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사카모토 선생님의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이분은 나와 다른 중력을 가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한주헌 씨(45)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의 음악을 “땅 끝까지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크다”고 표현했다. 한 씨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카모토 류이치 2주기 트리뷰트 콘서트’에서 피아노를 맡는다. 첼리스트 주연선,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과 함께 꾸미는 트리오 무대다. 사카모토 트리뷰트 공연은 2023년 3월 타계한 사카모토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제천영화음악상’을 수여한 게 계기가 됐다. 이듬해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수원, 성남 등을 거쳐 여섯 번째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국내 팬들이 고인의 음악을 만나는 ‘단비 같은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한 씨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카모토의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기분이 든다”며 “그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 거장이던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1987년)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년)의 주제가로 쓰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 등 많은 곡이 사랑받았다.“선생님의 음악은 동양적인 선율과 신비로운 화성이 어우러져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다가도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면 시계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 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일부 곡은 새로 편곡했다. 그는 “피아노 솔로곡인 ‘오퍼스(Opus)’를 바이올린, 첼로 솔로를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트리오로 만드는 등 원곡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선화예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 씨는 영화음악에 매료돼 ‘말죽거리 잔혹사’ ‘마파도’ 등 2000년대 영화 약 40편의 음악 작곡에 참여했다. 뒤늦게 지휘에 매력을 느껴 2009년 독일 만하임 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2019년부터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에서 상임지휘자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해부턴 사카모토 트리뷰트 콘서트를 통해 피아니스트로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올가을엔 아예 사표를 내고 한국에서 활동을 늘리기로 했다. 한 씨는 “사카모토의 자서전을 읽으며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레인(rain)’ 등 사카모토의 대표곡은 물론이고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와 같은 골수 팬들이 좋아하는 숨겨진 명곡까지 18곡을 들려준다. 한 씨의 ‘원 픽(One Pick)’은 피아노 솔로곡 ‘에너지 플로(Energy Flow)’.“들을 때마다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 주는 듯한 차분함을 지닌 곡이에요. 사카모토의 음악이 지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가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사카모토 선생님의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이 분은 나와 다른 중력을 가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한주헌 씨(45)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의 음악을 “땅 끝까지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크다”고 표현했다. 한 씨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카모토 류이치 2주기 트리뷰트 콘서트’에서 피아노를 맡는다. 첼리스트 주연선,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과 함께 꾸미는 트리오 무대다.사카모토 트리뷰트 공연은 2023년 3월 타계한 사카모토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제천영화음악상’을 수여한 게 계기가 됐다. 이듬해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수원, 성남 등을 거쳐 여섯번째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국내 팬들이 고인의 음악을 만나는 ‘단비 같은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한 씨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카모토의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기분이 든다”며 “그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 거장이던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1987년)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년)의 주제가로 쓰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등 많은 곡이 사랑받았다.“선생님의 음악은 동양적인 선율과 신비로운 화성이 어우러져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다가도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면 시계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한 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일부 곡은 새로 편곡했다. 그는 “피아노 솔로곡인 ‘오퍼스(Opus)’를 바이올린, 첼로 솔로를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트리오로 만드는 등 원곡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선화예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 씨는 영화음악에 매료돼 ‘말죽거리 잔혹사’, ‘마파도’ 등 2000년대 영화 약 40여 편의 음악 작곡에 참여했다. 뒤늦게 지휘에 매력을 느껴 2009년 독일 만하임 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2019년부터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에서 상임지휘자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해부턴 사카모토 트리뷰트 콘서트를 통해 피아니스트로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올가을엔 아예 사표를 내고 한국에서 연주 활동을 늘리기로 했다. 한 씨는 “사카모토의 자서전을 읽으며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고 전했다.이번 콘서트에선 ‘레인(rain)’ 등 사카모토의 대표곡은 물론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와 같은 골수 팬들이 좋아하는 숨겨진 명곡까지 18곡을 들려준다. 한 씨의 ‘원 픽(One Pick)’은 피아노 솔로곡 ‘에너지 플로우(Energy Flow)’.“들을 때마다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 주는 듯한 차분함을 지닌 곡이에요. 