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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4일 실시되는 전국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가 8일 전북 초중고교 교장들에게 “일제고사 시행 실태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2일 일선 학교에 보냈는데도 따르지 않는 학교가 많자 전교조가 두 눈을 부릅뜨고 나선 꼴이다. 전교조가 마치 좌파 교육감의 완장 부대처럼 행세하는 교육현장이 크게 염려스럽다. 교사들의 노동단체가 교장들의 상전일 수는 없다. 전북지역의 교장들은 “보고란 하위 기관이 상급 기관에 하는 일인데 전교조가 일선 학교 위에 있는 조직이냐” “교육청 지시대로 안 하는 학교가 있다고 꾸짖는 경고로 느껴진다”며 당황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것은 노조 권한 밖의 일이며 학교는 이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해석했다. 교과부는 7일 “학업성취도평가의 홍보·학생지도를 충실히 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 김 교육감에 대해서도 “평가를 거부하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9일 “교과부 공문을 취소하니 업무에 혼선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내면서 정부와 맞섰다. 일선학교에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는 교육감에 대해 엄포만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좌파 성향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학부모와 학생은 평가를 거부할 권한이 있지만 교사는 법령에 따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제9조는 교과부 장관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고, 평가 대상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응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교와 학생들의 학력 파악이라는 교육적 목적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학력 미달 정도를 파악해야만 정부가 해당 학교에 지원할 것이 아닌가. ‘1점 차로 서열을 매기는 일제고사’라는 전교조 주장은 허무맹랑한 과장이다. 좌파 교육감과 전교조의 학업성취도평가 거부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앞으로 교원평가 거부, 전면 무상급식 관철 등 정부의 교육정책과 엇나가는 일에 좌파 교육감이 앞장서고 전교조가 감독자처럼 나서면서 교육현장을 혼란시키는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 교과부는 지방교육청의 관장 분야와 권한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MB(이명박 대통령)는 외로웠던 모양이다. 6·2지방선거 뒤 그는 “여권 쪽엔 왜 이광재 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느냐”고 한탄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제 사표 낸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작년 말 청와대에서 소란을 일으켰을 때 MB는 야단을 치면서도 측근들에게는 “엘리트보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다들 이 비서관만큼만 하라”고 두둔했다고 한다. 고용노동과 관련해 그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진 알 수 없다. 고용노사 정책의 성과도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다만 MB와 같은 포항 출신의 그가 동향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으로부터 민간인 사찰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이 거센 상황이다. 김대중 정권 때 국정원장으로 1800명을 도청해 구속됐던 신건 민주당 의원의 폭로니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 역시 동향(TK)인 박영준 국무차장이 있는 총리실 소속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각 부처 현안부터 육군 인사까지 전방위 보고를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총리실과 민정수석실은 이들에게 아무 보고도 못 받았다는데 박형준 정무수석은 일찌감치 “(사찰과 관련해) 대통령은 보고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대체 MB는 이 비서관의 무엇을 보고 그가 ‘현장’을 잘 안다며 다들 이 비서관만큼만 하라고 했단 말인가. MB동향 비공식라인의 민간인 사찰, 선진국민연대의 인사개입설이 꼬리를 물면서 막장드라마 같은 권력투쟁 폭로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 비선(秘線)조직의 존재와 불법행태이고, 측근의 인사개입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된 2008년 7월의 정황을 보면 MB의 외로움은 능히 짐작된다. 선진국민연대를 이끌며 대통령 만들기에 몸 바쳤던 당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촛불시위 와중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작심 공격을 받고 떠났다. 한나라당조차 “인사실패가 무능 및 부도덕 인사로 이어져 국정실패까지 초래했다”며 부글댔다. 인사쇄신이 필요한데 경찰과 검찰이 잘 움직이지 않아 인물검증도, 감찰도 힘들어지자 이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간인에게는 가족이 사회적 안전망이듯 권력자 최후의 안전망은 피붙이거나 피붙이 같은 측근일 수밖에 없다. 촛불시위 때 MB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의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책했다”며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촛불시위는 좌파 반정부세력이 부추긴 대선 불복종 운동이었다. 정권 흔들기가 기승을 부릴수록 ‘내 사람’은 절실해진다. 의혹 속의 등장인물은 우연찮게도 죄 MB동향이다. 박 차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사조직이라는 의혹을 부인하지만 그의 충성심을 의심하거나 그가 SD(이상득 의원) 사람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민간인 조사의 핵심은 노무현 정권의 공신 이광재 강원지사와의 관계였다. 민간인인줄 몰랐다지만 명색이 비선 조직인데 전 정권 실세와 반정부세력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게 민간인의 상식이다. MB는 어설픈 사람들의 권력남용 사례가 간혹 있다며 ‘문제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자신이 극찬했던 이 비서관이 뭘 하는지 몰랐다면 MB는 고향사람에게까지 속은 무능한 대통령이고, 알고도 모른다고 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 된다. 만일 검찰과 민정수석실이 조사한 후 “물의는 있었으나 위법은 없다”는 정도로 끝낼 경우 민심이 들끓어 그야말로 국기(國基)가 흔들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국정책임자 MB가 잘못을 사과하고 인사개혁으로 바로잡아 국민정서를 달랜 뒤, 경제로 ‘능력’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MB나 한나라당이 좋아서도, 예뻐서도 아니다. 그러지 않고는 경제성장을 혐오하는 시대착오적 좌파세력도 아닌, 종북(從北)세력에 다음 정권이 넘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도 측근을 공직에 앉히지 않는 권력자는 없다. 측근기용(cronyism)은 인간본성에 가깝기에 낙하산 인사가 유독 무능하거나 뇌물을 밝히지 않는 한 그냥저냥 용납된다. 그러나 측근에 맡긴 비선 조직의 무소불위 사찰이나 국정농단을 묵인한다면 다른 문제다.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돌아서 아무리 꼭 필요한 정책도 안 먹힐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반정부세력이 김정일 북한정권과 함께 국가안보와 체제를 위협하는 처지에선 측근 발호는 더욱 엄하게 다스러야 한다. 더구나 우리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인구감소가 시작되는 2020년까지 선진국 진입을 위해 뛰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평생 허덕여야 한다. 좌파정권으론 잘살게 될 수 없다는 국민적 각성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이명박이었다. 선진국의 문턱에 다가섰는데 어설프게 기회를 놓친다면, 설령 그가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해도 용서받기 힘들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야권(野圈) 시도지사가 당선된 지방에서 시도 요직과 산하기관장 교체바람이 거세다. 중앙의 정권교체 후 벌어지는 양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친노(친노무현) 인사로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김두관 경남지사는 취임 전 “전임 지사와 도정(道政)운영 철학이 맞았던 사람들은 지사가 바뀐 만큼 스스로 판단해 사표를 내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취임 후에는 “후속 인사와 산하기관장 재신임 문제는 가능하면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며 사표를 내라고 사실상 종용했다. 10여 개 산하 기관장들은 관련 단체 규정에 따라 임기가 보장돼 있다. 일부는 2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자치행정국장과 인사팀장 등 실세 간부를 자신과 의중이 통할 수 있는 인물로 바꿨고, 시장 직속 자문기구로 시민소통위원회와 원로자문회의를 신설할 방침이다. 송 시장은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인 올해 4월 “3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권은 참여정부 시절보다 더 이념화, 코드화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시장이 정부를 비판할 때 들이댄 잣대를 인천시의 인사를 할 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도지사들이 소신에 맞는 지방행정을 펴기 위해 자신의 철학과 평가에 따른 인사를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정도의 문제다.