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은

전채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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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채은 기자입니다.

chan2@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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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비 깎는줄 알았더니 해고” 20, 30대 6개월간 가장 고통

    “알바(아르바이트)비를 깎자는 건 줄 알았지, 아예 관두란 말인 줄은 몰랐어요.” 대학생 박모 씨(21)는 올해 4월경 1년 넘게 일했던 식당 사장에게 “상황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처음에 월급을 줄이자는 얘긴 줄 알았지만, 결국 “미안하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아르바이트이긴 했어도 처음 겪어본 실직. 그 뒤 박 씨는 지금껏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0일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1월 20일)한 지 반년을 맞는 날. 이 길고긴 6개월 동안 코로나19에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은 건 다름 아닌 20, 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보건정책관리 전공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생계가 끊기는 등 ‘일상의 정지’를 가장 크게 느꼈으며 회복 속도도 느렸다. 청년층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실직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다. ○ “저소득층과 청년층, 일상 회복세 느려” 올해 1∼6월 6차례에 걸쳐 실시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는 ‘일상 정지’ 항목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답변을 한 집단은 20, 30대로 구성된 ‘학생’(10대는 조사 대상 제외)과 월 가구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으로 나타났다.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면 0점, 변한 게 없으면 100점으로 보는 척도에서 저소득층은 3월 30일 조사부터 50점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었다. 학생 역시 3월 3일 이래 50점 아래만 기록했다. 특히 학생은 3월 30일 35.6점을 기록한 뒤 4∼5월 48점대로 다소 올라섰다가 7월 다시 43.0점으로 떨어졌다. 저소득층 역시 3월 37.8점에서 5월 48.8점으로 잠깐 회복하더니 7월 45.2점으로 추락했다. 함께 낮은 점수를 기록하던 ‘주부’와 ‘자영업자’가 각각 7월 53.5점, 49.2점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유 교수는 “학생과 저소득층의 일상 정지 점수가 낮은 건 이들이 코로나19 경기 침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집단이기 때문”이라며 “재난지원금 같은 한시적 제도보다 ‘코로나 취약층’을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직 경험’을 묻는 항목에서는 청년층의 비애가 뚜렷했다. 20대는 5월 24.3%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해 전 기간과 연령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마지막 조사 기간인 7월에도 20.2%를 나타내 여전히 가장 높은 ‘실직 경험’을 보였다. 전체 평균 13.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30대도 14.7%로, 20대와 30대만이 평균보다 높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로 정규직 일자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일자리까지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불안, 공포가 분노와 슬픔으로 전환”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심리적 그림자’도 드리웠다. 세대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이 만연한 것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인식조사에서 초기에 가장 여실하게 드러났던 감정은 ‘불안’과 ‘공포’였다. 낯선 감염병에 대한 불안은 2월 조사에서 60.4%가 느꼈고, 공포(16.7%)가 뒤따랐다. 하지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3월부터 분노가 급상승했다. 2월 6.8%였던 분노는 3월 21.6%까지 치솟았다.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이 벌어진 5월에는 29.2%로 늘어 최고점을 찍었다. 슬픔은 비율은 높지 않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새다. 2월 1.6%로 미미했던 슬픔의 감정은 3월 7.2%, 5월 11.6%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공포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

    •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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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향해 신발 던진 50대남성 영장 기각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 씨(57)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다. 정 씨의 영장심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김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사실 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등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오후 2시 영장심사를 앞두고 오후 1시 25분경 법원에 도착한 정 씨는 ‘정당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짧게 답했다. 약 2시간 후 법원을 빠져나오면서는 ‘사전에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정 씨는 법률 지원을 맡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태훈 변호사를 통해 “신발 투척 퍼포먼스 당사자가 구속된다면 그 재판부는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 씨를 지지하는 시민 2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신발이 민심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정 씨는 16일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국회 연설을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던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졌고,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정 씨에 대해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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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에 신발 투척’ 50대 구속영장 기각…법원 “도망 염려 없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 씨(57)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됐다. 정 씨의 영장심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김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등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오후 2시 영장심사를 앞두고 오후 1시 25분경 법원에 도착한 정 씨는 “정당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약 2시간 후 법원을 빠져나오면서는 “사전에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정 씨는 법률지원을 맡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태훈 변호사를 통해 “신발 투척 퍼포먼스 당사자가 구속된다면 그 재판부는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 씨를 지지하는 시민 2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신발이 민심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정 씨는 16일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국회 연설을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던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졌고,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정 씨에 대해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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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구급차, 119 보완 역할… 공익 차원서 감독-지원 강화해야[인사이드&인사이트]