사카모토의 음악이 지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가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직접 와서 본 한국은 푸르고 깨끗한 나라네요. 사람들도 친절해서 또 놀러오고 싶어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남자친구와 함께 에스토니아에서 온 제인 리 씨(29)는 한국이 무척 맘에 든 눈치였다. 이들은 이날 한국관광공사가 한류에 호감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지역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부스 ‘마이 케이메모리(MY K-Memory)’에서 각 도시의 랜드마크들을 담아낸 엽서에다 컬러링 체험을 했다. 서울 여행이 끝나면 부산에 들를 예정인 두 사람은 “남은 여행 일정이 너무 기대된다”고 전했다. 26∼28일 중앙박물관에 마련된 부스 ‘마이 케이메모리’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리 씨가 체험한 ‘엽서 컬러링’을 비롯해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지인 경주 등 5개 도시 랜드마크를 활용한 ‘디지털 타투 체험’, 지역 고유의 향을 담은 ‘종이 방향제 만들기’ 등 체험형 콘텐츠들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등장한 더피를 닮은 호랑이를 활용해 만든 키링과 전통 매듭 팔찌는 원하는 이가 무척 많았다. 이날 현장에선 20, 30대 관람객들이 친구들과 디지털 타투를 찍고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은 엽서를 색색으로 칠하며 즐거워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곽재연 한류콘텐츠팀장은 “최근 ‘케데헌’ 인기로 중앙박물관에 외국인 방문이 늘어난 걸 계기로 지역 관광 홍보 부스를 마련했다”라며 “K콘텐츠의 파급력을 지역 관광과 연결해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 공연 관광을 대표하는 축제인 ‘2025 웰컴대학로’의 야외 공연 행사인 ‘웰컴프린지’도 27, 28일 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웰컴프린지에선 올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받은 지역 뮤지컬 ‘영월 장릉 낮도깨비’ 등 우수 작품들이 공연됐다. 곽 팀장은 “그동안 웰컴프린지는 명동이나 대학로 등에서만 개최했는데, 올해 처음 중앙박물관에서도 한류 부스와 연계해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9회 차를 맞은 웰컴대학로는 외국인에게 국내 공연콘텐츠를 소개하는 축제. 11월 2일까지 열리며, 공모를 통해 선발한 한국의 매력적인 공연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외국어로 옮긴 공연 대본을 인공지능(AI) 안경으로 볼 수 있는 ‘스마트 씨어터’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지역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한류 케이패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K팝과 드라마, 전통문화 체험 비용을 할인해 준다. 2017년부터 주요 K팝 콘서트와 연계해 선보인 방한 관광 상품들은 지금까지 누적 모객이 26만 명을 넘었다. 7월 5일부터 청와대 사랑채 1층 전시실에서 선보인 전시 ‘K드라마, 러브 챕터’도 반응이 뜨겁다.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드라마를 테마로 한 몰입형 체험 전시다. 24일까지 누적 방문객이 10만4567명에 이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어느 날 심장이 아파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의사는 심장이 아픈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한다. 시나리오 A가 맞다면 당장 심장 수술을 해야 한다. B가 맞다면 약물만 투입해도 된다. 문제는 의사도 어떤 방향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의사는 환자에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민주적 접근법으로, 도시의 모든 사람에게 어떤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게 좋을지 투표해 달라고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의학 지식이 풍부한 의사들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방법이다. 현대 사회를 사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를 택할 게 뻔하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는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선택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넥스트 씽킹’은 이처럼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문제해결형 실전 사고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와 세계적 철학자, 심리학자가 10년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진행한 강의 ‘원대한 사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책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직관 대신 과학에 기반한 사고법이 우리의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제 마우스 몇 번 클릭하면 웬만한 답은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넘쳐나는 허위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방법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응급환자의 생사를 가를 중대한 결정을 다수결이 아닌 전문가에게 위임해 판단하자는 것도 이런 생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책엔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사고방식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확률론적 사고’다. 무언가를 100% 예측하는 대신, 숫자를 부여해 정량화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진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막연한 문장보다, “향후 30년 안에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진도 6.7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2퍼센트”란 문장이 훨씬 많은 정보값을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확률론적 사고는 불완전한 정보를 생산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을 지녔다. 나사가 망가질까 봐 막연히 두려워하며 다리를 건설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사가 빠질 확률을 계산해 이를 극한으로 낮춘 뒤 다리를 건설하는 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데이터 속 의미와 잡음을 가려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 복잡한 현실을 쪼개 근사치를 구하는 ‘페르미 추정’ 등 어려워만 보였던 과학을 현실 사고에 접목시키는 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사고방식만이 해답이 될 순 없다. 그래서 저자들은 인류의 난제들을 언젠간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적 낙관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 정치적 양극화 등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당장은 해법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400여 년의 세월이 쌓여 결국 한 수학자에 의해 증명된 것처럼, 실패를 단서 삼아 문제를 수정하려는 끈기가 필요할 수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전략은 일상 속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실용적 도움을 주는 중요한 ‘무기’가 될 만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신념을 버려야만 살아남는 시대. 