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욱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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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익숙해질 때쯤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습니다.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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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국제일반36%
미국/북미14%
유럽/EU10%
선거10%
국제정치7%
중동7%
국제정세7%
일본3%
아시아3%
정치일반3%
  • ‘티켓 한장 최고 11억’ 트럼프, 하룻밤에 683억 모금

    “고액(Big-dollar) 모금 행사가 돌아왔다.”(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잠정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하룻밤 만에 모금 행사를 통해 5050만 달러(약 683억 원)를 거둬들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합세해 연 행사에서 벌어들인 2600만 달러의 두 배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법률 비용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선거자금이 부족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통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의 자택에서 ‘취임 리더십 만찬’으로 이름 붙인 대선자금 모금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풋볼팀 뉴욕 제츠 소유주 우디 존슨, 석유 및 가스 거부 해럴드 햄, 설탕 재벌 페페 판줄 등 억만장자 등 120명가량이 참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는 헤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티켓은 장당 81만4600달러(약 11억 원), 그 외 자리 티켓은 25만 달러였다. 두 티켓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기회와 트럼프 행정부 사진이 담긴 ‘커피 테이블 북’(휴게실 내 탁자 위에 놓고 보는 책)이 제공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사에서 45분간 연설하며 “성공만이 우리의 유일한 복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 행사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이날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달 말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성소수자 단체인 ‘로그 캐빈’ 당원들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5050만 달러를 모금했지만 총규모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측이 보유한 선거자금은 지난달까지 1억9200만 달러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931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헤지펀드 억만장자들로부터 자금을 거둬들일 때, 우리 풀뿌리 캠페인은 여러분 덕분에 1분기에만 1억8700만달러를 모금했다”며 소액후원자를 통한 성과임을 과시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큰손’의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카지노 황제’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 셸던 애덜슨 회장,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이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하지 않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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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하룻밤 만에 683억 원 모금…총규모는 바이든의 절반 못미쳐

    “고액(Big-dollar) 모금 행사가 돌아왔다.”(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잠정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하룻밤 만에 모금 행사를 통해 5050만 달러(약 683억 원)를 거둬들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합세해 연 행사에서 벌어들인 2600만 달러의 두 배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법률 비용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선거자금이 부족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통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의 자택에서 ‘취임 리더십 만찬’으로 이름 붙인 대선자금 모금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풋볼팀 뉴욕 제츠 소유주 우디 존슨, 석유 및 가스 거부 해롤드 햄, 설탕 재벌 페페 판줄 등 억만장자 등 120명가량이 참석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는 헤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티켓은 한 장당 81만4600달러(약 11억 원), 그 외 자리 티켓은 25만 달러였다. 두 티켓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진 촬영할 수 있는 기회와 트럼프 행정부 사진이 담긴 ‘커피 테이블 북’(휴게실 내 탁자 위에 놓고 보는 책)이 제공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사에서 45분간 연설하며 “성공만이 우리의 유일한 복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행사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이날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달 말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성소수자 단체인 ‘로그 캐빈’ 당원들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최할 예정이다.이날 행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5050만 달러를 모금했지만 총 규모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측이 보유한 선거자금은 지난달까지 1억9200만 달러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931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가 헤지펀드 억만장자들로부터 자금을 거둬들일 때, 우리 풀뿌리 캠페인은 여러분 덕분에 1분기에만 1억8700만달러를 모금했다”며 소액후원자를 통한 성과임을 과시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큰손’의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카지노 황제’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 셸던 아델슨 회장,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이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하지 않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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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프트 자산 1조4850억원… 노래-공연만으로 첫 억만장자

    현 시대 최고의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35·사진)가 올해 ‘세계 억만장자(Billionaires)’ 대열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다른 사업도 하지 않고 노래와 공연 등 본업만으로 억만장자에 오른 가수는 스위프트가 처음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2일(현지 시간) 2024 새로운 억만장자 명단을 공개하고 “스위프트가 세계 억만장자 2781명 가운데 2545위에 이름을 올렸다”며 “스위프트는 11억 달러(약 1조4850억 원)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포브스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노래와 공연만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상 최초의 뮤지션”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다른 연예인들도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왔으나, 일반적으로 뷰티 사업 등 부업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부를 쌓았다. 하지만 스위프트는 음반 판매 및 공연 등 순수하게 가수 활동으로만 돈을 벌었다고 한다. 포브스는 “스위프트 재산 가운데 5억 달러 이상은 음악 저작권료와 콘서트를 통해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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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 표준시간 만들라”… 美中 달탐사 경쟁속 백악관, 나사에 지시