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을 내보내고 선거 때 자기 쪽에 줄선 사람들로 물갈이를 하다보면 선거 때마다 공무원과 지방공기업 기관장들의 줄서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무부시장 등 핵심 인사를 동향(同鄕)인 충남 논산 출신으로 채운 데 이어 행정자문기구로 교육 복지 예산 무상급식 등 분야에 무려 17개의 위원회를 신설하는 구상을 내놨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과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을 권력 주변에 포진시키는 위원회를 573개까지 늘렸다. 이명박 정부도 위원회를 대폭 정리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도 성격이 애매모호하고 굳이 있어야 하는지 의심스러운 위원회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 기존 연구소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굳이 위원회를 두는 것은 자기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분야 전문가와 각종 단체 관계자, 관련 주민 대표를 참여시킨다지만 결국 같은 색깔의 인사들로 구성해 동종교배의 집단사고를 하기 십상이다. 야권 시도지사들의 코드인사는 노무현 정권 초기와 많이 닮았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대통령 부인 시절이던 1996년에 낸 책이다. 자녀교육과 가족의 중요성을 설파한 일견 평범한 내용이지만 당시 미국에선 이정표적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혼 육아 같은 전통적 규범을 거부하는 리버럴 엘리트(우리로 치면 ‘강남 좌파’에 해당하는 의미)가 전통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선 “전통적 이상에 따라 살아가는 가족이 모든 사회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클린턴은 강조했다. ▷책 제목은 아프리카의 속담에서 따왔다. 우리도 그런 시절을 지냈지만, 젊은 엄마가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면 옆집 아주머니나 뒷집 할머니, 동네 아저씨이자 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마을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이 꼭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시민사회, 그리고 나라 전체가 자녀교육의 책임을 같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 ‘아이를 키우는 마을’이다. ▷우리에겐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또 다른 속담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전 문화부 장관)는 “이 속담에는 세 살 유아에 축적된 인식의 능력과 경험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영유아 교육에 대한 조상들의 깊은 통찰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천의과대 뇌과학연구소는 최근 생후 39개월 된 아이의 뇌를 촬영한 결과 “형태적 완성도나 뇌 안의 신경전달망이 성인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세 살 버릇’과 ‘아이를 키우는 마을’이 만나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살마을’ 발대식을 가졌다. 영유아 보육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서울시와 가천길재단이 마련한 운동이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육아부담을 조부모는 물론 사회 즉 마을이 함께 진다면 세계 최저의 출산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연구소는 뇌 과학 육아 콘텐츠를 세살마을의 예비부모교실, 탄생축하사업, 조부모교실, 보육 전문가교실을 통해 보급할 계획이다. 세살마을이 첨단테크놀로지의 뇌 과학에 공동체의 영유아 양육이라는 아날로그 정서를 잘만 결합하면 ‘디지로그’ 교육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폭우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 누워 차두리는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캡틴 박지성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여서 더 아쉽다”고 했다. 공격 점유율이 54-46으로 앞섰는데도 태극전사들은 우루과이에 지고 말았다. 그래서 의문이 치민다. 축구는 과연 공평한 경기인가.사랑도, 세상도 불공평하다 제목부터 발칙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사귀게 되면 좋지만 사귀려고 안달할 정도는 아닌 70점짜리 여자와 남자 주인공이 사귀게 된 건 그녀가 FC바르셀로나의 팬이어서였다. 일처다부(一妻多夫)라는 황당한 내용을 영화로 만든 정윤수 감독은 “그냥 사랑의 불공평함에 대한 얘기”라고 했다. 사랑을 해본 사람은 다 알지만, 그러고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은 똑같이 주고받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 말에 작가 박현욱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여서 어떤 경우에도 남자가 버릴 수 없는, 너무 사랑스러운 여자임을 납득시키려고 공을 들였는데 영화에선 손예진의 눈웃음 한방으로 해결되더라”고 억울해했다. 어디 사랑뿐이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89분을 잘 싸워도 한방으로 질 수 있는 것이 축구”라며 축구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일깨운다고 했다. 이를 학술적으로 입증한 사람도 있다. 네덜란드 틸버그대학의 경제학자 잰 밴 아워스 교수는 1960년 이후 주요 경기 1500개를 분석한 끝에 “홈팀의 이점과 실력, 행운뿐 아니라 국가정체성이 막판에 승패를 결정한다”며 이 점에선 독일이 단연 앞선다고 했다. 독일 축구가 전쟁을 하듯 경기에 대비하고 무섭게 뛴다는 건 광적인 축구팬 헨리 키신저도 인정한 바다. 그는 “1954년 헝가리를 제외하면 공산국가는 결승전이나 준결승전에 오른 적이 없다”며 계획경제 역시 시장경제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번에 프랑스가 자중지란의 추태를 보이다 1무2패로 A조 꼴찌 신세가 된 것도 자본주의와 세계화를 불신하는 이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프로선수들의 엄청난 수입을 부당하다고 여기는 프랑스 국민들, 실력과 노력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프랑스 국민에 반발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A조 꼴찌를 합작했다고나 할까. 국내감독 휘하에서 원정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축구는 아시아 최초로 G20회의를 주재하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 같다. 박현욱이 소설에 썼듯이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강한 정신력으로 승리를 추구하는 정신력의 축구’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정체성이 한일전이나 남북대결 같은 특정 상대를 만났을 때 주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축구의 묘미도 실은 여기에 있다. 장 폴 사르트르가 심오한 듯 말했지만 쉽게 말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빌 게이츠는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며 여기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했다. 리더부터 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기 결과에 승복하는 건 축구엔 엄연한 룰이 있고, 월드컵은 4년 후 또 열리며,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자블라니 공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월드컵이 끝난 뒤에나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리 팀은 자블라니 공에 맞춘 연습으로 16강 신화를 이뤄냈다. 그게 룰이다. 불리해도 내가 적응해 잘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축구장 밖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뜻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할 것 같은 민주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는 헌법과 법을 미리 정해두고 있다. 그게 법치주의다. 모든 결과가 실력대로만 나오는 세상도 좋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실력 없는 사람은 살맛이 안 날 테니까. 그렇다고 정권이 어떤 차이든 없애겠다고 권력을 휘두르면 하향평준화가 가속된다. 타고난 능력과 이를 보완하는 사회제도도 중요하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세상이 사는 의미를 더해준다. 운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도 없다. 다행히도 경쟁을 하면 할수록 경쟁력은 올라가게 돼 있다. 그게 프랑스가 외면하고 싶어 하는 시장경제와 세계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월드컵 기념으로 나부터 축구와 삶의 교훈을 깨우치면 좋겠지만 삶이 그렇듯 쉽진 않다. 차라리 리더부터 변하는 게 빠르다. 허정무 감독도 그랬다. 2007년 12월 대선 무렵 대표팀 사령탑에 임명돼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과 비슷한 시기에 첫 경기를 치른 그는 독단적이고 고집 센 ‘진돗개’로 유명했다. 그 해 9월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과의 경기에서 1-1로 사실상 패하면서 소통불능의 그가 달라졌다. 박지성에게 주장을 맡기는 등 주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화합과 긍정의 리더십으로 180도 변신하면서 한국축구의 오늘을 만든 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좋아하는 축구처럼 불공평하다. 리더에게는 더 하지만 어쩌랴. 그게 리더의 멍에인 것을.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서남표(徐南杓) KAIST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 이후 교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학부 전 과목 100% 영어 강의, 성적부진 학생 장학금 미지급 같은 조치로 ‘철밥통’ 대학사회에 개혁을 몰고 왔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을 교수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는 인성면접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뽑는 입학사정관제의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이다. 