그러나 끝내 내려놓지 못한 자들. 10일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개막한 초연 창작 뮤지컬 ‘데카브리’는 1825년 러시아 청년 장교들이 농노 폐지와 입헌군주제 도입 등을 주창했던 ‘데카브리스트의 난’이 벌어진 직후가 배경이다. 극은 당시 감시가 일상화된 러시아의 어둡고 차가운 공기를 선명히 드러낸다. 이야기의 축은 미하일, 아카키, 알렉세이라는 세 청년의 삼각 구도다. 차르 비밀경찰인 미하일은 한때 문학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었던 전직 작가. ‘데카브리스트의 난’을 준비하던 시절 농노들을 계몽시키려 소설 ‘말뚝’을 쓰기도 했지만, 반란이 실패하고 동료들의 죽음을 목도한 뒤 사상을 꺾고 10여 년간 러시아 왕정에 복무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부하 아카키의 책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말뚝’을 다시 발견한다. 농노 출신인 아카키는 서툴지만 확고하다. 그는 ‘말뚝’을 널리 퍼뜨려 억압받는 이들을 일깨워야 한다고 믿고 움직인다. 미하일은 소설을 금서로 묶고 유통을 막지만, 아카키는 “그 글은 단순한 사상문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문학”이라며 맞선다. 미하일은 아카키의 무모함 속에서 꺼지지 않은 자신의 불씨를 보게 된다. 알렉세이는 미하일의 냉정한 수사를 동경하는 동료다. 개인적 이유로 농노를 혐오하는 그는 말뚝과 재회한 뒤 흔들리는 미하일의 기색을 감지하고 그의 뒤를 밟으며 균열의 정점으로 다가간다. ‘데카브리’의 힘은 세 주인공에 대한 입체적 표현에서 나온다. 살아남기 위해 신념을 접었지만 다시 각성하는 미하일과 혁명가의 얼굴을 감추고 일상을 살아가는 아카키, 우정이 유일한 약점이 되는 알렉세이까지. 각자의 선택이 맞물리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물론 19세기 러시아라는 배경은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감시와 지배 속에서도 빛을 내는 문학’이란 보편적인 주제는 울림을 준다. 무장해 맞선 이들, 교육과 글로 변화를 시도한 이들, 생존을 위해 순응하거나 침묵한 이들이 공존했던 일제강점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무대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과도한 장치 대신 조명과 정지된 호흡으로 ‘감시의 시선’을 재현했다. 주인공들이 신념의 대립을 드러내며 함께 부르는 넘버들은 서정성과 긴박함을 오간다. 키보드와 기타, 베이스, 드럼 4인조 라이브 밴드 역시 풍성하게 다가온다. 다만 넘버들이 한 번 들어서는 귀에 꽂히지 않아 난도가 조금 높다. 11월 30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동생 그룹’인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사진)가 데뷔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5위에 올랐다. 24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코르티스의 데뷔 앨범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COLOR OUTSIDE THE LINES)’로 이번 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5위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공식 데뷔한 코르티스는 하이브의 레이블 빅히트뮤직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코르티스의 이번 빌보드 성적은 2021년 이후 데뷔한 K팝 보이그룹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프로젝트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정규 1집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가 기록한 23위가 가장 높았다. 한편 코르티스 데뷔 앨범의 인트로 곡인 ‘고!(GO!)’는 빌보드 음원 차트 ‘글로벌 200’에 180위로 진입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사진)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소와 아동’이 24일 경매에서 3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지금까지 거래된 이중섭 작품의 경매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이날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9월 경매에서 ‘소와 아동’은 시작가 25억 원에 출품돼 35억2000만 원에 낙찰됐다. 기존 이중섭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2018년 서울옥션에서 47억 원에 낙찰된 ‘소’로, 이번 작품이 기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 바 있다. ‘소와 아동’은 2021년 서울옥션에서 15억5000만 원에 낙찰된 ‘가족’을 뛰어넘어 이중섭의 작품 중 두 번째로 경매가가 높은 작품이 됐다. 낙찰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1954년 제작된 ‘소와 아동’은 가로 64.5cm, 세로 29.8cm 크기의 화폭에 소와 아이가 뒤엉켜 노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중섭 생전에 개최했던 1955년 미도파 화랑 전시에서 공개된 이후 한 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올 6월 별세한 정기용 전 원화랑 대표가 70년간 소장해 왔다. 하지만 1972년 현대 화랑 유작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등 이중섭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중요한 전시에는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가치가 높게 인정돼 왔다. 현재 이중섭의 ‘소’ 연작은 10점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미술관이나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번 작품은 ‘소’ 연작 중에서도 독특한 서사와 분위기가 일품으로 꼽힌다. 특히 아이와 소가 엉킨 모습은 생명력과 희망,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 교감을 상징한다는 평이 나온다.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이며 갈색과 회색, 연분홍이 섞인 불투명한 색조는 따스하면서도 절박한 정서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126점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경매에선 이 밖에도 박수근(1914∼1965)의 1959년 작품 ‘산’이 12억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황갈색과 회백색을 중심으로 산을 표현한 풍경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동생 그룹’인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사진)가 데뷔 앨범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5위에 올랐다.24일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코르티스의 데뷔 앨범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즈(COLOR OUTSIDE THE LINES)’로는 이번 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5위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공식 데뷔한 코르티스는 하이브의 레이블 빅히트뮤직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남성 아이돌그룹이다.코르티스의 이번 빌보드 성적은 2021년 이후 데뷔한 K팝 보이그룹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프로젝트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정규 1집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가 기록한 23위가 가장 높았다.