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도덕성을 묻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과 천안함 사태를 논의했던 한중 정상회담 사흘 뒤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을 불러 북-중 혈맹관계를 과시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놓고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조사관들이 북한 소행임에 완전 동의했으나 중국은 “자체 평가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세계의 독재정권들을 지원하는 반(反)문명국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이 같은 대북자세에 변화를 보여줄 때다.

중국은 미국과 G2 자리에 등극했다지만 ‘베이징 모델’은 일당독재에 시장경제를 합친 기형(畸形)이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중국이 ‘시장 레닌주의’ 경제모델로 패권국가가 되려고 하지만 21세기 내내 ‘중국의 세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진단했다. 거대국의 오만과 애국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환율 조작과 반(反)시장적 자국기업 보호로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을 밀어붙여 무역 분쟁의 소지를 키우고 있다. 티베트를 비롯한 중국 내의 가혹한 인권탄압과 언론 통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다. 정경유착과 부패는 여전하다.

역사상 어떤 경제적 군사적 대국도 도덕적 기반 없이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지 못했다. 1980년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며 욱일승천하던 일본이 지금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한 이유도 도덕성 부족이 중요한 이유다. 침략의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자세로는 아시아의 지도국이 되기 힘들다.

중국은 핵으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불량국가 북한을 시종일관 감싸고 있다. 이래서는 중국이 각국에 중화문명을 홍보하는 공자문화원을 아무리 많이 세운다고 해도 반문명 국가로 치부될 뿐이다. 자원 확보를 구실로 미얀마 베네수엘라 독재정권을 지원하면서 북의 침략행위를 사실상 두둔한다면 중국은 깡패국가의 후견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그제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베이징은 지금 속죄할 기회를 맞았다”며 다음 달 미국 방문을 앞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북한을 유엔안보리에 세움으로써 국제평화와 안보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28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숙고하기를 바란다. 수천 년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는 중국의 지식인들도 침묵을 깨야 한다.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이래선 안 된다”고 말할 용기를 지닌 지식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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