가들은 “범행 의도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동을 보호자 동의 없이 데려가려 한 행위는 상황에 따라 납치나 유괴로 간주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납치 및 유괴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 기반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낯선 사람’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아 쉽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수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어른이 도울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유괴 아동 구출 매뉴얼 등을 마련해 배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아이 하굣길이 불안해서 사설 경호업체를 알아볼까 고민 중입니다.”서울 서초구에서 7세 자녀를 키우는 양수찬 씨(43)는 최근 자녀가 귀가하는 시간마다 불안하다며 14일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초구에서 한 70대 여성이 초등학생에게 현금을 제안하며 집으로 유인하려 한 사건 이후 학부모 사이에서 불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양 씨는 “맞벌이 부부라 아이의 등하굣길을 직접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돈이 들더라도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20만 원’ 경호 서비스에도 문의 최근 서울에서 약취(납치) 유인(유괴) 관련 신고가 잇달아 접수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사설 경호업체를 통한 ‘등하교 동행 서비스’까지 알아보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일 서초구에 있는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70대 여성이 “내 부탁을 들어주면 현금 1만 원을 주겠다”며 한 초등학생을 집으로 데리고 가려 했다. 아이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학부모는 해당 여성을 신고했다. 경찰조사에서 이 여성은 거동이 불편해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납치나 유괴 등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강압이나 고의성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14일 동아일보가 접촉한 6곳의 사설 경호업체들은 최근 학부모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경호업체 대표 윤문기 씨(57)는 “최근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 자녀 등하굣길에 동행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에도 여러 건씩 들어온다”며 “하루 최소 20만 원이라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경호를 의뢰하겠다는 학부모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호업체 대표 김형진 씨(45)에 따르면 전체 의뢰 중 70~80%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왔다고 한다.특히 학부모 사이에선 아이의 동선을 따라가며 눈에 띄지 않게 보호하는 방식의 ‘밀착 동행 경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경호업체 대표 이현석 씨(45)는 “아무래도 학부모나 아이들 모두 부담스럽지 않도록 잘 드러나지 않게 보호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 납치·유괴 사건 4년 새 1.5배로미성년자 납치 및 유괴 사건은 증가 추세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납치·유괴 사건은 2019년 171건에서 2023년 258건으로 4년 새 1.5배로 증가했다. 이달 1일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초등학생 여아를 간식 등으로 유인해 자신의 차에 태워 유괴하려 한 혐의로 70대 남성이 붙잡혔다. 올 4월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남성 2명이 “음료수 사줄까”라며 초등학교 남학생을 유인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사건은 범죄 혐의점이 없어 마무리됐지만, 일대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컸다. 같은달 인천 연수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선 초등학생 2명을 차량으로 유인한 뒤 성추행한 혐의로 2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남성이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미성년자 납치·유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있다. 가정통신문에는 ‘낯선 사람의 말에 응하지 않기’ ‘음식이나 선물 등 받지 않기’ 등이 예방책이 안내됐다.전문가들은 “범행 의도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동을 보호자 동의 없이 데려가려 한 행위는 상황에 따라 납치나 유괴로 간주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납치 유괴 상황을 가장한 시나리오 기반의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낯선 사람’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아 쉽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수상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의 어른이 도울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유괴 아동 구출 매뉴얼 등을 마련해 배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교수 재직 시절 논문 130개를 분석한 결과 최소 논문 11개에서 ‘제자 논문 표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제자 논문에 쓰인 ‘초례(초래)하다’라는 오타까지 그대로 자기 논문에 옮겨 쓴 사례마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가 여러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임명 강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자 학위 논문 오타 “초례하다” 그대로 써1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후보자가 1저자로 등록된 논문 130개를 표절 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 중 최소 11개는 먼저 발표되거나 지도교수인 이 후보자에게 이미 제출된 제자들의 논문과 내용이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의 해당 논문들은 제자들의 논문과 20∼45%의 표절률을 보였다. 