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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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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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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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中 희토류 무기화’에 관세 맞불… 정상회담앞 ‘기싸움’

    “중국의 조치는 국제 무역에서 전례 없는 일이며 도덕적으로 수치스러운 행위다.”(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을 해치는 건 미국이다.”(12일 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발표된 다음 날인 10일(현지 시간)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12일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올 5월 서로에 대한 관세 유예를 합의한 두 나라가 5개월 만에 다시 대응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에서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큰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수출 규제 조치의 시행 시기를 각각 11월 1일, 12월 1일로 정했다. 당장 상대에 대한 보복에 나서진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측이 물밑 교섭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31일과 다음 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인 양국 정상 간 6년 만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란 해석도 나온다.● 희토류 무기화와 대두 수출 통제에 뿔난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두고 “시장을 막히게 만들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특히 중국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썼다. 이어 “미국은 현재 중국이 내고 있는 관세에 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는 155%로 대폭 오른다. 앞서 미국은 5월 중국과의 합의를 통해 125%이던 관세 중 24% 부과를 유예하고 91%는 취소했다. 그 결과 현재는 기본관세 10%, 마약 ‘펜타닐’ 관세 20%,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에 부과된 25% 등 총 55%의 관세가 중국에 부과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희토류는 미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물론이고 F-35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위성 등 최신식 무기에도 쓰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량의 92%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미국도 사실상 거의 모든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려 해도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설비 및 인력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 산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미국대두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올 5월 이후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공화당 강세 지역인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인디애나주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12일 “미국은 국가 안보를 남용해 수출 통제를 과도하게 확장하고, 중국에 대해 차별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며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대담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관세 정책을 거론했다가 후퇴한 예가 적지 않다는 것. 또 중국이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달리 각종 첨단 기술력 등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뤄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협상 및 타협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 미중 양국이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많다. 두 나라 모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정상회담과 다음 달 10일 만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라는 것. 미 외교매체 더 디플로맷 등은 미중 양국이 올해 초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대립하면서도 결국 협상을 이어갔고 상호관세 유예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갈등 역시 그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미국 측에 관세 철폐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들며 “중국의 이번 희토류 수출 통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전했다. 다만 갈등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NYT는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진전을 기대했던 양국 군의 소통,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나라 경제의 ‘디커플링’(분리) 혹은 ‘탈동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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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협은 없다”… 극한 정쟁 수단 전락한 美 셧다운[글로벌 포커스]

    “민주당이 ‘가미카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폭 특공대) 같은 공격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과 공화당은 정부를 계속 열어두기 위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 ‘라라랜드’ 속에 있는 것 같다.”(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이 2026 미국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를 앞두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해 1일(현지 시간)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일시 업무정지)’됐다. 이번 셧다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위한 보조금 지급 갈등으로 불거졌다. 보조금 지급에 공화당은 반대, 민주당은 찬성하는 상황. 하지만 감세, 불법 이민자 단속,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같은 주요 도시에 대한 군 병력 투입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첨예한 대립이 셧다운의 실질적인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특히 양당 모두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어 셧다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상원 전체 100석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은 53석만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 의원 7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종 ‘일방통행’을 이번 예산안으로 견제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또한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삭감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를 보인다. 극한의 정치 갈등이 이어지면서 미국민의 고통과 불편만 커지고 있다. 셧다운 기간에는 안보, 경찰, 의료, 교통 등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일반 업무가 대부분 중단되고 공무원들도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무엇인지, 또 그 배경과 파장을 살펴본다.● 美, 예산권 전적으로 의회 부여 셧다운이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연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짜거나 집행할 권한이 없는 미국의 예산 체계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헌법과 관련법을 통해 예산안의 심의·의결, 편성권까지 모조리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54조 제3항을 통해 ‘준(準)예산’을 보장하고 있는 한국과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예산에 준한 집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산안 의결이 해를 넘기더라도 정부 기능이 멈추는 사태는 없다. 반면 예산에 관해 입법부에 거의 모든 권한을 부여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 매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의회의 예산안 승인은 보통 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회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의 정부 업무 중지를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다. 그러나 종종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임시 예산안마저 처리하지 못할 때 셧다운이 발발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2025 회계연도 종료가 다가오던 올 9월부터 종료 후 연방정부를 운영할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치했다. 특히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차가 컸다. 공공보험 가입률이 낮은 미국에서는 그간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보험 가입을 독려해 왔다. 공화당은 이 보조금이 ‘재정 낭비’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맞선다.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돈이 들어간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셧다운 발발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의견 차가 커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수차례 상원 표결이 이어졌지만 모두 부결됐다.