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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도쿄 주일본 미국대사관저에서 양국 주요 기업인과 만찬을 갖고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를 독려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한국계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그룹 회장 등을 필두로 미쓰비시, 소니, 라쿠텐, 혼다, 전일본공수(ANA), 이토추상사 같은 기업의 경영진과 하워트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CNN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일본 측이 원자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에 총 4900억 달러(약 703조6000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며 “한 일본 기업은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400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인데, 이름은 차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것을 거론하며 “여러분들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 (일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기 때문이냐”며 농담을 던졌다. 또 미국 알래스카주의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이 이 사업에도 적극 관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후지필름, 다케다제약, 전력기업 제라 등이 대규모 대(對)미국 투자 계획을 속속 밝혔다. 또 도요타는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 내 판매 확대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고려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일본으로 역수입해 판매하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조선 기업 또한 3500억 엔(약 3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항공업계 역시 ANA를 중심으로 미국 보잉 항공기 100대를 공동 구매하기로 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나흘 앞둔 27일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등 관계기관이 행사장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상의 이동 경로 전역에 걸쳐 경호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HICO 주변은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각종 대테러 장비가 배치됐지만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도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에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용할 이동 수단 자체를 ‘움직이는 요새’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화생방 장비 갖춘 ‘더 비스트’ 공수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하늘에 대형 헬기가 굉음을 내며 등장했다. 상공을 돌던 헬기는 점차 고도를 낮춰 경주월드 인접 축구장에 착륙했다. 프로펠러 아래에는 성조기와 ‘UNITED STATES OF AMERICA(미국)’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머린 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김해국제공항과 HICO는 약 91km 거리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차로 약 1시간을 달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공수한 장갑 리무진 ‘더 비스트’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량 9t에 달하는 이 차는 장갑판과 방탄 창문으로 둘러싸여 총탄뿐만 아니라 폭발물 공격까지 견딜 수 있다.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독립형 산소공급장치, 대통령 혈액형과 동일한 응급 수혈팩 냉장고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번호판을 단 디코이(위장 차량)가 함께 운행해 실제 탑승 차량을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 모터케이드(의전차량 행렬)는 약 50대 규모로 구성된다. 미 비밀경호국(USSS) 요원 60여 명이 탑승하며 대테러 대응팀(CAT), 생화학 위기 대응팀, 전자전 차량 ‘워치타워’ 등이 포함된다. 우리 경찰은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선두와 후미에 배치해 이들과 합동으로 이동한다. 경찰은 APEC 기간에 총 요원 약 600명, 순찰차 190여 대, 오토바이 160여 대를 동원해 기동·경호 훈련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예상되는 힐튼경주호텔과 HICO 간 거리는 약 250m에 불과하지만 차량 이동 시 유사한 철통 경호가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 머린 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공중에서 우리 측 지원 헬기가 교통과 지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한다. 통신 교란에 대비한 전파 방호 차량도 도심 주요 지점에 배치될 예정이다.● 시진핑 동선엔 시위대 난입 방지용 펜스 시 주석 역시 김해국제공항으로 도착해 경주 불국사 근처의 코오롱호텔을 숙소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에서 HICO까지는 약 7.5km로 경찰과 경호처는 이동 구간 전체를 사실상 완전 통제 구역으로 설정했다. 정상 차량의 이동 시 주변 교통은 전면 차단되며, 차량 위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시간 추적된다. 2005년 부산 APEC 때 차량 이동로의 맨홀 뚜껑을 모두 용접해 폭발물 테러에 대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내에는 이미 질서 유지용 펜스가 설치됐다. 특히 정상급 숙소(PRS)와 HICO 주변에는 드릴로 바닥에 고정한 금속 울타리가 등장했다. 정상급 차량이 지나는 도로와 보도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보수단체가 APEC 기간에 반중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혹시 모를 난입에 대비한 차단선이다. 정상들이 머무는 호텔 출입구에는 3m 높이로 입구 전체를 가리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시 주석의 경호는 중앙경호국 인력이 주도한다. 중국 승용차 브랜드인 훙치가 만든 전용 리무진 ‘N701’을 동원한다. N701도 더 비스트처럼 군사급 장갑과 독립 공기 시스템, 암호화 통신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행렬에는 폭발물 처리팀(EOD) 차량도 동행하면서 주변의 모든 전화·네트워크 신호를 차단해 원격 폭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들의 이동 수단 자체가 하나의 요새처럼 작동하도록 지상·공중·통신의 3중 방어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경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가 그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공식 인증할 권한을 가진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면 당신이 역사에 ‘겁쟁이(wimp)’로 기록될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현직 부통령은 매 대선마다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최종 인증한다.26일(현지 시간) 미국 ABC방송은 정치전문 기자 조너선 칼의 신간 ‘보복: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을 바꾼 캠페인’의 발췌록을 보도했다. 이 책에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받은 펜스 전 부통령이 관련 내용을 자필로 기록한 내용이 담겼다. 펜스 전 부통령이 직접 남긴 기록을 통해 당시 상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펜스 전 부통령은 사태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일정표에 일일이 손으로 적어뒀다. 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 큰 실수였다. 당신은 잘못된 사람들의 말만 듣는다”고 했다고도 전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 나는 내 마음과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고 답했다.