서 총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한국 대학에 경쟁력 키우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서 총장 취임 이후 KAIST는 2005년 세계 232위였던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2009년 69위로 급상승했다. 작년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가 KAIST의 개혁에 감동했다며 300억 원 상당의 임야를 기부했다. 전국의 독지가 3224명이 과학인재 육성을 위해 4년간 KAIST에 기부한 돈이 1350억 원이다. 서 총장이 첫 4년 임기를 내달에 끝내면 연임되지 못할 처지에 몰리고 있다. 최근 열린 총장선임 소위원회와 총장선임 이사회는 후보추천 합의를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서 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이사회를 계속 무산시켜 총장 대행체제로 끌고 가려 한다는 관측이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교육당국과 대학의 전근대적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공식적으로는 KAIST가 정부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모바일 하버’와 ‘온라인 전기자동차’가 1980년대 미국에서 실패한 프로젝트임에도 5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서 총장을 쫓아내려는 움직임의 막후에는 해외파와 국내파, 경기고 인맥, 서울대 공대 대(對) KAIST 등 학맥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지난날 외국인 총장을 몰아낸 일부 인사들이 이번에는 특정 학교 학맥의 총리, 교과부 장관까지 동원해 서 총장을 축출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식정보 사회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대학이 이끈다.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대학교육 관련 지표는 57개국 중 50위권이었다. 4년 만에 대학경쟁력을 163계단이나 올려놓은 서 총장을 연임시키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총장을, 무엇을 보고 뽑겠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만일 교과부가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총장을 몰아내려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런 교과부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교육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평소 서 총장은 “한국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과부의 시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입바른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KAIST를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서 총장 같은 교육개혁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당선 직후 “저를 지지해준 35% 외에 지지하지 않은 65%의 마음도 헤아리겠다”며 취임준비위원회에 전교조 교사 출신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곽 당선자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공식조직인 7개 태스크포스(TF)에 전교조 관련자를 대거 참여시켰다. 취임준비위에 참여한 심성보 부산교대 교수는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고, 안승문 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전교조 대변인을 지냈다. 취임준비위는 곽 당선자의 취임과 함께 해체되지만 TF는 친환경 무상급식팀, 사교육 해소팀 등 구체적 프로젝트 중심이어서 교육감 취임 후에도 정책수립과 집행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형 혁신학교팀 17명 중 14명이 전교조 관계자인 것을 비롯해 전체 TF 66명 중 42%인 28명이 전교조 관련 인사다. 참교육학부모단체,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등 비슷한 성향의 단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곽 당선자 측은 TF를 20명 선으로 줄이고 비(非)전교조 인사를 3분의 2 정도 참여시키겠다고 수습에 나선 모습이지만 한국교총은 불참을 선언했다. 취임 전부터 교육계에 갈등의 씨를 뿌리는 곽 당선자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 교육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곽 당선자는 한 인터뷰에서 “전교조 관계자 중에는 국민정서와 동떨어지고 내가 동의 못하는 부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TF에는 전교조를 대거 참여시키니 서울의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정책결정자의 의지는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곽 당선자는 140만 서울 학생들에게 ‘전교조 교육’을 확산하는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인가. 교육감 선거에서 65%의 서울시민이 비(非)전교조 성향의 교육감 후보에게 투표했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46.83%를 얻었고 곽 당선자는 교육감 선거에서 34.34%를 얻었다. 야당 지지자의 표도 다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수의 전교조 교사들이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 법규를 어기고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낸 혐의로 징계 대상이 됐다. 곽 당선자는 이에 대해 “징계수위가 너무 과도하고 징계절차도 서두른다”고 비판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제31조에 명시돼 있다. 학생들이 편향적 이데올로기의 실험대상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통일부는 그제 “우리 정부는 6·15공동선언을 존중하면서 남북대화를 통해 이행문제를 협의해 나간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6·15 10주년을 계기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의 사과와 핵 포기를 촉구하며 한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9월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선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남북 간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 정부가 과연 6·15공동선언의 각 조항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존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지 알고 싶다.6·15공동선언 2항은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돼 있다. 북한 평양방송은 2002년 1월 7일 “공동선언은 곧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공산화 통일을 목표로 하는 북의 연방제 통일론을 낮은 단계건 높은 단계건 수용할 리 없다.‘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한다’고 한 6·15 공동선언 1항은 북의 조국통일 3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과 무관치 않다. 친북세력은 이를 ‘외세 배격’으로 해석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근거로 삼는다. 전교조 일부 교사들은 6·15계기수업 때마다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끼리의 통일’을 강조할 뿐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은 가르치지 않는다.이 정부의 대북 핵심정책인 ‘비핵·개방 3000’의 상생과 공영정신은 6·15공동선언이 아닌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제 라디오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체성에 입각한 국정 기조는 확고히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가정체성 문제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수리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6·15공동선언이 남북화해 분위기에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북은 그 뒤 핵무기를 개발하고 연평, 대청해전에 이어 천안함 사태까지 일으켰다. 김정일은 답방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내용의 문제는 차치(且置)하더라도 북이 6·15공동선언을 사실상 사문서(死文書)로 취급하는 판에 우리만 신줏단지처럼 모실 이유가 없다.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비롯해 야당과 친북단체들은 “조국 통일로 가는 유일한 길은 6·15선언 실천”이라며 우리 정부를 공격하는 북의 편을 들고 있다. 종북(從北)세력이야 북의 대변자라 치더라도 이 정부의 인식마저 같은 수준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 정부는 6·15공동선언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판단을 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11일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멕시코 등 15개 이사국에 보냈다. 이 단체는 “한국 정부가 밝힌 대북 대응 조치는 심각한 정치적 외교적 마찰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때맞춰 북한은 안보리에 천안함 조사결과를 반박하는 설명회 시간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대표적인 시민단체라는 말을 듣던 참여연대가 천안함을 공격한 북을 편들고 나서면서 스스로 종북(從北)좌파 단체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다. 참여연대가 유엔에 보낸 문건은 지난달 25일 국내에서 ‘천안함 이슈리포트 1, 2’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 리포트는 물기둥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없다는 등 8가지 의문점을 들어 어뢰에 의한 공격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 나도는 ‘음모론’을 짜깁기하다시피 한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조사과정의 6가지 문제점’이라며 조사단 구성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민간’은 사실상 배제된 유령 조사단이라는 비난은 조사단장을 맡은 윤덕용 씨가 현재 포스텍 대학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민간인’이라는 사실조차 외면한 망발이다. 