    ‘깡통 구급차’ ‘택시 구급차’. 길을 가다 보면 사이렌 소리에 황급히 길을 내어준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달려오는 차량이 사설 구급차일 때 표정이 바뀌어본 경험도 적지 않다. 119 구급차와 달리 사설 구급차는 언젠가부터 뿌리 깊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일부 사설 구급차들의 불미스러운 문제가 여러 번 불거졌던 탓에 이런 불신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업계 사정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단순히 그들 탓으로 몰고 가기엔 외부적 요인이 적지 않다. 관련 전문가들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 업계 환경을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설 구급차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란 과연 뭘까. ○ 119 구급차 보완재 성격의 사설 구급차 누구나 알다시피 구급차는 크게 소방서 119 구급대와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은 사설 구급차로 나뉜다.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119 구급차는 전국적으로 1420대(2018년 기준)를 운영한다. 그런데 이 119 구급차는 각 지역 소방 소속이라 관할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환자 이송 뒤 다음 출동을 위해 ‘스탠바이’ 하기 위해서다. 사설 구급차는 이를 보완하는 성격을 지녔다. 장거리 이송이 가능하고 비교적 급하지 않은 환자도 옮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설 구급차는 전체 935대 가운데 726대가 제세동 장비 등 특수 의료장비를 구비한 특수 구급차이고 나머지는 일반 구급차다. 최근 택시 기사에게 가로막혔다가 병원에서 숨진 80대 여성이 타고 있던 게 이 사설 일반 구급차다.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설 구급차가 원성의 대상으로 바뀐 건 2013년 벌어진 사건이 기름을 부었다. 개그맨 강모 씨가 사설 구급차를 타고 행사를 하러 가는 사진을 자랑 삼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다. 안 그래도 사설 구급차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던 시민들의 분노는 활활 불타올랐다. “사설 구급차가 돈 많은 연예인의 택시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게다가 일부 사설 업체가 빈 구급차를 사이렌 켜고 몰거나 난폭운전을 일삼는 사례들도 덩달아 논란이 됐다. 결국 2016년 1월 도로교통법에는 ‘구급차를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지 않을 때는 경광등을 켜거나 사이렌을 작동해선 안 된다’는 조항까지 신설됐다. 장비나 약품 등 기본 요건도 갖추지 않은 이른바 ‘깡통 구급차’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일부 영세업체들이 응급구조사도 두지 않고 링거조차 맞힐 설비도 없이 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에 대비가 안 된 구급차들이 늘어나면서 이송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데도 손을 쓸 수 없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3년 정부는 사설 구급차 관련 규정을 현실화한다며 업체가 특수 구급차 10대당 갖춰야 하는 응급구조사의 수를 24명에서 16명으로 줄여줬다. 하지만 이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업체는 여전히 적지 않다.○ 사설 구급차, 119 구급차 인원 5분의 1 수준 전문가들은 사설 구급차가 규정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을 업체 자체의 문제로만 몰고 가선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구급차 관계자도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더 큰 사설 구급차 업계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법 개정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이 요구하는 인력 채용 등의 기준을 충족하기엔 사설 구급차의 수익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는 “환자이송업체는 보유한 특수 구급차의 80%에 한 대당 운전자 2명과 응급구조사 2명을 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수 구급차 10대를 갖고 있는 업체는 응급구조사와 운전기사를 합쳐 최소 직원 32명은 뽑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규정상 응급환자이송업을 하려면 특수 구급차를 최소 5대는 운행해야 한다. 또 구급차가 나갈 때는 응급구조사 1명을 포함해 2명 이상 인원이 구급차에 타야 한다. 사설 구급차 업체 관계자 A 씨는 “사설 구급차는 주로 병원 간 전원 환자를 많이 이송해 주간에 출동이 많다. 차 한 대당 직원 4명을 고용하면 잉여 인력이 반드시 생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야간에도 수시로 출동하는 119 구급차와 상황이 다른데 현행법은 사설 구급차도 24시간 교대 대응체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 씨는 “영세업체가 비용 감당이 어려워 직원을 줄이면 그 순간부터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라며 “서울의 대형 환자이송업체들도 이런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2013년 사설 구급차 이송 기본요금을 일반 구급차는 3만 원, 특수 구급차는 7만5000원으로 50%가량 올려줬다. 이송요금이 인상된 건 20여 년 만이었다. 업체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반가워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민들이 비싸다며 구급차 이용을 기피한 것. 결국 영세업체들은 암암리에 할인된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일반 구급차를 외형만 손봐 특수 구급차로 운영하는 ‘띠 갈이’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불러왔다. 사설 구급차 업계의 열악한 환경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의 ‘2018 응급의료통계연보’를 살펴보면 119 구급대 1대당 응급구조사 및 의료인 수는 7.12명. 하지만 사설 구급차는 1.25명에 그친다. 사설 구급차 1대가 주간 16시간만 운영된다고 해도,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응급구조사 2명이 필요한데 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응급구조사들도 민간 사설업체보다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소방서나 병원으로 몰리는 실정”이라고 했다. 업체는 업체대로 인건비가 없고, 응급구조사들도 민간업체 취업을 원치 않다 보니 민간업체는 불법 영업을 감행하는 악순환이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급차 탑승 인원 기준도 따져 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 환자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응급구조사 및 의료인 1명이 탑승하면 구급차의 출동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환자가 이송 도중에 심정지라도 발생하면 응급구조사 1명이 가슴 압박을 하고 동승한 보호자가 환자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과 교수는 “응급구조사 2급은 6개월 정도의 단기과정을 거쳐 양성되는 이들로 1급을 보조하는 인력인데 급수에 상관없이 응급구조사 자격증만 있으면 구급차에 탈 수 있게 규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정부가 지원금 주되 적극 개입해야”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개입’을 첫 번째로 꼽았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사설 구급차도 결국은 공공성이 높은 분야다. 수익을 낼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고 높은 잣대만 갖다 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철저한 감독 관리 아래 금전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각 지역 소방본부에 소속된 119 구급차를 기준으로 한 번 출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4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응급구조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인 소방공무원 2명을 포함해 운전기사까지 최소 3명이 동시에 출동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작지 않다. 당연히 119 구급차 비용은 정부가 모두 부담한다. 이에 비해 사설 구급차는 사실상 방임 상태에 처해 있다. 각 지자체에서 환자이송업체를 관리하고 있지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한다. 실태조사도 2년에 한 번꼴로 이뤄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쉽지 않다. 조사 때만 응급구조사 면허증과 의료기기 등을 빌려와 대충 넘기는 업체들도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사설 구급차 의료 서비스 질적 하락의 주요한 원인인 비용 문제에 있어서도 속수무책이다. 현재 정부에서 환자이송업체에 지원하는 비용은 전혀 없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민간업체에도 재정 지원을 해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원을 받는 업체를 점검하면 정부가 자연스레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이점도 생긴다. 지금껏 정부는 환자이송업의 공익적 측면보다는 개인 간 거래인 ‘상업적 측면’에 더 주목해왔다. 구급차가 필요한 환자와 이송업체 간 직접 거래에 정부가 끼어들어 감시를 벌이거나 지원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건 국가나 업체가 아니라 시민들, 특히 환자의 몫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민간병원이 정부 감시를 받는 대신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사설 구급차도 제도권에 편입시켜 감시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사설 구급차의 중요도와 공공성을 재평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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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간 뭘 하다 이제야 신고했나”… tbs 아나운서 발언 2차 가해 논란

    tbs 교통방송 소속인 박지희 아나운서가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의혹 등으로 고소한 피해자를 거론하며 “왜 이제 와서 신고하느냐”는 취지로 발언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아나운서는 14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청정구역 팟캐스트’에서 “(피해자도) 처음부터 신고했어야 한다고 하면서 왜 당시에 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4년 동안 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는 서울시가 출연한 tbs TV에서 ‘뉴스공장 외전 더 룸’이란 보도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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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지지자 “고소인 색출”… 2차가해 우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비난하고, 이 피해자의 신상을 색출하겠다는 움직임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퍼지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각종 허위사실도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2차 가해’ 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해 형사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0일 “(박 전 시장 고소 건과 관련해) 허위로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그를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2017년부터 성추행당했다면서 이제야 고발하는 게 이상하다”며 피해 주장의 진정성을 문제 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피해자가 근무했던 부서와 소속 직원들을 다 알고 있다”면서 “누가 고소했는지 꼭 찾아내겠다”는 글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무분별한 ‘신상 털기’로 인해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자’로 지목된 한 서울시 직원의 사진이 유포됐지만 해당 직원은 이번 사안과는 무관한 인물이었다. 이날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해당 직원이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여성계에서는 2차 가해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어렵게 고소를 결심한 성폭력 피해자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잘못된 행태”라며 “지금이라도 피해 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 등 해시태그가 잇따라 올라왔다. 전채은 chan2@donga.com·김태언 기자}