칼 기자는 펜스 전 부통령의 자필 기록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개입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지만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인정하면서 이 자료의 증거 능력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재집권 직후 당시 난입에 관련된 지지자 1500여 명을 사면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의 파국을 막기 위해 핵심 현안에서 일단 동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를 하지 않는 무역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NBC·ABC·CBS 방송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나와 중국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는 무역 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라며 “100% 관세 부과를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논의했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일정 기간 유예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검토하면서 1년간 시행을 연기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국인 중국은 오는 12월 1일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확대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00% 관세 부과 위협을 통해 나에게 막강한 협상 지렛대를 줬다”라며 “그 결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에 따라 관세 부과를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희토류와 추가 관세 외에도 양국은 여러 현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농부들을 위한 대규모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중국이 미국을 황폐화하는 펜타닐 원료물질 문제 해결을 돕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입 중단과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 차단 등에서도 접점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중국 정부도 이날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성과를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쌍방은 상호관세 유예 연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각자의 우려 사항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양국이 각자의 핵심 이익에서 한발씩 물러섬으로써 협상 타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다.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인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내용의 틱톡 합의와 관련해서도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오늘 기준으로 모든 세부 사항이 조율됐으며, 그 합의를 두 정상이 목요일 한국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0일 부산에서 가질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선트 장관과 허리펑 부총리 등 양측 고위급 인사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이틀간 만나 최종 의제를 조율한 결과다. 베선트 장관은 “두 정상은 아시아와 중동에서 성공을 거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사진)이 2028년 대통령 선거 재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한 지 1년 만이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공개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생 공직 생활을 해왔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다는 지적에 그는 “여론조사를 고려했다면 첫 공직에도, 두 번째 공직에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리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많은 기업인과 기관들이 권력 옆에 있고 싶고, 합병 승인을 받거나 조사를 피하려고 폭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미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 뒤 후보직을 사퇴한 끝에 107일간만 선거 운동 기간을 가졌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록을 담은 회고록 ‘107일’을 출간했다. 이번 인터뷰에 대해 백악관 측은 “압도적 패배 후에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24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2028년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3선 방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미 대통령 3선 이상을 금지하고 있다. 배넌은 “다양한 대안이 있고 적절한 시기에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양보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일단 무역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24일(현지 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게 “현재 중국산 제품에 157%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 이는 그들에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그들(중국)은 관세 인하를 원하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특정한 것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그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그걸 보고 싶지 않다”며 “매우 포괄적인 합의를 이룰 좋은 기회가 있다”고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관세, 희토류 등은 물론이고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마약 펜타닐 밀매 방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입하는 사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만 의제는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면서도 대만에 무기를 계속 지원하는 현재의 정책을 바꿀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복잡성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다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CNN, 영국 BBC 등은 미국이 중국에 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거나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해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5, 26일 양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과의 제5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친 후 “협상은 건설적이었고 정상회담을 매우 긍정적인 틀 속에서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반면 리청강(李成钢) 중국 상무부 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솔직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도 “미국은 자국의 입장이 단호하다고 밝혔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해 양측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2028년 대통령 선거 재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패한 지 1년 만이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공개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생 공직 생활을 해왔다”라고 덧붙였다.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낮다는 지적에 그는 “여론조사를 고려했다면 첫 공직에도, 두 번째 공직에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리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 “많은 기업인과 기관들이 권력 옆에 있고 싶고, 합병 승인을 받거나 조사를 피하려고 폭군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미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 뒤 후보직을 사퇴한 끝에 107일간만 선거 운동 기간을 가졌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록을 담은 회고록 ‘107일’을 출간했다. 이번 인터뷰에 대해 백악관 측은 “압도적 패배 후에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24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2028년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3선 방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미 대통령 3선 이상을 금지하고 있다. 