한편 코르티스 데뷔 앨범의 인트로곡인 ‘고!(GO!)’는 빌보드 음원 차트 ‘글로벌 200’에 180위로 진입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조선시대에도 프랑스 요리를 하는 셰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런 현대적 상상력을 덧입힌 작품이다. 역사와 판타지를 섞은 신선한 발상으로 최근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주간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공연계에서도 대중에게 비교적 가깝고 친근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흥미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들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서양 역사나 인물을 주로 내세웠던 기존 흐름을 벗어나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하되 타임루프와 판타지 같은 장치를 가미해 새롭게 풀어낸 ‘팩션’(팩트+픽션) 뮤지컬이 주목받고 있다. ● 조선시대와 타임슬립의 결합이달 5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한 록 뮤지컬 ‘쉐도우’는 1762년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게 한 ‘임오화변’을 모티브로 한다. 사도세자가 시간 여행을 해 어린 영조를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타임슬립물이다.극은 냉혹한 군주가 아닌, 두려움과 외로움에 짓눌린 소년 영조와 마주한 사도세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사도세자가 실제로 읽었다는 기록이 있는 경전인 ‘옥추경’이 타임슬립의 매개로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뒤주 역시 단순한 형벌 도구가 아니라 시간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통로로 설정됐다. 특히 뒤주 아래에 카메라를 설치해 관객들이 뒤주 안 사도세자의 표정을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EMK뮤지컬컴퍼니가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한복 입은 남자’도 조선시대 사건에 상상력을 결합한 사례다. 이상훈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이 원작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던 과학자 장영실이 가마가 부서진 사고로 인해 문책을 받은 뒤 갑자기 기록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사실에 주목하며 “혹시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난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펼친다.뮤지컬 무대는 1막 조선, 2막 유럽으로 나뉘어 전혀 다른 두 장소를 넘나든다. 모든 배역이 1인 2역으로 짜였는데 세종과 방송 PD 진석, 장영실과 학자 강배를 각각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 배역으로도 현재와 과거를 잇는 셈이다. K팝과 한국사가 결합한 색다른 시도도 있다. 11월 13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개막하는 가족극 ‘조선 마법사관 진준’은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형제 유튜버이자 K팝 듀오인 ‘진’과 ‘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DM을 받고 조선 마법사관부에 소환되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가로막으려는 비밀 조직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의 주요 인물들이 자연스레 등장하게 된다.● “정공법 대신 상상력으로 현대에 소환” 최근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잇따라 주목받는 것은 창작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예전엔 서양 고전이나 역사에서 빌려온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는 우리의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조(時調)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에서 백성들이 비밀 시조단 ‘골빈당’을 만들어 연대하는 과정을 그려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최근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영웅이나 서양 인물을 무대에 올려야 관객이 공감할 거라는 사대주의도 있었지만, 국내 뮤지컬 수준이 발전한 현재는 우리의 역사를 활용한 창작 흐름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특정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정공법으로 기록하는 대신 상상력으로 새롭게 현대에 소환하는 방식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디테일을 드러내도록 한다”며 “이런 흐름이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살아 있는 말을 나누고 싶어 (미리 보낸) 질문지는 안 봤어요.” 그를 뭐라 부르면 좋을까. 가수, 국악가, 공연예술가, 뮤지컬 배우…. 그리고 누군가에겐 여전히 ‘예솔이’. 하지만 그에게 맞춤한 옷은 단정하기 어렵다. 그저 소리꾼 이자람(46·사진). 수수한 티셔츠 차림에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가도, 판소리 등 음악 얘기는 금세 그를 영롱하게 만들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자람과의 인터뷰는 정해진 틀이 없었다. 사전 질문은 제쳐둔 채, 즉석에서 터져나오는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게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1984년 다섯 살에 아버지와 부른 동요 ‘예솔이’로 데뷔해 40년 넘게 예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몸에 도움 되는 공연 되길”이자람은 다음 달 14일 열릴 ‘서울아트마켓(PAMS)’의 ‘팸스 초이스’ 프로그램에서 올 4월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창작 판소리 ‘눈, 눈, 눈’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서울아트마켓은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모여 새 작품을 발굴하는 자리. ‘팸스 초이스’에 선정되면 해외 투어와 번역, 홍보 등을 지원받는다. ‘눈, 눈, 눈’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주인과 하인’이 원작. 설원에서 길을 잃은 상인 바실리와 하인 니키타의 여정을 판소리로 풀어냈다. 이윤에 눈먼 바실리는 하인의 안전도 돌보지 않는 탐욕스러운 인물이지만, 이후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된다. “처음엔 바실리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를 저와 다르지 않은 인간으로 받아들이자 용서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구성진 가락으로 관객을 머나먼 러시아의 눈밭으로 데려가는 그는 “인간이 ‘살고 죽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K팝이 세계를 휩쓰는 시대. 하지만 판소리 팬층은 얕은 게 현실. 그러나 이자람 공연만큼은 늘 빈자리가 없다. 그는 “그렇게 된 지 얼마 안 됐다”며 “그러니 매진 소리를 들어도 남 얘기처럼 느껴졌다”며 웃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그의 무대를 찾는 이유는 뭘까. “관객들이 말씀하시길, ‘좋은 걸 먹고 싶어서 제 공연을 보러 왔다’더라고요. 제 공연이 영양제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독약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제가 더 잘 살아야겠어요.”