학계에선 표절률이 20% 이상이면 표절 의혹을 둘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표절 의혹이 있는 논문 중엔 오탈자를 그대로 적은 논문도 있었다. 이 후보자가 지도한 대학원생 A 씨는 2008년 10월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서론에 “역효과를 초례하고 있다”는 오자를 냈다. 그런데 이듬해 2월 이 후보자가 대한건축학회에 발표한 논문 ‘특화가로 조성을 위한 환경디자인 요소의 영향분석’의 서론에도 똑같이 “역효과를 초례하고 있다”는 오타가 발견됐다.이 후보자와 A 씨의 논문은 제목, 서론 부분이 거의 유사할 뿐 아니라 카피킬러 표절률도 45%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제자 대신 본인의 이름을 1저자로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이미 제자의 논문 내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가로채기했다는 의혹 제기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자는 표절 대상이 된 다른 제자의 논문에서 나온 오타 ‘10m wjd(정)도’를 그대로 베껴 쓰기도 했고, 또 다른 논문에선 “사용하고 않았으며”라는 비문도 똑같이 썼다.● 제자 논문과 서론-결론 상당히 유사제자의 논문과 결론이 거의 똑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 후보자가 2004년 3월 대한건축학회에 발표한 ‘1970년대 이후 한국 주택 거실의 시대별 실내구성 특성 및 이미지 경향분석’ 논문은 2002년 발행된 제자 B 씨의 석사학위 논문과 결론 부분이 상당히 유사했다. 카피킬러로 비교하니 표절률 37%로 내용이 겹쳤다. 두 논문은 결론 부분이 통째로 거의 똑같았다.전문가들은 이 후보자의 이러한 ‘제자 논문 가로채기’가 연구 윤리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제자의 학위논문과 비슷한 내용을 학술논문으로 발표할 때 제1저자는 통상 학위논문의 저자인 제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자 관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목적이 나오는 서론이나 결과물이 포함된 결론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면 데이터 중복 사용 등으로 표절 의심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 측은 “2007∼2019년 (발표된) 논문들은 충남대 내외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윤리위원회의 세밀한 검증을 거쳐 연구 부정행위 없음이 밝혀진 것들”이라며 “개별 논문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소상히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자꾸 제1저자 이야기하는데, 이공계 쪽에선 이런 게 관행이라 문제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與 “청문회서 의혹 해소 못 하면 어려울 수도”여권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위험한 상황”이라며 “청문회에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면 어려울 수 있다”며 손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도 이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라고 지적했다”며 “일방적으로 봐주지 않고 엄격하게 청문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자녀 유학 의혹에 대해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지 못하면 낙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당권 주자인 박찬대 의원도 “그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좀 있는 것 같다. 국민과 함께 눈높이에 맞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필리핀에서 빈곤층 아동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며 후원금을 받아 온 한국인 유튜버가 현지 여중생을 임신·출산하게 한 혐의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다. 4일 필리핀 경찰과 현지 언론 GMA 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유튜버 A 씨는 필리핀 북부의 한 도시에 거주하며 여중생과 동거해 온 혐의로 지난달 11일 현지 당국에 붙잡혔다. 피해 여중생은 최근 A 씨의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A 씨를 아동보호특별법 및 인신매매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A 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필리핀 빈곤 아동에게 공부방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홍보하며 한국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해 왔다. 그는 공부방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고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돕는 곳’이라 소개했고, 후원금으로 새 공부방을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부 영상에서는 후원금이 1000만 원을 넘었다고 직접 공개했다. 영상에는 A 씨가 아이들과 친근하게 지내는 모습, 장난을 치거나 학업에 대한 걱정을 드러내는 장면도 담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성년자와 장기간 동거하고 출산에 이르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필리핀 경찰은 A 씨의 유튜브 계정을 사이버 순찰하던 중 미성년자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에 주목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아동 대상 성범죄가 빈발한 국가 중 하나로, 2022년 성관계 합의 가능 연령을 기존 12세에서 16세로 상향하는 등 관련 법을 강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빈곤국 아동을 노린 한국인의 해외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서 15세 소녀와 성매매를 시도한 20대 한국인이 현지 경찰에 적발돼 처벌받았다. 당시 그는 소녀에게 약 7만 원을 건네려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빈곤 국가의 아동은 유인에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며 “해외에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을 단속할 수 있도록 국제 공조 체계와 경찰 행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2024년 재외국민 사건·사고 가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은 총 3255명이다. 이 중 77.4%인 2519명이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가해자로 집계됐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