배넌은 “다양한 대안이 있고 적절한 시기에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동유럽 헝가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22일 밝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 민간 최대 에너지 회사 루코일에 대한 제재도 직접 발표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첫번째 대러 제재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등 일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사용 제한도 해제했다고 전했다. 해당 미사일의 사용 승인 권한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서 알렉서스 그링커위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으로 이관시켜 우크라이나가 좀 더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런 미국에 맞서 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또 우크라이나 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를 집중 공습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와 대러 제재를 두고 “러시아에 대한 전쟁 행위이며 미국은 우리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 러 대형 에너지 기업 제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6일 “2주 안에 헝가리에서 푸틴과 만나겠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재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의 제재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제재할 때가 됐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두 회사와 그 자회사들, 이들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의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의 주력 산업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 정부의 전쟁자금 조달 능력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다. 그는 “평화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제재 수단을 계속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동참했다. EU는 22일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수익을 겨냥한 제19차 제재안에 합의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동유럽 슬로바키아는 당초 이 안에 반대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재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EU에서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당초 2028년에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겼다. 러시아산 원유 밀수에 활용되는 일명 ‘그림자선단’ 소속 유조선 117척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스톰섀도’ 미사일 사용도 쉬워져 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군사 압박도 강화했다. 스톰섀도를 그링커위치 사령관의 승인만으로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엔 희소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21일에도 러시아 브랸스크의 군수공장을 이 미사일로 공격해 명중시켰다. 스톰섀도의 사거리는 약 250km로 미국산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에이태큼스(ATCMS·사거리 300km)’와 맞먹는다. 공격 목표 설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국이 제공해 사실상 미국의 사용 승인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스톰섀도와 에이태큼스 사용을 잠시 승인한 적은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최종 승인이 떨어진 적은 처음이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22일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감독하고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전략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의 쿠라 미사일 시험장으로 발사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동유럽 헝가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려던 계획을 접었다고 22일 밝혔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 민간 최대 에너지 회사 루코일에 대한 제재도 직접 발표하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등 일부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사용 제한도 해제했다고 전했다. 해당 미사일의 사용 승인 권한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서 알렉서스 그링커위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 유럽 최고사령관으로 이관시켜 우크라이나가 좀 더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러시아는 이런 미국에 맞서 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또 우크라이나 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를 집중 공습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3일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와 대러 제재를 두고 “러시아에 대한 전쟁 행위이며 미국은 우리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 러 대형 에너지 기업 제재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다.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16일 “2주 안에 헝가리에서 푸틴과 만나겠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러시아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단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재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의 제재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제재할 때가 됐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두 회사와 그 자회사들, 이들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의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의 주력 산업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제재를 강화해 러시아 정부의 전쟁자금 조달 능력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다. 그는 “평화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제재 수단을 계속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유럽연합(EU)도 동참했다. EU는 22일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수익을 겨냥한 제19차 제재안에 합의했다. 친러 성향이 강한 동유럽 슬로바키아는 당초 이 안에 반대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재 찬성으로 돌아섰다.이에 따라 2027년부터 EU에서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당초 2028년에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겼다. 러시아산 원유 밀수에 활용되는 일명 ‘그림자선단’ 소속 유조선 117척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총 제재 대상 유조선은 558대로 늘었다.● ‘스톰섀도’ 미사일 사용도 쉬워져서방은 러시아를 향한 군사 압박도 강화했다. ‘스톰섀도’를 그링커위치 사령관의 승인만으로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엔 희소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21일에도 러시아 브랸스크의 군수공장을 이 미사일로 공격해 명중시켰다.스톰섀도의 사거리는 약 250km로 미국산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에이태큼스(ATCMS·사거리 300km)’와 맞먹는다. 공격 목표 설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미국이 제공해 사실상 미국의 사용 승인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스톰섀도와 에이태큼스 사용을 잠시 승인한 적은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최종 승인이 떨어진 적은 처음이다.