● “판소리는 ‘짱 먹는’ 예술” 이자람은 스무 살인 1999년 춘향가를 8시간 동안 완창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전통 판소리 계보를 잇던 그는, 이젠 창작 판소리를 주도하는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2007년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재창작한 ‘사천가’는 그를 세계에 알린 작품. 마르케스의 ‘이방인의 노래’(2014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2019년) 등 서구 문학을 꾸준히 판소리 무대에 올려 왔다. “일종의 ‘가교’ 같은 거죠. 한국 문학은 우리 삶에 너무 맞닿아 있어서, 이야기를 끌어당기는 판소리로 풀어내면 오히려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반대로 멀리 떨어진 외국 문학은 판소리로 당겨오면 딱 적당한 거리가 생기죠.” 이자람은 최근 1인극 ‘프리마 파시’에도 출연하고 있다. 승소만을 위해 달려온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성폭행 피해자가 돼 법과 맞서 싸우는 무거운 내용. 음악과 장단 없이 말로만 이어지는 연극은 첫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깊이 소화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겐 아프기만 한 공연이 될 수도 있어 진심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능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이자람을 이루는 가장 단단한 뼈대는 역시 판소리가 아닐까. “해외에서 판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겠냐”고 물으니 “짱 먹는 예술”이라고 당차게 답했다. “그냥 외국인들이 평소에도 즐기는 연극이나 오페라처럼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그저 제3세계의 신기한 공연이 아니라요. ‘나는 너네 공연들을 다 보고 씹어 먹은 다음에, 내 걸 하는 사람이야. 대한민국엔 이리도 탁월한 예술이 있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살아있는 말을 나누고 싶어 (미리 보낸) 질문지는 안 봤어요.” 그를 뭐라 부르면 좋을까.가수, 국악가, 공연예술가, 뮤지컬 배우…. 그리고 누군가에겐 여전히 ‘예솔이.’ 하지만 그에게 맞춤한 옷은 단정하기 어렵다. 그저 소리꾼 이자람(46). 수수한 티셔츠 차림에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가도, 판소리 등 음악 얘기는 금새 그를 영롱하게 만들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자람과의 인터뷰는 정해진 틀이 없었다. 사전 질문은 제쳐둔 채, 즉석에서 터져나오는 이야기를 풀어놨다. 이게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1984년 다섯 살에 아버지와 부른 동요 ‘예솔이’로 데뷔해 40년 넘게 예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몸에 도움 되는 공연 되길”이자람은 다음 달 14일 열릴 ‘서울아트마켓(PAMS)’의 ‘팸스 초이스’ 프로그램에서 올 4월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창작 판소리 ‘눈, 눈, 눈’ 쇼케이스를 선보인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서울아트마켓은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모여 새 작품을 발굴하는 자리. ‘팸스 초이스’에 선정되면 해외 투어와 번역, 홍보 등을 지원받는다.‘눈, 눈, 눈’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주인과 하인’이 원작. 설원에서 길을 잃은 상인 바실리와 하인 니키타의 여정을 판소리로 풀어냈다. 이윤에 눈 먼 바실리는 하인의 안전도 돌보지 않는 탐욕스러운 인물이지만, 이후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된다. “처음엔 바실리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를 저와 다르지 않은 인간으로 받아들이자 용서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구성진 가락으로 관객을 머나먼 러시아의 눈밭으로 데려가는 그는 “인간이 ‘살고 죽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K팝이 세계를 휩쓰는 시대. 하지만 판소리 팬층은 얕은 게 현실. 그러나 이자람 공연만큼은 늘 빈 자리가 없다. 그는 “그렇게 된 지 얼마 안 됐다”며 “그러니 매진 소리를 들어도 남 얘기처럼 느껴졌다”며 웃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그의 무대를 찾는 이유는 뭘까.“관객들이 말씀하시길, ‘좋은 걸 먹고 싶어서 제 공연을 보러 왔다’더라고요. 제 공연이 영양제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독약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제가 더 잘 살아야겠어요.”● “판소리는 ‘짱 먹는’ 예술”이자람은 스무 살인 1999년 춘향가를 8시간 동안 완창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전통 판소리 계보를 잇던 그는, 이젠 창작 판소리를 주도하는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2007년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재창작한 ‘사천가’는 그를 세계에 알린 작품. 마르케스의 ‘이방인의 노래(2014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2019년)’ 등 서구 문학을 꾸준히 판소리 무대에 올려왔다.“일종의 ‘가교’ 같은 거죠. 한국 문학은 우리 삶에 너무 맞닿아 있어서, 이야기를 끌어당기는 판소리로 풀어내면 오히려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반대로 멀리 떨어진 외국 문학은 판소리로 당겨오면 딱 적당한 거리가 생기죠.”이자람은 최근 1인극 ‘프리마 파시’에도 출연하고 있다. 승소만을 위해 달려온 변호사가 하루아침에 성폭행 피해자가 돼 법과 맞서 싸우는 무거운 내용. 음악과 장단 없이 말로만 이어지는 연극은 첫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깊이 소화하지 못하면 누군가에겐 아프기만 한 공연이 될 수도 있어 진심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재능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이자람을 이루는 가장 단단한 뼈대는 역시 판소리가 아닐까. “해외에서 판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겠냐”고 물으니 “짱먹는 예술”이라고 당차게 답했다.“그냥 외국인들이 평소에도 즐기는 연극이나 오페라처럼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그저 제3세계의 신기한 공연이 아니라요. ‘나는 너네 공연들을 다 보고 씹어 먹은 다음에, 내 걸 하는 사람이야. 대한민국엔 이리도 탁월한 예술이 있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불안과 무기력, 감정 기복은 현대인의 일상에 흔히 드리우는 그림자다. 많은 이들이 이를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감정 및 자기통제 연구소장인 이 책의 저자는 감정을 단순한 방해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신호”로 정의한다. 감정을 억제하기보다 적절히 전환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불안, 슬픔,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이 오히려 우리를 지탱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불안은 위험을 알리는 경보 장치이고, 슬픔은 속도를 늦추며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분노는 불의에 맞서 행동하도록 이끈다. 다만 이 감정들이 지나치게 증폭될 때 삶을 옥죄는 굴레로 변한다. 책은 이를 다스리기 위한 여섯 가지 전환 도구를 제시했다. 가장 손쉬운 전환 방법은 ‘신체 감각’이다. 올림픽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가 경기 전 음악을 들으며 집중력을 끌어올린 것처럼, 오감 자극은 감정을 바꾸는 강력한 장치가 된다. 