    미국 백악관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 2026년까지 지구의 국제표준시간 기준인 협정세계시(UTC·Universal Time Coordinated)와 같은 ‘달 표준시간(standard time)’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세계적으로 달 탐사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의 부상을 견제하고 향후에도 우주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 문서에 따르면 최근 아라티 프라바카 OSTP 국장은 NASA에 “협정세계시와 같은 개념의 ‘협정 달 시간(LTC·Lunar Time Coordinated)’을 만들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LTC란 쉽게 말해 달의 환경 등에 맞춘 시간을 일컫는다. 현재 지구에서 그리니치 평균시를 바탕으로 만든 협정세계시처럼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달에 적용되는 통일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OSTP 관계자는 “달에 적용되는 표준시간이 있으면 우주선이나 달 기지 등에서 데이터 전송이나 통신 동기화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준시간을 세우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중력이 달라 달은 지구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OSTP에 따르면 달의 시간은 지구보다 하루 평균 58.7μs(마이크로초·1μs는 100만분의 1초)가 빠르다. 로이터통신은 “OSTP는 정확한 LTC를 만들기 위해 달 표면에 ‘원자시계’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시계란 원자의 전자기파 진동 수를 측정해 시간을 재는 방식이다. 현재 지구 협정세계시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 OSTP는 “달의 까다로운 환경에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정확성을 가진 표준시간은 미국은 물론 모든 우주 탐사 국가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달 표준시간은 미국이 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달 시간을 정하는 방법마저도 맘대로 정할 수 없다. 기존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2027년을 목표로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로, 한국 등 36개국이 가입해 있다. 특히 해당 협정은 최근 2030년 유인 달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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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英, AI 규제 표준 선점 손잡았다

    미국과 영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AI 안전 분야에서 개별 국가 간 협약이 맺어지는 건 처음이다. AI 선진국들이 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향후 이 기술 활용과 관련된 규제 표준 또한 선도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에 따르면 두 나라는 이날 미 워싱턴에서 AI 기술의 안전성, 위험성 등을 평가하고 시험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하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서로 연구원을 파견해 AI 기술 및 지식 등을 교류하기로 했다. 오픈AI, 구글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이 만든 민간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또 시험 방안이 개발되면 최소 한 차례 공동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AI는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기술”이라며 “양국의 협력으로 AI 체계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고, 더 강력한 평가를 수행하고, 더 엄격한 지침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셸 도넬런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 또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차세대 AI 모델을 앞두고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협력해야만 기술의 위험에 대응하고 우리 모두가 더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협력의 이면에 AI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기고 국제 규제 기준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넬런 장관은 “AI 강국인 미국이 영국과 이 협정을 체결한다는 사실은 영국이 AI 안전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MOU를 두고 AI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사진)의 야망이 담겼다고 평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AI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 11월부터 스마트폰으로 특정인의 얼굴을 인식해 그의 성적 취향을 분류하거나, 개개인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 등을 점수로 매기는 인권침해적 AI 서비스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지닌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개발하는 기업은 내년 5월부터 당국의 철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또한 최근 AI 콘텐츠에는 반드시 AI가 콘텐츠 작성자라는 점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방침을 내놨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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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시진핑과 139일만에 통화… 美 “북러 협력-北 도발 우려 전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한국 총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 등을 제어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면 회담을 한 지 139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며 국제사회에서 전선 확대를 경계하고 있고, 시 주석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최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같은 통상 분쟁부터 한반도, 대만해협 등의 긴장 고조까지 양국 갈등이 더 번지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대만해협,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미 전장이거나 우발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지역들이다. 