● 공무원 75만 명 무급 휴직-항공편 지연 속출 셧다운 뒤 미국 사회는 큰 동요를 겪고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연방 공무원(약 210만 명)의 35%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무급 휴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피해도 크지만,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대거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수도 워싱턴의 경우만 해도 워싱턴기념탑,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식물원, 의회 도서관 등이 셧다운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로 문 닫는 공공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 덴버 등 주요 도시의 공항에서는 항공관제 인력 부족으로 항공편 지연도 속속 발생했다. 관제사 등 필수 인력은 연방정부 셧다운 시에도 무급으로 일해야 하지만 급여 없이 일해야 한다는 점에 반발한 일부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식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일 하루에만 미국 내에서 최소 4000여 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는 셧다운 동안 1주일에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셧다운 빈도-기간 점점 증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서 연방정부 전체가 문을 닫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셧다운은 1981년부터 등장했다. 1981년 이전까지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연방 기관들은 양당 대치가 곧 해소될 것으로 여겨 운영을 계속했다. 이때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을 셧다운이 아닌 ‘예산 공백(funding gap)’이라 불렀다. 1980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글래디스 스펠먼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적자(赤字) 방지법(Antideficiency Law)’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무부에 의뢰했다. 해당 법은 ‘의회에서 예산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정부 기관은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펠먼 전 의원은 법무부가 이를 넓게 해석해 예산 공백 상황에서도 연방 공무원들이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반면 당시 벤저민 시빌레티 법무장관은 연방 기관이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안에서 벗어난 지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보수적인 법률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시빌레티 전 장관은 적자방지법을 위반한 기관장에게 5000달러(약 700만 원)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현재의 셧다운이 사실상 일상화된 것이다. 1981년 이후 미국에서는 총 15번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8회), 조지 부시 행정부(1회), 빌 클린턴 행정부(2회), 버락 오바마 행정부(1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3회) 등이다. 21세기 들어 셧다운의 기간 또한 대폭 늘었다. 20세기의 셧다운은 평균 2.2일간 지속됐지만 21세기에는 17.3일로 8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경장벽 건설을 두고 발생한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의 셧다운은 총 35일로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자신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57억 달러(약 7조9800억 원)가 배정돼 있지 않자 예산안을 거부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손을 들었지만 셧다운은 35일간 이어졌다. CNN은 최근의 셧다운을 두고 “점점 더 당파적으로 변해 교착 상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셧다운은 오바마 2기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 이어 이번에 또 발생했다. ‘작은 정부’와 ‘복지 확대’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핵심 정체성과 이념을 상징한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양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셧다운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 트럼프이번 셧다운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삼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갈등 해소의 걸림돌이다. 그는 셧다운 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요 도시에 속속 연방 지원금을 동결하고 있다. 그는 셧다운 첫날인 1일 뉴욕주 뉴욕시의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한 180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동결하기로 했다. 슈머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모두 뉴욕주인데 이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지하철 현대화 프로젝트를 위한 지원금 21억 달러(약 29조4000억 원)의 지급 또한 보류했다. 조만간 대대적인 공무원 해고 조치도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셧다운이 계속되면 상당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며 “그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조리 민주당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반대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후 실세’ 보트가 예산 보복 주도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예산 지급 지연 등에 관한 주무 작업은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4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이틀 차인 2일 보트 국장과 회동했다. 그는 당시 트루스소셜에 “보트 국장이 추천하는 수많은 ‘민주당 기관’ 중 어떤 곳을 축소할지, 또 그 축소가 영구적이어야 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트 국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OMB 부국장, 국장을 지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다시 OMB 국장으로 복귀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대통령의 신뢰 또한 두텁다는 평을 받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해외 원조 축소, 공영방송 예산 삭감, 연방 보조금 지급 지연, 올 7월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구상 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트 국장은 작은 정부와 보수 기독교 세계관을 신봉한다. 또 인종차별 폐해를 가르치는 비판적 역사교육(CRT)에 부정적이다. 올 2월 그의 상원 인준 당시 공화당 의원은 53명이 전원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 47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을 만큼 그 자신이 미국의 정치 및 이념 갈등을 상징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런 보트 국장을 두고 “연방정부를 ‘트럼프식’으로 재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보트는 정부를 축소하는 방법을 평생 동안 생각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CNN에 따르면 보트 국장은 ‘프로젝트 2025’에도 관여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해 연방정부 축소 등 각종 정책을 제언한 사업이다. 다만 보트 국장의 행보에 대해선 공화당 안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이번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하면서도 “보트에게 (나라 곳간의) 열쇠를 넘길 때는 위험하다”고 했다. CNN은 “OMB는 원래 의회가 배정·승인한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보트가 수장이 된 이후 연방 기구를 해체하는 힘을 가진 기관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셧다운(Shutdown)미국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데, 그 전까지 의회 내 갈등으로 인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대통령이 통과된 예산안을 거부할 경우 셧다운이 발생한다. 셧다운이 발생해도 국방,경찰,소방,의료 등의 필수 업무는 가동된다. 다만 국립공원, 박물관 등의 업무는 중단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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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슨 황 “트럼프 H-1B 비자였다면 우리 가족 美이민 불가능”