달콤한 음식, 신선한 향, 피부에 닿는 촉감은 부정적 감정에 빠진 마음을 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도한 감각 추구는 폭식이나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회피’도 때로는 전략이 된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리바운더이자 괴짜로 유명했던 데니스 로드먼은 가끔 팀 연습을 빠진 채 레슬링 경기장에서 욕설을 퍼붓곤 했다. 모두가 그의 기행을 걱정했지만, 팀의 감독만큼은 이를 내버려뒀다. 책은 로드먼의 행동은 “대중의 관심이 쏠린 스트레스 상황을 적절히 회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물론 장기적 회피는 스트레스를 악화시키지만, 회피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회피함으로써 평생 건강한 삶을 누린 자신의 할머니 사례를 통해 ‘감정을 무조건 직면해야 한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관점 전환’은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종의 ‘줌 아웃’ 전략이다. 저자는 딸의 학교가 총기 협박 메일을 받아 수업이 취소됐을 때의 경험을 예로 든다. 불안에 휩싸였지만 “아직 피해자는 없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야를 넓혀 불안을 줄였다는 것. 이어 의도적으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는 ‘공간 전환’, 건강한 조언자와 대화하는 ‘관계 전환’,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범을 가진 집단에 거리를 두는 ‘문화 전환’ 등도 좋은 방법이다. 학문적 연구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 수 있을지를 쉽게 풀어내 흥미롭다. 저자의 경험도 풍부히 녹아 있다. 부정적 감정을 무작정 없애려는 대신, 상황에 맞게 조율하려는 시도만으로도 감정을 짐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감정의 무게에 짓눌리는 하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최근엔 몸이 좋지 않아 연주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무대에 오르는 경험이 너무 아름다워서 죽을 때까지 잊어버릴 수가 없지요.” 대한민국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7)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62)와 함께 올 11월 미국 등에서 듀오 리사이틀에 나선다. 정 연주자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간담회를 갖고 “낭만주의 작곡가 3명의 아름다운 음악을 로맨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연주자는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무대에 한국 클래식을 알린 선구자다. 당시엔 드물었던 동양인 연주자로서 세계 무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미주 투어를 앞두고 국내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13일 경기 평택을 시작으로 21일 고양, 24일 서울, 26일 경남 통영 등에서 공연을 펼친다. 케너는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라고 부를 만큼 신뢰하는 동료다. 2011년 평창음악제에서 첫 듀오 공연을 펼친 뒤 10년 넘게 음악적 교류를 이어 왔다. 케너는 “선생님과 연주를 하는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라며 “2011년 협연 이후 내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인 케너는 올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콩쿠르엔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 연주자와 케너는 이번 무대에서 소나타 세 개를 들려준다.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바이올린 소나타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긴밀한 호흡이 돋보이는 곡이다. 미주 투어는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매사추세츠 우스터 메카닉스홀, 뉴저지 프린스턴 매카터 극장, 캐나다 토론토 코너 홀 등에서 펼쳐진다. 정 연주자의 카네기홀 공연은 2017년 데뷔 50주년을 기념한 무대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내가 직관적이라면 케빈은 정반대의 성격이라 밸런스가 잘 맞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경화는 동생인 정명훈 지휘자가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에 선임된 것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기쁘고 행복하다. 어머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면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하다”고 말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들이 법적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운영해 온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가요계 등에 따르면 가수 송가인의 1인 기획사 가인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설립 뒤 지금껏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 절차를 밟지 않고 운영했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제이지스타 측은 18일 “해당 부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오늘 안에 신청하겠다”고 해명했다. 배우 강동원의 1인 소속사 AA그룹도 해당 절차를 누락했다. AA그룹은 같은 날 “뒤늦게 미등록 문제를 인지해 지난주 신청했다”고 밝혔다. 가수 김완선도 2020년 설립한 1인 기획사 케이더블유썬플라워를 등록하지 않았다. 앞서 가수 성시경과 뮤지컬배우 옥주현 역시 소속사를 미등록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법인과 1인 초과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는 연예인 및 기획사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으로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미등록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월 31일까지 계도 기간을 갖고, 미등록 기획사에 관련 절차를 안내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등록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선 행정 조사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공연 제목처럼 이 순간이 여러분에게 오래도록 남으면 좋겠어요.”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시간은 누군가에겐 시간을 멈추거나 거꾸로 돌린 순간이었지 않을까. 조용필 콘서트 ‘이 순간을 영원히’는 자녀와 손주의 손을 잡고 온 어르신들조차 “용필 오빠”를 힘차게 외치는 순정 가득한 소녀로 만들었다.관객들의 오랜 환호성과 함께 등장한 ‘진정한 가왕’ 조용필은 흰 정장에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랐다. 록 ‘미지의 세계(1985년)’로 포문을 연 그는 4곡을 숨찬 기색도 없이 연달아 불렀다. “저를 오랜만에 보시는 분들, 많이 변했죠?” 유쾌한 그의 첫 인삿말에 관객들은 크게 외쳤다. “아니오!”이번 공연에서 조용필은 다양하고 깊은 음악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발라드 ‘추억 속의 재회’(1990년)와 트로트 ‘그 겨울의 찻집’(1985년), 록 ‘모나리자(1988년)’ 등등. 곡의 분위기에 맞춰 가왕의 목소리는 몽환적이었다가, 처연했다가, 웅장했다.노래와 어울리게 연출된 스크린도 눈길을 끌었다. ‘단발머리(1980년)’를 부를 땐 “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를 만날 것만 같은 옛 거리가, ‘고추잠자리(1981년)’를 부를 땐 젊은 시절 조용필이 화면을 수놓았다.