국제적 전문조사 인력이 34일간 과학적 객관적 조사를 했고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신뢰를 보낸 결과를 인터넷 괴담을 근거로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1994년 출범한 참여연대는 박원순 변호사를 필두로 교수 지식인들이 다수 참여한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성장했으나 노무현 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부터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반미 친북노선에 앞장섰다. 2006년 자유기업원의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전현직 임원 416명 중 36%인 150명이 노무현 정부 요직에 진출하는 특혜를 누렸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2008년 5월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에서 “청와대로 가자”고 선동했다. 중국도 내부적으로는 우리 측 조사결과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으로 북의 처지를 배려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원국에 보낸 서한과 천안함 이슈리포트를 보면 참여연대는 중국보다도 더 북한에 기울어져 있다.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외교 총력전을 펴는 시기에 한국의 시민단체가 북한을 편드는 것은 이적(利敵)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북의 ‘천안함 선동’ 총대를 메고 이제 국가안보를 해치는 활동에 매진할 작정인가.}

아들이 없어 천만다행이다. 군대간 남의 자식들이 “아빠, 전쟁 나면 어떻게 해” 하며 집에 전화한다는 소문에 한동안 혀를 찼었다. 그런데 10일 감사원의 천안함 감사 중간발표를 보자 이러다 전쟁 나면 큰일이겠다 싶어졌다.“허위보고, 戰時라면 총살감” 백번 양보해서 폭침을 당한 뒤 허둥댈 수 있다 하자. 천번을 양보해서 경계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해주자. 하나 군에서 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군대 못 가본 나도 안다. 천안함 관련 장성급 영관급 직업군인들이 감행한 허위, 왜곡, 조작, 누락보고는 나 같은 민간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김동식 2함대사령관은 천안함에서 “어뢰에 맞은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은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21시 15분으로 발생 시점을 보고받고선 45분으로 조작했다. 폭발음을 들었다는 작전사의 보고를 삭제한 것도 합참이다.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진상 발표를 하기까지 두 달간 나라를 들끓게 한 논쟁을 생각하면 이건 단순한 보고 잘못이랄 수 없다. 상부와 대통령과 국민을 속였을 뿐 아니라 결국 북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로 보인다. 군형법 제38조(거짓 명령, 통보, 보고)는 군사(軍事)에 관하여 거짓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한 사람은 적전(敵前)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그 밖의 경우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군에 정통한 어느 전문가는 한마디로 “전시 같으면 총살감”이라고 했다. 감사원 발표 뒤 “그대로 수용하기엔 적절치 않은 내용도 있다”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반응은 광우병을 다룬 MBC PD수첩을 연상시킨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속초함에서 사격한 물체가 북한 반잠수정이라고 한 보고를 2함대사령부가 새떼로 보고하라며 문안까지 불러줬다”는데 김 장관은 “속초함에선 검은 물체라고만 보고했다”며 “속초함과 2함대사령부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떼로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PD수첩이 “아레사가 CJD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한 환자의 어머니 말을 자막에서 ‘vCJD(인간광우병)’로 조작한 것과 비슷한 행태다. CJD는 광우병과 전혀 상관없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데도 제작진은 “환자의 엄마가 혼용했기에 의도를 살려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국방부가 위기관리반을 소집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장관에게 허위보고를 한 것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소집이 정확히 이뤄지진 않았지만 필요인원은 다 있었다”고 주장했다. 왜곡보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맞는 내용이라는 PD수첩의 주장과 어쩌면 그리도 닮은꼴인지 감탄할 정도다.군士氣보다 국민이 더 중요하다 기자도 거짓을 사실로 잘못 알고 보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거짓임을 알고도 사실이라고 보도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PD수첩의 왜곡보도를 용서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 역시 거짓을 보고하고도 끝끝내 잘못이 아니라며 감사원 조사를 탓한다면 개전의 여지가 없다. 이런 장성들을 믿고 단잠을 이뤄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PD수첩 1심 문성관 판사는 PD수첩 측의 말만 믿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번 감사원 발표도 중간 결과여서 누구 말이 맞는지는 두고 봐야 안다. 만일 최종결과가 달라진다면 감사원은 잘못 조사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지금까지 감사원에서 해온 모든 조사발표도 의심받을 판이다. 감사원은 명예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건다는 자세로 사실을 밝혀내야 할 처지다. 감사원은 군 고위직 12명에게 형사책임 소지가 있다고 했으나 김 장관이 유보적 태도를 취한 건 부하를 아끼고 군의 사기를 염려한 때문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의 사기다. 전투가 두려워 거짓보고나 해대며 일신의 안녕을 꾀하는 지휘관 밑에 우리 아들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분노를 삭이기 어렵다. 허위보고를 받고도 의심 없이 군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대통령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도 방치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들은 너무나 유능한 군인이었고, 처벌할 경우 결과적으로 북을 이롭게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그러나 이런 장교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동안 군 인사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을 배반한 장성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무능과 무력(無力)을 만천하에 공개해 북이 환호작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군에는 정확한 보고를 한 최원일 천안함장 등 중간간부와 침몰에도 비상조명등이 작동되도록 정비해둔 고 최한권 원사 같은 기술군인, 손전등을 갖고 탄약고를 지킨 덕에 동료들을 구할 수 있었던 안재근 상병 같은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우리 군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6·2 교육감 선거에서 경기도교육감에 김상곤 씨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성향의 후보가 다수 당선됐다. 단일화를 이룬 전교조 성향의 후보들과 달리 보수 후보들이 소아(小我)에 집착해 난립한 것이 큰 이유다.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전체적인 숫자로는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우세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당선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현 경기도교육감 등 전교조 성향의 후보들은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 및 보수와 연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도 일부 표집학교에서만 실시하겠다며 정부 정책과 맞서는 공약을 내놨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정부가 교육감에게 위임한 사무이기 때문에 교육감의 이념 성향에 따라 멋대로 폐지할 수 없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학교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 교육감 의사로 표집실시에 그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전교조 성향의 후보들이 일제히 내건 포퓰리즘 공약 무상급식은 시도 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협조가 필수인 건 물론이다. 이들 후보는 교육감의 권한을 뛰어넘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셈이다. 더구나 교육감이라도 현행법과 제도의 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새 교육감이 교사들 편에 서서 교원평가제를 무산시키려 한다면 공교육의 경쟁력 저하를 부를 것이다. 대학교수들도 강의 및 연구실적 평가를 받고 있는 판에 교사들만 평가의 무풍지대에 안주할 수는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정치적 이념적 대결을 초래해 학교현장을 어지럽힐 공산이 크다는 점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교육감은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형평성과 수월성 등 교육의 여러 측면을 아우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교육감들이 정부와 대립하다보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도 있으므로 이념을 떠나 내 자식 키우듯 교육행정을 펴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물론 전국 82개 선거구에서 82명을 뽑은 교육의원 선거 역시 후보자들이 난립해 유권자들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한 경우가 많았다. 