    •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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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뤘던 유럽여행 가자” 휴가객 들썩

    4월에 직장을 관둔 유모 씨(28)는 지난달 30일 유럽 여행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가 발표한 입국 제한 해제 대상 14개국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유 씨는 퇴사 뒤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가려고 지난해 항공편까지 예약해 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유 씨는 “유럽에서 제한 조치가 충분히 완화된 나라 위주로 다시 여행 계획을 세워 보려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U가 1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방문을 미뤘던 이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만 EU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어 해당 국가들이 권고안을 즉시 받아들일지 차차 입국 제한을 해제해 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한국에 다시 입국할 때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1일 출국 승객은 약 3900명 수준으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2748명보다 1000명 이상 늘어났다. 이날 공항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수개월 만에 해외로 향하는 승객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대학생들은 자가 격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여름방학을 이용해 유럽에 다녀오겠다는 이들이 많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조모 씨(22)는 “방역 모범 국가들은 자가 격리 조치를 상호 해제하는 경우도 있더라. 프랑스와 영국이 그랬다”며 “한국도 EU 국가에서 입국한 사람의 자가 격리를 해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자가 격리 기간이 점차 완화될 거라고 보고 추석 연휴 여행을 문의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 직원들도 이번 조치 뒤 하늘길이 얼마나 열릴지 각국 관광청 등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사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EU 국가들이 어느 정도로 입국을 허용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입국 제한은 풀되 2주 자가 격리를 요구하며, 체코는 한국을 포함해 8개국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각 나라의 결정에 따라 항공 수요 변화도 영향을 받아서 현재 지켜보는 단계”라고 했다. 입국 제한이 완화됐더라도 관광 목적의 여행은 성급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직장인 조모 씨(30)는 “귀국 뒤 여전히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건 아직 한국 사회가 해외 감염자 유입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라며 “굳이 벌써부터 해외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해외여행을 놓고 “개인의 자유”란 의견과 “무책임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도 사업 목적의 한국인 입국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이르면 이달 한국, 중국, 대만과 입국 규제 완화를 위한 교섭에 들어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차로 입국 제한을 푼 베트남,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인 왕래부터 재개한 뒤 유학생, 관광객 순으로 완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대상국들은 4개국 합쳐 1일 250명 정도 허용하는 상태로, 2차 대상국은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정이다. 현재 일본을 입·출국하는 이들은 의무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돼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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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장 풀린 유럽 여행길에 휴가객 들썩…“관광은 아직 성급” 비판도

    4월에 직장을 관둔 유모 씨(28)는 지난달 30일 유럽여행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가 발표한 입국제한해제 14개 나라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유 씨는 퇴사 뒤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가려 지난해 항공편까지 예약해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 유 씨는 “유럽에서 제한 조치가 충분히 완화된 나라 위주로 다시 여행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U가 1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며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방문을 미뤘던 이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만 EU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어 해당 국가들이 권고안을 즉시 받아들일지 차차 입국제한을 해제해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한국에 다시 입국할 때 2주 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은 자가 격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여름방학을 이용해 유럽에 다녀오겠단 이들이 많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재학 중인 조모 씨(22)는 “방역 모범국가들은 자가 격리 조치를 상호 해제하는 경우도 있더라. 프랑스와 영국이 그랬다”며 “한국도 EU 국가 입국자의 자가 격리를 해제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자가 격리 기간이 점차 완화될 거라고 보고 추석 연휴 여행을 문의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항공사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EU 국가들이 어느 정도로 입국을 허용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입국제한은 풀되 2주 자가 격리를 요구하며, 체코는 한국 포함 8개 나라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각 나라의 결정에 따라 항공 수요 변화도 영향을 받아서 현재 지켜보는 단계”라 했다. 입국 제한이 완화됐더라도 관광 목적의 여행은 성급하단 비판도 만만찮다. 직장인 조모 씨(30)는 “여전히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건 해외에서 감염 유입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라며 “굳이 벌써부터 해외로 가야하는지 의문”이라 했다.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여행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도 사업 목적의 한국인 입국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이르면 7월 한국, 중국, 대만과 입국제한 완화를 위한 교섭에 들어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차로 입국제한을 푼 베트남 등 4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인 왕래부터 재개한 뒤 유학생 관광객 순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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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중독 유치원, 보건소엔 아예 신고도 안했다

    “조금만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투석 치료까지 받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판정을 받은 5세 아이를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하고 있는 어머니 A 씨의 목소리가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A 씨 아이는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유치원생이다. A 씨는 “유치원에서 사태를 축소하느라 허비한 시간 동안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에서 시작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26일 6명이 추가돼 49명으로 늘어났다. 전날까진 식중독 환자로 분류됐던 원아 1명이 갑작스레 햄버거병 증세를 보여 햄버거병 의심 환자도 15명으로 증가했다. 유치원 식중독 사태에 따른 입원 환자는 지금까지 모두 23명(원아 20명, 원아 가족 어린이 3명). 전날까지 투석을 받던 원아 5명 가운데 1명은 증세가 호전돼 투석 치료를 중단했다. 검사 대상자 295명 가운데 14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99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집단 식중독 피해가 커지면서 학부모들은 해당 유치원을 둘러싸고 ‘늑장 대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이 유치원엔 최소 14일 이전부터 이상 증세를 보인 원생이 있었다. A 씨 아이도 14일부터 복통이 발생했고 15일엔 증상이 악화돼 유치원에 상황을 알렸다. A 씨는 16일 결국 안산에 있는 한 응급실을 찾았고 이날 처음으로 보건소와 유치원으로부터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다른 원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A 씨는 “15일 다른 학부모가 유치원에 복통을 호소하는 원생이 또 있느냐고 물었을 때 원장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 사이 원생들 가족까지 감염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유치원은 16일 오후 처음으로 안산시교육지원청에 집단 식중독 사태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보건소에는 아예 알리지 않아 상록구 보건소는 이날 고려대 안산병원의 신고로 사태를 인지하게 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유치원이 직접 신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보건소가 사태를 인지했다는 것을 알고 16일 늦은 저녁에야 보호자들에게 “몇몇 원아가 장염 증상으로 진료를 받게 됐다”고 공지했다. 동아일보는 조치가 늦어졌던 이유를 묻기 위해 해당 유치원의 박모 원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유치원 측은 보호자들에게 “간식은 원래 보존하지 않아도 시 식품위생과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여름은 장염 등이 유행하는 계절이다” 같은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몇몇 보호자는 26일 안산의 한 카페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집단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환자 치료를 포함한 관련 조치들을 철저히 이행하라”며 “집단 급식소가 설치된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해 관계 부처는 전수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정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해당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정부는 학교 급식소 및 식재료 공급 업체를 찾아 지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안산=전채은 chan2@donga.com·김태성/박재명 기자}