백악관은 통화 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노력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 러시아와의 경제·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를 강조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필리핀은 11일 미 워싱턴에서 사상 첫 3국 정상회의를 갖고 남중국해 공동 순찰 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반도체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도 예고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0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범용(legacy) 반도체 장악을 막기 위한 공급망 협력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첨단 분야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 등이 앞서지만, 범용 분야에선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양국 고위급 교류 재개, 군사소통 전면 복원 등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이달 미 하와이에서 양국 해상 충돌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6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회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에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시 주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으로 사칭한 수백 개의 중국 정부 연계 소셜미디어 계정이 바이든 대통령을 ‘사탄에 물든 소아성애자’로 비방하는 등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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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난에 심판받은 ‘21세기 술탄’… 튀르키예 지방선거 與 참패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국민 결정을 존중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이스탄불에 새 시대가 열렸다. 평화, 민주주의 속에 숨쉴 것이다.”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지난달 31일 치러진 튀르키예(터키) 지방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최대 도시 이스탄불, 행정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참패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하며 최장 2033년까지 장기집권의 길을 연 ‘21세기 술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70)이 2003년 집권 후 가장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당의 참패 요인으로 2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67%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만성적인 경제난, 지난해 초 대지진의 더딘 복구 속도, 반대파 탄압으로 일관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 등이 꼽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직전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며 배수진을 쳤지만 돌아선 민심을 붙잡지 못했다. 특히 이스탄불 시장 연임을 확정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53)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2028년 대선에서 그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 ‘경제난 심판’ 못 피한 에르도안 국영 TRT방송,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대부분의 개표를 마친 가운데 CHP 소속 후보들은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 안탈리아 등 5대 도시 시장 선거에서 모두 AKP 후보를 이겼다. CHP의 전국 득표율 또한 37.2%로 AKP(35.6%)를 앞섰다. 특히 총인구 5분의 1인 약 1600만 명이 거주하고,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담당하는 이스탄불 시장 선거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외곽에서 출생했고, 이곳에서 시장을 지냈다. 이에 그가 ‘정치적 고향’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였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이 51.1%를 얻어 무라트 쿠룸 AKP 후보를 약 10%포인트 차로 눌렀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0개월 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종신 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고물가, 리라 가치 급락, 고실업 등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민심이 빠르게 돌아섰다. 에르도안 정권은 집권 내내 핵심 지지층인 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로 인한 살인적 물가에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고물가를 잡기는커녕 고금리에 취약한 서민 불만만 되레 높아졌다. 지난해 초 남동부에서 발생한 강지진도 반(反)에르도안 여론을 키웠다. 원래 에르도안 정권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었지만 졸속 경제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내진 설계가 부실한 건물의 공사 승인을 남발한 것이 지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 ‘대항마’ 입지 굳힌 이마모을루 선거의 최대 승자로 이마모을루 시장이 꼽힌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일 시청 앞에서 지지자를 향해 “새 시대가 열렸다”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마모을루 시장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둘 다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며 전국적 정치인으로 발돋움했고 젊은 시절 축구 선수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받은 징역형 선고가 열성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진 점도 같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시절인 1997년 튀르키예 극우주의자의 시를 낭송해 종교적 증오를 부추겼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고 4개월을 복역했다. 이마모을루 시장 또한 2019년 첫 시장 선거 당시 반대파를 ‘바보(fools)’로 칭해 1심에서 2년 7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했고 아직 항소심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에르도안 정권이 항소법원의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마모을루 시장에게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이 같은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2028년 대선에서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압도적 패배로 2028년 대선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위태롭게 됐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의 분열된 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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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탄불 시장에 야당 이마모을루 재선 성공…‘에르도안 대항마’로 급부상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53)이 재선에 성공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이스탄불에서 다시 한 번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꺾으면서 차기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도전할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마모을루 시장은 개표율 90% 기준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얻으며 AKP 소속 무라트 쿠룸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이스탄불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탈환하고자 했지만 결국 한 번 더 야당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일 새벽 시청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이스탄불은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스탄불은 그 일을 끝냈다”며 “아침이면 우리는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건설업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이스탄불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가업에 몸을 담던 이마모을루 시장은 2008년 CHP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이스탄불 베일릭두주 구청장에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슬람 수니파지만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그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2019년 3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 때였다. 