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 시대’ 닮은 野圈시도지사들의 코드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야권(野圈) 시도지사가 당선된 지방에서 시도 요직과 산하기관장 교체바람이 거세다. 중앙의 정권교체 후 벌어지는 양상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친노(친노무현) 인사로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김두관 경남지사는 취임 전 “전임 지사와 도정(道政)운영 철학이 맞았던 사람들은 지사가 바뀐 만큼 스스로 판단해 사표를 내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취임 후에는 “후속 인사와 산하기관장 재신임 문제는 가능하면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며 사표를 내라고 사실상 종용했다. 10여 개 산하 기관장들은 관련 단체 규정에 따라 임기가 보장돼 있다. 일부는 2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다.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자치행정국장과 인사팀장 등 실세 간부를 자신과 의중이 통할 수 있는 인물로 바꿨고, 시장 직속 자문기구로 시민소통위원회와 원로자문회의를 신설할 방침이다. 송 시장은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인 올해 4월 “3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정권은 참여정부 시절보다 더 이념화, 코드화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시장이 정부를 비판할 때 들이댄 잣대를 인천시의 인사를 할 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도지사들이 소신에 맞는 지방행정을 펴기 위해 자신의 철학과 평가에 따른 인사를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정도의 문제다.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을 내보내고 선거 때 자기 쪽에 줄선 사람들로 물갈이를 하다보면 선거 때마다 공무원과 지방공기업 기관장들의 줄서기가 극성을 부릴 것이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무부시장 등 핵심 인사를 동향(同鄕)인 충남 논산 출신으로 채운 데 이어 행정자문기구로 교육 복지 예산 무상급식 등 분야에 무려 17개의 위원회를 신설하는 구상을 내놨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과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을 권력 주변에 포진시키는 위원회를 573개까지 늘렸다. 이명박 정부도 위원회를 대폭 정리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아직도 성격이 애매모호하고 굳이 있어야 하는지 의심스러운 위원회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

기존 연구소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굳이 위원회를 두는 것은 자기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해당 분야 전문가와 각종 단체 관계자, 관련 주민 대표를 참여시킨다지만 결국 같은 색깔의 인사들로 구성해 동종교배의 집단사고를 하기 십상이다. 야권 시도지사들의 코드인사는 노무현 정권 초기와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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