이에 맞서 러시아는 22일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감독하고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전략핵전력 훈련을 진행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북서부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의 쿠라 미사일 시험장으로 발사했다. 또 이날 러시아는 하르키우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에서 최근 모기가 처음 발견됐다. 추운 날씨와 악천후로 모기가 없었는데, 기후 온난화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가 16일 나방 채집용 덫에서 암컷 모기 2개체와 수컷 모기 1개체를 발견했다. 이번에 채집된 모기는 ‘쿨리세타 아눌라타종’으로, 비교적 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 활동하다 추운 겨울엔 지하실이나 헛간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늪지, 연못 등 모기 서식에 적합한 지형은 있지만 연평균 영상 5도, 겨울 평균 영하 1도의 기후로 인해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웠다. 특히 봄철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모기 유충의 성장을 방해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올 5월 일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18도 이상 오르고, 폭염까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지구 북반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가디언은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무너지고, 따뜻한 남쪽 해역에서 잡히던 고등어가 아이슬란드 근해에서 잡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모기 서식지 확대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는 뎅기열 등 열대성 질환을 옮길 수 있는 이집트 모기 알이 처음 발견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에서 최근 모기가 처음 발견됐다. 추운 날씨와 악천후로 모기가 없었는데, 기후 온난화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1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가 16일 나방 채집용 덫에서 암컷 모기 2개체와 수컷 모기 1개체를 발견했다. 이번에 채집된 모기는 ‘쿨리세타 아눌라타 종’으로, 비교적 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 활동하다 추운 겨울엔 지하실이나 헛간에서 월동을 난다고 한다.아이슬란드는 늪지, 연못 등 모기 서식에 적합한 지형은 있지만 연평균 영상 5도, 겨울 평균 영하 1도의 기후로 인해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웠다. 특히 봄철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모기 유충의 성장을 방해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올 5월 일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18도 이상 오르고, 폭염까지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지구 북반구 평균보다 4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가디언은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무너지고, 따뜻한 남쪽 해역에서 잡히던 고등어가 아이슬란드 근해에서 잡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모기 서식지 확대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는 뎅기열 등 열대성 질환을 옮길 수 있는 이집트 모기 알이 처음 발견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북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주방위군을 파견할 수 있다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앞서 4일 1심이 “주방위군 파견을 일시적으로 금한다”고 결정한 것을 뒤집었다. 오리건주는 즉각 항고 방침을 밝혀 최종 판결은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오리건주를 관할하는 제9순회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20일 2대 1로 “연방 건물을 훼손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위협한 시위대에 대응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관련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적인 군 병력만으로 법률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 주방위군을 연방화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다수 의견을 낸 브리짓 베이드 판사와 라이언 넬슨 판사는 모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연방 판사로 발탁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임명된 수전 그레이버 판사는 “단지 불편한 수준의 시위에 군를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의회가 부여한 대통령의 주방위군 파견 권리는 침략군을 격퇴하거나 폭동을 진압하거나 법집행이 불가능할 때만 인정된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수도 워싱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등에 군대를 투입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등에도 군대 투입 의사를 밝혔다가 지방 법원에 의해 제지됐다. 이번 판결로 포틀랜드는 물론 시카고 등에도 군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현직 대통령이 각 주의 주지사가 관할하는 주방위군을 해당 주지사의 반대에도 투입할 수 있느냐는 논란 또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지난달 17일(현지 시간) 스위스 루가노의 ‘푼토 디지탈레 인레테’ 센터. 주로 70대 이상 고령자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시 산하 기관이다. 흰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안나 무드리 씨(73)가 지인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고령자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 니콜 마르티네스 씨(26)가 그와 나란히 앉아 단체 메일 보내는 방법, 연락처 그룹 만들기 등을 1시간 가까이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처럼 루가노시는 2022년부터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상자산 산업 중심 도시를 지향하는 루가노는 각종 일자리 공고가 거의 온라인으로 공지되자, 노년층도 일자리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간단한 디지털 기술 이용에도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 내용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많은 노년층이 간단하게는 이메일 사용과 온라인 티켓 예매, 복잡하게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용 등을 배우기 위해 센터를 찾는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나선 청년들은 루가노 스위스이탈리아대(USI) 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들로 학기 중 ‘적극적 경청’이란 수업을 듣는 중이라고 했다. 마르티네스 씨는 “대학에선 전문용어를 쓰지만, 여기서는 가장 쉽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센터 벽을 빼곡하게 채운 포스트잇 메모지엔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서 학생들에게 고맙다” 같은 노인 수강생들의 감사 인사말이 남겨져 있었다. 루가노시는 가상자산 산업과 관련 스타트업을 유치 및 육성하는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을 최대한 아우르겠다는 방침이다. 소도시 특성상 노년층 인구 비율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모니카 알리프란디 루가노시 일자리·교육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산업혁명이 큰 변화를 몰고왔듯 지금은 디지털 혁명의 시대”라며 “젊은 세대와 노년층이 함께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루가노=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전, 스위스 남부 소도시 루가노 도심에 1937년 개업한 이탈리아 음식점. 2.3스위스프랑(약 4100원)짜리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자 중년 종업원이 QR코드 단말기를 내밀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비트코인과 연동된 가상지갑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코드를 찍자 즉시 결제가 이뤄졌다. 루가노에선 이처럼 가상자산을 받는 카페, 이발소, 안경점, 서점, 슈퍼마켓 등이 400여 곳에 이른다.