    • 202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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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유치원, ‘햄버거병’ 의심 아동 15명…4명은 투석 치료중

    “우리는 재미있는 생각만 가지고 항상 신나고 싶습니다.” 26일 찾은 경기 안산 상록구에 있는 한 유치원 앞마당에는 원아들이 적은 글귀들이 삐뚤빼뚤 적혀 있었다. 이 유치원에선 최근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 증상을 포함한 집단 식중독(장출혈성 대장균)이 발생했다. 평상시라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원아 167명 규모의 유치원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현관에는 안산시에서 19일 발부한 일시폐쇄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해당 유치원에서 시작된 집단 식중독의 유증상자는 26일에도 6명이 추가돼 지금까지 49명으로 늘어났다. 전날까진 식중독 환자로 분류됐던 원아 1명이 갑작스레 햄버거병 증세를 보여 햄버거병 의심 환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이로써 A유치원 식중독 사태에 따른 입원 환자는 모두 23명(원아 20명, 원아 가족 어린이 3명). 전날까지 투석을 받던 원아 5명 가운데 1명은 증세가 호전돼 투석 치료를 중단했다. 원아와 교직원, 식재료 납품업체 직원 등 295명을 대상으로 식중독 검사를 벌이고 있는 안산시는 “147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99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상록구의 또 다른 유치원에서는 전날 원아 8명과 교사 1명에게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으나 추가 증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집단 식중독의 피해가 커지면서 해당 유치원을 둘러싼 ‘늑장대응’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심 증상을 발견한 보호자들이 등원 중지 등의 대처를 요구했지만, 유치원이 차일피일 미루며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구 관계자는 “보건소에 최초로 집단 식중독을 신고한 것도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유치원이 아닌 병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로 인해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아이의 큰아버지’라는 한 누리꾼은 2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카가 배출했다는 혈뇨와 배꼽 옆에 관을 꽂고 투석 중인 조카의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이 누리꾼은 “부모가 아이에게 증상이 발현되자마자 유치원에 알리고 모든 원아의 등원 중지를 요청했는데 유치원은 수일 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역학조사에 꼭 필요한데다가 교육시설이라면 일정 기간 보관 의무가 있는 식재료를 폐기한 데 대해 5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상록구 보건소에 따르면 보건소는 16일 안산고대병원이 “한 유치원에서 여러 명의 원아가 같은 증상으로 입원했다”고 신고한 뒤 해당 유치원의 집단 식중독 사태를 알게 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유치원이 직접 신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은 보건소가 사태를 인지했다는 것을 안 뒤에야 16일 오후 보호자들에게 “몇몇 원아들이 장염 증상으로 진료를 받게 됐다”고 공지했다. 동아일보는 적절한 조치가 해당 유치원의 박모 원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산=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안산=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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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사건]대학생 수백여 명 집단 ‘커닝’ 속출…커지는 ‘선택적 패스제’ 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학생들이 또 다시 적발됐다. 심지어 한 대학에선 수백여 명이 집단 ‘커닝’을 저지르기도 했다. 여러 대학에서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최종 성적의 수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택하는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모바일메신저 이용해 부정행위 22일 오후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의 중앙대 게시판엔 한 법학 과목 강의의 일부 수강생들이 기말고사 부정행위를 모의했다는 글이 올라와 혼란이 벌어졌다. 작성자는 “우연히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됐는데 부정행위를 저지를 계획을 짜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해당 과목 수강생 A 씨와 B 씨는 이미 온라인 중간고사 때도 모바일메신저를 이용해 판례와 속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벌였다. 당시 적발되지 않은 채 좋은 성적까지 얻은 두 사람은 이달 중순 기말고사를 앞두고 다시 한번 커닝을 모의했다. 이번엔 또 다른 수강생 C 씨에게도 제안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은 부정행위를 논의하려고 C 씨를 채팅방에 초대한다는 게 게시물 작성자를 초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두 사람이 동명이인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뀐 걸 눈치를 못한 이들은 비밀을 털어놨고, 작성자는 이를 공개적으로 알렸다. A 씨 등은 게시판에 “답안이 아닌 판례를 공유하는 수준이어서 부정행위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스스로 부끄럽고 후회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사실을 인정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단과대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대응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부정행위엔 무관용이 원칙”이라 말했다. 한국외대도 한 강의의 수강생 700여 명이 18일 기말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답안을 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은 오픈채팅방이 익명 참여가 가능하고 방을 빠져나가면 흔적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 해당 강의는 중간고사 때도 부정행위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학교 측은 “해당 과목 기말고사를 다시 치르게 하고 표절 시스템을 통해 적발된 학생들은 낙제점을 줄 계획”이라 했다. ● 선택적 패스제 놓고 시끌 부정행위 논란이 커지자 ‘선택적 패스’ 제도와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단체행동도 계속 늘고 있다. 선택적 패스를 채택하면 최종 성적을 확인한 학생이 해당 성적을 받을지, 대신 ‘패스(Pass·통과)’로 처리할지 선택할 수 있다. 패스를 결정한 과목은 학점 평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이수로만 반영된다. 22일 연세대와 한양대, 이화여대에서 선택적 패스제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3일 경희대에서도 관련 집회가 열렸다. 경희대 학생들은 ‘경희대학교 학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경희인 집중공동행동’을 꾸려 “코로나19로 변화된 수업환경 속에 등록금과 성적평가 기준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양대는 22일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23일 학교 규탄 집회로 번졌다. 한양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회에 참여해 학생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반응이 크게 늘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도 선택적 패스제 도입과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이어갔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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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멧 안써도,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OK…갈 길 먼 ‘킥라니’ 안전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의 한 주차장 앞. 대여한 공유 전동킥보드에 발을 올리자마자 주변 보행자들이 갑자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연습 삼아 아주 느린 속도로 주행했는데도 시민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심지어 불쾌한 표정으로 째려보는 이까지 있었다. 