당시 이마모을루는 AKP의 2인자였던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와 맞붙었다. 결과는 0.2%포인트 앞선 이마모을루의 승리였다. AKP는 이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를 무효화했다. 하지만 이마모을루 시장은 그해 6월 치러진 재선거에서도 8%포인트 앞서며 더 큰 승리를 거뒀다. 1994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스탄불 시장 당선 이후 AKP가 25년간 석권했던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재선 승리로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만 AKP를 사실상 세 번 꺾은 정치인이 됐다.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견제를 받기도 했다.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를 무효화한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바보들(idiots)”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법원은 공무원 모욕죄를 적용해 징역 2년 7개월형을 선고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즉시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은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항소법원 결정에 따라 향후 이마모을루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이마모을루 시장이 걷는 길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 명 다 흑해 동부 지역 출신이며, 젊은 시절 축구 선수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며 전국적인 정치인이 됐고, 법원 판결로 정치적 견제를 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시절인 1997년 연설한 내용이 종교적 선동을 한다며 징역 10개월 형을 받은 바 있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시절 이마모을루 시장이 당시 운영하던 미트볼 식당에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마모을루 시장은 “그가 시장으로 취임한 첫 달에 그는 우리 식당에서 미트볼을 먹었다”며 “나는 그의 돈을 받지 않았고, 그가 살아있는 한 그 청구서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차기 대통령직 도전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메트로폴의 오제르 센카 대표는 “(이번 선거가) 어떤 식으로든 취소되지 않는다면 2028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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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바이든 납치’ 연상 영상 올려… 판사 딸 인신공격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잠정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맞붙게 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피랍된 듯한 허위 이미지를 포함한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경쟁자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자신의 형사 사건을 다루는 판사를 향해 인신모독성 발언을 쏟아내 논란에 휩싸여도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면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공화당 ‘큰손’들은 대항마가 없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성조기를 달고 ‘트럼프 2024’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 픽업트럭이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후방에서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이 트럭 후면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손발을 결박당한 채 바닥에 누워 있는 조작된 사진이 붙어 있었다. 문제의 사진은 친트럼프 단체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로, 일부 온라인 판매업체에서 차량 스티커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의 마이클 타일러 대변인은 “트럼프는 일상적으로 정치폭력을 선동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그 사진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픽업트럭 뒤에 붙어 있던 것”이라며 고의로 연출한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성추문 입막음’ 의혹 형사소송을 담당하는 후안 머천 판사의 딸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을 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후안 머천의 딸 로렌은 광적인 트럼프 혐오자”라며 “그녀는 조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급진 좌파를 위해 일한다”라고 밝혔다. 판사 가족의 정치적 성향을 들춰내 자신의 무고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선거 전략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다른 주자들을 후원했던 ‘큰손’들은 속속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뒤 돌아섰지만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대선을 치르는 게 ‘현실’이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아이작 펄머터 전 마블 회장 등은 지난달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함께 조찬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석유 재벌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회장을 포함한 대규모 후원 행사를 개최한다. 상당수 후원자들이 최대 입장료 81만4600달러(약 11억 원)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WP는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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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英 프로그램 방영하며 청바지 흐릿하게 처리…왜?