투표용지 게재순서 추첨 운(運)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육의원 선거는 올해가 마지막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교육감 선거제도도 개선이 시급하다. 정치권은 교육감 선임제도의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아직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21년 전 출범 당시 촌지거부 운동을 기억하는 이들은 전교조의 ‘참교육’이 순수한 교육운동이었다고 믿는 모양이다. 이런 순진한 분들은 이 단체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으로 10년을 복역한 이수일 전 위원장 같은 전사(戰士)들이 만든 조직임을 모르는 것 같다. 남민전은 남한 정부를 전복한 뒤 북에 동조하는 인민정부를 세울 목표로 총기 탈취까지 해 1979년 반국가단체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조직이다. 유신정권이 용공사건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조작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하필 스승의 날인 15일에 이 씨의 저서 출판기념회까지 열어 치하했다.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이 뭔지도 알 필요가 있다. 그들이 창립선언문에서 밝힌 ‘우리의 교육’이란 ‘군사독재를 청산해 민주화를 이루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앞당길 동량을 키우는 민족사적 성업’이다.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이 참교육이라는데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과 거리가 멀다.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은 통일교육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2006년 박미자 전교조 통일위원장이 참교육실천대회에서 한 말이다. ‘참교육 초심’ 같은 건 없다 이들이 바라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해 놨다. 이런 식의 참교육을 위해 전교조는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투쟁한다’고 실천강령에서 사실상 정치활동을 맹세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가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비슷한 색깔의 단체와 연대투쟁 하는 건 그들로선 너무나 당연한 활동이다. 초창기 촌지거부운동이라는 전술에 감동한 학부모들만 속은 셈이다. 백번을 양보해 학생들을 입시경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전교조의 주장이 옳다고 하자. 그러나 그 이유가 일반 국민들과는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이장원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올 초 ‘교원 노사관계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전교조는 경쟁적이고 입시위주인 사회, 즉 계급적이고 분단적이며 분열적인 상황에서는 민족 통일교육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즉, 교사가 교과수업만 잘해선 학생들을 ‘조국통일 동량’으로 키울 수 없어 수준별 수업과 고교 선택제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들이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에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치사하기까지 하다. 1월 전교조의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전교조 운동방향과 과제’를 발표한 진보교육연구소 이현 씨는 “교원들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올 정책은 역시 교원평가”라고 했다. 노동 강도가 세질 뿐 아니라 교사 서열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중고교 교사의 수업시간은 30개국 중 가장 적다. 15년 경력 초등교사의 보수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였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열심히 가르치는 게 귀찮다고 평가제와 성과급제 반대가 민주화투쟁이라도 되는 양 목청을 높이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교원노조법 3조는 ‘교원의 노동조합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노조는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노조의 결격사유로 규정한 데 비해 훨씬 엄격하다. 2006년엔 대법원이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교조가 교단을 무대로 정치활동을 하는데도 묵인한 역대 정부는 직무유기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비로소 전교조 교사 명단이 전격 공개되고 정치교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교단을 계속 농단할지 여부는 6·2지방선거에서 어떤 시도교육감, 교육의원이 당선되느냐에 달려 있다. 전교조와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이 다수 등장한다면 전교조 교육은 기세등등해질 게 분명하다. 선거벽보라도 유심히 보고 반드시 이름을 기억한 뒤 투표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선거공약 식별코드는 “무상급식” 문제는 공약도 다 아름다운 구호뿐이어서 누가 어떤 이념을 지녔는지 알기 힘들다는 데 있다. 대체로 전교조와 가치를 같이하는 후보들의 식별코드는 ‘무상급식’이다. 서민적, 민주적으로 보이려는 고도전술이라고 본다. ‘단계적’이라고 덧붙인 후보는 이런 포퓰리즘 공약이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따라한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때려서라도 가르치려는 건 지식이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연대(連帶)를 못하게 하는 상벌 포상제도를 없애자.” “하면 된다고 학생들을 기만하지 말라.” 참교육실천대회에서 나온 전교조의 교육관이다. 이런 전교조에 교육행정을 맡기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은가.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아직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21년 전 출범 당시 촌지거부 운동을 기억하는 이들은 전교조의 ‘참교육’이 순수한 교육운동이었다고 믿는 모양이다. 이런 순진한 분들은 이 단체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으로 10년을 복역한 이수일 전 위원장 같은 전사(戰士)들이 만든 조직임을 모르는 것 같다. 남민전은 남한 정부를 전복한 뒤 북에 동조하는 인민정부를 세울 목표로 총기 탈취까지 해 1979년 반국가단체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조직이다. 유신정권이 용공사건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조작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대법원 판결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하필 스승의 날인 15일에 이 씨의 저서 출판기념회까지 열어 치하했다.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이 뭔지도 알 필요가 있다. 그들이 창립선언문에서 밝힌 ‘우리의 교육’이란 ‘군사독재를 청산해 민주화를 이루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앞당길 동량을 키우는 민족사적 성업’이다.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이 참교육이라는데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과 거리가 멀다.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은 통일교육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2006년 박미자 전교조 통일위원장이 참교육실천대회에서 한 말이다. ‘참교육 초심’ 같은 건 없다 이들이 바라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해 놨다. 이런 식의 참교육을 위해 전교조는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투쟁한다’고 실천강령에서 사실상 정치활동을 맹세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가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비슷한 색깔의 단체와 연대투쟁 하는 건 그들로선 너무나 당연한 활동이다. 초창기 촌지거부운동이라는 전술에 감동한 학부모들만 속은 셈이다. 백번을 양보해 학생들을 입시경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전교조의 주장이 옳다고 하자. 그러나 그 이유가 일반 국민들과는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이장원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올 초 ‘교원 노사관계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전교조는 경쟁적이고 입시위주인 사회, 즉 계급적이고 분단적이며 분열적인 상황에서는 민족 통일교육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즉, 교사가 교과수업만 잘해선 학생들을 ‘조국통일 동량’으로 키울 수 없어 수준별 수업과 고교 선택제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들이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에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치사하기까지 하다. 1월 전교조의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전교조 운동방향과 과제’를 발표한 진보교육연구소 이현 씨는 “교원들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올 정책은 역시 교원평가”라고 했다. 