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과 손글씨로 쓰인 간판을 보면 현금만 고수할 것 같은 노포에도 가상자산 결제용 QR코드 단말기가 구비돼 있다. 백화점과 시내 환전소엔 테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설치돼 있다. 루가노는 일상에서 가상자산이 폭넓게 적용되는 도시란 명성을 얻으며 관련 기업들이 대거 몰렸고, 그 결과 청년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스위스 남부의 이탈리아어권 도시인 루가노 인구는 지난해 기준 6만8507명. 강원 삼척시(6만9000명)나 경북 문경시(7만1000명) 수준의 소도시로 2010년대 들어 인구 감소에 시달렸다. 루가노 인구는 2020년 6만2333명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디지털 경제 도시를 표방한 뒤 4년새 10% 가까이 늘었다. 불과 4년 만에 6000명 이상이 늘었고 3년간 유치한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만 100여 개에 이른다. 청년층이 최신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하기 위해 찾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규모의 지방 소도시들이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 결과, 올 6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62곳이 소멸위험지역에 들었다. 전체 지방자치단체 중 27.1%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소멸위험지역은 2015년 3곳, 2020년 22곳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약 1조 원 규모로 조성된 지방소멸대응기금까지 마련했지만 지역별 맞춤 정책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동아일보는 최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해외 중소 도시들을 취재했다. 스위스 루가노, 이탈리아 무소멜리, 호주 질롱, 스웨덴 말뫼, 핀란드 오울루, 일본 도야마를 찾아 디지털 경제 활성화, 빈집 활용 공동체 재건, 첨단 제조업 전환, 친환경 도시 조성, 산학협력 생태계 강화, 대중교통 중심 콤팩트 시티 등의 성공 사례들을 알아봤다.옛 은행 도시를 ‘코인 실험장’으로 바꾼 루가노, 청년 인구 늘었다〈1〉 코인 산업으로 되살아난 루가노‘도시 강점’ 금융업 저물며 청년 유출市, 가상자산 산업 키워 도시 살려… 코인으로 세금 납부-상점 결제 가능은행 공실엔 코인 스타트업 유치… 20대 청년 인구 5년새 6% 늘어“루가노가 대도시 밀라노보다 사업 친화적입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인구 6만8507명인 스위스 루가노 시내의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 전용 공용 업무공간 ‘파우스페이스’에서 만난 자코모 주코 씨(42)는 이탈리아 북부의 경제 중심지로 인구가 320만 명인 밀라노 출신이다. 그는 당초 밀라노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루가노시 당국의 활발한 지원 덕분에 기차로 약 1시간 거리인 루가노로 사업처를 옮겼다고 소개했다. 현재 블록체인 교육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주코 씨는 “루가노에서는 각종 세금도 가상자산으로 낼 만큼 이 산업에 친화적이다”라며 “도시 전체가 가상자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당국은 2023년 12월부터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 스위스프랑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 도시 전체가 가상자산 기술 ‘테스트베드’루가노시 당국이 가상화폐와 디지털 경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뒤로 20대 인구는 2019년 6085명에서 지난해 6448명으로 약 5.7% 늘었다. 시 당국은 청년층 직원이 많은 블록체인 기업 유치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유치한 가상자산 관련 기업은 누적 기준 100여 곳에 이른다. 루가노는 과거 관광과 소규모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도시였다. 그러나 2013년 미국이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본격 시행하면서 스위스의 금융 비밀주의가 흔들리자 루가노의 금융업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은행이 입주한 건물에는 잇따라 공실 표시가 붙었다. 청년층은 일자리가 많은 인근 대도시 밀라노로 대거 이동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시는 2020년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지역화폐를 만들고, 이를 이용하면 10%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시 당국이 자체 디지털 지갑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 등과 접촉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비트코인과 테더를 도시 내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플랜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는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위해 과거 PB 업무가 이뤄지던 은행 건물을 파우스페이스로도 재탄생시켰다. 또 매년 전 세계에서 학생들을 초청해 비트코인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플랜B 여름학교에는 29개국 140명이 참가했고, 상당수가 루가노에 있는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했다.지난해 10월 열린 플랜B 포럼에는 2900명이 몰렸고, 일주일간 가상자산 거래가 약 8000건 이뤄졌다. 루가노시 당국은 도심의 차니공원에 비트코인의 창시자이며 아직까지 정확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가상 이미지 동상까지 세웠다. 파우스페이스 건물 한 동엔 현재 테더의 자회사 UBQ, 미국 가상자산 업체 블록스트림, 투자사 풀거벤처스 등 7개 비트코인 관련 기업이 입주해 있다. 스위스 외에도 이탈리아, 캐나다, 이스라엘, 러시아 출신 인력이 모여 일한다. 역시 이탈리아 출신인 도메니코 가브리엘 씨는 “비트코인을 스마트폰 없이 결제하는 소형 단말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암호화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도시 문화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신기술 적극 도입해야 청년 기회 얻어”지난달 17일 시청에서 만난 미켈레 폴레티 시장은 가상자산 친화 도시를 만든 이유로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젊은층에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반 상점에서 가상자산 결제가 가능하도록 자신을 포함한 시 관계자가 적극 설득했다고도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시내에서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하는 도메니코 가바니 씨(41)는 “현재 결제 2% 정도가 가상자산으로 이뤄진다”며 “신용카드가 30년 걸려 정착한 것처럼 결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가상자산 외에도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커뮤니티 ‘다고라’에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중심 산업인 패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협회와 스타트업들이 모여 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테크역량센터(LTCC)’는 인공지능(AI)과 3차원(3D)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패션 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한다. 18일 이곳을 찾았을 때 명품 브랜드 ‘발리’의 과거 컬렉션을 첨단 3D 장비로 스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의류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촬영하고 분석한 뒤 웹사이트를 구성해 디자이너를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기록 보관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레디아 말레차이 다고라 마케팅 매니저는 “루가노는 작은 도시지만, 스위스의 디지털 기술과 이탈리아 북부 전통의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결합하는 강점 덕분에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루가노=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전후 50주년인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밝힌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사진) 전 총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이날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인은 고향인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대표로 자민당 등과 연립 내각을 구성해 1994년 제81대 일본 총리에 오른 그는 