    북한 조선중앙TV가 영국 BBC방송 프로그램을 검열해 방영했다고 BBC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BBC에 따르면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프로그램은 원예사가 나와 정원을 가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든 시크릿’이다. BBC는 해당 프로그램을 2010년에 방영했다. 조선중앙TV는 원예사 앨런 티치마시(75)가 흙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식물을 가꾸는 장면에서 앨런의 청바지를 흐리게 처리했다.북한은 1990년대부터 청바지를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며 금지했다. 서구 문물이 북한 청년들에게 불러올 수 있는 ‘황색바람’(자본주의 문화)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스키니진과 같이 몸에 딱 붙는 바지를 입다가 적발될 경우 한 달 간 강제노역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자신이 검열됐다는 소식을 들은 앨런은 “나는 내 자신을 위험한 체제 전복적인 제국주의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내 청바지가 너무 꽉 끼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분명히 받아드릴 수 없었던 것 같다”고 BBC에 말했다.BBC는 가든 시크릿이 북한에서 방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조선중앙TV가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입수해 방영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BBC는 “외국 콘텐츠는 여전히 중국 국경을 통해 밀수된 메모리카드에 담겨 북한에 도착한다”고 지적했다.북한이 영국과 교류하던 2014년에 해당 프로그램이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BBC는 “북한이 서방과 교류하던 시기에 (서방의) ‘소프트 파워’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국의 TV프로그램을 선물하는 논의가 있었다”며 “가든 시크릿이 이때 전달됐는지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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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무기 수출한 러서 이달만 5차례 석유 수송”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로부터 정유를 수송받기 위해 최근 최소 5차례 러시아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든 것이 확인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유 수송이 이뤄진 건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으로 정유 수출을 제한한 대북 제재를 채택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FT가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로부터 공유 받은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은 이달 7일을 시작으로 10일, 13일, 14일, 22일 보스토치니항에 방문했다. 이후 이 유조선이 북한 청진항에서도 발견됐다. FT는 “이 선박들이 모두 러시아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정박지에서 짐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든 유조선 중 1척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구매한 ‘백양산 1호’였다. 1995년 건조된 중량 2998t의 노후 선박으로, 유엔은 2018년 이미 북한이 이 선박을 정유 밀수에 이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선박들은 모두 국제법상 해상에서 반드시 켜야 하는 선박 위치 발신장치(트랜스폰더)를 끄고 운항했다. 조지프 번 RUSI 선임 연구원은 “일부 선박들은 유엔 지정에 따라 외국 항구에 입항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선박들”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정유 수송은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수송한 뒤에 이뤄졌다. 앞서 RUSI는 지난해 8월에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탄약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 두나이항으로 돌아간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FT에 “북한은 지난 7년간 정유 제품을 구하려면 복잡하고 값비싼 범죄 중개 네트워크와 해상 환적을 거치면서 막대한 웃돈을 지불해야 했다”면서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안정적인 정유 확보가 가능해진 셈”이라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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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기권에 ‘가자 휴전결의안’ 통과… 이 “대표단 방미 취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가 25일 채택됐지만, 전쟁의 향배에 키를 쥐고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오히려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등 비상임이사국들이 주도한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표를 던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협상대표단 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대표단은 당초 이번 주 중 가자 최남단 라파 공격과 휴전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안보리 결의로 촉발된 양국의 갈등은 금방 가라앉긴 힘들어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어 쉽사리 휴전을 택하긴 어렵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빨리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바이든에겐 전쟁이 대선 걸림돌 처음 전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반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미국은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스라엘이 가자 민간인들이 밀집한 라파 지역에서 지상전 돌입 의지를 꺾지 않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21∼22일 하버드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정책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약 38%에 불과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흑인 유권자 표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흑인 인권단체 ‘우리들만의 목소리’는 25일 “18∼29세 흑인 유권자의 38%만 올해 대선에 투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투표조차 거부하는 배경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반대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유대계 정치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슈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은 하루빨리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에겐 휴전이 총리 사임 이스라엘 총리실은 25일 유엔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에서 “인질 석방의 조건이 없는 휴전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한 건, 인질을 풀어주지 않아도 휴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마스에 심어줄 것”이라며 비난했다. 자국에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휴전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미 언론매체 액시오스도 미 관료들을 인용해 “백악관은 네타냐후가 자국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전쟁의 갈등을 키우고 싶어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매체 마아리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지지를 포명했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총리에 더 어울린다는 답은 48%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은 “전쟁 중단은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강경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간츠 대표는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게 옳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해 내분 양상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이던 1982년 주미 이스라엘대사로 부임한 네타냐후 총리를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40년 넘게 이어졌던 우정은 최근 서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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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에만 최소 5번… 北, 러시아서 정유 받아갔다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로부터 정유를 수송받기 위해 최근 최소 5차례 러시아 보스토치니 항을 드나든 것이 확인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유 수송이 이뤄진 건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으로 정유 수출을 제한한 대북 제재를 채택한 이후 처음이다.