노동 강도가 세질 뿐 아니라 교사 서열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중고교 교사의 수업시간은 30개국 중 가장 적다. 15년 경력 초등교사의 보수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였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열심히 가르치는 게 귀찮다고 평가제와 성과급제 반대가 민주화투쟁이라도 되는 양 목청을 높이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교원노조법 3조는 ‘교원의 노동조합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노조는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노조의 결격사유로 규정한 데 비해 훨씬 엄격하다. 2006년엔 대법원이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교조가 교단을 무대로 정치활동을 하는데도 묵인한 역대 정부는 직무유기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비로소 전교조 교사 명단이 전격 공개되고 정치교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교단을 계속 농단할지 여부는 6·2지방선거에서 어떤 시도교육감, 교육의원이 당선되느냐에 달려 있다. 전교조와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이 다수 등장한다면 전교조 교육은 기세등등해질 게 분명하다. 선거벽보라도 유심히 보고 반드시 이름을 기억한 뒤 투표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선거공약 식별코드는 “무상급식” 문제는 공약도 다 아름다운 구호뿐이어서 누가 어떤 이념을 지녔는지 알기 힘들다는 데 있다. 대체로 전교조와 가치를 같이하는 후보들의 식별코드는 ‘무상급식’이다. 서민적, 민주적으로 보이려는 고도전술이라고 본다. ‘단계적’이라고 덧붙인 후보는 이런 포퓰리즘 공약이 부당하다는 걸 알면서도 따라한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때려서라도 가르치려는 건 지식이 아니라 지배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연대(連帶)를 못하게 하는 상벌 포상제도를 없애자.” “하면 된다고 학생들을 기만하지 말라.” 참교육실천대회에서 나온 전교조의 교육관이다. 이런 전교조에 교육행정을 맡기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은가.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북한이 최근 천안함 사건은 남한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는 거짓 해명과 선동을 담은 문건을 팩스나 e메일로 남한 일부 종교단체와 대북 교류 및 지원 단체들에 보내고 있다. 북이 보낸 문건은 25일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와 26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역적패당이 조작한 북 어뢰 공격설의 진상을 논한다’는 제목의 글을 함께 담아 모두 A4용지 15쪽가량이다.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은 26일 천태종 앞으로 보낸 e메일에서 “남측 당국이 함선침몰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계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의 선전전(宣傳戰)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 6·2지방선거를 앞둔 남한 내 반정부 여론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의 선전전이 시작된 후 일부 친북좌파단체는 북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등 38개 좌파 단체들은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짜맞추기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핵심적인 자료 공개와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날 때 서해상에서 미군이 지휘하는 한미연합 ‘전쟁연습’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사건에 미국이 관련됐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며 북을 감싸고 반미(反美)를 책동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성명에서 “자신 있는 물증이 있다면 북한 ‘검열단’과 함께 조사해보고 납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연대는 이명박 정권의 사기극에 표로 복수하자는 심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강변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그제 성명에서 천안함 사건을 ‘선거용 자작극’이라며 “남조선의 모든 정당, 단체들과 각 계층 인민들은 떨쳐 일어나 이명박 역적 패당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야권이 6·2지방선거 운동을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 구도로 전환한 것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무관한 것 같지 않다. 민주당 등 야4당 대표와 수도권 시도지사 단일 후보들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의 선거용 전쟁 놀음을 투표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친북단체들과 야권이 북의 주장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수사기관은 이들의 행태를 분석해 북의 ‘팩스 지령’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과 천안함 사태를 논의했던 한중 정상회담 사흘 뒤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을 불러 북-중 혈맹관계를 과시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놓고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조사관들이 북한 소행임에 완전 동의했으나 중국은 “자체 평가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세계의 독재정권들을 지원하는 반(反)문명국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이 같은 대북자세에 변화를 보여줄 때다. 중국은 미국과 G2 자리에 등극했다지만 ‘베이징 모델’은 일당독재에 시장경제를 합친 기형(畸形)이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중국이 ‘시장 레닌주의’ 경제모델로 패권국가가 되려고 하지만 21세기 내내 ‘중국의 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진단했다. 거대국의 오만과 애국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환율 조작과 반(反)시장적 자국기업 보호로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밀어붙여 무역 분쟁의 소지를 키우고 있다. 티베트를 비롯한 중국 내의 가혹한 인권탄압과 언론 통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다. 정경유착과 부패는 여전하다. 역사상 어떤 경제적 군사적 대국도 도덕적 기반 없이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했다. 1980년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며 욱일승천하던 일본이 지금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한 이유도 도덕성 부족이 중요한 이유다. 침략의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자세로는 아시아의 지도국이 되기 힘들다. 중국은 핵으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불량국가 북한을 시종일관 감싸고 있다. 이래서는 중국이 각국에 중화문명을 홍보하는 공자문화원을 아무리 많이 세운다고 해도 반문명 국가로 치부될 뿐이다. 자원 확보를 구실로 미얀마 베네수엘라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북의 침략행위를 사실상 두둔한다면 중국은 깡패국가의 후견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그제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베이징은 지금 속죄할 기회를 맞았다”며 다음 달 미국 방문을 앞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북한을 유엔안보리에 세움으로써 국제평화와 안보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28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숙고하기를 바란다. 수천 년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는 중국의 지식인들도 침묵을 깨야 한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이래선 안 된다”고 말할 용기를 지닌 지식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황당해 보이지만 아직도 공산 소련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향수에 젖은 러시아인이면 또 모른다. 에릭 홉스봄같이 양심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학자들도 그런다. 미국의 케이토 연구소는 작년 말 ‘공산주의에 대한 숙고’ 보고서에서 자본주의 혐오와 이상주의에 매몰된 서구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와 소련의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한다고 분석했다.단 하루도 스탈린 치하에서 살아보지 않은 이들이 공산주의 만세를 외치는 데 대해 1956년 헝가리를 탈출한 폴 홀랜더 미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일갈했다. “평등에의 갈구 등 정서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한, 정치적 신념은 오래간다는 걸 보여준다.”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믿는 나로선 이들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같은 맥락으로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는 집단이 있더라도 관용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폭력시위나 불법파업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1980년 ‘서울의 봄’과 ‘민주화운동’이라는 공식명칭을 갖기 전의 5·18이 우리나라의 자생적 좌파를 확대 재생산한 점은 아이러니다. 운동권이었던 홍진표 씨는 “광주로 상징되는 민주화의 좌절 때문에 신군부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됐고, 증오하는 정권이 주장하는 반공주의가 신뢰를 잃었다”고 최근 저서 ‘친북주의 연구’에서 지적했다.“학생들 가치혼란 초래, 유죄다”5·18 이후 대학은 좌파성향이 지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민중민주파(PD)는 약해졌지만, 북한만은 잘나가는 것처럼 보인 덕에 민족해방파(NL)가 운동권을 장악했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한 그들은 김대중-김정일의 6·15정상회담으로 날개를 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구’ 삼아 그동안 꿈꿔온 세상도 펼쳐봤다. 2006년과 2008년 선거에서 ‘폐족’ 선고를 받고도 그 맛을 잊지 못해 6·2지방선거에선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태세다.