지난해 발표한 정규 20집에 수록된 ‘그래도 돼(2024년)’의 희망 가득한 가사는 그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 가수’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길에 힘이 겨워도 또 안 된다고 말해도/ 이제는 믿어, 믿어봐”마지막 곡은 다시 뜨거운 열광을 일으킨 ‘여행을 떠나요(1985년)’. 지칠 줄 모르는 팬들의 ‘떼창’은 더 커졌다. 조용필 역시 여행을 온 듯 환한 표정으로 관객들과 신나게 마무리했다. 2시간30분 동안 28곡으로 1만8000여 관객을 감동시킨 이번 공연은 다음달 6일 KBS에서 방송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두루마기에 재즈란 옷을 입는 격이지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람은 살다 보면 엉뚱한 길도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게 나이를 먹은 제겐 살아가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서 일을 벌였습니다.” ‘국민 소리꾼’ 장사익(76)이 재즈 무대에 선다. 데뷔 음반 ‘하늘 가는 길’(1995년)을 발표한 지 30주년을 맞은 그는 캐나다의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 ‘두루마기 재즈를 입다’를 개최한다.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대규모 재즈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는 건 처음이다. 공연은 다음 달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을 시작으로 대구, 경기 안산, 부산 등 4개 도시에서 열린다. 그는 1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자리를) ‘담소회’로 불러달라”며 특유의 소탈한 미소를 보였다. 이번 공연이 성사된 계기는 2018∼2019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녹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사익은 대표곡 15곡을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새롭게 담았다. 하지만 팬데믹 여파로 무대에선 선보이지 못했다. “당시 목 수술을 앞두고 녹음해서 솔직히 그리 맘에 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라이브를 할 때는 나도 모르는 힘이 나와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그거 하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찔레꽃’ ‘국밥집에서’ 등 그의 대표곡들이 다양한 재즈 스타일로 재탄생한다. 재즈 스탠더드 명곡 ‘어텀 리브스(Autumn Leaves)’도 그의 목소리로 새롭게 해석된다. 장사익은 “박자도, 영어 발음도, 제가 ‘촌놈’이라 하루 종일 연습해도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재밌다”며 웃었다. 20년간 호흡을 맞춰온 정재열 음악감독은 “선생님의 독특한 목소리와 서양의 대표 음악인 재즈가 접목됐을 때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올까 궁금하다”고 했다. 해금 연주자 하고운과 4인 합창단도 이번 공연에 합류한다. 장사익은 “내 노래에 된장, 김치 같은 냄새가 조금은 풍겨야 하지 않겠나”라며 “가장 국악적인 악기인 해금이 외국인 귀에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 기대된다”고 했다. 마흔여섯에 늦깎이로 데뷔한 그는 30년 동안 자신만의 ‘음악길’을 꿋꿋이 걸어왔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여전히 활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삼신할매, 삼세판…. 한국 사람들은 3자를 참 소중히 생각하지요. 생각지 않게 노래 인생 30년을 해왔다는 것은 ‘끝까지 가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쇠약해져 목소리도 안 나오고, 때로는 삐걱거릴지라도 무대에서 그런 모습으로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두루마기에 재즈란 옷을 입는 격이지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람은 살다 보면 엉뚱한 길도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게 나이를 먹은 제겐 살아가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서 일을 벌였습니다.”‘국민 소리꾼’ 장사익(76·사진)이 재즈 무대에 선다. 데뷔 음반 ‘하늘 가는 길’(1995년)을 발표한 지 30주년을 맞은 그는 캐나다의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 ‘두루마기 재즈를 입다’를 개최한다.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대규모 재즈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는 건 처음이다.공연은 다음 달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을 시작으로 대구·안산·부산 등 4개 도시에서 열린다. 그는 1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자리를) ‘담소회’로 불러달라”며 특유의 소탈한 미소를 보였다. 이번 공연이 성사된 계기는 2018~2019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녹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사익은 대표곡 15곡을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새롭게 담았다. 하지만 팬데믹 여파로 무대에선 선보이지 못했다. “당시 목수술을 앞두고 녹음해서 솔직히 그리 맘에 들진 않았어요. 하지만 라이브를 할 때는 나도 모르는 힘이 나와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그거 하나 기대하고 있습니다.”이번 공연에서는 ‘찔레꽃’ ‘국밥집에서’ 등 그의 대표곡들이 다양한 재즈 스타일로 재탄생한다. 재즈 스탠더드 명곡 ‘어텀 리브즈(Autumn Leaves)’도 그의 목소리로 새롭게 해석된다. 장사익은 “박자도, 영어 발음도, 제가 ‘촌놈’이라 하루종일 연습해도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재밌다”며 웃었다. 20년간 호흡을 맞춰온 정재열 음악감독은 “선생님의 독특한 목소리와 서양의 대표 음악인 재즈가 접목됐을 때 어떤 새로운 것이 나올까 궁금하다”고 했다.해금 연주자 하고운과 4인 합창단도 이번 공연에 합류한다. 장사익은 “내 노래에 된장, 김치 같은 냄새가 조금은 풍겨야 하지 않겠나”라며 “가장 국악적인 악기인 해금이 외국인 귀에 어떻게 다가갈지 무척 기대된다”고 했다.마흔여섯에 늦깎이로 데뷔한 그는 30년 동안 자신만의 ‘음악길’을 꿋꿋이 걸어왔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여전히 활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삼신할매, 삼세판…. 한국 사람들은 3자를 참 소중히 생각하지요. 생각지 않게 노래 인생 30년을 해왔다는 것은 ‘끝까지 가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쇠약해져 목소리도 안나오고, 때로는 삐걱거릴지라도 무대에서 그런 모습으로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공백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쉬면서 우리의 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거죠.”‘차세대 청춘 밴드’ 유다빈밴드가 정규 2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보컬·기타 유다빈과 베이스 조영윤, 기타 이준형, 키보드 유명종, 드럼 이상운으로 구성된 유다빈밴드는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스카이아트홀에서 2집 ‘코다(CODA)’ 발매를 기념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들은 “음악 용어에 ‘코다’라고 있다. 악보에서 중간을 건너뛴다는 뜻”이라며 “이번 앨범은 그 공백기를 표현하면서도 결국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2021년 ‘유다빈밴드 1집’ 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이번 앨범은 모두 11곡을 담았다. 