이날 FT가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로부터 공유 받은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은 이달 7일을 시작으로 10일, 13일, 14일, 22일 보스토치니항에 방문했다. 이후 이 유조선이 북한 청진항에서도 발견됐다. FT는 “이 선박들이 모두 러시아 석유회사가 운영하는 정박지에서 짐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특히 보스토치니항을 드나든 유조선 중 1척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구매한 ‘백양산 1호’였다. 이 배가 북한이 유엔의 정유 제품 수입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실시한 선박 간 정유 이동에 관여했다는 점도 이미 드러났다. 조셉 번 RUSI 선임 연구원은 “북한 선박은 외국 항구에 입항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북한으로의 정유 수출 허용량을 연간 50만 배럴(원유는 400만 배럴)로 제한하는 대북 제재를 채택했다. 북한으로 정유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유엔에 사전 보고된 사례에서만 가능하다. RUSI는 이번에 수송된 정유량이 연간 허용량의 4분의 1인 12만5000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번 정유 수송은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수송한 뒤에 이뤄졌다. 앞서 RUSI는 지난해 8월에도 러시아 선박이 북한 나진항에서 탄약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 두나이항으로 돌아간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FT는 이를 두고 북한의 무기와 러시아산 정유의 ‘물물 교환’이 분명하다며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스스로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 ‘무법 국가(outlaw state)’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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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 자르고 전기고문 한듯…러, 테러 용의자 4명 공개

    “극악무도한 범죄자도 인권은 있다.” “100명 넘게 죽었는데 일반 범죄자 대우는 무리다.” 24일 러시아 당국이 이틀 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테러를 자행해 최소 137명을 숨지게 한 핵심 용의자 4명을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 사망자가 143명으로 늘었다는 현지 매체 보도도 나왔다. 다만 10대까지 포함된 용의자들이 심문 과정에서 심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용의자 4명은 모두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국적자로 현재 러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6),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종신형을 받을 수 있다. 공개된 4명의 얼굴은 모두 심하게 멍들고 부어 있었다. 이 가운데 라차발리조다는 귀에 붕대까지 감은 모습이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 요원이 그의 귀를 자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두니가 전기 고문을 받은 듯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진 사진도 등장했다. 용의자 4명 중 3명은 혐의를 인정했다. 일부는 러시아어를 했지만 대개 타지크어 통역이 필요했다. 미르조예프와 라차발리조다는 각각 4명의 자녀가 있었다. 파리두니는 생후 8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였다. 이들이 어떻게 테러를 자행했는지, 특히 10대인 파이조프가 어떤 식으로 가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권위주의 통치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잔혹한 고문을 통해 용의자에게 “우크라이나가 테러 배후”라는 진술을 강요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지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 지시가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온 게 분명하다. 테러 증거가 있고 확보했다면 왜 고문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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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 자르고 전기고문…모스크바 테러범들 ‘만신창이’

    러시아 정부가 22일 모스크바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최소 137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을 붙잡아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 다만 24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이들에게 끔찍한 고문을 자행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이 공개한 용의자 4명은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이다.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와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삼시딘 파리두니(26),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는 테러 혐의로 기소돼 24일 모스크바 법원에 출석했다.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미르조예프와 라차발리조다 등은 법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 법원은 용의자들에게 5월 22일까지 공판 전 구금을 명령했다. 이들 외에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7명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그런데 이날 법원에 출석한 용의자들은 얼굴이 모두 피투성이로 멍이 들어 있었다. 특히 라차발리조다는 귀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소설미디어에 게재된 영상에는 이들이 잔혹한 고문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 러시아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라차발리조다의 귀를 절단해 입에 물리는가 하면, 파리두니가 전기고문을 받은 듯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있기도 했다.심각한 중죄를 저지른 용의자들이긴 하나, 러시아 정부가 재판도 받기 전에 고문부터 저지른 것으로 보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은 가장 높은 곳에서 지시가 내려온 게 분명하다”며 “증거가 있고 그걸 확보했다면, 당국은 왜 이들을 고문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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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배우 디아즈, 52세에 둘째 출산