그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나는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같은 계열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사상의 자유를 넘어 정치적 중립 의무를 깨는 건 관용 못 한다. 대전지법 항소심 재판부도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교사의 정치적 견해 표명은 감수성과 모방성, 수용성이 왕성한 학생들에게 가치혼란을 일으킨다”며 14일 유죄판결을 내렸다.혹시나 전교조가 ‘참교육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실체를 알 필요가 있다. 1989년 출범 때는 순수했던 게 아니라 이미 좌파에 경도된 이들이 만든 조직이 전교조이기 때문이다.초기부터 활약한 이수일 전 위원장은 정신여중 교사를 하다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해직돼 형(刑)을 산 인물이다. 남민전은 대법원에서 반국가단체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북의 적화노선을 추종하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집을 털려 했고, 무기를 갖추기 위해 예비군훈련장에서 총을 밀반출한 자생적 공산주의 조직인데도 노 정권은 2006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다.이 씨처럼 교단으로 복귀한 전교조의 사상세례를 받은 중고교생들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졸업생이다. 친북반미를 정의로 배운 젊은 세대는 지금도 과거의 신앙을 ‘진보’라 부른다. NL계인 정진후 현 위원장이 온건파로 분류될 정도니 전교조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봐야 한다.6·15를 앞두고 전교조가 통일운동에 분주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참교육실천강령이나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기수업 자료를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평화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명시한 통일교육지원법 3조와 딴판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말은 한마디도 없고 “남북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 “북한지원은 통일을 위한 투자니 우리가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일색이다. ‘통일부 장관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통일교육자를 고발해야 한다’는 통일교육지원법 11조대로 한다면 이들은 고발감일 수 있다.‘희망의 학교’ 같은 레토릭 역겹다정 위원장은 작년 한 인터뷰에서 전교조가 탄압받고 있다며 “촛불을 들었던 지금의 중고교생들이 몇 년 후 유권자로 등장한다”고 세상을 위협했다. 전교조가 미래 유권자들을 동색으로 물들이고 있음을 은연중 발설한 것과 다름없다. 그들이 어제 교육선언에서 밝힌 ‘협력과 소통으로 만드는 희망의 학교’란 동료 교원평가는 물론 수준별 수업까지 거부하면서 성과급은 나눠 먹는 곳에 가깝다.진정한 교육을 하고 싶어 전교조에 몸담고 있는 순진한 선생님들은 이제 눈을 떴으면 좋겠다. 전교조는 웰빙 교직을 위한 보험사가 아니다. 평등만이 옳다는 정서적 자위도 혼자 하기 바란다. 국민세금으로 봉급 받는 교사라면, 설령 공부는 못 가르쳐도 자식 같은 제자를 시대착오적 종북(從北)세대로 만드는 죄는 짓지 말아야 한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대전지법 항소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시국선언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관내에서는 지난해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홍성지원이 2월 11일 1심 유죄(有罪)를, 같은 달 25일 대전지법이 무죄를 선고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으나 이번에 2건 모두 유죄판결로 정리됐다. 어제 항소심 재판부는 “시국선언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문제되는 영역임이 명백하고, 그 내용에 동조하는 교사들의 정치적 견해를 집단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교사가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감수성과 모방성, 수용성이 왕성한 학생들로 하여금 가치혼란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은 교단에 선 이들이 깊이 음미해야 할 대목이다. 재판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원리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 좌파세력은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강변하면서 실정법을 경시하는 태도로 불법과 폭력시위를 밥 먹듯이 저질렀다. “자신들의 행동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더라도,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를 관철하려는 행동은 민주사회의 다원적 상대적 가치를 배척하며,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법치주의를 배척하는 결과가 된다.” 2심 재판부의 이러한 충고는 전교조와 그 동조세력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대해 어제까지 1심 판결은 유죄 7건, 무죄 2건으로 엇갈렸다. 이 때문에 일부 법관이 편향된 이념에 바탕을 둔 지나친 유추(類推) 확대해석으로 입법에 가까운 판결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1심은 젊은 단독판사들이 혼자서 한 판결이다. 그러나 어제 부장판사와 두 명의 판사로 구성된 항소심에서 첫 유죄판결이 나옴으로써 1심 무죄판결 2건의 효력은 미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전교조 시국선언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를 가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법부는 법치(法治)의 마지막 보루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판단력이 채 여물지 않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더욱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교사가 전교조를 방패막이로 범법행위를 버젓이 저지르는 일이 더는 용납돼선 안 된다.}

지난 금요일 MBC에선 뜻밖의 사건 두 건이 터져 시청자를 경악시켰다. 하나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세경과 지훈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막 내린 것이고, 또 하나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이 전격 사퇴한 일이다. 뉴스가치로만 따지면 ‘김우룡 사퇴’가 더 크다. 하지만 이튿날 각 매체가 네이버에 내보낸 화면엔 이보다 ‘세경-지훈 동반사(死)’ 기사가 훨씬 많았다. ‘지붕 뚫고…’는 청춘남녀의 제명을 못다 한 충격적 엔딩 때문에 호러콤(호러+시트콤)이 됐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김우룡 사태 역시 MBC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못다 했을 뿐 아니라 노영(勞營)체제를 공고히 만들 빌미를 줄지 모른다는 점에서 호러콤이 될 소지가 있다. 노조에 90도 절하며 인사문제까지 협의했던 김재철 사장은 “MBC 중립을 훼손할 경우 권력기관이든 방문진이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MBC 노조위원장과 사장을 지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의 MBC 관리 감독권을 삭제한 법안’을 국회에 내겠다며 기세등등하다. 누가 MBC 사장이 되고, 누가 방문진 이사장이 되는지에 나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단 MBC가 국민의 재산인 공중파를 이용하는 한, 공정성만은 지킬 줄 아는 사람이어야 MBC도 산다는 건 말할 수 있다. MBC는 언제나 공정하므로 아무도 건드려선 안 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자격이 없다. MBC는 편파방송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상태다. 公正방송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세계의 유수한 공영방송이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이 바로 공정성이다. 우리 방송법이 지향하는 가치도 같다. 케이블방송인 미국 폭스뉴스와 영국 BBC의 차이를 보면 공정성이 뭔지 알 수 있다. 탄생부터 우파 편인 폭스뉴스는 관점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지만, BBC 보도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정확성과 불편부당(impartiality)이다. 공공정책과 정치적 논란이 있는 문제에 결코 특정 견해를 홍보하지 않으며 기자의 의견 제시도 금지한다. 다양한 전문가의 식견을 전달해 시청자들의 판단을 도울 뿐이다. 공영방송이란 방송사나 그 구성원이 아니라 ‘사주(社主)인 시민 전체’의 견해를 소수의견까지 충실히 반영하는 공론의 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허위보도하고도 자체조사 한 번 안한 MBC는 공영방송이라고 자처할 처지가 못 된다. 꿈같은 상상이지만 만약 어떤 여론조사에서 70%가 MBC를 지지한다 쳐도 “MBC가 옳다”고 주장하는 건 공정보도가 아니다. “70%가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데 그쳐야 맞다. 더구나 MBC는 1969년 지상파 전국TV방송 개시 전부터 정권의 시혜를 받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영방송론’을 쓴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MBC가 권력의 도구로 이용당해왔다”고 했다. 1958년 부산문화방송 허가에 대해 당시 집권당 실력자와 인척관계를 이용했다고 사사(社史)는 기록하고 있다. 5·16군사정변 후 5·16장학재단에 소유권이 넘어간 덕에 전국 도시의 독립법인을 계열화해 전국방송을 할 수 있었고,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민영화된 뒤엔 유신말년까지 연간 수익을 360배나 성장시켰다. 1980년 ‘언론학살’ 때 신군부에 의해 공영방송으로 위장돼 살아남은 것이 특혜라는 점도 재론할 필요가 없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시민들로부터 취재차량을 공격당했던 수모를 MBC는 기억하기 바란다. 6·29선언이 나오자 “그동안 진실을 왜곡 조작함으로써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것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이제부터 공정한 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했던 과거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권의 나팔수로 혁혁한 공을 세운 MBC다. 