이듬해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諸國)의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痛切)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진일보시키며 한일 관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장례 방식 및 일정이 확정되면 조문 등 애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신 고인의 업적과 헌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침략-식민지배 부정땐 日명예 손상” 퇴임후도 이어간 ‘일본 양심’무라야마 前총리 101세로 별세“전쟁의 비참함 젊은층에 알려야”정치생명 걸고 과거사 직시 강조… 日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 세워다카이치,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17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역대 총리 가운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전후 50주년 패전일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 역대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 ‘55년 체제’ 붕괴로 집권 고인은 1924년 3월 3일 오이타의 어촌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48세이던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1993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55년 창립돼 1993년 6월까지 장기집권을 이어온 자민당의 이른바 ‘55년 체제’가 처음 붕괴되면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버블 경제 붕괴로 민심이 돌아선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치면서 1993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 이에 따라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고인은 1994년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자민당이 당시 연이은 정치 스캔들과 버블 경제 몰락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더불어 일본의 양심을 담은 대표적 담화로 꼽힌다. 그는 2000년 정계 은퇴 후에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앞선 대전(大戰) 때 한 일에 대해 반복해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과하자 “미사여구를 늘어놨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사죄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혹평했다. 그는 2020년 ‘신(新)무라야마 담화’를 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과거 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 日 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전문가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무라야마 담화는 한일 관계와 일본 전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역대 정부가 계승하는 역사 인식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문서란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배영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부장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큰 출발점이 됐다”며 “특히 총리가 직접 공식 발표한 내용이기에 이를 함부로 뒤엎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무라야마 별세일에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로 불리는 공물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NHK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참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자민당 간부진을 포함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의원 60여 명이 이날 단체로 참배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7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역대 총리 가운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전후 50주년 패전일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이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 역대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 ‘55년 체제’ 붕괴로 집권고인은 1924년 3월 3일 오이타의 어촌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48세이던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1993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55년 창립돼 1993년 6월까지 장기집권을 이어온 자민당의 이른바 ‘55년 체제’가 처음 붕괴되면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버블 경제 붕괴로 민심이 돌아선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치면서 1993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 이에 따라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고인은 1994년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그는 자민당이 당시 연이은 정치 스캔들과 버블 경제 몰락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더불어 일본의 양심을 담은 대표적 담화로 꼽힌다.그는 2000년 정계 은퇴 후에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앞선 대전(大戰) 때 한 일에 대해 반복해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과하자 “미사여구를 늘어놨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사죄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혹평했다. 그는 2020년 ‘신(新)무라야마 담화’를 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200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과거 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며 “우익화 경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본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저는 일본 국민의 양식을 믿는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 日 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전문가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무라야마 담화는 한일 관계와 일본 전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역대 정부가 계승하는 역사 인식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문서란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배영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부장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큰 출발점이 됐다”며 “특히 총리가 직접 공식 발표한 내용이기에 이를 함부로 뒤엎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무라야마 별세일에 다카이치,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로 불리는 공물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NHK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참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이시바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자민당 간부진을 포함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의원 60여 명이 이날 단체로 참배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영국 국립도서관(대영도서관)이 16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대문호 오스카 와일드(1854~1900)의 도서관 출입증을 재발급했다. 와일드가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출입증이 박탈된 지 130년, 그가 숨진 지 125년 만이다. 