    미국 할리우드 배우 캐머런 디아즈(사진)가 52세의 나이에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디아즈는 22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아들 카디널 매든의 탄생을 발표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우리 아이는 매우 경탄할 만하고(awesome), 그가 있어 기쁘다”며 “아이의 사생활과 안전을 위해 어떤 사진도 올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디아즈는 2015년 음악가 벤지 매든(45)과 결혼해 2020년 첫딸 래딕스를 낳았다. ‘마스크’ ‘미녀 삼총사’ 등에 출연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디아즈는 2018년 은퇴를 선언했다가 2022년 넷플릭스 영화 ‘백 인 액션’으로 복귀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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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7명 숨진 러 테러, 우크라에 화살 돌린 푸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실)에서 불과 20km 떨어진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22일(현지 시간) 무차별 총격 테러가 벌어져 최소 137명이 숨졌다.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분파인 ‘IS-K’(호라산)는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별다른 정황 공개 없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주하려 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했다.금요일이던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콘서트 관람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러시아 시민들은 무장 괴한의 자동소총 무차별 난사와 방화 등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24일 오후 6시(한국 시간 25일 0시) 기준 최소 137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2004년 3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체첸 반군의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이후 20년 만에 러시아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다.IS-K는 테러 직후 IS와 연계된 뉴스매체 ‘아마끄’를 통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IS-K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하루 뒤인 23일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검거한 뒤 우크라이나와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브랸스크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브랸스크는 모스크바와 300km, 우크라이나와 약 100km 거리에 있다. 푸틴 대통령도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초기 정보에 따르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즉각 “우크라이나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푸틴을 비롯한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면서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반발했다. 백악관은 또 “3월 초 미 정부는 모스크바에서 계획된 테러 공격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에 공유했다”고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의 책임을 우크라이나로 몰아가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강화 명분으로 삼으려는 속내를 드러내자 첩보 공개를 통해 러시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6200명 공연장 출구 잠근채 총격… 엎드려 죽은 척해”크렘린궁서 20km, 러 심장부 테러… “총소리를 콘서트 시작으로 착각도”총기 난사뒤 커튼-좌석 불질러… 화장실-계단 등서 시신 수십구 발견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 체포”… “730만원에 사주 받아” 주장 공개도 “테러범이 우리를 발견했고, 그중 한 명이 달려와 총을 쏘기 시작했어요.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어요.” 22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을 덮친 총격 테러에서 살아남은 한 10대 소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무차별 총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테러범들이 총기 난사 뒤 공연장에 지른 불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왼쪽 얼굴과 왼팔을 거즈로 감싼 채 병원에 누워 23일 러시아 관영 언론 ‘RT’에 “내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끝내 죽은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테러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연 지 닷새 만에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2004년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로 314명이 숨진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온 푸틴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객 향해 총기 난사, 떠나며 방화 이날 밤 이 공연장에는 1978년부터 활동한 러시아의 유명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다. 6200석이 모두 매진될 만큼 인기 있는 콘서트였다. 하지만 무장괴한들이 정문에서부터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공연장 안팎은 ‘생지옥’이 됐다. 테러범들은 출구를 잠근 채 총기를 난사하고 공연장 안에 불을 질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오후 7시 40분경 위장복을 입은 테러범들이 미니밴에서 공연장 앞에 내렸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자동소총, 권총, 칼, 화염병 등으로 무장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연장 유리문 안쪽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고, 길 건너에 있는 사람들까지 표적으로 삼았다. 수십 명이 총격에 쓰러지자 이들은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장 안 관객들은 총소리를 콘서트 시작이라고 착각해 처음에는 대피하지 않았다. 일부 관객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 참변을 당했다. 엘레나 씨(61)는 “사람들이 무대 뒤쪽으로 몰려들자 테러범 중 한 명이 길을 막았다”며 “그러자 관객 중 한 명이 테러범의 총을 빼앗아 개머리판으로 그를 기절시켜 수십 명이 탈출할 수 있었다”고 RT에 전했다. 다만 “그는 살아남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테러범들은 공연장 커튼과 좌석 등에 인화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화장실과 비상계단 등 관객들이 총격과 화재를 피하기 위해 숨었던 곳에서 시신 수십 구가 발견됐다.● 푸틴 “배후 처벌할 것” 예고했지만…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핵심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브랸스크에서 붙잡혔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권총과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테러 용의자 대다수가 사주를 받은 타지키스탄 출신 외국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르가리타 시모냔 RT 편집장이 공개한 용의자 신문 영상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인 샴수트딘 파리둔(26)은 약 한 달 전 신원 미상의 ‘전도사(preacher)’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리둔은 “범행 대가로 50만 루블(약 730만 원)을 약속받았고, ‘나중에 100만 루블을 주겠다’고 재차 들었다”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내부 피로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20년 만의 최악의 테러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테러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예고한 대로 ‘응징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딜레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아시아는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의 ‘뒷문’이어서 강경 대응을 하기는 부담이라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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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장 문 잠근뒤 총기난사…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해”