노조위원장이 사장보다 더 큰 결정권을 휘두르고, 게이트키핑(내부체크시스템) 없이 왜곡방송을 내보내고도 언론자유라고 포장하는 공영방송이 세계 또 어디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의 電波농락史파헤쳐야 이렇게 뒤틀려온 MBC를 공정방송이 가능하도록 바로잡는 것이 MBC 개혁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사장이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이고 매 맞고 해서 좌빨 80%를 척결했다”는 김 전 이사장의 ‘폭로’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인지 규명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1987년 노조 창립선언문에서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정립함으로써…보도의 공정성과 편성 제작의 자율성을 확립하는 한편 무엇보다 사회민주화에 기여할 것”을 맹세한 노영방송 MBC의 전파농락사(史)부터 파헤쳐 국민의 재산인 전파가 국민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독립채산제를 유지하며 누구의 감독도 안 받고 막대한 이익을 누려온 MBC다. 이 힘을 공정방송 만들기에 쏟기는커녕 멋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며 집단이기주의에 매달린다면 그것이 곧 중립과 공정성 훼손이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낙태율을 절반만 줄여도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작년 2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작년 11월 ‘저출산 대응전략회의’에서도 “저출산만 생각하면 등에 불을 지고 있는 심정”이라며 “과거의 낙태에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앞으론 낙태를 단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드디어 지난주 10대 미혼모에게 월 10만 원씩 양육비를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낙태 자유화’가 세계적 추세다 전 장관이 낙태의 자유화와 합법화가 세계적 추세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협력기구인 미국 구트마허 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이후 22개국에서 낙태 관련 법 제도를 바꿨다. 엄격하게 한 곳은 엘살바도르 나이지리아 그리고 사회경제적 이유로 허용하던 낙태항목을 뺀 폴란드 세 나라뿐이다. 나머지는 자유화로 갔다. 조사 대상 197개국 중 선진국을 비롯한 56개국에선 임신 12주까지 낙태에 제한이 없다. 이 밖에도 일본처럼 낙태 허용의 ‘사회경제적 이유’를 따로 명시한 나라가 14개국이고, 여성의 정신건강까지 고려하는 곳이 홍콩 등 23곳이다. 우리처럼 강간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는 나라는 독재국인 에리트레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36개국 정도다. 가톨릭 국가가 많은 남미와 아일랜드를 제외하곤 낙태를 더 엄격히 규제하는 나라는 후진국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가임여성 1000명당 낙태가 29.8건이라고 해서 세계 최대 낙태국인 줄 잘못 알고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도 비약이다. 낙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합법적 낙태가 거의 불가능한 남미(1000명당 평균 31건)다. 낙태를 불법화할수록 오히려 낙태가 많고, 그것도 혼자 위험하게 처리를 하거나 뒷골목 시술을 받아 불행을 초래하는 ‘낙태의 역설’이 존재한다. 포르투갈도 2007년 낙태를 합법화하기 전엔 스페인 ‘낙태 투어’가 많았으나 합법화 뒤 낙태 자체가 오히려 줄었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문제는 시대착오적인 모자보건법에 있지, 낙태에 있지 않다. 미국 대법원이 1973년 낙태가 헌법에 보장된 인권이라고 판단한 이유도 생명을 경시해서가 아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는 ‘법적 지위’는 몰라도 생명체가 아닌 반면, 여성이야말로 인권과 선택권을 지닌 살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뒤 75개국이 낙태 자유화로 돌아섰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겠다고 한다. 전 장관에게 묻고 싶다. 만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10대 딸이나 조카가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도 “낳으라”고 하겠는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미래 노동력 한 명 늘리기 위해 함부로 정책을 만드는 죄는 짓지 말아야 한다.‘약자보호’ 명분 정치적 이익 챙기나 옛날 동화 속에 나오는 계모는 전실 딸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제 잇속만 챙겼다. 전 장관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옥죄는 일은 불행히도 더 있다. 투자개방병원을 완강히 반대해 의료선진화를 막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낙태 단속까지 확실히 할 경우 여성의 생명과 건강보호는커녕 더 성장할 수 있는 의료관광을 역(逆)의료관광으로 만들 판이다. 전 장관은 의료업 진입규제를 풀면 서민들이 갈 병원이 없어진다고 믿는 듯한데, 병원경영에 전문가가 참여하면 경영효율화로 의료비용이 내려가고 일자리 100만 개가 나올 수 있다고 자유기업원은 분석했다. 간병 의료기술 등 서민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를 전 장관이 되레 뺏고 있는 셈이다. 갓난아기는 38만3000원 이상 못 받게 한 보육료 규제만 풀어도 중산층이 안심하고 맡길 어린이집이 더 생길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질 좋은 민간어린이집 확대는 물론이고 여성경제인구 증가를 위해서도 보육료 상한을 폐지하라고 제언한 게 2008년인데 전 장관은 보육교사 수당을 안 올려줘서 그렇다며 예산 탓을 한다. 정치인 출신인 그에게는 ‘서민 보호’가 양보 못할 브랜드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장관직에 있는 한 규제완화는 절대 없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공직자라면 아무리 성실해도 무능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규제 풀어 세금 안 쓰고도 나라 발전시키는 길을 외면하다 오히려 나라에 해를 끼칠까 걱정스럽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더 큰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서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고도, 국민을 섬기는 장관이라고도 하기 어렵다. 더구나 자기도 여자이면서 여성의 인권과 행복권을 막아선 안 될 일이다. 마침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2009년 전국의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평가 분석 결과 전년대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작년에 180개 지역 교육청별 학업성취도를 처음 공개한 이후 지역별 학교별로 열심히 가르치기 경쟁이 일어났다. 특히 제 학년에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학력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학생이 많은 학교에 대해 정부가 집중지원에 나섰던 성과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2008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률이 전국 평균의 배를 넘는 1440개교에 평균 5800만 원씩 총 840억 원을 투입해 학습부진 예방-진단-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습 보조강사 4793명을 지원했다. 그 결과 87.2%인 1255개교가 지난해 평가에서 미달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을 크게 줄인 학교들은 학교장의 강한 리더십과 교사들의 열성이 돋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 마포구 재개발지구의 한서초등학교는 초빙교장이 학습부진 학생 지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습 진단을 한 뒤 담임교사 책임지도, 무료 ‘방과후 학교’ 등을 강화했다. 좌파적 교육관을 지닌 일각에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력 격차의 절대적인 원인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교육자의 책임감과 의지,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학력수준을 높일 수 있다. 다만 2008년 초6, 중3, 고1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서울지역은 전반적으로 향상도가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2009년 서울 고1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9.3%로 가장 낮은 광주지역의 4배에 가깝다. 서울 학교들이 학생 각자가 알아서 사교육을 받을 것으로 간주하고 교육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각성이 필요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평가에서 또다시 미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185개교를 포함해 총 673개교에 대한 집중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당근 정책’만을 계속하다 보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 자칫 못 가르치는 학교가 되레 정부의 혜택을 받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주호 교과부 차관은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력평가와 교원평가를 연계해 성과가 좋지 않은 교장과 교사는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2010년 학교별 공개때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미국처럼 교장과 교사에 대한 문책은 물론이고 폐교도 마다않는 채찍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학교와 교장 교사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