    “현재 미국 행정부의 정책으로는 우리 가족의 이민이 불가능했을 겁니다.”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62·사진)가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내내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섰고 전문직 취업 비자(H-1B)의 발급 수수료 또한 기존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올렸다.황 CEO는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이 10만 달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민은 ‘아메리칸드림’의 토대다. 누구나 미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재능을 발휘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1963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태어났고 9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학창 시절 아시아계 이민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명실상부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수장이 됐다. 그는 자신이 미국으로 이민을 올 수 있었기에 오늘날 자신과 엔비디아의 성공이 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현재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약 1400건의 H-1B 비자 수수료를 지원하고 있다. 황 CEO는 “모든 직원들에게 이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며 “대통령의 각종 정책이 실용적”이라고 했다.한편 그는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경쟁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 세계가 미국 표준의 AI를 기반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가장 진보된 AI 반도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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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견제” vs “정치쇼” 트럼프 아프간 바그람 기지 반환 요구 속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바그람 공군기지를 반환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담긴 진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바그람 기지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막을 수 있는 미국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세를 규합하기 위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미국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의 기획자인 오사마 빈라덴 알카에다 지도자가 아프간을 통치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보호 아래 은신 중이란 점을 파악한 뒤 아프간을 공격했다. 미군은 이때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47km 떨어진 곳에 있는 바그람 기지에 주둔해 왔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시절인 2021년 미군이 이곳에서 철수할 때까지 아프간 내 핵심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한때는 미군 10만 명이 상주할 정도였다.●“중국 견제를 위한 전초 기지”트럼프 대통령이 바그람 기지 반환을 요구하며 내건 이유는 중국 핵 시설과의 근접성이었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선 바그람 기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바그람 기지로부터 약 2000㎞ 떨어진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에는 롭 누르라는 중국의 핵실험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이곳에서 1964년부터 1996년까지 45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핵실험이 30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은 오래된 핵실험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건 2030년까지 중국이 현재 200개 수준의 핵무기를 1000개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미 국방부의 분석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자오 퉁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미 CBS뉴스에 “롭 누르에서 마지막 폭발 실험은 1996년 실시됐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이 해당 실험장을 계속 유지하고, 심지어 확장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자오 연구원은 롭 누르 실험장이 현재까지도 첨단 항공기, 미사일 시스템, 미사일 방어 기술, 항공우주 차량 등을 개발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바그람 기지 반환은 정치적 제스처”트럼프 대통령의 바그람 기지 반환 요구가 실제로는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미 외교안보매체 더디플로맷은 “트럼프 대통령의 바그람 탈환 공언은 국내 청중에게는 강경함을 과시하고, 바이든 전 대통령의 철군을 비판하며, 대(對)중국 결의를 드러내는 효과를 낸다. 실현 가능성은 미국 선거 주기 속에서 상징성만큼 중요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실제 반환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이 가져다줄 효과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미국은 이미 카타르에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UAE)에 알 다프라 공군기지 등 중동 주요 거점에 군대를 주둔시켜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그람 기지의 반환 요구는 사실상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는 것이다. 더욱이 더디플로맷은 “(바그람 기지 반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병력 재투입, 영구적 안전 보장, 아프간 저항 재점화 위험이 뒤따른다”라며 “정치적으로도 이란과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탈레반을 자극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밀착시킬 공산이 크다”라고 분석했다.더욱이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는 더욱 의문이 제기된다. 또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바그람 기지 반환은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외교 정책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라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바그람 기지 복귀를 지역 영향력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간주하여 탈레반이 이러한 움직임에 저항하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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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팬지보다 조금 나을뿐” 인간의 오만 일깨워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존중합시다. 폭력과 불관용을 이해, 연민, 사랑으로 바꾸도록 노력합시다.”(제인 구달 인스타그램 게시글) 침팬지 행동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동시에 환경운동가였던 제인 구달이 1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제인구달연구소(JGI)는 이날 “구달이 순회 강연 중이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연사로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그를 “지구를 위한 진정한 영웅”이라고 기렸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어려서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소녀인 그가 암탉이 달걀을 낳는 것을 관찰하느라 갑자기 사라져 그의 어머니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적도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인 침팬지 인형 ‘주빌리’를 통해 침팬지에 대한 관심도 시작됐다. 가정 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우연히 가게 된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스승인 영국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 침팬지 연구를 할 기회를 얻는다. 구달은 1960년부터 케냐 인근 국가인 탄자니아의 곰베 숲으로 들어가 야생 침팬지를 매일 관찰했다. 그는 침팬지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고 친분을 형성했다. 그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고 부른 침팬지를 관찰하며 침팬지가 풀잎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흰개미를 낚음을 확인했다.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한다’는 학계의 오랜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었다. 그는 침팬지의 사회성 연구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특히 침팬지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를 공격하는 등 마치 전쟁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을 포착해 냈다. 이 과정에서 침팬지들이 인간처럼 가족이나 집단으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영토와 권력 다툼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뛰어난 현장 연구로 구달은 학부 학위가 없음에도 196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번 결혼했고 첫 결혼에서 아들을 얻었다. 그는 환경 파괴로 침팬지 서식지가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1977년 JGI를 설립해 환경 보호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침팬지 서식지의 파괴는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곳도 파괴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는 “인간은 침팬지보다 좀 더 지적인 유인원일 뿐”이라고 발언하며 인간이 자연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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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카타르에 안보 보장…“어떤 공격도 美에 대한 위협 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우방국인 카타르의 안보를 보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약 3주 전 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하면서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안보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의 정책은 카타르의 영토적 완전성과 안보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장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국은 카타르의 영토, 주권 또는 중요 기반시설에 대한 무력 공격을 미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라고 적시했다.