    “테러범이 우리를 발견했고, 그 중 한 명이 달려와 총을 쏘기 시작했어요. 바닥에 엎드려 죽은 척할 수밖에 없었어요.”22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을 덮친 총격 테러에서 살아남은 한 10대 소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무차별 총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테러범들이 총기 난사 뒤 공연장에 지른 불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왼쪽 얼굴과 왼팔을 거즈로 감싼 채 병원에 누워 23일 러시아 관영 언론 ‘RT’에 “내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끝내 죽은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번 테러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연 지 닷새 만에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2004년 체첸 반군과 러시아군의 충돌로 314명이 숨진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로 꼽힌다.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온 푸틴 대통령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객 향해 총기 난사, 떠나며 방화 이날 밤 이 공연장에는 1978년부터 활동한 러시아의 유명 록밴드 피크닉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다. 6200석이 모두 매진될 만큼 인기 있는 콘서트였다. 하지만 무장괴한들이 정문에서부터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공연장 안팎은 ‘생지옥’이 됐다. 테러범들은 출구를 잠근 채 총기를 난사하고 공연장 안에 불을 질렀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오후 7시 40분경 위장복을 입은 테러범들이 미니밴에서 공연장 앞에 내렸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자동소총, 권총, 칼, 화염병 등으로 무장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연장 유리문 안쪽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고, 길 건너에 있는 사람들까지 표적으로 삼았다. 수십 명이 총격에 쓰러지자 이들은 공연장으로 들어섰다.공연장 안 관객들은 총소리를 콘서트 시작이라고 착각해 처음에는 대피하지 않았다. 일부 관객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 참변을 당했다. 엘레나 씨(61)는 “사람들이 무대 뒤쪽으로 몰려들자 테러범 중 한 명이 길을 막았다”며 “그러자 관객 중 한 명이 테러범의 총을 빼앗아 개머리판으로 그를 기절시켜 수십 명이 탈출할 수 있었다”고 RT에 전했다. 다만 “그는 살아남지 못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테러범들은 공연장 커튼과 좌석 등에 인화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화장실과 비상계단 등 관객들이 총격과 화재를 피하기 위해 숨었던 곳에서 시신 수십 구가 발견됐다.● 푸틴 “배후 처벌할 것” 예고했지만…러시아 연방보안국(FSB)는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핵심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300㎞ 떨어진 브랸스크에서 붙잡혔다. 이들의 차량에서는 권총과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테러 용의자 대다수가 사주를 받은 타지키스탄 출신 외국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르가리타 시모냔 RT 편집장이 공개한 용의자 신문 영상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인 샴숫딘 파리둔(26)은 약 한 달 전 신원 미상의 ‘전도사(preacher)’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리둔은 “범행 대가로 50만 루블(약 730만 원)을 약속받았고, ‘나중에 100만 루블을 주겠다’고 재차 들었다”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내부 피로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20년 만의 최악의 테러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테러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예고한 대로 ‘응징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딜레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아시아는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의 ‘뒷문’이어서 강경 대응을 하기는 부담이라는 것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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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면초가’ 애플, 시총 하루새 150조원 날아가

    21일(현지 시간)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자 이날 나스닥 시장의 애플 주가가 4.1% 하락했다. 시가총액 또한 하루 만에 1130억 달러(약 150조 원) 증발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애플 종가는 전일 대비 4.1% 하락한 171.37달러로 마쳤다. 지난해 8월 이후 일일 낙폭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올 들어 누적 하락률 또한 11%에 달한다. 2011년 처음으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한 애플은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에 1위를 뺏겼다. 이제 맹렬히 추격하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2위마저 넘겨줄 처지다. 이날 애플의 시총은 약 2조6463억 달러로 MS(약 3조1904억 달러)와 5441억 달러의 차이를 보인다. 엔비디아(약 2조2850억 달러)와의 격차는 3613억 달러에 불과하다. 거듭된 주가 하락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외에도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실망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 대표 AI 기업 ‘오픈AI’에 투자한 MS와 달리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 자산관리사 오자이크는 고객 메모에서 “애플은 이제 (기술주가 아니라) 코카콜라 같은 ‘가치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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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독점 피소’에 애플 시총 하루새 150조 원 증발…엔비디아 턱밑 추격

    21일(현지 시간)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자 이날 나스닥 시장의 애플 주가가 4.1% 하락했다. 시가총액 또한 하루 만에 1130억 달러(약 150조 원) 증발했다.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애플 종가는 전일대비 4.1% 하락한 171.37달러로 마쳤다. 지난해 8월 이후 일일 낙폭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올 들어 누적 하락율 또한 11%에 달한다.2011년 처음으로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한 애플은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에 1위를 뺐겼다. 이제 맹렬히 추격하는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2위마저 넘겨줄 처지다.이날 애플의 시총은 약 2조6463억 달러로 MS(약 3조1904억 달러)와 5440억 달러의 차이를 보인다. 엔비디아(약 2조2850억 달러)와의 격차는 3600억 달러에 불과하다.거듭된 주가 하락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외에도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실망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엔비디아, 대표 AI 기업 ‘오픈AI’에 투자한 MS와 달리 혁신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 자산관리사 오자이크는 고객 메모에서 “애플은 이제 (기술주가 아니라) 코카콜라같은 ‘가치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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