전동킥보드를 향한 냉랭한 반응은 요즘 도심을 지나다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대목이다. 여러 공유 전통킥보드 업체가 생겨나며 이제 전동킥보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된 지 오래. 하지만 그만큼 불쾌한 경험도 쌓여갔다. 조모 씨(54)는 “자전거보다 빠르게 달리는데 소리는 잘 안 들려 갑자기 나타나면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며 “최근엔 크고 작은 사고도 잦아 다투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킥라니.’ 요즘 인터넷에선 전동킥보드를 고라니와 합친 신조어 킥라니라 부른다. 지방도로에서 순식간에 차도로 뛰어드는 고라니처럼, 아찔한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란 뜻이다. 최근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관련법 개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 확보를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전동킥보드 법 개정, 오히려 안전은 뒷전 전동킥보드는 인도를 휘젓는 게 가장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차도에서 운전해도 위험천만한 상황은 자주 벌어진다. 원래 법적으로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로나 자전거 통행이 허용된 혼용보도가 없는 경우엔 차도에서 운전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 운전자들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날 한 택시운전사는 차창까지 내리고 “왜 차도에서 타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시민 김모 씨(40)도 “보행자 입장에선 차도로 가면 좋겠지만, 차도 위의 전동킥보드가 더 아슬아슬해 보이긴 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이달 초 전동킥보드와 관련해 개정 법률을 공포했다. 도로교통법에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PM)’를 “최고속도 시속 25㎞ 미만, 총중량 30㎏ 미만인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정의했다. PM의 통행방법도 기존 오토바이가 아닌 전기자전거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법률을 시행하는 12월 10일부터는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PM의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해지며 13세 이상 운전자라면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다. 개정 법률이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 전동킥보드 등 PM으로 인한 사고 방지 대책이 부실하단 지적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PM이 가해 차종으로 분류된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으로 증가했다. 2년 만에 약 4배로 늘어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안전 수칙은 오히려 후퇴한 측면도 있다. 헬멧 등 안전도구에 관한 규정이 그렇다. PM을 오토바이보다 자전거에 가까운 원동기로 취급해 헬멧 착용은 의무에서 권고 사항으로 완화됐다. 현행법은 자전거 운전자도 헬멧 착용을 권고하지만 오토바이와 달리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PM과 자전거의 운행 특성의 차이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전자 연령대가 만 13세 이상으로 대폭 낮아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동킥보드를 오토바이와 같은 기종으로 분류한 건 물론 과했다. 하지만 전기로 동력을 얻는 PM을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단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학생이 헬멧도 쓰지 않은 채 차도 위를 달리는 모습만 상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 전동킥보드에 맞는 기본법과 도로 정비 시급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등 PM에 맞춘 규정을 바탕으로 기본법을 새로이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 기존 원동기 규정에 전동킥보드를 끼워 맞출 게 아니라 PM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한 새로운 법이 필요하단 뜻이다. 국토교통부도 현재 2021년 시행을 목표로 PM 기본법의 내용을 꾸리고 있다. 이제 착수한 단계라 아직 어떤 내용들이 법에 포함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통행방법 등 최소한의 안전 규정을 마련하고 현재 거의 관리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관련 산업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공유 전동킥보드는 주차와 관련한 규제조차 마련되지 않아 아무데나 널브러져있는 광경을 자주 마주한다.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존 자전거거치대에 전동킥보드도 주차하도록 정비하는 등 자체적인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M기본법이 마련되면 보기도 안 좋고 보행도 불편한 이런 점까지 잘 챙겨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도로로 대거 유입될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자전거도로망을 대폭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국내 자전거도로는 원래도 교통선진국의 자전거 친화적인 도로와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도 많을뿐더러, 중간에 끊겨서 하나로 연결된 ‘망’ 구성도 안돼 있다. 한 교통전문가는 “안 그래도 도심의 자전거도로는 사고취약지역이라 불리는데, 전동킥보드까지 늘어나면 현재 도로 사정으론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국토부는 PM과 관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활발히 논의되던 시기인 3월에 “차도·보도와 구분되는 ‘제3의 도로’ 설계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각종 PM들이 상용화되며 이들 원동기들이 통행할 도로 건설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PM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급증하며 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설계지침을 만들게 됐다”며 “상대적으로 바퀴가 작은 점 등 자전거와 구별되는 특성을 고려해 도로의 경사나 턱의 높이를 비롯한 세부 설계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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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쓰라는 버스기사 목 물어뜯은 50대 구속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버스 기사를 폭행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광진경찰서는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마을버스 기사를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50대 남성 A 씨를 20일 구속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버스, 택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승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차를 거부할 수 있게 했는데 이와 관련해 운전사를 폭행한 승객이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운전자의 정당한 요구에 불응한 데다 감염병과 관련해 버스 내 승객의 안전과도 직결된 범죄 행위로 사안이 중대하다고 법원이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18일 오후 2시 30분경 광진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마을버스에 탔다. 버스 기사는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으나 A 씨가 거부하자 하차를 요구했다. A 씨는 5분여 동안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기사를 폭행했다. A 씨는 이를 말리던 승객 1명에게도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도주하려던 A 씨는 버스에서 내려 자신을 쫓아온 기사에게 붙잡히자 기사의 목덜미를 물어뜯는 등 또다시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사는 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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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휴관 권고’에… 요양시설 “어르신 방치하란거냐”