그는 아름다움을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두는 유미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희곡 ‘살로메’가 대표작이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국립도서관은 16일 오후 와일드의 손자인 멀린 홀랜드 씨에게 해당 열람증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번 재발급은 동성애를 범죄로 여기는 판결과 도서관의 출입 금지 조치가 부당했다고 영국 국립도서관 측이 뒤늦게 인정한 상징적 조치다.와일드는 1895년 5월 당시 범죄였던 동성애 관계 혐의로 ‘중대한 외설 행위’ 죄목으로 기소돼 2년 중노동형을 선고받았다. 영국 국립도서관 전신인 대영박물관 도서관 이사회는 투옥 이후 그의 출입을 금지했다. 당시 규정상 범죄 유죄 판결자는 도서관 출입 자격이 박탈됐다. 와일드는 수감될 당시 자신보다 16세 어린 앨프리드 더글러스와 동성 연인 관계였다. 더글러스의 아버지 퀸즈베리 경이 와일드를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와일드는 오히려 퀸즈베리 경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재판에서 패소했다. 이후 동성애 혐의로 기소돼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와일드는 동성애가 범죄가 아니었던 프랑스로 망명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여생을 보내던 그는 1900년 11월 30일 뇌수막염으로 46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와일드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자각하기 전인 1884년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국내에선 유미주의 성향 작품 보다 동화 ‘행복한 왕자’를 쓴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동화가 아들들을 위해 쓴 작품이다. 아내 콘스턴스는 와일드가 수감되자 별거를 선언하고, 자신과 두 아들 성을 와일드 대신 홀랜드로 바꿨다. 이번에 할아버지를 대신해 출입증을 받게 된 손자 멀린은 와일드 둘째 아들 비비언 후손이다. 멀린은 저명한 와일드 문학 연구자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동성애 금지 법안은 1967년 폐지 수순을 밟았다. 와일드는 201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왕실 특권을 통해 사후 특별 사면됐다. 영국에서 동성애로 처벌받은 사람을 사면하는 이른바 ‘앨런 튜링법’이 제정된 것은 2017년이다. 이는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은 2차 세계대전당시 독일해군 암호체계 에니그마의 해독기를 만들어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게 이끌고도 동성애로 기소돼 화학적 거세형을 받았고, 이후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주사 부작용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국 국립도서관의 와일드 열람증 재발급은 그에 대한 복권을 통해 동성애 형사처벌 역사를 반성한다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 캐롤 블랙 영국 국립도서관 이사장은 “와일드를 기릴 뿐 아니라 그가 유죄 판결로 직면한 불의와 고통을 인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 사항이다.” 스웨덴 왕위 서열 계승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 부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교장관(44·사진)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빅토리아 왕세녀 방한은 10년 만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경제·기술·환경 등의 분야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강화하려는 취지다.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유럽이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IP4·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협력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조력국 중 하나라는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북한, 러시아,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협력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 국가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210년간 지켜 온 중립국 원칙을 버리고 집단 안보체제인 나토에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쟁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을 현실로 느끼게 된다”며 “나토 가입은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옳고 그름 사이에서 중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올해 초 확정했다. 또 방위산업 강국으로서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해양 및 방공 분야에서 나토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우리는 러시아의 권력 확장에 저항하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돕는 역사적 의무가 있다.”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드 스웨덴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자국 외교단 연설에서 외교 전략을 밝히면서 꺼낸 발언이다. 그 다음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러시아와의 장기적 대결에 대비해야 한다”라고도 밝혔다. 스웨덴은 그해 3월 210년에 걸친 중립국 노선 대신 나토 가입을 통해 서방 집단 안보 체제 일원임을 공식화했던 터다. 당시 이제 막 중립국 노선을 벗어난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장기화에 대해 직설적이고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나토 회원국 결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는 스웨덴 외교 노선은 현재 이 44세 여성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임자 토비아스 빌스트룀 전 외교장관이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빌스트룀 전 장관이 2022년 10월 출범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서 첫 외교장관으로 나토 가입을 매듭지었다면,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직설적인 발언을 통해 나토 내에서 스웨덴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직설 화법으로 나토 내 존재감 과시 “러시아와 장기 대결 준비해야”1981년생인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학창 시절부터 보수 정치권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조인 경력을 거쳐 의회 입성 10년 만에 외교장관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중도우파 성향인 온건당에 몸담은 그는 2014년 스웨덴 의회에 북부 및 동부 스코네 선거구 대표로 선출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의회에서 온건당 이민 및 사회보험정책 대변인 등을 맡았다. 정치 입문 8년 만인 2022년 10월,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내각에서 이민·난민정책부 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우파 정당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강화된 이민 정책을 실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온건당 소속이면서도 스웨덴 민주당과 협력해 이뤄진 정부의 이민정책 개혁의 얼굴이 됐다. 난민 신청 규정을 강화하고 난민 수용을 축소하는 이민 제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올해 1월 국방회의 연설에서 “스웨덴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를 제약하는 데 집중한다”라며 “우리 나토, EU, 스웨덴은 러시아와의 심각한 갈등과 대결에 직면해 있다. 우리가 원하거나 선택하거나 초래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지도부가 한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올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침략자이며, 침략은 결코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다.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도 마찬가지다.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법적 의무”라고 발언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해 5월 스톡홀름 차이나 포럼에서 “ 러시아와 북한 간의 심화된 군사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 모두에 결과를 가져오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선 “스웨덴, EU,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한 중국의 조력에 비판적”이라며 “이는 유럽 안보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유럽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한국 유럽 안보 긴밀히 연계…안보협력 강화 시사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직설 화법을 보였다. 