또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미국과 카타르의 이익을 방어하고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외교적, 경제적, 그리고 필요하다면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모든 합법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이번 행정명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 백악관을 찾았을 때 서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달 9일 공습 작전을 공식 사과했다. AP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카타르를 안심시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라고 설명했다.특히 이번 행정명령을 두고 전례 없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정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회원국 전체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체제를 명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조약 5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표방하고, 나토와 집단 방어체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일각에서는 조약과 유사한 수준의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헌법은 조약 체결 권한을 상원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이후의 대통령들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직이 가진 권위를 내세워 한 약속일 뿐”이라고 지적했다.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카타르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교류를 한다는 것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로부터 항공기를 선물받았다며 논란이 휘말린 적이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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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 출신 장관-쇼맨 대통령의 무대”… ‘軍 마가화’ 우려 커진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장관(헤그세스)과 리얼리티쇼 출신 대통령(트럼프)을 위한 무대였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장성급 지휘관 회의’가 주요 언론과 야당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성 준장 이상의 군 지휘부 800여 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안보 및 국방 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에 좌파 이념 척결을 강조하는 ‘훈시성 연설’로 일관한 탓이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장군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정책과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없애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군의 정치화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모두 과거 TV 진행자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정부 행사를 자신들의 무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거론하며 “군의 ‘마가화’를 위해 세금으로 군인들을 모아 값비싼 행사를 치렀다”고 질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비교하며 “핵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또 내년에 군사력 증강을 위해 1조 달러를 투입할 계획도 설명했다. 세부 전략과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핵 전력 증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실제 조치로 이어질 경우 군비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헤그세스 “수염 있고 뚱뚱한 군인 아웃”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약 45분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DEI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군 지도자를 인종, 성 등의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군의 기회 평등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군인의 외모 역시 중요하다”며 수염, 긴 머리 등 자신이 생각하는 ‘군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체력단련(PT) 훈련 또한 의무화하겠다며 “뚱뚱한 군장병을 보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투 병과의 여성 군인에게는 남성 군인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군들을 향해 “나의 말들이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사임해야 한다”며 대규모 물갈이도 시사했다. 뒤이어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도 약 1시간 13분 동안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 정체성, 자부심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핵 역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미 우리의 핵전력을 재건했다. 그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그것(핵전력)을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25년 앞서 있다면서도 “그들이 따라오고 있고, 핵도 그들이 훨씬 뒤처져 있지만 5년 후에는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며, 특히 최근 핵탄두와 잠수함 등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 장성들 연설 내내 ‘무표정’ 일관헤그세스 장관은 2000년대 초 미네소타주 주방위군에서 소령으로 잠시 근무했다. 이런 영관급 장교가 수십 년간 전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수많은 고위 장성에게 훈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엘리엇 애커먼은 NYT에 “고급 장교들에 대한 정신 나간 모욕”이라고 분노했다. 전쟁사 연구의 권위자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헤그세스는 주방위군 소령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며 “그에게는 군사 동맹 관리, 핵잠수함 정비, 공중작전 명령 개발 등보다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두 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에 침묵을 유지해 주목받았다. 군인의 정치 중립 원칙을 어겼다는 논란 촉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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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쇼 출신 트럼프·헤그세스, 장성 800명 소집해 마가 찬양가”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장관(헤그세스)과 리얼리티쇼 출신 대통령(트럼프)을 위한 무대였다.”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장성급 지휘관 회의’가 주요 언론과 야당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1성 준장 이상의 군 지휘부 800여 명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안보 및 국방 전략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좌파 이념 척결을 강조하는 ‘훈시성 연설’로 일관한 탓이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장군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정책과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없애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군의 정치화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두 사람이 모두 과거 TV 진행자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정부 행사를 자신들의 무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거론하며 “군의 ‘마가화’를 위해 세금으로 군인들을 모아 값비싼 행사를 치렀다”고 질타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비교하며 “핵 역량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세부 전략과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핵 전력 증강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헤그세스 “수염있고 뚱뚱한 군인 아웃”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약 45분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DEI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군 지도자를 인종, 성 등의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군의 기회평등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군인의 외모 역시 중요하다”며 수염, 긴 머리 등 자신이 생각하는 ‘군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체력단련(PT) 훈련 또한 의무화하겠다며 “뚱뚱한 군장병을 보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전투 병과의 여성 군인에게는 남성 군인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장군들을 향해 “나의 말들이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 사임해야 한다”며 대규모 물갈이도 시사했다.뒤이어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도 약 1시간 13분 동안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능력에 기반한다. 정치적 이유로 누군가 여러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을 두고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우리의 목적, 정체성, 자부심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핵 역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이미 우리의 핵전력을 재건했다. 