    “어르신, 잠깐만요.” 13일 오후 2시경, 노인요양시설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데이케어센터 앞. 이곳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황급히 센터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10분 전쯤 자신이 직접 마스크를 씌워줬던 70대 치매 노인이 마스크를 벗은 채로 센터를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는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치매를 앓고 있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보호자들에게 가정돌봄을 권유하는 공지를 했는데도 전체 노인 30명 중 20명 이상이 계속 와 센터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했다. 데이케어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낮 시간에 운영하는 시설이다. 서울시가 시내 데이케어센터 등에 휴관을 권고했지만 영등포구의 센터처럼 문을 닫지 못하는 곳이 많다. 서울시는 12일 시내 데이케어센터 444곳과 노인요양원 212곳 등에 휴관을 권고했다. 도봉구에 있는 ‘성심데이케어센터’ 방문자가 하루 전인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14일 현재 성심데이케어센터 관련 확진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말인 13, 14일 서울시내 데이케어센터 10곳을 둘러본 결과 서울시의 휴관 권고에도 10곳 모두 운영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센터 직원들은 서울시의 휴관 권고에 대해 “현실을 모르고 내린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도봉구의 한 센터는 서울시가 휴관을 권고한 12일 이후로도 매일 25∼30명의 노인이 센터를 찾아와 정상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영자 박모 씨는 “한여름에도 겨울이라 우기며 이불을 달라고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집에서 모실 수 있는 보호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강서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서울시가 가정돌봄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에 대해서만 긴급돌봄이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운영하라고 했지만 이곳을 찾는 어르신 대부분은 치매환자이거나 홀몸노인이어서 가정돌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어르신들을 하루 8시간씩 센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보호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문을 닫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도저히 집에서 돌볼 형편이 안 된다’는 보호자들의 딱한 형편을 듣다 보면 센터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정에서 돌보기가 힘든 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휴관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전채은 chan2@donga.com·이소연 기자}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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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이 치매 어르신”…휴관 권고에도 문 닫지 못하는 요양시설

    “어르신, 잠깐만요.” 13일 오후 2시경, 노인요양시설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데이케어센터 앞. 이곳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황급히 센터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10분 전쯤 자신이 직접 마스크를 씌워줬던 70대 치매 노인이 마스크를 벗은 채로 센터를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는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치매를 앓고 있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보호자들에게 가정돌봄을 권유하는 공지를 했는데도 전체 노인 30명 중 20명 이상이 계속 와 센터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했다. 데이케어센터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낮 시간에 운영하는 시설이다. 서울시가 시내 데이케어센터 등에 휴관을 권고했지만 영등포구의 센터처럼 문을 닫지 못하는 곳이 많다. 서울시는 12일 시내 데이케어센터 444곳과 노인요양원 212곳 등에 휴관을 권고했다. 도봉구에 있는 ‘성심데이케어센터’ 방문자가 하루 전인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따른 조치다. 14일 현재 성심데이케어센터 관련 확진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말인 13, 14일 서울시내 데이케어센터 10곳을 둘러본 결과 서울시의 휴관 권고에도 10곳 모두 운영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센터 직원들은 서울시의 휴관 권고에 대해 “현실을 모르고 내린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도봉구의 한 센터는 서울시가 휴관을 권고한 12일 이후로도 매일 25~30명의 노인이 센터를 찾아와 정상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영자 박모 씨는 “한여름에도 겨울이라 우기며 이불을 달라고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 하는 어르신들을 집에서 모실 수 있는 보호자는 많지 않다”고 했다. 강서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서울시가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에 대해서만 긴급돌봄이나 방문요양 서비스를 운영하라고 했지만, 이곳을 찾는 어르신 대부분은 치매환자이거나 독거노인이어서 가정 돌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어르신들을 하루 8시간씩 센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보호자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문을 닫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도저히 집에서 돌볼 형편이 안 된다’는 보호자들의 딱한 형편을 듣다 보면 센터 문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정에서 돌보기가 힘든 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어서 휴관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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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에 쇠줄 묶고 ‘물고문’까지… 9세 소녀, 4층 난간타고 탈출했다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지는 등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온 A 양(9)이 목에 쇠줄이 묶인 채 생활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4층 발코니로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한 끼만 주고 ‘물고문’까지 시키는 등의 추가 학대도 확인됐다. 하지만 의붓아버지(35)는 “학대는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친모(27)는 조현병을 이유로 아직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자신의 처지를 내세워 학대를 정당화하려는 건 다른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2014년 9월 이후 아동학대 치사 사건 21건을 분석해 보니 42.9%가 질병이나 생활고, 그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추세다.○ 목에 쇠사슬 걸고 감금, 4층 베란다로 탈출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 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경 지붕과 맞닿은 4층 높이의 발코니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옆집에서 음료수를 마신 뒤 맨발로 거리를 배회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눈 부위의 멍, 손과 발의 화상을 비롯해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현재 병원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수년간 두 사람에게 온갖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밥은 하루 한 끼뿐이었고 청소 등 일을 시킬 때가 아니면 목이 쇠사슬로 묶인 채 다락방에 갇혀 지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프라이팬이나 글루건은 물론이고 쇠줄과 자물쇠 등 온갖 도구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욕조에 강제로 머리를 담그는 ‘물고문’도 당했다. 경찰은 A 양의 집에서 프라이팬 등 학대에 사용한 증거 물품을 확보했다. 하지만 의붓아버지는 “A 양이 반항할 때 몇 대 때렸을 뿐”이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조현병을 호소하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10일 다른 자녀 3명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임시로 맡겼다. 경찰 측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받아 5세와 4세, 1세인 자녀를 전문기관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해 소동을 벌였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전했다.○ 학대범 절반 가까이 ‘심신미약’ 주장동아일보가 2014년 9월 이후 아동학대 치사 사건 21건을 분석해 보니 절반에 가까운 9건(42.9%)의 피의자들이 질병과 생활고, 심신미약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1건은 모두 당시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된 뒤 이 법이 적용된 사건들이다. 지난해 6월 생활고로 다투다 2세 아들을 숨질 때까지 폭행한 부부는 “친모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산후우울증도 앓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2017년 5월 자신의 조카를 돌보다 학대해 숨지게 한 이도 “평소 우울증을 앓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우울증이나 지적장애라 해도 어린이를 학대해선 안 된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재판장은 판결에서 “양육과 보호 책임을 부담하는 부모가 자녀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거나 유기를 해선 안 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이나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판장도 “아무리 힘든 처지에 있어도, 그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잃은 부모는 절대 (해당 사건의) 피고인으로 불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판결은 강화됐지만 통계로 드러나는 아동학대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아동학대 특례법은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한 계모가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다 들통 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은 오히려 2014년 1만27건에서 2018년 2만460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과거엔 사회 인식 부족으로 학대 아동 파악이 부실했다는 걸 감안해도 가파른 증가세다.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역시 2014년 14명에서 2018년 28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엔 38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더불어 예방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당한 아이가 직접 신고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부모가 혼인신고나 출산신고 때 의무 아동권리교육을 받게 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대 재발과 대물림을 막기 위한 관리도 절실하다. 21건 가운데 3건은 피고인이 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거나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뒤 또다시 학대를 저지른 경우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학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심리치료와 상담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 / 창녕=강성명 기자}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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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세 학대 아동, 4층서 목숨 건 탈출…가해자들 ‘심신미약’ 무죄 주장