두 개의 챕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연극처럼 기획된 콘셉트가 특징. 드럼 이상운은 “연극의 ‘극’이기도 하고, 양극단의 ‘극’이기도 하다”며 “극단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연극 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보컬 유다빈은 “누구나 삶 속에서 여러 역할을 맡고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그 과정을 연극적 장치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은 ‘20s(트웬티스)’와 ‘어지러워’. ‘20s’는 트로피컬 미디 편곡을 얹은 경쾌한 밴드 사운드로 멤버들이 걸어온 청춘을 표현했다. 키보드 유명종은 “불안한 청춘을 보내더라도 결국 답을 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했다. ‘어지러워’는 중독성 강한 기타 리프를 내세운 ‘이지 리스닝’ 록. 혼란한 시대지만 삶의 주인은 ‘당신’이란 자각을 담았다. 2021년 데뷔한 유다빈밴드는 5명 모두 호원대 동문으로 이뤄진 1998년생 동갑내기다. 기타 이준형은 “멤버들은 얼굴 붉히다가도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가족 같은 사이”라며 웃었다. 이날 남성 멤버 4명의 입대 일정도 깜짝 언급됐다. 유다빈은 “내년 중 멤버들이 협의하에 맞춰서 갈 수 있도록 얘기 중”이라며 “그 기간에 솔로 활동이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이상운은 “원래 다들 스물네 살 때 가려고 했는데, 유다빈밴드가 반응이 오면서 점점 입대가 늦어졌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평생 학문과 신에게 헌신했던 주교가 한 여인을 향한 욕망에 휩싸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심지어 그녀의 시선은 다른 남자에게 향해 있고, 이루지 못할 사랑은 집착과 질투로 일그러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이런 뒤틀린 감정선으로 입체적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이 뮤지컬은 ‘파격 그 자체’였다. 성당을 형상화한 거대한 벽과 석상들이 움직이고, 근육질 댄서들이 성당의 종과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퍼포먼스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대사 없이 52곡의 시적인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은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매력도 잘 보여준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한 이번 공연은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신앙과 욕망 사이에서 무너지는 주교 프롤로, 외모 때문에 멸시받지만 순정을 품은 종지기 콰지모도, 결혼 서약조차 내던지는 근위대장 페뷔스가 서로 다른 욕망을 쏟아내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초연 때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도 열연하고 있는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76)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성량과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1막 하이라이트 ‘아름답다(Belle)’와 ‘파멸의 길로 나를’에서 그의 목소리는 순애보와 정념 사이를 오가며 섬뜩한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배우와 댄서들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배우는 대체로 노래와 연기에 집중한다. 그 대신 전문 춤꾼 20여 명이 현대무용과 애크러배틱, 서커스, 브레이킹 등을 아우르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미치광이들의 축제’ 무대의 광기는 객석까지 번지며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대중적인 넘버는 드라마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힘이다. 1막의 3중창 ‘아름답다’는 프롤로의 추한 집착, 페뷔스의 눈먼 욕망,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이 한순간에 충돌하는 명장면. 2막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 등장하는 콰지모도의 절규 또한 절박한 감정선을 잘 드러낸다. 커튼콜에선 배우와 관객이 극 초반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떼창하며 극에 대한 오랜 여운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27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평생 학문과 신에게 헌신했던 주교가 한 여인을 향한 욕망에 휩싸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심지어 그녀의 시선은 다른 남자에게 향해 있고, 이루지 못할 사랑은 집착과 질투로 일그러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런 뒤틀린 감정선으로 입체적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가득하다.2005년 한국 초연 당시 이 뮤지컬은 ‘파격 그 자체’였다. 성당을 형상화한 거대한 벽과 석상들이 움직이고, 근육질 댄서들이 성당의 종과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퍼포먼스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대사 없이 52곡의 시적인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은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매력도 잘 보여준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한 이번 공연은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작품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신앙과 욕망 사이에서 무너지는 주교 프롤로, 외모 때문에 멸시받지만 순정을 품은 종지기 콰지모도, 결혼 서약조차 내던지는 근위대장 페뷔스가 서로 다른 욕망을 쏟아내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초연 때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도 열연하고 있는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76)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성량과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1막 하이라이트 ‘아름답다’와 ‘파멸의 길로 나를’에서 그의 목소리는 순애보와 정념 사이를 오가며 섬뜩한 긴장감마저 자아낸다.배우와 댄서들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배우는 대체로 노래와 연기에 집중한다. 대신 전문 춤꾼 20여 명이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 서커스, 브레이킹 등을 아우르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미치광이들의 축제’ 무대의 광기는 객석까지 번지며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대중적인 넘버는 드라마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힘이다. 1막의 3중창 ‘아름답다(Belle)’는 프롤로의 추한 집착, 페뷔스의 눈 먼 욕망,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이 한순간에 충돌하하는 명장면. 2막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 등장하는 콰지모도의 절규 또한 절박한 감정선을 잘 드러낸다. 커튼콜에선 배우와 관객이 극 초반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떼창하며 극에 대한 오랜 여운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27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