그것을 계속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그것(핵전력)을 결코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이 잠수함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비해 25년 앞서 있다면서도 “그들이 따라오고 있고, 핵도 그들이 훨씬 뒤쳐져 있지만 5년 후에는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역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며, 특히 최근 핵탄두와 잠수함 등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 이날 언급된 거의 유일한 국방 전략 관련 내용이란 평가도 나온다.● 장성들 연설 내내 ‘무표정’ 일관헤그세스 장관은 2000년대 초 미네소타주 주방위군에서 소령으로 잠시 근무했다. 이런 영관급 장교가 수십 년간 전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수많은 고위 장성들에게 훈계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해병대 장교 출신인 엘리엇 애커먼은 NYT에 “고급 장교들에 대한 정신 나간 모욕”이라고 분노했다. 전쟁사 연구의 권위자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헤그세스는 주방위군 소령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며 “그에게는 군사 동맹 관리, 핵잠수함 정비, 공중작전 명령 개발 등보다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이날 참석자들은 두 시간 내내 무표정한 얼굴에 침묵을 유지해 주목을 받았다. 군인의 정치 중립 원칙을 어겼다는 논란 촉발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공수부대 장교 출신이며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전략도, 작전 지침도, 실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도 없었다”고 비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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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정부 오늘 셧다운 위기… 임시 예산안 재표결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지도부가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이후에도 연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위해 지난달 29일 회동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 케어’에 관한 예산 삭감 여부를 둘러싼 양당의 이견이 커 타협이 불발됐다. 공화당은 30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재표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여기서 부결되면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된다. 현재로선 부결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임시 예산안 가결에는 60표가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7명이 찬성해 줘야 통과가 가능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이 안이 부결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J D 밴스 부통령,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났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바마 케어’ 가입 시 지급되는 보험료 보조금을 삭감하려는 공화당의 임시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일단 임시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나중에 논의하자며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트루스소셜에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쓴 제프리스 원내대표의 가짜 영상을 게재하며 민주당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 영상에 함께 나온 슈머 원내대표는 “아무도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불법 체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발언한다. 밴스 부통령 또한 “민주당이 옳은 일을 하지 않아 정부가 셧다운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이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수백만 명이 엄청난 의료비 인상에 시달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 또한 “셧다운이 된다면 공화당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동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셧다운에 돌입할 경우 최소 수십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이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다. 국립공원 등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지 않은 시설 또한 문을 닫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2019년 1월에도 셧다운이 이뤄졌는데 당시 약 80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이 해고됐다. 다만 필수 인력인 군인, 법무관 등은 셧다운 종료까지 무급으로 근무해야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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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임시예산안 합의 결렬…민주 “오바마케어 삭감 동의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지도부가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이후에도 연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의 처리를 위해 지난달 29일 회동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 ‘오바마 케어’에 관한 예산 삭감 여부를 둘러싼 양당의 이견이 커 타협이 불발됐다.공화당은 30일 상원에서 임시 예산안의 재표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여기서 부결되면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된다. 현재로선 부결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임시 예산안 가결에는 60표가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7명이 찬성해 줘야 통과가 가능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앞서 지난달 19일에도 이 안이 부결된 바 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J D 밴스 부통령,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났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바마 케어’ 가입 시 지급되는 보험료 보조금을 삭감하려는 공화당의 임시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일단 임시 예산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나중에 논의하자며 맞섰다.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후 트루스소셜에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쓴 제프리스 원내대표의 가짜 영상을 게재하며 민주당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 영상에 함께 나온 슈머 원내대표는 “아무도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불법 체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발언한다. 밴스 부통령 또한 “민주당이 옳은 일을 하지 않아 정부가 셧다운을 향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이 예산안이 통과된다면 수백만 명이 엄청난 의료비 인상에 시달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 또한 “셧다운이 된다면 공화당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동조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셧다운에 돌입할 경우 최소 수십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이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다. 국립공원 등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지 않은 시설 또한 문을 닫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2019년 1월에도 셧다운이 이뤄졌는데 당시 약 80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이 해고됐다. 다만 필수 인력인 군인, 법무관 등은 셧다운 종료까지 무급으로 근무해야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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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케어’ 극한대립… 美정부 셧다운 초읽기

    미국의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가 끝나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이 의료 복지 예산 삭감 여부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위기에 직면했다. 30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부터 연방정부가 문을 닫는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연방정부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ABC방송에 “공화당은 예산 삭감을 취소하고 의료 서비스를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양당은 2025 회계연도 종료 이후에도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개혁법, 즉 ‘오바마케어’를 두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공공 보험의 가입률이 낮은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국민들의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가입 시 소득에 따라 일정액의 보험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임시 예산안에도 이를 반영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한다. 공화당은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다수당이다. 다만 상원에서는 100석 중 53석만 보유하고 있다. 상원의 임시 예산안 가결에는 단순 과반이 아닌 60표가 필요하기에 최소 7명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해 줘야 통과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앞서 19일 하원을 통과한 임시 예산안은 같은 날 상원에서 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슌 원내대표, 제프리스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예산안 타협을 촉구하기로 했다. 다만 그가 양당에 초당적 타협을 주문할지, 민주당에 공화당 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논평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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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발 하라리 “러 아닌 우크라가 전쟁서 승리중”