    약 2년 동안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지는 등 학대를 받아온 A 양(9)은 목에 쇠줄이 묶인 채 생활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4층 발코니로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한 끼만 주고 ‘물고문’까지 시키는 등 추가 학대도 확인됐다. 하지만 의붓아버지(35)는 “학대는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친모(27)는 조현병을 이유로 아직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자신의 처지를 내세워 학대를 정당화하려는 건 다른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2014년 9월 이후 아동학대 치사 21건을 분석해보니 약 42.9%가 질병이나 생활고, 그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추세다.● 목에 쇠사슬 걸고 감금, 4층 베란다로 탈출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 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경 지붕과 맞닿은 4층 높이 발코니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옆집에서 음료수를 마신 뒤 맨발로 거리를 배회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눈 부위의 멍, 손과 발의 화상을 비롯해 온”이 상처투성이였다. 현재 병원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 전했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수년 간 두 사람에게 온갖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밥은 하루 한 끼뿐이었고, 청소 등 일을 시킬 때가 아니면 목을 쇠사슬로 묶인 채 다락방에 갇혀 지냈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프라이팬이나 글루건 뿐만 아니라 쇠줄과 자물쇠 등 온갖 도구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욕조에 강제로 머리를 담그는 ‘물고문’도 당했다. 경찰은 A 양의 집에서 프라이팬 등 학대에 사용한 증거 물품을 확보했다. 하지만 계부는 “A 양이 반항할 때 몇 대 때렸을 뿐”이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조현병을 호소하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10일 다른 자녀 3명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임시로 맡겼다. 경찰 측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받아 5살, 4살, 1살인 자녀를 전문기관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해소동을 벌였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전했다.● 학대범 절반 가까이 ‘심신미약’ 주장 동아일보가 2014년 9월 이후 아동학대 치사 21건을 분석해보니, 절반에 가까운 9건(42.9%)의 피의자들이 질병과 생활고, 심신미약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21건은 모두 당시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된 뒤 이 법이 적용된 사건들이다. 지난해 6월 생활고로 다투다 2세 아들을 숨질 때까지 폭행한 부부는 “친모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산후우울증도 앓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2017년 5월 자신의 조카를 돌보다 학대해 숨지게 한 이도 “평소 우울증을 앓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추세다. 우울증이나 지적장애라 해도 어린 아이를 학대해선 안 된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재판장은 판결에서 “양육과 보호책임을 부담하는 부모가 자녀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거나 유기를 해선 안 된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이나 행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판장도 “아무리 힘든 처지에 있어도, 그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잃은 부모는 절대 (해당 사건의) 피고인으로 불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판결은 강화됐지만 국내에선 아동학대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 특례법은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한 계모가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다 들통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사건은 오히려 2014년 1만27건에서 2018년 2만460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역시 2014년 14명에서 2018년 28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엔 38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더불어 예방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당한 아이가 직접 신고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부모가 혼인신고나 출산신고 때 의무 아동권리교육을 받게 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대 재발과 대물림을 막기 위한 관리도 절실하다. 21건 가운데 3건은 피고인이 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거나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뒤 다시 또 학대를 저지른 경우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학대 재발을 막기 위한 심리 치료와 상담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창녕=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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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학대 아동 가정방문 보고서엔 “쾌활”

    약 2년 동안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는 등 온갖 학대를 받아온 A 양(9)이 이미 3세 때부터 친모 B 씨(27)에게도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기록이 남아있었는데도 A 양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 씨는 2011년 대구에서 홀로 A 양을 출산한 뒤, 2014년 경남 창원으로 이사했다. 같은 해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신청했으며, 입양기관에 A 양의 가정위탁도 요청했다. 이때 B 씨가 밝힌 가정위탁 사유는 ‘학대 및 돌봄 곤란’이다. 친모가 스스로 아이를 학대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진 뒤 A 양은 2015년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랐다. B 씨는 당시 한 달에 한 번꼴로 위탁가정을 찾아가 A 양과 만났다고 한다. A 양이 언제부터 다시 B 씨와 살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2017년 계부인 C 씨(35)와 결혼해 거제시로 이사할 때, A 양도 함께 전입신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자인 B 씨의 기록이 거제시로 이관될 당시 “A 양이 과거 학대 및 가정 위탁 이력이 있다”는 기록도 넘겨졌다. 시 관계자는 “신규 전입한 기초생활수급 가정 상담 때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시는 이후 A 양이 아동학대를 당할 가능성을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 A 양과 두 동생은 사회복지서비스지원시스템상 ‘학습 지원이 필요한 아동’으로만 분류됐다. 5차례에 걸쳐 가정방문도 이뤄졌지만 학대 정황은 보고가 이뤄진 적이 없다. 심지어 2018년 9월 가정방문 보고서에는 “A 양은 쾌활하고 밝았다”라고, 지난해 5월 보고서엔 “C 씨를 잘 따르고 동생을 잘 챙긴다”고 기록돼 있다. A 양이 “약 2년 전부터 학대를 당해왔다”고 진술한 것과 대치된다. 특히 같은 5월 보고서에는 A 양이 “동생을 잘 돌보지 않으면 아빠가 힘들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8세 여아가 이런 통상적이지 않은 말까지 했는데도 상황은 바뀌질 않았다. 거제시는 “학대가 워낙 오래된 기록인 데다 가정방문에서는 학대의 정황이 잘 포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거제시는 올해 초 A 양 가정이 경남 창녕군으로 전입할 때 “복지 사각지대에 처할 수 있는 위기가구여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정보만 전달했다. 게다가 창녕군은 이 가족이 전입한 뒤 한 차례도 방문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가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가정 방문 자제를 요청한 탓이다. 하지만 이 가족은 1월 15일 전입해 한 달 정도 학대를 알아챌 방문 기회가 있었다. 창녕군 관계자는 “계부가 면사무소에 자주 방문해 아동수당, 양육수당을 신청하고 넷째의 출생까지 신고해 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A 양은 결국 지난달 29일 집을 뛰쳐나와서야 스스로 학대 사실을 알렸다.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청은 “10일부터 한 달 동안 복지부, 교육부, 지자체로 구성된 합동점검팀이 위기아동 보호 실태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점검팀은 이 기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위기아동으로 분류된 아이와 보호자를 직접 만나 면담하고 주변 이웃과 학교 측과도 상담해 안전 여부를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전채은 chan2@donga.com·한성희 기자}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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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경보망 느슨한새… 위기의 아이들 학대에 ‘신음’