그는 “옳고 그름,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갈등에서 답은 중립이나 비동맹이 아니라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빅토리아 스웨덴 왕세녀 부부 방한 일정에 맞춰 15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찾았다.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한국과 유럽 간 안보가 얼마나 상호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러시아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라는 사실도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유엔 헌장을 기반으로 국가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며 “이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무런 도발 없이 다른 유엔 회원국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같이 국제법과 규칙 기반 세계 질서를 지지하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정말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세계 평화와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러시아가 유럽연합과 유럽에 최소 한 세대 동안 장기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 중은 아니지만 평화 상태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다른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더 많이 돕고, 기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나토 신생 가입국인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더 강한 결집을 요구하는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자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지금은 전쟁도 아니지만 평화도 아냐”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스웨덴 국민과 북유럽 전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국가가 공동 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나토 가입 이전만 하더라도 1814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210년간 중립 정책을 고수해왔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을 피하기 위해 중립 노선을 택했고, 냉전 시기에도 이를 유지했다. 덕분에 나치 독일의 침공을 모면하는 등 유럽이 전쟁 소용돌이에 빠져들 때에도 . 냉전 유럽에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영세중립국을 제외하고 가장 중립국다운 중립국으로 평가받았다.스웨덴에서 냉전 시기 소련의 팽창 위협 속에서 군부를 중심으로 서방권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주장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민 여론은 오랜 중립국 노선이 평화를 지켜준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 나토 가입 주장이 힘을 받지 못했고, 스웨덴은 냉전 붕괴 후 1990년대 스웨덴은 외부 침입 걱정 없이 육군의 90%를 줄였다. 그런 와중에 벌어진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핀란드에 이은 스웨덴의 나토 합류로 발트해는 사실상 ‘나토의 호수’가 됐다. 러시아 해군의 핵심 전략 거점인 발트해를 나토 8개국이 완벽하게 둘러싸게 된 것이다. 발트해 연안에는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접해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핵심 군사기지로 평가받는 만큼 나토 측은 핀란드와 스웨덴 가입을 통해 이를 억제할 만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동남부 고틀란드섬을 주축으로 러시아 위협에 맞선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북극해 전략을 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서방은 판단한다. 스테네르가르드 외교장관도 나토 협력 과정에서 스웨덴의 전략적 입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스웨덴은 2030년까지 군사 분야 투자를 GDP 대비 3.5%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과의 안보 및 산업 협력 강화 시사 스웨덴은 사브(Saab)의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 체계를 보유한 방위산업 강국이기도 하다. 그는 “스웨덴은 나토에 좋은 지리적 위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해양 문화와 방공 분야에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방위산업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16일 조현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위산업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언급했다. 스테네르가드 장관은 인터뷰 중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언급하며, 동맹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협력에 대해 “이 문제는 안보적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 광물과 원자재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는 한국과 스웨덴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한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의 방위비 부담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선 “미국은 나토 5조를 지킨다는 입장이 명확하고, 동맹국에 설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나토 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다른 회원국이 군사행동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미국은 유럽이 국방에 더 많이 지출하고 동맹 방어에서 더 큰 책임을 지도록 노력해왔다”라며 “유럽도 더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지만, 지금부터 투자해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 사항이다.”스웨덴 왕위 서열 계승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 부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마리아 말메르 스테네르가르드 스웨덴 외교장관(44)은 16일 서울 중구 주한스웨덴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빅토리아 왕세녀 방한은 10년 만에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경제·기술·환경 등의 분야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강화하려는 취지다.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유럽이 안보 측면에서 얼마나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IP4·한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협력은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조력국 중 하나라는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북한, 러시아,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협력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 국가 간 안보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전략도 크게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월 210년간 지켜 온 중립국 원칙을 버리고 집단 안보체제인 나토에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스테네르가르드 장관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쟁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협을 현실로 느끼게 된다”며 “나토 가입은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옳고 그름 사이에서 중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스웨덴은 2030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올해 초 확정했다. 또 방위산업 강국으로서 그리펜 전투기와 잠수함 등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해양 및 방공 분야에서 나토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