    이스라엘 역사학자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사진)가 “러시아의 선전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쪽은 우크라이나”라고 밝혔다. 독립국가·민족 파괴라는 전쟁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게 그 이유다. 27일(현지 시간) 하라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이유’란 글에서 “러시아 지도부와 전 세계의 많은 관측자들은 러시아가 키이우를 단숨에 함락하고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군을 격파할 거라고 예상했다”며 “그러나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키이우 공세를 격퇴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 흑해에서 러시아 군함을 침몰시키며 해상전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공중전에서도 러시아의 방공망 장악을 3년 8개월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하라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목표인 우크라이나 파괴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건 이미 분명하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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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드론’ 佛 군기지에도 출몰… 나토, 발트해에 방공함 투입

    최근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 이어 프랑스 군기지에도 러시아 추정 무인기(드론)가 출몰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발트해에 방공함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 남부의 러시아 점령지에 자리 잡은 자포리자 원전에 닷새째 전력 공급이 끊겨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22일 프랑스 북서부 무르멜랑르그랑 기지에 정체 불명의 드론이 나타나 보안경보가 발령됐다. 이곳은 프랑스군 501기갑연대가 주둔한 기지로, 우크라 군이 훈련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덴마크에도 드론이 나타나 코펜하겐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노르웨이 외를란 공군기지에서도 드론이 여러 차례 관측돼 22일 오슬로 공항 운영이 중단됐다. 나토는 프랑스 군기지 등에서 출몰한 드론들이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나토가 발트해에 방공함을 배치하는 등 한층 강화된 경계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전했다. 앞서 나토가 올 초부터 중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발트해에 군함, 초계기, 드론을 배치하는 ‘발틱 센트리’ 작전을 수행 중인데, 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런 가운데 23일 이후 닷새째 자포리자 원전에 외부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전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냉각기가 작동하지 않아 원자로가 과열될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총 10차례 자포리자 원전에 전력 공급이 끊겼지만, 4일 이상 지속된 건 처음이다. 현재는 비상 발전기를 통해 냉각 및 안전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이마저도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와 러시아는 상대방의 공격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AP통신은 “원자로 노심과 사용후 핵연료는 과열 방지를 위해 냉각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처럼 멜트다운(냉각시스템이 멈춰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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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ICE 시설에 총격, 총알엔 ‘안티 ICE’… 트럼프 “급진좌파 테러”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24일(현지 시간) 총격이 가해져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총격범 조슈아 얀(29)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러 발의 총격을 가했고,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 현장에서는 얀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ICE 반대(ANTI-ICE)’ 문구가 적힌 미사용 탄환이 발견됐다. 국토안보부 산하 ICE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체포, 구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10일 청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지 꼭 2주 만에 또다시 정치적 동기로 의심되는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커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또한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진보 진영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안티 ICE’ 총알 발견AP통신 등에 따르면 댈러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ICE 구금시설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시설에 있던 구금자 3명이 총격범 얀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신원은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상자 중 1명은 멕시코 국적자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X에 총격범 얀의 주변에서 ‘안티 ICE’라는 문구가 적힌 총알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얀은 몇 달 전까지 댈러스 북쪽 교외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다. 2015년에 마리화나 판매 혐의로 기소당한 기록이 남아 있다. 얀은 특별한 정치적 활동에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3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 때 투표했다. 잠시 살았던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무소속 유권자’로 자신을 등록했다. 얀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총격 사건을 저지를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얀의 형인 노아는 NBC방송에 “내가 아는 한 그는 ICE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느 쪽의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얀을 2주 전 부모와 함께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급진 좌파 테러범 소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신 나간 범인이 탄피에 ‘안티 ICE’라고 썼다. 커크의 암살 후에도 계속되는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번 주에 좌파 단체 ‘안티파’를 포함한 국내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에게 당장 ICE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수사(修辭)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민주당 일각에서 무리한 단속을 감행한다며 ICE를 ‘나치’에 비유한 것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ICE는 이달 초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공사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 및 구금 조치를 주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총격범은 법 집행기관을 노리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졌다. 이런 공격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이런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놈 국토안보장관도 “이 끔찍한 공격은 ICE에 대한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이 ICE에 대한 공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ICE가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단속하기 위해 곳곳에 요원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민주당, 자유주의 활동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 속에 늘어나는 ICE에 대한 공격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6월까지 ICE 요원에 대한 폭력 사건은 최소 79건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0건의 약 8배다. 특히 멕시코와 국경이 접해 있으며 많은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통로로 꼽히는 텍사스주에서 폭력 사건이 빈번하다. 올 7월에도 텍사스주 앨버레이도에 있는 ICE 구금시설, 인근 매캘런의 국경순찰대 시설에서 각각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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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이민단속국 저격한 총탄에 ‘안티 ICE’…트럼프 “좌파 테러범 소행”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24일(현지 시간) 총격이 가해져,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현지 수사당국은 총격범 조슈아 얀(29)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러 발의 총격을 가했고,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이날 사건 현장에서는 얀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ICE 반대(ANTI-ICE)’ 문구가 적힌 미사용 탄환이 발견됐다. 