    프라이팬에 손을 지져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학대를 당해온 A 양(9)이 올 초 정부의 위기아동 경보망에 포착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방문조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A 양처럼 위기아동으로 분류되고도 방문이 미뤄진 아이들은 올 들어 1만7079명에 이른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와 단절된 곳에서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암수(暗數) 학대’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 9일 경남 창녕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A 양은 올 1월 정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위기아동으로 등록됐다. 이 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국가예방접종 미실시 기록 등 공적 정보 41종을 모아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아이들을 방문조사 대상으로 선별한다. A 양은 친모 B 씨(27)의 조현병 병력 등 몇 가지 정보가 기준에 부합해 위기아동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A 양에 대한 방문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2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자 보건복지부가 방역 조치의 하나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따른 위기아동 방문조사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복지 공무원의 발길이 끊어진 사이 A 양은 집에 갇혀 친모와 계부 C 씨(35)의 폭행에 시달렸다. 머리에서 피가 날 때까지 막대기로 맞았고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3월 등교 개학마저 미뤄지는 바람에 A 양은 외출도 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스스로 집에서 탈출해 이웃 주민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A 양이 당한 학대는 어떤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건 A 양처럼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올해 1차(1∼3월) 방문조사 대상 위기아동을 2만858명 선정해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이 확대되기 전까지 방문조사가 완료된 아동은 3779명(18.1%)뿐이었다. 위기아동 방문조사는 이달 9일 현재까지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2차(4∼6월) 방문조사 대상 아동은 선별조차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청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가 올 3, 4월 16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9건)보다 줄어든 건 전혀 긍정적인 수치가 아니다. 한 전문가는 “공식 집계로는 마치 아이들이 더 안전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수면 아래에선 더 끔찍한 학대가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하에 하루빨리 위기아동 방문 점검을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기아동 조사 작업은 아동의 태도나 표정, 집안 환경 등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실제 대면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의미하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 학대를 스스로 신고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 청소년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신고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경찰청 내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신고 접수 시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아동이 ‘학대가 아니다’라고 해도 조사를 중단하지 않으며 △기존에 사례 관리 중인 학대 위험 아동 2315명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전채은 chan2@donga.com·한성희 기자}

    •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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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사각지대로 변해버린 ‘내 집 앞 도로’…단지 내 교통사고 예방법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4000여 가구 대단지인 이곳은 일명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다. 하지만 준공년도가 오래되다보니 지하는커녕 지상 주차장도 부족한 실정. 초등학교 정문 앞마저 차량 5대가 일렬로 불법 주자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날 오후 내내 지켜본 현장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었다. 꽉꽉 들어찬 차들 사이로 이더서 사람이 불쑥 나타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좁은 통로로 차들도 겨우겨우 빠져나가는 모습도 이어졌다. 한 유치원생은 평행 주차한 자동차 사이에서 나오나 배달 오토바이랑 부딪힐 뻔도 했다. 주민 이모 씨(36)는 “실제로 몇 년 전에 한 어린이가 차에 치이는 사고도 발생한 적이 있다”며 “재건축 단지라 도로 보수도 안 돼 더 위험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도로 사고는 도심에서 끊이지 않는 골칫거리다.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야 할 내 집 앞 도로가 오히려 안전사각지대가 되버렸다. 공동주택 내 도로는 해마다 전국에서 10만 건 이상 크고작은 사고가 발생하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처벌이나 단속이 쉽지 않다. 법적으로 도로가 아닌 ‘도로 외 구역’이기 때문이다.● ‘자기 집 앞 비극’ 이젠 사라져야 아파트 단지 도로의 취약성은 꼭 오래된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2일 교통안전공단 연구진과 함께 찾은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는 준공 15년 정도 된 ‘준 신축’이다. 지하주차장도 넉넉하고, ‘볼라드(차량진입제어 말뚝)’ 등 교통안전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단지 정원에 심은 회양목이 문제였다. 1m 이상 자라며 교차로 반대편에서 회전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볼 수가 없었다. 이날도 서내 대가 그냥 들어오다 급정거를 했다. 한 주민은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출입구 3곳이 입출구 표시가 명확하지 않아 역주행으로 들어오는 차량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는 차량이 시속 20㎞ 이하로 주행하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도로교통법 상 사유지로 취급돼 이를 어겨도 경찰이 단속할 권한이 없다. 심지어 법적으로 운전자는 단지 내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조차 없다. 아파트단지 도로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건 2017년부터다. 대전에서 119구급대원인 엄마가 5살 딸과 장을 보고 집에 오다 아파트 횡단보도에서 승합차에 치였다. 딸은 목숨을 잃었고, 엄마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 도로교통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경찰청은 “도로 외 구역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 신설과 위반 시 제재 수단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됐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동안 비극은 계속됐다. 올해 4월 전북 정읍시에선 자동차를 몰던 어머니가 아파트 커브길을 돌다 자신의 8세 아들을 치어 숨지게 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캐나다는 난폭운전과 사망사고 등 일부 교통 규정을 사유지에도 적용한다. 미국의 대다수 주들은 주민 동의와 지자체 승인을 거쳐 아파트와 학교에 교통법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통안전 친화적인 아파트 설계를 아파트 단지 도로와 같은 도로 외 구역은 정부 차원에서 수집하는 통계조차 없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로(公路)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 보험업계에서 사고 내역 등을 분석해 간접적으로 추산할 뿐이다. 보험개발원이 2017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약 400만 건 가운데 아파트 등에서 벌어진 사고가 16.4%(약 66만 건)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를 경찰이 단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단지 시설을 교통안전 친화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대방주공아파트는 2017년까지만 해도 매달 2, 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입주민 어린이가 택배차량에 깔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아파트는 2017년 교통안전공단의 컨설팅을 받아 주요 건널목에 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 설치 등 시설 개량에 나섰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대략 사고 자체가 30% 이상 줄었다. 인명사고는 개선 뒤 1건도 없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도로는 올해 말부터 조금씩 희망이 엿보인다. 11월부터 아파트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지방자치단체에 의무 보고해야 한다. 단지의 교통안전시설 진단·개선 의무화 등이 담긴 교통안전법 개정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윤공현 교통안정공단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기존 단지의 교통시설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파트 설계단계부터 교통안전 친화적인 시설을 반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공동주택을 짓기 전 지자체 심의 단계인 교통영향평가에서 교통안전시설을 반드시 검토하도록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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