국토안보부 산하 ICE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불법이민자 단속과 체포, 구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앞서 10일 청년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지 꼭 2주 만에 또다시 정치적 동기로 의심되는 총기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커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또한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진보 진영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티 ICE’ 총알 발견AP통신 등에 따르면 댈러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ICE 구금시설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시설에 있던 구금자 3명이 총격범 얀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사상자 신원은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부상자 중 1명은 멕시코 국적인 것으로 드러났다.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X에 총격범 얀의 주변에서 ‘안티 ICE’라는 문구가 적힌 총알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얀은 몇 달 전까지 댈러스 북쪽 교외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다. 2015년에 마리화나 판매 혐의로 기소당한 기록이 남아 있다.얀은 특별한 정치적 활동에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2020년 3월 텍사스주에서 열린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 때 투표했다. 잠시 살았던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무소속 유권자’로 자신을 등록했다.얀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총격 사건을 저지를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얀의 형인 노아는 NBC방송에 “내가 아는 한 그는 ICE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느 쪽의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얀을 2주 전 부모와 함께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급진 좌파 테러범 소행”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신 나간 범인이 탄피에 ‘안티 ICE’라고 썼다. 커크의 암살 후에도 계속되는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번 주에 좌파 단체 ‘안티파’를 포함한 국내 테러 조직을 해체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들에게 당장 ICE와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수사(修辭)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민주당 일각에서 무리한 단속을 감행한다며 ICE를 ‘나치’에 비유한 것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ICE는 이달초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공사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규모 체포 및 구금 조치를 주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총격범은 법 집행기관을 노리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졌다. 이런 공격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이런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놈 국토안보장관도 “이 끔찍한 공격은 ICE에 대한 증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이 오히려 ICE에 대한 공격을 야기하고 있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ICE가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단속하기 위해 곳곳에 요원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민주당, 자유주의 활동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 속에 늘어나는 ICE에 대한 공격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올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같은 해 6월까지 ICE 요원에 대한 폭력 사건은 최소 79건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0건의 약 8배다.특히 멕시코와 국경을 접했으며 많은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통로로 꼽히는 텍사스주에서 폭력 사건이 빈번하다. 올 7월에도 텍사스주 앨버레이도에 있는 ICE 구금시설, 인근 매캘런의 국경순찰대 시설에서 각각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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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풍 ‘라가사’ 대만 강타… 50명 사상

    초대형 태풍 ‘라가사’가 24일 대만을 강타해 17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 50명이 발생했다. 대만 남쪽을 지나간 태풍은 홍콩과 필리핀에도 피해를 입혔다. 이날 대만중앙통신(CNA)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라가사의 영향으로 대만 동부 화롄현 마타이안시의 언색호가 범람해 약 6000만 t의 물이 인근 마을을 덮쳤다. 이로 인해 마을 전체의 건물 1층이 물에 잠겨 17명이 사망하고 32명이 다쳤다. 당초 소방당국은 100여 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지만,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실종자들과 연락이 닿아 24일 오후 기준 실종자 수는 17명으로 줄었다. 대만은 태풍 경로 가장자리에 있었지만,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7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주민 약 8000명이 대피했고, 수백 건의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지붕 등으로 대피한 주민들의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과 인접한 홍콩, 필리핀도 태풍 영향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항공편이 취소됐다. 필리핀에서는 최소 10명이 이번 태풍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홍콩, 필리핀을 할퀸 라가사는 중국 남부 해안에 상륙했다. 이에 중국 광둥성에서 100만 명 넘게 대피했고, 학교와 공장은 물론 지하철 및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중국 당국은 25일까지 폭풍과 해일 경보를 발령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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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임신중 타이레놀, 자폐아 위험”… 의학계 “근거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이 출생아의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임신부는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타이레놀은 임신부가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진통제로 인식돼 왔다. 국내외 의학계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 대비 2022년 자폐증 발병률이 400% 이상 급증했다는 미 보건당국 통계를 제시하며 “식품의약국(FDA)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B형간염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굳이 B형간염 백신을 맞힐 이유가 없다”며 이날 의료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가 가장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 성분 중 하나로 처방돼 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22년 발행한 ‘임신부 의약품 안전 사용 가이드’에서 “임신 초기 38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열제 등 약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국내 임신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담은 뉴스를 인터넷에 공유하며 타이레놀 복용에 대해 불안감을 보였다. 임신부와 산모 등 약 350만 명을 회원으로 둔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임신 초기 타이레놀을 먹었는데 아이가 괜찮을지 걱정된다”, “그나마 타이레놀이 안전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무서워서 못 먹겠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국내 의학계 전문가들은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연구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단순 두통뿐 아니라 기저질환으로 인한 고열 증상을 보이는 산모에게도 타이레놀이 처방된다”며 “타이레놀이 자폐증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현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단순히 특정 기간 동안 자폐증 진단율과 아세트아미노펜 소비량이 함께 증가했다는 피상적 관찰만으로 둘 사이에 인과적 연결고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논증이 아닌 논리적 오류에 가깝다”는 의견을 게시했다. 미국 의학계에서도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미 산부인과학회의 스티븐 플라이시먼 회장은 성명을 내고 “임신 어느 분기에서건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아동의 신경 발달 장애를 유발한다고 결론을 내린 권위 있는 연구는 한 건도 없다”고 했다. 타이레놀 제조·판매사인 켄뷰(존슨앤드존슨 자회사)는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믿는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뉴욕 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는 이날 7%가량 하락했다. 한국 식약처는 “향후 해당 업체에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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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아프간, 바그람 기지 미반환 땐 나쁜 일 생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군의 핵심 군사시설이었던 ‘바그람 미 공군기지’를 아프간으로부터 반환받겠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군을 전면 철수시켰던 아프간에 미군 재배치를 사실상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그람 공군기지가 중국과 인접해 있고, 중동 내 무력충돌 및 긴장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바그람 공군기지를 다시 역내 거점 군사시설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를 미국에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취재진에게도 “우리는 지금 아프간 측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이를(바그람 공군기지를) 즉시 되찾기를 원한다”며 “그들이 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할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바그람 공군기지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47km 떨어진 곳에 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은 이 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라덴 알카에다 지도자가 아프간을 통치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보호 아래 은신 중이란 점을 파악한 뒤 아프간을 공격했다. 미군이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곳을 중심으로 아프간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 한때는 미군 10만 명이 상주할 정도로 아프간 내 핵심 거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그람 공군기지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중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곳에서 1시간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선 바그람 공군기지가 필수적이라는 것. 바그람 공군기지는 중국으로부터 약 805km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바그람 공군기지를 반환받을 경우) 중국과의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BC방송도 “중동에서 진행되는 대테러 작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바그람 공군기지 반환을 위해 탈레반과 협상 중이라는 걸 시사했지만 실제 반환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키르 잘랄리 탈레반 외교부 고위 관리는 “아프간인은 역사상 누구의 군사 주둔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해외 파병 및 분쟁 개입에 부정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등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마가 진영은 물론이고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아프간 전쟁은 20년간 이어지며 250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지만 성과는 없었던 전쟁으로 인식돼 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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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시진핑과 10월 경주 APEC서 만나기로… 내년초엔 방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미중 정상이 함께 방한하는 건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고율 관세를 주고받던 미중 무역전쟁이 일시 휴전 상태인 가운데 경주 APEC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나 관세, 수출 통제, 희토류 등 핵심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이른 시기에(in the early part of next year·통상 1∼3월을 의미)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내년 중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선 무역 의제보다 민감한 대만 문제 등 안보 이슈도 논의될 수 있고, 경주 APEC에선 이와 관련된 전초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중 정상, 다음 달 경주 APEC과 내년 초 중국에서 만날 예정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통화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무역, 펜타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 필요성, 틱톡 매각 승인 등 여러 중요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경주 APEC 방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미중 정상 간 통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최근 양국 협상은 평등, 존중, 호혜의 정신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여러 차례의 협상을 통해 이룬 성과를 훼손하지 않도록 일방적인 무역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올 들어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던 양국은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11월 10일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미중 정상이 관세 유예 종료를 열흘가량 앞두고 경주에서 만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관세, 반도체 관련 기술 통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의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미중 정상이 경주 APEC에서 만나게 된 것을 두고 내년 1분기(1∼3월)로 예상되는 베이징에서의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회동 성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APEC이 다자 경제 협의체인 만큼 경주에선 양국 간 무역 문제에 집중하고 대만, 남중국해 등 민감한 안보 이슈들은 베이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조건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를 원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올 2월 미 국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만 관련 공식 설명 자료를 갱신하면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뺐다. 일각에선 중국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면 북한의 핵 개발과 북-미 대화 같은 이슈도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韓 정부 “미중 간 만남 최대한 지원” 한국은 경주 APEC에서 미중 정상 간 만남을 환영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는 건 우리한테도 나쁘지 않다”며 “미중 간의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게 될 한중 정상회담을 풀어내기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교두보(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13년 만에 미중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두 나라의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뜻이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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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틱톡 사업권-알고리즘 美가 통제” 中 “우리 법 따라야”

    미중 정상이 19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처리를 협의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틱톡 승인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20일 미 백악관도 “틱톡의 미국 사업권과 알고리즘은 미국이 직접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상무부는 “중국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는 해결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이 3개월 만에 통화를 하며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였지만, 여전히 양국 간 틱톡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틱톡) 거래가 성사됐다고 100% 확신한다”며 “이제 거래에 서명만 하면 되며 우리는 중국과 협력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이 앱을 관리하는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6명은 미국인이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미중 합의에 따라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지분이 20% 미만으로 줄어들 거라고 전했다. 또 새로운 투자자로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투자사 앤드리슨, 사모펀드사 실버레이크 매니지먼트가 참여할 거라고 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 “알고리즘도 미국이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이사진 재구성과 알고리즘 통제 등을 통해 그간 제기된 국가 안보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것. 하지만 중국은 틱톡 미국 사업권 매각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중국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해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해결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이룬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일방적인 무역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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